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브루클린 - 사소한 변화로 아름다운 일상을 가꾸는 삶의 지혜
정재은 지음 / 앨리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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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사랑하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산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예전에 살던 곳이 그립기도 하고, 가족이 살고 있어 좋다는 것 외에 너무나 이 지역을 사랑하는 그런 다른 애정이 가득 담겨 있지는 않다. 그냥 소소한 일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말이 되겠지만.

저자의 경우는 좀더 색다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면서 미국인 남편을 만나 시카고에 살다가 지금은 브루클린에 정착하게 된 케이스였다. 외국에 산다고 해서, 이 곳이 정말 살기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예술의 도시, 브루클린을 사랑한다. 오랫동안 꿈꿔온 도시, 그 중에서도 자유롭고 여유가 넘치는 브루클린에 정착해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나의 작은 브루클린>이다.



브루클린에 살며 보고 먹고 느끼는 감정을 편한 친구에게 조근조근 수다 떠는 기분으로 이 책을 썼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배꼽잡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보다는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다.

크고 강한 행복은 한순간에 확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는다.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백을 찾고,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 한 편의 여유.

나의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내 안에서 찾고자 했다.



책을 내며.










해외에서의 일상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가꿔가는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여행가이드북, 여행 에세이 등 각종 여행에 대한 책들을 좋아하는데 현지에서 살고 있는 교민 등의 이야기는 관광 이야기와는 좀더 다르다. 그러면서도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 돌아보는 이야기가 색다르면서도 더욱 와닿는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렇게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심을 많이 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살때 미국 여행을 가게 되면 아울렛에 들러 옷을 사는게 통상 관례였다던 그녀가 정작 미국에 정착하면서는 한번도 아울렛을 찾은 적이 없었다 한다. 대신 그녀는 시장을 찾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사는데 열을 올린다. 그녀가 직접 인터뷰까지 한 단골 가게 베스할머니네 잼은 신선한 재료로 만들고 맛 또한 훌륭해 본인도 반했지만 친구에게 선물하니 인생 최고의 잼이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한다.

도심 한복판에 살면서도 자전거를 타고,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고, 그러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여기고 자신의 뿌리를 사랑할 줄 알며 뉴요커의 삶에 스며들어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웠다.

관심이 많은 먹거리 이야기 부분에는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어 반가웠다. 뉴요커들 상당수가 외식을 선호하기에 그들의 부엌은 무척이나 작고 허술했다고 한다. 부엌이 비좁았지만, 처음 한동안만 다양한 레스토랑을 돌며 외식을 하였고, 이후에는 스스로 요리하는 즐거움으로 되돌아왔다. 둘다 직장이 있어서 요리를 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나 점심은 도시락을 싸가고, 외식도 강제 쿠폰을 만들어 꼭 그 안에서만 해결하였다. 계획성 있는 삶이라던데, 그녀의 남편은 아마도 경제적이고 똑 부러지는 아내의 그런 일면들을 모두 다 사랑하지 않을까 싶었다.

직접 육포를 만들어 먹는가 하면 시판 레몬에이드보다 더 맛있는 (덜 달고 더 상큼한) 자신만의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즐기기도 한다. 레몬에이드의 레시피는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입에 꼭 맞는 레시피를 찾았다하니, 가끔 요리책에 필요하다 해서 레몬을 두어개 사오고서도 한개 쓰고 남은 것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나로써는 꼭 저자식 레몬에이드를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냉차를 좋아해 레몬에이드 레시피가 눈에 더 들어오는 여름이지만 그녀가 가장 즐기는 방식은 뜨거운 레몬티라고 하였다.

