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 생을 요리하는 작가 18인과 함께 하는 영혼의 식사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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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혹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읽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의 이야기가 음식과 문학이라는 주제로 엮여 비빔밥처럼 맛있게 버무려진 책이 나왔다. 서두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읽기 시작했을 적에는 출판사에서 직접 인터뷰를 하신 건가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출판사 대표로 직접 책을 만들고, 또 쓰기까지 한 유승준이라는 분이 작가들의 책을 골라, 그 작품에 대해 음식과 인생을 주제로 인터뷰하고, 까사리빙과 에쎈(요리가 주제인 잡지라 할 수 있는)에 연재하였던 글을 바탕으로 책을 낸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간은 언제나 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즉 먹고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그런 존재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많은 독자들이 즐겨 읽는 한국 문학 작품 속에서 이 밥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이 먹고 사는 첨예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싶었다. 그리고 작품을 쓴 작가 자신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8p

 

음식과 문학이라는 만남이 어색하게 느껴질것 같았는데, 정말 멋드러지게 잘 어울리는 대목들을 뽑아낸 책이었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서, 이미 읽어봤던 책은, 작가의 후기를 통해 이런 내용으로 더 이해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상기할 수 있었고,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은 이 책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그 작품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꽤 책을 많이 읽은 줄 착각하고있었건만.

그러고보니 내가 읽어본 책은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하나였고,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 <낯익은 세상>, <다이어트의 여왕>,< 흑산>, <비즈니스>, <1인용 식탁>, <불량가족 레시피>였다.

책을 다 읽어보지는 못해도 관심이 많아 늘 신간 소식을 눈여겨 보고, 다른 독자들의 후기 등에도 관심을 두다 보니 읽어보지 않아도 귀에 익은 작품들이 제법 되었다. 그러면서 읽어본 양 착각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책 속에서 개략적으로 짚어주는 내용을 접하며, 아 이런 내용이구나, 나도 읽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제대로 샘솟게 되었다.

 

또, 이 책에서 처음 접했으나 무척 흥미로운 서술로 호기심을 자아낸, <폭식>, <저녁의 구애>, <이슬람 정육점>, <삼오식당>, <냠냠>, <빵은 유쾌하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리브 앤 다이>, <풀빵 엄마>, <행복한 우동 가게> 등의 작품도 있었다.

 

책을 그저 흥미롭게 읽고, 때로는 속독을 하다보니 놓치는 부분도 많은 내 시선에서는 미처 못 잡아냈을 그런 깊이를, 인터뷰하고 이 책을 엮은 작가분의 깊이있는 서술로 시원하게 설명을 듣는 부분도 좋았다.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여 예리하게 비교를 해내니, 작가들조차 이 인터뷰를 즐기시지 않았을까 싶다. 내 작품을 정말 사랑해주는 독자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이 책을 통해 재발견하게 된 책 중 하나가 바로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 였다.

제목만 읽고서는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작가분의 설명을 듣다보니, 손암 정약전 선생이 쓴 자산어보라는 책이 전부 한자로 되어 있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두루 읽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그 중 31가지의 해산물을 추려내 실제 저자분인 한창훈님이 직접 겪은 거문도 바다 이야기를 곁들여, 200년 전의 흑산도 바다와 지금의 바다를 연결시킨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김훈의 흑산이라는 작품 또한 정약용, 정약전, 정약현, 정약종 4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저 김훈의 흑산이라는 작품 이름만 접하고도,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을뿐 정확히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나였다.

자산어보에 대한 두 상이한 작품을 이 책 속에서 풀이 형태로 만나고 나니, 두 권다 반드시 찾아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 한권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 재미가 있으나, 살을 붙여 나가듯, 새로운 책에 대한 위시리스트를 작성하게 만드니, 올 가을, 읽고 싶은 책을 정하기에 꽤 도움이 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옴니버스 식으로 여러 작가의 인터뷰나 작품 소개를 하는 책을 간혹 접해본 적이 있으나 이번 책만큼 흥미롭게 읽은 적은 드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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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드 2 : 코디노트 천계영의 리얼 변신 프로젝트 2
천계영 지음 / 예담 / 2012년 7월
절판


천계영님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 이후로 천계영님의 책을 읽지 못했다가, 뒤늦게 알고 보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드레스 코드.

책 내용을 보니 연재중인 웹툰 같던데, 네이버에서는 도저히 본 적이 없고, 어디지? 하고 조회해보니 다음 웹툰!



악!

