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카페
카시와기 타마키 지음, 김성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5월
절판


무협지를 몇백, 몇천권 읽고 나면, 웬만큼 쓸 수 있을 경지에 이른다고들 하였다.

카페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사실 무엇이든 그정도 빠지면 안 그럴까만은.

카페 찾아다니기 좋아하고, 카페 음료와 요리, 분위기 등에 취하다보면 어느새 나도 이런 멋진 카페 하나 차려보고 싶다는 구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직접 카페를 차리거나, 아니면 카페 순례 여행기, 혹은 집에서 카페요리 만들어먹기 등의 카페 관련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카페를 사랑하는 젊은 주부로써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때부터 카페는 더욱 내게 친근한 공간이었다. 밥 먹고 술마시러 가지 않고, 차마시러 가야했기에 더 맛있는 차가 있는 곳, 이야기하기 좋은 분위기가 있는 곳 등등 다양한 테마로 친구들과 여러 카페들을 섭렵하고 다녔다. 프랜차이즈 카페에도 다니고, 작게 개인이 차린 분위기 있는 카페에도 다녔다. 결혼 후 지방에 내려와 살다보니,잦아들법도 하건만 이곳에서도 나의 카페 순례는 멈출 수 없었다.

술 값은 안 아까워도 차 값은 아까워하는 많은 남자들 눈에는 카페에서 비싼 차, 커피를 마시는 행동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그 곳은 작은 소통의 공간, 작은 여행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어제도 동생이 팥빙수를 포장해다 주었는데 가격은 매장에서 먹나 여기서 먹나 똑같았지만 어쩐지 맛은 덜한 느낌이었다. 편하기는 해도 역시 그 공간에서 먹는것이 더 기분이 좋았다. 집 밖에 잘 나서지 못하는 아기엄마라 그런지도 모른다. 아기와 함께 조금이라도 여행(?)한 기분이 들고 외출과 휴식의 이미지가 더해지는 공간이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카페를 다니고, 카페 관련 서적들을 재미나게 찾아 읽다보니 우리나라 카페에도 참 여러 테마로 예쁜 카페들이 많구나 싶었지만 일본의 카페들이 예쁘고 귀여운 것을 유독 좋아하는 그나라 여성들 특성상 따라하고 싶게 잘 갖춰진 곳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 카페 여행기 관련 책들도 많이 읽어보았는데, 우리나라의 카페 창업에 관련된 책은 읽어봤어도 일본에서 작은 카페를 창업하고, 경영하기까지의 세세한 이야기를 다뤄낸 책은 처음 읽어보았다. 바로 그녀들의 카페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일본인이 직접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 찾아다닌 카페들의 이야기를 책 한권에 오롯이 담아내었다.



서른이 되기 전에 뭐라도 해보자 의기투합해 뭉친 직장인 동료 둘이 만들어낸 카페, 자매들이 빵을 구워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차린 카페 (그 중 한명은 약제사 출신이기도 했다! 전문직을 내던지고서도 카페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관심과 적성상 이 쪽이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서비스 정신이 부족해서, 신랑이 나의 카페 창업 욕심에 불을 꺼뜨리기 일쑤였다. ), 6개월된 둘째 아이를 등에 업고 남편이 아닌 자신만의 카페를 개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어여쁜 카페, 퇴직한 남편이 쑥스러워해 대신 나가 배워 차린 카페 다양한 카페 창업 동기도 눈에 띄고 그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맛과 카페의 분위기까지 그대로 전해지는듯 따스함이 감돌았다.



인테리어 또한 제각각이었다. 물론 그래서 작가의 취재 대상이 되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 만들기도 하고, 오래된 약국의 인테리어 소품 등을 살려 카페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러 카페의 장단점을 샅샅이 조사해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골라내어 카페 인테리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하고 피자 버스에 모든 장비를 싣고서 고객이 원하면 달려가기도 한다.



카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디어에 참고가 될 부분들이 많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와 가장 닮은 듯, 또 트렌드도 비슷한 일본의 이야기니까. 카페 문화가 제법 발달한 곳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곳들이라 참고할 것들이 많아 보였다.

