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스케치 노트 스케치 노트
아가트 아베르만스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진선아트북 / 2012년 7월
품절


미술 전공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많고, 또 좋아하는 편이어서, 늘 스케치나 그림그리기에 관한 책 등이 나오면 눈여겨보게되곤 하였다. 이 책도 그런 관심사의 대상으로 펼쳐들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꽤 얻을 지식이 다양해 드물게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난 느낌이었다.



사실 식물 스케치라고 해서, 약용 식물학이나 본초학 등이 먼저 떠올랐는데 아니나다를까, 의학, 식물학 등에서의 학술 목적의 그림으로 시작된 것이 식물 스케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간추린 역사가 처음에 소개되어 예술작품보다는 식물 세밀화가 대부분 학술 목적으로 많이 그려졌음을 소개해주었다.



관심은 많으나 본격적으로 꼼꼼히 미술을 배워 본적이 드물어서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에 들게 완성시키지 못하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늘 자리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 크레파스 등으로 그림을 그릴 때에는 원하는 대로 상상하고, 색칠하는데 무리가 없었으나, 물감을 이용해 그리기 시작하면서 물감의 번짐, 마른 후의 색상 등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해서 과감한 붓 터치를 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그림을 그릴때와 다 그리고 마르고 난 후의 상태가 일치하지 않아 늘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그림을 완성해야하는 아쉬움을 안고 있었다.

친구들 중에서 과감히 색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워낙에 출중한 미술적 감각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재능을 제대로 잘 살릴 수 있게 미술지도도 받아서, 그 친구의 수채화 솜씨는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미술학원을 다닌 친구들의 색채 감각이 대부분 비슷하다면, 그 친구는 보라색과 남색을 주로 활용해 점묘법으로 터치하는 방식이 다른 누구와도 다른 독자적인 색상으로 눈에 확 띄는 자기만의 색감을 확실히 굳힌 친구라 늘 부러워하곤 하였다. 마르고 난 후의 색상을 예상할 수 있다면 나도 좀 과감히 색칠할 수 있었을텐데..그게 늘 아쉬웠다.



그렇다고 물을 적게 사용하는 유화나 파스텔 등 다른 재료를 쓰는 그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되도록 맑고 투명한 수채화, 세밀하게 스케치하고, 맑고 투명한 색상으로 가득 채운 그런 그림을 무척 좋아했는데, 이 책을 보니 잘 그리고 싶었던 그 어린 시절의 순간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주었다.



좋아는 했지만 더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은 나와 달리, 대학에 들어와서도 꾸준히 자기의 꿈을 실현해나가는 친구들이 있어 부러웠다.

사실 이 책은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그런 그림 설명서이기도 하다.

식물을 대상으로 하여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자세히 관찰하고 스케치한후 빛을 조절하여 물감의 그라데이션을 활용해 색칠하는 것까지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는데, 그 기본을 익힌다면 굳이 식물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어떤 것도 자신있게 그릴 수 있는 기본기를 익히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잠깐 미술부 활동을 했을 적에도 펜 등으로 꽃을 세밀화를 그리는 과제가 주어졌고, 문화센터에서 그림을 배웠다는 친구도 꽃그림 그리기를 배워와 보여준 기억이 있었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이 학술 목적이 아니더라도 미술의 기본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게 된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여러분이 보고 관찰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썼다. 대상을 이해하고 있을때에만 그것을 종이에 제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자기 나름의 관찰방식을 훈련해야 한다. 12p



무턱대로 세밀하게만 따라그리려니 큰 축을 잡지 못하고, 꽃잎부터 그리기 시작한다거나 상대적인 크기 조절에 실패하는 등의 실수를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꽃을 기본 대상으로 설명할 경우에도 기본적인 도형 등으로 단순화 한후 중심축을 먼저 생각해 그리고, 그 주위의 원근감 등을 고려하여 응용해 그려나가는 방법을 따라하다보니, 무턱대고 그리는 그림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우면서도 그럴듯한 그림이 쉽게 그려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채화 그릴때 난항을 겪게 하였던 바림을 넣는 법에 대해서도 연습법과 일반적인 방법을 소개해준것이 눈여겨볼만하였다.

