나를 위한 제철밥상
이영미 지음, 김권진 사진 / 판미동 / 2012년 2월
장바구니담기


어제 친정 어머니께서 간장 담고 건져 낸 메주만으로는 부족하시다며, 콩을 사다가 삶아서 메주를 만드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사실 넘 어려운 일 같아서 설명을 해주시고 직접 봐도 잘 모르겠다고 내 머리가 거부하고 있었다. 김치도 그렇듯이 알아도 따라하기 힘든, 그런 과정이 아닌가 해서였다. 이 책의 저자분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된장도 간장도 너무 쉽다고. 직접 담가먹기 시작한지 10년쯤 되었는데, 이 편한 것을 왜 그리 겁을 냈을까 싶었다고 한다. 아, 그러고보니 처음에는 나와 같으셨나보다.

지금은 양가에서 간장, 된장, 김치까지 갖다 먹지만, 언제까지고 우리의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이렇게 신세지고 지낼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다먹는 간장, 된장은 집된장만큼 건강한 맛도 아니고 뭔가 이상한 맛이 나는 것만 같다. 입맛은 이렇게 적응되어 있는데 만드는 솜씨가 없다면 그보다 괴로운 일은 없을터. 나 또한 언젠가는 반드시 간장, 된장 등의 장담그기에 도전해봐야할것같다.

이 책의 저자분은 요리를 전공하신 분이 아니라 국문과를 나와서 연극 평론가, 대중 예술 평론가로 활동중이신 분이시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생활한 분이 부부가 뜻을 모아, 이천에 내려가 20여년을 텃밭을 가꾸며 제철 식재료의 맛과 건강에 취해 살다보니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도 그때 즐긴 제철 음식들의 맛과 향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요리라기보다는 제철 식재료에 대한 찬사와 정보를 아낌없이 나눠줄 수 있는 에세이, 이 책의 취지가 그러한 듯 하였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과정 등을 지켜보지 못하고 마트의 하우스 채소와 과일에 익숙해서, 사시사철 쏟아져나오는 채소 덕에 제철이 언제인지를 모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건강에 가장 좋은 것은 어떻든지간에 인위적이지 않고 가장 자연적인 것, 자연이 제대로 베풀어준 것을 온전하게 품고 나고 자란 것들을 먹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삶을 아주 사랑하였다.

간혹 제철 재료로 요리해먹는 방법도 나온다. 허나 그 방법이 양념 몇 스푼 식으로 정확한 계량이라기 보다 한국식 돌나물로 샐러드를 만들땐 액젓과 무엇무엇을 넣으면 좋다, 이런 식으로 친정엄마가 두루뭉술 설명하듯 설명을 해주다보니 베테랑 주부가 아닌 내가 맛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같다. 다만, 어느 재료에는 어떤 양념이 어울릴 수 있다 정도를 배울 수 있을 뿐. 수십년의 노하우를 자랑하는 베테랑 주부들이라면 얻어갈 것이 나보다 훨씬 더 많을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철 식재료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는 나 또한 깊이 배워갈 수 있는 책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마트에서 구입하던 채소와 해산물 등을 장보던 내가, 이제는 몇월에는 뭘 사다먹으면 좋을지 이 책을 보고 장보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 가족만 먹기에도 부족하다는 영양 가득한 첫부추는 그러고보니 맛도 못 봤던 것 같다. 언제나 몇 십센티씩 쑥쑥 자라 끝이 잘린 그런 부추만 먹어봤다. 야채보다는 고기를 좋아하고, 싱싱한 채소를 고를 줄 몰라 진열된 팩 상품을 그냥 사오곤 했던 나였는데 책을 읽고 나니 신선한 생채소로 버무린 샐러드가 먹고 싶어졌고 연할때 따 먹으면 새로운 별미라는 풋고추도 심어보고 싶어졌다

바싹 말린 멸치가 쪄서 말린 건지 몰랐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저자가 보여준 생멸치의 모습은 이것이 꽁치인가 싶을 정도로 싱싱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저자는 그런 생멸치를 박스째 사서, 바로 뼈째 회로 비벼먹고 나머지는 멸치젓을 담근다 하였다. 멸치젓까지는 못담그더라도 생멸치로 맛 볼수있는 국 등은 새로운 맛이 될 것 같았다.