해가 가장 짧게 느껴지는 12월, 4시만 되면 어두워지는 이 계절에는 흔히 이야기하는 겨울 우울증을 견뎌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 경우 길고 긴 겨울의 저녁 시간을 밝혀주고 건조한 실내 공기에서도 몸 속 수분이 마르지 않게 해줄 수 있는건 레몬이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 마트에 들러 단단하고 빛깔좋은 레몬을 산다. 물을 끓일 동안 레몬 두개를 반으로 잘라 꾹 짜서 즙을 내 그 날 기분에 맞는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질 좋은 꿀을 큰 스푼으로 푹 떠서 넣는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내몸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것만 같다. 하루의 피곤을 잊기에 충분할 정도로 상큼하다. 138p



우리나라에도 전주 비빔밥, 안동 가자미 식혜 등 지역 이름이 붙은 유명한 음식들이 많다. 보스턴 크림파이라는 말은 나는 처음 들었지만 미국에서는 꽤나 유명한 이름인가보다. 나도 미식 여행을 즐기고 남과 다르더라도 내가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저자도 그랬던 것 같다. 젠틀맨의 도시 보스턴에 가보고 싶어서 뉴욕에서 차로 8~9시간이 걸리는 곳을 1박 2일 여행으로 다녀오게 되었는데, 남들이 다 둘러보는 하버드 대학을 코스로 넣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먹거리와 오래된 책 서점 등을 중점적으로 돌며 뉴욕에서의 첫 여행의 신호탄을 멋지게 터뜨렸다.

남들과 똑같은 코스를 따라 여행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록 보스턴에 머물렀던 시간은 짧았지만 정통 보스턴 크리파이의 맛은 이번 여행의 추억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172p

그녀의 일상 이야기 속에는 읽을 거리 가득한 사연 외에도 레시피, 티슈종이와 털실로 꽃 만들기, 수동 레터프레스로 만들어 선물한 청첩장, 아트월 만들기 등의 다양한 diy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또 죽기전에 해야할 일 목록도 있었는데 직장 상사가 건강과 활력을 위해 실천한다는 하루 하나 자몽 먹기 등으로 여섯살 많은 신랑의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하니 신것만 잘 먹는다면 우리 신랑에게도 하루 하나 자몽을 먹게 하고픈 생각마저 들었다. 위염이 생겼다며 절대 신것을 거부하는 터라 실천은 어렵겠지만.

주말에도 바쁜 남편을 사랑하고, 잔소리를 하기보다 더 맛있는 것을 챙겨주고 마음 쓸일 없도록 신경을 쓰니 남편에게 감사 카드를 받기도 한다. 아니 감사카드는 그들 부부에게 일상이었지만 잘 시간도 없이 바빴던 남편의 감사카드였기에 더욱 고마웠다고 하였다.

신랑이 바쁘고 힘들때 나도 이렇게 배려해주는 아내가 되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제밤 어디 놀러갈데 없냐고 운 띄운게 갑자기 미안해졌네.



나도 이렇게 내 일상을 사랑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거리가 많았으면 좋겠고, 내 일상을 털어놓았을때 다들 공감하며 멋지다 말해 줄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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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우 이야기 동화 보물창고 51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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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전의 기억이 많이 있진 않지만, 어렸을 적에 우리집에 있던 그림책 중에 기억나는 책들은 디즈니 명작 그림으로 된 동화책이었다. 그 중 앨리스, 백설공주, 신데렐라, 곰돌이 푸우 등등이 있었는데, 곰돌이 푸우의 그림으로 만나는 동화들은 그림책 특성상 글밥이 많지 않았음에도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그런 책이었다. 그리고 좀더 자라고 나서는 곰돌이 푸우에 나오는 각종 캐릭터들로 만든 여러 제품들에 친숙하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뽀로로, 로보카 폴리에 더욱 열광하지만, 엄마 어릴적에 익숙했던 캐릭터라 그런지 아이 매트를 사줄적에도 엄마 아빠는 푸우부터 먼저 골랐다. (매트를 여러 장 샀기에 이후에는 뽀로로도 결국 사게 되었지만)

 

곰돌이 푸우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아들의 곰인형과 아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쓴 동화라고 들은 작품으로는 내게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그렇게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준 동화를 책으로 내었다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었지만, 곰돌이 푸우가 내게는 처음 그렇게 들은 동화였기에 더욱 인상깊게 각인되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유명한 디즈니 만화가 등장하지 않는, 원작을 번역한 동화이다. 그래서 다소 글밥은 좀 있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어릴적 봤던, 혹은 자라면서 봤던 일러스트 한 컷 한컷이 그대로 떠오르는 그런 내용이었다.

