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스케치 놀이책 똑똑한 놀이책
김충원 지음 / 진선아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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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살때부터던가, 제대로 육아일기를 기록하지 않으니 대강으로만 기억이 된다만.. 아뭏든 꽤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에 심취해왔던 우리 아들. 하루에 스케치북 한권씩은 뚝딱뚝딱 그려내던 아들이 레고에 심취하면서 그림을 좀 멀리하기 시작하였다.

글씨를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가 그림을 좋아하니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한동안 안 그리다가 갑자기 그리려하는 아이의 그림은 우선 선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고 흐물흐물해서, 흐물거리는 자동차가 되어버리니 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갑작스레 아이의 그림을 보고 꾸중을 하기도 하였다. 엄마로써는 그래도 그림만큼은! 했다가 실망을 했달까. 그랬는데 뭐 그림이야 레고나 책처럼 다시 관심갖고 좋아하니 또 곧잘 그리기도 하고..

다만 어릴적에 아빠가 사람을 졸라맨처럼 그리고 다른데 치중을 해주다 보니 (아주 처음에는 엄마 아빠더러 무조건 그려달라 해서 따라 그리기 시작했었다. 한동안 엄청 그려달라하더니 이후로는 홀로 그리고 엄마아빠에게 그려달란 일이 드물어지기 시작했다. ) 요즘에도 사람은  동그라미 얼굴 하나에 팔다리 선으로 그리는 졸라맨 스타일로 그린다는게 문제라면 문제.

이제 아이 나이도 있고 하니 제법 잘 그리는 또래 아이들도 생겨나서, 아이의 그림에 엄마도 좀 아쉬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 욕심은 한도 끝도 없나보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자꾸 모방을 해서 그런지 꽃이며 나비며 다른 친구들의 스타일을 따라 그리려 하기도 하였다. 사실 어른들도 사투리를 들으면 금새 따라한다고도 하는데, 아이들 그림은 워낙 모방시기라 그런지 더 쉽게 따라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아이의 색깔을 완전히 잊지는 않은 것 같아서 그나마 좀 다행인가도 싶지만 말이다.

 

 

 

선으로 초간단하게 축약해서 그리고 있지만 나름 동작이나 중요한 것 등은 곧잘 캐취해서 그려낸다 생각하고, 장점을 먼저 들여다보려 하지만 사람 얼굴이나 표정 등은 이제 좀 신경을 써줬으면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나의 바램에 꼭 들어맞을 그런 책이 나왔다. 바로 요 책.

보고서 딱 우리 아들용 연습 스케치놀이책이네 싶었다.

 

밑그림 그리기, 스케치에 자신있는 어린이는 그림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자신을 표현하는 재미를 깨달아 글쓰기나 말하기와 같은 언어 능력, 혹은 다양한 형태의 창의력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됩니다. 스케치는 모든 미술 교육의 시작이고 뿌리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림그리기에 서툰 이유는 여전히 스케치에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충원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면 가장 좋겠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려 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자신있게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도 덧붙여주셨다. 우리 아이의 그림이 내 마음에 쏙 들지는 않더라도 사실 아이의 그림을 보면 자신에게 강한 영향을 준 것등을 너무나 잘 표현해내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였기에 아이의 그림의 그런 장점을 높이 사고 싶었다. 그래, 더 잘 그리고 자신있게 그리면 좋겠지만 지금도 아이가 잘하고 있다 칭찬해주는게 늘 우선이겠구나 싶었다.

 

 

우선 선그리기부터 연습하라는 것은 그림그리기 말고, 글씨 쓰기에도 미리 나오는 과정이다.

연필을 쥐고 쓰는 힘이 부족해서 선을 제대로 못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선 그리기, 다양한 곡선 그리기 등이 나오는 듯 하였다. 아이와 선그리기를 하고, 사람 스케치, 얼굴 표정, 동작 등 다양한 것들을 표현하는 것들을 훑어보고 따라해보았다.

 

또한 뒤로 갈수록 건물 그리기 등의 다양한 활용예를 보면서 아이의 그림에 자신감을 붙여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가 지금 자신의 그림에 만족한다면 엄마가 굳이 강제로 엄마 눈에 맞추어 그리라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좀더 잘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까봐 엄마가 이런 욕심을 내는게 아닐까 싶었다.