제철 음식에 대한 학술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지지 않고, 본인이 20년을 살고 지낸 시골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라 그런지 참 맛깔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해보고 싶구나, 다는 힘들더라도 씨가 금색이 된다는 금적색 노지 딸기도 기다려 보고 싶고, 몸에 안 좋은 합성 화합물들의 복합물인 탄산음료를 자제하고 몸에 좋은 차와 음료로 대신하는 식습관을 들여보고 싶었다.

뭐든 용기있게 자신있게 차리고 도전하는 저자분의 요리 정신이 부러워졌다. 아직은 레시피북에 많이 의존하고 계량에 의존해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더라도 재료부터라도 조금씩 바꿔봐야겠다. 이번 달 제철 식재료는 무엇이지? 하고 메모해보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대식당 - 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품절


나는 먹는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뺑뻉이로 가게 된 고등학교가 너무 먼 곳에 있어서 주위에 그 흔한 분식점 하나 찾을 수 없는 고립된 곳이어서, 더욱 그랬을까? 뭔가 풍족한 곳에 있으면 되려 집착하지 않게 되는데, 마치 기숙사처럼 고립된 그런 곳에 있다보니 먹을 것에 대한 환상과 집착이 더욱 강해진 그런 느낌이었다. 그때부터였나보다. 먹지 않아도 음식 이야기를 하는게 즐겁고, 맛집을 꿈꾸는게 행복하게 되었던 때가 말이다.


이 책은 정말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본격적인 먹을거리 이야기이다.
그저 맛집 한 두군데 소개하는 그런 여행가이드북, 혹은 에세이가 아니라, 정말 먹고 마시는 그 모든 먹을 거리를 , 저자의 동남아 여행과 발맞추어 이런 저런 일상에 얽혀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동남아의 풍족한 해산물과 과일등으로 만든 국수, 꼬치, 각종 먹거리들을 모두 사랑하기에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았는데.. 나의 그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택배가 오자마자 맛이나 볼까? 하고 펼쳐들었던 책을 내리 읽어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마 살림이나 다른 기타 일들 할 게 없었으면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책에 빠져서 동남아 야시장을 허우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엄마~ "하고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외여행을 많은 곳을 다녀보진 못했지만 동남아중에서는 방콕,파타야(태국)과 발리(인도네시아),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에만 다녀왔다. 두번의 여행이 패키지 관광이었고 딱 한번이 자유여행이라곤 해도 리조트에서 내내 방콕하고 지냈던 여행이었던지라, 저자처럼 자유로이 야시장, 골목 등을 거닐며 현지인들이 먹고 즐기는 그 문화를 직접 즐겨보지는 못했다. 관광객들이 먹는 식당에서 먹고 호텔에서만 먹고, 나의 식생활은 여행지에서도 그렇게 한정적이었는데, 정작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찾아본 많은 여행기들에서 수많은 여행가들이 태국의 먹거리, 동남아 그 열대 식당의 후끈한 열기와 값싸고 맛있는 음식들에 대한 예찬들을 늘어놓자, 나도 모르게 다시 허기가 동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나의 허기를 제대로 채워주는 그런 책이었다. 잘 몰랐던 동남아 음식의 재료와 음식 이름 등에 대한 설명을 딱딱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해주면서도 그녀의 여행이야기와 재미나게 섞어서 나 또한 이런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글들.

치앙마이에서도 네시간이나 떨어진 프래라는 태국의 시골 마을에서 그녀가 만난 소박한 밥집의 여인
잘게 다져놓은 고기 조금과 푸른 채소 한 웅큼, 그리고 양은 솥의 하얀 밥, 피시 소스 등의 몇가지 양념. 이것이 그녀가 가진 전부다. 보잘것없는 재료들을 요령껏 조합하여 수십가지 음식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요리를 넘어서서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이다. 26.28p
한국에서도 적은 재료로 신의 재주를 부리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태국의 시골 어느 마을에서 영어까지 잘하는 주인을 만나 그녀가 만난 계란 볶음밥은 정말 꿀맛이었을 터였다.