늘 궁금했던 것이 곰돌이 푸우는 왜 이름이 위니 더 푸우인가 였다.

영어 이름에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표현이 있는건가 싶었는데, 책을 쓴 저자 또한 어린 아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곰은 남자애 아니었니?"

"맞아요."

"그러면 위니라고 부르면 안되는거 아니야?"

"위니라고 안 불렀는데요."

"그렇지만 방금 그렇게 말해...."

"얘 이름은 위니 더 푸우예요. '더'가 들어가면 어떤 뜻으로 바뀌는지 모르세요?"

12p

 

저자는 아들의 이말에 알았다 하고 바로 넘어가지요. 아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곰돌이의 이름이 이렇게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에 의해 지어진 것이었다.다섯살 우리 아들 또한 크리스토퍼 같을 때가 종종 있다. 자기 딴엔 꽤 논리적으로 대답하려 애쓰는데, 어른들이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문맥이 안 맞는다거나, 그러나 자기 말엔 맞다고 주장한다.) 말들이 있지만, 아이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알았다 하곤 했는데 위니 더 푸우라는 문법에 안 맞는 이름도 이렇게 해서 지어진 것이었다.

 

엄마 아빠가 직접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게 아이에게 워낙 좋다고 해서 베이비 스토리 텔링 같은 책들도 시중에 나올 정도인데, 진짜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어 들려주는 부모들의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사실 그 이야기는 우리가 들어도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읽으니 모르던 부분들을 (위니 더 푸우의 유례라던가, 곰돌이 푸우가 왜 푸우가 되었는지 저자가 추정하는 부분 등)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벌꿀을 따기 위해 크리스토퍼의 풍선을 빌려서 나무 위에 올라가, 자신이 먹구름인척 행세하는 푸우의 모습도 귀여웠고, 식탐이 많아 토끼네 집에 놀러가 잔뜩 배불리 토끼의 식량을 축내고서(원래는 대접받은건데 너무 많이 먹어서, 토끼도 살짝 싫은 눈치였다.) 밖으로 나오려다가 그만 문에 끼어버린 이야기도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게다가 축약된 동화로 보느라,제대로 몰랐던 표현들을 다시 읽는 그 느낌이란... 반가운 이야기를 더 재미나게 읽는 즐거움이 되었다.

 

 

"어머, 푸우 너 입구에 끼인 거야?"

토끼가 물었어.

 

"아, 아냐."

푸우가 대수롭지 않은 듯 답했어.

"그냥 좀 쉬면서 혼자 노래도 하고, 생각도 하고 있는 중이야."

 

31p

이요르, 피글렛 등 원조 캐릭터와 같은 익숙한 푸우 친구들의 이름도 반가웠다.

피글렛의 경우 당연히 돼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직장 다닐때 동료분이 아르마딜로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서, 그럴리가~ 했었는데, 역시 이 책에서 답을 얻었다.

그렇지만 만약 헤팔룸푸가 돼지랑 곰을 둘 다 매우 싫어하면 어쩌지? 66p (푸우와 함께 헤팔룸푸를 잡을 덫을 놓은 피글렛)

피글렛은 역시 아기돼지가 맞았다.