 

 

동물, 식물, 사람도 머리 모양, 얼굴 표정 등이 좀더 정교해지게. 사실 요 스케치북을 어른들이 따라해도 재미날 것 같았다.

김충원작가님처럼 어른들도 자신있게 그리기가 이 책으로 충분히 가능해질 것 같았기때문이었다. 어린 유아들이 따라하기에 쉬운 책이었지만 그림 자체가 거부감 들고 자신없는 초등학생이나 어른들이 따라해봐도 좋은 그런 책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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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괜찮아! 춤추는 카멜레온 42
세바스티앙 브라운 글.그림, 아이생각 옮김 / 키즈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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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와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아들, 키즈엠의 여러 동화책들 중에서 당연히! 이 책부터 뽑아들었다.

집에서도 열심히 보고 할머니댁 갈 적에도 이 책을 챙겨 들고 갔다. (외가에도 미리 갖다둔 책들이 있지만 아이는 늘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두세권씩은 챙겨서 갖고 다닌다.-> 들고 가는건 엄마가)

 

 

 

마침 외삼촌이 놀러와서 삼촌에게 책 읽어달라고 하고 신나게 듣고 있는 아들.

삼촌 총각시절부터 유달리 삼촌을 따랐던 터라, 오랜만에 만난 삼촌이 반가웠는지 좀처럼 떨어지려 하질 않는다.

재미나게 삼촌의 동화에 몰두하다가, 신이 나서 칙이 화물 나르는 것을 따라 흉내내기도 한다.

 

 

 

느려도 괜찮아의 주인공은 느린 화물기차 칙이다.

우리나라 동화 중에서도 빠른 ktx 기차와 느리지만 화물을 묵묵히 잘 나르는 화물 기차 이야기가 소개된 책을 읽어준 적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는 두 기차가 서로 경쟁하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승객들이 ktx읠 철로 앞에 사고가 나서, 성미 급한 승객 하나가 굳이 화물기차로 옮겨타서 오히려 ktx보다 늦게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기차 자체를 의인화해서 기차들끼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느리지만 묵묵히 일을 잘하는 칙은 언제나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게 하루종일 힘들게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날쌘 씽이 칙을 비웃고 놀린다.

"고물 기차야 열심히 달려

그래봐야 내가 금세 따라잡겠지만!" 하고 말이다.

 

 

 

칙은 그래도 웃는 낯으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리고 또 규칙도 누구보다 잘 지킨다.

교차로의 신호등이 앞에 위험하다고 기다리라고 하자, 묵묵히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데 신호등이 바뀌질 않았다.

바로 그때 씽이 깔깔 웃으며 신호등과 칙의 경고를 무시하고 달려나가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바로 그 신나게 달리던 골짜기에서 큰 바위들이 우르르 떨어져 내리고, 앞 쪽인 다리 앞부분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어서 씽은 뒤로 가지도 앞으로 가지도 못한채 진퇴양난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도와줘요~

씽의 울음소리를 알아듣고 달려간건 느리디 느린 칙이었다.

칙은 입만 살아있는 씽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 천천히 하지만 안전하게 바위들을 치워주었다.

 

기차의 특성을 비교하여, 친구들과의 우정에 있어서도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남보다 조금 느린 친구라거나 다른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쉬운 무언가를 갖고 있는 친구에게 쉽게 놀리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화였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지만 어려서부터 이런 책을 읽고 기차들의 마음을 친구들 사이에 투영할 수 있는 맑은 아이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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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귀신 정글짐그림책 5
김이연 글, 윤순미 그림 / 정글짐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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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늦게 잔다고 자꾸 잔소리하는 엄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저도 어릴적에 참 잠들기 싫어했던 것 같아요.

잠자면 아까운 자유 시간(학교도 안가고 혼자 집에서 놀수있는)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잠을 자다 꾸는 꿈도 무서웠거든요. 키가 갑자기 클 무렵이라 그런지 참 무서운 꿈을 많이 꾸었어요.

