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보관 요리법 - 간편하게 냉동해서 쉽게 요리하는 리빙 라이프 3
이와사키 케이코 지음, 이은정 옮김 / 북웨이 / 2012년 7월
절판


얇지만 실속 있는 책.

친구가 아는 집 이야기를 하면서, 그 집에는 냉장고가 (딤채와 냉동고 포함) 자그마치 다섯개나 있다며 놀라워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중년이시라 그러실수 있겠다 싶었으나, 사실 아기와 부부, 딸랑 세식구인 우리집에도 자그마치 네개나 되는 냉장고들이 있다. 결혼할때 냉장고는 클수록 좋다며, 당시 신혼부부 치고는 꽤 커다란 용량의 트윈홈바 양문형 냉장고를 샀고, 딤채 하나를 갖고 시집왔는데, 분명 두 부부가 먹는 양은 얼마 되지 않는데 수시로 냉동고에 얼리다보니 금새 그 큰 냉동칸이 꽉 차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슬금슬금 늘어난 냉동고 하나와 최근에 산 더 큰 용량의 김치냉장고 (한쪽을 냉동으로 돌려쓸수 있는 제품이다.). 이제 좀 여유있게 냉장고를 쓰겠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꽉 채워 쓰고 있었다.



분명 냉장고, 냉동고는 꽉꽉 차 있는데 요리를 하려고 부엌에만 서면 재료도, 요리도 생각나지 않는 아득함. 그래서 다시 장을 보러 가면 냉장고는 비워지지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곤 한다.

어느날인가 도대체 우리집 냉동고에 뭐가 이리 채워져 있나 하고 보니.. 무조건 쌀때 많이 사두라고 시댁에서 조언해주신 멸치가 가득 들어 있었고,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이 꽤 많은 용량이라 거의 한 칸 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냉동을 하지 않으면 금새 물러지거나 상하는 식재료들이 많아서 (많은양이라, 아니면 적은 양이라도 유통기한내 빨리 먹지 못해서) 냉동을 해두고 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단점을 체계적으로 보완해주는 책이었다.

사실 냉동보관법에 대한 냉장고 정리법과 조리법 책을 이번에 세번째 읽고 있다.

워낙 냉장고 관리에 문외한인지라 늘 도움을 얻어야할 형편이라 생각하는데, 맨 처음 읽은 책이 바로 같은 저자의 (요리가 쉬워지는 냉동보관법) 이란 책이었다. (http://melaney.blog.me/50084319330) 먼저 나온 책이다 보니 처음에 무척 신선한 충격이 있었고, 꼼꼼하고 실천력 있는 주부였다면 그에 따라 냉동실을 싹 정리했음 좋았을텐데. 두루뭉술한 성격이다 보니 읽고서 충격을 받고, 실천은 또 금새 무뎌지고 말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같은 저자의 책이면서 얇지만 포인트를 강조해서 핵심을 파악하기 쉽게 해준 책이라 말하고 싶다. 조리 메뉴도 조금씩 달라졌다. 마치 동일한 저자의 요리책이라고 해도, 모두 다른 색깔을 띠고 있듯이, 냉동 보관 요리를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이와사기 케이코 님의 책은 두 권다 매력적이었다 말할 수 있겠다.


냉동보관법마다 등장하는 보관법 중에,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을 늘 실천하고 있는 것이 나였다.

사실 이 책들을 보며 조금 나아졌다 할 수 있는 것이 예전같으면 대 용량 모짜렐라 치즈를 비닐째 통째로 얼려 고생을 하였던 것을, 이제는 사용 분량 별로 소분화하여 작은 지퍼백으로 얼려서 부피도 줄이고, 사용도 쉽게 바뀐 점들이 있다. 또 볶음밥용 채소도 한번에 많이 다져서, 쉽게 볶음밥에 응용할 수 있게 얼릴 생각을 했다는 것도 나아진 점 중 하나다. 그러고보니 한번에 통째로 내 습관과 마인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개선은 되어가고 있었다.



