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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2월
평점 :

요시다 슈이치님의 여행작품집
아나 항공에 연재했던 단문 형식의 글을 모아, 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하였다.
여행의 설렘을 만끽하며 짤막하면서도 기대되는 내용으로 재미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글들.
우리나라에서도 비행기나 기차를 탈때 해당기관의 전문 매거진을 보며, 잡지와 사보 그 어디쯤의 재미를 느낄때가 많았다. 요시다 님의 이번 글들은 바로 그런 느낌의 글이었나보다.
처음에는 어? 여행 에세이래서, 줄곧 여행에 대한 이야기만 있을 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이 주를 이루어서 놀라기도 하였다.
중간중간 요시다님의 여행 에세이도 들어있지만 꼭 여행과 관련없는 어쩌면 여운을 주는 그런 단편 소설들이 더욱 주가 되었다 할 수 있었다. 나만 그런 느낌을 받은게 아니었나 보다. 옮긴이인 권남희님도 어쩌면 짧은 단문이라 읽다가 끝이 아쉽다 여길 내용들이 있을 수 있지만, 여행지의 설렘을 기대하게 만들기엔 적당하다라 이야기를 하고 계셨으니 말이다.
소설 12편과 방콕, 루앙프라방, 오슬로, 타이베이, 호치민, 스위스 등의 에세이.
잔잔한 듯 하면서 어쩐지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요시다 슈이치의 글.
<모던 타임스>에서는 고등학생 소년이 자신이 살고있던 시골 역에서 어쩐지 도시에서 온 것같은 세련된 이방인을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남자는 어디 볼일이 있어 온 것이 아니라, 단지 그러고 싶을때 훌쩍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낯선 동네를 다녀오곤 한다는 것이었다. 도쿄의 유명한 자동차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그, 소년의 눈에는 그가 성공의 상징처럼 보였다. 훌쩍 떠나고 싶을때 비행기를 타고 이유없이 다녀오기도 하는 그 신선함. 사실 내게도 무척 충격이었다. 국내선 값이 저렴하다고 해도 비행기 삯 자체는 그저 훌쩍 떠났다 돌아오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을텐데. 그리고 15년후, 소년도 역시 그 중년의 남성처럼 훌쩍 비행기를 타고 일요일에 날아갔다 오는 그런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뭔가 말이야, 정말로 후련해져.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것도 아닌데, 공항에 가서 적당한 비행기를 타고 모르는 마을에 다녀오면 왠지 개운래. 49p
버스 종점까지 이유없이 다녀와보고 싶은 적이있어, 어릴적 그런 마음의 아빠를 따라 종점 여행을 한번 다녀온적은 있었지만 비행기라.
호사스러운 취미 같은 그의 이야기가 독특해서인지 기억에 남는다.
"게스트하우스는 싸고, 식비를 줄이면 2주 정도는 체제할 수 있고." 운운하면서 가난한 여행의 즐거움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내심 "다들 돈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같다. 당시 월세가 싼 아파트에서 식비를 쪼개 가며 살때여서 굳이 외국에까지 나가서 '도쿄'와 같은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64,65p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여행하고 온 에세이에 동행한 a씨의 "...도쿄에서도 세련된 레스토랑보다 철로 아래의 꼬치구이 집이 훨씬 편해요." 라는 말을 들으며 젊은 시절의 배낭여행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고, 메콩 강을 바라보던 현지자매들의 모습에 다시 그 이야기를 떠올렸던 저자의 이야기. 도쿄에서의 삶을 외국에서까지 이어갈 필요가 없다 생각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타이베이에 대한 에세이와 <연연풍진>이라는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다보니, 타이베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일본과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다녀왔음에도 사실 싱가폴이나 대만 등은 여행지로서의 큰 매력을 갖지 못했었는데, 저자에게는 타이베이가 참 매력적인 여행지였나보다. 소설 속 그녀 역시 타이베이를 좋아하였다. 마일리지를 열심히 모아 적은 마일리지로도 다녀올수있는 곳이었고, 맛있는 쇠고기면(로컬 식당에서의)을 즐기고, 일본처럼 익숙한 온천도 즐길 수 있고.
대만이 그런 곳이었나? 중화권 여행지로는 홍콩 이외에는 큰 매력을 갖지 못했었는데, 싱가폴, 대만 등이 요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특히나 요시다의 이번 책을 읽곤 더더욱 타이베이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여행에세이만을 기대하고 읽는다는, 여행책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보면 오히려 더 편안하게 읽히는 내용들이었다.
짤막한 단편들, 편안하게 다가오는 문장들, 여행에 대한 여러 상념에 젖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들이 말이다.
자극적이거나 대단한 사건을 다루지 않아도,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그런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매력은 그런데 있는 것 같다.
다음에 또 요시다 슈이치를 선택하겠는가?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언제나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