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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이네 알뜰 밥상 - 가계부 걱정 없는
김용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6월
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책인 나물이네 레시피북이 새로 나왔다.
요리책 보기를 좋아해 (따라하기도 좋아하지만) 즐겨보고 있는데, 요리책 무한사랑의 시발점이자 내 신혼 1년간 우리집 밥상을 책임진건 단 한권의 요리책이었다. 바로 나물이님이 처음 낸 요리책,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나물이편)였다. 결혼 전에 나물이네 요리 사이트를 알게 되어 종종 들어가 눈요기도 하고, 결혼하면 이렇게 요리해봐야지 마음먹기도 하고 그랬다. 결혼전 말이 자취지 거의 매식 위주의 생활을 하다가 내가 차린 '제대로 된 밥상'으로는 처음으로 나물이네 요리책을 보고, 엄마 생신 밥상을 자취방에서 차려 드린 적이 있는데 (때마침 서울에 놀러오셔서) 얼마나 감격하셨던지.. 그도 그럴 수 밖에..할줄 아는 거라곤 라면이나 끓일 줄 알고, 김치찌개라고 끓인 것이 김치 몇점에 한강물 가득한 이상한 찌개를 끓여온 내가 아니었던가. 그러던 내가 먹음직해보이는 무쌈말이와 가지전에 싸먹는 불고기 등을 차려내니 놀라실수밖에.
상견례 자리에서 얼마나 걱정스러우셨으면 아버지께서 "우리 아이가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어 걱정입니다."라고 말씀하셨고, 어머님께서는 괜찮다고 시집가면 다 하게 되어있으니 걱정 마시라 하셨다. 정작 걱정의 대상이었던 나는 레시피북 하나만 믿고 걱정 않고 있었다. (신랑도 속으로는 걱정이었다는데 말이다.) 그렇게 주위의 우려 속에 시작한 나의 신혼생활. 초보 주부들이 부엌에 들어간지 제대로 된 요리를 먹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는 일이 다반사라는데, 다행히 낙지볶음 하나 하는데 서너시간 걸렸다는 신랑 친구네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솜씨로 음식을 내올 수 있었다. 결혼 후 1년 내내는 책 한권에 나온 요리를 거의 다 해볼 정도로 부엌 살림에 열성을 보였다. 요리사이트 들도 여기저기 많이 들어가고, 내가 만든 요리도 열심히 사진 찍어서 포스팅을 했다.(주로 싸이월드와 메뉴판 닷컴등에 올렸다.) 지금은 책과 서평을 사랑하지만 그때는 요리와 사진을 더 사랑했던 시간들이었다. (아마도 당장 밥이 나오지 않는 책보다, 신랑은 내가 주방을 사랑하던 시절을 더 그리워하는 듯 하다.)
먹고 싶은 요리를 찾다보면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만으로는 모자랄 수 밖에 없어서, 나물이네 밥상과 나물이네 밥상 2권까지 두권의 요리책을 더 샀고, 세 권으로 열심히 요리를 했다. 이후에도 많은 요리책을 보고 들이게 되었으나 여전히 손때가 가장 많이 묻는건 나물이 시리즈였다. 아마 신혼때의 열성으로 주방 살림에 매진했으면 지금쯤 나도 블로그에 요리 포스팅 위주로 올리는 요리전문 블로거가 되었을지모르겠다. 이후에 땡큐, 나물이네 매일 밥상, 뚝딱 나물이네 쉬운 집밥의 두권의 책이 더 나오고, 이번에 나물이네 알뜰 밥상까지, 나물이님 요리책은 총 6권이 나왔다. 그리고 놀라운 점. 늘 요리를 할때마다 집에 있는 요리책 어디에 필요한 레시피가 있는지 몰라 몇권을 꺼내놓고 한참 뒤적이곤 했는데, 나물이네 통합 인덱스가 이 책에 실려 있어서,필요한 요리를 ㄱㄴㄷ순으로 찾아서 하나의 인덱스로 여섯권 요리책의 요리를 찾아볼수있게 되었다. 이 인덱스가 가장 마음에 든다. 정말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그럼, 안 산 두권의 요리책을 더 사야겠구나. 뭐 그쯤이야.)
