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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ㅣ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비록 나는 주로 읽는 책들이 소설, 에세이, 실용 서적 등이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기에 책을 많이 읽고 통달한 사람들의 글이 참 좋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처음 보는 이라도 호감이 들기 시작한다.
통섭의 식탁, 과학자의 서재 등의 저자이신 최재천님, 예전 작품들이 꽤 인기를 끈 작품이었음에도 미처 읽어보지 못했기에 최재천님에 대해서 따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전무후무해 사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동물행동학, 사회생물학을 전공하고 온 그는 순수 자연과학자이자, 통섭학자 그리고 지적생활인이다.
지적 생활인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성인, 학자 등의 개념과는 또다른 표현인 듯 하다. 그는 '앎과 삶이 하나되는 생활'을 실천하는 우리 시대의 흔치 않은 학자이며 그러한 그에게 '지적생활인'이라는 호칭은 매우 자연스럽다. 라고 띠지에 적혀 있었다.
표지만큼이나 신선한 그 느낌. 최재천 교수님이 들려주는 최재천 스타일이란 어떤 것일까?
사실 본인은 최재천 스타일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지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책을 읽으며 함께 울고 웃고 부둥켜안는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명료한 최재천 스타일11P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다.
다소 딱딱한 내용이 나올 것 같아 긴장하고 있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교과서를 대하듯 커다란 글씨의 편안한 문구를 접하자 긴장이 스르르 풀려버렸다.
책을 사랑하고 책 이야기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양하게 서술해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개미, 열대, 세상의 모든 동물들, 아내를 위한 운전, 연희동에서 이화여대까지 걷는길, 밤 9시에서 새벽 1시까지의 시간 등등.
아내를 위한 운전과 밤 9시에서 새벽 1시까지의 시간이 눈에 쏙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봐도 재미날 것 같았다. 그냥 무조건 하나, 혹은 어떤 분류를 정해 서술하곤 했는데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규칙 없이 서술하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다.
신랑에게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물으니 딱히 생각나는게 없단다. 최재천 교수의 좋아하는 목록을 읊어주어도 별로 떠오르는것이 없어보이길래 아내를 위한 운전! 하고 콕 집어 물으니, 마지못해 그렇다고 얼버무린다. 하루 두시간 정도를 거의 출퇴근을 하며 운전을 하는 터라 좋아하던 운전이 싫증나고 힘든 것이 당연한 사람에게 난 참 억지 투정을 부린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빈말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참.
어쨌거나 긴장감을 풀어주며 시작한 최재천 스타일의 이야기는 LIVING, LOVE, MENTOR, FOREST, STUDY, VIEW등의 주제로 나뉘어 어렵지 않은 서술로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거부감 없이 쉽게 쓰여져 있었다.
특히나 멋스러운 일러스트와 함께 시작하는 글들은 한 꼭지 한 꼭지를 따로 읽어도 될만큼 독립적이기도 해서 장편소설 읽듯 한번에 다 읽어내려야 한다는 부담감마저 덜어주었다.
함께 사는 인간을 주창하는 그이지만, 공생을 위해 무조건 희생적인 삶만을 강요하진 않는다. 되도록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고 먼저 양보하고 나서는 그지만서도 일을 하고 삶을 사는데 있어서는 1초의 시간도 낭비를 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쓴다고 하였다. 특히나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자기만의 이기적인 시간을 갖는다고 하는데 논문과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라 하였다. 아마도 가족을 위해 그 시간을 쓰지 못하는데 대한 미안함이 존재하겠지만 낮에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강연을 다녀야하기에 글쓰는 그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밤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처럼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을 해내지는 못하지만 식구들이 잠든 새벽에 홀로 깨어 책을 보고 서평을 쓰고 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한다.
과학자와 음악가인 두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된 저자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여행을 가거나 근사한 식사를 하는 대신, 서로의 관심사가 겹쳐지는 책을 골라 함께 번역하기로 하였단다. 아내와도 동료처럼 꾸준히 토론하고 서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끝없는 대화를 나눠가는 것, 처음 보는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부부를 직장 동료쯤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열심히 대화하는 부부의 모습은 지적 생활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저자가 앎과 삶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제외하고는 책 속에 인용된 또다른 책들을 거의 읽어보질 못했다.
애견인들이 읽어보면 좋을 스탠리 코렌의 <개와 대화하는 법> 을 읽고 저자는 지금 기르는 열마리 개들을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뒤늦게 읽어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 개를 기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었다.
<다이고로야 고마워>라는 책은 손발이 거의 없는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났어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은 작은 일본원숭이의 짧은 생애, 그리고 그와 함께 살았던 일본인 사진작가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는 포토 에세이이다. 49P 가족과도 같이 아꼈을 다이고로를 렌즈를 통해 담아낸 작가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질 그런 책 같았다.
어린 아들이 있어 저자가 소개해준 책들 중에 이런 책들도 눈에 쏙 들어왔다.
장차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첫걸음은 좋은 과학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어린이 과학탐험대>세트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앞에서 언그한대로 자연의 신비에 관한 책에서 우리 인간의 건축물과 발명품에 관한 책과 역사와 문명, 그리고 스포츠에 관한 책까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238P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끄덕끄덕 공감하는 부분도 생기고, 따라 읽고 싶은 책들도 늘어났다.
현명한 책 읽기를 하고 있는 자연과학자의 책장을 보기좋게 들여다본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