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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분 엄마, 아빠는 우리집 영어 선생님
황혜진 지음 / 혜지원 / 2012년 9월
평점 :
부부싸움을 해 본적 없는 우리 부부의 첫 부부 싸움은 바로 영어 태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때였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영어로 동화를 읽어주라니, 신랑은 그야말로 발끈하고 말았다. 인터넷에서 어떤 아빠가 그렇게 읽어주고, 영어 태교와 태어난 직후부터도 수많은 영어 노출로 아이들 영어 조기교육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던 나와 달리 태교 자체에 관심이 없던 신랑은 특히나 뱃속 아가에게 영어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에는 아주 반발감이 대단하였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영어 cd등의 노출을 많이 해주기가 어려웠다. 우선 아빠가 듣기 싫어하였기에.
(아니 그러면서도 아이가 영어를 잘하기를 바란다.ㅠ.ㅠ 일찍 시키지는 않아도, 아이가 때되면 잘하기를 바라는것. 남들은 그만큼 노력을 기울여 가르치는데, 인풋 없이 아웃풋만 기대하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싶었다.)
이제 아이 나이 만 48개월인 다섯살. 딱 만 네살인 우리 아들. 아직 한글이나 영어나 꽉 잡고 가르친적이 없었다.
다만 자기가 하고 싶은 때가 되었는지 글자와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어중간하게라도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려 노력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엄마, 소리가 뭐야?"
"소리는 귀로 들리는 모든 것이라 생각하면 돼. 예를 들어 돼지가 꿀꿀, 사자가 어흥~ 하는 거나, 엄마가 지금 하는 것처럼 설거지 툭닥거리는 것들이 모두 소리야."
"그럼 엄마 쏘리는?"
"아, 영어로 미안하다라는 뜻이야."
"외국인이 나 쳐다보면, 내가 싫다고 하면 쏘리~ 그러는거야?"
수줍음이 많은 우리 아이, 누가 거리에서 예쁘다 하는 것을 심하게 부담스러워한다. 어린아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길이라도 한번 더 주고 예쁘다 말하는 것이 당연스러운데 본인은 그 관심이 몹시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전체적인 대화를 영어로 하지는 않아도 가끔 아이와의 대화에 영어가 등장할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외계어를 만들어, 영어로는 ~라고 해.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말을 급조해내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신기한 것은 주로 영어 동화 등을 통해 간략하게 들려줬던 단어와 말들을 아이가 용케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에서 말하듯, 일상 생활에서 부모와 쓴 영어 회화야말로 아이 귀에 더욱 더 잘 남아있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평소에 영어로 대화를 하진 않지만, 장난삼아 꺼냈던 where are you going?을 아이가 기억해내고, 어디론가 사라진 아빠를 찾아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쓰듯 말이다.
평소에 자연스레 영어 노출이 되면 좋겠구나 싶어 관심을 갖고 읽게 된 책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주로 쓸수 있는 회화들이 등장하다보니, 책은 총 세 파트로 나뉘어졌다.
기초 영어,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기, 자주 쓰는 패턴 배우기 등이 그것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영어 표현인 기초 영어 ch1의 내용은 모두 외워두라 조언하였다.
기초 영어 파트 중에 아이들 어려서 한글 가르칠때도 흔히 등장하는 신체 부위를 영어로 알려주는 장이 있었는데, 사실 그 모든 부위 중에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단어는 바로 '콧구멍'이라는 재미난 사실도 알려주었다.
콧구멍은 nostril
코딱지는 booger
코 파지마는 영어로 Don't pick your nose!
란다.
nostril은 아니지만, booger와 Don't pick your nose는 아이 영어 동화책인 코코몽 생활습관 동화 영어편 http://melaney.blog.me/50137185220을 통해 만나봤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갔다. 아이들 영어 동화책이 쉬운 단어가 많기는 한데, 엄마들학창시절인 중학교때부터 배웠던 교과서에서는 유아 표현들을 배울 기회가 없어서, 모르는 단어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이 동화로도 배우고, 이런 엄마 아빠를 위한 영어 책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어 아이와 즐거운 회화를 이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만화로 시작하는 재미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영어 표현들을 배우고, 본격적인 본문에서는 그 영어 표현들의 응용편을 배우게 된다. 복습하기 단계에서는 각 발음들을 모아서 mp3를 모아놓은 cd를 통해 발음까지 원어민 발음으로 교정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책에 소개된 표현들이 쉬운 표현이 많아서, 부담없이 느껴질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막상 영어회화를 할 일이 많지 않아 그런지 이미 잊어버린 표현들도 많았고, 번역은 쉽지만, 막상 외국인 앞에 서서 실제 영어를 써야할 상황이 오면 머릿속이 하얘져버리곤 해서, 외우다시피 해서 입에서 바로바로 튀어나올 표현들이 아쉬울때가많았다. 머릿속으로 번역하고 통역해 발음하기 보다, 저절로 한국어처럼 튀어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반복으로 입에 익숙한 표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상황별로 나온 대화 문구들을 보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응용하면 좋을지 하나하나 챙겨가는 것은 활용을 잘하는 부모들의 몫이 되지 않을까 싶다.
쿠킹 잉글리쉬가 인기를 끌고 있듯이 요리를 하며 아이와 기본적인 영어대화를 나누는 표현들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도 즐거웠고, 조금 큰 아이들이라면 아마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기에 Are you texting? 너 문자 보내는 중이니? 하고 물어볼 상황도 아주 빈번히 등장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영어로 하는 잔소리를 배운다는 것이 웃음이나기는 했는데, 사실 부모가되다보니 아이들 앞에서 사랑의 표현만 구구절절 늘어놓을 아름다운 상황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었다. 시시때때로 변죽을 올리는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기 쉽상인데, 그런 잔소리를 모아놓은 표현들이 있어 재미나기도 하였다.
미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dvd중 하나인 Horris Henry는 사고뭉치 주인공 헨리의 일상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라 한다.
여기에 등장한 부모의 자주 하는 잔소리를 모아놓은 것이 팁으로 소개되어, 엄마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앞에서 일상 영어를 보다 쉽게 하고 싶을때라면 이런 책을 읽고 참고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