사설이 길었지만 내가 나물이네 요리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나같은 왕초보가 만들어도 맛있는 요리가 금새 만들어진다. 아무리 어려운 요리도 그의 레시피를 따라하면 쉽게 요리할 수 있고, 맛도 쉽게 낼 수 있다. 서울 요리들이 좀 단 맛이 많이 나 그런지 살짝 단 느낌도 있어서, 설탕 조절만 한다면 더 입맛에 잘 맞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내 입에는 잘 맞는데 단 맛을 싫어하는 신랑은 좀 덜 달기를 바라기에)
인터넷으로 이미 섭렵한 요리 사이트였지만, 결혼 선배였던 직장 선배님이 자기도 요리 초보였는데 "나물이네 요리책으로 요리하니, 뭐든 다 맛이 나더라."고 강추해주신 것이 요리의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한 몫했다. 이후 나보다 조금 더 늦게 결혼한 친구들이 내게 요리책 추천해달라 할적마다 강추해준 책이기도 했다. 그 추천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웃 블로거님들이 요리책 뭐가 좋냐 물어오신다.)
여러 요리책을 두루 보고 난 느낌은 화려한 요리가 아무리 많아도 내가 만들어봤을때 맛이 없으면 그 요리책은 다시 펼쳐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맛이 있다 느껴진 요리가 대부분이면 그 요리책은 나와 궁합이 잘 맞는 나만의 것이 된다. 새로운 요리에 자주 도전하게 되는 (그 요리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밑반찬류일지라도 처음 해보는 것은 맛이 어떨지, 요리를 실패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든다) 초보 주부로써 (한 10년은 그 초보 딱지 못 뗄것 같다.) 시간이 많이 걸리건 어쨌건 처음 따라해본 요리가 식구들 입맛에 잘 맞지 않으면 기껏 차려낸 밥상에 아쉬움이 들곤 하였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적은, 누가 해도 맛있는 그런 레시피의 새요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존에 다섯권의 요리책을 내서인지 새로운 요리를 찾기 위해 중국과 일본 등 세계 요리, 각 지역 향토요리 등에도 도전하고 탐구해본 흔적이 역력히 엿보이는 책이었다. 토마토를 넣어 만든 중국 요리 씨홍스지딴(토마토 달걀탕), 매콤한 사천 요리 산라탕, 충청도 향토 음식 왁저지(쇠고기 무-충청도 사람인 나도 처음 보는 요리), 각종 근채류와 닭고기를 넣어 만든 일본식 영양솥밥, 도리메시(닭뿌리솥밥) , 여주가 뭔지도 몰랐는데 처음 보는요리 여주볶음, 고야찬푸르 등이 그랬다. 이전의 책들에도 다양한 퓨전요리, 세계요리 등이 등장했지만 이번 책에도 흥미로운 별미요리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기존 책에 보였던 레시피들이 중복된 것도 보인다. 콩나물 팍팍 무쳤냐에서 따왔다는 나물이라는 별명을 만들게 해준 콩나물 무침과 콩나물밥, 예전 요리책들에서도 분명 만났을텐데, 이 책에서도 보였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요리나 재료의 응용 등이 돋보이는 새로운 메뉴들도 제법 많았다. 포장마차에서만 파는 줄 알았던 번데기탕, 제주도에서 즐겨 먹을 옥돔 미역국, 셀러리로 장아찌도 담그냐 셀러리 장아찌. 오가피 순나물, 창의적인 토마토 조기구이 등이 그랬다.
재료를 조금씩 달리하면서 새로운 요리가 되는 것들이 베테랑 주부들에게는 응용이 너무나 쉬운 일임에도 재료와 분량까지 그대로 레시피를 따라해야하는 초보주부들에게는 재료가 조금만 달라져도 새로운 레시피나 손질법이 필요하기도 하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 구미에 잘 맞는 나물이네 요리책.
한동안 주방 살림을 부실하게 해 별미도 이따금만 만들어주고,여름이라 입맛없는 신랑 (게다가 남들 휴가철인 더운 여름에 더 바쁘게 일해야하는 신랑)에게 맛있는 밥상을 많이 못 차려줘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나물이님 새 책으로 다시금 신혼때 밥상의 열기로 되돌아가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