그런가하면 외국 음식에 살짝 겁을 집어먹은 독일인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녀와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 묵은 손님 중 절대로 길거리 음식이나 안전해보이지 않는(?) 음식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날 모두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의 집에 현지식 저녁을 초대받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그는 진심으로 감동하게 되었단다.
"아로이(맛있어요)!. 아로이 막막(아주 맛있어요)!"
독일에서 경험했던 태국 요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훨씬 더 맛이 좋다고 했다.
"당연하지.거기선 고추나 향신료를 충분히 넣지 않을테니까. 자고로 어떤 음식이든 현지에서 현지 재료로 만들어 먹어야지 외국에서 먹는 음식은 진짜가 아닌겁니다." 81p

느긋한 태국의 이야기를 듣다가 베트남으로 넘어가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음식은 웰빙에 가깝게 맛있으면서도 사람들은 팍팍하단다. 어른들은 무섭사리만큼 매섭게 대하고 그래서인지 상처받기도 쉬울 것 같다. 물가는 싸지만 관광객에게는 이중 물가제를 적용해 쌀국수 한그릇도 현지인과 관광객의 값 차이가 월등하게 달라진다니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거리에서 쉽게 맛 볼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저자가 태국음식보다 미묘하고 우아하다는 베트남 요리를 현지에서 먹어보지 못한다면 그것 참 후회되는 인생일 거란 생각도 들었다.
월남쌈,쌀국수 등 우리가 귀에 익은 수많은 음식을 제쳐두고 저자의 지인이 추천한 베트남 최고의 요리는 반미, 길거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바게트 샌드위치였다고 한다. 정체불명의 햄이나 고기 조각에 고수, 쪽파 거기에 피시소스(멸치액젓)까지 들어가는 반미. 저자의 친구는 미식여행을 마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맛으로 반미를 꼽았다. 저자는 우리네 부대찌개의 슬픈 역사와 함께 혼혈 샌드위치인 반미를 비교해 설명해주었다. 놀랍게도 베트남에서는 제사상에 바게트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볶음밥 나시고렝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한가지 희한한 점은 나시고렝의 경우 제대로 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길거리 리마카키(이동식 노점)에서 먹는 것이 언제나 확실히 더 맛나다는 사실이다. 비위생이 품고 있는 특별한 조미료라도 있는 것일까? 196p 그러면서 저자가 알고 있는 채식 나시고렝 레시피도 간단히 소개해주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재대로 못 먹고, 말레이시아에서 즐기고 왔던 그 맛을 잊지 못해 코스트코에서 가끔 사먹고는 했던 나를 위해 집에서도 레시피대로 한번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이 불쑥 들었다.

외국에 나가 한식만 고집하기보다 두루두루 현지식을 다양하게 접하고 이왕이면 더 맛있는 집을 좋아하고,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곳이면 더욱 좋겠다 생각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저자의 글은 반갑기 그지없다. 꼭 저자처럼 자신있게 길거리 모든 맛집을 섭렵하지는 못하더라도, 용기를 내어볼수는 있을 것 같다. 어린 아이가 걸음마하듯 조심스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쪽같이 둔갑해버리는 비싼 음식들이 현지의 재료로 제대로 맛낸 음식이 훨씬더 맛있으면서도 저렴하게 먹을수있음을 즐겁게 경험하면서 말이다.

열대식당은 그런 여행을 하고픈 나의 바램을 더욱 부채질해주는 그런 책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 년에 열두 남자
마르티나 파우라 지음, 송소민 옮김 / 갤리온 / 2007년 9월
품절


우하하하.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왜 이제야 읽고 리뷰를 쓰고 있는 걸까.

사실 한번 손에 잡으면 그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소설을 어쩌다보니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다.

아주 잠깐 삶을 잊고 그저 빠져들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뭐하느라 이렇게 시간이 걸린 거였지?



사실 제목부터가 다소 자극적인 느낌이 드는 이 소설은 아무리 개방되었다 한들 그래도 폐쇄적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다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현재 공중파는 아니고, tvn에서 윤진서 주연의 드라마로 방영중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이 책을 들고 있는 걸 보자마자 지인이 "어? 그거 드라마로 하고 있는거 아니예요?" 하는 반응이 바로 돌아왔다. 맞다. 바로 그 책을 내가 읽고 있었던 것이다.

