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드레싱이 빛나는 순간
지은경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2년 6월
구판절판


이제는 채소 섭취를 좀 강권해도 될만큼 채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채소를 많이 먹으면 살만 빠지는게 아니라, 피까지 맑아지고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기본이라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입에 맞던 안 맞던 채식을 선호하고, 즐기려 노력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우리집만 해도 신랑이 결혼 전부터 채식밥상을 강조해왔으나 워낙 고기를 좋아하고 튀김, 피자 등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나인지라 아무래도 내 입맛 위주로 밥상이 차려지기 일쑤여서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밥상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텃밭을 가꾸신 이후로 친정에 가보면 늘 밥상이 대부분 다 나물, 김치 등의 제철 채소로만 가득 차려져 있어서, 집에서 직접 딴 채소들이라 그런지 더욱 신선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기는 하였는데 우리집에만 오면 또다시 내 입맛대로 밥상을 차려내니 아기와 신랑에게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 들었다. 식성도 그렇고, 운동을 싫어해 그런지 내 체중 역시 관리해야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러저러한 까닭으로 다양하게 채소를 섭취할 수 있는 방식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나물 반찬도 좋지만 밥과 함께 먹는 양이 적은 편이라, 한번에 많은 양을, 익히지 않고, 비타민 파괴가 덜되는 생 야채로 즐길 수 있는 샐러드야말로 채소를 보다 많이,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채소를 좋아하는 신랑이지만 샐러드 드레싱이 서양식이 많아 느끼하다며 샐러드는 안 먹어 아쉬웠는데 이 책을 보니 한식 밥상에도 잘 어울리는 애피타이저나 반찬으로도 적격인 샐러드들이 소개되어 신랑 반찬으로 밥상에 올려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또 나의 다이어트를 위해 몸을 가볍게 해주는 한그릇 다이어트 샐러드를 만들어 끼니대신 해결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고, 친구들을 불렀을때 파스타와 함께 자연스럽게 상에 올리면 좋을 기본 샐러드 등도 눈에 띄었다.

샐러드도 잘 만들면 정말 맛있는 일품요리가 됨을 요즘 깨닫고 있는데 이 책에는 정말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샐러드들이 차곡차곡 소개되어 있어서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나도 샐러드로 다이어트를 해볼까? 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우리나라에도 텐야 같은 튀김 덮밥 전문점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신랑을 크게 웃게 하긴 했지만 말이다. 샐러드로 다이어트 한다며? 본색이 다 드러났구먼~ 하면서 말이다. 어찌 됐건, 다이어트를 하건 뭣을 하건, 맛을 포기하지 못하는 미식가인 나로써는 다이어트 또한 건강하면서도 맛있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맛있는 샐러드의 기본이 되는 드레싱.

그저 재료를 섞어 채소에 뿌리면 끝이라 생각하는 샐러드에도 맛있게 만드는 기본 비법과 공식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짚어볼 수 있었다. 가루, 수용성의 향채, 간장, 맛술 그리고 식초들, 그리고 지용성인 오일류를 같이 섞어야 하는 드레싱이기에, 한번에 모두 넣고 섞으면 제대로 섞일리가 만무했다. 잘 섞이는 성질을 이용해 차근차근 순서대로 넣도록 짚어주었고, 재료의 특성에 따라 버무리고 끼얹어 먹는 것을 구분하고, 재료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그동안 건성으로 샐러드를 대했던 내 방식이 무척 잘못되었음을 여기저기서 다시 배울 수 있었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다양한 채소류에 대해 배우고, 소스에 쓰이는 낯선 수입재료 등에 대한 설명도 하나하나 배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구하기 힘들 경우에는 대체할만한 식품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 있어서 큰 걱정없이 샐러드만들기에 도전하기 좋았다.

샐러드의 쓰임새에 따라 크게 분류되었던 목차와 또 별개로 이 책의 모든 드레싱들을 따로 분류해서 샐러드가 필요한 상황과 메뉴 종류에 따라 따로 구분해서 손쉽게 찾아보도록 정리된 목차도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도 좋아할 맛, 노인들이 먹기 좋은 맛 기름기 많은 고기, 혹은 적은 고기, 해산물에 어울리는 드레싱 등 각각의 용도에 따른 드레싱을 찾아볼 수있어 좋았던 것이다.

