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인형 스케치북 진선아이 스케치북 시리즈
제시 엑켈 지음 / 진선아이 / 2012년 7월
절판


어렸을 적에 엄마가 너무나 좋아했던 종이인형.

그때는 몇십원짜리 종이인형을 한장 사다가 열심히 오려서 만들곤 했는데, 한 인형당 옷이 많지 않아서 늘 아쉬움을 느끼곤 하였다.

요즘에는 아이들 문구사에 가보지 않아서 종이인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나무에 자석으로 된 인형 옷입히기 세트가 코스트코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인형 옷입히기는 여전히 인기있구나를 실감하였었다.

그리고, 얼마전 소녀의 패션스케치북의 다양한 그림과 인형들이, 종이인형을 만들어 놀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들었었는데, 아예 진선아이에서 종이인형 책이 나와 더욱 큰 기쁨을 주었다.

이건 아우트라인은 그려져있고, 색칠이나 디자인 등은 추가로 아이가 직접 만들어 넣을 수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인형과 인형 옷인 것이다.

공주님을 키우면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을텐데 아들만 하나 두고 있다보니 집안은 온통 바퀴달린 자동차로 가득하고, 레고로 발디딜틈 없는 거실 공간을 보며 한숨만 나오곤 하였다. 아빠는 레고로도 잘 놀아주지만, 사실 엄마는 레고로는 조립은 해주어도 도둑 경찰놀이나 뭐 이런게 영 재미가 없어서 말이다. 이 책이 엄마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건만, 아들은 처음에는 보는둥 마는둥 하였었다.



그러다가 아이 공부하는 튼튼영어에서 인형 옷 오려 입히기가 본문에 등장하자, 뒷장에 본문이 나와 있어서 오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오리자고 졸라대었다. 마침 이 책이 생각나서, 이 책은 마음껏 색칠하고 오려도 되는데, 튼튼 영어는 뒤에 글씨가 씌어 있어서 오리면 책이 망가진다고 달래보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

화려한 드레스 이런 것보다, 고양이 옷, 의사, 간호사 가운 등 남자아이들도 흥미를 보일 만한 옷부터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색칠보다 그림그리기를, 그리고 오리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바로 오리기부터 하자 하길래, 우선 색칠부터 하자고 하였다.

집에 물감처럼 사용하는 색연필이 있어서, 색연필로 대강 칠한후 물칠을 살짝 해주니, 물감과 색연필 느낌이 부드럽게 섞여 재미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사인펜으로도 색칠해보고, 가장 흔히 사용하는 크레용으로도 색칠해보았다.

넓은 면적에 어울리는 크레용과 좁은 면적에 어울리는 사인펜의 차이를 아이가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려나? 따로 일러주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이제 만 네살을 향해 가는 다섯살 우리 아들, 색칠하기에는 아직 큰 흥미가 없는지 조금 색칠하다가 우르르~ 칠해버리고, 얼른 오리기부터 하려고 하는 등 조급함을 보였다. 하지만, 오리고 나서 흥미를 잃을 줄 알았는데, 웬걸, 엄마가 한번 옷입히는 시범을 보여주니 이내 다른 옷도 오려서 만들자면서 열을 올리며 재미나게 오리고, 옷을 입히고 즐거워하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형은 미아와 체리라는 두 여자친구이다. 책 표지의 딱딱한 도화지로 인형이 앞 뒤 날개에 하나씩 그려져있어 오려서 사용하게 되어있고, 안쪽 좀더 얇지만, 일반 종이보다는 두꺼운 종이에 옷과 장신구, 신발 등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앞뒤면이 다른 그림이라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고, 앞뒤 그림 또한 일치하지만, 한쪽에만 디자인을 넣어서 뒤 그림과 양면으로 새로이 활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아이디어였다.

