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절판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이 먹을 때만큼 행복한 때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생각의 차이인지라 다른 이들에게는 더 즐거운 일들도 있겠지만.

생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그냥 간단히 삶을 유지하기 위해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아쉽게 넘겨버리기보다 이왕이면 맛있는 것을 보다 더 즐거이 즐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자주 갖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오가와 이토의 전작, 달팽이 식당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데뷔작임에도 50만부 이상 팔려나가고, 영화로 제작까지 된 책이라 하였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역시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저자 자신이 취미가 요리인지라 홈페이지에 자신만의 요리법까지 소개를 하고 있다고 하니 글은 역시 충분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작품들은 작가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이나 체험 못지않을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할머니의 빙수>,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안녕 송이버섯>, <코짱의 된장국>, <그리운 하트콜로릿>, <폴크의 만찬>,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 등의 7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었다. 제목에도 음식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바로 그 음식 이야기로 흘러간다. 하나하나 음식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먹는 과정에 빠져들게 만들면서도 이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가의 따뜻한 글솜씨에 호흡을 조금 느리게 하면서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한번에 다 읽어버렸지만 읽고 나니 아쉬웠달까. 천천히 읽을 걸~맛있는 것은 아껴 먹고 싶듯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눈길을 좇아 발견한 후지산에서 마유는 자연 얼음으로 만들었던 그 날의 빙수를 떠올리고, 할머니께 마지막 만찬이라 해도 좋을 그 음식을 대접해드리고 싶어 한달음에 달려나가 구해온다.

자연 얼음이라.. 우리나라 서빙고가 실재하던 시절에나 있었을 것 같은 자연얼음이 일본에서는 아직도 식당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건가? 하고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것 같은데..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은, 너무나 허름한 외관의 어느 유명한 맛집에 들어간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슈마이와 상어 지느러미 수프, 그리고 삼겹살 덮밥.

상어 지느러미 수프는 마치 초원에 내린 눈처럼 부드럽게 내 위를 채워갔다. 땅위에 내린 순간 사르륵 모습을 감춰버리는 눈처럼 위에서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갔다. 허무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가 가장 행복하다. 기분 나쁜 일도 괴로운 일도 그때만큼은 전부 잊을 수 있다.

"어째서 이렇게 맛있는 걸까?" 37.38p

먹어본 적도 없는 요리들, 상어지느러미 수프와 삼겹살 덮밥, 그리고 안녕 송이버섯에 나오는 노도 여관의 송이 버섯 정식

작가의 세밀한 설명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고 말았다.

아, 나도 먹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맛있게 글을 쓰는 작가였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불편한 상황이나 진실들.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닌, 대부분의 이야기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10년이나 동거를 해온 커플이 이별여행을 떠나 둘이 함께하는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그 과정이 이해가 안되기도 하였다. 그 비극적인 순간 앞에서도 미각을 잃을 줄 알았던 주인공의 입에 감아드는 맛있는 송이버섯 정식.

그런가 하면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최고의 미식가였던 아버지가 가장 아꼈던 허름한 맛집에 여자친구를 데려온 남자의 이야기는 연인의 심정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어쩐지 두근거리는 행복감, 살짝 심장이 터질것 같은 그런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하였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왜 죽음이라는 슬픈 주제를 드러내야했을까. 너무나 맛있지만, 행복하면서도 평범한 그런 순간들이지만 우리가 인생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이야기들이었을까?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에서부터 실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들까지..

할머니의 빙수, 코짱의 된장국, 그리운 하트콜로릿, 폴크의 만찬,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까지.

물론 이 모든 이야기가 다 우울하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어린 딸 코짱이 불앞에서 어렵게 엄마에게 된장국 만드는 법을 배워나갔던 것처럼 나 또한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된장국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으니..