냉동 식품이 맛이 없다. 신선하지 않다 라는 편견을 깨뜨려주는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가 바로 급속 냉동이라 한다. 냉동고에도 급속 냉동칸이 있는데 다른 냉동칸과 구분해 사용해본적이 없었다. 코스트코 등에서 가끔 보던 그 금속 쟁반으로 급속 냉동을 하여 식재료의 풍미를 잃지 않게 한 후에 다시 지퍼백 등에 구분해 얼리는 것이 키포인트라 하였다. 조금 귀찮아보이는 절차일 수 있으나 냉동보관요리의 맛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 꼭 실천해봐야겠다.



냉동하면 보통 사람들도 흔히 떠올리는 것이 고기와 해물(특히 생선)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고기도, 소, 돼지, 닭 등을 구분하고 각각의 경우를 다시 다진 고기, 덩어리, 얇게 저민 고기,잘게 썬 고기 등으로 세분화하여 얼리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맛있게 냉동보관하는 방법과 더불어 활용하는 법까지 같이 소개되어, 따로따로 떼내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실제로 냉동보관법을 실천해 장보는 시간, 조리 시간, 장보기 비용 등을 줄인 사례도 맨 앞에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확실히 손질한 냉동 재료로 조리하는 데는 시간이 줄어든다. 나도 아주 간단한 것을 몇가지 실천해봐서 그 점은 분명 파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타민 파괴네 뭐네 해서 반대했던 신랑도 라면 끓일 시간에 벌써 볶음밥 하나를 뚝딱 대령하는 색시를 보고 놀라워하기도 하였다.

비밀은 맛있게 냉동보관 하는 비법에 있다.

무조건 생으로 얼리는 것이 아니라, 채소의 경우에는 시금치, 연근 등은 데친 후 얼리고, 단호박, 감자, 고구마 등을 삶아서 으깨서 보관하는 것이 특이하였다. 산마의 경우에는 갈아서 냉동을 해도 식감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얼리기 적합한 식재료가 고기, 해물 등이다보니, 냉동 식품으로 만든 밥상에는 고단백 식품이 다소 많이 보이기는 하였다. 신선한 생야채를 곁들여 먹는다면 매일 풍성한 맛있는 밥상을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식구 수는 적고 대부분 대용량으로 사야 저렴한 식품들이 많아 고민되는 많은 가정들에게 냉동보관 요리법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요리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아는 냉동법 같아도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비법이 실려있는 책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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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고 만지는 로보카 폴리 팝업 놀이책
달리출판사 편집부 엮음 / 달리 / 2012년 6월
품절


한때 뽀통령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뽀로로의 인기는 가히 놀라울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로보카폴리가 또 그 인기를 잇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 아이, 요즘 로보카 폴리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모른다. 로보카 폴리가 나오는 거라면 관련 책들을 다 사달라 할 정도로 너무나 좋아하는데, 팝업 놀이책이 나왔다는 말에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지는 그 반응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예전에 메이지의 뜰이 있는 하우스였나? 하는 책을 사준 적이 있었다.

그 책은 펼쳐서 끈으로 묶으면 2층집이 되는 신기한 구조여서 아이가 어릴적부터 하도 좋아해 (엄마가 봐도 신기하다.) 너덜너덜 다 찢어질 정도였다. 바로 요 책 로보파 폴리 구조본부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장난감 등으로 비싸게 만나는 구조 본부를 외관과 내부까지 모두 펼침책으로 만나는 구조로 되어 있고, 실제 아이들이 좋아하는 폴리 4총사도 우드락으로 만들 수 있도록 (아니 4총사 외 다른 친구들도 평면이긴 하지만 모두 우드락으로 만날 수 있다.) 한데 재료가 모여 있었다.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까지..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할 것을 잘 알기에 살짝 숨겨놨다가, 안면도 여행을 다녀온 후 아이가 피곤해 그런지 많이 칭얼거릴때 책을 꺼내주니.. 완전 감동한 눈치였다.

