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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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권총 자살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아들.

상상하기 힘든 이런 독특한 소재라니..

소재는 다르지만, 인간의 뇌를 바탕으로 독특한 상상력을 펼쳐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가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였다.

 

닐 바셋 주니어.

저명한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수천장이나 되는 방대한 양의 일기장을 남기고 자살한 탓에 아들에게 독특한 직업을 주게 되었다.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아버지의 다양한 묘사와 서술로 가득한 기록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인간에 가까운 컴퓨터,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채트봇에 도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아들인 닐 바셋을 그 프로젝트에 참가시켜 죽은 아버지와 대화를 하게 만든 것. 물론 아버지의 영혼이 담겨있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컴퓨터 속에 주입된 수많은 아버지의 생각과 의견들의 총 집합은 놀랍게도 자꾸만 살아계신 아버지로 착각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었다. 또한 컴퓨터 스스로도 자신을 살아있다 착각하고, 결국은 자신과 대화하는 친구 1이 자기의 아들(살아있을때의)이라는 것까지 알아내게 되었다.

컴퓨터에게 알리지 말아야 할 단 하나는 컴퓨터 자체가 인간이 아니고, 스스로는 자살한 상태라는 것,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치자 자신의 기억과 달리 훌쩍 커버린 아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해에 대한 호기심 역시 채우려 한다.

 

그리고 30대의 이혼남인 아들.

죽은 아버지와 대화하는 직업을 가진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기 힘든 이 남자. 부모 자식간의 사랑에 대해서도 해답을 얻기 힘들고, 상처 받은 것 투성이지만 실제 자기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도 그다지 소질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혼한 전처와의 관계도 그렇지만 새로이 관계를 맺게 된 레이첼이라는 젊은 여성과도 원만하게 관계를 이끌어가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것은 핏줄인 가족에게는 더욱 큰 공포이자 상처가 되는 일이다. 하물며 부모가 자식을 두고 자살을 한다면 남겨진 자식들이 겪을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리라.

사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때에도 아버지와의 정상적인, 일상적인 부자 관계를 맺어보지 못했던 닐 바셋 주니어는 그 아버지가 자살로 돌아가시고 나자 더욱 큰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저 딱딱하고 어렵기만 했던 아버지라는 존재가 , 컴퓨터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토록 유머러스 한 면이 있다는 사실에 새로이 아버지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몰랐던 내 아버지의 본모습을 알아가는 것.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를 읽었다던지 하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가 살아있다 믿는, 마치 진화하는 듯한 컴퓨터 닥터 바셋과의 대화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금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쩌면 냉정하였던 아버지를 다시 이해할 수 있는 이 과정, 그리고 아버지가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아가게 되는 이 과정이 보다 더 깔끔하게 전개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버지와의 관계가 꼬여버려서 그의 애정관이 이렇게 흐리멍텅해져버린 것인지. 자꾸만 흐름을 끊어놓는 현재의 닐 바셋 주니어의 애정관 때문에 초반의 읽는 속도가 자꾸 더뎌지고 말았다. 오히려 닥터 바셋과 아들 닐 바셋 주니어, 그리고 그 어머니와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면들은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처음에 그 대상이 영혼이 담긴 대상이 아닌 컴퓨터라는 생각과 또 자기들을 버리고 세상을 저버렸다 생각한 아들이었기에 더욱 힘들고 거리감을 가졌을 아들이었겠지만 결국은 그리움의 대상일 가족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감정도 들지 않았을까 싶다. 적어도 힘들었겠지만, 컴퓨터가 아닌 아버지로 , 자신의 남편으로 이해하고 대화한 어머니가 있었으니 말이다. 나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않은 상황을 가정해보기도 힘이들겠지만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랬을지 모르겠다.

 

허공에 대한 외침이 아닌, 컴퓨터 상의, 모르는 그 누군가가 아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기억의 조각과의 대화라면, 그 실마리 하나라도 잡고 싶어서 아둥바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어머니는 컴퓨터라지만 알려주어야한다고, 그도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일러준다.