책에 나온 재료들뿐 아니라 손쉽게 구할 다양한 재료에 어떤 드레싱을 쓰면 좋을까 망설여진다면 이 목차를 보고, 필요에 맞는 드레싱을 찾아 만들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샐러드 레시피에 들어가기 앞서서 샐러드의 기본이 될 다양한 노하우를 배운 후에 본격적으로 샐러드 만들기에 들어갔다.

참으로 많은 샐러드가 다양하게 소개되었는데 눈에 띄는 점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멋스러운 샐러드 사진뿐 아니라 조리과정 세부 사진이 포함된 상세 설명, 그리고 더욱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한눈에 보이는 드레싱 만들기 사진이었다. 다른 책에서라면 그저 재료만 열거가 되었을 드레싱 재료들이었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원재료 못지않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드레싱의 재료들을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 올려서 실수로 빼먹는 재료가 없도록 확인가능하게 하였고, 생략이 가능한 재료나 대체 재료에 대해서도 꼼꼼히 언급해 재료를 모두 구비해야하는 부담감을 덜어주기도 하였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던 터라 더욱 눈길이 갔던 다이어트 한끼니 샐러드 코너에서는 아스파라거스 수란 샐러드를 보고 스타일리쉬한 세팅과 먹음직한 외관에 단단히 반하고 말았다. 책에 나온 설명처럼 정말 브런치가 생각나는 샐러드였다. 여기에 소시지만 곁들이면 완벽한 브런치겠지만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있으니 이쯤으로 즐겨도 충분히 행복할듯하였다. 샐러드면 마냥 풀떼기만 먹고 있겠다 생각되었으나 웬걸 멋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면서 매번 다양한 샐러드로 입맛을 업그레이드하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 듯 하였다.

또한 메밀소바가 지루하지 않게 메밀국수에 생채소를 가득 썰어넣어 즐기는 메밀 샐러드도 독특하였다.

우리나라와 서양식 샐러드 외에도 일본의 미소된장, 동남아의 피쉬 소스등 다양한 이국적인 맛을 활용한 드레싱과 샐러드들도 눈에 띄었다.

끝으로 남은 샐러드를 그냥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리로 활용할 팁들도 간단히 소개되어 활용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더이상 밥상의 조연이 아닌, 충분히 주연이 되도 될 풍성하고 멋진 샐러드가 책 속에 한가득 차려진 맛있는 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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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하고픈 런던 인테리어
조민정 지음 / 중앙M&B / 2012년 7월
절판


결혼 전에는 공주 방, 아름다운 집 등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 인테리어 잡지를 찾아보며 이런 저런 미래의 집에 대한 상상을 하곤 하였는데 막상 결혼을 앞두고 직장 일도 너무 바빴거니와 지나치게 현실적이 된 나는 인테리어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그냥 무난무난한 스타일로 결정을 하고 말았다.



사실 지금도 멋진 집 등의 인테리어를 보면 많이 혹하고 부러운 마음에 한참을 들여다보곤 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홍콩 여행이나 일본 여행 책 등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가는 곳 추천목록 중에서 인테리어 숍 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았다. 나 또한 여행 짐을 크게 늘려줄 부피가 아니고 깨질만한 물건이 아니라면 사들고 오고픈 물건들이 제법 많았다.


이 책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일본 혹은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아닌 런던의 인테리어 책이다. 런던 가정들을 둘러본 책은 아니고, 저자가 둘러본 런던 곳곳의 모습, 인테리어 숍부터 백화점, 마켓 등 두루두루 가리지않고 셔터를 눌러 감상 그대로를 담아낸 사진들이 한아름 수록되어 있다.



글자만 빼곡한 책을 읽어 눈이 살짝 아파왔는데 예쁜 장신구들, 혹은 멋스러운 인테리어 사진을 한아름 보고 있으니 말 그대로 휴식이 되는 것 같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기분이 들기에 말이다.



이 책의 장점은 런던에는 이러저러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라는 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하여 "우리집에 적용하기"를 일일이 실어주었다는 점이다. 바로바로 연계해서 읽을 수 있으니 이렇게 예쁘지만 어떻게 적용하겠는가..하며 동떨어져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정말 유용하게 와닿는 책이었다.

실사 서가 벽지로 힘주기 파트가 눈에 들어온 것은 최근에 워낙 내가 책을 즐겨 읽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중에라도 정말 나만의 조용한 공간을 꾸밀때 책을 꽂아장식할 공간이 부족하면 책 사진 벽지를 활용해 기분을 내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일상생활모습이 신기하듯, 저자 또한 그들의 일상이나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소소한 모든 것들이 참으로 멋스럽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국적인 느낌 그 자체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사랑하지만, 언젠가 호주에 놀러가서 공원에 들어갔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볼수없는 나무들이 아름드리 늘어선 느낌을 보자, 아, 내가 외국에 나왔구나를 절감하면서 더욱 인상깊은 장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영국식 공원이라고 하였는데 진짜 영국에 가서도 그런 공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찍어온 사진 하나하나들이 그래서 저자 눈 뿐만 아니라 내 눈에도 아름답게 보이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질적인것같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그런 아름다움들 말이다.