아주 어릴적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초등학교때 정도 기억나는데.. 잠도 안 오고, 식구들 다 자고 혼자 늦게 잠들면 무서운 생각이 자꾸 들어서 잠자기가 더 힘들었었죠. 고등학교때야 뭐 잠자는게 세상에서 가장 좋을 정도로 늘 잠이 부족했지만 말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잠은 더더욱 필요한 것이면서도 자기 힘든 것일수 있을 거예요.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서 다음날 유치원도 가고 학교도 가고 그럴텐데..

밤에 늦게 자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힘들어지죠. 악순환이랄까요.

 

아이들 늦게 자면 어떻게 해주시나요? 책도 읽어주시고, 다양하게 아이들 달래주시지요?

전 달래고 달래다 재우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엄마가 하도 잠 못드는 아들에게 자꾸 그러면 잠귀신이 잡아간다~ 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자, 무서운(?) 잠귀신을 만나러 떠나볼까요?

 

 

 

 

밤 아홉시에 모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침대에 누운 아이.

도저히 잠이 안와서 눈을 뜨고 맙니다.

 

 

 

 

엄마, 쉬마려워요

엄마 목말라요

엄마 이불이 척척해요

 

심지어 엄마 베게밑에 벌레가 있어요.

하다하다 안돼서 울기까지..

 

사실 우리 아들도 자자~ 하고 누우면

엄마 물 !!

엄마 화장실!!

엄마 동화책. 한권더 한권더~~ 를 외쳐대지요.

늘상 있는 일인데도 누웠다 다시 일어나려면 얼마나 귀찮은지.

그런데 꼬꼬마 아들의 의사를 무시할 수도 없고..

무거운 몸뚱이 일으켜 시중을 들어줍니다.

 

 

 

안방에서 방문을 닫아뒀던 그림책 속 엄마 드디어 버럭 화를 내지요.

 

어휴 이제 그만하고 좀 자렴!

안그럼 잠귀신이 잡아간다!

 

 

 

 

아아아아악!!

 

아이는 정말 잠귀신 앞에 대령하고 말았어요.

뚜뚱.

 

넘 무서울 것 같았는데..

 

울 아들 무서워하지 않고 잘 보더라구요 ^ㅡ^

그리고 신기해하기까지 합니다.

잠귀신은 아이를 잡아먹지 않아요.

다만 아이를 보고 입맛을 다셔서 경악하게는 했지만요.

 

 

 

알고보니 아이의 못된 꿈을 먹고 산대요.

그러면서 얼른 꿈을 꾸라 말을 합니다.

못된 꿈을 안꾸면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협박과 함께요.

 

아이는 얼른 얼른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들

사탕을 마음껏 먹는 꿈을 꾼다거나

자신만 혼을낸 유치원 선생님을 벌주는 꿈을 꾼다거나

잔소리 쟁이 엄마 아빠 입에 테입을 붙이는 꿈을 꾼다거나

 

 

 

잠귀신도 아주 신이 났어요 그 꿈들이 모두 먼지가 되어 아이 입에서 나오면 그 꿈을 먹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방귀를 뿡! 뀌면 아이의 꿈이 보여집니다.

 

 

 

아이의 마지막 꿈은?

앞으론 절대 잠 안 잘거야! 였어요.

너무 맛있어 보이는 그 먼지 뭉치를 자기도 모르게 먹은 잠귀신은.. 그 꿈을 먹고 사라지고 말지요.

 

아이는 이제 잠들기가 무섭지 않아요

잠을 자도 재미난 여러 상상을 하고, 잠귀신을 만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직 귀신 등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꿈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아이가 가끔 무서운 꿈을 꾸었다해서 뭘 꿨느냐 물어보면 도둑이 잡아가는 꿈 (경찰 도둑 놀이를 좋아해서 도둑을 좀 무서워해요.) 등을 이야기하곤 했어요. 혹은 무서운 사자의 으르렁거림 등이 꿈에 나올수도 있겠지요. 낮에 본 무서운 일이라거나 엄마의 꾸지람등이 반복될 수도 있을테구요.

 

행복하고 재미난 꿈을 꾼다면 밤에 잠드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거예요.