마스킹 액을 이용한 후 지워내는 법을 통해 흰색 부분에 색이 뭍지 않게 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세밀화를 스케치하고 색칠하는 법이라 완성된 그림은 참 멋있지만, 초보자가 보기에는 처음에 따라하기에 결코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방법을 확실히 익히고, 가르쳐주면, 무턱대고 그리는 솜씨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체계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게 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책속의 세밀화처럼 멋진 그림을 그려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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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순수할거라 믿을 어린 아이들이 이토록 잔인하고, 짐승같은 면이 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슬프게 다가왔다.

 

여관을 경영하고 있는 집안의 장남인 이쓰오, 마을에서는 잘날 것도 없고, 외모도 평범하고 모든 것이 평범한 그런 아이였다.

이쓰오네 마을로 전학 온 아쓰코, 이혼한 엄마는 술집에 나가 늦게 들어오고, 돌때부터 세살이 될때까지 어린 나이의 여동생을 돌보는 몫은 늘 아쓰코의 몫이었다. 사춘기 소녀에게는 가족을 돌봐야한다는 부담만도 컸을텐데, 학교에서는 그녀를 약자로 보고, 무조건 괴롭히는 부잣집 딸이 주동한 집단 괴롭힘이 심각할 지경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피해자와 가해자만 알고 있는 괴롭힘, 이대로 그들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평범함이 싫은 이쓰오와 잔인한 현실을 벗어나고 잊고싶은 아쓰코, 두 아이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

 

다양한 수상경력이 돋보이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이어서 기대감이 컸지만, 대단한 반전과 스릴을 기대할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었다. 다만, 왕따를 다룬 이야기를 가슴아프고 슬프게만 그려내었다기보다 서정적으로 이렇게 그려낼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쓰오는 아주 우연히 아쓰코와 준비물 준비 위원이 되어서, 아쓰코의 사정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괴롭힌 친구들에게 평생 죄의식을 품게 해주기 위해 그동안 당했던 왕따 경험을 있는 그대로 편지에 적어 타임캡슐에 넣었던 아쓰코는, 그 편지 자체가 족쇄가 되어 더이상 나아질 수 없는 현실에 살고 있는 것 같아서 편지를 바꾸기로 결심하였다. 거짓이었지만 평범하고 행복한 자신의 일상을 거짓으로 적어 넣은 편지를 바꿔치기하면, 그렇게 행복한 아이로 살고 싶은 꿈을 이루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었다. 혼자서 타임 캡슐을 파낼 자신이 없던 아쓰코는 이쓰오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그리고 처음 접한 도롱이 벌레 이야기. 할머니가 취미 삼아 키우고 있는 도롱이 벌레는 옆에 색종이와 털실 등 예쁜 것들을 주위에 두면 그것으로 고치같은것을 만들어 스스로 어여쁘게 장식을 한다 하였다. 그렇게 잘 꾸며진 도롱이 벌레를 키우는 취미가 있다하였는데 이쓰오는 할머니의 도롱이 벌레를 아쓰코에게 선물해주게 되고, 평범하게 지나갈 것 같았던 도롱이 벌레는 그렇게 또 하나의 멀고 긴 인연을 이어 주는 듯 하였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쓰오의 할머니, 여든 살이 훌쩍 넓은 고령의 할머니와 이쓰오의 같은 반 친구인 아쓰코, 둘 사이에 전혀 공통점이 없을 법 한데 이쓰오가 들어버린 할머니의 비밀, 그리고 아쓰코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 사연 등으로 이쓰오는 그 둘을 묶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른들이 보는 시각의 사춘기 소년 소녀들은 일탈을 하기 쉬운 불안한 존재로 보이기가 쉽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기보다,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른들이 생각하는 한정적인 상황만으로 판단하여 극단적으로 몰고가기 쉽상이었다. 이쓰오는 평범했던 현실로 되돌아가고싶은 그런 상황에 처하기도 하였다.

