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메이드 아이스바 - 색소 첨가물 없는
박지영 지음 / 청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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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 우리 아들,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이랍니다. 그동안은 나뚜루나 하겐다즈, 배스킨라빈스 등의 "떠먹는" 아이스크림만 사먹여봤구요. 집에서 엄마표로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준 적은 딱 한번이었어요. 아이스크림 제조기가 없다보니, 2시간마다 꺼내어 포크로 긁어주며 공기층을 형성해주는 과정이 참 번거로웠답니다. 아. 그러고보니 폴라포처럼 생긴 아이스크림 틀에 우유랑 과즙을 얼려 준적도 몇번 있긴 했네요.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것으로 먹여보기만 하고 아이스바, (우리가 하드라 부르는)는 사먹여 본적이 없었어요.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하루에 한번이 아닌, 이제는 하루에도 여러번씩 먹어서 걱정이었지요. 이왕 먹일거 첨가물 적게 들어가도록 집에서 해먹이면 좋겠는데,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따로 사기도 그렇고, 재료가 복잡한 것들은 요리만큼이나 번거롭게 느껴져서 해주고 싶다가도 귀찮아서 못해주는 일이 많았어요. 그냥 냉동고에 구비한 아이스크림을 떠주거나 짜먹는 요구르트 통째로 얼린것을 꺼내주거나 하였지요.

해먹이는데 관심은 많아서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레시피에 대한 책들도 몇권 갖고 있고, 아이 요리책에 따로 아이스크림 코너가 추가된 책도 몇권 갖고 있답니다. 볼 적에는 이렇게 해줘야지 하다가도 막상 당장 실행할 엄두를 못 냈는데, 홈메이드 아이스바 책은 아이스바 틀까지 같이 와서, 틀이 있으니 만들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재료도 복잡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집에 있는 재료들로 간단히 만들수 있는 것들이었구요.

아이스바 한번도 안 먹인 아들이라 어떨까 싶었는데, 요플레 얼린 것 잘 먹으니 잘 먹을 것 같기도 했어요.
아이가 바나나 우유는 잘 먹는데 그냥 흰우유는 잘 안먹고, 요플레도 달디단 과일 첨가된 것만 먹고 흰 요플레는 잘 먹지 않았어요. 블루베리와 호두 등도 입도 대지 않으려 했구요. 과일도 가리는게 많은 편이라 걱정이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아이스바로 만들어주니 너무너무 잘 먹네요.

아이스바 만들기의 가장 기초 재료로 아이스바 틀, 믹서기 등이 있으면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선물로 온 아이스바틀로는 친정에서 만들어 얼려주었고, 집에서도 해주려고 하나 더 마트에 가서 샀답니다. 스텐으로 된게 있으면 싶었는데 플라스틱으로 된 것만팔더라구요. 책에는 귀여운 모양의 다양한 틀들이 있었는데 마트에는 기본형만 팔아서 아쉽지만 그냥 사왔지요.

이런 것도 아이스바를 만들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었어요.
그중 인상깊었던 것은 오이와 레몬을 넣은 아이스바와 케일을 갈아넣은 아이스바였구요. 핫소스를 넣은 토마토 칠리바도 놀라웠어요. 칵테일로도 알려진 것을 얼리기만 한거라 하네요.

