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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평점 :

어렸을 적에도 취미 적는 란에 꼭 독서라고 적어내긴 했지만, 그때보다도 지금이 더 독서, 책 읽기가 와닿고 있다. 요즘 내 삶의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많은 책탑이 날 즐겁게도 힘겹게도 만드는 요즘이기에 말이다. 책을 더욱 좋아하게 되서인지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라는 이 책이 무척이나 땡기는 요즘이었다.
읽으면서 참 놀라웠던 점이, 바쁜 직장 생활 틈틈이 3일에 한권 꼴로 책을 읽어 리뷰를 올리고, 그런 이야기를 엮어 다시 한권의 책으로 내놓은 이 이야기가 참으로 눈에 잘 들어오고 공감, 또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정말 바빴을텐데, 그럼에도 그녀는 강인하면서도 멋진 삶을 살고 있는듯 보였다.
한줄 한줄의 글귀들, 지치고 힘든 목요일날, 살짝 파티션에 숨어 직장내에서 한꼭지씩 읽으며 휴식해도 좋고, 집에서 내리 읽어도 좋을 그런 이야기들이라며 "나는 모든 책의 갈피에서 사는 법을 발견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녀.
책 읽기가 한없이 좋으면서도 그저 취미로만 읽고 리뷰를 쓰기에, 때로는 나의 지나친 책탐이 삶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생각하는 내게는 그녀의 '누리는 책 읽기'가 마냥 부럽기만 하기도 했다.
37세에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는 그녀. 헉. 나이가 무척 많으시구나 하고 착각을 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니 내 나이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린건가? 그녀가 제일 듣기 싫다는 말, 뭔가 새로운 일을 도전하거나 할때, 주위에서 그 나이에? 이런 말을 하면 그만큼 맥빠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작가 박완서 선생님이 요즈음 사람의 나이는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나이가 된다고 하셨다는 구절이 있어서였다.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김선주
내 나이 서른 일곱에 0.7을 곱해보니 25.9세! 아직 20대 중반이었다. 그렇다. 그때 내게 대단하다고 했던 직원들은 나를 서른일곱으로 봤지만, 나는 나를 20대 중반으로 느끼고 있었던 게다. 내가 나를 보는 눈과 남이 나를 보는 눈이 다르니 나를 제 나이로 봐주는 사람들에게 화가 날 수 밖에. 26p
나 또한 내 나이를 잊고 살다보니 (직장 생활도 안 하고 집에서 아이와 지내다보니 더더욱 나이를 잊는다. 그저 아이가 한살한살 더 먹어가는 것을 신기해하며 내 나이는 자꾸만 잊고 살게 되었다.) 저자의 직장 동료들처럼 나 또한 처음에는 호들갑스럽게 놀라워했지만 정작 내 나이를 떠올리며,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이런..이럴수가. 나도 내 나이가 20 중반쯤으로 (입밖엔 내지 않았지만) 생각하고 살아온 느낌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정말 재미나게 영화로 보고, 두권짜리 두툼한 책으로도 읽었지만 저자만큼 내 안의 것으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는데, 그녀는 나름 차가운 연애 철학을 갖게 된,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라는 스칼렛 같은 연애관을 갖게 되었다. 쿨한 모습에 10년이나 저자를 따라다닌 애인도 있었지만 결국 그는 다른 여자와 웃으며 떠났고, 그런 그에게 그녀는 충격을 먹었다. 그 책을 읽고 내게 남은건 스칼렛이 아닌 멜라니라는 아이디 뿐이었는데, 어쨌거나 보는 관점 차이일 수 있으니 (사실 내 바램일뿐, 나는 멜라니와 너무나 다르다.)..또한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분석한 것 또한 다시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었다.
서울에서의 오랜 동거, 독거 등의 삶을 이야기한 꼭지도 눈에 쏙 들어왔다.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이 즐거울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삶을 용인해야함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살아본 사람은 더욱 공감할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후배의 그런 행동을 감내하기 힘들어 지금은 또 따로 산다? 라는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견디기 힘든 삼개월을 견뎌 낸후, 그녀는 후배뿐 아니라 선배언니까지 세사람이서 즐거운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 하였다. 살인적인 월세도 3등분해 내고, 퇴근 무렵 불켜진 방을 보며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는 즐거움으로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친구와 잠깐 살아보기도 하였으나 혼자 사는게 가뿐하다 여겼던 나 또한 불꺼진 방에 들어가는게 얼마나 외롭고 싫었는지, 그래서 늘 친구들과 밖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갔던게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을 다시 해보게 만들었다.
그저 책 이야기를 리뷰처럼 읽게 될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재미나게 이해할 수있었다.
내가 쓰는 리뷰란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 줄거리 등을 훑거나 소개한 후 나의 감상과 관련된 추억을 읊조리는 것 등으로 끝이 났는데 그보다, 저자가 읽은 책에서 기억나는 대목을 짚은 후 자신의 감상, 평이 더욱 소소한 일상을 부각시키는 게다가 읽는 맛까지 뛰어난 이야기라 더욱 와닿았다. 리뷰면서도 칼럼같기도 한, 그러면서도 한 사람의 에세이이자 읽을 거리, 생각할 거리가 가득한! 또 한권의 책이 이렇게 완성이 되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책이라 읽는 내내 뭔가 풍족하게 얻어진, 어루만져진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