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출 - 낯선 공간이 나에게 말을 걸다
오영욱.하성란 외 지음 / 이상미디어 / 2012년 5월
장바구니담기


그 곳이 어디라도 좋다. 오래전 나와 내 친구들의 기억이 가득한 그때 그 펍, 공간을 사랑하게 만든 곳, 그 안에서도 나만의 추억이 깃든 카페, 낡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설악산 속 설악산 관광 호텔, 혹은 그런 장소가 아니라 제주도 어느 바다, 낚시를 잘하게 하는 포인트, 다산 초당 등의 명소. 다양한 명사들이 모여 자신의 소중한 곳을 펼쳐내는 이야기는 특정한 틀도 없었고, 다만 마음에 담아두었던 하나의 공간을 이야기한다는 공통점만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기사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작가 오영욱님과 에이 등의 작품을 쓴 소설가 하성란님의 "특별한 공간" 이 궁금했고, 내가 살고 있는 고장 대전 산타크로스라는 레스토랑?펍?에 대해 쓴 이야기가 궁금해 읽기 시작했다. 글을 쓴 작가도 글 나중에 살짝 소개될 따름이다. 우선 가장 중시되는 것은 바로 글이었다. 글과 그 장소.

그렇게 읽히는 글들은 참 담백했고, 여행의 운치를 느낄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꼭 화려한 곳이란 법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나만의 보석같은 곳, 사연이 있기 마련이었다.

사실 가장 먼저 찾아본 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 대전의 산타크로스였다.

단편집처럼 각각 독립된 글이었기에 원하는 글들을 순서에 상관없이 찾아보고, 또 짤막한 휴식을 갖고 쉬어갈 수도 있는 책이었다.

가볼만한 맛집? 등의 이야기가 추가된 편안한 글이려니 했다가 첫 초반부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의 동반 자살.

.

차마 위로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기에 무어라 말을 이어가기 힘들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작가는, 그 곳, 자신과 친구들의 청춘의 기억이 가득한 산타크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어쩌면 갑자기 자신을 떠나버린 친구들을 잡지 못했다는 후회로, 그들과의 추억을 기릴 곳에 대해 글을 남기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처음에 나도 산타크로스 제목만 듣고서도, 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그게 어디더라? 싶었다.



알고 보니 충대 앞인 궁동의 레스토랑이었다. 한번 들어가본 것도 같고, 아닌 것고 같고..긴가민가했다.

작가의 학번도 나와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았고, 그가 주로 활동했다는 충대 궁동 또한 나도 방학이면 내려와 친구들과 놀던 곳이라 반갑기만 하였다. 학교는 서울에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만나는 고교 동창 셋이 모두 충대에 다녀서, 방학이면 친구들을 만나러 충대의 곳곳에 출몰하고는 하였다. 충대 전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기도 하고, 구내 식당에서 떡볶이를 사먹고 있기도 했다. 학교 앞 카페나 식당 등에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자주 등장하였다. 그러다보니 오랜만에 본 고등학교 동창생은 내가 충대생인 것으로 착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 곳이었기에 작가가 특별히 애정을 갖고 인디음악에 푹 빠진 특별한 공간이 된 그 곳 산타크로스라는 카페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난 그때 나만의 장소가 따로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 또 살고 있는 이 곳이기에 언젠가 작가가 추천해준 그 치즈 버거를 먹으러 한번 가봐야겠다. 그리고 작가의 그 이야기들이 다시 생각나겠구나 싶었다.



여행 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남편과 함께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제주도로 내려가 글을 쓰고 있는 여행작가분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제목은 서귀포 대평박수 큰 홈통,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더니, 작가분이 오후마다 남편과 함께 바다낚시를 하러 가는 낚시 명소 포인트란다. 현지말로 표현한 것이라 내게는 생소하기만 하였다. 제주도의 푸른 삶을 사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얼마전 읽은 제주 보헤미안도 이 작가님과 같은, 제주도를 사랑한 제주 이민자들의 이야기였는데, 이분은 따로 제주 여행의 달인이라는 책을 펼쳐낼 정도로 제주에 대한 만족스러운 감정을 높여가고 있는 분이었다. 시골의 삶이라 심심할 법도 한데, 표현을 따르자면 이보다 행복해보이는 고즈넉한 삶이 또 없었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햇볕에 눈이 저절로 떠지고, 향기로운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고, 소소한 정이 배어나는 제주 일보는 샅샅이 읽어도 30분이면 족하단다. 그렇게 신문을 읽고 멸치 주먹밥 혹은 텃밭에서 난 채소 등으로 샐러드, 빵 등으로 남편과 편안한 아침을 먹고 나면 아침 일, 오전 일과가 집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그러고 나서 오후에 바다낚시를 하러 남편과 나서는 곳이 바로 대평박수 큰 홈통이란다. 낚시광인 남편을 따라 자신도 그 시간을 사랑하게 되었단다. 이야기만 들어도 참으로 행복해보였다.

