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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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냉장고 안에서 오랫동안 잊혀서 썩어문드러져 가는 과일 한알을 발견하고 이런 소설을 써내다니..

대부분의 누군가에게는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고 말았을 파과에 저자는 상상력을 더하고 살을 덧붙여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아, 이러니 소설은 아무나 쓰는게 아닌가보다. 구병모님의 이름은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고의는 아니지만 등의 작품으로 들어봤지만 사실 아직 읽어보질 못해 더 읽고 싶은 작가였다.

 

책을 읽다보면 한 작가의 책들이 대부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험할때가 많다. 쓰는 작품마다 새롭다면 정말 신인을 만난양 새로움을 겪기 마련인데 난 이 작가의 책이 이 책 하나라 잘 모르겠지만 추천사를 써준 권여선 소설가님에 의하면  늘 자기복제가 없는 신인같은 작가라 무섭다 하였다. 이 책과 전혀 다를 다른 책들도 그래서 더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제목과 작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색다른 책. 파과라는 제목이 어떤 소재를 다룰지 몰랐지만 뭔가 좀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이 다뤄질 것 같은 예감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은 곧 충격으로 이어진다.

 

65세의 할머니 킬러라니.

주인공 자체가 파격이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도 않다.

어떻게 이런 줄거리를 생각해낼수 있는지..

 

주인공은 한창 때는 손톱, 그리고 지금은 조각으로 불리운다. 실명은 알 수 없다. 예명으로도 충분히 이야기 흐름을 끊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많고 많은 자식 중 둘째로 태어나 당숙 집에 식모살이로 들어가게 되었다.

1남 1녀만 두고 부유하게 살고 있는 당숙네를 보며 소녀는 무척이나 부럽고 부러웠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패물을 훔쳤다는 누명으로 당숙네에서 쫓겨나게 된 소녀는 더이상 돌아갈 집도 없는 상태에서 (어디로 이사들을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류를 만나게 되었다.

 

류의 본업을 배우고, 류를 따라 일을 하게 된 조각.

류의 실제 일을 모르고 그저 보필하는 아내로 살아가다 목숨을 잃은 조와 돌된 아기

조각 또한 열달간 품은 자식이 있었으나 자신의 일이 그러하다보니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해외입양을 보내버린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지켜야할 것을 남기면 안되는 그들의 룰.

이미 류를 보고 경험하지 않았던가.

 

홀몸의 킬러.

나이든 그녀가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녀는 자신이 배운 그 일을 더이상 할수 없을때까지는 하고 싶었다.

그런 그녀에게 같은 방역업체의 직원 투우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다. 나이도 한참 어린 녀석이 왜 자꾸 그녀를 걸고 넘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의 나이로 인한 실수에서부터 걸고 넘어가는 그의 태도를 보면, 정말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살금 살금 부아가 돋기 시작하는 조각.

 

지키고 싶은게 없었던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가던 그녀에게

소중한 것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도 아니다. 그냥 그 따뜻함, 그의 모든 것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들어왔을 뿐이었다. 다만 그녀가 눈으로 바라봤던 그 심장을 다른 이도 알아챘다는게 문제일뿐.

 

어느새 문득 갑자기 알아버린다는 그 나이듦.

나이듦에 대해 노쇠에 대해 작가가 피력하는 방식은 너무나 색달랐다.

그저 젊디 젊은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 그 시기를 어떻게 이렇게 글로써 표현해낼 수 있었을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질 않았다.

 

이 소설이 재미있냐고?

끝을 보지 않는한 내려놓기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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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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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판 섹스앤더시티라더니..정말 그 말이 딱이었다.

사실 난 미드 섹스앤더시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요건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나는 것이 읽는 내내 키득키득 웃음도 나면서 첫사랑의 설레임이 마구 피어오를것같은 아가페적 사랑이 아니더라도 성인의 사랑은 이런 것? 이라는 느낌을 주는 재미난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음, 암튼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는데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낼수 없는 나의 어휘 결핍이 아쉬울따름이다. 다소 좀 희화화하고 과장한 느낌도 있지만, 솔직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무척 유쾌한 시간이었다.

놀란 것은 이런 신세대적 감성을 다뤄낸 연애소설의 여왕이라는 다나베 세이코가 1928년생이라는 사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사실 침대에 대해 미혼여성들이 다룰 이야기라니, 살짝 저급한 성에 대한 담론쯤 될까 싶어서 내 취향은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다나베 세이코라는 작가 이름에 사실 기대감이 커졌던 것은 사실이었다. 뭐랄까. 소재보다도 작가의 이름을 믿었달까?