엄마ㅡ 이거 어디 있었어? 택배 아저씨가 갖다준거야? 하면서 정신없이 빠져든다.

구조본부 세우기도 후딱이다. 책을 펼치고, 리본으로 묶으면 끝.

그리고 아이는 자기가 갖고 있는 장난감 로보카 폴리들을 갖고와 얼른 집어넣었다.

실제 로보카 폴리 변신 장난감보다는, 책 속에 들어있는 장난감이 좀 작은 사이즈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구조 본부 주차장 등에는 실제 장난감도 마치 자기 집인양 쏙 잘 들어갔다. 집이 난장판이라 헬리를 미처 찾지 못하고, 폴리, 로이, 엠머 등만 찾았는데 우선 있는 장난감 갖고 구조 본부랑 연계해서 잘 갖고 놀다가..

엄마랑 다시 우드락으로 로보카 폴리 구조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변신 로보카 폴리장난감과 책에 들어있던 우드락으로 만든 로보카 폴리

아빠가 오랜 운전으로 잠든 동안 그렇게 아이와 엄마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깜깜해지는줄도 모르고 아이는 한참을 로보카 폴리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어찌나 고마운 시간이었는지..

스티커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아이는 또 여기저기 구조본부에 붙여놓고 신이 나 하였다.

좋아하는 레고 인형들을 모조리 갖고 와 로보카 폴리 구조본부에서 갖고 놀기도 하였다.

구조 본부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계단도 있고, 창문을 열면 바깥 풍경도 보이고, 로보카 폴리 그림이 바뀌게도 할 수 있다. 그림(책)과 장난감이 적절히 혼합되어 환상의 세계로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로보카 폴리.

로보카 폴리 시리즈를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이 책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겠단 생각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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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조네스의 나라에서 북소리 사막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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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없는 나라의 지도를 만들어 여행하다.

 

프랑수아 플라스의 이 작품은 실제 존재하지 않은 오르배 섬이라는 둥글고 큰 섬의 학자들이 기록한 지도의 모습과 그 나라에 관련된 일화 등을 짤막하게 소개한 이야기집이었다. 각나라의 지도를 잘 보면 알파벳 대문자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A부터 D까지의 네 나라가 소개되어 있었고 총 26개의 나라가 총 오르배섬 시리즈로 소개됨을 예고해주었다.

 

가상의 나라를 상상해 지도까지 만들었다고 해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세세하게 그려진 지도 그림으로 채워진 그림책이었다. 이 책에는 각 나라의 전체 개략적인 모습과 함께 세부의 이야기, 그리고 예상 밖으로 길었던 글밥의 이야기 후에는 글을 뒷받침해주는 놀라운 그림 설명들이 덧붙여 소개되어 있었다.

 

 

어려서부터 신화, 전설, 민화 등을 재미있어 하고, 세계의 불가사의 등의 이야기나 걸리버 이야기, 5월 35일 등 전혀 새로운 상상 속 공간의 이야기 등에 깊이 매료되었던 기억을 되살려 오랜만에 재미나게 본 그런 책이었다. 현실에 적응할 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마치 당연히 있는 공간인양 소개한 이 책의 특성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 또한 어려서 상상하기를 무척이나 즐겼기에 심지어 급우 하나는 친구의 장점을 추천하는 시간에 @@@의 상상력을 본받고 싶습니다. 라고 발표할 정도기도 하였다. 오늘날의 빨강머리 앤을 상상하면 좀 이해가 빨리 되려나? 어릴 적의 내 모습은 좀 허무맹랑해보일지 몰라도 그런 모습이 다분히 있었나보다. 고대 이집트로 되돌아가는 나일강의 소녀라는 만화를 보고, 이집트와 나의 필연(이란게 있진 않나, 왜 이리 설레나?)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기도 하고, 좀더 자라서까지도 세세하게 그려진 그림, 특히나 어딘가 이국적이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 한장을 접하고도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는등 그림과 상상이라는 영역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이 책의 저자는 세세한 그림을 그리고 상상력을 부여하는 것을 즐기는 작가였나보다. 작가 소개에도 그런 말이 나와 있었다.