원래는 세워질 수 없었다는 설악산 속에 생뚱맞게 들어선 낡은 호텔인 설악산 관광호텔만의 여유와 발코니의 운치에 대해서는 오기사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의 작가 오영욱님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꼭 비싸지 않더라도 만족스러운 그런 공간이 있다. 편히 쉴 수 있고,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주인의 배려에 눈물이 나게 행복한 그런 곳들이 있다.

김종욱 찾기 등으로 유명한 영화 감독이자 뮤지컬 제작자인 장유정님만의 공간 대학로 장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노트북 작업을 하려는 단골을 위해, 10명은 족히 들어갈 비밀의 공간을 몰래 내어주기도 하고, 정말 오랜만에 필이 꽂혀 취중진담 이후로 진심으로 와닿았다는 그 노래 (나 또한 전람회의 취중진담처럼 좋아하는 노래가 없었다.)를 만들기 위한 작가와 작곡가 등의 순수한 창작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음을 써주고 배려해준 장의 공간.

한때 나도 대학로 소극장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연극을 섭렵하던 때가 있었기에 대학로 이 곳 저곳을 찾아다니길 좋아했는데 그때 장이란 곳을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글을 읽다보니 30대 중반 정도의 내 나이 또래의 작가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많았다.

그래서인지 가보지 않은 그런 공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이 되고, 가보고 싶은 그런 곳들이 되었다.

읽고 있으면 그 자체로도 참으로 푸근하다.

굳이 이 글이 여행기가 아니라도 좋고, 그저 무어라 따로 정의하지 않아도, 그냥 읽고 있으면 좋은 그런 글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니 찾았니 456 수학동화 9
조승현 지음, 강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5월
품절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관찰력과 집중력이 빼어나게 높은 것 같아요. 어른들은 그림책을 읽고 보아도, 큰 그림, 글씨 등에만 치중하는가 하면 아이들은 아주 세세한 배경에까지 눈길을 돌리고, 작은 차이 하나 놓치지 않고 잘 발견해내니 말입니다. 얼마전에는 모 그림책에서 엄마도 모르고 지나쳤던 열기구의 풍선 색 변화까지도 금새 찾아내더라구요. 이 책은 4~6세를 위한 유아 수학동화 시리즈 중 규칙에 대한 수학동화랍니다.





규칙성은 크게 반복 규칙과 증가규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반복 규칙은 무엇이든 일정하게 되풀이되므로 우리가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얼룩말의 줄무늬, 신호등 불빛, 춤추는 동작 등을 보면 모두 똑같은 것이 되풀이되는 규칙성을 가지고 있지요. 증가규칙은 일정하게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규칙을 말합니다. 가지런히 포개놓은 그릇들은 무언가가 일정하게 되풀이되는 규칙이 아니라, 그릇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거나 점점 커지는 규칙을 보여줍니다. -이야기속 개념알기







얼룩말 두 마리가 사이좋게 목을 부비고 있는 사진이 맨 처음 등장합니다.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니, 요즘 망원경과 현미경의 차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우리 아들, 주인공 소년이 끼고 있는 망원경에 대해 관심을 갖네요. 우리 아들에게도 장난감 망원경이 하나 있거든요. 망원경은 먼 곳을 가까이 볼 수 있게 하는 도구이고, 현미경은 아주 작은 것을 크게 확대해 보는 것이라고 일러주었더니, 왜 현미경은 바라보는 것이 하나이고, 망원경은 두개인지 궁금해하더라구요. 물론 현미경과 망원경 둘다 하나인 것도 있고, 두개인 것도 있습니다. 한권의 책, 하나의 그림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아이의 질문에 답하고 이야기해주는 일이 보람되게 느껴집니다. 때로는 같은 질문을 몇번이고 해서 귀찮아질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사실 반복 질문 끝에 아이가 결국 암기하고 이해하게 됨을 알겠더라구요. 엄마가 조금만 더 참을성 있게 아이를 받아주고 이해해주면 엄마도 아이도 좀 더 행복해질텐데, 전 끈기가 늘 부족한게 탈이지요.

