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미학 기행 - 지중해의 태양에 시간을 맞추다
김진영 글.사진 / 이담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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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지의 낭만을 사랑하기에, 많은 여행 서적들이 나오면 분주히 눈길을 주게 된다.

이 책 그리스 미학 기행은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산토리니가 떠오르는 푸른 색, 그리스를 대표하는 듯한 하양과 파랑이 어우러진 그 표지의 선명한 색감이 읽기만 해도 시원하게 가슴을 뻥 뚫어줄 것만 같았다.

물론 이 책은 단순 기행문이 아닌, 미학 기행문, 그리스 문화재를 보여주고 그 예술의 의미를 찾아가는 서술방식이라서, 편하게 읽었던 기존의 여행 에세이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저자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같은과 동문이었던 아내는 철학과에서 두드러진 장학생이자 지극히 현실적이다라는 평을 받은 것과 달리 그는 지극히 이상적인 사람으로 주위의 평가를 받았다 한다. 그래서 그 둘의 결혼 소식이 알려졌을때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말이다. 철학과에서 배웠던 니체 한권으로, 그리스를 돌아보기로 결심한 그였기에 이후 그리스 여행은 쭉 이어졌다. 또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의 여행은 아내와 함께 돌아본 그리스에서 찾아졌다. 같은 과지만,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은 두 사람, 하지만 책에서는 아내의 이야기는 아주 드물게 등장할뿐 주로 저자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주 두툼한 기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추려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성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저자의 카메라를 통해 전해 받은 사진들은 그저 내게는 선물이라는 느낌이 한가득이었다.

멋진 여행 에세이를 많이 접해도 사실 사진에 있어선 큰 감명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그리스 국기가 하늘과 이렇게 멋스럽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었고, 가보지 못한 그리스에 대한 환상을, 산토리니 말고도 어디에서건 찾을 수 있다는 것.

뜨거운 태양 아래 그리스를 느낄 수 있는 그 모든 이야기를 사진으로 우선 보여주고 글로써 풀어내었다.

철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자연계열이었기에 교양 수업 또한 인문학 보다는 주로 실용적인 학문 위주로 선택해 수업을 들어야했다.

그래서 철학 관련 이야기들이 나오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 일쑤였는데 저자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백프로 내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가 담아낸 사진과 이야기들을 통해 조금씩 그 의미를 찾아가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시간에서의 해방감은 '순간순간'일 뿐이다.

시간을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을 서서히 채워가는 힘이다. 25p

서구 문명의 발상지이자 기원으로 알려진 그리스 문명, 그 화려한 막을 시작한 그리스의 요즘은 예전 번성기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세계 최강국이었던 로마인들의 후손인 이탈리아도 현재 고대 유물, 유적 들의 관광산업에 주로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면이었는데, 그리스에서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올림피아를 만들어내고, 세계 최강국이자, 서구 문명의 기원이 될 수많은 업적의 가운데에 서 있었지만 오늘날의 모습은 과거의 번성을 되돌아보기 어려운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반짝반짝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산토리니 섬 또한 그리스인 대부분이 가난하지만 정겹게 살아가던 그 소박한 공간을, 관광객들과 함께 들어온 이방인들에게 대부분 팔게 되고, 자신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살게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관광 산업의 발달로 지갑을 채우는 사람들은 현지 주민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란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하였다.



아테네의 국립 고고학 박물관은 그리스의 가장 중요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66p

제자리에 있어야할 유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다보니, 거기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함을 쿠로스를 통해 서술하고 있었다.

청년의 모습을 한 전신상을 일컫는 쿠로스는 인간이지만, 아폴론을 지향하고, 무표정한 모습을 하고 있음으로 인해 절제력과 침착함을 갖춘 완전한 존재에 정점을 찍었다 한다. 인간을 만들었으나 신과 가까워지려는 그 시도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에 모아놓은 쿠로스들로 인해, 각각의 위치에서 무뚝뚝한 모습을 보였어야할 쿠로스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어 개성없는 얼굴로 전락하였다 말을 한다.