딸기가 제철인 봄에 넉넉하게 사다 얼려둔 냉동딸기가 있었고, 코스트코에서 사다 둔 냉동 블루베리가 있었어요. 아, 바나나도 얼려둔게 있었네요. 그냥 얼음 과일로 먹어도 맛있지만 아이 이 상할 염려도 있으니 책에 나온대로 아이스바를 만들어주었지요.
베이스가 다양한데 그냥 과일 채소만 갖고 만든 딱딱한 아이스바부터 우유나 두유가 베이스인 아이스바, 요거트나 생크림치즈가 들어가는 아이스바, 차로 만드는 아이스바와 믹스 아이스바까지 7단원으로 나뉜 아이스바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재료가 간단한게 좋아서, 딸기 요거트바에 가장 먼저 도전했지요. (사실 우유와 연유만 있어도 되는 우유 연유바도 있었는데 딸기를 먹이고 싶어서요.) 딸기, 요거트, 꿀만 있으면 준비 끝인데, 전 꿀 대신 아가베시럽을 넣었답니다. 딸기와 요거트를 갈아 섞은 것과 요거트만 있는 것, 이렇게 두개를 번갈아 틀에 부어서 마블링을 만들어 주는데 그냥 단조롭게 만들어주는것보다 훨씬 더 예쁘더라구요. 6시간 이상 얼리라 해서, 저녁에 처음 만들었기에 당장 먹고 싶어하는 아이를 달래서 그 다음날 주었답니다. 처음 맛보는 아이스바, 살짝 새콤하게 되었는데도 (아가베시럽을 적게 넣어서) 아이스바라 그런지 너무너무 잘 먹었어요. 한번에 두개 세개씩 먹더라구요. 넉넉하게 만들어서 폴라포 모양 아이스크림 틀에도 얼렸는데, 그것 역시 잘 먹구요.


친정에 가져간 딸기를 다 갈아먹었기에 새로 씻은 틀에는 그냥 요거트만 얼렸는데도 맛있더라구요. 요거트도 한동안 잘먹다가 요즘 뜸했었는데 아이스바 덕분에 정말 잘 먹였지요. 마트에서10개들이 요거트를 사면, 다 먹기전에 유효기간 임박하곤 했는데 아이스바만들면서는 그럴 걱정이 사라졌어요.


블루베리 밀크볼

집에 돌아와서도 해달라 졸라서 틀을 하나 더 사왔어요.
집에서는 우유와 블루베리, 아가베시럽과 레몬즙을 넣은 블루베리 밀크볼 레시피로 전 아이스바를 만들어줬네요.
블루베리 밀크볼은 블루베리가 통으로 들어가 모양을 내주는 건데, 아이가 블루베리나 검은 콩처럼 둥글게 생긴 것을 안 좋아해서 (포도는 또 잘 먹는데 신기하죠.) 전 아예 갈아서 포도쥬스 색을 낸 후에 얼려주었답니다.
저녁에 만들어 다음날 먹을 수 있으니 좋아요.
아이도 눈뜨자마자 아이스바를 찾더라구요. 이젠 냉동고 어느 칸에 있는지까지 알아서, 얼른 꺼내달라 졸라서 오늘도 두개를 뚝딱 먹었답니다.

금새 우유랑 요거트가 줄어드니 정말 기분 좋네요. 생과일이랑 흰우유 그냥 먹이는게 가장 좋겠지만 잘 안먹는 우리 아이같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특히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색다르게 집에서 직접 만들어줘도 좋을 것 같아요. 파는 아이스크림처럼 인공, 합성 색소가 들어가지도 않고 첨가물 걱정 안해도 되어 좋구요.

