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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양병호 외 지음 / 경진 / 2010년 3월
평점 :

시를 많이 읽어보질 못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시인들과 그 시인들의 시들은 대부분 교과서 등에 수록되거나 한국을 대표할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이 많아서 나같은 사람도 기억할만한 시들이 많았다. 그 시인들의 시와 함께, 시인의 고향, 살았던 생가 등의 배경을 여행하며 담아낸 시인의 일생에 대한 여정이랄까.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11명이 모여, 한국을 대표할 11명의 시인들의 삶의 족적을 찾고, 그들의 일생을 훑어보는 이야기들을 간단한 에세이처럼 모은 책이 바로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였다.
딱딱한 시 평론집 등에 비해 여행을 섞어 넣어 훨씬 부드럽고, (내가 여행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시와 시인의 인생 풀이도 현학적으로 어려운 말로 풀어내려 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몇년전 네이버에서 춘천 1일 여행인가에 당첨이 되어서 아빠와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김유정 생가를 둘러보는 것도 일정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들렀던 김유정 생가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한 느낌이었다. 책을 통해서는 자주 접했던 작가분이었는데 그분의 생가에 가서 작가를 기리고 기념한다는 것이 그토록 좋은 기억이 될 줄 몰랐기에 처음 느끼는 만족감이랄까. 책에서는 저자가 아는 교수 한분은 논문을 쓰다 막히면 논문 대상 시인의 생가에 가서 생각을 다시 정리하곤 한다 하였다. 시인 뿐 아니라 화가, 작가 등 많은 예술가들의 생가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얼마 전 신랑이 출장 비슷한 일로 다녀왔던 진주, 진주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진주 비빔밥 정도였고, 여태 가 본 적도 없는 곳이었는데 책 속에 실린 유명한 시인들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가난한 시인이었던 <울음이 타는 강>의 시인 박재삼님, 아직도 입가에 맴도는 시, <낙화>의 시인 이형기님을 따라 찾아간 곳이 진주였다.
우리나라 3대 시로 꼽혔다는 <꽃>의 김춘수님의 생가터를 찾아간 통영에서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족적을 찾았다 하였다. 시를 꿈꾸고 시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생가 순례였겠지만, 그래도 타인의 소중한 가정이 있는 곳에 과감히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당당함을 보였다는 데서는 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위대한 시인에 비하면 소박할지언정 소중한 개인의 삶이 아니었나 싶어서 말이다.
굳게 닫혀있던 자물쇠처럼 이호우의 누이동생인 정운 이영도와 '바위'의 시인 청마 유치환의 사랑은 풀 수 없는 난제였다. 243p 두 시인의 사랑은 너무나 아름다울 수 있을 사랑이었겠으나 유치환이 이미 가정을 꾸린 몸이었다는 데서 이루어져서는 안될 사랑이기도 하였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생소하게 들리는 듯도 한 시인들의 이야기, 그들의 생가, 시비 등이 있는 곳들을 찾아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시인들을 기리며 올린 여행기라 발걸음 하나하나가 뜻깊게 느껴지는 여행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