두 인형의 옷 또한 교환할수 있다. 인형의 신체동작이 같아서 (종이인형을 오려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동작이 다르면, 다른 인형의 옷을 입힐 수가 없다.) 얼마든지 호환할 수 있으니 안 그래도 많은 인형들의 옷과 소품이 둘이서 나눠 쓰니 더욱 풍성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양면 활용이라면 그 두배 수라고 할 수 있겠다.)


좀더 나이가 있는 여아들처럼 알록달록 예쁜 인형옷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아들의 손길로 다듬어진 옷을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오려서 인형에게 입히고 노니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한두개 오리고 말줄 알았는데 아들이, 좀더를 자꾸 외쳐서, 고양이의상, 의사, 간호사,의상, 슈퍼 걸 의상, 여름철 바캉스 패션, 드레스, 빨강 망토 패션 등 다양한 의상들을 오리고 활용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았던 것 같다. 그러고서도 할머니댁 가는 데도, 지퍼백에 (책에 인형 옷 옷장만들기도 있었는데, 아직 만들기 전이어서 쉽게 지퍼백을 활용했다.) 인형과 옷을 담아서 갖고 가 놀겠다면서 챙겨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르는 바람에 할머니댁에 인형을 두고 왔다면서, 잠투정을 겸해서 인형 갖고 오라고 떼 쓰는 바람에 잠깐 난감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인형 옷 입히기를 즐거워했다는 사실. 의외의 성과였다.

남아들도 재미나하는구나.

하기사, 소꿉놀이도 정말 재미나게 잘 노는 거 보면 인형 옷 입히기라고 크게 다를까 싶었다.

남아가 이 정도로 좋아한다면 여자아이들은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안 그래도 분홍색 매니아라 분홍공주님 친구 딸, 분홍 표지의 이 책을 보면 열심히 색칠하고 꾸민 후에 오려서 자기만의 인형을 만들어 갖고 놀지 않을까 싶다. 친구들 딸을 위해 이 책을 주문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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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스킨케어 마법 비누.화장품.팩 만들기 - 효과만점 레서피로 소문난 신정은의
신정은 지음 / 애플비 / 2012년 6월
품절


비누 화장품 만들기를 배워본 적은 없는데 주위에서는 꽤나 많이들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접 만든 비누와 목욕용품들을 선물받은 적이 꽤 많았고,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민감한 아기 피부를 위한 자외선 차단제 등을 만들어 파는 주부 블로거의 제품이 인기가 높다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늘 화장품이나 비누는 시판 제품을 사 쓰던 내게는 별천지같은 이야기들이었다. 민감한 아기 피부를 위해 덜 자극적인 제품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 검색을 하고, 피부 트러블이라도 나면 바로 다른 제품으로 바꾸고, 신경을 써왔던가. 우리나라 제품도 아니라서 가격도 꽤나 비쌌지만 아이 피부를 생각하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비싼 제품을 써왔다.

내 피부 역시 마찬가지다. 고등학교때까지 나지 않던 여드름이 대학교때 나는 바람에 오히려 더 고생을 심하게 하였다. 화장품도 아무거나 쓰지 못하고, 조금만 자극적인 것을 써도 피부가 따끔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화장을 거의 하지 않지만, 예전에 화장에 열을 올릴 때에는 각종 화장품 리뷰서부터 시작해, 약국 화장품, 외국 인기 브랜드 화장품, 우리나라 고급 한방 화장품 등에 두루두루 관심을 보이며 욕심을 내기도 하였는데, 믿기 힘든 기사들이 간혹 보이기도 하였다. 고가의 화장품과 저가 화장품 사이의 품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대개는 마케팅 비용 차이거나 광고 비용의 차이이다 등의 내용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자외선을 차단하고 노화를 예방하려 하는게 저가나 큰 차이가 없다니 믿기가 힘들었다.