아마 사전 지식 없이 박물관에 갔으면 몰랐을 그런 이야기들을 저자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점이 반가웠다.



읽어보지 못했던 그리스인 조르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에 또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책이었는데,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카잔차키스가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였다.



오늘날 전세계 인들의 축제의 장이 된 올림피아의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발길 닿는대로의 하루하루의 여정만 담아낸 책이 아니라, 해박한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풍성한 읽을 거리를 담아낸 책이라 인문서와 기행문의 만남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영국인 에번스에 의해 발굴된 크노소스 궁전으로 인해 유럽의 문명의 기원이 기원전 20세기까지 앞당겨졌다고 한다.

유럽인들의 문화적 자부심과 우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그들은 크노소스 궁전의 발견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전의 발굴자들과 달리 에번스는 발굴 그 자체에 멈추지 않고, 현대 재료인 시멘트로 일부를 복원하기까지 하였다 한다.

미숙한 방법으로 복원한 이미지들은 상상력에 의한 이미지 복원으로 인해 오늘날에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였다.

백합꽃 왕자라 알려진 벽화는 허벅지, 가슴, 머리의 관 세조각만으로 복원한 것으로 에번스와 동료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1960년에 프랑스 고고한자 미케네의 부조에서 이 왕자의 관과 동일한 도상을 발견하는데, 그 관은 스핑크스의 관이었다 한다.

현재도 이라클리온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 이 벽화는 수많은 논란을 낳은 화제의 유물이다. 331p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섣불리 시도했던 시도가, 유물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해버린게 되어버리다니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로 사진과 기행 일정 등에 초점을 맞추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았는데 다시 읽어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그리스 문화의 가치 등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좀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 덕분에 예전 같았으면 그리스를 처음 방문하게 될때 산토리니 섬의 그림같은 풍광에만 입을 벌리고 감탄하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 곳에서 아직 남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을 좀더 배려해야하는 그의 생각을 듣고 나니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때문에 마치 구경거리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한번 읽고, 두번 읽고, 그 느낌이 새록새록 새로운, 그리스 미학 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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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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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가,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싶지만 10년 동안 단 한편의 작품도 인정받지 못했던 남자가 10년의 공백기를 거쳐 드디어 성공의 대열에 들어섰다. 배우로 성공하고 싶었으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며 글만 쓰려 하는 전업작가인 남편 덕에 생활비와 아이 학비를 벌어야하는 것은 온통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 샐리가 너무나 하기 싫었던 텔레마케터로 자리잡아가면서 생활비를 벌다보니, 제대로 된 생계유지를 할 생각을 않고 자신의 꿈만 좇는 남편에게 좋은 소리가 나올리 만무하였다.

그 옛날 소크라스테스의 아내 히폴리타가 악처로 소문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최고의 철학자이긴 하였으나 가정을 돌보지 않은 남편 덕에 생계 유지가 그녀의 몫이어서, 바가지를 긁을 수 밖에 없었다는, 어쩌면 평범한 아내였을수도 있었겠다라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믿기지않을만큼의 놀라운 행운은 연달아 찾아왔다.

그의 원고 초고가 방송국에 팔리고, 그 드라마가 연달아 만들어지면서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며, 촉망받는 작가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가 돈을 많이 벌어들이게 되어, 집도 좋은곳으로 옮기고 차도 바꾸자, 아내도 즐거워했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힘들었던 날의 앙금들은 쉬 가라앉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아니, 제대로 치유해보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이제 나를 버리겠군.