산호뱀과 수박의 줄무늬 규칙도 아이과 함께 찾아보았어요.

그리고, 이제는 사물이나 동물이 아닌 바깥 풍경에서도 규칙을 찾아볼수있네요.

안 그래도 아이와 함께 길을 걷다보면 늘 궁금한게 많아서, 저건 왜 저럴까? 늘 물어보는 아이에게 답해주기 바빴는데, 전봇대의 위험 색깔 표지도 아이가 봤더라면 질문을 했을텐데 아파트 밀집 구역에 살다보니 전선이 다 지하로 연결되어서, 전봇대 보는 것이 힘든 일이 되어버렸네요.



식사시간, 궁궐, 춤추는 아이, 예시는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틀린 그림 찾기, 숨은 그림찾기를 무척 재미있어 하는 아이인지라 이 책도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어요.거기에 규칙성을 찾아내는 과정이라 단순 숨은 그림찾기보다 좀더 재미난 학습이었다 할까요.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점점 작아지거나 그릇이나 실로폰처럼 점점 작아지고 커지는 규칙도 찾아낼수있네요. 아직 제대로 시계를 배워보지 못했지만 시간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우리 아들, 시간이 나오는 시계를 보더니 예전 456수학동화에서 부록으로 들어있던 종이시계를 갖고와서, 시간을 다시 물어봅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바로 부록이었어요.

다른 수학동화 시리즈들도 부록이 좋았지만 이번 규칙성 편은 스티커가 한아름이라 아이가 더욱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답니다.

아이가 활용하는 모습을 제때 찍지 못해 아쉬웠지만, 처음 책을 받았을때 찍어둔 부록 사진으로 대신 소개해보려 합니다.

맛있는 빵집, 내가 꾸민 벽돌집, 규칙 찾기 등등 아이가 재미나게 활용할 것들이 스티커와 활용 판까지 해서 다양하게 들어 있었어요. 책의 내용도 좋지만 부록까지 아이 마음에 쏙 들어 더욱 재미났던 보이니? 찾았니? 규칙 찾기였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 밖으로 나온 모양 456 수학동화 8
이재윤 글.그림, 강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5월
품절


아이들 책을 비싸도 전집으로 구입하는 까닭은 단행본으로도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수학, 자연과학 등 세분화된 영역에 대해서는 잘 나온 단행본 시리즈가 적어서 굳이 비싼 전집을 구입하는 이유등이 많은 것 같아요. 수학동화 전집, 저도 한 질 들였지만 (비싸지 않은 걸로요) 그 전집보다 아이가 훨씬 좋아하는 단행본 시리즈가 마치 전집처럼 체계적으로 잘 나오고 있어서 즐겨 보여주고 있답니다.

아이세움에서 나온 456 수학동화 시리즈가 바로 그 책이지요. sts 과학 동화도 이웃님이 추천해주셔서, 시중에 나온 세트를 거의 다 사주었건만 아직 우리 아이는 잘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데, (우리 아이가 44개월인데 좀더 높은 연령의 아이에게 잘 맞는 과학동화 같아요. ) 이 456 수학동화는 4세에서 6세까지의 유아 대상 수학동화이고, 책 별로 독후활동을 재미나게 할 수 있는 각종 게임이나 카드, 스티커 등이 들어 있어서 아이들이 더욱 재미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답니다.



여태 나온 책들을 제법 꼼꼼히 모아 보여주고 있었는데 세상밖으로 나온 모양과 보이니 찾았니 또한 아이가 보자마자 좋아한 책들이라 엄마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답니다.



세상밖으로 나온 모양에는 아이들 어렸을 적부터 가장 흔하게 접하는 세모, 네모, 동그라미 모양이 등장한답니다.

