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고, 웹툰 역시 좋아하는데, 늘상 들어가는 포탈이 다른 곳이다 보니, 다음웹툰에서 연재중인 미생은 서점에 신간 소식이 퍼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 특히 직장인들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있다는,을 보내고 있는지, 그 별점과 덧글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사실 바둑에 대해서 나의 지식수준이란 정말 까막눈에 불과할 정도의 수준이다. 운동도 싫어하지만 바둑 역시 좋아하지를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전업주부 상태라,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그리 크게 와닿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곧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대목에서, 읽을 생각, 그리고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미생 1과 2, 단행본 두권을 연달아 읽어내리는 바람에, 낮에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아가와 못 놀아줘서 온집안이 아들이 어질러놓은 장난감으로 쑥대밭이 될 정도였다. 아들 미안, 엄마가 잠시 '장그래의 취업 현장'에 다녀왔어.아들에게 직접 이렇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어려서부터 바둑에 재능을 보였던 장그래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바둑에 온 인생을 걸었다.

그리고, 입단에 실패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다 그 길을 걷게 되는게 아니었던가? 하는 것은 나의 안일한 생각일 뿐이었다. 대학 입시와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더욱 냉혹한 현실이 바둑 세계에 자리하고 있는지 몰랐다. 도대체 입단이 무엇이길래, 장그래가 눈물을 쏟으며 버려졌다 말하게 만들었는가?





프로 바둑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과정을 거친 이후 한국기원에서 주최하는 프로바둑기사 선발전을 통해 입단할 수 있다. 선발전을 통한 바둑기사는 한국기원에 소속되며 프로 바둑기사 양성을 위한 연구생이 될 수 있다. 1년에 3~4회 걸쳐 선발하며 연구생이 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기원 연구원은 바둑특기사 특별전형으로 대학교에 진학 할 수도 있다.

[출처] 바둑기사 | 두산백과









장그래는 한국 기원 연구생 출신이었다. 그리고 입단에 실패한 그는 다행히 운이 좋은 까닭으로,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힘입어 회사에 취직을 하였으나 이내 패배자처럼 낙인찍히고 군대로 도피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그는 자신에게 붙은 "바둑"이라는 타이틀을 완전히 떼어버리고 특기가 '무'인 상태로, (사장님만 아는 낙하산 인사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인턴이라, 취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인턴이라는 과정이 이렇게 혹독한 것인지 몰랐다. 요즘에 취직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나, 인턴으로 뽑히면 대부분 수습 기간을 거쳐 정사원으로 확정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장그래가 속한 종합 상사의 (꽤나 쟁쟁한 학벌을 가진 사람들도 다수 지원을 하는, 사실 그런 스펙에 비해 장그래의 스펙은 바둑을 제외하곤 딸려도 너무 많이 딸렸다.) 정사원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았다. 어렵게 들어간 인턴 중에서도 30명 중에 2명을 뽑을수도, 혹은 1명을 뽑을 수도 있었다.



어쩌다보니, 나는 입사동기가 참 애매한 그런 취업을 매번 하였다. 정시 모집이 아닌 수시 모집으로 늘 합격을 하였기에 들어갈때 동기 없이 나 하나 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나보다 바로 윗기수에 같이 편승되어 동기처럼 행동하게 되었는데, 오티까지 하고 똘똘 뭉친 그 집단에 내가 끼일 자리는 없어 보였다. 회사에도 있어보았고, 직업 특성상 다른 조직에도 몸담아 보았지만 어느 쪽이나 수시전형 입사인것은 마찬가지였다. 장그래의 경우를 보며 정시 모집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었다. 똘똘 뭉친 새내기들이라 하기보다는, 저 사람을 떨구어 나를 붙게 하자라는 마인드가 팽배한 경쟁자 모드인 것이었다.



표정서부터가 온화해보이는, 어쩐지 물러보이는 장그래, 사실 이름까지도 그래.. 참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입에 착 붙는 편안한 이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자는 패배자의 인생으로 시작한 장그래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고 어디선가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다소 우울한 이야기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약삭빠른 세상의 논리에 장그래가 희생되는..) 그런데, 의외로 장그래의 선전이 돋보이고, 살짝 쾌감까지 느끼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회사 특유의 정서가 어쩜 이리도 잘 녹아 있는지.

