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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우 이야기 ㅣ 동화 보물창고 51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7월
평점 :

초등학교 입학 전의 기억이 많이 있진 않지만, 어렸을 적에 우리집에 있던 그림책 중에 기억나는 책들은 디즈니 명작 그림으로 된 동화책이었다. 그 중 앨리스, 백설공주, 신데렐라, 곰돌이 푸우 등등이 있었는데, 곰돌이 푸우의 그림으로 만나는 동화들은 그림책 특성상 글밥이 많지 않았음에도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그런 책이었다. 그리고 좀더 자라고 나서는 곰돌이 푸우에 나오는 각종 캐릭터들로 만든 여러 제품들에 친숙하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뽀로로, 로보카 폴리에 더욱 열광하지만, 엄마 어릴적에 익숙했던 캐릭터라 그런지 아이 매트를 사줄적에도 엄마 아빠는 푸우부터 먼저 골랐다. (매트를 여러 장 샀기에 이후에는 뽀로로도 결국 사게 되었지만)
곰돌이 푸우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아들의 곰인형과 아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쓴 동화라고 들은 작품으로는 내게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그렇게 자신의 아이에게 들려준 동화를 책으로 내었다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었지만, 곰돌이 푸우가 내게는 처음 그렇게 들은 동화였기에 더욱 인상깊게 각인되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유명한 디즈니 만화가 등장하지 않는, 원작을 번역한 동화이다. 그래서 다소 글밥은 좀 있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어릴적 봤던, 혹은 자라면서 봤던 일러스트 한 컷 한컷이 그대로 떠오르는 그런 내용이었다.
늘 궁금했던 것이 곰돌이 푸우는 왜 이름이 위니 더 푸우인가 였다.
영어 이름에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표현이 있는건가 싶었는데, 책을 쓴 저자 또한 어린 아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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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곰은 남자애 아니었니?"
"맞아요."
"그러면 위니라고 부르면 안되는거 아니야?"
"위니라고 안 불렀는데요."
"그렇지만 방금 그렇게 말해...."
"얘 이름은 위니 더 푸우예요. '더'가 들어가면 어떤 뜻으로 바뀌는지 모르세요?"
12p |
저자는 아들의 이말에 알았다 하고 바로 넘어가지요. 아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곰돌이의 이름이 이렇게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에 의해 지어진 것이었다.다섯살 우리 아들 또한 크리스토퍼 같을 때가 종종 있다. 자기 딴엔 꽤 논리적으로 대답하려 애쓰는데, 어른들이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문맥이 안 맞는다거나, 그러나 자기 말엔 맞다고 주장한다.) 말들이 있지만, 아이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알았다 하곤 했는데 위니 더 푸우라는 문법에 안 맞는 이름도 이렇게 해서 지어진 것이었다.
엄마 아빠가 직접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게 아이에게 워낙 좋다고 해서 베이비 스토리 텔링 같은 책들도 시중에 나올 정도인데, 진짜 이야기를 이렇게 만들어 들려주는 부모들의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사실 그 이야기는 우리가 들어도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읽으니 모르던 부분들을 (위니 더 푸우의 유례라던가, 곰돌이 푸우가 왜 푸우가 되었는지 저자가 추정하는 부분 등)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벌꿀을 따기 위해 크리스토퍼의 풍선을 빌려서 나무 위에 올라가, 자신이 먹구름인척 행세하는 푸우의 모습도 귀여웠고, 식탐이 많아 토끼네 집에 놀러가 잔뜩 배불리 토끼의 식량을 축내고서(원래는 대접받은건데 너무 많이 먹어서, 토끼도 살짝 싫은 눈치였다.) 밖으로 나오려다가 그만 문에 끼어버린 이야기도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게다가 축약된 동화로 보느라,제대로 몰랐던 표현들을 다시 읽는 그 느낌이란... 반가운 이야기를 더 재미나게 읽는 즐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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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푸우 너 입구에 끼인 거야?"
토끼가 물었어.
"아, 아냐."
푸우가 대수롭지 않은 듯 답했어.
"그냥 좀 쉬면서 혼자 노래도 하고, 생각도 하고 있는 중이야."
31p |
이요르, 피글렛 등 원조 캐릭터와 같은 익숙한 푸우 친구들의 이름도 반가웠다.
피글렛의 경우 당연히 돼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직장 다닐때 동료분이 아르마딜로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서, 그럴리가~ 했었는데, 역시 이 책에서 답을 얻었다.
그렇지만 만약 헤팔룸푸가 돼지랑 곰을 둘 다 매우 싫어하면 어쩌지? 66p (푸우와 함께 헤팔룸푸를 잡을 덫을 놓은 피글렛)
피글렛은 역시 아기돼지가 맞았다.
식탐이 만은 먹보 푸우 덕분에 재미난 사건이 참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숲에서 유일하게 글자를 쓸 줄 알고, 또 제일 똑똑한 크리스토퍼에게 푸우와 친구들은 많은 조언을 얻고 도움을 구한다. 자기 자신이 이렇게 주인공(물론 주인공은 푸우지만, 푸우를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귀여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등장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 살아움직이는 이야기를 듣는다는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곰돌이 푸우뿐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모두 아들이 갖고 놀던 인형들로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한다. 자그마치 80여년이나 된 이야기라는데, 여전히 귀엽고 엉뚱한 곰 푸우는 엄마 어릴적 향수와 더불어 우리 아이에게도 또다시 들려줄 멋진 모험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