 

평범한 아이도, 결코 맞은 것을 잊을 수 없는 피해자 아이도 커가는데 겪는 아픔은 존재하였다.

가해자의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어른이 되고 아이엄마가 되어서 어렸을 적에 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싶은 불쌍한 생각마저 들기도 하였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대표작 달과게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구체의 뱀을 인상 깊게 읽었었다.

그리고, 물의 관, 겉으론 두꺼워보이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 속도로 빨리 읽어내릴 수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이렇게 승화할 수도 있구나. 작가의 서정적인 생각들과 표현들이 남성 작가가 표현해낸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작가의 또다른작품들에 대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봐질 수 있겠단 희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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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8월에도 어김없이 재미난 책들이 많이 보이네요.

 

유아 동화책, 놀이북도 좋아하고, 요리책도 좋아하는 저는 뭘 골라야 할지 늘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된답니다.

 

  출동 경찰본부

 

장난감이 들어간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5세 우리 아들, 이 책을 그냥 넘길 수가 없겠네요. 이미 집에는 자동차에 관한 책과 장난감이 넘쳐나지만, 이 책을 보면 분명 또 사달라 조를 것 같아요.

더운 여름 집에서 아이와 놀기 좋은 출동 경찰본부, 즐거운 선물이 될 책 같네요.

 

 

 

 

 

 

 

콩콩 피아노 

 

 꿈꾸는 달팽이라는 것이 전집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단행본으로도 나오나봅니다. 이웃님들 블로그에서도 재미난 책들 많이 봤는데, 이건 마트에서 종종 봐오던 발로 치는 피아노, 바로 그거예요.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지는 상상에 맡길께요.

 

우리 아들도 대박 좋아할 아이템이라 추천해봅니다.

 

 

  3~11세 편식 걱정 없는 매일 아이 밥상

 

요리책을 좋아하는데 요즘 더욱 관심이 가는건 아이밥상 책이예요.처음에는 이유식 책만 나와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유아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영양소를 담은 맛있는 레시피북들이 많이 나오네요. 입짧은 우리 아들 맛있는 밥상 차려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책 같아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밑반찬

 

아주 뒤늦게 알게 된 이밥차, 의외로 간단히 재미나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많더라구요. 이밥차의 메뉴들을 추려 만든 단행본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리즈인것 같아요. 친구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손님상 책을 선물 받고 싶다고 해서 사주고 나니, 어머님 생신상에 너무나 잘 활용했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구입했는데, 이번에 밑반찬이 새로 나왔다고 해서, 매일 반찬에 늘 목말라하는 저로썬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밥차를 매달 사보는게 아니라서 더욱 실용적일 것 같아요. 이밥차를 보더라도 이렇게 목차별로 나온 책이 더 유용할 분들께도 소중한 책이 될 것 같구요.

 

 

 저스트 고 필리핀

 

여름 휴가철이라 많은 분들이 여행을 다녀오고 계시죠.

저도 갑작스레 필리핀 세부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는데, 10월 예정이라 아직 한참 남았지만, 우리나라에서 4시간밖에 안 걸리는 곳이라 많이들 가시는 곳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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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8-05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동화 보물창고 52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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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렸을적에 재미나게 보고, 얼마전 어른이 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존 태니얼의 유명한 삽화보다도 디즈니 캐릭터로 친숙한 앨리스였기에, 파란 치마에 흰 앞치마를 두른 금발의 미소녀가 떠오르곤 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는 더욱 원작을 잘 살린듯한 그런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그 책을 읽으며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거울나라의 앨리스라고 하는 루이스 캐럴의 또다른 저서, 앨리스 후속편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읽었던 책이 아닌, 읽어보지 못한, 게다가 몹시 기대까지 되는 그런 동화라니,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펼쳐들게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땅속나라에 들어가 카드 게임을 하게 되는 이상하고 재미난 설정이라고 한다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앨리스가 귀여운 아기 고양이와 놀다가, 거울 속에 들어가 모든게 반대인 거울 나라를 체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 카드 게임이 아닌 이번에는 체스 게임, 빨간 여왕과 하얀 여왕의 체스 게임에 앨리스가 하얀 졸부터 시작해 여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달까

