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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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기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지만, 막상 내가 읽은 책은 그리 많은 권수가 아니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시작으로, <탐정 클럽> <플래티나 데이터> <성녀의 구제> <신참자> 등을 읽어보았다. 그중 탐정클럽을 제외한 다른 책들이 모두 다 마음에 들었던 고로,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분분한 여러 의견 중에 나는 호평 쪽에 손을 들고 있는 중이다. <백야행> 3권과 <동급생> <방과 후 > 등은 읽으려 준비중인 책인데, 그의 신작이 새로 또 나왔다는 말에 기다리지 못하고 냉큼 구입해 읽어버리고 말았다. 바로 매스커레이드 호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나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책 속 주요 배경이 되는 호텔이름인줄 알았다.

masquerade

 
미국·영국 [|mӕskə|reɪd;英또한|mɑ:skə|reɪd] 영국식
1. (진실・진심을 숨기는) 가장   2. 가장 무도회   3. 가장하다

 

 

매스커레이드란 가면, 가명, 가면 무도회 등을 가리키는 말로 호텔내 잠복 수사를 하게 된 형사들의 처지와 호텔리어와 투숙객들간의 가면을 쓴 듯한 태도를 지칭하는 그런 뜻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선배에게서 들은 말이 있어요. 호텔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걸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라고요."

"가면......"

"호텔리어는 손님의 맨 얼굴이 훤히 보여도 그 가면을 존중해드려야해요. 결코 그걸 벗기려고 해서는 안되죠. 어떤 의미에서 손님들은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을 찾으시는거니까요."

394P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코르테시아도쿄 호텔, 도쿄에 머무르게 되는 사람들 대부분 만족하게 되고, 한번 머무른 사람은 좋은 기억으로 다시금 찾게 되는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호텔이었다.

도쿄내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의문의 숫자들이 쪽지로 남아있고, 그 숫자들을 분석한결과 다음 살인사건은 바로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었다. 살인사건을 막고, 범인을 잡아내기 위해 형사들이 직접 호텔리어로 분장해 잠입 근무를 하기로 하였다.

 

호텔의 숙련된 베테랑 직원 야마기시 나오미와 함께 카운터에 근무하게 된 형사는 바로 그 숫자의 비밀을 해독해낸 형사 닛타였다.

머리는 좋지만, 무뚝뚝하고 다소 뻣뻣하기까지 한 닛타 형사와 호텔 투숙객을 위해서라면 정말 혼신을 다해 봉사할 타고난 호텔리어 나오미의 듀엣은 다소 언밸런스한 커플의 만남이라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서로 마음에 안 들고 삐걱거리긴 했지만, 번뜩이는 재치를 지닌 닛타와 수완이 좋고, 빠른 대처 능력을 보이는 나오미의 콤비는 제법 잘 어울리는 매스커레이드 팀이 되어갔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며, 초반부터 독자들까지 긴장하며 책에 몰두하게 만든다. 아예 처음부터 이 사람 저사람 심지어 주요 등장인물들까지 빼곡히 의심해 가며 집중하려니 사실 머리가 좀 아파오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호텔을 방문하는 다양한 진상 고객들의 면모를 살피게 되었다.

하나하나 각자의 사연을 담은 사람들.

호텔에서 제 돈 주고 숙박을 할지언정, 운좋게 주어지기도 한다는 무료 업그레이드의 행운은 거의 받아본 적 없는 사람으로써, 다소 이기적인 행태로 트집을 잡아 스위트 룸까지 업글을 받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이것이 호텔의 실상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호텔 입장에서도 참 고객들의 황당한 컴플레인에 당황스럽긴 하겠구나 싶은 그런 상황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펼쳐졌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범인일테고, 누군가는 희생자가 될 터였다.

 

호텔 잠입 수사, 그것도 진상 고객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호텔리어로써 힘든 나날을 체험해야했던 닛타는 나름 불만도 쌓여가지만, 자신과 이미 한 팀이 아니라 생각했던 노세 형사의 등장으로 촌스럽고 무능력해보였던 자신의 어리숙한 동료가 실상은 오히려 누구보다도 번뜩이를 기지를 발휘하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 또한 같이 그려져있다. 대부분이 남을 밟아야 마치 내가 성공하는 듯, 나의 안위가 우선인 사회에서 노세와 같이 다른 사람, 특히 자기 동료에게 은공을 돌리려 하는 그런 천사표 동료의 등장은 다소 신선한 양념이 되어주기도 하였다.