정말 오래전에 다음의 한메일, 카페 등에 빠져 살던 때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 거의 네이버에서만 살았더니, 다음 웹툰에 이런 보석들이 숨어있는 걸 놓치고 살았다. 미생도 그랬는데, 드레스 코드도 그렇다.



사실 오디션의 엄청났던 인기와 "꽃미남"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게 해준 그 그림체 등을 생각해보다, 드레스 코드의 만화라기보다는 더욱 현실스러운 그림체를 접하고서는 같은 작가님의 그림이 맞는가~ 처음에는 문화적인 충격에 잠깐 휩싸이기도 하였다.

작가분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삼았기에 꽃미남을 등극하기 보다 더욱 현실적인 그림과 내용에 충실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디를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은 꽃미남 꽃미녀가 아닌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 해당되기에, 평범하고 수수한 모습의 만화 캐릭터가 더욱 진실되게 와닿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말이다.



만화지만 정말 얻을게 많은 내용이었다.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닌, 숱한 공감을 하며, 아, 정말 이렇게 개선해봐야겠다, 팍팍 와닿는 실용서적이었달까?

다음 웹툰에 들어가보니, 덧글 중에 제발, 학생들을 위한 코디법 좀 알려주세요~ 하는 실생활 덧글과 문의글들이 수두룩 달리던데, 작가님의 기본 소양을 믿고, 그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싶다.



1권이 따로 있는데 미처 못 읽고 2권인 코디노트, 신간부터 읽어보았다.

1권을 따로 읽어보지 않은 나같은 사람도 큰 차이 없이 몰두할 수 있을 정도로 독자적으로 구분된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차례를 보면 습관, 비율, 허리, 키, 사이즈, 코디노트, 옷장정리에 대해 나온다.



사실 천계영 작가님의 전공이 법학이시기에 패셔너블한 차림새의 만화를 많이 그리긴 했어도 옷 입는 패션을 제안하는 만화를 연재하셨다고 했을때 처음에는 좀 의아스러웠다. 예전에 만화가님이 본인 연재 만화 짬짬이 그렸던 자신이 등장하는 한 페이지 만화 내용을 보면, 스스로의 모습을 후드 티에 안경을 쓴 수수한 모습으로 그려왔던 터라 그분의 변신이 어떨지 상상하기 힘들었기때문이었다.

그런데 작가님은 그 시작을 분명히 인정하고 시작하신다.


본인도 처음에 만화 의뢰를 받고 많이 난감했는데 그만큼 많은 책을 찾아가며 공부하고, 또 코디를 하기 위해 새로운 옷 사기를 즐기고 열심히 몰두하며, 일이 생활과 습관이 되도록 지내다보니 친구들에게도 "운동 하니? "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고, 옷 잘입는 것이 즐거운 습관이자 스스로를 위한 행복한 운동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첫 부분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나도 옷을 잘 입고 싶지만, 그러기가 사실 쉽지가 않다.

키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인지라 조심을 해야함에도 워낙 먹는 일을 즐기고, 운동을 싫어하는 터라, 늘 통통한 상태로 지내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옷을 사러 가는 것도, 치장하는 것도 싫어 하다보니 자꾸만 패션과는 거리가 멀게 지내게 되었는데,

자꾸만 이런 생활이 악순환이 되다보니 이건 정말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다이어트를 해, 아기 낳기전, 결혼하기 전 등의 몸매로 되돌아가서, 마음껏 예쁜 옷도 입고, 젊음을 누려보고 싶은데 생각만 앞설뿐, 당장은 옷 사기 싫다, 꾸미기 싫다 하며 버티고만 있었다.


작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라고 일러준다.

본인의 키와 몸무게, 몸매 사이즈 등을 아주 솔직히 공개하면서, 자신의 단점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면 좋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나간다.


뚱뚱한 외모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키.

작가분도 키가 큰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읽는 독자들이 공감하는 글과 그림을 쓰게 된 것 같다.

10cm커보이고 싶다고 힐이 높은 구두를 신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짚어 주었고, 키 커보이는 스타일, 작아보이는 스타일의 옷들을 직접 그려줌으로써 눈으로 비교 분석하고, 공감하는 일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와 얼굴은 똑같지만, 몸매는 거의 모델같은, 마음 속의 계영이라는 패션의 요정을 만들어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가는 독자들에게 보다 믿음이 가는 조언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작가 스스로도 변화해가는 도중이므로 자신이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 패션박사같은 또다른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속옷이 후크가 잠긴다거나, 상의의 단추가 잠기기만 해도, 맞는 옷이라 우기는 작가의 모습이 참 낯설지가 않았다. 바로 내 모습이었기에.