처음에 각각의 모양이 담긴 실생활 속 물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이런 모양을 뭐라고 부를까? 물어보지요.

아이와 질의 응답식으로 읽을 수 있으니 참여가 되어 더 좋았답니다.

세모 같은 경우에는 아주 강해서 물체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고 해요.

우리가 예사로 지나쳤던 의자, 빨랫대, 액자 등의 세모 모양을 책에서 점선으로 보여주고 있었는데 엄마도 확 와닿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예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은 세모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는데 (특히 아이들은 말이지요.) 이제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선까지 확장해 생각할 수 있다니, 한단계 발전된 도형을 배운 느낌이었답니다.

반듯반듯한 네모는요. 담장에도 있고, 벽이나 바닥도 빈틈없이 채울 수 있어요.

우리 아이와 같이 놀다 온 통계청 앞 보도 블럭도 이렇게 생겼다고 이야길 했어요. 아이와 실생활 속 연결이 바로 되는 세상 밖으로 나온 모양, 정말 재미난 책 읽기가 되었답니다.

아이의 역동적인 춤추는 동작 역시 모양으로 꾸며봤는데, 실제 사진과 동작이 어찌나 비슷하던지요.

유아 그림책 속 모양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그림이 많아서 아쉬울 때도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사물의 사진 뿐 아니라 집 밖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문양들과 에펠탑 등까지 아주 다양하게 활용을 해서, 아이의 시야를 넓혀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독후활동 자료로 들어있던 것은 전통 놀이로 유명한 칠교 놀이였어요.

자석판으로도 갖고 있었지만 다양한 칠교 놀이 그림판이 같이 들어있던 칠교 놀이라 아이가 직접 맞춰보고 응용해보는데 ,어린 아이들도 얼마든지 따라하기 쉽게 실물 모형판이라 더욱 좋았답니다.

아이세움 456 수학동화, 아이 6세 될때까지도 쭈욱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 한비자 법法 술術로 세상을 논하다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 1
조득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5월
품절










<한비자>에는 정치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깨달아야할 교훈들이 너무도 많이 담겨 있다.

역사나 이야기를 통해 보고 들어왔던 내용들을 상기하면서 읽는다면 정말 재미있게 위정자들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고, 현재 우리의 상황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고전의 가치를 현재의 삶 속에서 재창조하여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만화 한비자는 나보다 신랑이 먼저 읽었다. 신랑이 직장일이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지라 전공서적 외에는 다른 책에 잘 눈길을 돌리지 않는 편이지만, 짧은 시간에 금새 몰입할 수 있는 웹툰이나 영화 등은 여가 시간에 즐기는 편이기에 만화 한비자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권해보았다. 그랬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안게 되었다.


사실 일반 책 속에서도 신랑에게 권해주고픈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무척 많음에도 아내가 너무 많은 책을 읽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책에 몰두할 시간이 없어선지 책을 잘 읽으려 하지 않는데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이 책만큼은 꼼꼼히 살펴봤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그런줄로만 알았는데, 머리말에 나온것처럼 지금 직장 생활에서 신랑이 느끼고 있던 고민 등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심경을 딱 그대로 반영하는 내용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고전을 통해서 직장 생활에서 대처하는 법 등을 배웠다는 것이다.

편한 가족이다보니 조언을 하고 싶어도 사실 늘 조심스러울때가 많았다. 지나고 나면 말다툼이 되지 않을 일도, 고민이 가득한 상황에서 옆에서 누가 뭐라고 참견을 하면, 잔소리처럼 들리거나 짜증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음을.. 나 또한 힘겨운 직장생활 시절로 체득해 느끼곤 있었지만 그럼에도 가만 보고 바라볼 수가 없어서 자꾸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효과 없는 잔소리보다, 좋은 책 한권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이 어디 있으랴.



만화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지식을 얻었다는 신랑의 답변에 나 또한 만족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만화로 되어 있어서 내용도 쉽고 재미나게 이해가 되었고, 각 문구가 제목처럼 실린 후 설명글이 이어진다. 이후 고사, 고훈, 역사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오버랩되는 지식이 소개되고, 본문으로 만화의 일화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맺음말로 고훈의 교훈이 이어졌다. 만화로 재미나게 이해하고, 다시 한번 글로 짧게 정리해줌이 좋았다.