전 언젠가 본 동화책 속의 꿈풍선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이가 무서운 꿈을 걱정하면, 엄마가 꿈풍선 달아놨으니 이제 좋은 꿈만 꿀거야 하고 달래서 재우곤 했어요. 

 

절대로 아이는 잡아먹지 않는, 알고보면 귀여운 인형같은 잠귀신을 만나 각종 못된 짓들을 재미나게 상상해본다는 꿈도 신이날 수 있겠네요.

 

잠자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각종 고민(을 들어봐도 재미나고)

또 아이가 생각해내는 각종 못된 일들도 다들 너무나 재미나게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잠들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사실 악몽도 별게 아닐수 있고 잠자기란 그리 무서운게 아니라는 교훈을 들려주는 흥미만점의 재미난동화가 아닐수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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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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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안에서 오랫동안 잊혀서 썩어문드러져 가는 과일 한알을 발견하고 이런 소설을 써내다니..

대부분의 누군가에게는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고 말았을 파과에 저자는 상상력을 더하고 살을 덧붙여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아, 이러니 소설은 아무나 쓰는게 아닌가보다. 구병모님의 이름은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고의는 아니지만 등의 작품으로 들어봤지만 사실 아직 읽어보질 못해 더 읽고 싶은 작가였다.

 

책을 읽다보면 한 작가의 책들이 대부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험할때가 많다. 쓰는 작품마다 새롭다면 정말 신인을 만난양 새로움을 겪기 마련인데 난 이 작가의 책이 이 책 하나라 잘 모르겠지만 추천사를 써준 권여선 소설가님에 의하면  늘 자기복제가 없는 신인같은 작가라 무섭다 하였다. 이 책과 전혀 다를 다른 책들도 그래서 더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제목과 작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색다른 책. 파과라는 제목이 어떤 소재를 다룰지 몰랐지만 뭔가 좀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이 다뤄질 것 같은 예감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은 곧 충격으로 이어진다.

 

65세의 할머니 킬러라니.

주인공 자체가 파격이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도 않다.

어떻게 이런 줄거리를 생각해낼수 있는지..

 

주인공은 한창 때는 손톱, 그리고 지금은 조각으로 불리운다. 실명은 알 수 없다. 예명으로도 충분히 이야기 흐름을 끊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많고 많은 자식 중 둘째로 태어나 당숙 집에 식모살이로 들어가게 되었다.

1남 1녀만 두고 부유하게 살고 있는 당숙네를 보며 소녀는 무척이나 부럽고 부러웠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패물을 훔쳤다는 누명으로 당숙네에서 쫓겨나게 된 소녀는 더이상 돌아갈 집도 없는 상태에서 (어디로 이사들을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류를 만나게 되었다.

 

류의 본업을 배우고, 류를 따라 일을 하게 된 조각.

류의 실제 일을 모르고 그저 보필하는 아내로 살아가다 목숨을 잃은 조와 돌된 아기

조각 또한 열달간 품은 자식이 있었으나 자신의 일이 그러하다보니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해외입양을 보내버린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지켜야할 것을 남기면 안되는 그들의 룰.

이미 류를 보고 경험하지 않았던가.

 

홀몸의 킬러.

나이든 그녀가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녀는 자신이 배운 그 일을 더이상 할수 없을때까지는 하고 싶었다.

그런 그녀에게 같은 방역업체의 직원 투우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다. 나이도 한참 어린 녀석이 왜 자꾸 그녀를 걸고 넘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녀의 나이로 인한 실수에서부터 걸고 넘어가는 그의 태도를 보면, 정말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살금 살금 부아가 돋기 시작하는 조각.

 

지키고 싶은게 없었던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가던 그녀에게

소중한 것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도 아니다. 그냥 그 따뜻함, 그의 모든 것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들어왔을 뿐이었다. 다만 그녀가 눈으로 바라봤던 그 심장을 다른 이도 알아챘다는게 문제일뿐.

 

어느새 문득 갑자기 알아버린다는 그 나이듦.

나이듦에 대해 노쇠에 대해 작가가 피력하는 방식은 너무나 색달랐다.