이제 나를 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조강지처 샐리의 예언 아닌 예언대로, 실제 데이비드는 빼어난 외모에 프린스턴 학벌, 잘나가는 폭스 텔레비전의 젊은 이사로 각광받는 샐리 버밍엄이라는 여자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고 말았다. 서로 공통화제가 많고, 이야기가 통하다보니 외모뿐 아니라, 그의 지금 생활을 잘 이해해줄 샐리라는 여자를 만난 것이 그에게는 행운처럼 느껴진 것이었다. 딸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키 어려웠으나 이미 마음이 멀어져버린 아내 샐리를 떠나는 것은, 상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생각만 있을뿐, 당연한 결과처럼 생각하던 그였다.

그의 바람을 눈치챈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샐리에게로 가는 마음이 행복하기만 해야하는데 어딘가 찜찜하고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들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부간의 사랑과 윤리 등을 강조하고 살아오는 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배려 등은 물론이고)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는 소재를 위함인지 실제로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간단히 신뢰를 저버리고 다른 사람과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곤 한다. 이혼을 하고, 새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마치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식의 가벼운 이야기로 (심각한 갈등과 스트레스 등이 있을 법 하지만 작품에서 그것까지 제대로 그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글러스가 아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전락해버리는 것에서 가정의 소중함이 너무나 무참히 깨져버리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한 가득이었는데, 더글라스는 가정의 소중함을 무척이나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서양에서라면 더더욱 결혼이라는 제도에 구속되지 않고, 무책임하게 인생의 사랑만 좇는 사람들이 많을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이 소설은 (물론 데이비드의 행동은 가정을 저버리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서구 사람들에 대한 그릇된 내 색안경을 벗겨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붙잡자마자 네시간동안 눈도 못 떼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내 잠을 모조리 빼앗아가버린 이 매력적인 소설은 인간의 성공에서부터 빈털터리도 쉽게 전락을 하게 되는 그 과정을 모두 잘 그려내고 있었다. 부자가 되기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하는 인기 작가가 된 데이비드와 방송국 이사의 만남은 그야말로 서로에게 윈윈이 되어주는 파워커플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돈이 너무나 많은 필립 플렉이라는 기업가가 러브콜을 보내온다. 그러나 그 남자가 수정해달라고 보내온 원고는 놀랍게도 자신이 유명해지기전 과거에 썼던 원고에 뻔뻔하게도 필립의 이름만 적어넣은 원고였다. 표절도 아니고 완벽한 도둑질에 화가 났으나 오히려 그의 주변 사람들, 샐리에서부터 에이전시인 앨리슨, 자산 담당자인 바비 등이 모두 필립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원고에 필립의 이름이 그대로 실린채 영화로 제작되도 나쁠 것은 없지 않냐고 연예계의 생리에 적응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탐탁치는 않았지만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필립의 전용 휴양지인 개인 섬으로 초청을 받게 되었다.

 

에미상에 오르는등 최고의 성공을 맛본 그였지만, 한번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연달아 표절 시비가 불거져 나오자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조강지처였으면 그가 몰락했어도 그의 곁을 지켰겠지만, 그의 부와 지위를 보고 선택했던 샐리는 그를 헌신짝 버리듯 쉽게 버리고 만다.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얼른 떨쳐내기 급급했던 그녀였다.

가끔이나마 만날 수 있었던 딸 아이조차, 아내는 아예 못 보게 법원에 청원을 넣고 말았다. 그가 자신을 몰락시킨 기자를 찾아가 멱살을 잡은 것이 아내와 딸에게 위해를 가할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순간에 무일푼 신세가 되어버리고, 아무 것도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없었으나, 무명이었을때부터 그의 에이전시였던 앨리슨만은 그를 도와주려 애를 썼다. 일로써 만난 사람들은 그의 표절로 인해 직장에서 잘리거나 잘릴 운명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 아예 그와 인연을 끊고 그에게 원고비 반환 청구를 하는 등 그의 몰락은 끝이 없는 듯 하였다.