사실 신입 사원 (인턴이건 정사원이건)에게 주어진 업무라는게 따로 있더라도, 선배들은 무수한 일을 떠맡기듯 시키고 짐지운다. 고스란히 그 일들을 해결하다 보면 어느 새 나의 일은 뒷전으로 내몰리고 만다. 참 똑부러지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안영이라는 엘리트 전형다운 인물은 그런 장그래에게 조언을 해준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해결하라고. 정말 숲을 보고 살아야지 나무만 보고 살아가는 장그래, 혹은 나같은 인물에게 적합한 지적이었을지 모른다.

너무 힘들었던 곳, 회사라는 타이틀을 딱 한번 달아보았을 적에 갓 대학 졸업 후 입사해, 업무 파악도 하기 힘든 내게, 팀장은 당장 한아름의 일거리를 쌓아주었다. 방법은 몰라도 시늉이라도 해보려 노력하며 전전긍긍, 머리가 뽀개질듯 고민하고 있는데, 웃기는 것은 같이 입사한 (아니 나보다 반기수? 암튼 일찍 입사한 남자직원은 팽팽 놀고 있고,- 그 직원은 일이 주어지지 않음을 오히려 고역스럽게 생각하였다.팀장식의 또다른 이지메라며) 남자직원에게는 전혀 일을 주지 않고, 내 전공때문이었는지 나한테만 산더미같은 일을 안겨주었다. 대학에서 그런것을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해도 소용없을 정도로. 가장 기가 질리게 만들었던 것은, 회사의 분위기 파악도 하기 힘들었던 한달도 안된 신입에게, 수백명은 될 영업사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혼자서 하라고 떠맡긴 것이었다. 이게 뭐야, 그 순간 스르르 내 안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이건 아니구나.

어찌 됐건, 신입이 다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마구 주어버리는 팀장 같은 캐릭터, 나만 겪은 고역이라 생각했는데, 장그래와 다른 이들이 겪는 고충을 보니, 세상 다 똑같은 무림이라는 신랑의 말이 저절로 와닿는 부분이었다.


장그래가 배정된 영업3팀의 분위기도 극의 주요 흐름을 좌우하였다. 언제나 충혈된 눈으로 다니는 오과장은 산만해보이나 일에 대해서는 정말 최대 기량을 뽑아낼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외모와 분위기만으로, 장그래를 괴롭히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외모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가 갖고 있는 삶의 무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그에게는 또다른 짐이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이 아빠에게 매달려 잠이 들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가위에 눌린듯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우리 신랑의 어깨에 드리워진 짐이 예측되는 부분이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있잖아~ 힘내요~ 라고 늘 말하지만 본인은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행복하게 해주고 싶기에 더욱 일에 매달려야하는 상황, 그 상황이 아버지의 눈을 늘 핏발서게 하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었다.


또 사람 좋아보이는 그의 버디 김동식 대리는 친절하고 싹싹해보였지만 폴더를 정리하라는 그의 지시를 좀더 합리적으로 수행해보려 했다가 모멸찬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회사란 그런 곳, 직장이란 그런 곳이었다. 아무리 비효율적인 일로 보여도 신입들의 생각은 가차없이 묵살되었다. 네가 뭔데? 이대로가 좋아, 우리 하던 방식이 있어. 이런 야유, 나 또한 겪어본 일이었다. 그래, 비효율적이라도 그들이 가르쳐준대로 그대로 따라해야했다. 내가 상사가 되기 전까진 말이다.


직장인들의 무한공감이란 이런것이었구나. 단지 그냥 만화라 하기에는 너무나 강한 충격을 주었다고 해야할까.

아뭏든 별점이 평소에도 후한 나였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만점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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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절판


제목도, 표지도 이보다 적절하고 매력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밑 페스티벌이라는 제목과 표지가 참으로 인상깊은 책이다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참으로 여러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얼굴이 반밖에 보이지 않아 더 궁금증을 끌어내는 미모의 여인이 꽃다발까지 안고, 물 속에 잠겨있는 모습이라니.. 이런 아이디어는 일본 표지 원서에서부터 이어진 것일까 싶어 검색해봤는데. 일본 표지에 비해 우리나라 표지가 월등히 나았음을 깨달았다.