 

식탐이 만은 먹보 푸우 덕분에 재미난 사건이 참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숲에서 유일하게 글자를 쓸 줄 알고, 또 제일 똑똑한 크리스토퍼에게 푸우와 친구들은 많은 조언을 얻고 도움을 구한다. 자기 자신이 이렇게 주인공(물론 주인공은 푸우지만, 푸우를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귀여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등장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 살아움직이는 이야기를 듣는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곰돌이 푸우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모두 아들이 갖고 놀던 인형들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한다. 자그마치 80여년이나 된 이야기라는데, 여전히 귀엽고 엉뚱한 곰 푸우는 엄마 어릴적 향수와 더불어 우리 아이에게도 또다시 들려줄 멋진 모험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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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아이패드 그림책 보물창고 56
안 드로이드 지음, 신형건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7월
절판


컴퓨터를 끄면 컴퓨터로 해야할 일들이 마구마구 떠오릅니다.

소셜에서 코코몽 녹색 놀이터 할인권 끊어야하는데... 영화 예매권 미리 끊어둔거 기한내에 예매해야하는데..인터넷 뱅킹할 것 있는데..

서평 쓸 것 있는데..등등 처음에는 한 두가지던 볼일이 컴퓨터를 켜고 나면, 블로그부터 카페까지 쭉 순회를 해야하고, 이것저것 들어가보고 싶은 것들이 생겨서 한시간만에 나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게 되어버리지요. 보통 그래서 제가 컴퓨터를 켜놓고 있는 시간은 매일같이 몇시간이나 된답니다. 컴퓨터를 끄면 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수시로 확인하기도 해요.

그러다 신랑이 얼마전 버럭 지적을 하였죠.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데 스마트폰 클릭하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여직원들 보면 정말 분통 터진다고요. 사실 저도 느끼고 있었거든요. 마치 뭣에 홀린 사람처럼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켜놓고 미친듯이 클릭을 하는데, 옆에 누가 있건, 대화를 하건말건 꼭 그러고 있어서 상대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닌데..내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제는 되도록 신랑 앞에서는 안하려고 하구요. 아이 앞에서도 자제하려고 하는데 그게 사실 좀 힘드네요. 그래도 예전에는 안 이랬던 걸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변화에 길들여진것같아서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러다 이 동화를 만났답니다. 굿나잇 아이패드.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책 제목서부터 스마트폰 등의 포괄적 개념이 아닌 특정 상표가 떡 하니 나와서 놀랍기도 했어요.

심지어 아이들 게임에는 앵그리버드라는 새 그림이 떡 하니 나오기도 하지요. 앵그리버드가 왜 유명한지 몰랐는데 (그냥 마트 등에서 인형으로만 봤는데) 그게 게임이었나봐요. 책에서도 게임에 등장하는 빨간 새가 나오더라구요.



엄마 아빠가 티브이를 보지는 않지만 티브이보다 훨씬 오래 컴퓨터를 사용하니 (되도록 아이 자는 시간에만 하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엄마가 낮에도 들어갈 일 있으면 들어가는 등, 아이 앞에서 각종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보는 동영상에 길들여지고 있답니다. 이왕에 보여줄 거면 좀 유익한 학습 동영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영어나 한글 동영상을 보여주려고 하면 재미없다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나 캐릭터 동영상을 틀어달라고 조르지요. 요즘에 빠져있는건 레고랍니다.



보여주기는 보여주되, 그 횟수를 좀 한동안 제한하는 듯 했는데 요즘 들어 다시금 늘고 있어 걱정이었어요.

그러다 만나게 된 이 책, 굿바이 아이패드.

컴퓨터와 스마트 폰 등의 기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식 일상을 보내는 바람직한 엄마들 눈에는 정말 이렇게 심각한 집이 있어?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전 여기저기 쿡쿡 찔리는 심정으로 읽어갔지요.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아직 게임 삼매경에는 빠지지 않았으나 컴퓨터나 폰으로 동영상을 자주 보는게 걸렸구요 엄마인 저는 폰과 컴퓨터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게 마음에 걸렸지요.