이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도 확실히 만화로 보니 더욱 와닿는 현실이었다. 패션의 요정은 이런 부분을 정확히 짚어 준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옷차림을 알고, 실행해야하며,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어야 제대로 된 옷입기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일일이 구체적으로 언급해주지 않으면 어쩌면 우리는 간과하고 살게 되는지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책으로 보니 일목요연한 것을.

어려운 패션에 관한 책들보다, 만화로 씌여있고, 열심히 공부하고, 본인이 직접 체험해서 나아진 결과들을 모아 그려놓다보니, 더욱 와닿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되었다.



코디노트라는 것도 독특하고 재미난 방안이었고, 패션을 매칭할 수 있는 블로그와 사토리얼리스트라는 책등을 통해 제대로 된 자신만의 코디노트를 찾아가는 과정도 인상 깊었다.


오디션때의 충격과는 또다른 충격을 받았다.

내 실생활, 패션에도 지금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충격 말이다.

밖에 나갈일 없다고 (사실 없지는 않다 아이랑 외출하거나 여행가거나 할일이 무수히 많은데도) 작가처럼 트레이닝 복 등의 이지웨어만 고수해오다가, 정작 나갈일 생기면 입을 거 없다고 툴툴대게 되는 이 현실을 극복할 필요성.

지금의 내 몸이 밉다고 불만을 갖지 말고, 옷에 나를 맞추려 하지 말고, 옷을 나에 맞추려하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그런 사실 말이다.



참 멋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드레스 코드

계속 연재중이라니 계속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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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뱀파이어 스토리콜렉터 12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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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너대니얼 케이드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는 바로 블로드 오스; 피의 맹세였다. 블로드 오스를 읽어보지 못하고 읽게 된 책이었지만, 전작을 읽어보지 못했어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가독성을 갖춘 책이었다.

처음에는 제목만 접하고, 크게 오해를 할 뻔 했다. 애완동물이나 애인 등에 붙을 법한 ~의 라는 소유의 의미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뱀파이어라니 그저 그런 내용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워낙 전작에 대한 후기들이 좋아서, 이 책 역시 제목만 그럴 뿐일 거라 생각하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뱀파이어에 대해 그동안 나왔던 수많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내용임을 이내 깨달았다.

뱀파이어란 아름다운 외모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사랑에 빠지던 다른 시리즈들과 달리 사람들을 가축으로 인식하고 포식자의 위치에 선, 결코 동등하지 않은 관계로 시작을 한다. 그러니 연애 운운하는 이야기와는 확실히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외모는 인간과 흡사하나,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뱀파이어의 존재, 게다가 그 스피드와 힘 또한 인간의 능력으로 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뱀파이어가 왜 미국 대통령에게 피의 맹세를 하고, 미국의 안위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자가 되었는가? 자신의 목숨, 혹은 그 이상의 것을 다 내놓아야함에도 말이다.

 

어려서부터 아주 당연하게 미국을 "우리 편"으로 만들고 그 외의 적대국들은 모조리 악역을 만들어버린 헐리웃 영화에 익숙해져 왔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무조건 좋은 줄 알았던 미국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았기에 미국만 우상화를 만드는 그런 영화들을 어느 정도 걸러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 재미는 있지만 좀 불편한 요소도 있다. 철저히 미국 대통령을 위한 뱀파이어,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미국의 적이 될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보복도 당연하다는 것을 누누히 강조를 한다. 빈 라덴이 끔찍한 바이러스의 희생양으로 괴물이 되어버리는 과정이 나타나 놀라게 하는 첫 장면을 보고서 처음에는 아, 지나치게 헐리웃 스타일의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미국 최고론의 불편함만 감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임을 알았다.

그래, 미국인이 쓴 미국의 소설이니까.

뱀파이어의 연애보다 더 스릴있고 무시무시할 수 있는 액션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장점과 오로지 미국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뱀파이어의 존재에 대한 의문감이 든다는 단점, 두 가지를 모두 떠안고 있으나 분명 재미면은 뛰어났다.

 

바이러스 하나로 괴물로 변해버리는 수많은 사람들, 끔찍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뱀파이어인 케이드가 고군분투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일이 꼬여만 갔다. 사실 대통령 직속 비호를 맡았다 해도 좋을 케이드와 뱀파이어 관리인 잭이 등장하는 이야기였지만 그들조차 손을 쓸수 없게 만드는 대통령 수석 비서관 프래도르때문에 케이드는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난제로 꼬여버리는 상황에 직면하기 일쑤였다.