음식을 소중히 대하는, 인생의 소중한 이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그 이야기들로 평범한 일상도 소중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흔하게 넘길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작가의 느낌을, 일상을 인생으로 승화한 이야기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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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미술로 달라졌어요
최민준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남자아이들만을 위한 미술학원인 자라다 미술 연구소를 운영중인 저자의 남아 미술 교육 노하우가 담겨 있는 책.

방문 교습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다 남아 심리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심을 기울여 아들의 특성을 알고 보면, 미술 교육 뿐 아니라 아이교육까지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딸로 태어난 엄마'들에게 일깨워 주는 책이었다.

 

다섯살 아들을 둔 엄마라 이런 이야기가 더욱 귀에 쏙쏙 들어왔다.

아이가 유순한 편이라 남아라도 여아들과 같이 다니는 미술학원이 좋을 것 같아서, 소수 정예로 한다는 모 미술놀이 센터에 보낸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과 1:1로 했을 적에는 아이도 재미나했지만 이내 다른 여아들과 어울려 하는 수업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고, 다니기 싫다는 말을 해서, 곤란한 적이 있었다. 꽤 유명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잘 다니는 다른 여아들과 달리, 분명 집에서는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고, 블럭 만들기, 책 읽기도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아직 사회성을 키워주지 못해 그런것인지 왜 다른 미술학원에서는 적응하기 싫어하는 것일까 엄마로써 걱정도 되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아이의 입장에 서서 아이의 마음 들여다보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괜찮은 교육 시설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해있는데 놀랍게도 자라다 남아 전문 미술 연구소가 일산, 대전, 전주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혹시? 하고 검색해보니, 대전에서도 바로 우리집 근처에 있는 곳임을 알고 반가운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한 학원의 모습은 사실 학원이라기보다 비밀 연구소라는 선생님들 말마따라 아이들 눈에 그렇게 보일 연구실? 엄마들 눈에는 어쩌면 창고 비슷해보이는 구조랄 수도 있을 그런 모습들이 아이들 활동 틈틈이 보였다.

 

적어도 아이 교육에 관한한 하나하나의 개성에 살려 맞춤식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주입식, 선생님의 지도가 우선인 교육이 아닌 아이가 주도가 되는 교육을 해서 창의력 발달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기에 어디에 있는 곳인지를 찾아봤던 것이다.

 

 

아뭏든, 꼭 미술교육이 아니더라도 아들 둔 엄마들에게는 육아서로도 도움이 될 그런 책이었다.

아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면, 아들을 내 기호와 규율에 맞게 교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것.

사실 나 또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착한 아이에게 자꾸만 내가 원하는 대로 하자고 강요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오히려 내 앞에서 짜증을 낼 지언정,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더 효율적으로 보이고 둘 사이에도 큰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엄마로써의 내가 부족함이 많은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아빠는 아들과 생각이 비슷한 남자였기에 딸인, 여성인 엄마가 이해하고 보듬어주기에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면이 많았던 것이다.

 

어렸을 적을 되돌아보면,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나에 비해, 오빠를 비롯한 주위 친구들,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만들기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었다. 과학상자 조립대회도 그랬고, 간단한 수수깡이나 종이로 뭔가를 만드는 것도 남자아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좋아했던 것 같다. 저런게 왜 재미날까? 싶었던 나와 달리 말이다.

 

 

이 책에서도 어린 남자아이들이 만든, 깜짝 놀랄만한 작품들이 꽤 많이 실려 있다.

