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매화
미치오 슈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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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달과게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책장에 꽂아놓고 뭐하고 있느라 못 읽고 사는지) 구체의 뱀, 물의 관,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 매장 등의 책들은 읽어보았다. 가사사기의 수상한중고매장은 다소 코믹한 요소가 들어가 미치오 슈스케의 느낌에서 살짝 벗어난 책이지만 다른 두권의 책들은 모두 인간적인 따뜻함을 간직한 책들이었다. 그리고 이 책 광매화 역시 그런 느낌을 다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사실 나오는 사건들은 잔인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잔인하고도 안타까운 그런 비밀이랄까

 

한마리 나비가 나풀나풀 책 속을 날아다닌다. 그 나비를 쫓아 다음장 다음 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 장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읽은 시간 또한 무척이나 빠르게 단숨에 읽혔다고나 할까. 물론 나의 느낌이 그랬을뿐.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훌쩍 넘어있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게 된 책.

 

여섯편의 단편들은 사실 등장인물도 소재들도 조금씩 앞뒤의 이야기가 맞물려 있어 동떨어진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전체가 하나의 장편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친근한 구성이라고 해야하나?

일본의 문화와 꽃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가 우리나라 꽃이라도 이름을 잘 모르는건지 모르는 식물 이름들이 무척 많이 나와서 생소한 느낌도 받았지만 말이다.

30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조릿대 꽃.

"그 다음에 조릿대는 어떻게 될까?"

"네?"

"꽃을 피운 다음에 말이야."

.....

"나, 내년이면 서른이 돼." 30.31p 숨바꼭질 중에서

전설의 꽃이라면 우담바라라는 꽃 이야기를 가끔 들어본적이 있었는데 불교에서 3천년에 한번 피는 꽃으로 알려진 우담바라 꽃은 풀잠자리알과 비슷하거나 혼동될수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다분히 신화같은 이야기였는데, 30년만에 피는 꽃이 실제로 있었던가.

조릿대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조릿대가 있던데.나는 이 책에서 정말 처음 만났다.

 

숨바꼭질에서 치매에 걸려 기억을 상실하고 있는 어머니와 살고 있는 마흔 중반의 노총각 아들.

30년 전에 자살한 아버지를 둔 그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한 모자지간의 적적한 노후처럼 읽혀졌지만, 어머니가 그린 그림, 조릿대꽃을 그리고 한 쌍의 남녀를 그린 그림으로 인해 아들은 수십년전 그날로 기억을 되돌리고 말았다. 아버지가 살아계시던 그때의 시간들로 말이다.

 

벌레쫓기에서는 두 남매의 곤충 채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글의 서두에서부터 조금씩 불안함이 엿보이기는 했지만 그 이야기가 아니기를 그렇게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램이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진행이 되어 잔인한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게다가 더 잔인했던건 아이들의 마음에 죄의식이라는 도장을 낙인찍어준 3장인 겨울나비의 주인공. 정말 아이들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라고 그렇게 죄를 떠넘기려 했을까. 그렇게 한장 한장의 이야기들은 서로 연계되어 진행이 되었다. 어린 아이들, 어린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사랑을 짓밟는건 무자비한 어른들이었다. 심지어 그 부모가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뉴스에서도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생명인 자기 핏줄에게 행하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범죄들을 보면서 정말 숨이 턱턱 막혀올때가 많았다. 아이 엄마가 되고 나니, 이런 세상이 너무나 두렵고 무서워졌다는 그런 생각과 함께.

정작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는 그 천운의 복이 주어지지 않고 왜 갖기를 원치않는 사람들에게 아이가 주어져서 아이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지 무섭기만 하였다.

 

사치는 이렇게 자신이 행복했던 때와 무자비한 세상을 분리시켰다. 뒤집은 봉투 밖으로 세상을 가두었다. 136p

아이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소년 또한 어떤 목숨조차 죽어선 안된다 말하면서도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어른들을 참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았던가. 떠넘기려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적어도 그는 아이들을 지켜주려 노력만은 하였다.