 

뛰어난 괴물 사냥꾼인 케이드를 위협하는 세력이 속속 등장하여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나 그의 싸움이 고독하고 더욱 힘겹게 느껴지는 일임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맨 처음에 오사마 빈 라덴이 실명으로 등장한 것도 놀라웠는데 그를 순식간에 괴물로 만들어버려서 어떻게 풀어나가려 그러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사실 책 속의 내용은 요즘의 많은 이야기들이 그렇듯 미국과 외부의 적과의 전쟁이 아닌 미국 내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CIA처럼 이미 수많은 영화에 회자된 널리 알려진 첩보기관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기관에 대한 언급과 그들의 초자연적인 활동 등이 그것이었다.

 

대통령의 뱀파이어이기에

미국 시민들의 안위와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임무라도 지켜내야하는 것이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대통령령이라면 무조건 그 명령을 지켜야 한다는것이 아이러니했다. 마치 그 옛날 왕의 명령이라면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처럼. 오늘날도 마찬가지라고는 하나 케이드 정도라면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을 하고, 지킬 것과 지키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해도 좋으련만, 그는 정말 안쓰럽게 미련맞을 정도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물론 그 명령의 힘이 구두 명령 뿐 아니라 실제로 케이드에게 지키지 않으면 위해가 가해질 수 있어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 꽤나 피비린내가 진동할 스크린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살짝 비위가 상한 일이 여러번 있었는데 화면으로 보다보면, 어떨런지 ..

 

철저하게 인간을 위한 비밀요원이 되어버린 케이드, 그리고 백사십여년 넘게 살아온 그이기에 예전 화법을 구사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주위 사람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그를 커버하기 위해 인간 관리인으로 그의 곁에 붙여진 잭, 그들의 콤비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운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 갈수록 흥미진진해진 이야기에 다소 전편과 그 다음 편의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진행이 되려는지, 감히 대통령에게 스스로 찾아가 따져 물을 수도 있게 된 잭의 당당함도 멋스러웠고, 자신의 사람인 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케이드의 모습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선서한 모습보다 더  실질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뒤늦게 불붙은 너대니얼 케이드 시리즈,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하나하나 내 호기심의 베일을 벗겨줄수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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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 틱낫한 소설
틱낫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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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이름을 많이 접해봤으나, 정작 그 분의 책이나 일대기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유명하신 분이기에, 나같이 문외한의 귀에도 이미 충분히 낯익은 틱낫한님. 그 분의 첫 소설이라고 하기에, 다른 책들보다 소설을 편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내가 부담을 덜고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 행자였다.

 

살아 있는 부처, 틱낫한 스님의 첫 번째 소설

 

『화』, 『화해』, 『지금 이 순간 그대로 행복하라』,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등 수많은 수필집과 명상 서적을 출간하여 국내에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이, 이번에는 꽌암 티낀의 전설을 다시 써낸 소설로 부처의 가르침을 전한다. 살아 있는 부처로 불리는 틱낫한 스님이 부처의 음성으로 쓴 첫 번째 소설이다.    출처: 출판사 정보

 

소설이라고는 하나 100% 무에서 창조된 이야기가 아닌, 베트남 사람들이라면 어려서부터 누누히 귀에 익도록 듣고 자란 꽌암 티낀의 이야기를 틱낫한님이 엮듯이 소설로 만들어 내놓은 책이라 한다. 주인공은 베트남의 실존 인물이자, 관음 보살의 현신이라 불릴 정도로 무한한 인내를 보인 분이라 하였다.

 

나중에 행자가 된 낀은 사실 남장을 한 여성이었다.

여성으로써의 삶을 살았을 적에도 그녀는 대부분의 여성과 달리 남자들처럼 많은 공부를 하였고, 명문인 다이땁대학에 합격까지 하였으나 부모는 딸을 대학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딸에게도 공부를 시킨 다른 집보다는 개방적인 가정이었음에도, 대학까지는 여성의 몫이 아니라 생각을 하였나보다. 사실 당시 베트남에서는 여성이 학문은 물론이고, 스님 또한 될수조차 없는 시대였다.

 낀은 집에서 독학으로 불교 경전에 심취하면서 비구니가 되고 싶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부모가 정해준 곳으로 시집을 가야하는 운명이었다.