맨 처음에 게임 시작전의 체스 배열과 함께 하얀 졸, 앨리스가 열한수 만에 이기는 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체스 게임을 전혀 모르는 나로선 어려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실 체스 게임을 모른다 해도, 거울 나라에서 앨리스가 처음으로 만난 재버 워크의 노래의 기괴한 낱말 뜻들을 모른다고 해도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그랬지만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여전히 말장난은 지속되었다.

과연 어린 일곱살박이 아가씨가 이런 말장난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가 없었던 루이스 캐롤은 즉석에서 지어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실제 이름이 앨리스인 귀여운 총장의 딸에게 즉흥적으로 들려주었고,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그로부터 6년이 지난후 지어진 속편이라고 하였다. 책속 설정으로는 앨리스가 이상한 땅속 나라로 여행을 떠난 여섯달 후 (6이라는 시간이 주는 공통점이라니) 거울나라로 가게 되는 이야기를 시간 배경으로 삼았다한다. 한 소녀를 위해 쓰여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두권의 동화, 앨리스가 누구인지 기억을 못하더라도, 루이스 캐롤을 통해 동화 속 주인공으로 살아남아 오늘날 많은 아이들에게 여전히 읽히고 있는걸 생각해보면 루이스 캐롤은 정말 앨리스에게 최고의 선물을 해준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본 사람들이 있으면 알겠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뿐 아니라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 편의 이야기를 짜깁기한후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각색해 만들어낸 이야기기에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 하였다. 그 영화를 끝까지 다 보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케이블 티브이를 통해 보았는데 강렬한 캐릭터들만으로도 충분히 인상깊은 그런 영화였다. 동화속 등장인물, 그것도 앨리스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독특한 그런 등장인물들을 영화 속에서 생생히 만나는 그 반가움이라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 보았던 내게 빨간 여왕과 하얀 여왕의 등장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바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합쳐진 내용이라 낯설었던 것이었다.



1871년에 쓰여진 책임에도 이상하고 신기한 나라의 원형을 제대로 살려준 그 신비한 느낌은 2012년인 지금 읽어도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참신하게 와닿는다. 모든게 거꾸로인 거울 나라. 앨리스는 그 속에서 글씨만 거꾸로인 세상을 만나는게 아니라, 집밖에 나가고 싶어 아무리 걸어도 다시 집으로 가게 되자, 집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제서야 집밖으로 가게 된다거나, 케이크를 나눠주려 하는데 아무리 잘라도 다시 붙으니, 거울나라 사람들(?)의 조언으로 케잌을 먼저 나누어주고, 그 후에 자르니, 신기하게 그렇게 되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시간 순차적인 인과가 전혀 뒤바뀐 세상이라 재미난 그런 세상이었다.



영어로 씌여진 말장난이라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면 원서로 읽어야 더 맛이 날 것 같은 책이었는데, 한국말로도 아이들이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버워크의 노래를 한국식으로 재미나게 풀어낸것도 인상깊었다.



지글저녁녘, 나긋미끈한 토브들이

해시변덕에서 휙윙돌며 뾰쪽파네.

보로고브들은 완전히 비쩍꾀죄하고

집난 래스들은 야엣휫거렸지.



등으로 이어지는 시가 꽤 길다.

옮겨적기도 힘들 정도로 낯설은 문구들이 난무하다.

위의 시는 전형적인 난센스 시로, 루이스 캐럴이 직접 만들어낸 단어들로 가득하다. 이 가운데는 현재 '무의미한 말'을 뜻하는 단어로 널리 쓰이게 된 '재버워크', 광폭한 성질의 무시무시한 괴물을 뜯하게 된 '밴더스내치' 등과 같이 후에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들이 여럿 있다. 30p



셰익스피어의 경우에도 희곡 작품을 통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는데, 루이스 캐롤의 앨리스를 통해서도 새로운 영단어들이 나왔던 것이다. 자기 작품을 통해 신조어를 만들어내게 되다니, 정말 그 인기가 놀라운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정체불명의 시에 대해서는 나중에 험프티 덤프티가 다시 풀이를 해주었다.