 

모든 이야기가 다 크나큰 슬픔만을 간직하고 있을까 걱정스러웠으나,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어 다행이었다.

봄나비와 풍매화, 아득한 빛은  그렇게 어두울 수 있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담은 빛은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깨닫게 해주니 그것으로 내 마음은 위로가 되었다.

 

이 세상에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단다. 90p

성인군자와도 같았던 곤충학자의 말.

그 말이 사실 내 가슴까지도 울렸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충격을 먹었을까 싶었는데..

사실 그럼에도 이 세상에 특히나 아이들에게 몹쓸짓을 하는 사람들은 죽거나 죽는 이상의 고통을 느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감동적인 글을 읽고, 잠시 뉴스 기사글들이 생각나 마무리는 산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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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 세계를 빛낼 어린이에게 전하는 꿈과 겸손 리더십 이야기, 개정증보판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 1
김경우 지음, 가랑비 그림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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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롤모델시리즈로 유명한 명진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롤모델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그 1권이 바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글로벌 인재, 반기문 유엔 총장님에 대한 이야기네요.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반기문 총장님의 이야기를 읽었었는데, 어린이 버전으로 씌여진것을 읽으니 또 새롭습니다. 또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춰서 그림과 중요 내용을 포인트를 잘 담아 다뤄낸 점이 인상깊었어요.

 

아무래도 청소년이나 어른들 대상으로 한 글밥 가득한 책들이 어린이들 읽기엔 쉽지도 않고 흥미도 없겠지요. 읽기 어렵거나 글이 많아 지루하게 느껴질수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읽기 쉬운 커다란 글씨와 그림까지 가득한 어린이 롤모델시리즈.

우리 어릴적에는 아주 오래전 옛날의 위인분들의 이야기를 다룬 위인전이 많았는데, 롤모델 시리즈는 말 그대로 현대를 살아가고 계시는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존재감이 와닿을 수 있는 그런 분들을 롤모델로 삼는, 현대판 위인전 같은 시리즈예요.

뉴스나 신문 기사 등으로 자주 접할 수 있는 시사 주인공같은분들이 많아 아이들에게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들인것이지요.

 

엄마도 반기문 총장님의 어린시절서부터 끈기있는 공부에 대한 집념, 그리고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 등에 대해 몰랐다가, 청소년,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 등을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그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 하루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지요.

어린이 책인데도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의 중요 내용들의 핵심을 뽑아 좀더 쉬운 난이도로 재미나게 서술되어 있었어요.

아마 이 책을 읽고 많은 아이들이 "외교관"이라는 직업과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위치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또 미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꿈꾸게 될지 모르겠어요.

 

태몽부터 범상치 않았던 반기문 총장님이지만, 사실 태몽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공부와 영어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무척 좋아하기도 했다지만 좋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반 총장님의 어릴 적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어린아이들은 부모님들이 공부해라 잔소리를 한다 생각하지만, 왜 내가 공부를 해야하는지. 훌륭한 사람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스스로 직접 생각하고 깨닫기 전에는 공부를 해야하는 당위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면 공부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로 바뀔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세상의 모든 꿈이 다 한결같을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성장하려면, 그에 관련된 일들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일 것 같아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유엔 사무 총장님이 우리나라에서 나오게 된 것은 절대 우연히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훌륭하게 인덕을 갈고 닦은 겸손한 마음씨와 그에 더불어 절대 뒤처지지 않는 최고의 실력과 노력이 겸비된 끝없이 준비된 반기문님의 성실한 태도가 뒷받침되어 우리나라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귀감이 될 멋진 인재로 거듭나게 되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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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클래식에서 성공을 배운다 - 영원히 변하지 않는 불멸의 도전에 대하여
이지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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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경영의 공통점이라. 다소 딱딱한 강의론 같은 책 내지는 클래식에 대한 설명 정도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책이었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읽어보니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의 삶과 인생에 대한 자세와 신념 등을 통해 오늘날 경영인 혹은 일반 독자들이라도 두루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인 책의 내용 자체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었다.