 

본인이 의도하지 못한 사이에 노세와 또 나오미와 호흡을 맞춰가며 사건의 핵심에 접근해 가는 닛타의 활약.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가며 닛타라는 형사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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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파트너 3
김예린.장유라 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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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되던 웹툰이 세권의 단행본으로 동시에 나온 세트 중 마지막권이다.

사실 내용만 보자면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꽃미남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김태희가 자신의 조수로 임시 고용했던 한우물(실제 동물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것은 한우물만의 능력이었다.)과 본격적으로 동업하기로 하는 데 합의하는 것으로 끝이 나서, 어? 이게 본격적인 시작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실 책의 맨 끝에 "끝"이라고 씌여있어도, 에이~ 잘못 나온 거겠지 싶었다. 그만큼 재미도 있고,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 예를 들어 한우물과 김태희, 그리고 여형사의 (이름이 여형사인 형사이다, 여형사 형사라고 불리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삼각관계 러브라인이라던지, 본격적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활약상을 펼치는 김태희의 이야기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그림과 글을 같이 동시에 쓰고 그린다는 두명의 작가 김예린, 장유라님도 2부가 나올 수 있음을 살짝 언급해주긴 하였으니, 끝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실제 작가분들은 11마리의 반려동물들과 같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웹툰 작가나 만화가들을 보면 반려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가 참 많이 그려진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기록하고 싶어서, 곧 떠날 늙은 정든 개를 기록하고 싶어서 웹툰을 시작한 작가 초 님이 있는가 하면, 유기견들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스러움에 이런 웹툰들이 나오고도 있는 것이다. 실제 이야기건, 가상의 이야기건 동물의 마음을 읽을 수 없을뿐,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우리가 외면하고 살고 있는 현실, 그러나 우리 주위의 동물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예쁘게 사랑하고 싶었으면 끝까지 보살폈어야 하는 게 옳다.

자꾸 외면하고 싶고 포기하려 하는 그 양육의 의무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이야기였다.



실제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더해가고, 지금 키우지 않고 있는 사람들조차, 동물을 새로이 키우거나 거리에서 만나건 어디에서 만날때라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들을 대해야할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교훈적인 웹툰이었다.


두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신경 쓸새 없이 유기동물들, 반려동물들의 문제에 , 그러니까 작품의 본질에 더욱 충실하려 한 작가들의 마음에 사실 뒤늦게 고마움마저 들었다. 정말 중요한건 드라마 등에 흔히 나오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동물들이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 얼마나 가슴아픈 시련을 겪어야하는지 그 실상을 파악하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읽고 한동안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던 웹툰. 앞으로 그 2부가 새로이 나오게 되길 고대하게 만드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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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도시여행 - 언제든지 떠나는 만만하고 놀기좋은 여행지
권다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8월
품절


직장생활을 하며 많이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나름 짧은 휴가기간동안 다녀올 수 있는 해외여행에 한참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을 적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사실 이 돈이면 우리나라에서도 훨씬 편안하고 가까운 거리의 훌륭한 맛집 등을 찾아 다닐 수도 있을텐데.. 저 멀리 비행기까지 타고 나가서, 우리나라에 없는 관광지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편안한 호텔과 맛있는 음식을 즐길 레스토랑 등을 찾아 헤멜때를 생각해보면, 혹은 거기에만 포커스를 맞추어 여행을 다니기도 한단 사실을 되돌아보면, 우리나라의 대도시 여행 또한 편안한 호텔이나 안전하고 쾌적한 숙소를 찾아, (또 말까지 통하는 곳에서!) 입에 잘 맞는 음식도 글로벌하게 얼마든지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대도시여행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그런 생각에 딱 맞는 여자들의 도시여행 책이 나왔다.

서울, 인천, 대구, 대전, 부산, 광주의 6개 대도시를 아우르고 있는 이 책에는 내가 실제 다녀본 곳들과 그렇지 않은 곳들이 두루두루 소개되어 있었다. 또한 책 외에도 실시간 확인해보기 좋은 스마트폰 앱 등을 소개하여 여행의 편리함을 더해주는 책이기도 하였다.


사실 늘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면서 이 가까운 대도시의 이곳저곳을 알차게 탐험하고 즐겼는가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제법 많았다. 서울에서 10여년을 살다 내려왔지만 늘 가는 곳은 한정적이었고, 미처 다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나 많아, 실제 생활하면서 왜 그리 좋은 곳들을 놓치고 내려왔는가 생각해보면 아쉬움마저 든다.