아들의 실패한(앞으로의 사랑은 잘 모르겠지만) 사랑보다는 어머니의 줄곧, 한결같았던 그 사랑이 더욱 아름다웠던 "사랑에 관한 쓸만한 이론"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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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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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이런 시원함이 따로 있을까 싶었다. 거침없이 내지르는 젊음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읽고 나서도 개운하고, 뭔가 얻어진듯한 이 느낌이 이렇게 시원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은 드물었다. 달려라 돌콩, 말 한마리 살짝 내달리는 그림이 있지만 이렇게 전개될거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었는데..

 

공일(일요일)에 태어났다고 이름이 공일이가 되어버린 오공일.

이름도 참 변변찮은데, 키 159cm 몸무게 46kg의 왜소한 체구라 학교에서 짖궂은 아이들의 만만한 표적이 되어버렸다.

공일은 자기를 늘상 구타하고 괴롭히는 아이에게 화분을 던졌는데도, 정대라는 아이는 그걸 맞고도 희희낙낙하며, 오히려 잡히면 죽었다라는 표정으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이번에 잡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도망가던 공일은 세워져있던 다마스를 타고 도망을 간다. 운전해본적은 없는데, 택시 기사였던 아버지의 운전을 옆에서 눈썰미로 익혔던 터라, 여차저차 잘은 넘어갔다. 살아남기 위해 도망은 쳤으나 훔친 자동차가 문제였다.

 

오공이와 함께 헉헉대고 같이 도망을 친 나도, 오공이의 신세가 어찌 될지 염려스러웠다.

그리고 오공이의 드러나는 꼬인 족보.

아버지뻘 되는 형과 오공이보다 두살이나 많은 조카 도민이, 결국 오공이가 학교에서 도망쳐 갈 곳도 형의 축사밖에 없었고, 오공이가 훔친 다마스 건도 형의 도움으로 해결을 하였다. 오공이를 학교로 도로 돌려보내려는 것을 구해준 것은 동갑내기 여학생 금주였다. 금주는 축산과 출신으로 오공이보다 키도 크고 싹싹해 벌써부터 형의 축사 일을 거들고 있었다. 그리고 오공이의 일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정말 엄마 못지않은 꼼꼼함이 돋보이기 시작하였다.

 

갑갑해보인다. 불량 학우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고자 학교까지 그만두고, 축사에서 지내기 시작하는데 무얼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다만 삼촌을 삼촌으로 대우하지 않고, 구박하던 도민이가 의외로 형처럼 나서서 공일이의 복수를 해주는데는 시원한모습이 엿보였다. 공일이와 달리 키도 엄청나게 크고, 이미 촉망받는 축구선수로 키워져 대학까지 결정된 도민이는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진로처럼 보이지만, 실상 알고 보면 도민이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였을뿐 아니라 지금의 그 일도 설렁설렁이 아닌 죽을만큼 버르적거리며 한거라 한다. 그리고 제대로 아얏 소리도 못 내고, 쥐죽은듯 지내는 삼촌 공일에게 그런 말을 건네준다. 자신이 너무나 아끼는 채찍을 선물로 주면서 말이다. 물론 곱게 준건 아니었지만.

 

공일. 참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일 수 있지만, 그래도 다행인것은 자신이 모르는 새에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곁에 두고 있었다.

채찍 하나로 경마 기수로 오해받는 공일은 경마 기수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형의 목장에 있던, 금주가 우공일이라 놀렸던 그 볼품없던 소 한마리가 금주가 못 타본 딱 한마리의 소였는데 공일에게만 등을 내밀었었다. 그래서 공일이 몇번 그 소를 타보고, 승마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되었는데, 채찍으로 승마와 연관이 되니 아예 승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이 핸디캡이라 여겼던 작은 키와 체중이 경마 기수에는 딱 적합한 신체 조건임을 알게 된다. 그가 고등학교 중퇴라는 학력조차도 문제가 되질 않는다.

 

암울하게만 느껴졌던 공일에게 한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본 것도 아는 것도 없는 공일이지만 최선을 다해 도전을 하였다. 도민이 말한 것처럼 죽을 만큼 버르적거리며 최선을 다해본적이 없기에. 그리고 처음으로 정을 붙인 우공일을 생각하며 말이다.

 

얼굴은 예쁘지만 노는 아이로 소문이 나고, 패거리들이 많아 혼자 조용조용 다니던 공일과는 다르게 화려했던 고아영.