책을 보며 사실 예전에 봤던 한권의 책이 떠올랐는데 역시 같은 저자의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진의 느낌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사진을 보면서 무엇보다 그 책이 떠올랐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표지의 장소가 바로 백화점이었다는 점이었다. 저자말대로 우리나라 백화점이라면 바닥의 하얀 타일, 번쩍번쩍한 조명 등으로 기억되는 곳이었는데 저자가 다녀온 런던의 백화점은 빈티지하면서도 옛것을 고수한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외관이나 내부 실내 어디를 봐도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저자는 그 백화점에 단단히 반한 듯 하였다. 삐걱거리는 원목바닥을 걸으며 돌아다니는 운치있는 백화점이라니. 리버티 백화점이라는 그곳에 꼭 한번 들러보고 싶어졌다.


저자의 한달간의 런던 체류 기간동안 좋아하는 사진, 관심사인 인테리어 부분에 집중해 찍은 사진들과 저자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버무려 놓은 책이었다. 그래서 인테리어만 배우는게 아니라 여행의 느낌도 물씬 느껴지는 책이었다. 영국에 유명하다는 검정 택시 (아이 동화책에서 보았다. 이층 버스 이야기는 접해봤는데 검정 택시가 유명하다는 것은 처음 들었었다.)가 블랙 캡 혹은 오스틴이라 불린다 하는데, 단순히 우리나라 일반 택시에 색깔만 검정색인게 아니라 영화 속에 바로 등장해도 될만큼 고전적이면서도 멋스러운 디자인이 인상깊은 그런 차였다. 과연 명물이 될법한 차.




여행과 인테리어 모두를 좋아하다보니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사진들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져 재미나게 볼수있는 책이었다. 그저 이대로 꾸미고 살수 없을지라도 눈에 들어오는 멋진 곳들을 둘러보며, 런던에 가면 이런 곳에 가봐야지 하는 기대감을 심어주게 되는 그런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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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걷다 - 몽블랑 트레킹
나두리 지음, 박현호 사진 / 책나무 / 2012년 7월
절판


이 책은 저자와 함께 알프스, 몽블랑 트레킹을 함께 다녀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

저자는 프로 산악꾼은 아니었다. 본인을 포함 다섯명의 여자 멤버들과 사진 담당이자 팀의 유일한 청일점이자 리더가 된 아이크 박현호님을 포함하여 총 여섯명의 멤버가 모두 40~50대의 중년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어려운 등반 도전 등에 40~50대의 여성이라니.. 사실 30대면서도 몽블랑은 커녕 동네 뒷산만 올라도 힘들다고 허덕허덕하는 저질체력을 갖고 있는 터라 도전하는 여성들의 패기가 놀랍게 존경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자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그래도 트레킹 경험이 있고 등산가로써 다져진 체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던데 반해 저자는 등산장비 구입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 비슷한 생초짜의 경지라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왜 사람들이 덥고 힘들어보이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고 산에 올라가는지를 몰랐다. 등산 장비는 또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저자는 등산장비 구입부터 시작해 실제 트레킹이나 등산에 얼마나 그런 장비가 효율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초보자가 이해하기 쉽게 조목조목 풀어주었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인들 중에 다른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 손꼽는 곳이 바로 스위스의 알프스와 같은 풍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하는 이국적이면서 장엄한 그런 설산의 아름다움, 초록 들판과 하얀 설산, 그리고 파란 하늘이 빚어내는 그 신비한 조화는 그저 아무 곳이나 셔터를 눌러도 아름다운 화보사진이 될 그런 곳인 것 같았다. 이 책을 펼쳐든 첫 생각도 그런 욕심이 있었다. 알프스의 사진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그리고 나는 도저히 걸어서는 못 떠날 알프스를 책으로 대리만족하며 여행하고픈 꼼수를 부리는 기분까지도..