누군가를 제 그림 속으로 데려가서 그 곳을 여행하게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제가 가장 바라는 일이지요. 또한 저 자신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저자 소갯말 중에서

오르배 섬을 이곳 저곳 여행하다가 어느 순간 저자와 마주치고, 서로 모른채 지나갈 수도 있음을 혼자 상상해보기도했다.

자신의 상상의 공간을 마치 현실 속 공간인양 떡하니 지도까지 만들고, 이야기를 하나하나 부여하는 그 정성이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아마조네스의 나라의 아마조네스 등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마존 여전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거기에 살을 붙여 그들의 치열했던 전투를 이야기하고, 사람들을 피하였으나 천재적인 음유 시인의 연주 앞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은 그 아름다운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장면이었다.

 

쌍둥이 호수가 있는 바일라바이칼에서는 세심장돌이라는 이름의 무당이 등장한다. 그는 출생부터 남달랐다. 양쪽 눈 색깔이 다른 오드 아이로 태어났던 것. 어쩐지 전혀 가상의 나라의 이야기를 읽고 있음에도 지구상 어느 아프리카 부족의 이야기인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도 제법 나온다. 외눈박이 거인 등이 등장하는이야기만 상상한다면, 이 책의 이야기는 가상의 이야기면서 보다 더 현실적인 부분도 제법 많다 이야기하고 싶었다. 현실과 비슷해 보여야 가상일지라도 설득력을 얻는 느낌이었달까.

 

C를 상징하는 바다의 진주 캉다아 만과 D를 상징하는 북소리 사막의 이야기가 사실은 앞의 이야기들보다 좀더 신화 같은 느낌이 들어 내게는 재미나게 느껴졌다. 열다섯살이 될때까지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산골마을 족장의 딸 지야라는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캉다아라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부'라는 별명을 얻은51P 놀라운 항구 도시에 가보게 되었다. 그 곳에서 지야라는 평생 잊지 못할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다.

 

북소리 사막에서는 톨칼크라는 한 남자가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아홉명의 왕자의 목숨까지 구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세세한 지도의 모습을 보고 혼자서 상상하기에는 역부족일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 하나하나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였다. 그림만 있었으면 아직 어린 우리 아들에게도 보여주기 좋았겠지만 아이가 좀더 자라서 읽어도 좋을 내용이었고 엄마도 재미나게 읽은 책인지라, 지도와 재미난 이야기로 살을 덧붙여 더 재미난 이야기를 아이가 만들어낼 수도 있을 법하였다. 새로운 공간을 주고 거기에 아이들의 상상을 더하게 만드는 책, 바로 오르배 그림책이 가진 묘미가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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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왕따 일기 2 파랑새 사과문고 73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파랑새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문선이 작가님의 전작을 읽어보지 못했던 터라 이 책의 진가를 미리 짐작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전작인 양파의 왕따일기 1권을 읽어본 엄마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런 반응이 쏟아지는걸까? 궁금했다.

 

책을 읽기 전이라 처음에는 양파가, 우리가 예전에 이름이 익었던 가수 양파의 이야긴가 착각하기도 하였다.

알고 보니 양씨 성을 가진 미희라는 아이가 주축이 된 왕따 주동자들의 모임이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겠지만) 바로 양파라 하였다.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참 우습기만 한데, 아이들 눈에는 그게 참 멋져보였나보다. 다른 아이들보다 공부도 잘하고, 말발도 잘 서고, 거기에 아이들에게 영향력까지 높은 양파의 존재감은 그 반에서는 다소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그 안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제법 많았고, 소설 속 주인공인 정화도 그 중 하나였으며 이제 양파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한명이기도 하였다. 그 결과 소중했던 친구 정선이를 상처입히고 전학보낸 가슴아픈 기억을 갖고 늘 후회 속에 살아가는 아이가 되었다.