 

그런데 이 책 시작부터가 코믹하면서도 눈길을 떼지 못하게 꽉 붙들어맨다.

날씨가 우중충했던 (아침부터 천둥벼락이 치던 일요일날) 아침, 아들은 아빠와 레고를 보겠다며 엄만 자라고 해서 기분이 살짝 안 좋았던 날, 핑계김에 안방에 에어컨 틀고 침대에 누워 이 책을 보는데.. 나빴던 기분 따위 날아가버리고 정말 큭큭 웃어가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31세의 와다 아카리, 스스로 중년입네 올드 미스입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무슨 30 넘었다고 올드 미스람. 올드 미스의 연령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었지만 아뭏든 저자와 주인공 스스로가 올드 미스라 생각한다니 그렇다고 믿어주자. 아뭏든 20대의 풋풋한 싱그러운 젊음 보다는 30대가 뭔가 원숙함이 느껴지는건 사실이겠지.

 

와다는 얼른 괜찮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20대때만 해도 남자들이 먼저 다가와주었는데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30이 넘으니 더군다나 연애대상의 남자조차 만나지질 않는다. 그들은 좀더 어린 20대를 찾아나선다. 자신의 친구인 요시코는 심지어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터라 와다보다 좀더 상황이 안좋은(?, 남자만나기에) 편이라 할수 있다. 그런 고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에 이를수 있도록 여성 전용 독신자 아파트를 나와 좀더 넓은 평수에 침대도 들여놓을 수 있고 욕조 등도 완비된 그런 이상적인 곳을 찾아나서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화장실, 욕실이 완비되어있는 원룸이 보편화되었다지만 일본은 워낙 물가가 비싸 그런지 나만의 욕실을 갖는다는 것에 로망을 갖는 책들을 이전에도 몇편 읽어본 적 있었다. 특히나 결혼 전 여성이 혼자 독립하면서 나만의 욕실을 갖기란 무척 힘든 일인 듯 하였다. (물가대비)

 

근처 학원의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서인지 그녀가 원하던 가격에 얼추 들어맞는 방을 구하게 되었다. 다른 건 모두 다 떠나고서라도 자립의 극치라는 침대를 꼭 들이고 싶었기에 여러 발품을 팔아서 마침 맞춤 침대를 주인이 사가지 않고 구매 포기를 한 제품을 싸게 잘 살 수 있었다. 좋은 남자를 들이기 위한, (그래서 결혼까지 이어지기 위한) 그녀의 공간 마련, 특히나 침대 마련은 다소 불순한 (?) 그녀의 생각을 대변해주면서 이 책의 제목으로까지 자리잡게 되었다.

책은 재미난데 나의 리뷰는 왜이리 구구절절 재미가 없는지 아쉽지만 ㅋ

 

침대까지 완벽히 들여놓고 멋지게 꾸며놨는데 정작 남자가 없다.

이런 아쉬운 상황 속에 몇년 전 연락이 끊겼던 연하남에게서 연락이 온다.

결혼하고 싶은 대상은 아니지만, 귀여우면서 자신을 마구 좋아해주는 그 남자를 생각해보면 어쩐지 다시 만나 주위에 두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그녀의 다소 무방비한 성격이랄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성격이랄지, 남자를 자극하는 전화 이야기에 남자는 아주 당장 뛰어오고 싶어 어쩔줄 몰라한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어쩔줄 몰라하는 남자를 갖고 논것까지는 아니지만, 신나게 자기 원룸의 침대까지 자랑해놓고서도 정작 그 공간을 쓰게 해주진 않는다. 남자들이 보면 참 못됐다 싶을 대목?

뭐랄까 여태까지는 자유 연애를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만, 이제 결혼을 해야하니 좀더 신중해지고 싶으면서, 그런 남자를 만나기전까지 주위에 자기를 숭배해주는 남자 한둘쯤 있길 바라는 여우같은 와다의 마음이 읽혀진다 해야할까?

 

거기에 평소엔 남자로 안 보이던 회사 후배 우메모토

한살인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얼굴도 하얗고 이목구비가 단정하게 생기고 일처리도 깔끔하다. 그런데 모든 여성들이 그를 남자로 여길 수 없게 만드는 뭔가의 친숙한(여성같은)이 느껴진다. 와다도 그가 괜찮지만 남자로서는 노~

하지만 자기는 싫어도 친구랑은 잘 맞을거라는 (거참 이기적이다.) 생각에 친구랑 이어주려고 집으로 불렀더니 제법 셰프다운 솜씨로 도마를 닦고 앞치마를 두르고 질좋은 재료를 꺼내 빠에야를 만드는 모습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이남자 와다에게만 한없이 관대하고 칭찬 일색이다. 자기는 처녀도 싫고 젊은 여성은 싫고 원숙하면서 인생 경험이 많은 그런 사람이 좋다나? 그렇게 와다를 좋아한다 하면서 말만 늘어놓고 도무지 와다를 어떻게 할 생각을 내질 않아 와다의 자존심을 뭉개버린다.