친정에서 갖고 온 골드키위랑 애플망고가 냉장고에서 천천히 숙성되어 가고 있는데(먹는 속도가 더뎌서) 아이스크림에 과감히 도전해볼까도 싶어요. 책에도 망고(비싸서 통조림 써서 만들기도 한다네요.)아이스바랑 키위 아이스바가 나오거든요. 아이가 좋아하는, 혹은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과일과 식재료를 써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스바. 집에 갖춘 재료로 만들어도 좋고,가끔은 코코넛밀크, 민트 시럽 등을 사서 색다른 아이스바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두부, 검은 콩 등으로 고소한 맛을 더한 아이스바도 눈에 띄었기에 호두와 콩 안먹는 우리 아들을 위해 호두 아이스바와 검은콩 두유바 등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랍니다. 아직 아이에게 초컬릿과 사탕을 먹이지 않아서 초코바에는 도전을 못해봤는데, 땅콩버터, 우유, 생크림, 다크 초컬릿을 섞어만드는 피넛 초코 아이스바도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저자님이 정말 좋아하는 조합이라 하네요. 엄마를위해서는 커피가 들어간 아이스바도 있었어요. 우유와 생크림, 연유에 진하게 우린 커피를 섞어 카푸치노바를 만들기도 하거든요. 아이스크림 제조기 사지 않고도 손쉽게 만들수있고 아이의 반응도 좋아서 진짜 유용한 책이었어요. 올여름 내내 정말 애용하게 생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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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소도시 여행 - 예술가들이 사랑한 마을을 걷다
박정은 글 사진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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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그림같은 골목이 나타난다. 흔히 산토리니가 연상되는 이런 곳이 스페인에도 있었나보다. 여름이라 그런지 표지의 청량한 느낌이 무척이나 시원하게 느껴졌다. 물론 스페인은 한낮의 햇볕이 너무나 뜨거워 시에스타를 실행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긴했지만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스페인에 대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유럽 전역을 모두 다 못 가봤음에도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프랑스였고 그 다음으로 다른 나라들을 꼽아보곤 했는데 스페인을 꼭 일정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스페인에 크게 매료되질 않았었다.

그.런.데. 스페인의 대도시도 아닌, 소도시를 발로 누빈 이 책 한권의 힘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 혹은 스페인만 돌아보더라도 좋으니 꼭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

어려서부터 꿈꿔온 배낭여행자의 꿈을 이룬 것도 모자라 어느덧 60개국을 여행한 여행작가가 되었고,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떠나볼까를 만들어 회원들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서를 펴내기도 하였다. 홈페이지 '쁘리띠의 배낭여행 플래닛, 떠나볼까'를 통해 국내외 여행과 맛집, 육아 등의 포스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을 동경하는 한 사람으로 그녀가 걸어온 길들이 참 부러워졌지만 (막상 내게 하라면 참 못할 것 같다. 그냥 부러워만 한다.), 딸아이 돌 지난 후 이 책 제의를 받고, 스페인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려다가 신랑이 갑자기 취직하는 바람에 돌쟁이 아기를 데리고 스페인으로 떠났다라는 머리글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아기엄마가 되다보니 막상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일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에 그녀의 과감한 결단, 어린 아기를 데리고 스페인까지 여행한다는 결심이 무모하면서도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진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다른 이의 도움을 얻은 것인지 아니면 현지의 어린이집등을 이용한 것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녀 혼자서 여행을 다닌 흔적들이 발견된다. 아이를 데리고 먼 거리를 걷고 하는 것이 힘들었을텐데.. 그냥 정말 호텔등에 부탁하고 다닌것일까? 아니면 친정 엄마와 같이 떠난 것일까. 아이 엄마의 오지랍으로 자꾸 걱정이 드는 마음이었다. 어쨌거나 우선 아기엄마라는데 공감하고 읽기 시작하는 나, 이젠 정말 아들을 떼어놓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마가 되었나보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스페인에 큰 매력을 못 느꼈다가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스페인어를 배우고 스페인 요리에 푹 빠져들어 스페인을 사랑하게 되었다하였다. 맛있는 요리, 나도 무척 좋아한다. 프랑스를 가고 싶은 이유, 또 도둑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맛있는 음식을 현지에 가서 먹어보고픈 욕심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라면 영국에는 크게 끌리지 않는달까)