표지에 살짝 머리에 뿔달린 어여쁜 여자가 보이고, 그녀와 대각선으로는 정말 한자리에 모아놓기도 힘들 각양각색의 남자들이 바글바글하다.

일년에 열두남자.

이 책의 주인공 피아는 잡지에 칼럼을 기고중인 점성술사다.

그리고 염소자리의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 이브날, 약혼을 할뻔한 그 중요한 순간에 쨍그랑~ 하고 깨지고 말았다.

산산조각이 나는 그 사연도 참 우습다. 처음엔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격하는 그녀 또한 정말 예사롭지 않다. 나중에는 그런 특이한 그녀에게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몰입되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소중한 인형의 팔을 칼로 잘라 불태우는가 하면, 약혼할뻔한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화가 났다고 고가의 명품 시계를 튀겨버리는 것 또한 보통 여인네의 속에서 나올 행동은 아닌 것이다.



어찌 됐건 이런 사연으로 그녀는 솔로 신세.

게다가 잡지사에서도 경쟁사의 칼럼에 밀려 짤릴 지 모를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신의 의지와 크게 상관없이 별자리별 남자들과 관계를 맺어보고 칼럼을 올리는 희한한 운명에 엮여버리고 만 그녀. 본격적인 코미디는 이제 시작되었다.

게다가 전 남자친구 슈테판이 최악이라고 말했던 피아의 소중한 여자친구 탄야도 빼놓을 수 없다. 4차원이랄 수도 있지만 정말 소중한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재미난 것은 탄야라는 이 개성있는 친구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같은 이름의 동성 친구로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탄야라는 이름이 우리나라 이름으로 쓰일 법한 이름은 아닌데 그만한 개성에 맞출만한 다른 이름을 미처 찾아내지 못했나보다. 책을 읽고 나서 캐스팅된 배우들을 보니, 윤진서의 피아도 재미날 것 같았고 한 미모하는 탄야도 참으로 멋진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별자리별 남자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잡아서 코믹하게 잡아내는 것도 웃겼지만, 나와 내 신랑의 별자리 남자들 모두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어서 어쩜 좋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거의 사이코로 나오는 전갈자리 남성이 드라마에서는 꽤나 비중있는 역할로 탈바꿈이 된 것인지 4대 주인공란에 떡 하니 서 있었다는 점이었다. 기분이 살짝 덜 나빠질려고 했다. 아, 소심한 전갈자리 ..바로 나~



피아 또한 많이도 보수적이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방탕한 친구 탄야처럼 일년에 열두명의 별자리 남성들을 만나 관계까지 맺고 마는 그런 사이가 되고 말았다. 또한 그녀의 부모님 이야기 또한 소설 속 중요한 등장인물로 참여를 해주신다. 책이 주는 잔재미는 독자를 살짝 헷갈리게 하는 트릭같은 것이 존재한다는데 있다. 결말에서도 그랬지만 중간중간, 아무 생각없이 몇번이나 속았다. 뭐 피아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런 피아의 고정관념에 얽힌 여러 판단 착오가 더욱 소소한 재미를 증가시키기도 했다.



개방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는 얼굴만 붉히고 말 그저 그런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 책 정말 재미나게 잘 읽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아마도 많이 삭제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식으로 재구성된 코믹할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윤진서의 새초롬한 표정과 더불어 어떤 엉뚱함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줄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이병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품절


도스도예프스키, 이름이 너무나 낯익은 대문호이고, 그의 작품들 역시 제목만 들어도 잘 아는 그런 작품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작품 하나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한번쯤 자세히 알고 싶었던 도스도예프스키, 그의 생애를 다룬 책이 무척 많이 나왔다는데, 나는 이번에 나온 이병훈님의 책을 통해 처음 도스도예프스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저자는 도스도예프스키의 작품과 서한 등의 자료뿐 아니라 그가 살고 있던 곳, 혹은 그와 관련된 곳들을 직접 둘러보며 도스도예프스키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 속에 사진과 자료와 함께 충실히 담겨 있었다. 가보지 못한, 그리고 경험해보지 못한 도스도예프스키를 그렇게 나 또한 어렴풋이 짐작해갈 수 있었다.