 

거기에 느물느물한 아저씨인 거래처 직원 스미타니 아저씨까지.

아니 왜 이런 관계까지 맺는 걸까 싶었지만 뭐 현재진행형이라기보다 과거의 일이니까 하고 덮어둬야할까 싶은 부분.

지나치게 자유 분방하다고 해야할지 요즘 한국 여성들도 이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뭏든 보고 있으면 코미디 연애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

 

남자들이 직장 생활 1년차면 이미 깨달을, 양식의 허상을 버리고 일식(그들에게는 현지 음식일)의 진수에 빠져드는 것을 와다와 같은 여성들은 직장 생활 10년차에 깨닫는다 하였다. 이젠 더이상 화려하게 꾸며내고 입에도 겉도는 비싸기만 한 양식이 아니라, 다시마와 가다랭이로 정성스레 우려낸 일본 음식이 최고란 느낌이 든다 하였다. 나이가 들어감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정말 좋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여자들이 서빙하는 음식점은 맛도 안나고 가기도 싫고, 남자들이 바글바글한 그런 곳에서 먹는 요리가 더 좋단다.

 

 

 

허허허.. 이 사람들 정말. 소리가 저절로 나는 대목들이 참 많았다.

심지어 연하남을 유혹하는데는 밥을 사주는게 최고라는 등, 젊은 스님은 우동 여섯그릇으로 남자친구로 만들었다는 둥의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했을 이야기에서부터 두 남자를 옆에 끼고 여행을 하며 (애인이 아니더라도 마냥 행복해하는 ) 와다의 이기적인 모습이 귀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정말 새록새록 달라지겠지만.

자기에게 굴러들어온 떡(?) 호박(?)을 다 놓쳐버린 것같은 와다에게 살포시 희망이 비쳐지는 이 이야기가 진정한 연애소설의 백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는 것은.. 그러면서 풉..풉 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그녀들의 다소 가벼운듯 하면서도 나름 진지한 연애관과 결혼관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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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 : 실천편 - 통합교과 과정에 대비하는 창의적 글쓰기
홍수현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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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재미나게 읽게 하고 효과적인 아웃풋까지 끌어내기란 평범한 엄마들에게 참 어렵게 느껴지는 일이 아닐수 없다.
이 책은 대학에서 아동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생각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책이다.
두 아들을 모두 과학영재원에 합격시키고 사교육 없이 중학생 아들을 공부시키고 있다니 사교육 열풍에 걱정이 많은 엄마로써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책 읽기가 중요한것도 잘 알겠고, 책 읽기 말고 다른거 시킬 엄두가 잘 나지 않는 엄마이기에 책 읽기에 집중을 하고 싶은데 엄마 욕심만큼 강제로라도 읽히는게 좋은지. 또 딱딱하게 읽어주기만 하는데 어떤 질문 등을 하면 좋은지 등이 막막했던 터라 책을 통한 생각 확장을 요하는 저자의 책을 읽으니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잘 읽어주고 제대로 아웃풋 끌어내기가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전권인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도 사실 재미나게 읽었다. 육아서 치고 술술 잘 읽히기도 하고 궁금했던 바가 많았는데 이번 책은 실천편이라 좀더 구체적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점점 커나가면서 글밥이 많은 책을 읽어줘야할것같고, 읽기 독립 쓰기 독립이 되고 나면 혼자 책을 읽게 해야할것같고, 초등 입학전 저자가 꼭 추천해주는 책이 자연관찰이라고 하니 자연관찰 책을 전집으로 들여서 읽게 해야할 것 같고 등등 엄마들의 고민은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 저자의 대답은 좀 다르다.
자신의 두 아이들 모두 유아기에 억지로 한글을 떼게 하지 않았고 엄마가 꾸준히 책을 읽어주었다.
맞춤법 역시 (이 부분에서도 내가 상당히 누를 많이 범하고 있는 걸 알았다. 여섯살 된 아이가 한글을 거꾸로 쓴다는둥, 자꾸 맞춤법 틀린다는둥 하고 혼을 내었는데) 어릴적에 마구잡이로 지적하고 혼내기 시작하면 정작 자신이 써야할 글 내용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맞춤법에만 연연하다보면 글쓰기를 어려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 유아 엄마들은 모르고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 비로소 엄마들이 깨닫는 문제라 하였다. 나 또한 그런 양상을 보이고 있었기에 뜨끔한 부분이 아닐수 없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생각 주머니 내용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지 나중에 저절로 쉽게 고치게 될 받아쓰기 몇개 제대로 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자연관찰 또한 전집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저자가 책 속에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그림 책, 동화 등을 몇편 소개해주었는데 모두 단행본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읽어본 책들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책들도 많아서 이것저것 사야할 책으로 위시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자주 까먹고 귀찮아할 나와 달리 꼼꼼한 엄마들이라면 하나하나 읽어보고 실천하고 응용하기에도 좋을, 책 읽고 아이와 생각 나누기, 생각 넓히는 방법 등은 예시로 나온 질문 등을 살펴보면서 우리 아이와 책을 이렇게 읽으면 되겠구나 내지는 아이에게 질문하고 절대적인 답 하나를 생각해두지 말고 "상대적"인 대답, 아이의 창의적인 대답에 좀더 집중할 수 있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인 책 읽기, 생각 넓히기 등에 대해 막연하고 두려움이 많을 엄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 아니었나 싶다.
우선 나는 그 시작으로 저자가 책 속에 소개해준 그림책들을 구입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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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나쁜 고양이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1
야마다 무라사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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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로 치자면 단편 소설 모음집 같은 책이다.