일본의 표지

무쓰가타케 군에 속한 무쓰시로 마을은 현의 최북단에 있는 무쓰가타케 남쪽 산기슭에 있다. 총인구 2107명, 총면적 114평방 킬로미터. 면적은 넓지만 인구밀도가 낮아 일반적으로 말하는 과소지역 기준에 해당된다. 25p

꽤나 자세하게 마을의 소개가 이어진다. 관광산업 쇠퇴 일로를 겪던 작은 시골 마을에 마을 이름을 걸고 록 페스티벌이 들어섰다. 거의 전국규모의 록 페스티벌이었는데 이후 포기했던 관광산업도 되살아났다. 마을의 촌장 아들인 히로미는, 페스티벌 유치 조건이었던 마을 주민 무료 관람 덕에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페스티벌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히로미는 바로 이 무쓰시록 페스티벌에서 마을 출신의 연예인 오리바 유키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모델 특유의 화려한 외모,너무나 아름다우면 손을 대지 못할 것같다는 친구들의 말과 달리 히로미는 자신도 모르게 여덟살이나 연상인 유키미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시작은, 그저 고등학생에 불과한 평범한 남자아이와 연예계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유키미라는 아이돌과의 만남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갈수록 그 불균형의 시소가 의외로 히로미 쪽이 더 무게가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신기했을뿐.



록 페스티벌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드문 어른, 도비오를 아버지로 둔 히로미는 촌장의 역할에도 잘 어울리고 으스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히로미는 아버지에 대해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

시골 촌장이라.. 우리나라의 푸근한 촌장 개념을 생각했을 적에는 그저 동네 친목 모임 수장 정도로 가벼이 생각이 되었는데, 일본의 촌장개념은 우리와 많이 달랐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무쓰시로 마을의 촌은 일본 지방자치법에 따른 시,정, 촌 중 촌에 해당하는 지방 공공단체라 한다. 촌장은 일본 헌법에 따라 주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촌장은 의회에 대해 거부권 뿐만 아니라 의안 제출권, 의회 해산권까지 가지므로 상당히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체제하의 폐쇄된 공동체 속, 절대 권력에 가까운 '촌장'이라는 지위를 둘러싸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부정, '마을'이라는 결속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얼마든지 덮어버리는 어른들의 세계 439.440p



유키미는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마을에 복수하고 싶다며, 촌장의 아들인 히로미에게 접근을 하였다. 도련님으로 곱게 자란 히로미는 유키미를 통해 그저 시골마을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마을에 대한 제대로 된 음습한 느낌을 깨달아가게 되었다. 믿기지 않는 사실들, 그러나 천연덕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존재할까? 정말? 불편한 진실을 히로미와 함께 께달아가는 느낌이었다.



생애 단 한번의 사랑이라는 멘트가 있어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 느낌이 강할까 했는데, 사랑이야기가 강하나 마을의 비밀에 뭍혀 그 느낌은 엷게 바래버리는 것 같았다. 아, 다시 표지를 보니, 꽃을 들고 레이스 의상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마치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의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밑의 신부, 물밑의 페스티벌이라..


미스터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의 언급을 해야 스포가 될지 안될지가 망설여질때가 많다.

로맨스보다도 나는 우정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이 남았다고 하면, 약간의 스포가 되려나? 그저 안타까웠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10대 소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마전 읽은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의 주인공은 10대 여학생이었지만 이번 소설은 10대 남학생이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설을 쓰다보면 성장 소설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작이 그런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번 소설은 뭔가 좀더 극적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초반의 약간 잔잔한 전개에 비해, 뒤로 갈수록 가속이 붙는 느낌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그녀의 전작들과 앞으로 나올 나오키상 수상작 번역본에 관심이 갈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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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자풍 1 - 쾌자 입은 포졸이 대륙에 불러일으킨 거대한 바람 쾌자풍 1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다소 무서워하면서도 그 내용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퇴마록 시리즈.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시 그 제목을 입에 담으니 또다시 읽고 싶어졌다. 재미난 책은 다시 읽어도 재미나기에..

국내편, 세계편을 필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정도로 재미나게 읽었던 것이 바로 이우혁님의 퇴마록이었다. 