나처럼 당장 카페 창업 의사가 없더라도 카페 순례를 즐기고 문화 자체를 즐기는 아이 엄마도 즐거운 느낌으로 카페에 찾아간듯 읽을 수 있었다. 주인장의 마음이 하나하나 녹아든 인테리어도 눈으로 살펴보고, 카페 창업 팁들도 소소히 살펴보면서, 아, 이렇게 해서 멋진 카페 한 곳이 탄생되었구나 하며 읽을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무척 좋아하기에 직접 맛 볼 수 없는 것 하나가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보니, 카페 스쿨이라는 이야기가 제법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에도 커피 바리스타 학원 같은 곳이 있는 것은 알았는데 카페 스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의 카페 스쿨에서는 카페 경영에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과 카페 요리 등도 다양하게 가르쳐준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카페를 개업중인 사람조차 카페 음식을 좀더 다양하게 개발하고, 지금이 잘해나가고 있는건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카페 스쿨에 등록해 다니기도 하였다고 본문에 나와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과정이 있다면 카페 창업을 앞두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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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닉스 동요 보들북 9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4월
구판절판


아이가 태중에 있을 때만 해도 거창하고 원대한 꿈을 품고 살았는데, 막상 아기를 낳고 나서는 영어 조기교육이니 한글 교육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잊고, 태평한 날들을 보내고 있네요. 아주 가끔 블로그 등을 통해 아이엄마들의 열성과 노력만으로 원어민에 가깝게 발음하고, 자유로이 의사소통하는 아이들을 보게 될때면 입이 떡 벌어지게 부럽지만 말입니다. 그냥 부러워만 하는 게으른 엄마였어요. 아이 교육이라곤 교사 수업에만 맡겨두려다보니 큰 효과가 없더라구요.



요즘 들어 정말 아이 머리가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한번 들은 것을 그자리에서 따라 말하고, 며칠후라도 기억해내고, (어른들이라면 절대 못 할) 그런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이럴때 영어, 노래 등도 자주 들려주고 그래야하는데..뭘 어떻게 들려줄까? 막막했답니다.



엄마들이 파닉스 파닉스 하는데, 어떻게 시작할까 따로 교재를 구입해본적이 없었어요. 그림도 시원시원하고, 보들북 인기 동요로 이미 아이에게 귀가 트인 삼성에서 보들북 파닉스 동요가 나왔다길래 다른 책보다 친근한 마음이 들어서 손쉽게 선택했지요.

다행히 아이도 첫 시그널부터 익숙한 음악이 나오니 집중해서 듣기 시작하더라구요. 영어 노래라도 요즘은 거부감 없이 듣는데, (때론 그 가사도 따라 부르기도 해요. 자기가 들은 대로요.) 이 책의 노래들은 더욱 신이나고 발랄한 노래들이 많더라구요. 다른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우리 아이 역시 신나고 발랄한 노래들을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엉덩이 지긋이 앉아있어 버릇해서.. 따로 춤추거나 하지는 않지만 신나는 노래들은 몇번이고 반복해서 듣더라구요.



귀에 익숙한 알파벳 송이 아닌 힙합 알파벳의 흥겨운 노래로 운을 떼고, A부터 Z까지 각 알파벳 자음의 노래들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다시 아에이오우 모음 노래가 나오고, 그 다음은 재미난 영어동요들이 나오네요. 끝은 파닉스 주로 끝나구요. 총 44곡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어서 책과 함께 곁들이면, 귀여운 그림과 함께 기억하기 쉬운 파닉스들이 머릿속에 쏙쏙 남겠더라구요.



동물도 좋아하지만 차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책 속에서도 차부터 찾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러다 밴이 나오는 V를 유독 열심히 보고 있길래, 밴이 좋아? 하니 그렇답니다. 그래서 엄마가 밴이 나오는 부분을 읽어주었어요. CD에 나온 노래가 살짝 기억이 안나는 엄마, (책을 거꾸로 봐서 그랬는데 제대로 놓고 나중에 보니 원곡 명이 밑에 적혀 있었네요. 징글벨에 맞춰 불러주면 됐을 것을.. 괜히 엄마 마음대로 불러줬네요)그냥 운율감 있게 리듬과 약간의 멜로디를 넣어 읽어주니 바로 그 자리에서 두세번 반복해 따라부르더라구요. 입에 잘 붙는 발음들이기도 했어요.