승마기수가 되기위해 교육원 시험을 보는데 고아영도 와서, 공일을 돌콩이라고 부른다. 어쩐지 그 말이 기분 나쁘게 들렸는데, 아영이 읊어준 돌콩에 대한 시는 정말 의외였다. 그런 내용이라면 돌콩이라 불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뭐, 일다보니 은근히 삼각관계가 되는 구도처럼 그려진다.

얼굴 예쁘고 한 성깔 하지만, 은근히 매력있고, 같은 경마 기수가 되는 과정에서 공일과 계속 얽힐 수 밖에 없는 아영과 공일보다 키도 크고, 오히려 엄마나 형 같은 캐릭터지만, 늘 든든히 생각이 나고 뒤를 받쳐주는 것 같은 금주, 어쩐지 기대고 싶은 금주의 캐릭터까지. 은연중에 아영도 금주를 신경쓰고, 금주도 아영을 신경 쓴다. 작가가 자신의 열일곱을 되돌아보며 쓴 글이라는데, 상쾌한 공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학우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듯한 이 구도가 환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뭐 어떠랴, 여자인 내가 읽기에도 너무나 재미나던걸.

 

요즘엔 뭐든 무조건 큰 것을 지향한다.

일반인들이 모델처럼 키크고 예뻐지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타고난 유전자를 어찌하란 말이냐. 하도 키큰 사람들이 득세하다보니, 아이들 키가 작은 엄마들은 성장 클리닉이니 뼈주사니 찾아가면서 아이 키를 크게 하려고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책 속 돌콩처럼 키가 작아도 야무지게 자기 일 찾아 나서는 이들 많고, 또 키 크다고 멋지기만 한게 아니라 싱거운 사람 얼마나 많은데. 키 작고 못나고 느리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돌콩 작가, 돌콩 주인공의 이야기. 정말 멋지다.

작가 경력 열일곱해가 되어, 잊고 싶었던 자신의 열일곱을 소설로 승화시켰다는 작가분의 이야기. 달려라 돌콩, 또래들에게도 시원함을 안겨주겠으나 어른들이 읽기에도 너무나 시원한 멋진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달려라 다마스, 달려라 돌콩, 달려라 오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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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이희인 지음 / 호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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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한다고 줄곧 말하지만, 사실 내가 다닌 곳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직장생활 초창기에는 신입이라고 휴가를 내 맘대로 낼 수가 없어서, 극성수기의 짧은 휴가기간만으로는 여행은 엄두를 낼 수 없고 그저 고향집에나 다녀올 정도였다. 직장을 옮기고 또 연차도 어느 정도 되고 나서야 여행이란걸 계획해보고 조금씩 다녀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잠시 다녀보고 곧 결혼을 하고 나니, 시간적인 자유는 있는 것 같아도 이제는 딸린 식구들이 생긴지라 가족을 두고 혼자서 어딜 간다는 엄두를 못내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은 사실 몸으로 다니기 보다 책을 통해 머리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못 가본 곳이 많아 가보고 싶은 곳이 무척이나 많은데.

인도양에서는 몰디브는 꼽아봤어도 스리랑카와 남인도를 떠올려 본적은 없었다.

왜냐. 잘 몰랐으니까. 거기에 가서 얼마나 멋진 곳을 볼 수 있는지, 어떤 역사적 배경을 만날 수 있는 지 등등을 말이다.

지금은 좀 늘고 있다곤 해도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가는 곳은 아닌지라, 나처럼 생소해할 사람들을 위해 친절한 인도양 여행기가 소개 되었다.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 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어렸을 적엔 당장 이뤄지지 않는 일들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지독한 현실 주의자였다.

예를 들어 겨울의 바다는 어린 내게는 해수욕을 할 수 없고 춥기만 하니, 왜 겨울 바다를 좋아하는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어 다시 가본 겨울 바다는 들어가지 않아도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한 낭만의 바다가 되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직접 가서 느끼지 못하는 여행일지라도 이렇게 미리 간접체험하는 즐거움에도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사람도 서서히 그렇게 변화하나 보다.