대도시 여행의 적격으로 생각되는 곳은 사실 서울과 부산이 아닐까 싶다.

서울은 워낙 넓기도 넓고, 맛집이나 가볼만한 이색적인 공간들이 참으로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책을 읽을 독자들의 상당수도 서울에 많이 몰려 살고 있고, 전국에 있는 여성들 또한 늘상 서울에 대한 얼마간의 동경이 있어 쇼핑을 위해서건 무엇을 위해서건 서울에 여행삼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을테니 서울 여행만 전문적으로 다룬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고객만족 원리일지도 모른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 2의 도시이자, 바다를 끼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인지라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대도시면서 전철등의 대중교통을 타고 나가면 바로 코앞에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낭만이 더해지는 곳이다. 덕분에 여름에는 해운대에만 백만 인파가 몰린다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는 전설적인 곳이기도 하다.

나 또한 서울 생활 하던 29살의 어느 날, 이대로 20대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동갑내기 대학 동기 여자 셋이 똘똘 뭉쳐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KTX를 타고 내려가 무박으로 여행하고 오는 일정을 짜는데, 남들 다 가본다는 여러 명소들을 두루두루 바쁘게 돌아다닐까 하다가, 절영해안산책로를 강추해주신 부산 출신 사장님 덕분에 (친구들끼리 일정 짜던 곳이 마침 모 여대앞 샌드위치 가게였는데 부산을 계획한다니 너무나 반가워하며 그곳을 강추해주셨다.) 다른 사람들과는 또다른, 짧지만 인상깊은 여행을 하고 올 수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던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로를 몇시간이나 걸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동네 사람들 같은 코스였을 수 있겠지만 몇시간 기차를 타고 내려 왔다 온 길이었음에도 정말 후회되지 않은 산책로였다.

결혼 후에는 신랑과 주로 해운대쪽 파라다이스 호텔 등에만 다녀왔는데, 그 외의 여러 곳들을 둘러보지 못해서 친구들과 함께 여행한다면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에 등재된 신세계 센텀시티도 쇼핑하고, 백화점 1,2 층에 위치한 2400평 규모의 놀라운 스파랜드도 체험해보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다녀왔던 남포동 먹자골목이나 아트 갤러리, 벼룩 시장등이 열린다는 달맞이길도 돌아보고, 카페 골목까지 알차게 곳곳이 다녀오는 여행이 매력적일 부산일 것 같았다.


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전에 대한 소개도 다른 책에서는 보기 힘든 소개글인지라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읽었다.

대전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친구가 다시 대전에 내려와 살고 있어 자주 만나고 있는데, 몇년을 살아도 가볼만한 곳이 늘 없다고 하는 친구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읽어보았다. 나도 매번 가는 곳이 정해져 있기는 한데 (그래서인지 웬만한 곳들은 다녀온 곳이 많았다. 한밭 수목원, 해피 로드 등은 나 또한 아이와 함께 산책하고 즐기는 곳으로 강추할만한 곳이었다. ) 대전에 벽화마을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고, 딱 한번 벚꽃 흐드러지는 밤길을 만끽했던 길 이름이 탄동천 산책길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대단한 볼거리가 가득한 곳은 아니지만, 생활 터전으로써 대전은 나름 만족할만한 곳이다. 아이와 함께 혹은 여자친구들끼리 공원길을 걸어도 좋고, 튀김소보로 뿐 아니라 그외의 빵들도 제법 맛있는 성심당의 빵맛과 팥빙수 맛을 음미해도 좋을 그런 곳이었다. 유명한 유성 온천 등도 휴식의 여정으로 끼여 있어도 좋을 뻔했다.

여자들의 도시여행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같이 가도 좋을 국립 중앙과학관이나 오월드 등이 빠져 있어 아쉬웠는데 시간이 있다면 이런 곳도 추천해봄직한 여행지였다

거의 들러 보기만 한 대구와 광주 등의 여행지에도 눈길이 갔다. 아주 귀에 익은 대도시임에도 친구나 친척들이 살고 있음 일부러라도 찾아가겠지만 그렇지 않아 놀러가본적이 없었는데, 책에 나온 여행지들을 바탕으로 둘러보면 색다른 도시여행이 될 것 같았다.




인천은 또 어떠한가. 오빠가 인하대를 나와서 인천을 몇번 들러본 적은 있지만 사실 제대로 관광해본적은 없었다.