더운 여름 밤에 읽는 글인데도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직접 느껴지는 듯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예를 들어 고산지대를 여행하는 중인지라 제대로 씻기도 힘든 상황에서, 땀으로 샤워한듯 온 몸이 젖게 되는 상황이라던지.. 슬리핑백에 헤드 랜턴을 꺼내두지 않아 밤중에 홀로 일어나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불도 못 켜고 소리도 못내어 혼자 날이 밝을때까지 끙끙거리며 참아야하는 기억이라던지 하는부분들이 말이다.

게다가 나 또한 산을 잘 타는 체질이 아닌지라, (산은 커녕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터라, 먼 곳을 걸어야한다 했을 적에 사실 큰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몽블랑 트레킹은 생각도 못할 지경이었고 한다 해도 늘 처지게 됨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정도였는데, 그래서인지 저자가 자꾸 처져서 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자신 또한 힘들어 허덕허덕하는 것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도전도 못하는 1인이 여기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많은 부분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게다가 자유여행으로 남들이 잘 가지 않은 곳들에 도전하는 여행 에세이 등을 읽다보면 대부분 나이가 내 또래 내지는 나보다 젊은 이들이 쓴 책들을 많이 보았었는데,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좀더 힘든 코스에 과감히 도전한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부모님들을 보면 해외여행을 가실때 가장 곤란을 겪으시는게 바로 식사 문제였다. 그래서 늘 햇반과 반찬등을 챙겨 여행을 떠나시는 걸 봐왔는데, 저자와 일행분들의 나이가 한식을 좋아하실 나이라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곳에서도 닭죽, 짜장밥, 길거리에 지천으로 널린 민들레잎을 따서 쌈을 싸먹기도 하는 등, 스위스에서의 한식만찬을 생각한다는 것이 놀랍게도 느껴졌다. 빵이나 소시지 등으로 떼웠으면 훨씬 간단은 했겠지만, 밥심으로 버티는 한국 아줌마들에게는 많이 힘든 일일 수도 있었을텐데 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꿋꿋이 밥을 해가며 산행을 지속하고, 슬리핑백 등으로 막영도 불사하고 트레킹을 완주해내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하였다.

엄청나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정말 날듯이 올라간다는 일행들을 보며 저자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몸은 비록 천근만근이었을지언정, 일행들이 서로 끌어주고 다독여주며 (특히 초보트레커인 저자가 많이 처졌음에도 일행들의 배려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걷는 자가 아니면 보기 힘들 알프스의 속살과도 같은 풍광들을 눈도장 콱콱 찍으며 볼 수 있었던 것은, 별을 사랑하는 멤버 하나는 아예 새벽에 추운데도 불구하고 눈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보기 위해 슬리핑백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며 잠들었다는, 매연에 찌든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이런 특별한 여정이 아니었으면 어디에서 경험하고, 또 기록할 수 있었겠는가.



힘들었겠지만 첫 완주를 잘 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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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만들기 놀이책 똑똑한 놀이책
김충원 지음 / 진선아이 / 2012년 7월
절판


4~6세 아이들을 위한 손쉬운 만들기 놀이책.
풀, 가위, 테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건 손쉽게 오려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재미난 만들기 놀이책이다.
가위로 오리기를 좋아하고, 풀 붙이기, 테입 붙이기를 좋아하는 유아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면서도 만든 완성품으로 재미나게 놀 수도 있는, (만든 작품이 단순 장식용이 아니라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손인형, 가면, 모자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 더 실용적인 책이었다. 만들기 설명서 책이 있고, 별책으로 (합본 책인 경우, 떼어내다보면 만들기 책까지 너덜거려져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별책이라 더 좋았다. ) 오리기본이 따로 들어있어서, 색종이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사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엄마표로 뭔가 해주려고 하면 막막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은 경우가 있질 않은가? (나만 그럴지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쉬운 것도, 막상 백지상태에서 생각해내려면 생각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남이 한 것, 올려놓은것 따라하기는 쉬워도 내가 생각해내려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어렸을 적에 참 다양한 종이오리기를 즐기고 만들기를 좋아했음에도,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그 즐거움을 많이도 잊어버리고, 동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는 법에 대해 많이 잊어버리고 말아 아쉬웠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즐거움을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무늬만 쉬운것이 아니라, 정말 가위 오리기만 잘 하면 뭐든 쉽게 만들 수 있는 유아 눈높이형 만들기라 좋았다.
아이가 잘 못 해낼까봐 엄마가 할께 하고 참견하지 않아도 될 일에 괜히 나서 참견하곤 했는데, 어느덧 믿고 맡겨도 될만큼 아이가 자라 있었고, 또 스스로 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이에게도 커져 버린 나이가 되었다.