고양이에 대한 만화를 다루고 있는데 같은 고양이의 연이은 이야기가 아닌 각기 다른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북스토리 아트 코믹스 시리즈 중 첫 권인데, 만화는 만화이되, 가치있고 의미있는 국내외 작품성이 뛰어난 예술만화들을 엄선하여 소개하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라 한다. 다음 출간 예정작으로 사사미 카미의 해변의 거리, 빈슐뤼스의 피노키오 등 기대되는 책들이 포진하고 있어 더욱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야마다 무라사키

그녀의 책을 난 이번 책으로 처음 접하였다.

독특한 터치와 마음의 심연을 그려내는 작품으로 시단과 가단을 비롯해 사회학 연구자들 사이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와 에세이로도 정평이 났고 언어와 회화적 감각의 융합은 이후의 여성 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여류 만화가의 선구자로 높이 평가받는다. -작가 소개중



빛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 않는 너는 바보

또다시 세상으로 내던져지면 어쩌나, 어떻게 하나.



울고 웃고 사유하고 판단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특히 여자의 마음속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그려냈다. -번역가 김난주






읽으면 금방 읽히고, 그런데 또다시 들춰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고.

한권의 책을 연달아 두번쯤 반복해 읽었다. 글과 그림이 많지 않아 다시 훑어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적인 언어유희를 하는 작가라는 말이 있는 만화가라 그런지 일반 만화처럼 뭐랄까

그냥 가벼운 느낌만 남고, 기억에 남지 않는 그런 책이 아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만화였다.

예술 만화라고 해서 복잡하거나 어렵지도 않고, 여성과 닮은 고양이,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이렇게 잘 담아낼 수 있구나 싶었다.



그 어떤 생각보다도 지금 나는 엄마이기에 엄마 고양이들의 사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사랑을 하고 사랑에 빠지고 또 사랑을 벗어난 이들에게는 또다른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겠지.



아기 고양이들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 고양이에게 지나가던 고양이가 말을 건넨다.

새끼들이 사랑스럽겠다고.

그런데 엄마의 대답이 참 의외다.

그런건 생각해본적 없는데.

그러니 말을 걸은 고양이가 그럼 생각하지 않고 느끼는건가? 하고 물으니

넌 새끼 낳아본적 있니? 하고 어미 고양이가 묻는다.




난 말이지.

새끼를 낳을때

엄마인 나도 같이 낳았어



새끼를 키우면서

엄마인 나도

키우고 있지



그게 보통일이 아니어서



새끼가

사랑스러운지

어떤지

돌아볼

틈이 없어



엄마인 나를 낳고서

처음 맞은 겨울



첫눈이.



흩날리는 흙먼지를 만나

탄 자국처럼 점점이



사방이 갑자기 고요해지고



가슴 속도

고요해지면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렇게 생각했더니

불현듯 감격이 북받쳐 올라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끝내는 눈이 왔다고 울었죠.





엄마의 마음이라.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누구나가 그렇게 하고 있는거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 그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모성이란 정말 대단해. 하고 엄마의 모성을 느끼고 책에서 읽고, 교훈을 얻고 하는 것과는 정말 또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겪어보지 않고, 그냥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또다른 어미 고양이의 경우에는 좀더 날카롭다고 해야하나? 이기적이라고 해야하나.