사실 선생님이 이렇게 해라~ 를 지도한 것이 아니라, 아주 간단한 최소한의 룰을 주고, 이 규칙만 지키면, 정해진 시간 동안은 여기 있는 모든 재료를 네 마음대로 써도 돼~ 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상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 남자 초등학생이 스타워즈 우주선을 커다랗게 만들어내는가 하면, 여섯살밖에 안된 남자아이가 꽤 정교한 자동차 그림을 뚝딱 그려내기도 한다. 미술학원에 오기 전부터 이미 실력이 뛰어났던 아이도 있고, 그리기 싫다, 미술학원은 지루하다 등등을 내뱉던 아이들이 미술학원 못가게 할까봐 엄마말 잘듣게 되었다는 아이들도 있다. 어찌 됐건 남자아이들의 경쟁심리서부터 (여아들과는 다른), 자기 주도 성향, 반항 심리, 혹은 천성적으로 청각적 자극에 둔감한 남아들의 성향을 확실히 분석해서, 아이들 스스로 재미난 창작활동을 해내고, 미술학원이 아닌 비밀 연구소라 굳게 믿게 만드는 그 자유로운 시간들이 작품으로 완성이 되면 보는 이까지 뿌듯해질것같았다. 다만, 모든 아이들이 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재료 탐색을 더욱 즐기고 과정만 더 소중히 여겨 만든 작품을 찢거나 부수는 아들들도 있다니 그 점도 감안할 부분이었고 말이다.

 

우선은 아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쭉 읽어내려갔다.

아이가 아직 어리기도 하지만, 소극적으로도 보이고, 얌전해보이는 면이 강하다 생각되었는데, 외향적이고 상당히 산만해보이는 아이들 못지 않게 소극적인 남아들을 위한 맞춤법 교육 방법도 소개가 되어 있어 주목할만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남아들에게서 보이는 성향들은 자칫 잘못하면 요즘 엄마들이 겁을 내는 그 ADHD 양성으로 판정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길 읽고 깜짝 놀랐다. 예전에 아는 의사 선생님도 자신의 아이가 산만해서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투약하고 있다는 이야길 듣고 놀라웠는데 요즘은 예전과 달리 그렇게 ADHD진단후 투약까지 받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이야길 듣고 걱정도 되고 안타깝기도 하였다.

책에서는 말을 한다. 아이들의 성향을 잘못, ADHD로 오인하여 섣불리 투약하고, 아이를 병에 가둬버리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닫혀버릴 수 있다고 말이다. 아이도 엄마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약을 먹지 않아서 그래, 하면서 수동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제대로 성숙하게 되는 문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제대로 된  ADHD판단을 내리기도 쉬운 문제가 아니라니, 섣불리 내 아이가 ADHD가 아닐까 하며 약을 먼저 먹여 산만함을 가라앉혀 보겠다 하지 말고, 아이의 가능성을 잘라버리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산만함은 병이 아니다. 나는 에너지가 넘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에 다라 세상을 바꿀 위인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실제로 세상에 알려진 많은 발명가, 선동가, 정치가 들은 어려서 엄청나게 산만한 아이들이었던 경우가 많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아는 발명왕 에디슨을 포함해서 말이다. 톰 하트만은 산만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엉뚱한 아이들을 두고 에디슨 유전자를 타고 났다고 한다. 나는 이 이름이 좋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산만했지만 스스로 에디슨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긍정적인 아이였기때문이다. 52.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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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ku 자동차 색칠놀이 - siku 공식 색칠놀이북
서울문화사 편집부 엮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9월
품절


아이가 자동차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또 스티커북도 좋아하구요. 직접 그리는 것도 좋아하는데, 다만 색칠놀이는 좀 덜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아직은 색칠보다는 드로잉 위주로 그림을 그리는 중인가 보다 생각했지요. 어쨌거나 우리 아이가 좋아할 다양한 탈것 색칠놀이가 한가득인 시쿠 자동차 색칠 놀이. 아들이 좋아할거라는 기대감에 신청한 책이었는데..

오.. 예상을 훨씬 덮어버릴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어요.

책 온 날, 혼자 앉아서 다 색칠해버렸구요.(물론 꼼꼼히 완벽히색칠하는 단계는 아닌데, 암튼 자기 나름으로는 초고속으로 칠해버리더라구요.ㅋ)

얼마나 재미있어 하는지 하나하나 색칠하면서 밑에 이름이 나오는데, 아직 한글을 떼지않은 상태인데 좋아하는 탈것들 이름부터 외우고 따라 쓰고 있었거든요. 소방차니, 경찰차니 자기가 좋아하는 한글들이 나오니 시키지 않아도 따라 쓰고 읽기까지 합니다.