이후 이우혁님의 바이퍼케이션이 나왔는데 미처 못 읽고 있다가 아예 새로운 조선시대 성종 시대의 압록강 건너 옛 사군 지역을 호령하고 다닌 지포졸의 이야기를 다룬 새로운 이야기, 쾌자풍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퇴마록 저자 이우혁님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총 5권이 완결이라는데 1권의 내용은 괴짜 포졸 지종희가 중원에 데뷔하게 되는 배경을 다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2부부터 흥미진진하게 펼쳐질거라는 말씀~

 

사극에서도 거의 잠깐 단역으로나 출연할 포졸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니 믿기지 않는 설저잉었다. 가끔 노비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도 있긴 하되, 대부분은 원래는 몰락한 양반이었다거나 하는 식의 설정이 많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하고 많은 관직중에서도 하필 포졸이다. 장수나 대신 등에 비해 확연히 그 존재가치가 미약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포졸 지종희.

 

그러나 지종희 포졸은 중인 신분이지만, 다소 황당할 정도로 자신의 꿈을 보란듯이 펼치고 다니는 인물이다.

그가 무서워하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의 형이었다. 자기보다 키도 훨씬 작고 얌전해보이는 형이지만 신기하게도 그가 당해내지 못할 힘을 지니고 있어서 형에게만은 맞고 사는 아우가 되어버리는 지종희였다. 형의 말씀을 지엄하게 받들고, 집안을 일으켜주리라 굳게 믿는 막내 아우의 장원급제만을 바라는 집안인지라, 형제 사이에서만은 고분고분해야할 지종희지만, 밖에만 나오면, 특히나 난전에만 나오면 어느 누구 부럽지 않은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포졸이었다. 

자신의 실제 무공보다도 빠른 눈치와 판단력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머리를 잘 굴려서 사람들을 손쉽게 자기 수하에 넣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그가 실제 포졸이라는 것은 감히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일개 포졸이지만, 지종희가 평범하지 않은 까닭은 그는 그의 비상한 재주를 바탕으로 난전에서는 두령으로 통하고 있었다. 힘있는 자들을 모두 다 자신의 동생으로 부리며, 수호지의 양산박의 백팔 형제와 맞먹을 정도의 위상을 자랑하기도 한다.

 

'대강 넘어가면 안되겠네. 아주 조심스레, 하지만 확실히 밟아야 뒷탈 없겠는데?' 263p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잔꾀에 넘어가기도 하는 법.

치졸한 수를 써서 복종시키려던 명나라 사람 두명, 그들이 의외의 고관들임을 미루어 짐작은 하였으나 자세히까지는 몰랐던 지종희는 자신이 놓은 덫에 걸려, 그들과 함께 명나라, 즉 중원으로 불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어찌 될꼬~ 2부의 이야기는.

난전만이 내 세상이다 굳게 믿었던 지종희가 또 어떤 꾀를 내어 세상을 호령하고, 중원에서도 날아다닐지 궁금해지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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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창의 스케치북 : 남자아이 편
제임스 맥클레인 지음, 에리카 해리슨 외 그림 / 진선아이 / 2012년 8월
절판


진선아이에서 나온 다양한 스케치북 시리즈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지요.

이번에 새로 나온 유치원 창의 스케치북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편으로 각각 나와 있답니다.

철저히 왕자님 취향인 우리 아들을 위한 남자아이편 유치원 창의 스케치북이예요.




이번 편은 그림 그릴 부분도 있지만 다양하게 색칠하는 란이 많아서 좋았네요.

평소에 무지 스케치북에 스케치하기 좋아하는 아들인데 이상하게 색칠은 잘 안하고 있었거든요. 아주 가끔 색칠하곤 했는데 이 책으로 색칠 놀이에 제대로 취미를 붙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페이지마다 간단하지만 다양한 재미난 아이디어가 적혀있어요.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보는 것이지요.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면 단순 색칠을 해도 재미나겠고, 좀더 큰 아이들이라면 응용이 가능할테니 넓은 면을 줄무늬나 물방울 무늬등을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응용해서 그리면 된답니다.



우리 아이는 가장 좋아하는 필기구가 손에 잘 뭍지않는 크레용이예요.

사인펜도 좋아는 하는데 손에 잘 뭍어나서 엄마가 잘 못 쓰게 하네요.