귀족 집안이었고, 아버지가 의사였으나 당시에는 의사의 사회적 신분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많은 연결이 되어 있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던 당대의 또다른 대문호 똘스또이와는 그래서 확연히 다른 문학적 차이를 보여주게 되었다. 도스도예프스키가 묘사하는 부유한 삶은 실제 경험한 것이 아닌 상상 속의 것이었기에 부자연스러운 묘사가 될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들의 부유한 삶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서민의 어두운 삶과 현실을 더욱 직시하고 자신의 소설 속에 러시아의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도 여유있는 동시대 다른 문학가들에 비해 그가 받는 급료는 턱없이 적게 책정되었다는 사실이 가난한 그를 더욱 힘들게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빚에 쪼들려 글을 써야했기에 퇴고도 제대로 해볼 새 없이 그냥 마구 찍어내듯 급하게 머릿속의 생각을 뽑아 종이에 옮겨야했던 그의 슬픔이 그의 소중한 둘째 아내의 눈과 모습으로 표현이 되었다.

두번의 결혼, 첫 아내를 잃고, 맞이한 두번째 아내는 오히려 그에게 최고의 인연이 될 소중한 존재였다. 그의 글을 단행본으로 낼 생각을 한 과감한 여성이었고 덕분에 처음으로 그는 조금씩 여유를 찾기 시작했고 말년에는 약간이라도 풍족한 삶을 살게 되었다 했으니 말이다.

그저 금지된 시를 낭독했다라는 이유만으로 사형대에서 목숨을 잃을뻔하고 10여년이라는 긴세월을 유형지에서 보내다시피했던 도스도예프스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은 그를 그냥 나락까지 떨어뜨리고 만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훌륭한 작품이 나오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도스도예프스키의 삶 등을 따라 가다보니, 그가 앓던 간질과 발작이라는 질병이 그를 얼마나 힘들게 하였고, 유전으로 자신의 어린 둘째 아들에게까지 물려줘 결국 아들을 어린 나이에 잃고 마는 슬픔까지 겪게 하였는지 등의 세세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 읽어낼 수 있었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은 그의 입을 빌어 들을 수 있는 부분 (그가 형과 사랑하는 아내, 또 조카딸 등에게 보낸 편지 등을 통해)도 있었고, 그의 주변 친구들 혹은 가족들의 입을 빌어 들을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몇백년전의 도스도예프스키를 조심스레 따라갈 수 있었다.



막연히 어려울 거라고만 생각했던 도스도예프스키를 우선 생애부터 이해하고, 그의 작품 설명을 조금씩 해주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와 맞물여 읽어나가다보니 실제 작품을 접했을때도 벽을 느끼지 않고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서로를 강하게 의식했으나 결국 만나지는 못했던 똘스또이, 또 도스도예프스키가 어려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았던 푸시킨, 쉴러, 고골 등의 유명한 대문호들, 정말 당대의 러시아 문학이 정말 황금기였겠다 싶은 놀라운 문호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였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정말 한번쯤 도스도예프스키를 좇고, 똘스또이를 쫓아 그들의 삶을 반추해보고 작품을 좀더 완벽하게 이해해보기 위해 노력해보고픈 마음이 들겠다 싶어졌다.



저자가 도스도예프스키가 사랑했던 스따라야 루사의 별장에 가서, 그가 커피를 마시며 자신에게 독백과 같은 말을 건네는 장면을 떠올리게 됨도 무리가 아니었다. 정말 그를 쫓으며 작가는 자신이 연모하고 존경하는 도스도예프스키와 온전히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맛있는 파리 - 프렌치 셰프 진경수와 함께하는 파리 미식 기행
진경수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2월
장바구니담기


미식 여행을 좋아해서인지 못 가본 유럽 중 가장 기대되는 나라와 도시 중 한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이다. 파리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 문화를 자랑하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파리에 가서 맛있는 음식들을 두루 섭렵하고 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부터가 무척이나 와닿았다. 이토록 맛있는 파리라..