 

삼성전자, 한국전력, 행정안전부..등의 최고 리더들이 주목한 책이라고 해서 어떤 책일까 했는데 저자분이 젊은 여성분이라 놀랍기도 하였다. 철학을 전공하고 후에 음악을 전공한 저자분은 클래식 해설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한다. 또 기업에서의 클래식 강연을 시작한것이 어느덧 9년째에 접어들었다 하였다. 추천사를 쓴 국무총리실 정책관인 김철휘님은 이분의 강연을 듣고 어렵고 딱딱해 나와 맞지않는다 생각했던 클래식에 곧바로 빠져들어 일주일내로 바로 유럽연수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에서 베토벤 생가를 방문하고 요한 슈트라우스가 악사로 있던 식당에 들러 바이올린 연주를 듣기도 하였다 한다. 아는 만큼 들린다는 이지혜 저자의 말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추천사에서는 이 책을 음악 해설서가 아닌 최고의 인문서이자 경영서적으로 서술하였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성공이 천재적 영감만이 아닌 땀과 눈물의 결실임을 일깨워주는 책이라는것이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교과서에서부터 누누히 들어 귀에 익은 아주 유명한 음악의 대가들이 대부분 실려 있었다.

파가니니, 브람스, 베르디, 헨델, 차이코프스키,모차르트, 하이든, 베를리오즈, 비제, 리스트, 드보르자크, 슈트라우스, 베토벤, 드뷔시,푸치니, 슈베르트, 바흐, 바그너, 이름을 빼기만 해도 아쉬울 그런 대가들의 이야기가 아주 한가득, 얇지만 실속있는 알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파가니니의 이야기는 사실상 전설처럼 전해들은 적이 있었다. 워낙 기교적인 연주를 잘해 그렇다고 단면만 들어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 나온 내용을 보니, 완벽하게 스타 마케팅에 성공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러니까 클래식의 대가들을 오늘날의 현대적 관점으로 보다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재구성한 책이 바로 이 책의 서술방식이다. 스타 마케팅이라니. 하나의 현만으로도 환상적인 연주를 선보이고, 바이올린 하나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해냈던 그, 얼마나 완벽을 기하는 사람이었는가 하면 절대로 다른 사람들 귀에 연습하는 연주 멜로디가 흘러들어가지 않게 하였다. 도대체 그는 언제 어디서 연습을 하고 구상을 했던 것일까? 신비주의에 사로잡힌 그의 연주는 반드시 연주회장에서만 들을 수 있기에 그의 표는 아무리 비싼 값이라도 사람들에게 불티나게 팔릴 수 밖에 없었다 한다.

 

헨델은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승부사였다.

최초로 오페라를 문화상품으로 만들었다. 그는 음악으로 돈을 번 최초의 음악가였다. 48p

그는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인생의 물꼬를 트는 재주가 있었다. 그러한 능력이 십분 발휘된 결정판이 바로 <메시아>였다.

<메시아>에 등장하는 합창 '할렐루야 코러스'는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런 단순함이 대중들에게 매력적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헨델은 시대를 반영한 대중적인 음악을 창작함으로써 누구도 따라올수없는 독창적인 선율을 선보였다.51p

오늘날의 대중음악같은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당시에는 하나의 흐름이자 유행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수백년이 흐르도록 그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데는 단순 대중 음악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상품가치와 비교해서도 말이다.

또 헨델이 승부사이자 하나의 사업가처럼 묘사된것도 사실 새로운 느낌이었다.

 

클래식의 이단아로 불린다는 베를리오즈의 삶 역시 아주 놀라울 정도였다.

클래식 음악사에서도 모방이 불가능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프랑스의 낭만주의 작곡가이자 음악 비평가인 베를리오즈다. 100p

그는 의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에 억지로 입학했으나 뛰쳐나와 독학으로 음악을 깨우친 사람이었다.