Vroom, vroom, van. Vroom, vroom, van.

vroom vroom, little van.

vases, violins,veggies are in the van.



브룸브룸이 입에 척척 감기네요.

v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물고 휴대 전화진동이 울리듯 v 하세요 라고 씌여 있어요.

아이들에게 알파벳소리를 알려주는 파닉스는 익혀두면 말하기, 읽기, 듣기 능력까지 향상되는 기본 학습이라고 합니다.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듣고 반복해줘야겠어요. 엄마도 흥이 나고 아이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이었으니 말입니다.

책도 두껍지 않으면서도 재미난 그림과 함께 알차게 들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즐기기 좋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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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미 샘터 외국소설선 7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심혜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저 도망과 회피밖에는 떠오르지 않으나 이미 언론등을 통해 그녀의 이름은 얼룩이 져 버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딸 멜리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단지 아이의 얼굴에 반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슴이 아픈 엄마는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식당 자원봉사를 맡게 되었다. 왕따 때문에 전학을 왔음에도 이 곳에서 잔인한 왕따는 여전히 존재를 했다. 어릴적 내 기억에 왕따란 없었던 것 같은데, 그저 이지메란 이름으로 언젠가부터 일본에서 들어온 악습 같은 거라 생각했는데 일본이나 요즘의 한국이 아닌 미국 등의 다른 나라에서도 존재하는 악습이 왕따라는 것인가 보다. 왕따는 아이들에게 피멍을 들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을지 말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 벌써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지만 하도 사회적으로 시끌시끌 이슈가 되다보니 엄마가 된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관련 육아서적부터 시작해 다양한 청소년 성장 소설등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읽어보다가 또 어느 순간은 그 갑갑함이 싫어 읽기를 거부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왕따인 딸과 자신 역시 수렁에 빠지고서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단지 모성 하나만으로 굳게 일어서서 그 어두운 음모를 파헤쳐낸 놀라운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로 구분되는 이 책은 리스 스코토라인이라는 작가의 놀라운 필력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었다. 그래서 읽게된 책이었는데 정말 놀라운 긴장감으로 한숨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여덟살 딸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엄마인 로즈가 가해학생인 아만다를 불러 타이르려는 찰나에 갑자기 학교 식당에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너무 놀란 로즈는 서둘러 아이들을 내보내고, 자신의 딸을 구하러 달려가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딸을 구함으로써 아이의 생명을 가까스로 구하게 되었다. 사실 조금 더 일찍 아이에게 갔으면 조금이라도 딸 아이가 가스를 마시지 않게 할 수도 있었지만 눈앞의 아이들, 특히 가해학생들이었음에도 그 아이들을 무시하고 갈 수가 없어서 교사에게 인계를 하고 얼른 딸을 구하러 뛰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딸을 구하고 병원에 있는 그녀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아만다가.. 자신이 내보낸 아만다가 중환자실로 실려오고 만 것이었다. 분명히 그녀는 내보냈는데 아만다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왔고, 학부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즈가 자신의딸을 구하기 위해 가해학생인 아만다를 일부러 방치했다는 누명을 씌우고 말았다. 어찌 된 일일까.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즈, 그 과정에서 가스 배선 공사 등을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알아낸 정보 등을 변호사와 상의하다보니 변호사의 지나친 사명감으로 학교를 고소하겠다는 기사가 실려, 학교에서조차 냉대를 받는 위치에 내몰리고 말았다. 마을 전체가 그녀와 그녀의 딸에게 적대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고, 사랑하는 남편 또한 (멜리의 친아버지가 아닌 두번째 남편이다) 변호사 일로 바빠서 아내의 일에 크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였다. 그저 친한 친구를 변호사로 소개해주는 정도 밖에는..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사건을 파헤치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실제 사건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어린 두 아이를 맡겨두고 혼자 몸으로 사건에 직면하다가 슈퍼 히어로도 아닌 내가~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엄마는 슈퍼 히어로를 능가한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남편이 변호사기는 했지만 혼자 힘으로 모든것을 해결해야했고,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실타래역시 천만 다행으로, 풀리게 되었다. 모두가 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사건을 파헤친 덕분이었다. 게다가 늘 매사에 자신이 없던 멜리조차 조금씩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모든 것이 로즈의 바램대로 원상복구가 될 수 있었다. 아니 예전보다 더 나은 행복한 결말이 되었다.