 

그 모든 것은 그가 잠깐 걱정을 하긴 하였으나 이리 큰 문제가 될지 몰랐던 어느 하룻밤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말이다.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는 다시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다. 이건 사실 거의 현실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지만, 정말 소설처럼 놀라운 기회를 그는 다시 얻을 수 있었다.

바닥을 다시 경험한 그에게 영원할 거라 착각한 부와 명예는 아주 백짓장처럼 가벼운 것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이젠 그 옆에 가족도 없고, 다시 빠져들 수 있는 거라곤 일만 잔뜩 남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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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 똑똑한 학교 역사반 1
김경화 글, 구세진 그림 / 살림어린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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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

그러고보니 꽤 궁금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뭐 출산 준비를 했겠지. 간단히 짚어넘길수는 있지만, 나랏님이라 떠받들던 임금의 자식이니, 왕자의 탄생은 나라의 경사나 다름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일반 가정에서 아이 태어나던 것보다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준비를 하였을 그 이야기가,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그 이야기가, 질문으로 던져지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게다가 어린이들이 보기 쉽고 이해하기 좋게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서 글도 글이지만, 하나하나의 그림을 짚어보고, 무얼 하는 장면인가 생각해보는 그 과정이 무척 즐거웠다. 그 시절로 생생히 되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은 그림들.

어릴적에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니, 벽지 대신에 달력의 멋진 그림으로 도배를 해놓으신게 있었는데, 그 그림이 올 컬러 사진이 아닌, 오래전 세시 풍속을 그린 이런 그림체의 그림이라,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그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안방도 아닌, 구석방에 들어가 혼자 그림을 자세히 보고 싶은데 키가 안 닿아서, 등받이없는 동그란 의자를 갖다 올라서서 보려다가.. 그만 의자로 주무시던 할아버지 머리를 치는 바람에 눈물 쑥 빠지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그냥 그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혼자 나만의 상상을 해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단단히 혼이 나서, 아직까지도 그때의 어렴풋한 그림과 그때 그 상황이 기억이 나곤 한다.


그래서 역시나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런 그림을 보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첫 장을 넘기면, 왕가를 상징하는 듯 남다른 붉은 대문이 펼쳐졌다. 대문에 그려진 그림은 아마 악귀를 쫓기 위함인듯 무시무시한 얼굴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아무나 궁궐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림으로 한번더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듯 하였다.


둥둥둥! 궁궐 문을 열어라!

그리고 대문을 펼치면, 궁궐의 어마어마한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여느때와 달리 조심조심 수다도 떨지 않고, 조용하고도 조심스러운 몸가짐을 갖는, 소위 부정타지 않게 노력하려는 궁궐 사람들의 주의 깊은 모습을 들여다볼수있는 시간,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중전마마의 아기씨 탄생이 코앞으로 닥쳤기에 모두들 더욱 부지런히 준비를 한다.

궁궐을 더욱 정갈하게 청소하고, 흠이 있는 재료는 궁 안으로 들이지도 못한다.

왕자의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을 도화원에서 그리고, 침방 나인, 수방 나인들은 새로 태어날 아기씨가 덮을 옷과 이불을 만들었다.

또 아기를 가진 중전마마는 낮이면 악사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나쁜 소리는 듣지도 않고 나쁜 것은 보지도 않는다.

밤이 되면 궁녀들이 들려주는 좋은 글귀만 듣고 몸과 마음을 평안히 한다.


그러고보니, 마치 오늘날의 엄마들이 태교에 임하는 자세와도 비슷하다 볼 수 있었다.

한 가정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 작게 봐도, 궁궐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차이가 있을뿐.

오늘날에도 옛 전통이 이어져 내려옴인지, 임산부에게는 과일도 예쁘게 깎은 것만 먹으라 하고, 좋은 생각만 하라고 하는 등의 태교가 이어져 오고 있지 않은가.


초등학생이 볼 만한 책이라 생각했는데 글밥을 보니, 5세 이상의 유아들이 읽고 보기에도 재미날 그런 이야기기도 하였다.