색연필은 몇번 쓰다가 금새 싫증내는 것 같구요.

다양한 필기구를 활용해서 색칠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하는 책이랍니다.


벌레, 유령, 기하학적 무늬, 톱니바퀴, 자전거, 슈퍼맨, 로봇, 개구리, 자동차, 괴물, 우주선 등등 남자아이들이 흥미로워할 다양한 관심사가 한가득이랍니다.

사실 엄마도 여자인지라 예쁜것만 좋아하는지라, 남자아이들 책을 보면서 이런게 왜 남자아이들은 좋아할까? 싶은데 아빠나 아들이 보기엔 이런 책이 딱 좋은가봅니다. 정말 취향 차이예요.



까마귀 가득 그려주기, 갤러그를 생각나게 하는 듯한 유령과 사다리 그려 넣기, 무늬를 이어서 독특한 기하학적 패턴 만들기 등등 손이 가는 대로 그려넣어도 재미난 그림이 완성되는 그림들도 한 가득이었지요.



여아용 스케치북은 친구 딸을 위해 준비했어요.

원래는 두 아이들 만날 때 각각 그리고 놀라고 동시에 짜잔~ 하고 꺼내주려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 만나질 못했어요.

그냥 우리 아들 먼저 꺼내주어 갖고 놀게 해주었지요.


어제는 이모가 동네 카페에서 맛있는 빵을 사준다 해서, 카페에 가면 금새 싫증내고 심심해하는 아들을 위한 놀이감으로 요 책과 크레용을 챙겨들고 따라나섰답니다. 이런 데이트 정말 신난답니다. 아이와 종종 카페나 근처 나들이 등을 갈때 꼭 장난감 내지 책 한권씩 들고 가는데 이런 놀이북이 딱 좋은 것 같았어요.




책을 펼치자마자~ 자동차를 외치는 아들을 위해 꼬불꼬불 길에 자동차 한가득 그리는 페이지를 찾아주었더니 열심히 그려넣습니다.


또 우산이 가득한 페이지를 열어주니 아 이제는 제법 색깔을 골고루 섞어가며 칠할줄 아네요. 당연한건가요. 아뭏든 엄마 눈엔 별게 다 예뻐 보이니 말입니다. 이모랑 엄마의 오호~ 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색칠 중인 임군이지요. 옆에 예시로 색칠되어있는 컬러 우산을 보면서 빨강 옆에는 초록 이런 식으로 혼자 중얼거리며 색칠하더라구요.

이모한테는 분홍 우산을 선물하겠다면서 분홍색도 예쁘게 색칠하구요.

이모가 사준 맛있는 그린티 젤라또 와플 등을 먹고 집에 왔지요.



집에서 아이와 놀기, 또 외출할때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유치원 창의 스케치북이었어요.

다섯살 아들도 재미나게 갖고 놀기 좋고, 여섯, 일곱살이 되면 좀더 응용력이 발달할 것 같아요. 더 재미난 그림이 완성되겠지요.

아이들 하루하루 커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무척 신기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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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비록 나는 주로 읽는 책들이 소설, 에세이, 실용 서적 등이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기에 책을 많이 읽고 통달한 사람들의 글이 참 좋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이라도 호감이 들기 시작한다.

통섭의 식탁, 과학자의 서재 등의 저자이신 최재천님, 예전 작품들이 꽤 인기를 끈 작품이었음에도 미처 읽어보지 못했기에 최재천님에 대해서 따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전무후무해 사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동물행동학, 사회생물학을 전공하고 온 그는 순수 자연과학자이자, 통섭학자 그리고 지적생활인이다.

지적 생활인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성인, 학자 등의 개념과는 또다른 표현인 듯 하다. 그는 '앎과 삶이 하나되는 생활'을 실천하는 우리 시대의 흔치 않은 학자이며 그러한 그에게 '지적생활인'이라는 호칭은 매우 자연스럽다. 라고 띠지에 적혀 있었다.

표지만큼이나 신선한 그 느낌. 최재천 교수님이 들려주는 최재천 스타일이란 어떤 것일까?

 

사실 본인은 최재천 스타일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지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책을 읽으며 함께 울고 웃고 부둥켜안는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명료한 최재천 스타일11P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다.