 

소설이기에, 미국이기에 가능한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식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부모들이 있지만 거대한 기업에 맞서서 승리로 이끌어내는 경우는 대부분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냥 개인은, 약자는 말 그대로 정의가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찌그러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통쾌한 한판 승부 같은 결말이었기에 속이 다 시원했다.

풀리지 않을 실타래를 시원하게 풀어준 작가에게 감사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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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처음 텃밭 - 기르고 먹고 나누고
석동연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5월
절판


아버지께서 수십년을 교직에 계시다가 정년 퇴임을 하시고, 집에만 계시려니 많이 적적하셨을 거라 생각이 되었다. 늘 한결같이 출퇴근하시는 모습만 봐오다가 집에 계시면서 엄마랑 동생 출퇴근 하는 모습을 보고 계신 아버지를 뵈니 내 마음까지 괜히 쓸쓸해지는 기분이었다. 워낙 근면하신 분이라 쉬는 때에도 늘 운동을 다니시고 책을 보시거나 아이와 놀아주시는 등 시간을 허투루 쓰시지는 않았지만 소일거리라도 아버지께 뭔가 시간을 보낼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올 봄 갑자기 아버지께서 텃밭을 가꾸기로 하셨다 하셔서, 잘됐다 싶으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베란다 텃밭 식의 작은 규모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밭에 하시는 거라 혼자 하시기엔 거리도 멀고 땅도 (취미삼아 하기엔) 좀 큰 편이었는데, 친구분들께 거저 땅을 나눠 주시고, 같이 농사를 짓자 하셨단다. 한번 놀러갔는데, 정말 큰 땅을 4등분 해서, 마치 아이들 학습 그래표 보는 양, 네 분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각각 다른 농사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었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셨지만 농사일은 거의 안해보신 부모님이시기에 사실 텃밭 농사가 걱정이 되었다. 아니, 엄마는 예전에 취미 삼아 집 근처 공터에 옥수수와 토마토 등을 심어보신 적이 있으셨다. 직접 가꿔 먹으면 농약도 안친 건강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단 생각에 기쁘기도 했지만 우선 처음 하시는 일이라 너무 힘드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아버지뿐 아니라 아직 출근하시는 엄마께서도 퇴근 후 농사일을 같이 하시며 몸이 힘드실텐데도 즐겁다, 행복하다 일을 하시는게 아닌가. 우리집과 오빠네는 물론이고 우리 시댁까지도 늘 정성 가득한 채소를 한상자씩 듬뿍 듬뿍 챙겨주셔서, 나까지 괜히 죄송스러우면서도 행복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도 쌀때도 비쌀때도 있는 채소겠지만 직접 재배한 채소니 아직 어려 맛도 연하고 부드러운 데다가 농약도 치지 않아 완벽하게 믿을만한 무공해 먹을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농사를 짓고 계시는 외할머니께도 여쭤보시는 듯 하고, 먼저 텃밭 농사를 시작한 주변 분들께도 여쭤가면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지금 심은 것만도 14종이 넘는다 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텃밭 채소는 고추, 오이, 대파, 가지? 상추 등만 떠올랐는데 말이다.



두근두근 처음 텃밭을 보고, 우리 부모님께 선물드리면 너무나 좋아하시겠다 싶었다. 전문 농업인들이 보실만한 책은 아니고, 만화가 14년, 텃밭 농사 경력 7년이라는 저자가 쓴 책이기에 제목 그대로 처음 농사를 짓는, 아니면 텃밭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쉽게 접근할만한 그런 책이 아닌가 싶었다.

베란다 텃밭에 관련된 책들도 있었지만, 그런 책에서는 상추, 고추 등과 대부분은 허브 등의 간단한 채소류만 나오지만, 이 책에서는 실제 우리 부모님이 기르시는 것처럼 거의 웬만한 채소들이 거의 다 즐비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만화와 사진 등이 적절히 조화되어 읽기가 수월했고 관심 있는 분야라 눈에도 더욱 잘 들어왔다. 그 좋아하는 독서도 마다하시고, 농사일에 매달리시는 아버지를 보며 몸이 축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가족과 지인들에게 건강한 채소를 선물하는 보람까지 생기니, 농사 짓는 보람이 (눈으로 쑥쑥 자라는 채소들을 바라보며) 꽤 크다, 정말 재미나다 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께 건강까지 선물받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동안 궁금하신 점도 많으셨고, 앞으로는 더욱 늘어나실텐데 그때마다 누구에게 물어보시기 보다 이 책을 참고하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았다.