역사적 배경과 3만 3천의 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화들이 재미나게 담겨 있고 무엇보다도 간접 체험에 충실히 도움을 줄 훌륭한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행기 중에 알차게 글로만 채워진 책들도 있지만 스리랑카와 남인도처럼 쉽게 가보지 못할 곳이라면 사진이 없는데 너무나 아쉬울 수 있는데 다행히 이 책에는 그 궁금증을 채워줄 멋진 사진이 충실히 실려 있어 만족스러웠다. 하나하나가 작품 사진 같아서 모두다 인용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저자가 자꾸 콜롬보 콜롬보 해서, 콜롬비아인가? 어디의 콜롬보라는 거지? 하는 무식한 생각을 했는데 스리랑카에 있는 도시란다. 예전에는 스리랑카의 수도였고, 수도 이전 후에는 행정 수도로만 존재하고 있는 도시 콜롬보란다. 그 외의 도시들은 입에 잘 붙지 않는 말들이었는데, 캔디라고 압축해 부르는 도시 이름이 콜롬보 만큼이나 인상적이기도 하였다.



세계사에서 분명 스리랑카에 대해 짧게나마 배웠을텐데 지금은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다. 그저 인도양 어디쯤 있는 힌두교와 불교를 숭배하는 나라 정도로만 기억을 했는데, 스리랑카가 마르코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격찬한 곳이란 사실을 처음 접하였고, 신밧드의 모험에서 이 섬이 세렌티피티(우연히 만난 뜻밖의 기쁨)로 부르며 보석을 찾아 나서는 섬으로 묘사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이제야 스리랑카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였다.



몇년전 내전이 끝났지만, 지금은 스리랑카 사람들의 친근하고 편안함을 만날 수 있다는 곳, 관광객이 갑자기 늘었어도 짜증 섞인 느낌보다는 친절한 스리랑카인들의 미소를 만날 수 있어 아직 괜찮은 관광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돔처럼 생긴 스투파(스리랑카에서는 다고바라 불리는)는 사진으로 보고 불교 유적인줄도 몰랐는데 (이슬람 양식인줄 알았다.) 초기 불교 시절 석가모니를 비롯한 성인들의 사리와 부장품을 모시는 무덤 역할을 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사후 그의 가르침에 따라 사원도 불상도 만들지 않던 초기 불교에서 유일하게 지은 종교적 건축물이라는 것. 52p

'루완웰리세야'라는 이 탑은 아누라다푸라에서, 아니 스리랑카에서, 아니 세상에 흩어져 있는 모든 불교 유적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스투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높이 55미터에도 사람들을 압도할만한데 원래의 스투파는 110미터에 이르렀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49p








아누라다푸라를 또 세계적인 불교의 성지로 만들어준 것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자리로 알려진 인도 보드가야의 보리수와 한핏줄인 나무가 있어서라고 한다. 기원전 3세기 인도 아쇼카 왕의 딸인 상가미타가 보드가야의 보리수 가지를 가져와 이곳 아누라다푸라에 심은 것이라 합니다. 18세기에 인도 보드가야의 원조 보리수가 화재로 불타 버리면서 이 보리수는 결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수로 남게 됩니다. 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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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산에 세계 각국의 미녀들의 프레스코화를 그려넣게 만든 사연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미녀들은 1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시기리야를 지배한 왕 카시야파의 아내나 첩으로 실제로는 500여명에 달했을거란 이야기가 전해진단다. 카시야파왕은 어머니가 평민이고, 이복동생은 어머니가 왕족 혈통인지라 동생에게 왕위를 빼앗길까봐 불안했던 카시야파가 아버지의 왕위를 찬탈하고 동생을 내쫓고도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수도를 바위산으로 옮기고 바위산에 궁전을 세워 스스로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라는 것이다. 미녀들의 벽화도 인상 깊었지만 1200개의 계단을 올라 바위산 정상위에 오른 절경은 밀림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시야라 너무나 멋진 곳이었다. 다른 불교 유적들도 멋진 곳이 많겠지만 나중에 스리랑카에 가게 되면 스기리야의 이 곳에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스리랑카의 사진에 압도된것은 사실 외다리 낚시 사진 한점이었다 한다. 출렁이는 바다, 그 위로 강단이 있어 보이는 알몸을 드러내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 아, 이걸 보기 위해 찾아온 거였어! 이 스리랑카 여행은! 먼 바다를 날아와 장엄한 불교 유적들과 황톳길, 아찔한 바위 요새와 서늘한 산악의 차밭을 지나 바로 여기, 이것들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거였어.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158p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을 통해서 스리랑카가 저자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한다. 나는 저자의 이 책 속 사진을 통해 처음 외다리 낚시를 만났다. 이 남부 바닷가에는 산호가 많고 물살이 거세어서 먼 바다로 낚시 가기엔 적합하지 않아 이런 형태의 낚시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58p








남인도로 넘어와서는 힌두교 이야기들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다.