 

다소 딱딱한 내용이 나올 것 같아 긴장하고 있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교과서를 대하듯 커다란 글씨의 편안한 문구를 접하자 긴장이 스르르 풀려버렸다.

책을 사랑하고 책 이야기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양하게 서술해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개미, 열대, 세상의 모든 동물들, 아내를 위한 운전, 연희동에서 이화여대까지 걷는길, 밤 9시에서 새벽 1시까지의 시간 등등.

 

아내를 위한 운전과 밤 9시에서 새벽 1시까지의 시간이 눈에 쏙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봐도 재미날 것 같았다. 그냥 무조건 하나, 혹은 어떤 분류를 정해 서술하곤 했는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규칙 없이 서술하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신랑에게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물으니 딱히 생각나는게 없단다. 최재천 교수의 좋아하는 목록을 읊어주어도 별로 떠오르는것이 없어보이길래 아내를 위한 운전! 하고 콕 집어 물으니, 마지못해 그렇다고 얼버무린다. 하루 두시간 정도를 거의 출퇴근을 하며 운전을 하는 터라 좋아하던 운전이 싫증나고 힘든 것이 당연한 사람에게 난 참 억지 투정을 부린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빈말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참.

 

어쨌거나 긴장감을 풀어주며 시작한 최재천 스타일의 이야기는 LIVING, LOVE, MENTOR, FOREST, STUDY, VIEW등의 주제로 나뉘어 어렵지 않은 서술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거부감 없이 쉽게 쓰여져 있었다.

특히나 멋스러운 일러스트와 함께 시작하는 글들은 한 꼭지 한 꼭지를 따로 읽어도 될만큼 독립적이기도 해서 장편소설 읽듯 한번에 다 읽어내려야 한다는 부담감마저 덜어주었다.

 

함께 사는 인간을 주창하는 그이지만, 공생을 위해 무조건 희생적인 삶만을 강요하진 않는다. 되도록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고 먼저 양보하고 나서는 그지만서도 일을 하고 삶을 사는데 있어서는 1초의 시간도 낭비를 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쓴다고 하였다. 특히나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자기만의 이기적인 시간을 갖는다고 하는데 논문과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라 하였다. 아마도 가족을 위해 그 시간을 쓰지 못하는데 대한 미안함이 존재하겠지만 낮에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강연을 다녀야하기에 글쓰는 그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밤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처럼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해내지는 못하지만 식구들이 잠든 새벽에 홀로 깨어 책을 보고 서평을 쓰고 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한다.

 

과학자와 음악가인 두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된 저자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여행을 가거나 근사한 식사를 하는 대신, 서로의 관심사가 겹쳐지는 책을 골라 함께 번역하기로 하였단다. 아내와도 동료처럼 꾸준히 토론하고 서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끝없는 대화를 나눠가는 것, 처음 보는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부부를 직장 동료쯤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열심히 대화하는 부부의 모습은 지적 생활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저자가 앎과 삶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제외하고는 책 속에 인용된 또다른 책들을 거의 읽어보질 못했다.

애견인들이 읽어보면 좋을 스탠리 코렌의 <개와 대화하는 법> 을 읽고 저자는 지금 기르는 열마리 개들을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뒤늦게 읽어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 개를 기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었다.

 

<다이고로야 고마워>라는 책은 손발이 거의 없는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났어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은 작은 일본원숭이의 짧은 생애, 그리고 그와 함께 살았던 일본인 사진작가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는 포토 에세이이다. 49P 가족과도 같이 아꼈을 다이고로를 렌즈를 통해 담아낸 작가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질 그런 책 같았다.

 

어린 아들이 있어 저자가 소개해준 책들 중에 이런 책들도 눈에 쏙 들어왔다.

장차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첫걸음은 좋은 과학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어린이 과학탐험대>세트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앞에서 언그한대로 자연의 신비에 관한 책에서 우리 인간의 건축물과 발명품에 관한 책과 역사와 문명, 그리고 스포츠에 관한 책까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238P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끄덕끄덕 공감하는 부분도 생기고, 따라 읽고 싶은 책들도 늘어났다.

현명한 책 읽기를 하고 있는 자연과학자의 책장을 보기좋게 들여다본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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