아, 친구들과 대학교 땐가 소래포구에 일부러 놀러간 적이 딱 한번 있기는 하구나. 어찌 됐건 서울에서 꽤 가까우면서도 여행할 기회를 자주 마련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던 그런 곳이었다.



대학생때 직장생활을 할때 여자들끼리만 도시여행을 다녀본 적이 가끔 있었는데 그때 이런 책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좀더 알차게 다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지금은 아이가 있어 여자들 + 아이들 끼리의 여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다양한 대도시에서 재미나게 즐기는 노하우를 습득하게 하는 책인지라 아이들과 함께 해도 충분히 재미날 그런 여행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가까운 대도시를 가벼이 여행다녀옴도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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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파트너 2
김예린.장유라 글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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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참 잔인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들의 입장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쩜 이럴 수가~ 하면서도 정작 나는 어떻지? 하는 생각에 직면하면 나 역시 흉해보인 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집도 그렇게 강아지를 키우고 사랑했지만, 사실 너무나 강아지를 사랑하는 애묘인들처럼 사랑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신랑은 강아지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그러기에 쉽게 또 누군가와 정을 붙이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한번 정을 붙이고 나면 떼기 어려운 것이 바로 강아지기에.. 시댁에서도 주택이 낡고 불편해도 이사가시지 못하시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오랫동안 키운 개 때문이었다. 신랑이 사랑해 마지않는 그 강아지가 성견이 되었고, 어머님께서도 어떻게 정을 붙이고 키운 개를 남에게 줄 수 있느냐, 어찌 됐건 강아지가 세상을 뜰때까지 어머님께서 거두셔야한다고 강조하시었다. 나라면 아마 내 이해관계를 따지는데 급급해 강아지의 여생까지 기다려주지 못하고, 더 나은 집(?)을 찾아 분양하겠노라고 나섰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이미 한 주인에게 정을 붙인 강아지에게 더 나은 집을 찾아주겠다는 건 사실 인간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 것을..

책에는 정말 이런 사람도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나온다.

강아지가 예쁠때에만 잠깐 키우고 금새 싫증을 내고 강아지를 파양해버리거나 심지어 개장수에게 팔려가도 눈 하나 깜짝않는 사람들이 말이다. 혹은 길냥이들이 싫다면서 은근슬쩍 고양이 다니는 통로에 쥐약을 놓아버리는 사람도 나온다. 이런 분들 주위에 사실 너무나 많다고 한다. 배고프고 굶주린 동물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을 오히려 나무라며 뭐라고 하는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어젠가 뉴스에 나온 기사를 보니, 동물들 뿐 아니라 같은 아파트 아이들이 심하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드는 이웃들도 나와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였다. 어린 아이들이 여름에 아파트안 놀이터에서 뛰어노는게 시끄럽다고 (일년에 열흘정도 더운 여름에만 놀이터가 물놀이 수영장이 되는 아파트란다.) 아이들 노는 놀이터에 물풍선을 투척하고, 압정을 깔아놓고 하는 어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엄마 심정은 어땠을까. 아이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인간의 아이들에게도 이런 세상인데, 동물들에게는 더더욱 너그러울 수 없는 팍팍한 세상인 것이다.



잠깐 키우다가 아이가 생겼다고, 혹은 고3이라 공부를 하기 위해 파양하거나 내다 버리는 동물들이 늘어 안락사를 당하거나 길가에서 로드킬을 당하는 등, 불우한 생애를 마감하는 동물들이 많다 하였다. 그런 동물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온다.



사실 나도 아기엄마기에 애완동물을 키우면 아이에게 해롭지 않나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동물을 좋아하면서도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키우면 안되는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책에 보니 고양이 기생충으로 잘못 알려진 톡소 플라즈마는 고양이를 키워 만져서 감염되는게 아니라 육회나 생선회등 날고기를 섭취하거나 톡소 플라즈마에 오염된 흙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먹을 경우 감염될 수 있다 나와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톡소 플라스마 항체검사를 한 후 항체가 없다면 날고기를 섭취하지 않고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고양이의 배설물과 접촉하지 않고 손을 깨끗이 씻는 정도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란 것이었다.