베를리오즈는 표제음악이라는 새로운 관현악곡 스타일을 선보였다. 교향곡 각부분에 시구절을 인용했고 연극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마치 영화음악을 만들고 장면을 연출하는 것과 같았다. 104p 

(베를리오즈-표제음악 이런 식으로 암기했던 교과서 수업을 생각해보면 표제음악이 뭔지 정도는 좀 기억하고 넘어갔어도 좋았을뻔했겠단 생각도 들었다. )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라 라는 제목 하에 소개된 베를리오즈의 이야기는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어렵고 거부되기 쉬운 일임을 알면서도 모험과 같은 파격적 행보를 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창조해낸 창조자의 이야기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오늘날처럼 변화와 혁신의 주기가 매우 짧아진 요즘에는 베를리오즈와 같은 창조자들, 독특함을 시도하는 것만이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 말하고 있다. 106p참고

 

집약적인 위인전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현대인들의 시선에 발맞춰 어른들이 읽을 만한 빠르고 명쾌한 분석이 돋보이는 그런 클래식 음악가들의 생애 강연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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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꿈일 뿐이야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23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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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서관 협회가 우수 그림책에게 주는 칼데콧 상을 세차례나 수상한 작가 크리스 반 알그버그의 환경을 다룬 그림책이다.
칼데콧 상 수상작이라면 엄마들이 너도 나도 인기몰이를 하는 통에 나도 덩달아 칼데콧 상 수상작가의 작품들을 읽기 시작했었는데, 정말 괜찮은 작품들이 많았다. 이 작가분의 책은 처음 읽어보지만, 글과 그림이 정말 어렵지 않게 쉽게 공감하게 만들면서도 아이들이 바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실천적인 면을 많이 다루는 책이었다.

이건 꿈일 뿐이야.

월터는 좋아하는 잼이 가득한 커다란 도넛을 한개 사서 먹고, 종이봉투는 구겨서 소화전 옆에 휙 던져 버렸다.
집에 오는 길에 옆집의 로즈가 생일선물로 나무를 선물받았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와서는, 귀찮아서 늘 그랬듯 분리수거는 하지않고 쓰레기를 한번에 모두 쏟아버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미래의 남자 아이의 멋진 삶이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를 보러 들어갔다. 자가용 작은 비행기도 있고, 로봇에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기계까지 가진 부러운 남자주인공.

월터는 자기도 미래에 살면 좋겠다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들자 월터의 소원이 이뤄졌다.
월터의 침대가 날아서 미래로 여행을 간 것이었다.

침대와 함께 하는 미래로의 여행이라.
꼬마친구들도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다음 장을 펼쳤으리라.

헉!
월터가 꿈을 깬 곳은 거대한 쓰레기장 한가운데였다. 게다가 그 동네는 바로 자기가 살던 동네, 플로랄 가.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거대한 쓰레기장.

꿈일거야 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자, 이번엔 나무 위에서 잠이 깨고 말았는데, 거대한 나무들을 마구 베어버리는 아저씨들이 보였다.
뭔가 중요한 만들걸 만드냐 물어보니 "이쑤시개"를 만들기 위해 모든 나무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월터의 침대는 매연이 가득한 공장,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의 호텔, 심지어 바다 위의 어선, 그리고 무수히 많은 자동차들 사이, 스모그가 가득한 풍경, 청둥오리가 연못을 찾을 수 없는 불길한 미래 등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월터는 이꿈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까봐 불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놀란 월터는 잠옷바람으로 나가서 자신이 버린 종이 봉투를 주워 휴지통에 넣고, 분리수거까지 말끔히 다시 꺼내서 해놓고 들어왔다. 그리고 생일선물로 자기도 나무를 선물받아 로즈의 나무 옆에 심어 열심히 키우기로 하였다. 그날밤 그는 전혀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꿈을 꾸게 된다.