또 임신을 한 예비맘들이 태교를 위해 이런 그림동화를 읽고, 왕자님 만큼이나 소중한 내 아기를 위해 몸과 마음까지 정갈히하는 태교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자를 돌볼 유모와 보모 상궁을 뽑고, 왕자가 태어난 후 왕자를 가르칠 스승도 아예 부서를 두고 뽑는다. 가정교사와 같은 의미의 스승이 하나가 아니라, 세자시강원이라는 기관에 선생만 스무 명이 되고, 서른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왕자가 읽을 책을 관리한다 하니, 정말 특별한 교육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극진한 기대와 관심 속에 태어난 왕자님이 아닐 수 없었다.

그와 더불어 조선시대 궁궐 사람들의 역할과 일등을 자연스레 만나 볼 수 있는 자리라 유익한 학습이 될 수도 있어 좋았다.



역시 엄마들 입소문이 몰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책이어서 그런가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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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구판절판


구름빵으로 잘 알려진 백희나 작가님의 신작 동화이다.

워낙 유명한 책들을 내어놓은 작가의 동화라, 나오자마자 많은 엄마들의 열화와 같은 인기몰이에 휩싸인 책이기도 하였다.

구름빵 캐릭터나, 이후 나온 캐릭터들은 몹시 귀여웠는데, 이 책은 표지가 정말 헉! 소리가 나올 장면이어서, 아이가 좀 무서워할 것도 같고 해서, 읽어볼 생각을 처음에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백희나 작가의 책인데? 하는 미련에 결국 읽어보고, 나도 아이도 단단히 반하게 된 책이었다.



표지만 보고, 읽어볼 생각을 안했으면 정말 후회했을 명작이랄까.


엄마의 어릴 적으로, 그리고 작가의 어릴적 순수한 상상의 세계로 같이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는 느낌의 동화였다.



그림을 하나하나 그리는 작업도 무척 어렵지만, 이렇게 하나하나의 실물 인형을 만들어 사진을 찍어 작업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거라 생각이 된다. 구름빵 역시 그런 작업으로 완서도를 높인 동화였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시리즈로도, 티브이 만화로도 제작된 대 히트 작이었다


장수탕 선녀님은, 제목만듣고서는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가늠하기 힘들었는데..

작가분이 어릴적 동네 목욕탕에서 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이 작품에서는 비슷한 상상을 하지 않았음에도 금새 빠져들고 마는 신선한 재미와 감동이 가득한 책이었다.

이런 목욕탕, 대중탕에 아예 가 본 적도 없는 2000년대생 아들래미도 너무나 좋아한 이야기였다.



우리 동네에는 아주아주 오래된 목욕탕이 있다.

요즘엔 정말 대형 스파랜드 , 찜질방이 많이 생겨서, 이렇게 소규모의 동네 목욕탕은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또 난방도 잘되어서 아예 목욕탕에 안가고 집에서만 목욕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말이다.



주인공 덕지의 엄마는 오늘도 덕지를 데리고 오래된 장수탕에 간다. 새로 생긴 시설 좋은 스파랜드를 외면하고 말이다.

큰 낙은 없지만, 장수탕 목욕탕을 좋아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울지않고 때를 밀면 요구르트 하나를 얻어먹을 수 있다는 것과 덕지 마음대로 놀 수 있는 (물론 엄마는 감기 걸린다고 싫어하지만) 냉탕이 있는 것이다.




냉탕에서 자유자재로 노는 덕지의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귀여웠다.

옷장 키로 머리를 묶은 것도 경험해 본 일이 아니었을까? 음..머리까진 아니고 난 주로 손목에 차고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아, 그리고 난 그냥 탕은 너무 뜨거워 싫어하고, 냉탕은 또 너무 차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차가운 냉탕에서 즐거이 논 덕지가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덕지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할머니.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인가.