그저 젊디 젊은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 그 시기를 어떻게 이렇게 글로써 표현해낼 수 있었을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질 않았다.

 

이 소설이 재미있냐고?

끝을 보지 않는한 내려놓기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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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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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섹스앤더시티라더니..정말 그 말이 딱이었다.

사실 난 미드 섹스앤더시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요건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나는 것이 읽는 내내 키득키득 웃음도 나면서 첫사랑의 설레임이 마구 피어오를것같은 아가페적 사랑이 아니더라도 성인의 사랑은 이런 것? 이라는 느낌을 주는 재미난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음, 암튼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는데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낼수 없는 나의 어휘 결핍이 아쉬울따름이다. 다소 좀 희화화하고 과장한 느낌도 있지만, 솔직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무척 유쾌한 시간이었다.

놀란 것은 이런 신세대적 감성을 다뤄낸 연애소설의 여왕이라는 다나베 세이코가 1928년생이라는 사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사실 침대에 대해 미혼여성들이 다룰 이야기라니, 살짝 저급한 성에 대한 담론쯤 될까 싶어서 내 취향은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다나베 세이코라는 작가 이름에 사실 기대감이 커졌던 것은 사실이었다. 뭐랄까. 소재보다도 작가의 이름을 믿었달까?

 

그런데 이 책 시작부터가 코믹하면서도 눈길을 떼지 못하게 꽉 붙들어맨다.

날씨가 우중충했던 (아침부터 천둥벼락이 치던 일요일날) 아침, 아들은 아빠와 레고를 보겠다며 엄만 자라고 해서 기분이 살짝 안 좋았던 날, 핑계김에 안방에 에어컨 틀고 침대에 누워 이 책을 보는데.. 나빴던 기분 따위 날아가버리고 정말 큭큭 웃어가면서 책에 빠져들었다.

 

31세의 와다 아카리, 스스로 중년입네 올드 미스입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무슨 30 넘었다고 올드 미스람. 올드 미스의 연령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었지만 아뭏든 저자와 주인공 스스로가 올드 미스라 생각한다니 그렇다고 믿어주자. 아뭏든 20대의 풋풋한 싱그러운 젊음 보다는 30대가 뭔가 원숙함이 느껴지는건 사실이겠지.

 

와다는 얼른 괜찮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20대때만 해도 남자들이 먼저 다가와주었는데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30이 넘으니 더군다나 연애대상의 남자조차 만나지질 않는다. 그들은 좀더 어린 20대를 찾아나선다. 자신의 친구인 요시코는 심지어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터라 와다보다 좀더 상황이 안좋은(?, 남자만나기에) 편이라 할수 있다. 그런 고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에 이를수 있도록 여성 전용 독신자 아파트를 나와 좀더 넓은 평수에 침대도 들여놓을 수 있고 욕조 등도 완비된 그런 이상적인 곳을 찾아나서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화장실, 욕실이 완비되어있는 원룸이 보편화되었다지만 일본은 워낙 물가가 비싸 그런지 나만의 욕실을 갖는다는 것에 로망을 갖는 책들을 이전에도 몇편 읽어본 적 있었다. 특히나 결혼 전 여성이 혼자 독립하면서 나만의 욕실을 갖기란 무척 힘든 일인 듯 하였다. (물가대비)

 

근처 학원의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서인지 그녀가 원하던 가격에 얼추 들어맞는 방을 구하게 되었다. 다른 건 모두 다 떠나고서라도 자립의 극치라는 침대를 꼭 들이고 싶었기에 여러 발품을 팔아서 마침 맞춤 침대를 주인이 사가지 않고 구매 포기를 한 제품을 싸게 잘 살 수 있었다. 좋은 남자를 들이기 위한, (그래서 결혼까지 이어지기 위한) 그녀의 공간 마련, 특히나 침대 마련은 다소 불순한 (?) 그녀의 생각을 대변해주면서 이 책의 제목으로까지 자리잡게 되었다.

책은 재미난데 나의 리뷰는 왜이리 구구절절 재미가 없는지 아쉽지만 ㅋ

 

침대까지 완벽히 들여놓고 멋지게 꾸며놨는데 정작 남자가 없다.