이 책의 저자는 코르동 블루 파리를 수석 졸업한 라싸브어의 셰프 진경수님이다. 공저로 펴낸 오너 셰프 레시피에서 한번 만나본적 있는 분이지만, 본격적인 파리 맛집, 또 파리 음식 레시피 소개로 프렌치 셰프 진경수님의 글을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가운 느낌이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을, 처음부터 파리 맛집 이야기로만 채워진 그런 책은 아니었다.

책의 한 중간부분까지 프랑스 요리에 관한 저자가 알고 있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채워진다. 프랑스 요리의 유래와 함께, 지역별 특색, 코스요리 설명과 식당에서 주문하는 법 등등..

또 한끼 정도 가볍게 패스트푸드를 즐기더라도 잘 알려진 브랜드 말고 벨기에의 브랜드인 퀵 같은 곳에 들러 맛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거라 이야기해주었다. 저자가 과감히 햄버거의 하이엔드라고 소개한 곳이니, 값이 비싸더라도 그만큼 값어치를 하지 않을까? 80p참조.

프랑스 요리라면 격식을 갖춰야한다는 어려움에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겁을 집어먹고, 우리나라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조차 어른들도 어려워하곤 하는데 정작 다섯살 아이들같은 어린 아이들은 그저 편안하게 음식을 즐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해주고 있었다.



또 우리나라의 맛집에서도 마찬가지이듯, 관광객들에게 소문난 허울뿐인 맛집 말고, 현지인들이 찾아가는 맛집, 즉 파리에서 파리지앵이 찾는 진짜 맛집들에 대한 조언이 비로소 등장을 하였다. 프렌치 셰프가 직접 추천해주는 맛집이라고 하니 좀더 특별할 것 같은 기대가 되었다.

처음 등장한 레피 뒤팽이라는 비스트로는 파리에서 처음으로 고정 가격제를 시행한 곳이고, 여느 비스트로에서 늘 접할 수 있는 음식들에 더해, 그 셰프만의 창의성을 담은 음식들을 조화롭게 선보이는 비스트로노미크98p의 대표적인 예가 되는 곳이라 하였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갈 요리들이 멋스럽게 담겨진 모습은 한번쯤 꼭 시도해보고픈 그런 맛이 될 듯 하였다.

르 스쿠아르 트루소는 <사랑해, 파리>등의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런 곳이라 한다.

식사하기에 편한 분위기, 부담없는 가격, 적당한 양이 큰 장점이다. 손님 대부분이 근방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인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113p. 이런 곳이야말로 내가 찾던 파리의 현지인 추천 맛집이 아닐까 싶었다. 원하던 정보를 차분한 음식 소개와 함께 두루 접할 수 있어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포도나무 넝쿨이 소담스레 외관을 장식한 멋스러운 비스트로인 멜락은 놀랍게도 실제 포도넝쿨로 뒤덮인 곳이라 한다. 매년 실제로 포도가 열린다고 하니 이보다 정겨운 풍경이 어디 있을까. 가격도 부담이 없다고 하니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와인을 즐기고 싶을때 꼭 들러봄직한 곳이었다.

사실 워낙 유명한 곳들이 많이 실리다보니 눈길 가지 않는 곳들이 없었다.

한식도 잘 먹지만, 양식도 두루두루 잘 먹는 나로서는 정통 프렌치 (지금은 워낙에 많이 해외 식문화가 섞여서 정통이라고 한정을 짓기가 어렵다 하지만)를 파리에서 현지식으로 제대로 경험할 기회를 마다할 생각이 없었기에 가보고 싶은 곳들이 더욱 많아졌는지 모른다.



고맙게도 저자분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실제 프렌치 요리 레시피까지도 실어주셨다.

프렌치 요리를 어떻게 집에서 만들지? 하는 거부감이 덜 드는 한국인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새우와 마늘소스부터 시작해서, 나의 눈길을 한번에 사로잡은 사과조림을 곁들인 폭찹까지..

내가 해도 정말 맛이 날까? 싶었지만 훌륭한 프렌치 셰프가 소객해주는 레시피니, 과감히 도전해보고픈 욕구가 샘솟았다.

맛집과 레시피까지 소중한 정보를 두루 얻을 수 있었던 책.

이토록 맛있는 파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