젊어서 한 미모가 원래 아니셨던 것일까? (아마 후자일듯.)

헤어스타일만 선녀일뿐, 어설픈 아이섀도우와 립스틱 화장이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지고, 뚱뚱한 모습이 마치 동네 이웃 할머니를 연상케 하는 그분은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님이시란다.


덕지는 할머니의 선녀와 나무꾼 사연을 듣고, (날개옷만 훔쳐가고 나뭇꾼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인가!) 할머니와 냉탕에서 너무나 재미나게 놀게 되었다.

정말 신기한 것이 그 하나하나의 장면을 어쩜 이리 생동감있는 인형의 모습들로 만들어내었는지, 바가지 타고 물장구칠때의 바라보는 표정이라던지.. 숨을 참고 탕 속에 들어있을때 입을 꼭 모으고 있는 덕지와, 여유로이 지긋이 숨을 참는 할머니의 모습 대비 등이 너무나 그럴듯 하였다.


"그런데 얘야, 저게 도대체 뭐냐? 아주 맛나게들 먹더구나."

선녀할머니가 요구르트를 가리키며 궁금해하자, 덕지는 갑자기 할머니를 위해 정의를 발휘한다.

온몸의 때를 밀어야하는 '때를 미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받은 요구르트를 할머니에게 갖다드린 것이었다.



아니, 이렇게귀여운 꼬마친구가 있을까.

집에 돌아가는 덕지의 표정은 아주 만족스러워보였다.



단, 집에 돌아와 그대로 감기에 걸려버린걸 제외하고 말이다.

얼굴이 시퍼렇게 되어서 아픈 모습을 보이자, 우리 아이가 그 모습만 무서웠는지..

(할머니는 안 무서웠냐. 엄마는 할머니도 무섭더만.ㅋ) 이 장면만 빨리 넘어가자고 하였다.





할머니랑 재미나게 놀고 온 것까진 좋았는데 냉탕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던지 감기로 끙끙 앓게 된 덕지.

아, 어쩜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백희나 작가님은 천상 동화작가로 태어나신 분이신가보다.

이제는 표지 속 할머니의 요구룽 마시는 모습이 더이상 무서워보이지 않았다.



아이도 이 책 표지만 봤을 적엔 나와 비슷한 거부반응이 있더니 내용을 다 읽어주고 나니 또 ~ 더~ 를 외치며 자꾸 읽어달라 조르는 책이 되었다.



표지만 보고, 나처럼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 있다면, 나중에 후회말고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진 책이다.



엄마 어릴적, 그 때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동화. 장수탕 선녀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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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위니의 공룡 소동 비룡소의 그림동화 229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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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키 폴의 마녀 위니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꽤 인기 있는 시리즈이다.

우리 아가도 어릴 적에 처음 보여준 바다로 간 마녀위니를 시작으로, 마녀 위니와 새 컴퓨터, 마녀 위니와 요술 지팡이 등을 읽어보고, 이번에 열세번째 신간인 마녀위니와 공룡 소동을 읽게 되었다.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두루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시리즈의 열세번째 신간인 이번 편에는 놀랍게도 우리 나라 아이 네명의 작품이 같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의 작품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때 당시 우리 아이가 네살이었던 고로 응모할 생각을 못했는데, 세상에 네살짜리 아이의 놀라운 색채 감각의 작품 또한 수록되어 있었다. 한국에 방문했던 코키폴이 한국 어린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실행한 일이라는데, 직접 전세계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 작품이 수록된 아이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싶었다.

사실 엄마는 좀 부드러우면서도 귀여운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야하나? 마녀위니는 좀 뭔가 어수선한 느낌의 그림이라 엄마의 취향은 아니었는데,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그림이 꽤 잘 먹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로도 글이 아닌 그림 작가인 코키 폴이 유명한 것을 보면, 그림이 더욱 잘 알려진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 우리 아들도 무척 좋아하니 말이다.