엄마 아빠 앞에서 책 제목에서부터, 자동차 이름들까지 줄줄 외우고 물어보는 아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더라구요.

한글도 때되었다 싶어 억지로 시키려 하니 거부반응이 드셌는데 자기가 하고 싶어서 저절로 하니, 너무나 쉽게 익힌단 느낌이었달까요.

제주도 여행을 가는데, 이 책을 들고 가야한답니다.

그래서 들고 갔더니 여행 내내 스케치북과 이 책만 끼고 살았어요.

레고도 사다 조립하기도 했지만요 한가득 가져갔던 다른 책들은 모조리 찬밥.

이 책만 수시로 들고 다니며 읽고 보고 또 읽고.

결국 책이 찢어졌어요. 페이퍼북이었거든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빠진거 찾아 색칠중





대전 오자마자 사달라고 해서. 원래 색칠놀이책 똑같은거 잘 안사주는 편인데.

아이 한글 공부에도 도움된다는 생각에. 그리 좋으냐? 물으면서 한 권 더 샀더니..책이 올때까지 조바심 내며 기다렸어요.

두번째 책도 역시 오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색칠 끝!

그리고 또 책을 줄줄 읊기 시작합니다.

퇴근한 아빠 앞에서 너무나 신나서 책을 읽고 있다가, 한권 더 사달라 하길래, 그림책도 아니고 색칠놀인데 싶어서 안돼~ 할 요량으로 대답을 않고 있었는데, 아들이 너무나 신통방통했던 아빠, 바깥일로 우울해하던 차에 아들의 귀여운 조름을 보고, "그래~" 하고 바로 대답하는게 아니겠어요?

안돼요~ 하고 잘라버리기엔 아빠의 어깨를 축 처지게 할 순 없었던 터라, 아들과 아빠 앞에서 또 지갑을 연 엄마

이렇게 해서 우리집에 세권의 색칠놀이가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세권을 모아놓고 사진찍으려 하니.. 하나는 지금 외가에 놀러간 아들이 벌써 챙겨갖고 갔어요.

집에서도 줄줄 읽는 이 책을 외출할때도 들고 다니네요. 그렇게 좋을까.

집근처 식당에서





싫어하는 줄 알았던 색칠도, 옆에 나온 그림 보고 그대로 따라서 색칠 잘 하고, 한글 공부도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재미나게 읽고 따라 씁니다. 맨 앞에 들어있던 스티커도, 그림에 맞게 떼어서 붙이며 행복해하구요.

세번째 도착한 책은 아직 아이가 못 봤어요 아마 보자마자 또 크레용을 찾겠지요.

자동차 색칠놀이 우리집 초 대박북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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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구르메 - 레미의 오사카 맛집 탐방기
이정애.김광일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품절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다양한 목표가 있고, 취향이란게 있을 테지만, 내게 있어 여행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맛집 탐방이다. 예전엔 그저 여행 다니며 끼니 때우는 정도로 생각했던 식사였기에 관광지의 식당은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해 하는 편견이 생겼었는데, 어디를 다니건 맛있는 집을 (수고스럽더라도) 찾아가게 되면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멋진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나의 여행의 주된 자리를 차지하게 된 미식.
그러다보니 일본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본 여행이 더욱 기대가 되기 시작하였다. 멋모를적에는 그저 스시 등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하나하나 알면 알수록 내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들, 손수 만든 탱탱한 면발의 우동에서부터 오코노미야키, 라멘, 초밥은 물론이고 돈까스, 덮밥, 튀김 등등과 맛좋은 디저트들까지 장인의 손길을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곳들이 한가득이었다. 일본 여행을 후쿠오카, 나가사키 쪽만 다녀와서, 다음에는 사람들 많이 다녀오는 도쿄를 다녀와야만 제대로 된 맛집 탐방에 성공하겠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도쿄에 관광지를 꼭 둘러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모를까. 맛집 탐방만을 목적으로 간다면? 오사카를 가야 맞는 것이다.