이런 아쉬운 상황 속에 몇년 전 연락이 끊겼던 연하남에게서 연락이 온다.

결혼하고 싶은 대상은 아니지만, 귀여우면서 자신을 마구 좋아해주는 그 남자를 생각해보면 어쩐지 다시 만나 주위에 두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그녀의 다소 무방비한 성격이랄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성격이랄지, 남자를 자극하는 전화 이야기에 남자는 아주 당장 뛰어오고 싶어 어쩔줄 몰라한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어쩔줄 몰라하는 남자를 갖고 논것까지는 아니지만, 신나게 자기 원룸의 침대까지 자랑해놓고서도 정작 그 공간을 쓰게 해주진 않는다. 남자들이 보면 참 못됐다 싶을 대목?

뭐랄까 여태까지는 자유 연애를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만, 이제 결혼을 해야하니 좀더 신중해지고 싶으면서, 그런 남자를 만나기전까지 주위에 자기를 숭배해주는 남자 한둘쯤 있길 바라는 여우같은 와다의 마음이 읽혀진다 해야할까?

 

거기에 평소엔 남자로 안 보이던 회사 후배 우메모토

한살인가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얼굴도 하얗고 이목구비가 단정하게 생기고 일처리도 깔끔하다. 그런데 모든 여성들이 그를 남자로 여길 수 없게 만드는 뭔가의 친숙한(여성같은)이 느껴진다. 와다도 그가 괜찮지만 남자로서는 노~

하지만 자기는 싫어도 친구랑은 잘 맞을거라는 (거참 이기적이다.) 생각에 친구랑 이어주려고 집으로 불렀더니 제법 셰프다운 솜씨로 도마를 닦고 앞치마를 두르고 질좋은 재료를 꺼내 빠에야를 만드는 모습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이남자 와다에게만 한없이 관대하고 칭찬 일색이다. 자기는 처녀도 싫고 젊은 여성은 싫고 원숙하면서 인생 경험이 많은 그런 사람이 좋다나? 그렇게 와다를 좋아한다 하면서 말만 늘어놓고 도무지 와다를 어떻게 할 생각을 내질 않아 와다의 자존심을 뭉개버린다.

 

거기에 느물느물한 아저씨인 거래처 직원 스미타니 아저씨까지.

아니 왜 이런 관계까지 맺는 걸까 싶었지만 뭐 현재진행형이라기보다 과거의 일이니까 하고 덮어둬야할까 싶은 부분.

지나치게 자유 분방하다고 해야할지 요즘 한국 여성들도 이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뭏든 보고 있으면 코미디 연애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

 

남자들이 직장 생활 1년차면 이미 깨달을, 양식의 허상을 버리고 일식(그들에게는 현지 음식일)의 진수에 빠져드는 것을 와다와 같은 여성들은 직장 생활 10년차에 깨닫는다 하였다. 이젠 더이상 화려하게 꾸며내고 입에도 겉도는 비싸기만 한 양식이 아니라, 다시마와 가다랭이로 정성스레 우려낸 일본 음식이 최고란 느낌이 든다 하였다. 나이가 들어감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정말 좋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여자들이 서빙하는 음식점은 맛도 안나고 가기도 싫고, 남자들이 바글바글한 그런 곳에서 먹는 요리가 더 좋단다.

 

 

 

허허허.. 이 사람들 정말. 소리가 저절로 나는 대목들이 참 많았다.

심지어 연하남을 유혹하는데는 밥을 사주는게 최고라는 등, 젊은 스님은 우동 여섯그릇으로 남자친구로 만들었다는 둥의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했을 이야기에서부터 두 남자를 옆에 끼고 여행을 하며 (애인이 아니더라도 마냥 행복해하는 ) 와다의 이기적인 모습이 귀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느낌이 정말 새록새록 달라지겠지만.

자기에게 굴러들어온 떡(?) 호박(?)을 다 놓쳐버린 것같은 와다에게 살포시 희망이 비쳐지는 이 이야기가 진정한 연애소설의 백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는 것은.. 그러면서 풉..풉 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그녀들의 다소 가벼운듯 하면서도 나름 진지한 연애관과 결혼관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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