그런데 스페인의 요리에 그녀가 아주 매료될 정도라니, 빠에야 정도밖에 생각 안나는 스페인의 별미가 무엇이길래? 하는 호기심도 일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소개해준 곳은 테루엘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14세기 이야기이고, 그와 흡사한 테루엘의 연인 이야기가 있는데 13세기의 이야기라 하였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 디에고가 부잣집의 딸 이사벨을 사랑했으나 이사벨 부친의 반대로 결혼을 못하였다. 디에고는 5년 후 부자가 되어 돌아오면 이사벨과 결혼을 시켜달라 하고 무어인과의 전투에 참여해 큰 돈을 벌었다. 그 사이 이사벨 아버지는 딸의 결혼을 종용했으나 이사벨은 5년을 모두 채워 기다렸고, 그 이후에도 소식이 없자, 하는 수 없이 아버지의 뜻대로 결혼식을 올렸다. 하필 결혼식이 열리는 날, 디에고가 돌아왔고, 비극의 사랑의 주인공인 디에고가 이사벨에게 다시 사랑을 간청하였으나 이사벨은 이미 결혼한 몸이라며 디에고의 사랑을 거절하였다. 곧바로 디에고는 자살을 하고, 디에고의 관 옆에서 이사벨도 자결하고 말았다. 이들의 미라와 관이 발견되어 안치된 곳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테루엘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비스켓에 올려 먹는 하몽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정열의 나라라 그런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물론 천재 건축학자인 가우디처럼 독실한 종교인으로 검소하게 살다가 그만 불우한 사고를 당하고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방치로 아쉽게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지만(가우디의 천재적인 작품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사진으로 보니 그 웅장함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사랑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나만 늘 늦게 아는 사실일 수도 있다.)

저자가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이야기라 칭하였고, 한국의 주부들이 들으면, 다들 어디 잘사나 두고 봐라. 욕을 할 불륜 연애사의 주인공이 바로 살바도르 달리와 갈라의 이야기였다. 존경하는 분의 아내와 눈이 맞아, 여인은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달리는 친구를 버리고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다. 대부분 불행하게 끝나는 이야기일텐데 그 둘은 죽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지냈다 한다. 마치 한몸처럼.

어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달리가 10살 위의 갈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피게레스의 달리 박물관에는 온통 갈라를 상징하는 작품들이 가득하다 하였다. 카다케스의 달리의 집은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무척 이상하지만, 재미나게는 느껴지는 (그러나 초현실주의자인 달리의 눈에는 평범했을) 그런 집이었다 하였다. 사랑하는 사이였으면서도 왜 따로 살았는지는 의아스럽지만, 사랑하는 여인 갈라를 위해 푸볼의 성을 사들여 달리의 사랑을 담아 개조하였다 한다. 사랑이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면서도 시간이 좀 어긋나 만나게 되면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단 생각이 들었다. (세 곳을 모두 다 돌아보기에는 거리가 떨어져있어 많이 불편해보였는데 그럼에도 세 곳을 모두 돌아본 저자가 부러워졌다. )



예술가들이 극찬한 하늘의 도시, 론다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협곡을 내려다보는 다리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릴 일이겠지만 사진으로 보기에도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직접 가본 사람들은 어떤 심경일까 싶었다. 릴케와 헤밍웨이가 극찬했다는 론다를, 저자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나는 아름다운 정원을 찾아 세상을 헤멨다. 그러다 마침내 발견한 곳이 바로 론다의 하늘 정원이다. " 163p

여행을 많이 다녀서인지 자료 조사를 많이 한 까닭인지 여행에세이에서 듣고 싶은 관련된 일화와 대표 음식의 유래 등까지 빼곡하게 들을 수 있었고, 숙소와 맛집 등에 대해서도 그녀가 직접 다녀온 정보를 바탕으로 솔직한 견해를 전해들을 수 있어 여행에세이이자 가이드북으로 참고하기 좋을 책이었다. 먼저 읽어본 분들이 이 책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라 이야기한 것을 뒤늦게 공감할 수 있었다. 표지만 매력적인 책이 아니었구나.



스페인의 아름다운 절경 등을 한컷 한컷의 사진으로만 감상하지 않고 하나하나 돌아볼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 갑자기 신랑이, 나중에 세계일주의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 말하던데, 두루두루 도는 것보다 스페인만 돌아봐도 행복하겠다 답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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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븐 - 에드가 앨런 포 단편집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0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심은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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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읽었던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는 어린 내게 섬뜩한 공포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고양이를 사랑했던 사람의 미친 광기로 동물에 대한 학대가 너무나 끔찍하게 자행되었단 생각이 듦과 동시에 결국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이후에 저지른 만행은 꿈에 나올까 무서운 그런 한 컷이 되고 만 것이었다. 한동안 그 장면이 머릿속에 너무나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 이전의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공포와 달리 맨 마지막 컷의 강렬한 씬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과도 같이 머릿속에 새겨져있었달까.) 마치 영화로 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지 않았나? 아니 내 상상뿐이었을까? 하도 많은 생각을 하다보니 (또 오랜 시간이 흐르다보니)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였다.