 

낀은, 다이땁 대학에 다니는 지방 유지의 아들인 티엔시에게 시집을 갔으나 아들이 며느리에게 온통 애정을 빼앗기자, 시부모의 질투를 받아야 하는 애꿎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게다가 말도 안되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파혼을 당하여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했는데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불운하다 여기지 않고, 남장을 하여 승려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낀은 또한번 운명의 장난에 봉착하게 된다.

남장한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한 재력가의 딸 마우의 짝사랑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마우는 낀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자, 홧김에 다른 남자와 동침을 하고, 처녀가 임신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마을이 떠들썩하게 난리가 나자, 마우는 차마 하인과 관계하였다 말을 하지 못하고, 낀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 증언을 하여, 낀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모진 매를 맞게 만들었다.

 

그럴리가 없음을 절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마을 사람들은 마우의 말을 믿고 낀을 의심하고, 손가락질하였다.

낀은 자신이 남장 여자임을 밝혀 자신의 무고를 밝혀낼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입을 다물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가는 한이 있더라도 너무나 하고 싶었던 스님이 되는 것으로 남을 것인지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나같았으면 부당함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아니 사실은 모진 매와 고통을 견디기가 힘들어 바로, 내가 여자임을 밝혔을텐데.

낀은 그렇게 하면 자신이 승려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사실에 무한히 인내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세상의 고통과 번뇌에서 오히려 자유로워지려 하였다.

 

정말 불교에서 말하는 그런 해탈의 경지에 이른 이가 아니었을까.

이 책은 낀의 실제 이야기를 소설로 다룬 것 외에 낀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는 틱낫한과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똑같은 잘못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기에 꽌암 티낀의 현신들이 어디서나 우리에게 더 많은 인내심과 참을성, 이해심, 동정심, 포용력을 가지고 수행하며 설혹 말로써라도 우리를 학대하는이들에게 앙갚음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한 지금, 람동 주 바오록 고지에 위치한 반야승원에 살고 있는, 타이 틱낫한에게서 정식 계를 받은 379명의 수도승을 대상으로 다시 위험하리만큼 잘못된 인식과 폭력이 시작되었다. 132.133p

 

티낀은 자신을 살인자로 오해한 세상이나, 말도 안되는 음해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게한 이까지도 모두  포용을 하고, 오해를 샀던 아이까지 받아들여 자신의 양자로 키웠다. 오늘날의 틱낫한 또한 자신을 괴롭히는 세상의 부당한 이치들을 이해와 관용으로 수용하려 노력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티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너그러이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성인의 마음을 갖고,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조언을 주는 것이 이 책의 중요 교훈인듯 하였다.

 

불의와 부당을 못 참고 쉽게 흥분하고 화가 나는 내 성격을 생각해볼 적에 그 화를 다 배출해낸다고 늘상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을 저질러놓고도 무신경하거나, 되려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런 사람과 부딪힌다고 나의 기분이 가라앉는것은 아니었기때문이었다. 내가 참고 넘어가자 하는 일이 때때로 발생하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 좀더 기분좋고 쉽게 내 기분을 컨트롤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난제이다. 사실 부처님과 같은 꽌암 티낀의 이야기가 불교신자도 아니고 지극히 속세인인 내게 강렬히 와닿지는 않지만 내 힘 만으로 바꿀 수 없는 세상이라면 내 마음부터 다스려보는 것이 나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진실로 필요한 일임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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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모리 에토 지음, 권남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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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 장면이 사실 좀 충격적이었다. 번역을 한 권남희님도 깜짝 놀랐다 할 정도로 말이다. 사실 그렇게 야하지 않게 묘사되긴 했지만 정말 그 장면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제목을 보고, 뭔가 한가한 휴양지 분위기를 떠올렸던 내게 "정신차려"라는 식의 현실이 갑자기 콱 와닿았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그 1주기 의식을 논의해야하는 자리인데도 3남매는 너무 일을 대강대강 처리하려 한다. 가장 저렴한 비용을 선택하자는 둥 하면서, 약속도 미루고 현재의 애인에게 충실하고픈 주인공을 보면서, 아니 무슨 가족이 이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상당히 괴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오빠 하나, 여동생 둘의 3남매 설정이 마침 우리 형제와도 같아서, 주인공인 둘째의 위치인 내가 나와는 전혀 다른 주인공을 살펴보는 모습이 다르면서도 닮은 면을 찾아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하면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리려나? 아뭏든, 그렇다. 우리집과 비슷한 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신기하게도 언니나 오빠에 비해 여동생이 더 철이 들었고 부모님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 모범적인 아이였다는점이다. 그렇다고 다른 형제들이 부평초처럼 떠도는것은 아니었지만.