김장을 대비해서인지 고추와 배추 등을 좀 많이 심어보시겠다 생각하고 계시던데 책을 보니 고추와 배추는 좀 어려운 작물에 속하는 편이긴 했다.특히 배추는 벌레 등의 해충이 너무 많이 생겨 손이 많이 가기도 하지만,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담가먹는 맛은 어디 비할데가 아닐성 싶었다. 실제로 직접 지은 배추로 김장에 추가하자, 시아버지께서 옛날 김치 맛이 난다며 손을 추켜세우셨다는 만화가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직접 재배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밑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보니, 이론뿐인 책들보다 훨씬 빠르게 이해되기도 하였다.

텃밭 배치도, 한눈에 보는 채소별 재배 시기 등이 아마도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정보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로썬 딱 한번밖에 부모님 텃밭에 가보질 않았는데 (꽤 멀다.) 밭일용 방석과 휴대용 모기향을 보니, 부모님 일하실적에 꼭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 몰래 사드릴까 싶은 항목이 되었다.



무리하지 않게만 하신다면 운동 이상으로 건강을 살릴 일이 되고, 또 밥상까지 건강한 유기농 채소로 가득 채울 수있는 행복한 일상이 될 텃밭 가꾸기. 부모님 덕분에 우리집에도 풍성한 야채들이 오르고 있다. 오늘도 마트 가는 길에 (아이 우유와 요플레 사러) 친정에 잠시 들렀더니 갓 따온 상추와 직접 딴 시금치로 끓인 된장국을 따로 병에 넣어 챙겨주셨다. 요즘 친정에서는 매일 밥상이 채식 밥상이란다. 워낙에도 건강을 위해 채소를 즐겨 드시던 분들이셨지만 직접 재배하고 나니 그 채소로 먹는 맛이 그렇게 좋다고 좋아하신다. 나까지 행복해지는 텃밭 농사. 부모님을 위해 이 책으로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고자 한다.



부모님이 아무리 농사일이 처음이라 하셔도 나보다는 채소나 농사등에 거부감이 덜하신데, 나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시작을 하려 한다면 이런 책을 기본적으로 읽어보고 짬짬이 참고하면서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나도 좀더 나이가 들고 그러면, 내 가족 밥상에 올릴 채소들에 대해서는 몇가지 정도는 직접 길러보고 싶을지 모르겠다. 저자도 그렇게 시작한 텃밭 농사가 아니었던가. 마트에 가도 고기보다 비싼 유기농 채소들을 집에서 직접 재배해 갓 따다가 먹는 그 맛은 정말 어디 비할바가 아닐 것이다. 두근두근 처음 텃밭, 부모님의 텃밭 농사와 더불어 텃밭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을 모두 북돋워주는 그런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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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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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도 취미 적는 란에 꼭 독서라고 적어내긴 했지만, 그때보다도 지금이 더 독서, 책 읽기가 와닿고 있다. 요즘 내 삶의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많은 책탑이 날 즐겁게도 힘겹게도 만드는 요즘이기에 말이다. 책을 더욱 좋아하게 되서인지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라는 이 책이 무척이나 땡기는 요즘이었다.

 

읽으면서 참 놀라웠던 점이, 바쁜 직장 생활 틈틈이 3일에 한권 꼴로 책을 읽어 리뷰를 올리고, 그런 이야기를 엮어 다시 한권의 책으로 내놓은 이 이야기가 참으로 눈에 잘 들어오고 공감, 또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았다는 점이다. 정말 바빴을텐데, 그럼에도 그녀는 강인하면서도 멋진 삶을 살고 있는듯 보였다.

 

한줄 한줄의 글귀들, 지치고 힘든 목요일날, 살짝 파티션에 숨어 직장내에서 한꼭지씩 읽으며 휴식해도 좋고, 집에서 내리 읽어도 좋을 그런 이야기들이라며 "나는 모든 책의 갈피에서 사는 법을 발견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녀.