이 책은 미국 유학 시절, 고가의 화장품으로 오히려 피부가 더욱 트러블이 생기고 어떤 것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할 정도로 피부가 민감해져 버린 저자가 지인이 만들어준 천연 화장품과 비누로 큰 효과를 보고 천연 화장품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계기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수제 비누 등에 도전하고, 간단한 화장품 만들기 등을 하고 있지만 이 책에는 그보다 좀더 다양하고 많은 레시피를 얻을 수 있었다. 저자와 다른 연구원들이 같이 연구한 천연 스킨케어 레시피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자신의 피부에 맞는 맞춤 화장품, 비누를 만들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것이었다.

나처럼 완전 초보도 시작할 수 있고, 실제 수제 비누 만들기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좀더 체계적인 정보를 얻어 손쉽게 재도전해볼수 있을 것이다. 제빵 요리 레시피 북처럼 시크릿 솔루션도 레시피 밑에 소개되어 있었고 실패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담은 질의응답도 담겨 있어서 내 제조법에 뭐가 문제가 있을까를 짚어보기에도 좋을 책이었다.



제빵도 그렇겠지만, 화장품, 비누를 만들때 처음 해보는 유화라는 작업이 제대로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초보자이기에 하기 쉬운 많은 실수들이 있겠지만, 처음에는 실수하면서 시작하는 것이니 용기를 갖고 재도전하면서 점차 나아지는 실력을 갖게 되길 권하고 있다. 또 천연 화장품을 써본 적이 없지만, 일반 화장품에 비해 인공향이 아닌 진짜 향이 나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일반 화장품보다 확실히 두껍게 발릴 수도 있다고 하였다. 천연이라고 해서 재료가 다 거부반응 없이 잘 맞는게 아니라 나와 잘 맞지 않는 재료가 있을수도 있고 식재료의 원산지와 유효기간이 중요하듯이 화장품 재료 또한 안전성을 검증받은 제품을, 책에 표기된만큼 적합하게 넣기를 권하고 있었다.



수제 비누만 써보고 화장품은 만들어써본적이 없었는데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천연성분이라 발림성부터 시작해 뭐든 다 좋을 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두껍게 발려져서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향에 적응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처음에는 그래서 저농도부터 시작해 조금씩 적응 단계를 갖기를 권하고 있다.

주부, 아가씨 등을 위한 각종 기능성 화장품들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원하는 화장품이 있으면 그 재료를 넣어 신경써서 자신만의 화장품을 만들면 된다. 보습성분이 뛰어나기로 소문한 일본의 유노하나를 넣은 바디 클렌저를 만들 수 있고, 알로에 베라겔을 넣어 울트라 수분 스킨을 만들수도 있다.

비싸기로 소문났지만, 주름이 가장 쉽게 생겨 포기하기 어려운 아이크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 오히려 값비싼 고가의 아이크림에는 들어있지 않을 좋은 성분들을 착한 가격으로 적은 양씩 조합해 원할때마다 아이크림을 만들어 쓸 수있으니 피부 보약이 따로 없을 것이다.

보습의 여왕인 햄프시드 오일, 모로코의 귀한 아르간 오일, 바티만 나무 씨벅턴의 시너지로 수분과 영양을 집중 공급한다는 레시피였다.

아토피가 있거나 민감한 피부를 가진 아기를 둔 엄마들에게도 희소식이 있다. 임산부를 위한 제품까지도 말이다.

아무거나 사용할 수 없는 소중한 내 아기의 피부를 위해 유기농 베이비오일, 베이비로션, 크림까지 만들어보고, 기저귀 발진 크림, 베이비 트러블 보습 젤, 유기농 아기 물티슈와 아기 젖병 세제와 아기옷 전용 물비누까지 아기용품에 대한 두루두루 관심을 가질만한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었다.



아이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아토피를 위한 화장품도 눈에 띄었다. 오가닉 멀티미스트, 아토피 베러 크림과 아토피 안심밤 등이 그것이었는데 다행히 우리 아들은 아토피로 고생하지 않았지만 많은 아이가 아토피로 너무 심각한 고생을 한다 들었는데 그럴때 천연 제품이야 말로 아이의 피부 진정을 위해서라도 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재료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방법만 익히면 가계에도 큰 도움이 될 레시피들이 아니었나 싶다.