사실 미래를 꿈꾸는건 우리 어렸을 적부터도 꿈꿔온 근사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그 미래가 되고 나니 우리 어릴적 생각하던 sf과학 같은 세계가 실현된다기 보다 자연환경 파괴문제가 시급해서, 미래 우리 후손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지, 삭막한 그림이 그려지는 불운한 조짐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 또 그 아이들까지도 우리와 같은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시고, 공기를 들이마시고, 녹음이 우거진 나무들을 보며 살게 하고 싶은데, 물도, 공기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갇혀진 유리 새장 같은 곳에서 살게 만들까봐 사실 조바심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평소에 실천을 해야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환경에 관한 그림책 혹은 책들이 우리에게 시사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어린 아이들도 도넛을 좋아하고, 정리하기는 좀 귀찮아 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은 귀찮은 것들, 하지만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의 불안한 미래를 투영하게 된다면.. 더이상 아름답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면, 지금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뜯어고치는 것이 필요한 문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날아다니는 침대에 아이가 신기해했지만, 쓰레기 도시,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이 가득한 도시 등은 아이도 살기 싫다고 하였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해, 우리가 쓰고 끝나는 자연이 아닌, 보존되어야할 자연환경으로 우리 주변을 다시 되돌아봐야겠단 생각이 듬뿍 들게 만든 고마운 책이었다.

환경이라는 주제는 사실 교훈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딱딱하거나 재미없게 쓰여지기 쉬운 글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의 필력과 멋진 그림솜씨로 금새 독자들을 매료시켜, 그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책이었기에 "역시 칼데콧 상 수상작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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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3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기풍 미생 3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구판절판


바둑으로 시작했지만, 직장인의 애환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 사실 바둑을 잘 몰라도 금새 몰두하게 되는 이야기, 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웹툰 미생 그 3권이 드디어 나왔다.

사실 너무 재미있어서 받자마자 그날 바로 다 읽어버렸지만, (내려놓을새도 없이) 리뷰를 쓰는것은 또 별개의 일인지라 며칠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미생은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정말 100% 공감할 그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대학을 나오지도 못한 신입사원이 어떻게 쟁쟁한 학벌과 스펙을 자랑하는 다른 인턴들을 제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2부까지의 이야기라고 하면, 이제 계약직이긴 하나 인턴이 아닌 정식 사원(?)이 된 이야기가 바로 3부의 시작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 중 회사 생활은 길게 해보지는 않았지만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만화에 소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치열한 삶, 그 자체인데 그때의 내 모습은 이정도까지의 열정은 없었던 듯 하였다.

책의 주인공인 장그래. 내성적이고 소심해보이는 그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자기만의 장점 한가지를 분명 지니고 있다.

바둑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내에 쌓인 내면의 견고함이랄까. 바둑으로 길러진 승부사적 기질이라고 작가는 장그래를 소개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친구, 선생님 등을 대하게 되던 학창시절의 대인관계와는 확연히 다른 사회.

입사 동기도 있지만, 상사, 후배, 거래처 사람, 혹은 고객으로 만나는 사람들, 아주 다양한 대인관계를 통해, 나 자신을 분명히 하고 소신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사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굴욕적인 순간도 있고, 넘어가야할 산도 무척이나 많은 곳이 직업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사회라는 곳이었다. 직업 특성상 제한적인 몇 곳의 일을 해보았는데 그 중 짧았던 회사 생활이 내 첫 직장이자, 신입사원 시절의 기억이기에 이 책 속의 장그래의 일상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가 굳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직장에 있더라도 다양한 인간군을 만나고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나 잘 녹아들어있어서 직장인들의 깊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화 미생.

이 책을 신랑이 좋아하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내 기대 이상이었다.

1,2권을 선물해주었더니만, 어느새 골수팬이 되어서, 미생웹툰이 연재되어 나오는 요일과 업그레이드 시간까지도 알고 있었다.