 

양파의 왕따 일기2권은 바로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정선이의 빈자리에 양 다솜이라는 친구가 새로 전학을 왔다.

남학생들의 눈길을 받을 정도로 예쁜 외모에, 체육도 월등하게 잘하고, 공부까지 잘하는 다솜이. 정화는 다솜이에게 호감이 생겨 친구를 하고 싶었으나 미희는 모든 것이 자기의 라이벌 감인 다솜이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싫어하였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양파 아이들에게도 다솜이를 헐뜯는 분위기를 유도하였고 말이다.

 

미희도 나처럼 부모님이 곁에서 학교 생활을 따뜻하게 물어준다면, 친구를 왕따 시키며 괴롭히는 일을 절대로 나서서 하지는 못했을 거다. 그렇게 창피한 나쁜 일을 한다고 엄마 아빠한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세상에 없을 테니까. 54p

 

정화는 정선이의 아픈 추억이 있는 터라, 다솜이가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다솜이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도서관에만 가면 모른척 하는 다솜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눈이 나쁜 다솜이가 렌즈를 끼고 있다가 도서관에서만 렌즈를 빼 정화를 못 알아봤다는 것이었다. 정화는 오해가 풀려 기뻤고, 친구들에게도 다솜이가 의도적으로 아이들을 무시한게 아니라 눈이 나빠 그랬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양파 아이들은 미희앞이라 열심히 다솜이 무시하기에 바빴지만 말이다.

 

사실 고등학교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눈이 급격히 나빠져 안경을 쓰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 또 오래 안경을 쓰고 있으면 눈이 빠질듯이 아파서, 복도를 걷거나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할 일이 있을때는 안경을 벗고 그냥 다녀오기도 하였다. 몰랐는데, 친구들이 그때 내게 인사를 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못 알아보고 지나치곤 하니 이상하게 생각했단다. 친구 하나가 나중에 그 일을 물어봐서 그제야 나도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마구 친한 척 인사도 잘 하던 내가, 복도에서 만나 인사하면 쌩~ 지나가버려서, 너무나 황당했다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눈이 너무 나쁜데 눈아파 안경을 벗어서, 앞이 안보였다 하니 친구들이 깔깔 웃었다. 이후로 복도를 지나가다 그런 말을 들었다.

"에에..또또..못 봤네.." 그제야 나도 뒤돌아 친구를 보며 하하하 웃었던 기억이 났다.

오해는 정말 순간이었다. 친구가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난 아주 이중적인 웃긴 아이가 되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다행히 오해가 잘 풀렸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이상한(?) 문화가 대중화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학교에서 왕따 문제를 아예 배제하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보편화된 그런 문제인가 보다. 작가가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던 2부 이야기를, 남자이야기인 수민이의 왕따 탈출기와 더불어 동시에 출간하게 된 까닭도, 어린 학생들이 왕따 문제로 너무나 고생하는 것을 피부로 와닿으며 절실한 필요성을 느껴 출간하게 되었다는 사연을 머릿말로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아직 아이가 어려 유치원도 안 보낸 나조차도 뉴스 등을 통해 끔찍한 이야기를 너무나 자주 접함에 놀라곤 한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친구라는 이름의 가혹한 또래집단들의 린치로 꽃같은 생명을 저버리고 부모 가슴에 처절한 피멍을 들게 한채 한줌의 재가 되어버리는 일들이 너무나 무수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무시무시한 일들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게다가 이 책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 있을 법한 이야기기에 더욱 끔찍하였다.

 

왕따 가해의 주동이었던 미희가 나중에는 스스로가 판 무덤에 빠져 반전체의 왕따인 반따가 되어 고생을 하고, 그 친구를 돕고 싶은 정화조차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심지어 미희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려다 엉킨 실타래를 풀다보니 말을 지어낸 연숙이에 대한 아이들의 화살이 돌아가기도 하였다.