수제 화장품과 비누 만드는 것을 취미로 익혀두면, 주위 사람들에게 정성스러우면서 인상 깊은 선물을 보내기에도 도움이 될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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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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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7월이니 올해의 절반 밖에 오지 않은 셈인데, 올해의 최고의 책으로 제노사이드를 꼽고 싶다.

아마, 남은 기간 동안 읽게 될 무수한 책들 가운데서도 제노사이드를 능가할 재미난 책은 만나기 힘들거라는 가정에서이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며 마음 먹게 된 것은 작가의 이름때문이었다. 다카노 가즈아키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제 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13계단이라는 작품에 대해 재미나다는 평이 무척이나 많았다. 일본 작가들의 미스터리 장르 소설들을 재미나게 읽고 있던 터라, 이 책의 장르와 내용 등에 대해서 미리 관심을 갖지 않고, 저자의 이름만으로 선택을 해도 후회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기대했던것 이상의 성과(재미)를 거두었다.

 

한때 로빈쿡의 의학 소설들을 무척 심취해 읽었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역시 재미나게 읽었었다. 로빈 쿡의 경우 의학 석사여서,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뛰어날 수 밖에 없었고, 지식과 더불어 책에 녹여낸 서술이 재미날 수 밖에 없었지만, 다카노 가즈아키는 의학이나 약학 전공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만난 약학 전공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이런 소설을 써냈다는 게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제노사이드. 대학살이라는 의미.

인간의 대학살에 대해 끔찍한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믿기기 힘든 이야기들.

그 속에는 관동 대지진때의 일본인의 무차별적이고, 너무나 비인간적인 조선인 대 학살 이야기에서부터 미국의 이라크 파병 이후 일어난 살상,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비인간적인 학살과 식인, 끔찍한 강간 등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이 땅 다른 곳에서 분명 일어나고 있는, 문명화된 인간들이 일으키고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 말이다.

 

용병인 조너선 호크 예거는 폐포상피세포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들의 목숨을 구할 방법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생명 연장을 하기 위해 드는 엄청난 비용 감수를 위해 위험한 일이라도 도전할 수 밖에 없었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러 가야한다는 것, 콩고의 피그미 족 한 마을 사람들을 전부 몰살하고 그들과 함께 있는 미국인 학자까지도 죽여야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특히, 정체불명의 물체는 반드시 사살하고 시체를 회수해오라는 명까지 덧붙여 말이다.

 

지구상 또다른 곳, 일본에서는 바이러스 학자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에게 큰 애정을 못 느꼈던 약학대학원생 겐토가 죽은 아버지로부터 이상한 메일을 받았다. 부자지간에만 알 수 있는 책에 아버지가 숨겨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었다. 겐토는 이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켜지지 않는 이상한 검은 노트북과 커다란 노트북, 그리고 아버지에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하던 곳에서 낯선 이들의 추적을 피해 신약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정훈이라는 한국인 유학생의 도움을 받아 풀리지않는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관동 대지진, 유력한 조력자로써의 정훈의 도움 등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드문 일본인 작가를 만났음을 알게 하였다. 극우파가 많은 일본내에서는 불편한 시각도 있었겠지만 한국인으로써이 책을 접할 때에는 조상의 잘못을 시인하고 부끄러워할 줄 알며 그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조선인을 멸시하는 할아버지와 큰 아버지 등과는 달리 겐토와 그의 아버지가 순수한 마음으로 한국인의 능력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는 '화해'의 이미지마저 엿볼 수 있어 즐거웠다. 일본 책이 재미나다고 해도 여전히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그런 마음까지 깨트려주는 책이었다니 의외의 놀라움을 주는 책이었다.