그림을 보면 정말 충격적이예요.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핸드폰이나 컴퓨터, 아이패드 등으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어요. 심지어 기저귀 찬 어린아기까지도 실제 딸랑이 대신 딸랑이 소리가 나는 기기로 만족을 하고 있답니다. 이럴 수가.

할아버지가 보시는 전자책 단말기 세개에는 만권이나 되는 책이 담겨 있는데, 뒤 배경을 보면 책장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고 책이라고는 단 한권도 보이지 않아요. 아, 보이네요 책 보는데 필요한 스탠드와 몇권 안되는 책, 신문 등은 휴지통에 처박혀 있어요.

유튜브 동영상, 페이스북 친구들과의 끝없는 대화, 와이파이로 연결한 큼지막한 엘시디 화면으로 즐기는 고화질 텔레비전. 등등..

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인 할머니는 이메일과 트위터의 띠링, 딩동, 쉴 새 없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신물이 나버린 할머니는 가족들을 단절시키는 그 기기들을 모아모아 창 밖으로 모두 던져버리고 말았어요.



굿나잇 아이패드

굿나잇 게임

굿나잇 컴퓨터

굿나잇 전자책

굿나잇 트위터

굿나잇 아이돌 그룹

굿나잇 페이스북 친구

굿나잇 게임 캐릭터

굿나잇 엠피스리

굿나잇 엘시디 텔레비전 (헉!)

..이후로도

굿나잇 리모컨

굿나잇 디브이디

굿나잇 안드로이드

굿나잇 앱

굿나잇 아이패드

굿나잇 플러그

굿나잇 전원표시등



자, 이제 모두 잘 시간이야.

우와, 이렇게나 많았군요.

족.쇄.들.이..



아이보다도 컴퓨터와 스마트폰 의존도가 너무나 높은 엄마로써 더욱 반성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답니다.

아이는 이게 다 뭐지? 하고 봤을 것 같아요.

이 깊은 밤 잠을 못 자고 컴퓨터를 하고 있는 모습 자체도 바로 그런 모습이구요.

잠도 안 자고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아이 아빠 또한 컴퓨터를 무척 좋아하지만 저처럼 즐기지는 않아요.

아이가 폰을 만지고 컴을 보여달라 하는것도, 아이 양육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글을 읽고 자제시키려 하구요. 그런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대신 몸으로 놀아주고 책을 많이 읽어주고 다양하게 활동해야하는데 그걸 참 못하니 말입니다. 늘 반성만 하니 입으로만 반성한다고 흉보시는 분들도 있으실거예요. 오늘도 또 반성하네요. 하루종일 아이에게 미안했는데 그나마 자기전 아이 좋아하는 레고 집 한채 지어줬다며 위안 삼아도 될까요 거의 두시간 걸려 만들어줬거든요. 아이가 직접 만들면 더 좋을테지만 다 만들어진 집을 갖고 레고 인형들 가득 갖고 노는 모습도 즐거워보이더라구요.



내일은 책도 의도적으로 더 읽어주고 낮에 아이앞에서 컴퓨터를 켜거나 핸드폰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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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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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책이기에 읽고 싶었다.

<고백>이 처음 나왔을 무렵, 내 딸을 죽인 살인자가 이 반에 있다라는 끔찍한 멘트가 무서워서 차마 읽을 수가 없는 소설이었는데, 이후 그 소설이 엄청난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자, 도대체 어떻게 씌였길래? 하는 궁금증이 일었었다. <고백>과 <소녀>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으로 처음 읽어본 책은 <야행 관람차>였다. 그 후 읽게 된 나만의 두번째 미나토 가나에는 바로 최근에 나온 신작 왕복 서간이었다.

