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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김여진 지음 / 클 / 2012년 5월
평점 :
작년 한해 인터넷 뉴스에서 김여진씨가 화제로 등장하는 뉴스들을 제목으로나마 꽤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탤런트이자 영화배우인 그녀의 본업, 화제작이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게 아니라 홍대 환경미화원, 한진 중공업 김진숙님의 크레인 사건 등에 관련되어 김여진님이 계속 주목을 받았다. 블로거로 활동 중이기는 하나 내 인터넷 활동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시간이 적다는게 아니라 관심사가 오로지 책 등에 집중이 되었다는 뜻이다.) 트위터 등은 거의 해보지를 않아서 그녀의 활동을 제대로 알지를 못했었다. 다만, 인터넷 뉴스 제목에 하도 자주 올라, 도대체 무슨 일이지? 평범한 연예인들과 달리 의식있는 연예인이긴 한데, 왜 그녀는 울고 웃으며 김진숙 위원을 끌어안고 있는 걸까? 도대체 무얼까. 짧은 뉴스 등으로 판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궁금증을 안고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연애.
제목은 연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만 담은 말랑말랑한 이야기만 담긴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만나고 느꼈던 그 모든 사람들에 대한 것들, 그녀는 자신이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연애라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풀어내었다.
마치 나같은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답을 들려줘야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처럼 처음부터 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안타깝다 느끼지만 실제 발벗고 나서기는 힘든,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 그들 편에 서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한다는게 참 쉽지 않았을텐데 김여진과 그의 트윗 친구들, 날라리 외부세력은 홍대 환경미화원 어머니들의 문제를 이슈화하였고, 크레인 고공농성으로 거의 생사의 갈림길에 썬 김진숙 위원을 무사히 내려오게 만드는데 공헌하기도 하였다.
대학생이 되어 운동권이 되면 정말 큰일나는줄 알던 나였다. 학원 선생님조차 자신도 대학 내내 운동에 매진했지만, 너희들은 절대 그러지말라고 신신당부하였고, 내가 고3직후 입학하였던 대학이 운동권으로 유명했던 대학인지라 뭐든 한가지에 쉽게 빠져드는 날 유독 걱정하셨다. 그러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범생이였기에 절대로 그 근처에도 가보지 않으리라 몸을 사렸던 나였다. 그에 비해 남자가 유독 많은 과였음에도 몇 안되는 여자애 중 하나였던 친구 하나는 과대표로 나서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신문에 한참 실렸던 그 연세대 감금사건의 현장에 일주일인지 며칠인지를 갇혀 있기도 했다고 들었다. 1학기만에 휴학을 하고 내려왔던 나는 그 이야기를 나중에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듣고 깜짝놀라기도 하였다.
소심한 나였기에 사회문제를 제대로 쳐다보고, 나를 희생할 자신이 없었기에 김여진님의 책을 펼쳐보는게 미안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나서서 앞서서 몸을 사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따위 잊어버리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걱정도 되고,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렇다. 지금은 덜하지만 우리의 과거가 너무나 무서웠기에..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진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학생운동이라는데 너무 심한 겁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 다닐때에도 운동권이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드럽게 응할 수 있는 여성의 힘으로 행동하는 편이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지각 있이 모인 것만도 감사한 사람들에게 훈계를 하려하고, 운동권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바른 말도 무척 잘할것 같은 그녀. 역시 대하기 어렵긴 하였다. 그래도 책이니까. 그녀의 글이니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앞에 섰더라면 웬지 무사안일한 내 태도가 다 지적을 받을 것 같아 쭈볏거려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 식으로 날라리 외부세력 식으로 그들은 부드럽게 해결해나가려하였고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철옹성들이 열렸고, 그녀는 트윗으로 유명한 소셜테이너가 되었다.
김여진 하면 내가 처음 기억하는 영화가 바로 처녀들의 저녁식사였다. 그녀의 첫 영화 데뷔작이라고 하였다.
순이로 분한 그녀의 알몸 수영씬 등이 영화 개봉 전부터 이슈화되고 뉴스에 미리 스포가 되기도 하여서, 사람들의 관심을 위해 신인배우를 벗기고 내세우는 것이 씁쓸하기는 하였지만, 친구들과 궁금증에서 보러 간 영화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갓난아기를 데리고 홀로 영화를 보러 온 아저씨가 있어서 아기가 응애응애 울어서 얼른 데리고 나갔던 영화라는 점이었다. 아니, 왜 아기를 데리고 어른 영화를 보러 왔을까 그땐 그런 생각을 하던 대학생이었다.
김여진님의 배우 생활 시작은 뮤지컬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뮤지컬을 보러 온 감독이 주고 간 영화 대본을 보고 오디션을 보고 순이 역에 발탁이 되었다. 대배우 강수연을 만나고 그녀의 첫 영화배우 생활이 시작되었건만, 기자가 미리 터뜨려버린 노출 사진으로 그녀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영화를 찍는 내내 감독님의 노출 요구에도 부정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였다. 여자라면 당연한 고민을 그녀는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기억하는 또다른 영화 박하사탕 이야기도 있었다.
분명 그녀가 나오고, 그녀가 여우 조연상을 탄 영화였는데 이창동감독님의 후속 영화 오아시스에는 문소리와 설경구만 불려가게 되어 그녀는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한다. 그냥 그렇게 배우이기전에 한 사람으로써 솔직한 그녀의 심경이 담겨 있었다. 문소리가 너무나 연기를 잘해서 질투가 나지만 표현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감독님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일이 되니 그래도 서운함이 있을 수 밖에 없었음을.. 그녀의 입장에서 전해들을수 있었다.
8년만에 얻은 그녀의 소중한 아기. 선배 탤런트 박지영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남편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는 연애라는 제목의 이 책 한권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한번 잡고 나니 그대로 책장을 다 덮을때까지 읽어버리게 만드는 글재주가 부러운.
예쁜 외모만으로 연명하는 연기가 아닌, 그녀의 지각이 담긴 연기를 더욱 믿게 만드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