험프티 덤프티라고?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웬지 계란 모양 아저씨 같은데..?



맞다!

이 책에는 험프티 덤프티,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같은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을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게 귀에 익었던 이들은 바로 마더 구즈 노래의 주인공들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어린 유아들서부터 많이들려주기 시작하는 마더구즈, 서양에서는 정말 어린 아이들이 모두 듣고 자란 그런 노래가아닐수 없을 것이다. 루이스 캐럴은 바로 아이들이 익히 듣고 자란 동요속 주인공들을 자연스레 거울나라에 배치하여 앨리스와 만나게 해주었던 것이다. 동요속 노래의 결말을 잘 알고 있던 앨리스는 그래서,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일어나게 될지를 잘 알고 있기도 한다.

"난 지금껏 어린아이가 전설상의 괴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거 살아있는 거야?"

유니콘이 물었다.

144p



이런, 앨리스는 거울나라에서 전설상의 괴물 취급까지 받는다. 물론 그녀가 전설상 괴물인줄 알았던 유니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아이러니할 수 밖에. 그들은 앨리스가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신기해하면서도 앨리스에게 케이크 자르는 심부름까지 시켜 가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 모든 것들이 모든게 거꾸로, 반대인 그 곳에 가면, 아니 우리가 주인공이 아닌 전혀 새로운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는 생소한, 이계의 생물 취급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앨리스가 되어, 우리도 그런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듯이 말이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앞뒤 문구가 딱딱 떨어지는 그런 책은 아니었지만,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게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재미난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

묻혀질뻔한 보물을 뒤늦게라도 읽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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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맛있는 샐러드 - 104가지 상큼한 샐러드와 80가지 맛깔스런 드레싱
김현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6월
구판절판


과일이나 채소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자취하면서 과일이 유독 먹고 싶었다거나, 샐러드로 한끼 식사를 대신한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과일은 그냥 있으면 먹는 후식일 뿐이었고, 샐러드는 고기나 식사를 먹을때 곁들여지는 반찬 같은 메뉴라 생각했는데,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거나 혹은 취향 자체가 철저히 채소 위주의 식단을 고집하는 경우 샐러드만으로 주식을 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몸매임에도 단지 식성이 그에 따라주질 않아서 샐러드를 특별히는 좋아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샐러드가 아주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가 샐러드를 좋아하지 않은 까닭은 어쩌면 드레싱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샐러드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 요즘, 매일 맛있는 샐러드로 한끼 식사를 즐거이 채워줄 수 있다면 따로 챙겨먹지 않은 채소, 비타민 등을 한끼 식사를 통해 해결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여러 모로 유익한 식생활 개선이 아닐까 싶었다. 한식 반찬을 해도 늘 고기 반찬을 먼저 떠올리던 내게, 나물 반찬이 아닌 생채소를 영양소 파괴없이 즐길 수 있는 샐러드는 멋진 대안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제일 맛있게 먹었던 샐러드는 종종 이야기해왔듯이, 산후조리할적에 산후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발사믹 드레싱으로 만든 샐러드였다. 마요네즈도 직접 만들어 샐러드를 해주시고 신선한 피클도 (시지도 짜지도 않고 딱 맛있게) 직접 만들어주시고, 발사믹 드레싱도 시판 소스와는 비교도 안될 신선한 맛으로 만들어주셨기에 고기반찬이 따로 없어도 샐러드가 이렇게 훌륭한 먹거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신 분이셨는데, 레시피를 적어놓았는데 내가 따라하려니 그 맛이 안 나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또 얼마전 먹어본 매직테이블의 샐러드 식단 또한 한 끼 식사로 훌륭한 소스와 재료의 궁합이었다. 그로 인해 나의 샐러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는데, 매일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는 즐거운 레시피북을 접하게 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가게 되었다.