일본에서 최고로 다양한 음식들을 선보이고 맛집 또한 많다는 오사카, 저자 또한 오사카를 먹을거리의 천국으로 꼽았다.
저자의 오사카 음식 이야기를 접하다보니, 대부분의 일본 대표음식으로 성공한 것들이 모두 오사카에서 시작되었다.
카레를 일반 가정에서 해먹는 방식으로 대중화 시킨것도 오사카이고, 빵을 만든 시초는 아니지만 빵 소비 1위인 교토 못지않게, 2위를 다투며, 마가린 소비는 전국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도쿄에서는 식빵을 8등분하지만, 오사카에서는 한장을 먹어도 배부르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5등분을 해 두껍게 식빵을 자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또한 나의 구미와도 딱.
대부분의 호텔에서 식빵이 보통 사이즈로 나오는데, 제주 신라호텔에서 식빵이 두툼하게 썰려있어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오코노미야키, 그 유명한 회전초밥, 다코야키의 원조인 라디오야키, 샤부샤부, 오므라이스, 꼬치튀김이라는 쿠시카츠, 심지어 인스턴트 라면까지도 오사카에서 시작되었다. 음, 여기까지 꼼꼼히 읽고 나니, 일본 맛집을 탐방하러 왜 오사카로 가야하는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어머님이 식당을 하셔서 꽤 까다로운 미각을 가진 저자 레미님이 신랑과 아이와 함께 오사카 맛집들을 두루두루 탐방하고, 취재를 위해 방문요청한것이 아닌 직접 돈내고 사먹은 , 일반 고객의 입장에서 소개된 맛집 평가들. 정말 알짜 맛집 정보들이 한가득이었다.

예전 일본 여행이 패키지 여행이었던 지라 하나하나 음식이 맛이있었다곤 해도, 직접 찾아간 맛집이 아니라 가이드가 이끈 곳들이어서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내가 찾아다닌 곳이라면 한층 더 나은 곳을 다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일본여행을 할 기회가 몇번 있었지만 이상하게 그 이후론 계속 허사가 되곤 했는데, 다시 성사를 시킨다면 도쿄가 아닌 오사카로 , 바로 이 책을 들고 여행계획을 짠 후 출발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남자분들이 읽기에도 좋을 책이지만, 여자분들이 읽으면 눈에 하트가 뿅뿅 그려질 디저트와 카페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오사카의 밤 야경을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더 그랜드 카페를 소개하였다. 무려 7.3m의 천장으로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하는 카페란다. 애프터눈 티세트, 저녁에는 피자와 스파게티도 즐길 수 있는 카페, 멋진 야경을 즐기고 싶을때 꼭 들러야할 곳이란다.

세계 제일이라는 말이 붙으면 must go,must have를 외치고 싶다.
가격이 그렇다면 물론 must가 좀 흔들리겠지만.
고베 기타노 호텔은 세계 제일의 아침 식사로 유명한 곳이다. 그 요리를 총괄하는 사람이 총 주방장 야마구치 히로시이고 그가 프로듀스한 카페가 바로 이구 카페다. (이구 카페 또한 그랜드 카페처럼 힐튼 플라자에 위치해있다.) 40p 프렌치 스타일의 이구 카페에서는 고베 기타노 호텔 조식에 제공하는 빵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이드 북에 소개되었다 한다. 고베 기타노 호텔,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는데 고베에 들른다면 그 곳에, 오사카에 들른다면 이구 카페에 들러보고 싶어졌다.