한때 고전에 눈을 돌리고자 어렵지만 쉽게 번역된 정통 고전들을 찾아 읽어보려 한 적이 있었다. 내용이 충실하고 좋았지만 워낙 소설 등 재미난 문학에 쉽게 빠지다보니, 시간을 차분히 들여서 한권을 독파해내는게 심적인 부담이 높았다. 한비자 역시 고전으로 번역된 책을 만났으면 선뜻 다 읽어내리기 힘들었을테지만 만화로 되어 있다보니 술술술 재미나게 잘 읽히는 것이 역시, 쉬운 글이 나랑 잘 맞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과 포숙아가 등장하는 충신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 파트도 인상 깊었다. 제나라 환공의 보좌역이 관중이었는데 나이가 너무 많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왕이 먼저 관중의 뒤를 이을 보좌역으로 맨 처음 포숙아를 거론하고, 그 다음 거론한 사람이 수조였다. 수조가 왕의 시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거세를 하고 후궁의 환관이 되었다는 데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왕은 그런 수조를 긍정적으로 봤겠지만 충신 관중은 걸맞지 않은 상대라 하였다. "자기 몸을 소중하게 알지 않는 자가 어찌 임금을 소중히 아끼겠습니까?" 61p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 거세를 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런 그의 속내를 간파한 관중의 혜안도 놀라웠다. 왕은 관중의 조언을 무시했다가 결국 수조가 일으킨 반란으로 수위실에 갇혀 굶어죽고 말았다 한다.

신하가 손해를 입는 일이 생기면, 그 신하와 이해가 상반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161p

사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때, 중상모략으로 인한 잘못된 사건인 예가 많다. 명군이라면 사건의 결과만 보기보다는 반사 이익을 챙기는 사람의 경우를 챙겨야 한다 하였는데, 책에서는 문공의 불고기에 머리카락이 들어가게 한 요리사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다. 요리사는 세가지 예로 조목조목 자신의 죄를 짚어내었다. 결국 세가지 죄의 결론은 머리카락이 도저히 불고기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인데 들어갔으므로 소인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리사의 짐작이 맞았다.



한비자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어본적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거의 처음 내용을 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그는 한나라때 왕족이지만 모친의 서열이 낮은 쪽이라 학문이 깊어도 등용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강력한 국가인 진나라를 동경했으나 진시황제가 한비자를 보고 싶어했음에도, 한비자를 모략한 세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된 상황이 애닲게 느껴졌다. 252p 한비와 시황제편 참고.

똑똑했음에도 말이 어눌하고 더듬었기에 왕 앞에서 당당하게 마음에 들 수가 없었고, 뛰어난 실력으로 같은 동문인 친구에게 결국 모략을 당하게 된 셈이었으니 그가 남긴 문장이 오늘날 한비자로 전해짐에도 억울한 누명에 대한 아쉬움은 금하기 어려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주일 밑반찬 사계절 장아찌 - 우리 식탁엔 우리 음식
최승주 지음 / 리스컴 / 2012년 5월
절판


제가 차린 밥상의 한계는 바로 밑반찬에 워낙 취약하다는 데 있답니다. 저 자신도 밑반찬을 잘 먹지 않다 보니, 솜씨가 없는 까닭도 있고,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까닭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주로 국이나 찌개, 혹은 일품요리 등으로 간단한 밥상을 챙기기 일쑤였지요. 부모님들께서는 워낙 밑반찬 가득하게,또 즉석 반찬까지 가득하게 상에 한가득 차려 놓고 드시는게 일상이시다보니 우리집에서 김치 몇가지와 국, 찌개 혹은 일품 요리 등으로 간단히 떼우는 식탁에 놀라시는 모습도 보게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자주 양가에서 밑반찬을 얻어 먹기 일쑤였고, 그렇게 갖고 와서도 처음엔 잘 먹다가 나중엔 또 잊어버리고 상에 못 올리기도 하는 등, 게으른 주부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이고 말았답니다.