 

어쨌거나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사이에는 페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 사람은 그 병을 앓는 아이를 둔 아버지이고, 또 한 사람은 이유를 모르는 채 그 병의 치료제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초반부터 등장한 미국의 대통령 번즈는 그들을 강력하게 위협하는 그런 세력이 되어버렸다. 다른 이름으로 개명되어 등장했지만 그들이 얼마나 뻔뻔한지 세계 최고의 강자가 되기 위해 위협이 되는 세력은 아주 간단히 제거해버릴 수 있는 도덕성 불감증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느 쪽에게는 충분히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었다.

 

인류 멸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소행성 충돌, 핵전쟁, 바이러스.. 이 책에는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새로운 위협이 등장한다.

위협이 될지,아니면 좀더 지켜봐야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다만 그 존재에 대해 미리부터 짐작하고 판단해낼 수 있었다는, 그 판단에  너무나 부합하는 존재가 드러나, 인간의 능력 그 이상의,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인다는 설정은 무시무시하기도 하였다.

 

인간은, 인간의 능력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과신하는 듯 하다.

그보다 우월한 존재의 가능성은 믿으려하지않고, 게다가 자신의 인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더욱 파격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저 작가의 상상력의 발로라고만 보기에는 정말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이기에, 이런 가능성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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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도시락 - 유치원 소풍 현장학습 가족 나들이를 더욱 행복하게 해줄
박종임 지음 / 지훈 / 2012년 7월
품절


이 책은 다섯살 난 우리 아들 연령대에 딱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도시락을 싸서 아이와 소풍가는 일을 가장 해보고 싶었다는 저자는 아이가 네살되던 해에 처음으로 그 소원을 이루었다 하였다.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참으로 멋있는 소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에 비해 이 책의 도시락은 유아에게 더욱 초점이 잘 맞는 레시피북이 아니었나 싶다. 좀더 큰 아이들 입맛이라면 더 맵고, 간이 강하게 요리할 것 같은데 이 책에는 아기자기하게 아이 입에 쏙 들어갈만한 요리들이 많이 실려 유아를 둔 엄마로써 더욱 관심있게 읽게 되었다.

아직 아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아서 도시락을 쌀 일은 거의 없었는데 가끔 아이와 외출을 한다거나 소풍 비슷하게 나들이를 갈일이 생겨서, 아이 밥을 간단히 도시락처럼 챙기곤 하였는데, 간단한 주먹밥 등만 쌓다보니 이렇게 저자처럼 예쁘고 맛도 좋게 도시락을 싸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사실 굳이 외출을 하지 않더라도 집에서도 맛있는 도시락으로 기분내기를 한다면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싶었다. 매일매일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써줘야하는 엄마임에도 내가 너무 소홀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즘은 반성되는 밥상을 차려주고 있었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아기 도시락들을 보고 나니 우리 아들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더 맛도 있어 보이는 법인데, 우리 아이도 이렇게 차려주면, 엄마가 억지로 먹으라 안해도 너무나 잘 먹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 미안한 마음에 당장 도시락을 만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소풍을 간단히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 도시락 싸는 법에 들어가기 앞서서,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과일잼 만들기 3종 레시피서부터 예쁘게 도시락 담는 순서도 소개가 된다. 도시락 소품과 엄마들도 궁금할 레시피 재료들, 그리고 주먹밥도 8종으로 다양하게 색내는 비법과 양념 주먹밥 레시피 6가지까지.. 기본만 알아도 도시락 싸는게 훨씬 수월해지는 것들이 두루두루 소개되었다.

큰 아이들에 비해, 아직 어린 유아는 입도 작고 한번 먹는 양이 그래서 작을 수 밖에 없다.

우리집에도 주먹밥 틀이 있는데 아이에게는 너무 커서, 몇번을 쪼개 먹어야하기에 결국은 그 틀을 잘 쓰지 않게 되고, 작고 동그랗게 빚어 만드는 주먹밥이 훨씬 유용하곤 하였다. 주로 멸치나 김가루 등을 넣어 주먹밥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 작은 주먹밥도 이리 다양할 수 있음을 알고 놀랐다.