 

왕복서간은 말 그대로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주고 받는 편지의 왕래를 뜻한다. 우리나라식으로 다른 표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간문이라는 말은 있으니) 어쨌거나 왕복서간이라는 제목이 다소 생소하게는 느껴졌었다. 세 편의 중편 소설이 모두 왕복서간 형태로 씌여졌다. 또한 과거의 사건에 대해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독자로 하여금 진실에 다가가게 만든다는 것도 공통된사항이었다. 그러면서도 전혀 진부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게 역시 필력이 대단한 작가의 작품이어서일까?

 

<십년뒤의 졸업문집>은 어딘가 어긋난 것 같은 그 분위기에 미스터리 초짜라도 뭔가를 짐작하게 하는 불안함이 배어 있었다. 눈치빠른 분들은 미리 예상했겠지만 그런 불안함에도 그게 뭔지 몰라 허우적대고 있던 나는 갑자기 드러난 존재로 인해 살짝 닭살이 돋기도 했다.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 서간의 주요 내용이 물에 빠진 열살 제자와 수영을 못하는 남편 둘 중 하나만 구할 수 있는 여교사의 이야기라고 해서, 바보같이 언제 그 부분이 나오나 초조해하며 읽은 부분이기도 했다. 왜 중편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장편이라고 굳게 믿고 보고 있었던 걸까. 모두 다 서간문이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모두 다 과거의 일을 다루고 있는 줄은 더욱 몰랐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만큼 이 책에 대한 사전 정보를 거의 접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정말 빨리 다 읽어버렸다.

 

<이십년 뒤의 숙제>는 남편과 제자 중 하나만 선택해야했던 여교사의 20년전의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 중인 여교사를 대신해 그 당시 사건의 여섯명의 아이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여교사의 또다른 제자이자, 지금 본인도 교사가 되어 있는 오바 군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그래서 나라면? 을 먼저 생각하고 책을 읽게 되기도 하였다. 사실 조금 다른 경우긴 하지만 자신의 딸과 딸의 동급생 가운데 급박하게 구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어느 엄마가 아이들을 모두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사람들의 오해를 사고, 다른 아이들은 내버려둔채 자신의 딸만 구했다고 손가락질을 받은 영미권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바로 세이브 미라는 소설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참 가슴이 아파왔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교사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너무 잔인한 선택일 수 밖에 없었다. 내 남편, 내 아이만 구하자니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을 상황에 처할 수 있고, 무엇보다 어린 아이를 방치한다는게 자신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딜레마가 되었으리라. 세이브 미와는 비슷한듯 하면서 또다른 상황으로 글이 진행되었다. 당시의 여섯 아이들이 자라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부분들이 다 다르다는 것, 그리고 선생님이 느끼고 있는 부분과 아이들의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부분이 인상깊었다는 점 등이 왕복서간으로 인해 느끼게 된 독특한 묘미였다.

 

<십오년 뒤의 보충수업>은.. 아..그러고보니 십년,십오년, 이십년 이렇게 오랜 시간 전의 사건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학교를 배경으로 한 사건들인지라 졸업, 숙제, 보충 수업 등의 제목이 들어가는 점도 눈에 띄는 구나. 원하는 작품을 구상하고 나서 비슷한 방식으로 써나가면서도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되게 만들어낸다는 것, 그저 연필이 가는 대로 글 하나 쓰는 것조차 힘겨울 수 있는 보통의 나에게는 자유자재로 자신의 소설을 써내는 듯한 미나토 가나에가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물론 어느 책에 나왔듯, 어느 작가라도 글이 쉽게 쓰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대사가 있었지만 말이다. 첫 부분은 도대체 어떤 내용인가 싶게 몰두가 안되던 두 연인의 이야기에서 그들이 오해를 했던 부분이 슬며시 편지를 통해 풀리면서 다시 애정이 깊어지고, 또 그러면서 잊혀진 줄 알았던 서로의 기억을 다시금 되살리는 오래전 사건의 이야기.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나가다보면 마치 양파와도 같이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져 나와서 놀라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처음 읽어보기로는 사실 두번째 이야기보다 세번째 이야기가 더 재미는 있었으나, 억지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부분 기억 상실이 급작스레 되살아난다는 설정이 일일 연속극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었기때문이었다. 뭐, 그래도 질질 끄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왕복서간.