샐러드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채소를 넣고, 어떤 소스를 넣는지가 아주 쉬운 일이겠지만, 어쩌다 파스타나 스테이크에 곁들일때나 만들어내곤 하던 나는 샐러드 하나만 하려 해도, 온갖 요리책을 다 뒤적거리며 어떤 소스를 만들어야하나 궁리부터 해야하는 머리아픈 요리 중 하나였다. 신선한 채소의 맛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인 미각을 자극하는 드레싱이야말로 샐러드의 필수 중의 필수가 아니겠는가. 책에는 재료별 잘 어울리는 샐러드 드레싱의 종류를 알려주고, 시판 드레싱 또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첨가하면 좋을 식재료 등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본문에 들어가면 104가지 상큼한 샐러드와 73가지 드레싱의 찰떡 궁합을 만나게 된다.

여름 휴가를 위해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수많은 여성들을 위해 더욱 좋을 저칼로리 드레싱 샐러드 파트가 가장 많은 항목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간단히 따라잡을 수 있는 레스토랑 샐러드, 한국인이 좋아하는 웜 샐러드 (따뜻한 샐러드,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샐러드로 분류되어 있었다.), 상큼, 향긋한 해산물 샐러드, 푸짐한 한상 차림이 가능한 손님 초대 샐러드, 이색샐러드, 몸에 좋고 건강에 더 좋은 건강 샐러드, 든든한 한끼 식사용 샐러드, 쉽고 맛있는 엄마표 기본 샐러드까지.. 샐러드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는지 처음 알게 한 다양한 레시피들이 한가득 수록되어 있었다.

감자 샐러드, 과일 샐러드 등 엄마표 기본 샐러드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로운 샐러드레시피가 많았다.

나물이나 해먹는줄 알았던 시금치가 들어가는 샐러드가 시금치 사과 샐러드와 토마토 시금치 샐러드 등이 있었는데,토마토 시금치 샐러드는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손 많이 안 가고 맛있는 메뉴'를 물어볼때 저자가 추천하는 메뉴로 재료도 건강에 좋고 맛 또한 기대 이상34p이라 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타이 음식점의 전채요리로 먹는 메뉴이자, 더운 날 먹으면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해준다는 타이식 매운 누들 샐러드도 레스토랑 대표 샐러드자, 집에서 맛보는 색다른 샐러드로 이색적일 것 같았다.

일본 가정식 반찬 중에 양파 구이가 있는 걸 보고 놀라워한적이 있었는데, 양배추와 양파를 오븐에 구워 마늘 드레싱을 곁들여 내는 색다른 샐러드도 눈길을 끌었다.

버섯을 볶아서 고구마 우유 드레싱을 곁들여 훌륭한 일품요리로 완성하기도 하고, 양송이 버섯을 생으로 얇게 썰어 참깨 드레싱을 얹어 먹는 샐러드도 아주 독특할 것 같았다.

채소를 좋아하면서 정작 샐러드는 싫어하는 남편을 위해서는 차돌박이 영양부추 샐러드를 내놓으면 인기가 높을것같았다. 비슷한 메뉴를 예전에 잡지에서 보고 만들어보고 싶어 적어둔 적도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나 무척 반가웠다. 구운 차돌박이에 영양부추, 양파를 섞은 후 간장과 마늘, 참기름 등이 들어간 한국식 드레싱을 끼얹어 내면 샐러드라기보다는 맛있는 반찬으로 인기가 높을 메뉴였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단백질, 탄수화물 등의 섭취에 편중되어 있는 나의 식생활 개선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샐러드 식생활, 한 두가지 정도로라면 며칠 먹지도 못하고 물려버리겠지만 자그마치 100가지가 넘는 샐러드와 70여가지가 넘는 드레싱이라니, 정말 일년내 질리지 않는 샐러드 섭취를 즐길 수 있을 책으로 추천할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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