동명의 영화 < 더 레이븐> 개봉을 앞두고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집 <더 레이븐>이 조명을 받기 시작해 영화를 보기 전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는데 에드가 앨런 포의 공포, 추리, 환상으로 분류된 14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었다.

'공포'에 담긴 검은 고양이, 아몬틸라도 술통, 절름발이 개구리,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등은 단편소설이 주는 짧고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런 소설들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상황 속으로 이끌고 들어가는 것, 그 불안한 공포와 스릴을 독자들이 만끽하게 만들어주었다.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의 추리소설의 효시가 될 작품인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을 쓴 추리소설계의 선구자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추리소설계의 대부격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그의 작품을 공포물인 검은 고양이 외에는 강하게 기억하지 못했던 고로 이번에 읽은 더 레이븐을 통해 1800년대에 쓰인 추리소설들을 접할 수 있었다.

1841년에 쓰인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은 '나'와 '뒤팽'이 처음 만나 해결한 사건이었다.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을 보는 듯한 이 설정을 에드가 앨런 포가 처음으로 썼던 것이었다. 그것도 추리소설로 분류할 장르를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말이다. 이후 거의 200여년 가까이 발전되어온 추리소설들을 생각해보면, 최초의 작품이라는 데 의의를 둘 뿐 재미는 없다거나 너무 진부하다 라고 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트릭이 심하지 않아 쉽게 해결된다는 단점은 있어도 당시에 이런 상상을 해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모르그가 살인사건에서는 보도 듣도 못한 잔인한 수법으로 살해당한 모녀의 시체, 딸의 시체를 굴뚝속에 처박혀있었고 엄마는 목이 떨어진 상태로 온몸이 난자되어 있었다. 게다가 비명소리에 뛰쳐올라온 사람들의 귀에 맹렬히 다투는 듯한 색다른 거친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 말로도 통역되지 않을, 외국인의 목소리로 말이다.) 이 소름끼치는 사건에 대해 언론과 경찰에서는 분분한 추리를 하고 의견을 내놓았지만, 뒤팽만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모르그가 살인사건의 후속편이라 할 마리 로제 수수께끼 편에서 뒤팽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만일 이성이란 것이 진실을 찾아 나서려면 상투적이고 진부한 것에서 한 걸음 떨어진 특별한 것을 근거로 해야한다고. 이번 사건도 진짜 문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 일어난 적이 없는 무엇이 일어났는가'여야 하는 거지. 레스파네 부인 집을 수색했을 때도 G의 부하들은 눈에 보이는 그 비정상성을 놓쳐 버리고 어이없이 물러나지 않았나. 이번 향수 가게 아가씨의 경우도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 평범한 것이라서 절망을 느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경찰청 사람들은 그저 '좋았어. 문제없어'하고 있지 않나. 172.173P