길고양이 나리의 가슴아픈 이야기는 주인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남편이 고양이들을 갖다 버리는데서 시작되었다. 임신한 주인은 고양이들을 잊지 못하고 계속 찾고, 길고양이가 된 두마리 고양이 중 한마리는 금새 죽고 남은 한 마리는 새끼 고양이까지 낳아 기르며 열심히 살았지만, 길고양이로 살아가면서 제때 아기들을 먹이지 못하는 고충을 겪다가 아기들에게 갖다줄 먹이를 입에 물고 길을 건너다 로드킬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들의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마냥 그들이 귀엽기만 했을뿐 정말 그들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하나둘씩 읽어보면서, 왜 사람들이 그토록 동물들을 사랑하는지, 애묘 가정을 성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사랑을 주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주는 사랑 그 이상의 것을 소중한 가족이 된 동물들로부터 느끼고 받고 감사하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런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게 되는 책, 바로 환상의 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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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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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대들은 이유없이 이해할 수 없는 것, 무서운 것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방금 뉴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죽음은 그 상징, 바로 그 핵심. 10대는 죽음에 가깝다.

내가 죽음과 가까운 곳에, 지금 열네 살이라는 나이로 서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10대가 끝나는 동시에 사라지는 사고방식으로 치부되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젠가 이런 생각과 멀어질 날이 올까? 홍역이나 수두처럼 어렸을 때 누구나 걸리는 일종의 질병처럼 말하는게 불쾌했다. 세리카나 사치는 내가 생각하는 이런 감각과는 인연이 없다. 내일 치를 시험이나 좋아하는 남학생에 대한 소문이라면 자꾸 궁금해하고 고민할 테지만 죽음에 대해 고민할 것 같지는 않다. 세상에는 죽음과 거리가 먼 10대를 보내는 아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58.59p

 

죽음을 그리 동경해보지는 않았었는데..하고 10대 시절을 회상해보니,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이 안 좋아져서(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에 비해 한없이 떨어져 있어서 사실 거의 매주 피를 뽑으며 검사를 받으러 다녀야했다. 나중에는 하도 피를 뽑아 혈관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무사히 잘 넘기긴했지만 당시엔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무척이나 걱정하시는 엄마 앞에서 비극의 여주인공인듯 행세했던 기억은 남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철딱서니없는 발언이었지만, 그때는 죽을땐 죽더라도, 할일은 하고 죽겠다라는 철딱서니없는 발상이 더해져 있었다. 그런게 사춘기일까. 앞뒤 문맥 딱 자르고 황당한 사고 방식에 집중하게 되어버리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찾아오는 법인 듯 하지만.

 

고바야시 앤. 개그맨 예명같아서 놀림받기 쉽상인 그녀의 이름. 사실 그녀의 이름은 빨강머리 앤을 심하게 동경하는 그녀의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만화속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말이다. 실제 생활 역시 엄마의 삶은 다소 촌스러운듯 하나, 지극하게 앤을 동경하는 삶이 여기저기 뭍어 있었다. 뛰어난 외모에도 불구하고 나고 자란 곳을 떠날 생각 없이 현실에 만족하는 듯 하면서 그 안에서 적당히 서구 생활을 동경하는 독특한 사치를 부리는 삶, 사춘기 소녀가 된 앤은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엄마에 대한 불만이 나름 있었던 앤은 어느 날 자신이 스크랩한 일기장과 같은 소중한 스크랩북을 엄마가 몰래 열어보고 추궁했다는 사실에 심각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안 그래도 또래 여중생과 달리 죽음을 동경하고, 잔인한 시체 등의 사진에 열광하던 그녀는, 그녀가 무시해마지않던 곤충계 남학생이었던 도쿠가와가 우연히 쥐를 죽인 사실을 알고, 또 그가 자신의 이름이 빨강머리 앤이 아닌 앤 불린에서 따온 거 아니냐고 센스있게 질문해준것에 감동해서, 자신을 죽여달라고 의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순순히 이에 응한 도쿠가와와 함께 자신의 살해 계획(?)을 공모하고, 어떻게 죽으면 멋있을지, 구상하기에 이르른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을 그렇게 희생하고 나면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줄 것 같아서 살아남은 너희들과 나는 달라, 라는 의식이 강한 그런 느낌이 마구 뭍어났다.

 

남학생들 사이에도 왕따가 분명 존재하는 듯 하지만, 여학생들의 왕따처럼 심하지는 않지 싶다. 대부분의 왕따 이야기가 사실 여학생들의 이야기에 집중이 되어있고 남자아이들은 대개 그에 동조하거나 혹은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까? 별거 아닌 이유로 여학생들은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거기에 잘 어울리는 집단에 끼이지 못하고 혼자 외톨이가 되는 경우 스스로 학급내 최하층 계급이라 생각되기에 이르기도 한다.