이제 남들이 다 읽어본 <고백>을 뒤늦게 시작해볼까 한다.

미나토 가나에의 책에 하나둘 이렇게 빠져봄도 나쁘지 않겠단 확신이 들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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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의 탄생 : 만3세 - 창의력을 키우는 미국식 유아 학습지 영재의 탄생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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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이지만 아직 만4세가 되지 않아서 만 3세로 할지 만 4세로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던 책이다. 하지만, 아이 연령에 맞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선택했던 만 3세용, 풀어보니 역시나 우리 아들에게 쉽다. 어려운 책에 도전해보는 것도 재미나겠지만, 쉬운 책을 조금 만만한 기분으로 풀어보는 것도 아이의 성취욕을 채워주기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선택하였다.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 나와 있으니 이 책을 다 풀면 그 다음 권으로 넘어가 사줄까 싶다.

창의력을 키우는 미국식 유아 학습지라고 해서 어떤 것일까 내심 많이 궁금하였다. 제목부터가 엄마들을 혹하게 하는 영재의 탄생이 아니던가. 처음 책을 보니 책이 꽤 크고 두꺼워서 과연 학습지가 맞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무게는 가벼워서 아이가 들기에 큰 부담이 없어 보여 좋았다.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집에만 있으니 (홈스쿨에 열성적인 집들과 달리 나는 거의 방임형이랄까.) 아이가 많이 심심해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사실 아이를 영재로 키우겠다, 아이의 수준을 테스트해보겠다 하는 심정보다는 아이가 재미나게 풀어볼 수 있는 뭔가 활용할 꺼리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두루두루 다양하게 눈길을 돌려보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전세계에서 350만부나 팔린 유아 학습지의 한국어판이 아이책으로 한국에서 유명한 삼성출판사에서 나왔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도 들었고, 미국에서 나온 책이라 혹시 영어 공부 위주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한국 실정에 맞게 살짝 개량되어 나온 부분도 있었다. 미국 chronicle books 사의 도서를 공식적으로 들여온 책이라는데 어쨌거나외국에서 나온 책이라는 부담없이 아이가 재미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책임에는 분명했다. 게다가 크로니클사라면 평소 영어 원서 중에서도 아이가 재미나게 즐길 책이 많이 나오던 출판사가 아니던가.

다양한 아이 학습지, 활용거리들이 난무하다 보니 어느 것을 어떻게 얼마나 접하게 해줘야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한권에 꽤 알차게 조목조목 분야를 나누어 실어놓았기에(창의, IQ, 언어,수학, 동물,색모양, 음식, 탈것, 사회성 등의 아홉가지 분야) 마치 초등학교때 전과를 보는 심정으로 아이의 다양한 면을 자극할 수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했다. 엄마가 홈스쿨을 제대로 해줘 본적도 없고, 하는 것이라곤 영어와 한글 교사수업만 있을뿐 예습 복습도 안해줘 늘 반성하는 엄마였는데, 뭔가 엄마표로 진행해볼까 하고 시도해보면 수업시간에 언성이 높아지는 엄마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예전에는 재미있어하던 것들마저 밀어내고 안하려 해서 엄마를 걱정시키던 아들이었다. 그러던 아들이 이 책은 처음부터 줄기차게 재미나게 풀어갔다. 쉬워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비슷한 내용으로 지루하게 이어지는게 아니라 재미나게 풀 수 있는 것들이 많아 그 다음장을 기대하게 만든게 아닌가 싶다.

아이가 다음에 또할래 하면서 열심히 풀어서 엄마도 신나던 영재의 탄생.

여태는 하루하루 아이와 시간 보내는 것에만 신경을 썼는데, 남들처럼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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