환상 장르의 소설들 역시 공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환상이라기보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공포와 맞물려 일어나게 된것, 마치 어릴적 봤던 환상특급의 한장면 같기도 하고, 혹은 얼마전 봤던 영화 블랙스완(에드가 앨런 포의 <윌리엄 윌슨>)의 충격을 되살려주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난 거꾸로가 되어버렸다. 시간 순서면에서는 에드가 앨런포의 소설들이 더 먼저였으니 이후 작품과 영화들이 그의 작품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면 받았을텐데, 포의 소설을 뒤늦게 읽다보니 거꾸로 끼워맞추는 형식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어셔가의 몰락은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내 귀에도 흔히 들리는 그런 제목이었다.
에드가 앨런 포를 검색하면 그의 주요 저서로 어셔가의 몰락이 적혀있을 정도였다.
이 작품도 어려서 읽었으면 아주 온몸에 신경이 곤두섰을 그런 작품이었다.
1839년에 발표되고 이듬해에 괴기담에 수록된 소설이었다는데 이번에 더 레이븐에서 한번에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한 에드가 앨런 포의 생애는 짧지만 불운하고 가난했던 삶을 살았다. 그의 인생 이야기가 문학 전반에 담겨 이렇게 우울한 공포를 빚어내게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이번에 그 모든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익숙한 이름의 작가에 대해, 제대로 단편집조차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고 그의 생애에 대해서도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다는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의외로 귀에 익은 작가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았다. 어릴적의 나는 그냥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주의였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작가를 보고 작품을 고르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아서, 이미 귀에 많이 익은 작가와 작품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양 착각이 들어 읽기를 미루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

어려서 부모님을 일찍 잃고, 양부모의 손에서 자랐으나 대학 학비도 제대로 송금받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아야했다. 약혼녀의 아버지의 거절로 결혼도 무산이 되었고, 나중에 14살밖에 안된 사촌여동생과 결혼하였으나 결국 페렴으로 앓다가 먼저 세상을 떠나보내야했다. 가난이라는 장벽 앞에 사랑하는 사람 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그 마음이 얼마나 절절했을까.
에드가 앨런 포의 천재성을 생각해보자면 그의 불우한 생애가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첫 사랑이 미망인이 되었단 소식을 접하고 그녀와 뒤늦게 결혼식을 하기로 하고, 그는 과음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포의 생애가 좀더 길었더라면 더 멋진 작품들을 많이 만났을수 있었을텐데.. 남들이 미처 걷지 않은 장르 문학이라는 길을 열어준 포에게 안타까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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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 요리킹 : 김치찌개 편 -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 찾아낸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김치찌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팀 엮음 / 토트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직장다니며 혼자 자취생활을 할 적에 텅 빈 집으로 퇴근하면서 다른 집에서 풍겨오는 김치찌개 냄새를 맡을때처럼 집이 그리운 적이 없었다. 어쩔땐 눈물까지도 찔끔 나게 하는 그런 냄새가 바로 김치찌개 냄새였다. 대학 4년과 직장생활 6년을 서울에서 생활하다보니 외식을 좋아하는 내가 드디어 집밥, 엄마표 김치찌개를 눈물나게 그리워하는 그런 날이 온 것이었다. 대학때도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날은 사서라도 먹고 했지만 엄마가 해주시는 것만큼 맛있다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결혼 후 다른 요리들을 하려면 요리책부터 찾느라 바쁜데 그나마 요리책 없이 금새 만들어내는 것이 김치찌개였다. 멸치육수와 참치를 넣고 끓이는 김치찌개는 정말 뚝딱 끓이면서도 맛이 괜찮아 나도 좋아하는 메뉴였다. 아기는 아직 김치를 못 먹어서 두 식구 먹는 밥상인데다가 집에서 먹는 날이 많지 않아서 금새 김치가 시어버렸기에 신김치를 많이 소비할 김치찌개를 더 애용했던 까닭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위염이 생겨서 신 것을 먹기 싫어하는 신랑이 김치찌개도 피하게 되어서 요즘에는 김치찌개를 많이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친정에 가면 엄마표 김치찌개 먹는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김치찌개 외에 다른 반찬을 더 자주 해주셔서 막상 김치찌개를 잘 먹지 못하고 지내는 요즘이다.

 

스타킹은 가끔 재미나게 보곤 했는데 요리킹이 진행된것은 미처 몰랐다.