생크림 하나로 중국에 진출까지 한 가게, 파티스리 몬 쉐르.
가게 이름보다 도지마 롤 이름이 더 유명한 곳이란다.
빵 사이에 생크림 하나 통째 들어가 있는 도지마 롤, 엄청 느끼할 것 같으나 일반 생크림과 달리 매우 가볍고 솜털처럽 가볍고 촉촉하며 입안에 부드럽게 퍼지는 생크림은 겉은 둘러싼 빵과 함께 정말 진정한 롤 케이크의 맛은 바로 이런 거라고 알려주는 듯 하다. 혼자서 1롤을 기분좋게 먹을 수 있을 정도지만, 1개가 부담스러우면 도지마 롤 반개와 푸딩을 하나 사는 것도 추천한단다. 헉, 보기만 해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맛이 아닐수 없었다. 생크림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각 맛집 소개시, 예산, 영업시간과 휴일, 주소와 전화번호는 기본이고, 간단한 추천메뉴와 함께 바로 활용가능한 간단 일본어등도 수록하고 있다.
도지마 롤 1개 주세요->도지마 롤 히토츠 구다사이
이런 식으로 말이다.

1329년에 시작되었고, 체인점도 없이 딱 두개의 메뉴만 판매중인 칸부쿠로라는 가게가 있는가하면 3대에 걸쳐 60년이 넘게 운영되어 어릴 적 먹던 오사카인들의 오코노미야키 맛을 그대로 전해주는 맛집도 있다. 오코노미야키 치구사. 커다란 돼지 등심 한덩이를 얹은 치구사 야키가 메인메뉴이고, 여러 야키소바 중에서도 돼지고기 야키소바를 추천할만하다 하였다. 어떤 맛일까. 오사카에서 즐기는 오코노미야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관광객들만의 식사가 아닌 그 지역 사람들이 매일매일 즐기는 정식을 즐길 수 있는 가게들도 일본에 가서 꼭 들르고 싶은 가게 중 하나였다. 도모라는 식당에서 일본 흑우 암소고기를 숙성한 정식을 판매중이라니, 여행에서 편안한 밥으로 기운내기 좋은 곳 도모!232p라 저자가 추천한 멘트를 기억해둬야겠다.

고기 이야기가 나와서 또 시작,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우를 최고로 치듯, 일본 사람들도 일본 소를 최고로 친단다. 고급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수 있는 가게, 모나미의 햄버그는 매일 아침 신선하게 가져오는 고베 소고기의 등심과 안심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이드까지 맛있다 하니, 맛있는 고베 소고기를 햄버거로 즐기러 여기도 찜!해두었다.

책을 덮고나니 갑자기 시장기가 몰려온다.
아침부터 거한 정식이라도 한상 받아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오사카 구르메. 둘이서 오사카로 먹으러 가자라는 멘트 그대로, 누군가 한사람 붙들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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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25
조은 지음, 장경혜 그림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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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신간 기대가 높았던 책.

도대체 어떤 작가분의 책이길래 엄마들의 기대평이 높았던 것일까?

사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보니, 초등생 동화, 청소년 문학 등은 엄마가 재미로 보는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 유명한 작가분까지 알고 선택하는 경우는 많이 드물었다. 어른 책이라면 그래도 누가 재미있네 하는 식의 판단이 서지만 아이 책에는 그런 판단이 잘 서지 않았는데? 엄마들 선택을 따라 읽다보면 보물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실 옛날처럼 살아봤어요~ 라는 제목을 보고 대충 예상은 했지만, 캠핑을 간 것처럼 혹은 시골에 놀러간것처럼 말 그대로 일상의 큰 변화가 아닌 몇시간 동안, 혹은 하루 동안의 짤막한 변화의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그런 나의 예상을 깨주었다. 소설 속에서나마 힘든 것 어려운 것을 피하고, 대충 시늉만 내는 옛날로 되돌아가기가 아닌,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옛날 고생하던 시절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젊은 엄마가 선택하기에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물며 그 옛날이라는 것이 나 어릴적의 일도 아니었으니, 그렇게 살아본적이 없는 나로써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집에 수도 시설도 없고, 전기도 안 들어오고 그런 세상으로 되돌아가자?