다진 소고기와 양파 등을 안에 넣고 가지로 돌돌 말아 가지 소고기 롤을 만들고, 커다란 김밥 하나를 입에 다 넣기 어려운 꼬마 친구들을 위해 하나에 재료 한가지씩 넣는 한입 쏙쏙 꼬마 김밥을 만들어 색도 좋고, 먹기도 편한 김밥을 만들기도 한다.꼬마 김밥에 들어가는 소도 날치알 김치서부터 돈까스, 두부, 버섯, 베이컨 그린빈까지 정말 다양하다. 블로그를 운영중인 분이시던데, 아마 이 분 블로그에서 기존에 이미 많은 정보를 접하신 엄마들도 많겠다 싶었다.

도시락에 덮밥이나 비빔밥 등으로 맛과 재미까지 더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추장이 아닌 양념 간장을 넣고 비벼먹는 감자, 애호박, 표고, 당근을 이용한 비빔밥(아, 마침 우리집에 다 있는 재료니 내일 메뉴는 이걸로 해야겠구나.), 연어, 오리훈제, 꼬맹이 차슈 등을 이용한 색다른 덮밥, 새우를 튀기지 않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유자청과 케첩 등으로 조려 만든 유자청 케첩 새우 덮밥까지.. 다양한 레시피를 보고 있자니 엄마 입에도 살짝 군침이 돌았다.

주먹밥 하나로 밋밋할 수 있는 식단에 맛과 영양을 더하기 위해 레몬 간장 치킨 강정, 미니미트볼 브로콜리 꼬치, 닭고기 견과 완자 등이 따로 더해지기도 한다. 떡볶이나 흰살 생선 치즈 미니전 등이 더해지기도 한다.

샌드위치와 크리스마스 특별 도시락 등도 소개되고, 아이 생일파티 한상, 가족이 함께 하는 피크닉 등 다양한 주제로 여러 레시피가 소개되어 어쩌다 한두번 쌀 도시락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아이 일상 반찬으로도, 혹은 가벼운 나들이를 더욱 잦게 만들어줄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북이 되었다.



만들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생각했던 바베큐 립도 아이용으로 딱 세 조각만 만드니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다. 아이를 위한 요리가 그리 어렵지 않음을, 엄마가 조금 부지런만 떨면 충분히 책을 보고 여러 요리에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우선 당장 내일부터 맛있는 아이 반찬에 신경쓰고 주말에는 아이 아빠와 아이와 공원에 나가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싸볼까 한다.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가는 것은 즐거운데 늘 사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도시락을 싸가면 아이도 즐겁고 엄마 아빠도 안심이 되는 그런 즐거운 소풍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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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톰 체셔 지음, 유지현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휴가 계획을 짤때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여행 경비 문제다. 호텔비 못지않게 경비가 많이 드는 부분이 해외인경우, 비행기표 값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노선부터 시작해 해외로 나아가는 저가 항공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아직 이용해보지는 못했지만 그 놀라운 가격에 입이 벌어지기는 부지기수였다.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가까운 편인 필리핀의 경우에는 세부 퍼시픽이라는 필리핀 저가 항공기를 이용하면 부담없이 갈 수 있어 그런지 일찌감치들 세부퍼시픽을 특가에 예매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휴가를 언제든, 갈수있는 사람이라면 일년에 몇차례씩 있을 항공사 특가를 노려 여행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작년엔가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우리나라 저가 항공사 중에서 제주도를 임시 특가로 만원에 갈수있다는 (유류, 항공세 제외) 기사를 본 적도 있었다. 사실 그런 말에 혹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톰 체셔는 20년간 더 타임즈의 여행기자로 활동중인 저널리스트이다. 그 덕분에 80여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고 천번이 넘는 여행을 다니다보니, 나중에는 갈 곳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을게다. 그런 그가 독특한 발상으로 신선한 여행에 도전하였다. 저가항공기를 이용해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첫 여행을 하게된 곳은 폴란드의 슈체친으로 900마일에 걸친 왕복여행을 1페니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다녀오게되었다. 1페니라.. 거기에 텍스를 더하면 24.63파운드, 거의 텍스 값만 드는 격이었다. 우리나라 1만원 제주도 여행보다 더 놀라운, 영국에서 폴란드로의 여행 1페니 여행.