책을 좋아하면서 티브이를 좀 멀리하게 되서이기도 했지만, 요리 경연대회라 재미났을 것 같았다. 예전에 이경규의 꼬꼬면이 나왔던 라면 경연대회 프로그램도 한참 재미나지 않았던가. 스타킹 요리킹은 연예인들보다 실제 숨은 고수, 혹은 요리 파워블로거 등이 다수 참여한 실전 요리대회여서 더욱 맛 면에서 보장하는 대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전 정범균이 티브이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봤는데, 엄마가 요리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바로 그 등갈비 김치찌개는, 티브이 방송분에서 본인도 처음 본 메뉴였다 하였는데 그게 바로 이 내용이었구나 싶었다. 책에서는 아들이 집에서 늘 먹던 맛이라고 표현이 되어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처음 먹어보는 엄마표 신메뉴 개발이었던 것. 그 프로에 출연했던 다른 이들이 정말 맛있었다 강추하는 말을 들으니 등갈비 김치찌개 도대체 어떤 맛일지 꼭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김치명인 강순의님의 김치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종부이자 김치 명인인 그 분 또한 대회 본선에 올라 작품을 선보이셨다. 돼지고기와 고추씨를 넣은게 특징인 김치찌개였다.

 

 

1등은 어릴적 아버지가 먹고 남긴 김치찌개 맛을 잊지 못해 전국 김치찌개식당을 돌며 맛을 보고, 옛 어머니의 손맛을 되살리려 노력한 김기홍, 김정훈 부자의 김치찌개가 차지하였다. 양지육수와 콩나물육수, 그리고 밝히지 않은 비밀 육수를 넣어 만든다 하였는데 비밀 육수가 뭘지 궁금해졌다. 노력이 들어간 김치찌개는 어디에서건 빛을 발휘한다.

 

다양한 퓨전 김치찌개들도 실험작으로 많이 소개되었다.

막걸리를 넣은 김치찌개, 단무지를 넣은 김치찌개, 심지어 인삼을 넣은 김치찌개도 있었다.  샤브샤브나 보쌈으로 즐기는 김치찌개가 있는가하면 라자냐 김치찌개, 김치비스큐 수프, 피자 김치찌개, 포도 김치찌개 등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임꺽정 김치찌개 대표가 만든 피자 김치찌개는 티브이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가게에서도 판매중이고, 자녀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피자 김치찌개, 요리에 치즈 들어가는 걸 질겁하는 우리 신랑은 안 좋아하겠지만 혼자서라도 꼭 해먹고 싶은 메뉴가 아닐 수 없었다.

 

기본 김치찌개서부터 다양한 김치찌개 응용편까지 숨은 고수들의 맛과 솜씨를 배울 수 있는 내용을 레시피로 배울 수 있어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레시피보다 사연이 주가 되고, 스타킹 내용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부분은 요리책에 있어 흥미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스타킹보다 김치찌개 레시피가 궁금했던 내게, (게다가 늘 초보라 자부하는 나이기에) 몇몇 레시피는 재료 분량도 기재되지 않고, 그냥 두루뭉술하게 재료만 나열되어 있어 아쉬움을 더해주었다. 또 많은 부분 비밀 육수라며 비법을 고수하는 레시피가 많아서, 과연 비밀 육수가 빠진 맛을 독자들이 흉내낼수 있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김치찌개를 이렇게도 응용해볼수있다 정도를 참고한다면 모를까,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만들 레시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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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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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읽을때 늘 1권부터 읽기 시작해서 중간부터 읽게 되면 앞권을 읽을 때 살짝 힘이 빠지곤 했다. 결말은 늘 끝에 있는 것이라 믿었고 결말을 알고 이전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좀 무의미하다고 편견을 가져왔기때문이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품이 거의 작년 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든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 작품이 그냥 단행본이 아니라, 타우누스 시리즈의 일부, 그것도 1권이 아닌 4권이었음을 뒤늦게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에서 나온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발행된 것이 아니라, 가장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먼저 발행을 하고, 이후의 작품들을 하나 둘 씩 출간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그 유명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소장만 했을뿐 여태 못 읽어봤다. 내가 읽어본 타우누스 시리즈 작품은 바람을 뿌리는 자 한권이었다. 그 책이 5권이었기에 가장 마지막 권, 최신간을 읽었으니 이전의 백설공주를 읽는데 힘이 빠질 거라 착각했는데, 첫권이 오히려 더 늦게 출간되어 이번에 읽게 된것이 바로 사랑받지 못한 여자였다. 피아 형사와 보덴하우스의 활약을 읽게 되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권 말이다. 바람을 뿌리는 자에서는 이미 상처의 아픔을 갖고 있는 보덴슈타인 형사가 1권에서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를 둔 형사로 소개되었다.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임을 처음 깨달았다. 아예 출간 순서가 뒤바뀌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 까닭으로 남들 다 읽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4권)과 너무 친한 친구들(2권)을 1권과 5권을 먼저 읽은 후지만, 이후에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0대 후반의 남매를 둔 보덴슈타인 반장은 아내 코지마와 20년이 넘도록 행복한 연애감정을 유지한채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육아와 직장생활로는 힘들었지만 아내 직업의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아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도 몰랐다. 또다른 주인공인 38세의 피아 형사는 16년간의 결혼생활을 접고, 혼자만의 자유로운 생활로 되돌아와 다시 형사로 복직을 한 상태였다. 그렇게 만나게 된 두 사람이 일요일에 청렴하기로 유명한 하르덴바흐 부장검사의 시체와 꽤 어여쁜 젊은 여인의 시체를 각각 발견하게 되었다. 부장검사의 사인은 자살로 짐작이 되어 다른 부서에서 맡게 되었고,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담당하게 된 것은 신발 한짝을 잃어버린 젊은 여인의 시체였다.