딱 뜨자마자 바로 클릭해서 본다는 것.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러고 있었던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만화라 하였다.


장그래가 배정된 팀은 처음에는 좀 떨떠름해 보였으나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런 팀이었다. 과도하게 많은 업무량 때문에 허덕이기 일쑤였지만, 장그래는 그런 팀의 일원으로써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상사에게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품게 된다. 이런 복 받은 사람을 보았나.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은데 말이다. 물론 장그래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갔다면 팀원들이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풀어 보여줄 수 있게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모든게 자기 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분명.



OJT(On the job training):직장내 교육훈련

선임(멘토)의 업무를 함께 진행하며 지도교육을 받는것을 말한다.

지도자와 교육생 간의 유대감과 친밀도를 높여 교육 효을을 높이는 신입사원 교육방법이다.

지도자(선임)의 업무 과정을 목격하고 일정 부분 할당받은일을 직접 해보는 것.

선임 입장에선 자기가 알아서 하면 간단히 처리될 일이 신입에게 넘기는 순간, 두번 일하는 결과를 만들기때문에 인내심있고 성의있는 선임을 만나는 것이 신입에겐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34.35p



천만다행으로 끈기있는 선임을 만난 장그래와 달리, 엘리트로 들어왔으나 소심하고 소극적인 직원 장백기는 선임이 일을 주지 않고 가르치지도 않고 방치를 해서 밥맛도 없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모두가 주목한 인재 안영이는 제안 올렸다가 거부당한 선배들의 기획서들을 디벨롭할만한게 있는지 찾아보겠다며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나서는 형이다.

업무 면에서는 무척이나 출중한 인물이지만, 신입이 너무 나댄다 생각하는 부서 상사들에게는 그런 안영이씨의 올곧은 태도가 심히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소심하게 팽개쳐져 있든, 알아서 일을 만들어 하든, 신입이 사랑받기 어려운 조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한달 정도의 차이를 두고 들어온 정규 입사 남자직원과 수시로 모집되어 들어온 내가 있었다

같은 부서에 신규직원이 둘이 배치된 셈이었는데, 부장 밑에 대리 한명, 그리고 바로 아래 우리 둘이어서, 일을 가르쳐줄 사람은 대리인 선임 한 사람뿐이었다. 입사 첫 날 회사 분위기도 헤아리기 전에 OJT도 없이 바로 엄청난 양의 일이 부장으로부터 직속으로 내 앞에 떨어져 허덕이던 경우와 달리,(부장밑에 있던 직원들이 나가고 나가고 하는 통에 그 일을 해야할 자리가 몇달째 공석이었다 한다. 그래서 내가 들어오자마자 마치 밀린 빚을 수금하는 것처럼 내 앞에 일감을 쌓아놓았던 것인데 그 일이란게 말도 안되는 일들이많아서, 알려주는 사람없이 내 나름대로 찾아가며 한다고는 했지만 결국 한계치에 다다르고 말았다. 갓 졸업하고 입사 일주일만에 수백명 직원 앞에서 자사 제품 교육을 해보라는건, 그야말로 기운빠지는 지시가 아닐 수 없었기에) 남자직원은 늘상 한가해보여서 왜 그런가 했더니 장백기 직원처럼 부장이 아예 일을 주지도, 뭔가를 배우라 하지도않고 그냥 내버려 둔다고 쓸쓸해하였다. 바로 위 대리란 분은 혼자 하는 일이 많기는 하였으나, 우리를 생각해주는 것처럼 하고, 사실은 힘들어 보이는 나를 내세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하는 욕심이 보여 첫 사회 생활을 하는 곳 치고는 참 전쟁터 같은 곳에서 시달리다 나왔단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인간군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책 속 등장인물들과 내가 알던 사람들의 얼굴이 중복되어 보이는 책.

공감, 공감, 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였다.

만화지만 정말 직장인들의 생각과 애환을 너무나 잘 담아낸 책이라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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