 

미희가 한순간에 벼락맞은 나무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교실 분위기를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던 거다. 그건 결국 미희 혼자의 힘이 아니라, 우리 반 여자아이들이 도와줘 미희를 그렇게 만든 거였다. 90p

 

왕따라는 사회현상이 빚어내는 이야기들은 읽기만 해도 우울하고 짜증나는 이야기가 많다.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린 아이들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엄마, 아빠가 된다고? 과연 어떤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또 미희라는 아이가 그대로 자신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미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괴롭히는데 익숙해진 아이들은 또다른 사냥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아이의 순수함을 잃어버린지 오래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정화와 선생님 등의 노력으로 아이들은 잃어버렸던 자신의 순수함을 되찾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아무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해결법이 있다면 뉴스에 왕따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자살을 한단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았겠지) 왕따 문제의 해법을 아이의 입장에서, 또 부모님과 선생님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이해시키는 방법이 있음을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정말 멋지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아이를 학교에 보내진 않았지만 성격이 유순한 편이라 누가 때리거나 괴롭히진 않을까 늘 걱정이었다. 엄마가 나서서 지켜주는데도 한계가 있고 학교에서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켜야하는 상황이 될 것이었다. 아이의 자존감을살려주어야한다는 이야기를 누누히 들었지만 내 아이 하나만 바로 잡는다고, 삐뚫어진 문화가 바로잡힐 것 같지 않아 그것도 걱정이었다. 다만 부모들이 집에서부터 노력을 하고 아이들의 문제에 하나둘 관심을 기울인다면 내 아이가 주동자가, 피해자가 되는 그런 일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았다. 정화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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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쟁이 아이를 위한 놀이의 반란 - 4~7세 하루 20분, 체험·독서·교구·바깥놀이로 행복한 영재 만들기
김윤정.박도현 지음 / 담소 / 2012년 7월
절판


꽤나 두툼한 책에 요긴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4~7세 부모를 위한 필독서라는 말이 와닿았고, 무엇보다도 아이와 잘 놀아주지 못하는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하루종일 다섯살 아이가 심심해하는데 엄마는 잘 놀아주지를 못했다. 핑계는 빨래, 설거지 등의 살림하기였지만 일이 끝나도 엄마가 휴식한다 하고, 아이와 놀아주지 않으니 혼자서 레고를 조립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안쓰러워보이기까지 하였다.


예전에 모 육아 프로그램을 티브이에서 보고, 저런 엄마가 다 있나 하고 쯔쯔 혀를 찬적이 있었는데 지금의 내 모습이 딱 그때 그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는 혼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엄마는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저게 뭔가 싶었는데 임신했을때 혀를 차며 봤던 그때 그모습으로 내가 되어 있다는 것이 사실 무섭게 느껴졌다.



저자는 바깥일을 바쁘게 하다가, 아이를 위해 일을 접고 전업맘이 된 케이스다. 물론 집에서 육아관련 저서들을 내놓으며 프리랜서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저자의 아이는 일찌감치 어린이집을 다녔고, 네살때부터 한글, 영어, 숫자를 통달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싫어, 안해를 내뱉기 시작하였다 한다. 이후로 저자는 아이와 놀이식으로 공부하는 놀이반란을 시작하였고, 책에는 저자가 육아전문가들을 통해 배운 육아법, 제대로 놀아주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나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시켜 주었다.

저자의 이전 책들인 <내 아이를 망치는 위험한 칭찬>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아프게 하는 말> <친환경 음식 백과> 등을 모두 유익하게 읽었던 터였는데 이 책은 아이 놀이법에 대한 내 궁금증을 해결해주기에 더욱 적합한 책이라 다른 책들보다도 더욱 와닿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늘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기일쑤인 엄마라 아들앞에 미안한 맘 뿐이었는데, 미안함이 지나치다면, 그만두면 되는게 아닐까 싶었다. 과감히 일을 접는 사람도 있는데 난 무엇때문에 아이와 소중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단지 나의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을 위해 하는 일이라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허비되고 있었다.