 

사실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여행기 역시 좋아하지만, 사진이 풍성해야 그 곳을 대리경험한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그러기에 처음 이 책을 펼쳐들고는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음에, (책의 두께는 상당히 두꺼운데) 참으로 실망을 하기도 하였다. 단,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전까지, 펼쳐보기만 하였을때의 일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그저 단순 여행기라 하기에는 그의 출중한 글 솜씨가 뒷받침되어 그런지 다양한 일화 등에 재미나하며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을 관광객이면서 저널리스트이기까지 한 그가 찾아다니다보니 그 도시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으로 시청 등에 연락을 하면 시장과 면담이 잡히기도 하고, 경찰서장의 안내 하에 마을을 둘러보기도 한다. 호텔에서는 직원을 직접 붙여주어 "밤 문화"를 안내해주라는 친절한 서비스까지 해주기도 한다. 좀 지나친 특혜일 수 있단 생각도 들었으나 그만큼 자기 지역 발전에 관심을 두고 싶은 사람들의 시골 사람과도 같은 순수함이라 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에서 도시로 많은 젊은이들이 유입되어서 시골이 많이 노동력이 부족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듯이, 유럽에서는 영국 등의 잘 사는 나라로 가서 일을 하려는 동유럽의 젊은이들이 많아서, 정작 도시에 남아있는 사람들조차, 불안함에 떨며 언제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그 이야기를 신랑에게 하니, 그렇게 폴란드 등에서 들어온 노동인구가 늘어나 영국 젊은이들이 자경단까지 조직해 그들을 테러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 등에서 들어온 해외 노동인구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자리 시장이 좁아져 그들에게 냉대를 하기도 한단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구나 싶었다.

 

저렴한 여행이지만, 안타깝다고도 할 현실까지 같이 알게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가하면 그런 서구유럽의 여행객들을 반기지 않는 도시도 있었다.

저자가 최악의 여행지로 꼽은 브루노였다. 체코 제2의 도시인 브루노에서는 택시 기사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가이드조차 그에게 소리를 빽빽 지르고,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 타지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불신만 드러낸채 홀대할뿐이었다. 심지어 그가 돈을 내고 이용하는 호텔과 레스토랑의 직원들조차, 얼마나 불친절한지. 아, 불친절한 곳은 여행하고 싶지 않아진다.

 

2006년에 씌여졌다는 이 여행기는 그때와 지금은 좀 달라진 여행 실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호텔 이름에서부터 그가 먹은 루블라냐의 말고기 버거와도 같은 요리들이 등장해 궁금증을 더해주기도 한다. 읽을때는 편안히 재미난 이야기처럼 읽고,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아 이런 곳도 괜찮겠구나 하며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았다.

 

유럽, 얼마나 싸게 갈 수 있을까? 라는 원제가 천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바뀌어버렸다. 어느 쪽도 나쁘지 않다. 천번이라는 말도 인상 깊고, 수상한이라는 말은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원제 또한 유럽여행은 비싸다라는 (물론 런던부터 시작한 유럽여행은 우리나라에서부터 유럽까지 가기 위한 비용을 생각하면 훨씬 싸게 먹힐 수 밖에 없는 거겠지만) 저가여행도 충분히 재미나고 신선할 수 있음을 자신이 직접 체험해 이야기를 들려준 고로 재미난 여행 참고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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