저자조차도 너무나 많은 신들의 이야기에 어렵게 느껴진다는 그것. 하지만 그가 짧게나마 접했던 마하바라타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아 궁금한 이야기라고 하였다. 나역시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를 간간히 짧게 짧게 접해서 이름 몇은 귀에 익으나 생생히 줄거리가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신화 이야기를 좋아했던 터라 세계 각국의 우화, 신화, 전설 등 다양한 이야기들 접하기를 좋아했는데 힌두교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려서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이 많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뒤늦게라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읽은, 책 이야기들도 제법 나온다. 책에서 봤던 곳들을 직접 이번 여행기에서 찾아가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개봉과 동시에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파이 이야기. 그 시작이 되는 곳이 퐁디셰리라 한다. 아직 그 책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저자의 짤막한 줄거리 소개와 함께 퐁디셰리 여행 일정을 돌아보니, 책을 보고 그 곳에 서 있는 심정은 어떨까 하는 부러움이 들었다.



인도의 고아라는 곳에 대해서는 다른 책에서도 간간히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서구인들에게는 꽤 유명한 휴양지라고 한다. 한때 히피들의 낙원이자, 인도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이기도 하단다. 저자 또한 그곳에서 며칠을 쉬면서는 정말 책을 읽고, 바다에 몸을 던지고 하는 휴식만 즐겼을뿐 편지를 쓰거나 글을 쓰는 부담을 갖지 않았다 한다. 저자가 말하는 고아의 바다는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도 아니었고 무엇이 매력이냐를 묻는다면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그런 면이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고아를 최고의 관광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그곳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다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인지 진정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저자가 다녀온 여행기들을 끝으로 책의 뒷부분에는 저자가 다녀온 여행지들의 세부 여행 정보가 따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가이드북을 겸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실제 스리랑카와 남인도 여행을 계획한다면 충분히 사전 지식을 채워 넣고 여행 계획을 짜기에 도움이 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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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10분 창의놀이 (QR 놀이 동영상 제공)
김동권 지음, 이보연 감수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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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빠 뿐 아니라 엄마가 읽어도 많은 도움을 받을 그런 책이었다.

엄마표 놀이 교육에 대한 책들은 많이 봤는데, 아빠표는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뭔가가 달랐다.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자, 예쁘게 꾸미고 교육적으로 놀자라기 보다, 아빠의 창의성을 이용해 10분이라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재미나게 놀아주자가 키포인트였다. 그런데! 아이가 정말 즐거워보인다.

사실 내가 바라는 엄마로써의 나의 모습은 책 속의 아빠와 같은 모습이었다.

어릴때 소위 상상놀이라고 이름붙인 놀이로 사촌동생들과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했고, 자잘한 종이 등으로 뭔가를 만드는것을 정말 좋아했었다. 선생님이 된 동생도 언니, 어릴적에 만들기 그리기 좋아했으니 아이 교육은 걱정 없겠다 했는데, 웬걸, 아기 낳고 키우다보니 어느새 예전의 모습은 다 잊어버리고, 지금은 해주는 거라곤 가끔 가야 책이나 좀 읽어주고, 놀아주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핑계로 안 놀아주고 아이 혼자 레고 등으로 놀기 일쑤였다. 아, 나 왜 이러지? 하는 회의와 함께 미안한 마음이 가득해지다가, 이 책을 보고 다시 뎅~ 하는 울림을 받았다.

놀아주는게 아니라 함께 노세요.

정말 그 말이 딱이다. 아이들이 형, 누나들과 잘 노는 것은 부모처럼 놀아주는게 아니라 같이 어울려놀기때문이다.