책에는 아이와 노는 다양한 법들이 체계적으로 소개되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유용할 체험놀이편에서는 수도권에서 아이와 함께 방문하면 재미날 그런 명소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대전에 사는 터라, 서울에 자주 놀러가보지 못해 가보지 못한 곳들이 많았지만 가끔 이웃님들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이름을 접한 곳들도 다양히 소개되어 있었고, 처음 접하는 곳들도 많았다.




테마 동물원 쥬쥬, 옥토끼우주센터 등을 다녀온 분들의 후기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도 잘 소개되어 있었고,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키자니아도 소개되어 있었다. 직업 테마 체험파크라 서울이 아닌 전국적으로도 많이 아이들이 방문하는 곳이라 들었는데 이용 요금이 좀 센 편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비슷하게 직업체험을 할수 있으면서 가격은 훨씬 착한 잡월드라는 곳이 있어서 눈에 띄었다. 고용노동부에서 만든 곳이라,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는 키자니아와 달리 어린이관, 청소년체험관으로 나뉘어, 어린이체험관면에서는 좀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키자니아보다 체험활동이 좀더 강화되고,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해볼수있다니, 우리 아들도 정말 좋아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보호자를 위한 벤치도 보다 넉넉히 마련되어 있고, 각업체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키자니아의 광고와 달리 잡월드는 체험관의 명칭만 새겨진 점도 좋았다. 게다가 가격이 평일 13000원, 주말 15000원(입장료 3000원 별도)이라는 점도 키자니아의 놀라운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느껴졌다.

지방에 살지만 서울에 아이와 놀러갈적에 가보면 좋을 곳들을 참고해볼수있어 좋은 파트였다.




독서놀이에는 총 30가지의 독후활동이 소개되어있었는데, 요즘 많은 엄마들이 열과 성을 보이는 다양한 독후활동을 못 따라가는 평범한(아니, 못 따라가니 평범한게 아닐런지 모르지만) 엄마로써 참고할 것들이 제법 되었다. 못 읽어본 책들이 많아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이런 책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놀아주면 좋겠다 생각도 들었고, 한이네 동네 시장이야기, 신나는 사파리 여행 등 갖고 있는 책들을 보면서는 직접 시장을 체험하며 아이와 대화나누는 것등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교구놀이 또한 관심이 많이 갔다. 요즘 한참 레고에 빠져있는 다섯살 우리 아들, 사실 값비싼 여러 교구들을 거의 접하게 해주질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책에 나온 교구가 하도 다양해 입부터 벌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 육아카페와 아이책 카페등에 정말 우후죽순 소개되어 뭐가 뭔지 모르겠을 다양한 교구들이 실제 사용 경험과 더불어 아이의 반응까지 소중히 언급되어 있으니 뭐는 얼마 정도고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역사와 아이 반응등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점이 참 좋았다. 말 그대로 내가 가장 취약한 교구 분야에 대해 두루두루 파악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많은 것들을 모두 접하게 해주었다는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클릭스는 백화점 갔을 적에 아이가 재미나게 갖고 놀아서 안 그래도 사줄까 말까 고민하던 제품이었고, 팝아티는 여자애들에게 인기만점이라고 코스트코에서 선풍적으로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클리코는 모 육아서에서 효과적인 보드게임이라 설명된 것을 읽은 기억이 있었고, 촉촉이 모래와 과학실험마당 등은 여러 카페에서 후기를 다양하게 봐서, 궁금하던 차였다.


바깥놀이는 집을 벗어나 야외에서 아이와 다양하게 노는 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자연과 노는법에 대해 나온 책을 재미나게 읽고 아이와 활용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봤던 게임들도 여럿 있었고 새로 만나는 놀이법들도 있었다.



4~7세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는 여러모로 유용한 도움이 될 책이라 확신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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