 

젊은 여인의 이름은 이자벨 케르스트너로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사인은 바비튜레이트에 의한 약물 투여가 주된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녀의 주변인물 중 바비튜레이트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수의사 남편인 케르스트너와 약사 오빠인 헬프리히였다.

살해범을 밝히기 위해 주변을 계속 탐문하다 보니 이자벨의 평판은 가히 바닥 수준의 것이었다. 이미 남편과는 사실상 별거 상태였고, 사치가 너무나 심하고 외도 또한 도를 넘어설 정도라 주위의 평판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죽음 앞에서 주변 사람들을 하나둘 밝혀내는 과정에 의심이 갈 만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대부분 너무나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순수하고 성실한 수의사를 파탄내 버리고 무시한 데 대한 단순한 보복이라 보기에는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갔다.

이자벨이 기수로 일했던 승마장의 대부분의 남자들 또한 그녀와 관련이 있었다. 한때 벤처시장의 슈팅스타라 할 최고의 주식왕에 등극하기도 한 야고팜의 사장 야고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를 자랑하는 되링통운의 대표 되링, 승마장의 교관 캄프만이 승마장을 통해 그녀와 관련을 맺게 된 사람들이었고, 그녀의 남편과 그 친구들 또한 남편을 철저히 망가뜨린 이자벨을 무척이나 싫어하여 용의선상에 놓여 있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도저히 풀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막힌 사건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나갔다.

연결이 될 것 같지 않았던 사건들이 하나둘 관련 고리를 맺어가며 하나로 엮이는 과정은 넬레 노이하우스 만의 서사기법이 아닌가 싶었다.

자연스러움. 그리고 빠른 몰입.

제목과 표지 설명은 오히려 사건을 추론하는데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왜? 누가? 하는 생각을 하려면 우선 제목에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별개의 문제라는것이 아니라, 괜스레 엉뚱한 사람을 오해하게 만들수도 있기때문이다.)

 

재미나게 읽었던 사랑받지 못한 여자.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첫 등장에서부터 앞으로 등장할 사람들의 요소요소 배치됨을 재미나게 읽으며 어떻게 풀어나가질지 기대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소설의 전개에도 커플의 꼬인 듯한 사랑의 전개가 영향을 미치지만, 앞으로의 소설 등에서 지금은 싱글인, 혹은 커플이더라도 변화가 있을 이들의 이야기가 색다르게 전개되기에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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