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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정
조너선 프랜즌 지음,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반부는 좀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중반부터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미국의 일반 가정이 이런 모습일까. 어쩌면 현대 우리네 모습과도 닮아 있는 듯한 그런 모습이 엿보여 놀라고 말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작품을 너무나 사랑했다는데..정작 나는 가슴이 갑갑해오고 아파옴만 느낄 수 있었다.
독불장군으로만 살아온 아버지 앨프레드는 파킨슨 병을 앓고 있다. 그의 아내 이니드는 우유부단하면서 남편의 뜻을 크게 거스르지 못한채 평생을 살아왔다. 부부의 세 자녀인 개리, 드니즈, 칩은 처음에 겉보기로는 성공한듯한 인생으로 보였으나 이내 속속들이 곪아있는 듯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꽤나 두꺼운 책이었기에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쩌면 놓친 부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의 부모가 갑갑해 보이기는 할지언정 그렇게까지 자식들이 외면하고 벗어나려한 모습일까 싶은 면도 있었다. 특히나 엄마를 불쌍해할지언정 아버지에 대해서는 원망이 많았던 아들들과, 그에 반해 아버지를 사랑했던 딸 드니즈. 아무튼 아버지 앨프레드가 끝까지 자식들의 조언에 귀기울이지 않고,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혼자서만 독불장군으로 고집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원인이 아버지에게 있는 양 서술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였다. 자식들이 어려서의 영향이 쭉 이어져와, 현재의 삶을 불행하게 살고 있는 것은 가족 모두를 위해서도 안쓰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며느리의 입장임에도 사실 개리네 가족 이야기는 가장 불편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칩의 타락해가는 과정이나 드니즈의 놀라운 변신 등에는 아예 공감이 가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고부간의 갈등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에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였으나 캐롤라인의 이기적인 거짓말과 이간질은 정말 정도를 벗어난 것이었기에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착한 아들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했던 개리는 가정을 이루고 나서는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지나치게 애써야하는 슬픈 가장이 되었다. 아내는 세 아이들 중 두 아이를 철저하게 자기 편으로 만들어 남편을 조종하고, 바깥일로도 이미 충분히 지치고 돌아온 그가 집에서 아주 당연하게 저녁을 차리고, 치우기까지 하며, 아내가 차려주는 식탁은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것은 (나 역시도 살림을 잘하지는 못하였지만 제 3자의 시각으로 ) 부당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아내의 태도, 모든 것이 시어머니의 잘못이라고 거짓말로 몰아붙이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남자 개리를 못견디게 힘들게 할 부분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시댁에서 보내지 않기 위해 밖에서 다친 몸을 어머니의 전화 때문에 다쳤다 하질 않나. 남편이 뭐라 말만 해도, 우울증이라며 몰아세우고,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일을 조종하고, 아버지를 신용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마저 아버지가 우울증이니 잘해드리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 결국 남편을 무릎꿇게 만들었다. 적어도 이 책에서 그는 아내를 저버리지 못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모를 욕보이고 놀리기까지 하는 아내를 용인해가면서) 사랑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 나는 며느리의 입장임에도 캐롤라인에게 절대 공감할 수 없는 것일까. 오히려 내가 신랑에게 못 해주었던 모든 것들이 다시금 눈에 띄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너무나 우울한 이야기들만 가득해 읽는 내내 가라앉는다는 이야길 접하기도 하였다. 이 작가분의 책은 처음 읽었지만 정말 내용 자체는 휙휙 잘 넘어가는 그런 내용이었다. 쉽게 흥분하게도 만드는, 나의 상황이 아님에도, 어쩐지 작가의 생각대로 너무나 내가 잘 이끌려 다닌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그런 필력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인생이 이렇게 어두운 면만 있는건 아니지 않을까.하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