이 책의 저자분은 잡지사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다양한 요리책을 직접 저술한 경력을 갖고 계신 분이세요. 요리 경력이 쌓이다보니, 국이나 찌개 등을 매 끼니 끓이고서도, 냉장고 가득한 밑반찬과 장아찌를 꺼내 매 끼니 화려한 진수성찬으로 식사를 하신단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밥상도 사실 그런 밥상이지요. 솜씨 좋은 주부들은 아이 반찬과 어른 반찬 등을 일요일 쯤에 미리 몇종류씩 만들어 밥상에 올릴 때 추가하기도 한다는데, 주말에 전 뭘했나도 싶었어요



일품요리는 손은 많이 가도 한끼 거뜬히 즐길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밑반찬만의 최대 강점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막상 없으면 밥상이 너무 초라해지는, 그러면서도 때론 식탁의 메인이 될 수도 있는 감초와도 같은 역할을 맡고 있지요. 친정 엄마께서도 입에 맞는 무 장아찌 같은 밑반찬 한 두가지만 있어도 얼마나 맛있게 식사를 하시는지 몰라요. 저도 좀더 연륜이 쌓이면 밑반찬을 사랑하게 될까요?

우선은 할줄아는 밑반찬 종류가 워낙 적어서 배워봐야겠더라구요.



사실 전 된장박이 장아찌를 잘 몰랐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의 손맛이었나? 하는 책에서 저자분이 된장에 각종 먹거리를 잔뜩 박아서 먹는 장아찌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된장박이로 만들 수 있나? 의아했거든요. 제가 아는 장아찌는 간장이면 간장, 된장이면 된장, 필요한 만큼만 부어서 만든다 생각했는데, 그분은 자기 항아리를 따로 만들어 그 안에 이것저것 잔뜩 넣고 삭혀서 잡수신다 하더라구요.

그럼 그 된장은 어떻게 되는 거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읽고 궁금증이 풀렸어요.

장아찌를 박았던 장은 소금을 뿌리고 마른 채소를 넣었지만 채소에서 나온 수분으로 장이 묽어지고 신맛이 나 상하기 쉽다. 많은 양을 하지 않을때는 따로 작은 그릇에 장을 덜어 장아찌를 담그는 것이 좋다. 장아찌를 담갔던 장을 한번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 더하면 먹을 수는 있다. 12p

기본 양념 배합하기에 여러 재료가 눈에 띄었지만, 새우젓을 제외하곤 액젓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지라 액젓 양념장에 눈길이 가장 갔답니다.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넣으면 김치 말고도 찌개나 국의 간을 맞출때 넣어도 감칠맛이 더해진다니, 사용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동안은 일본 쯔유나 참치액 등을 활용했었거든요. 확실히 콩나물국이나 어묵탕에 참치액이나 쯔유를 조금 넣어주면 감칠맛이 증가하곤 했는데 앞으론 까나리액젓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답니다. 액젓에 간장을 더해 나물을 무칠때나 계란찜 등에 활용해도 좋다고 합니다.

밑반찬의 종류와 가짓수도 참 다양했어요.

아이가 잘 먹어 즐겨 해주는 우엉채조림도 있었구요. 꺂잎찜, 마늘종조림 등은 양가에서 잘 갖다 먹는 반찬이었고, 마른 표고버섯만으로 들깨 조림을 하거나 더덕보푸라기, 장똑똑이 (요리책에서 이름만 들어봤어요.) 등의 생소한 메뉴들도 눈에 띄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각 밑반찬들의 만들어진 분량 (예: 6~7회분, 아무래도 한접시를 다 먹는 일품요리에 비해 밑반찬은 한번 만들면 자주 꺼내게 되니까요.) 등이 표기되어 좋았고 가장 좋았던 것이 며칠간 냉장보관으로 유효한가가 나왔다는 점이었어요.

냉장고에서 2~3일만 지나도 혹시 상했을까봐 걱정스러웠던 초보 주부로써, 여기 나온 밑반찬 들은 보통 일주일 유효했고 장아찌는 말 그대로 2주나 2개월 등 몇개월동안 먹을 수있어 너무 행복한 레시피가 아니었나 싶어요.

장아찌가 가득한 한식 밥상을 좋아하시는 어머님들을 위해 서프라이즈 반찬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다양한 퓨전요리에 도전해본다 생각했지만 기본 밑반찬 솜씨가 부족하다보니 늘 빈약한 밥상이었고 새로운 메뉴가 떠오르지 않으면 부실할 수 밖에 없었던 초라한 밥상을 업그레이드하게 해줄 고마운 책이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