그게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사실 재미나다. 나도 참 어릴 적에 놀았던거 보면 별게 아니었는데, 올챙잇적 일을 다 잊어버리는 개구리마냥 지금 내 모습은 전혀 생뚱맞은 상태의 내가 되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아이는 내가 잠시라도 지어낸 노랫말이라거나 어울려 장난쳐준 것을 기억하고, 대단한 놀이인양 흥얼거리고 무한 반복하고 그런 모습을 보인다. 하도 재미나 보여서, 유치원에서 배웠어? 하니, 아니, 그때 엄마가 차 안에서 놀아준 말이잖아. 그런다.

음, 그랬던 것 같다. 그냥 차안에서 심심해 하는 아이에게 흥얼흥얼 가락을 붙여 노래처럼 말을 하니 너무너무 재미있어 해서 계속 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또 학습지도 그렇다. 아이가 풀기 싫어하는데, 이웃님네 아이는 너무나 좋아한대서 비결을 물어보니 재미나게 놀아주면 좋아한다는 것이다. 학습지를 어떻게 재미나게 놀아주지? 하다가, 아이가 지루하게 한글자씩 따라 쓸적에, 옆에 있던 브라우니 강아지 인형으로 "멍멍, 형아 잘했어, 형아 넘 멋지다." 리액션을 해주니 아들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진다. 또 해줘 엄마, 엄마 말고 브라우니로. 하면서 말이다. 이 쉬운걸 엄마는 참 아들만 믿고 어느새 해주질 않고 있었다.

하루 10분, 일에 바쁜 아빠가 아들과 놀아주는 환상의 시간은 하루 딱 10분이다.

일에 지쳐 굳은 얼굴로 돌아온 아빠를 보고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놀건 안놀건 하루종일 붙어있는 엄마와 달리, 사실 아빠는 하루종일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지쳐서 집에 돌아오다보니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가 않다. 아빠가 집에서 잘 놀아주는 편인 우리집에서조차, 아빠가 잠시만 안 놀아줘도 아이는 금새 아빠에게 토라지곤 하니 말이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긴 하다.

하지만, 아빠와의 10분은 시간상 적어보이나, 아이와의 정신적 유대면에서는 절대 짧은 10분이 아니다.



애걔 10분? 하는 엄마들도 있겠지만, 사실 아이가 인상깊게 놀았다 싶게 엄마와 아빠가 혼신을 다해 놀아주는 것은 굳이 몇시간이 아니더라도 10분으로도 족할 수도 있다. 아이에게는 정말 엄마, 아빠가 나랑 재미나게 놀았다 하는 인상이 중요하기에. 사실 하루종일 붙어있어도 제대로 못 놀아줄 적에는 아이 혼자 그림 그리고, 레고 조립하고 그럴 적도 많았다. 다른 엄마들은 안 그러겠지만.

자꾸 안 놀아주다보니 자신이 더더 없어져서, 책 읽어줄께나 제안하고, 아니면 같이 외출하자고나 하고, 엄마도 뭔가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아들이 여섯살이 되고 나니 교육을 해야할것같아서, 이것저것 스트레스만 혼자 받다보니, 아이가 더욱 나와의 시간은 놀이가 아니라 생각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빠는 진정으로 레고로 역할극도 해주고 잘 놀아주는데. 엄마는 레고로 전투하는게 힘들다. 아니 재미가 없다.

저자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놀아주는게 중요하다 한다. 자기처럼 재활용품을 이용해 재미나게 놀아줘도 좋고 산책이나 책 읽어주기 등 부모가 좋을 방법, 그러나 아이 역시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놀아주라 말을 한다.

그저 각종 재활용품들에 눈만 붙였는데도 활발하게 살아움직이는 느낌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을 동원해 뭔가를 개발해낸, (확실히 그런 발명가적인 개념은 남자들쪽이 우수히 발달하는 것 같다.) 놀이들이 많아 보이지만, 그걸로 재미나게 노는 것은 아이와 아빠의 몫이다. 눈조차 그릴 엄두가 안난다는 아빠들이 많아, 이 책의 뒷 페이지에는 눈 스티커가 크고 작게 가득 들어 있었다. 눈을 활용해 여기저기 사물을 살아있는 생물로 둔갑시키면, 우리 아이도 정말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리라.