 

앤은 세리카, 사치와 친하게 지냈으나 그 둘 사이에서 분위기 맞춰가며 살아가는 평범한 현실을 살다가도 자신이 그들과 달리 곧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자살 여주인공이 될 생각에 꿈에 부풀어 있다. "난 너희들과 달라." 이런 의식이 팽배한 그녀이다.

정말 삶이 힘들어 자살하거나, 혹은 치정으로 살해를 당하거나 하는 삶과 달리 순수하게 자신은 자신의 죽음을 계획하고, 아름다운 시체로 미화되고 싶은 착각을 하기에 이르른다. 죽음을 이렇게 생각하다니, 참으로 알수가 없는 타인의 속이었다.

 

하기사, 그런 독특한 화보집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기도 했는데, 스스로가 주인공이되고 싶다 생각하다니.

그녀가 아주 이상한 취향을 갖고 있다기보다, 성장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 생각하는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자신 또한 엮이고 또 엮였던 여학생들과의 관계, 인기있는 남학생과의 교제와 이별이라던지, 다른 친구들의 왕따라던지 하는 문제들로부터 그녀 역시 자유롭고 싶으나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니 심지어 별거 아닌 문제로 그녀는 아주 곤란한 지경에 놓이기도 하였다. 도대체 어른이 되어도 알 수가 없는 10대 소녀들의 문제 같으니라고. 만났다 헤어지고, 미워하고 질시하는 그 관계도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아니 도대체 어쩌라고~ 소리가 저절로 나오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보면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을 그런 행동들을 10대 때는 아주 대단한 일인양 서슴지 않고 해내는 것이다.

 

너무나 진지하게 살인 계획을 공모해나가는 도쿠가와와 앤을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걸까 불안함마저 들었다.

자살 카페 등이 존재한다는 뉴스를 들었을때 도대체 왜?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대부분 어른들이 회원인걸 생각하면 앤의 입장과는 많이 다르겠다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죽음을 타인과 공모하며 준비해나가는 그 과정이 참으로 괴이하게 느껴지면서도 어른이 된 입장에서 제발 누군가가 바로 잡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함마저 생기는 입장이었다.

 

이야기는 너무 앞서 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게 은근한 재미다. 표지나 제목으로 보면 미스터리로 착각할 법도 한데, 살인 공모와 다소 으스스해 보이는 취미가 화보 그대로를 눈앞에 떠올리게 하긴 하지만, 성장 소설에 가깝게 쓰인 이 이야기가 절대 기분나쁘지가 않다. 그래서 오히려 고맙다.

아이들의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시선에서, (어른이 되어 이미 면역 주사를 맞아버리고 망각의 상태에 놓은 나를 다시 사춘기 그 시절로 되돌려 놓은 듯 하였다.) 얼마나 고통스러울 수 있는 상황인지를 되새기게 만들어준다. 어른들이 보면 별거 아닌 상황이지만, 그들에게는 죽을만큼 괴로운상황일 수도 있다. 그 죽음이라는 것을 손쉽게 선택할 사람은 거의 없지만, 드물게는 반드시 있다.

 

또래집단에서는 친구들을 이끄는 아이들이 어른들에 가까운 양 추대받기 일쑤였다. 사실 알고보니, 그들의 위치라는게 정말 하잘것없는것이었는데 말이다. 속내를 알고 보면 진정 성숙한 어른의 지름길로 가는 아이들은 따로 있었는데 말이다. 

어른이 되니 철없는 아이들의 이상한 동경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으나 그때로 되돌아가 생각해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아이들. 앤의 엄마처럼 반응하기 쉽겠지만 그것이 아이를 극단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음을 알고, 아이를 걱정하는 것도 지켜보는 것도 더더욱 조심하며 대해야할 문제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 나도 천상 엄마가 되었구나 싶었다.

 

나오키상 수상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미스터리 소설을 기대했던 예상은 벗어났지만 아이들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려준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에서 대만족하게 된 책이기도 하였다. 이해하기 힘들 비뚫어진듯한 아이들의 취미생활이라는 것도 사실 한때일 수 있는 것이었고, 그것이 아이의 본성까지 왜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그 힘든 시기를 벗어나면 아이는 바로 돌아올 수 있는 법, 중요한 부분을 작가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이런 것이 바로 수상작가의 저력이라는 것일까? 작가의 또다른 작품들 역시 어떤 내용일지 기대하게 만든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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