내가 할께요 하고서 열심히 오리는 아들. 안 그래도 요즘 레고 삼매경에 빠져 있어서 레고 아닌 다른 것에도 눈길을 돌리게 하고 싶었는데, 이 책 오리기 만들기를 보더니 눈이 번쩍 뜨이는지 열심히 따라만드는 모습이 신통방통하였다.
엄마들이 동화를 읽어줄때 역할 놀이로 만들어주면 좋을 손가락 인형.
토이저러스에서 판매중인 부직포로 만든 인형을 보니, 대여섯개 들어있는데 가격이 6000원이 넘던가? 암튼 정말 비쌌다. 비록 종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모양을 손쉽게 만들어 엄마와 책 읽고 독후활동을 할 수도 있고 역할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콧수염 안경은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엄마도 직접 본적은 없지만, 티브이 등에서 본 기억으로) 오래전 우리네 시골 장터에서 볼 수 있었다는 약장수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였다. 내지는 서커스 단장을 떠올린달까? 개그맨들 분장용으로 즐겨 쓰이고 말이다.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이었다. 만들고 써보면 무척 웃길.. 그래서 아이들 배꼽을 한참 잡게 할 콧수염 안경.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동물들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햄스터, 코끼리, 애벌레와 달팽이, 토끼와 고양이, 춤추는 곰과 악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나같이 조금씩 건드리면 움직이는 모양들이라 아이들이 만들어놓고 바람에 살짝 날리게 하거나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재미나게 놀 수 있는 모양들이라 좋아할 만하였다.

액자나 카드와 같이 간단히 장식을 할 수 있는 아이템도 아이와 만들 수 있는 즐거운 공작 시간의 하나가 되었고, 엄마도 여러서 태피스트리 엮는 것을 좋아했는데 통을 만들지 않아도 그냥 태피스트리 자체만으로도 테이블 받침 매트를 만드는데 활용이 가능함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흔들 흔들 시소나 춤추는 피에로, 노래하는 개구리, 숨바꼭질하는 개구리등 역동적인 만들기 장난감등이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장난감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외가에 가서 각종 곤충들을 오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 아들.
집에 돌아와 한참 레고 삼매경에 빠져 있어서 오리기 놀이를 다시 해볼까? 하고 물어보니, 책을 자기가 직접 넘기다가 뜬금없이 복어에 도전하겠다 하였다. 악어를 먼저 찾긴 하였는데 아이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 싶어 우선 복어부터 해보자 하였다.
제법 그럴듯하게 아이가 잘 오려내어서, 마무리만 살짝 도와주고 풀로 붙이니 배불뚝이 복어 오뚜기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내 어릴적에는 집집마다 오뚝이 한개씩은 있었는데 정작 우리아기에게는 오뚝이를 사준 적이 없었구나 싶다.
책에는 오뚝이같이 흔들거리는 재미난 인형들이 많다. 직접 오리고 갖고 놀수있는 장난감이라 더욱 유용한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처럼 너무 더워서 바깥 활동도 하기 힘든 날에는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무료한 시간 보내지 말고, 이렇게 아이가 좋아하는 만들기를 하며 놀아주는 것도 행복한 일과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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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언제나 에쿠니의 비밀로 가득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에쿠니의 비밀'을 읽고 난 후에 독자들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것 같다. 왠지 그런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은 독자는 에쿠니가 그녀의 비밀을 나에게만 털어놓을 듯한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밀을 들은 후에는 역시 자신의 비밀도 털어놓고 싶어진다.

친밀한 비밀의 주고받음. 183p

 

남녀 작가가 서로 연애편지를 쓰듯, 소설을 주거니 받거니 연재해 쓴 것으로 유명한 냉정과 열정 사이, 평범하지 않은 그 설정과 낭만적인 분위기에 한껏 고무되어, 영화로 먼저 만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이후 책으로 사서 읽으면서 (그땐 무척이나 책을 읽지 않던 시기였기에 가끔 사보게 되는 책들은 정말 내게는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에쿠니 가오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분명 남녀 두 작가의 책을 동시에 읽었음에도 에쿠니 가오리에게 유독 빠져들었다. 이후 에쿠니 가오리가 내놓은 소설이나 에세이라면 망설임없이 고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에쿠니 가오리 작품 사랑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녀의 작품을 단아하다. 공감이 간다. 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자극적이거나 놀라운 결말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나를 끌어당기는 그녀의 오묘한 매력을 말로 설명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작품 해설을 한 가와카미 히로미라는 또다른 작가의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제대로 공감하게 되었다.