공룡이 나와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몇번이고 읽어달라는 책이기도 하다. 사실 늘 궁금한 점이지만, 왜 호랑이 사자는 무서워하면서 더 무섭게 생긴 공룡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인지, 언제 한번 물어보고 싶은 일이다.



마녀 위니의 엉뚱하면서도 재미난 개성이 드러나는 시리즈기에 이번에도 그녀의 엉뚱함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사실 엄마들이 읽고 자란 책에서 마녀란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마녀 위니 시리즈의 마녀 위니는 심술궂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이 아닌, 마술을 좀더 잘 부리는 ,그러면서도 생각이 엉뚱해서, 아이들과 코드가 잘 맞는 주인공이다. 장난꾸러기 애어른 같은 이미지랄까? 아이들은 어른들이 좀더 자신을 잘 이해해주고, 재미나게 어울려주기를 바라는데, 삐삐, 피터팬과 같은 이미지를 마녀 위니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마녀 위니가 다양한 경험을 할수 있어 좋아하는 박물관.

그 중에서 위니가 가장 좋아하는 공룡뼈를 바탕으로 공룡 그리기 대회가 박물관에서 열렸다.

뼈만 보고 상상을 해 그림을 그리려니 막막했던 마녀위니는 집으로 돌아와 마법의 힘으로 공룡시대로 돌아갈 엉뚱함을 보이고 말았다.

그녀의 가족인 윌버는 아주 그게 싫었지만 말이다. 잘 보면 마녀 위니보다 윌버가 훨씬 철이 잘 들고 현실적인 면을 많이 보여준다.



위니가 공룡시대로 돌아가 트리케라톱스를 직접 보고 그리며 좋아하자, 윌버는 그 상황이 끔찎할 따름이었다. 얼른 공룡이없는 현대로 돌아가고픈데, 세상에나. 위니가 트리케라톱스를 타고 같이 현대로 돌아가자는게 아닌가. 깜짝 놀란 윌버는 끼야아옹 소리를 지르며 앞발로 두눈을 가려버렸다.

우리 아들, 이런 대목이 다 기억이 나나보다.

끼야아옹의 뜻이 무엇이냐, 왜 고양이 윌버가 갑자기 끼야아옹을 했느냐 묻지를 않나.

트리케라톱스가 왜 머핀을 먹지 않냐 묻기도 한다.



녀석의 기억력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여러권의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읽은지 며칠 된 책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다 기억을 하지? 세세한 부분까지 말이다. 하루종일 붙어있는 엄마인 나도 아이가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다 짚어내지 못할 때가 많은데, 자세히 들어보면 뭔가 실제 경험했다거나 꿈에서 본 이야기들을 그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가 미처 기억 못하는 것들까지 모두 다 기억해서 말이다.



아뭏든 아무렇지도 않게 현대로 공룡을 데리고 돌아온 마녀 위니.

도대체 어쩌자고 이렇게 무대뽀인거야? 어른들은 생각하겠지만, 아이들 눈에는 정말 호기심 대장이자 매력 덩어리도 비춰지지 않을까 싶다.

머핀도 안 먹겠다 하고, 집안의 장미 나무 등 정원을 모두 쑥대밭을 만들어버리는 트리케라톱스를 보고서도 위니는 큰 고민 없이 간단히 해결해버리기도 하였다.



아이가 좋아해 자주 같이 읽다보니, 이제는 하나하나의 그림까지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좀 거칠고 어수선한 톤으로 그려진줄 알았던그림들이 하나하나의 배경들, 예를 들어 성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얼마나 신경을 써서 그리고, 마녀위니의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정성스레 표현을 하는지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보니 동화속 주인공들도 무척 돋보이기 시작하였다. 역시 아이가 좋아하는 작품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읽을 책이 아니라 아이가 읽을 책이니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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