 

난 말이지, 두 사람을 보고 뼛속까지 깨달았어. 사랑이네 연애네 이딴 것에 의지하면 사람이 붕붕 떠서 알맹이 없는 인생을 보내게 된다는 걸. 부평초처럼 떠돌게 된다는 걸. 13P

결혼하고 아무도 내게 잔소리를 안하는데, 어머님도 엄마도 안하시는 잔소리를 내게 하는 사람이 바로 내 여동생이다. 단짝친구같은 살가운 존재면서도 언니의 단점을 자기 아니면 누가 알려주냐면서, 특히 청소를 잘 못한다거나 다이어트를 안한다거나 하는 게으른 면을 콕콕 찍어 아프게 지적하면, 누가 언닌가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래서, 부모님을 절대 싫어하지 않는, 우리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동생이 더 철들어 보이는 점만큼은 우리집과 비슷한 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사람, 아버지를 거역하는 일 없이 가시와바라 가의 정도를 걸어온 동생은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우리를 이렇게 엄하게 속박했던 당사자인 아빠는 밖에서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네."

신랄한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한 가지...

"있을 수 없어."

오빠의 중얼거림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마치 이 다락방과 함께 통째로 세상에서 분리된 것 같은 정적에 감싸였다. 61P

 

사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지나치게 자식교육이 엄격했던 아버지 덕에 오빠도, 주인공인 나도 스무살이 되자마자 가출하다시피 집을 뛰쳐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않고 제멋대로인 삶을 살게 되었는데, 아버지의 억압이 사실 좀 심한 정도긴 하였다. 절대로 해서는 안될 것들에, 가방에 달고 다니는 인형이 토끼 인형이면, 교태를 부려서 안된다는 둥, 여학생 담임이 남자선생님이라 학교에 쫓아오겠다는 둥의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반응을 보이시는 것이었다. 심지어 밋밋해야할 지우개에서 향기가 난다고 해 압수를 당하기도 할 정도로.

아이들은 지나치게 꿈과 희망을 억압당하면서, 아버지에게서 자유로이 벗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자랐다.

그리고 그 자유를 지나치게 누리다보니,아버지가 바라던대로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을 하며, 애인 사귀는데도 조심해야하는 등의 아버지식 생활에서는 철저히 벗어나고 싶었다. 어느덧 스물 다섯이 되었는데도 동생이 사기라고 하는 가짜 효능을 가진 천연석을 파는 가게의 점원 등의 뜬구름 잡는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는 현재의 그녀 모습이 그렇다. 집을 나오긴 해야겠는데 돈이 없으니 혼자 자취하는 남자들에게 반씩 부담을 하자며 동거를 하고 얹혀사는 생활 또한 아버지가 알면 기절할 그녀의 삶이었다.

 

그렇게 자녀들을 꽁꽁 옭아맸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런데? 정작 자녀들에게는 연애의 연자도 못 꺼내게 만든 아버지가 바람을 피셨단다.

상상도 못할 노릇이었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맞춤형으로 키워졌던 막내가 가장 분개를 하였고, 다른 두 자녀 역시 아버지에게 배신감을 느끼긴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아버지는 어두운 피 운운하였는데 그 정체가 무엇일까?

아버지가 꽁꽁 숨기며 살아온 아버지의 고향에 대한 비밀을 밝혀가는, 아버지의 정체성을 찾아 스스로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이 책의 주된 줄거리라 할 수 있었다.

 

정말 독특한 이야기였다.

워낙 소설 속에서 희한한 일들이 많이 벌어져, 아버지의 바람 따위 사소하게 넘기는 책들도 많았으나, 이 책은 그렇지가 않다. 이건 정말 중대한 배신이자, 세상이 뒤집힐 사실이었다. 사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믿었던 아버지에게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 아마 무지 충격을 먹는건 소설 속 자녀들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콩가루인줄 알았던 괴짜 집안의 형제들이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가, 몰랐던 아버지를 알아가려 하는 그 과정이 화해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풀어내기 쉽지 않은 주제였는데 이렇게 풀어질 줄이야.

게다가 결론 또한 마음에 들었다.

그냥 그렇게 평이하게, 세상 사 이렇게 힘든 것이지 하고 무책임하게 끝나지 않아서 좋았다.

어느 덧 나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애정을 갖기 시작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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