게다가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열대야의 여름 방학 기간 내내?

사실 그렇게 엄마가 극단의 결심을 하게 만든데에는 주인공 지열매양과 아빠의 무신경함이 톡톡히 한 몫을 했다.

 

공부는 잘하지만, 그걸로 모든게 되었다 생각하는 지열매양.

요건 사실 의외였다. 대부분의 책들에서 말하는 말썽쟁이 아이들은  공부도 못하고~ 하는 식의 기본 전제가 깔려있는데 반해 지열매는 티브이도 좋아하고, 동네 친구 이열매 군을 싫어하지만 공부 하나만큼은 잘하는 아이였다.

어른들은 깍듯하다며 예뻐하는 이열매군이지만, 지열매양에게는 이열매군이 그저 눈엣가시일따름이었다. 나보다 공부도 못하면서 어른들의 사랑은 독차지하고, 은근히 우리 아빠, 엄마를 놀리는 듯한 발언까지 하니 열매가 참지 못하는게 당연할 수도 있었다.

 

다만..

 

초등학교 선생님인 지열매의 엄마가 참을 수 없는 것은.

공부만 중요한게 아니라는 사실.

공부를 너무나, 그 누구보다 잘했던 열매의 아빠 또한 회사에 적응 못하고 실직 상태이고, 집에서 홈쇼핑 등의 텔레비전 시청에만 열을 올리고.

엄마의 속을 긁어놓을 일들만 예사로 하였던 것.

급기야 엄마는 이 둘, 특히 지열매를 바로잡기 위한 옛날로 되돌아가기에 돌입하는 것이었다.

 

밤에 불만 끄고, 티브이와 인터넷을 금지한다? 정도가 아니었다.

아예 수도까지 없던 상태로 되돌아가니.

화장실도 쓸수 없고, 목욕도 당연히 할 수 없다.

열대야에 땀이 줄줄 흘러도, 동네 반장님댁에서 길어온 물로 밥짓고, 씻고 해야하다보니 넉넉히 샤워하기란 꿈꾸기 힘든 일이었다.

티브이를 한참 좋아하는 지열매에게는 더욱 참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몰래몰래 친구네에서 시청하고, 에어컨을 쐬며 엄마아빠를 기만하다가 혼나기도 하였다.

 

엄마가 쉽냐 하면, 또 가장 어려운게 엄마의 일이었다.

뜨거운 김을 쐬며 밥짓기도 해야하고, 적은 물로 손빨래를 하고 청소까지 한다. 아이와 아이 아빠가 먹고 싶어하는 칼국수를 만들려 새벽에 일어나 일하기도 하였다.

 

책이라지만, 이 책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충분히 현실적으로 그려낸 그런 이야기였다.

거기에 아이들도 공감할 재미까지 한가득인.

그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막상 한달이나 시도해보기란 어렵다.

하지만 책이라고, 가상의 공간이라고, 그 한달이 금새 훌쩍 지나갔다는둥, 지낼만 했다는 둥의 허구가 씌여있지도 않다.

엄마에게 강력하게 반발하는 딸래미의 심정,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인 아빠의 심정 등이 하나하나 상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아이가 하루아침에 변화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어른임에도 엄마에게 몰입이 되고 공감이 되기보다 지열매에게 오히려 공감이 되고, 몰두가 되다보니, 엄마 너무 심한거 아니야? 이 더위에 아이가 땀띠나고, 더위 먹겠네 하는 생각이 다 들었고, 지나치다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였는데, 독한 엄마의 노력이 나중에는 조금씩 결실을 보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잊고 살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그런 이야기들을 조금씩 들려주고 있었다. 스스로 깨닫도록 말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읽으면서 반성해야할 그런 이야기였다 생각한다.

아이들이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건 사실 우리때문이 아니었을까?싶은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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