요즘처럼 머리가 굳어 안 돌아가고 있을때 이 책을 펼쳐서, 재활용품을 마구 활용하며 아이와 놀아주면 우리 아들, 이제 비싼 장난감 사자 소리 덜할 것 같다. 아빠와만 10분 열성적으로? 아니다. 이 책으로 엄마도 얼마든지 아이와 몸으로도 놀아줄 수 있음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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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좋아 - 채소 맛있는 밥상 시리즈 6
백명식 글.그림 / 소담주니어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저를 제외하고는 아이 아빠, 양가 부모님 모두 채소를 좋아하십니다. 원래 식습관이 육식을 더 좋아했던 분도 나이 드심에 따라 몸에 좋은 채소를 더 챙겨드시게 되었지요. 그런데 아직 저는 고기를 더 좋아하네요. 엄마인 제가 그러다보니 아이 아빠가 자꾸 지적을 해도 저도 모르게 제가 손에 익은 고기 반찬, 고기 외식등을 주로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가 고기를 좋아하고 채소를 멀리하는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지요.

건강 서적마다 나와있는 채소 예찬론을 보면 굳이 다이어트 뿐 아니라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 채소의 충분한 섭취는 필수 요소가 아닐수 없어요. 그런데 엄마 덕분에 우리 아들, 입맛을 버려 놔서 큰일이네요. 뒤늦게 채소 관련 그림책 등을 모아모아 읽어주고 있는데 조금씩은 바뀌고 있지만 완전히 식습관 개선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어요.


채소가 좋아. 채소가 왜 좋은지 두루두루 아이와 그림책으로 배워보고, 직접 기르고 요리까지 해먹게 일러주는 책이었어요.
그동안은 주로 채소에 관련된 동화를 읽어주었다 하면 이 책은 음식의 좋은 점과 고마움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어린이를 위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었네요.

채소와 가까워져야하는건 아들과 동시에 저부터가 그래야할 것 같아요.
아이 아빠가 샐러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물이라거나 쌈 등의 토종 반찬으로 채소 요리를 내놓아야하는데 다양한 채소 군도 잘 몰랐고 조리법은 더욱 친숙하지 않았거든요.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배워보는 채소의 모든 것.
엄마와 아이가 함께 베란다 텃밭을 가꾸는 기본부터 시작합니다.
깻잎, 브로콜리, 쑥갓, 상추,시금치, 얼갈이, 스틱 브로콜리 (브로콜리와 같은 건줄 알았는데 이건 줄기까지 먹을 수 있는 거라네요.), 배추 등의 잎채소와 오이, 노각, 토마토, 가지, 호박, 파프리카, 고추, 콩 등의 열매채소, 무, 감자, 우엉, 당근, 고구마, 순무, 마늘, 양파 등의 뿌리채소까지 다양한 채소들을 설명해줍니다. 정말 많지요.

저는 아직 베란다 텃밭 등을 가꿔보지 못했는데 작년부터 변두리 땅에 텃밭 농사를 시작하신 친정에 가보면 정말 20~30종류의 다양한 채소들을 농사지으시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한창 수확할 시기에는 친정 밥상에 채소만으로 풍성한 밥상이 차려지곤 했지요.
주인공 송이네 외할머니댁에도 뒷산에서 캔 나물로 한상 가득 차리신 푸짐한 채소 밥상이 송이와 엄마를 반겨주었어요.


할머니와 함께 산에 오르며, 봄,여름, 가을에 만나는 나물의 종류와 그림을 만나볼수 있었어요.
요즘은 산에서 나물 채취가 쉽지 않지만 가능한 곳이라면 이렇게 나물을 직접 캐다 먹어도 참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송이네 식구와 함께 배워보는 다양한 채소와 나물의 세계, 하나하나 아이와 함께 읽으며 산에 가서, 또 밭에 가서 채소를 비교해보고 직접 따다가 집에서 요리해주면 아이도 더욱 맛있게 먹을 것 같아요. 얼마전에 집에서 버섯을 아이에게 키우게 해서 직접 아이가 딴 버섯을 요리해주니 혼자 다 먹을 정도로 좋아했거든요. 이 책 보고 직접 채소 찾아다 수확해서 요리해주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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