그녀의 절제된 표현,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 이야기에도 분명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것 같은 사실감을 부여해주는 그녀만의 비밀.

소설일텐데도 이게 진실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심어주는 그녀의 표현과 말투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열한명 소녀들의 차갑고 애처로운 비밀 이야기라고 씌여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난 다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가정 형편이 다 다르게 나오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소각로>를 시작하는 철도 변의 이비인후과 옆에는 분꽃이 소복하게 피어 있어서 그 곳을 지날때면 언제나 꽃 한 송이를 땄다. 98p라거나 <하루카>에 나오는 배경인 이비인후과는 철도 변에 있어서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입구 옆의 분꽃밭이 보였다. 150p라는 대목을 보면 분명 같은 공간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냥 우연히 설정한 배경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이어지는 내용인듯한 착각, 그녀의 어릴적 이야기임을 암시하는 듯한, 그래서 여기 적힌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은 아닐까 하는 몰입도를 높여준다.

 

에쿠니 가오리의 가장 훌륭한 점은 '여기에 어떤 언어를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탁월한 심미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칸센을 싫어한다.

질서 정연한 차량 안의 모습도, 어쩐지 현실감이 없는 안내 방송도, 수레를 밀며 군것질거리를 파는 여자의 유니폼도, 깨끗하고 커다란 창문, 반질거리게 닦인 은색 창틀, 멋대가리 없는 옷걸이, 그 허술한 커튼 따위도.

 

<호랑나비>의 첫 문장이다.

이 얼마나 군더더기 없는 문장인지.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어려운 표현 역시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 허술한 커튼 따위도.'라는 마무리이다.

'그 허술한', '따위도'. 이 구어적 표현. 그리고 '커튼'이라는 명사와의 절묘한 조합.

그 전까지 담담했던 표현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함으로써 문장 전체가 갑자기 솟아오른다.

와, 대단하다. 나는 감탄하고 만다.

정말 대단하다. 185p,186p

 

대단한 기대를 안고 그래, 에쿠니가 그렇다고? 어디 한번 읽어보자 하는 오기로 책을 펼쳐든다면, 이게 뭐~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냥 나는 히로미의 평가가 딱 절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한국어로 씌여진 책이 아니라, 일어로 쓰여진 책이니, 번역하는 중간에 그 느낌이 많이 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에쿠니 가오리 번역에 가장 적격인 김난주님의 번역이다 보니, 아마 한국어로 소설을 쓴다 해도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남들은 예사로 넘기는 그런 일상들.

잊고 있던 그 일상들을, 기묘한 일들, 꼭 대단하진 않더라도 기억에 남을 그런 일들을 에쿠니 특유의 감성으로 잘 풀어낸 이야기가 수박향기가 아닌가 싶었다.

물의 내음, 바람의 냄새를 닮은 수박 향기.

에쿠니가 아니면 콕콕 집어내지 못할 그 현실을 글로 풀어내는 담담한 서술법에 늘 난 반하기 일쑤였다.

같은 표현이라도 다른 작가가 이렇게 잡아낼 수 있을까

아니 나의 일상이라도 난 항상 어떤 단어를 어떻게 적절히 풀어낼지 몰라 막막하지 않았던가.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정말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맞아 맞아, 나도 이런 경험 있었어. 이런 생각 나도 했었어. 아니, 이렇게 해도 되는거야? 이건 아닌데. 등등 책을 읽으며 마구 수다 떨고 싶어지게 하는 그런 에쿠니의 솜씨.

 

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늘 그것이 오히려 강함을 느끼게 해주는 에쿠니.

열 한명의 소녀, 혹은 에쿠니 단 하나의 자신의 이야기인지 모르는 이 소설 속 단편들은 <수박향기>가 주는 신기하면서도 약간 오싹한 느낌의 괴담같은 이야기서부터 아슬아슬한 순간에 늘 수호천사처럼 나타나 연약한 그녀를 지켜준 친구 M의 이야기 <그림자>, 연상의 대학생을 동경하면서도 그에 대한 마음을 쏟아내는 데는 서툴렀던 어느 소녀의 이별 이야기를 담은 <소각로>, 말매미 울음소리로 불안한 공포를 예견케하면서도 막상 아이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정도의 것은 아니었음에 안도하게 만드는 <물의 고리> 등등..

 

에쿠니가 주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공감은 그의 작품이 나올때마다 집어들게 되는 묘한 끌림을 주는 그 무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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