책 읽기가 한없이 좋으면서도 그저 취미로만 읽고 리뷰를 쓰기에, 때로는 나의 지나친 책탐이 삶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생각하는 내게는 그녀의 '누리는 책 읽기'가 마냥 부럽기만 하기도 했다.

 

37세에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는 그녀. 헉. 나이가 무척 많으시구나 하고 착각을 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니 내 나이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린건가? 그녀가 제일 듣기 싫다는 말, 뭔가 새로운 일을 도전하거나 할때, 주위에서 그 나이에? 이런 말을 하면 그만큼 맥빠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작가 박완서 선생님이 요즈음 사람의 나이는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나이가 된다고 하셨다는 구절이 있어서였다.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김선주 

내 나이 서른 일곱에 0.7을 곱해보니 25.9세! 아직 20대 중반이었다. 그렇다. 그때 내게 대단하다고 했던 직원들은 나를 서른일곱으로 봤지만, 나는 나를 20대 중반으로 느끼고 있었던 게다. 내가 나를 보는 눈과 남이 나를 보는 눈이 다르니 나를 제 나이로 봐주는 사람들에게 화가 날 수 밖에. 26p

 

나 또한 내 나이를 잊고 살다보니 (직장 생활도 안 하고 집에서 아이와 지내다보니 더더욱 나이를 잊는다. 그저 아이가 한살한살 더 먹어가는 것을 신기해하며 내 나이는 자꾸만 잊고 살게 되었다.) 저자의 직장 동료들처럼 나 또한 처음에는 호들갑스럽게 놀라워했지만 정작 내 나이를 떠올리며,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이런..이럴수가. 나도 내 나이가 20 중반쯤으로 (입밖엔 내지 않았지만) 생각하고 살아온 느낌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정말 재미나게 영화로 보고, 두권짜리 두툼한 책으로도 읽었지만 저자만큼 내 안의 것으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는데, 그녀는 나름 차가운 연애 철학을 갖게 된,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라는 스칼렛 같은 연애관을 갖게 되었다. 쿨한 모습에 10년이나 저자를 따라다닌 애인도 있었지만 결국 그는 다른 여자와 웃으며 떠났고, 그런 그에게 그녀는 충격을 먹었다. 그 책을 읽고 내게 남은건 스칼렛이 아닌 멜라니라는 아이디 뿐이었는데, 어쨌거나 보는 관점 차이일 수 있으니 (사실 내 바램일뿐, 나는 멜라니와 너무나 다르다.)..또한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분석한 것 또한 다시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었다.

 

서울에서의 오랜 동거, 독거 등의 삶을 이야기한 꼭지도 눈에 쏙 들어왔다.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이 즐거울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삶을 용인해야함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살아본 사람은 더욱 공감할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후배의 그런 행동을 감내하기 힘들어 지금은 또 따로 산다? 라는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견디기 힘든 삼개월을 견뎌 낸후, 그녀는 후배뿐 아니라 선배언니까지 세사람이서 즐거운 동거 생활을 하고 있다 하였다. 살인적인 월세도 3등분해 내고, 퇴근 무렵 불켜진 방을 보며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는 즐거움으로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친구와 잠깐 살아보기도 하였으나 혼자 사는게 가뿐하다 여겼던 나 또한 불꺼진 방에 들어가는게 얼마나 외롭고 싫었는지, 그래서 늘 친구들과 밖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갔던게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을 다시 해보게 만들었다.

 

그저 책 이야기를 리뷰처럼 읽게 될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재미나게 이해할 수있었다.

내가 쓰는 리뷰란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 줄거리 등을 훑거나 소개한 후 나의 감상과 관련된 추억을 읊조리는 것 등으로 끝이 났는데 그보다, 저자가 읽은 책에서 기억나는 대목을 짚은 후 자신의 감상, 평이 더욱 소소한 일상을 부각시키는 게다가 읽는 맛까지 뛰어난 이야기라 더욱 와닿았다. 리뷰면서도 칼럼같기도 한, 그러면서도 한 사람의 에세이이자 읽을 거리, 생각할 거리가 가득한! 또 한권의 책이 이렇게 완성이 되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책이라 읽는 내내 뭔가 풍족하게 얻어진, 어루만져진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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