아직 이빨도 나지 않은 어린 아기 고양이를 엄마 고양이가 매섭게 혼을 낸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고양이가 나무라니..

엄마 고양이가 말을 한다.




화가 나면 화를내는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

할수있는것

해야하는것

하나도 없어

내가 그냥 건강하게 존재해주는 것뿐



지금 이것도 내 인생이야

이렇게 엄마가 되었는데 내가 원하는 엄마로 살거야

그러다보면 굳이 애쓰지않아도 엄마인 날이 오겠지



지금 그들은 나를 가장 좋아하고 나를 늘 보고 있어

밀쳐내고 도망쳐도 따라와

아하하 좋아라

이렇게 좋은걸



난 엄마야.



어린 조카의 눈이 오로지 엄마에게만 향해 있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방글방글 혼자서도 잘 놀고, 엄마가 잠시만 안보여도 불안해하며 울고 엄마를 찾는다.

그냥 엄마 옷을 꽉 붙잡고 고작 6개월된 아기가 엉덩이를 바짝 쳐들고 엄마에게 뒤뚱뒤뚱 기어간다.



우리 아기도 그렇게 커왔지만, 새삼스럽다.

지금도 울 아들은 엄마를 그렇게 좋아한다. 그게 마냥 좋았다 힘든 때도 많았지만 아기가 나를 찾아주는게 좋다.

아직 많은 것이 낯설고 어색한 초보티를 못 벗은 엄마지만 그래도 아기 앞에선 엄마로 당당하고 싶다.

엄마인채 태어나질 않고, 고양이가 말하듯, 아기를 낳으며 동시에 엄마가 되었으면서 아직 완전한 엄마가 되질 않아서 엄마인 나도 동시에 키우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운 삶

그전까지는 내 한 몸 보살피면 되는 거였지만, 아기가 자랄때까지 그 옛날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해주셨듯 이젠 내 손길로 내 아기를 돌봐야한다. 그게 어찌나 어색하고 이상했는지..



당연한거라 생각하면서도 머리와 몸은 따로 놀았다.



고양이를 통해 야마다 무라사키는 그렇게 여성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책 참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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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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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이야기를 전부는 아니지만 몇편 정도 읽어보았는데, 참으로 자기 색채가 강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애도 강하고, 자기 주장도 강하고, "자기"가 강해 굳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

그녀의 이번 책 독약은 심각한 교통사고를 겪은 후유증으로 극심한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대용량 모르핀을 매일 투여받은 후, 마약 중독 증세로 석달간 약물 중독 치료를 받으면서 적었던 그녀의 일기를 담아낸 책이다. 일기와 함께 들어간 삽화는 사강의 글과 너무 잘 어울려서 직접 그린것인가했는데 베르나르 뷔페라는 샤갈, 피카소, 달리와 20세기 화단을 이끈 대표 화가의 작품이란다.

검은 표지의 별책에는 따로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만 묶어서 실어놓았다. 그림에만 집중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약물 중독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 그녀의 인생에서 마약과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된 사강.

그녀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마약과의 조우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수술 등을 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실 마약성 진통제만큼 강력한 효과가 있는 처방약은 드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약의 위험성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기도 한다. 혹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마약사범처럼 나 또한 중독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크나큰 염려로 인해 말이다. 사실 치료할 목적으로의 마약은 중독될만큼 사용하는 양이 아니라 알고 있었는데 사강이 그 치료 과정에서 중독이 시작되었다 하니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였다.

 

극심한 고통.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앰플의 투여로 감소되는 통증, 그리고 함께 찾아오는 두려움.

 

고통없는 인공낙원, 나는 당신을 더이상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피피나 펠릭스가 익숙한 동작으로 파란 글씨가 쓰인 작은 앰풀의 목을 따는 모습을 더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아주 얌전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작은 앰풀들. 36p

 

마약을 줄여가며 치료받고, 책을 읽고, 시시때때로 일기와 같은 글을 쓰고,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추억한다.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고, 삶을 되돌아보고.. 그리고 앰풀로 인한 쾌락과 고통없는 삶, 그리고 앞으로 앰풀이 없을 그 두려움을 떠올린다.

 

사강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얼만큼이나 이해했을까.

소설이 아닌바에야 그녀의 프랑스인다운 감성을 이해하기란 사실 좀 버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

다만 그 어떤 순간에도 글이 멈춰지지 않는 그녀의 열정은 정말 높이 사고 싶다.

또한 독약, 마약에 대한 두려움을 그녀의 글을 통해 대신 느껴본 느낌 또한 들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마냥 두렵기만 한 그 마약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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