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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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시, 그 즈음에 맑은 기억으로 깨어 있던 학창 시절, 라디오 생방송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은 음악과 감미로운 디제이 목소리에 괜히 마음 한켠까지 풍요로워졌던 나의 10대 시절. 그 시절이 다시 그리워 얼마전 그 즈음의 라디오를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몇년전,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일 수도 있는 내가 어릴 적에 듣던 그 음악도, 그때의 분위기도 아니었다. 너무나 시끌벅적 달떠 있고, 고즈넉한 밤과 어울리지 않게 오던 잠도 다 깨워버릴 그런 시끌벅적한 수다만이 가득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이제 밤 11시의 라디오는 나의 시간이 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아주 어릴적 초등학교때 꽤 많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댔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한것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내 아이가 돌이 지나고 난 이후부터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책장 한장 넘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는데 (너무나 빠른 인터넷에 익숙해지다보니) 그 몇장 넘기는 어려움을 참아내고 나니 이제는 책 읽는 것이 그 무엇보다 쉬운, 편안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라디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듣고 있지 않지만 학창 시절에 즐겨 듣던 초저녁부터 자정 무렵까지, 내지는 새벽 1시 정도까지의 음악들. 누군가가 나와 마찬가지로 깨어있다는게 좋아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랍시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을 좋아했다. 공부에 방해되지 않으려면 사실 누군가의 목소리조차 깔리지 않을 차라리 반주 음악 등을 듣는게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겁이 많은 터라, 누군가가 같이 깨어있는 듯한 라디오가 더욱 좋았다.( 녹화방송일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한. 가끔 녹화도 있는 듯 했는데..)

그때 듣고 못 듣던 음악을 다시 들은 때가 결혼하고 난 직후였다. 정말 하루 종일 라디오만 듣고 살았다. 이때는 오전부터 오후까지만 라디오를 들었다. 밤에, 그러니까 예전에 나의 골든타임이었던 초저녁부터 자정까지의 시간은 요즘의 어린 세대들, 그러니까 내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음악과 소음처럼 느껴지는 각종 분분한 잡담으로 채워져 더이상 저녁 방송은 들을 수가 없었다.

 

책처럼 라디오도 내게 그렇게 두 시기가 있었다. 책에 집중하면서 라디오는 못 듣게 되었지만 말이다.

밤 열한시를 떠올리며 어릴적 고즈넉한 음악을 들을 수 있던 그 차분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각자에게 그 시간이 주는 감상과 느낌은 무척이나 다르리란 생각이 든다.

작가님 말씀대로 하루를 마감하는 듯, 그러나 반대로 날을 새워보는 것을 계획해도 좋을 시간.

학창 시절,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날을 샌다는 것은 사실 다음날의 일정이 짜여있는 내게는 거의 휴일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었던 시절이었는데.. 결혼하고 주부가 되니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의 일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전의 열한시, 열두시의 설렘은 사라지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마음껏 하고 살다가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 일정을 맞추다보니 엄마 생각대로 새벽에 아무때나 깨어있는게 힘듦을 다시 깨달았다.

 

다시 황경신님의 밤 열한시로 되돌아와서.

많은 독자분들의 글에서 보듯, 이 책의 밤 열한시라는 제목과 같은 내용의 글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나 또한 나의 열한시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지만, 책에 나온 이야기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시와 같고, 어쩌면 에세이와 같은 그런 글들이. 보통 사람들의 짧은 단편보다 조금 더 깊이있는 그런 글들이 마치 일기처럼 날짜가 콕콕 새겨진채 사계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안에는 작가가 그리워하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가 꽤 많은 부분 담겨 있다.

 

특히나 사랑이라는 것은 결혼을 하고 삶에 팍팍해진 사람들의 넋두리에는 그나마 덜 등장하지만,

감정에 눈뜨기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부터 사랑을 경험해본 풋사랑의 이십대, 그리고 삼십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그 나이 쯔음의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한때는 내게도 그랬을, (그렇다고 지금 사랑이 내게 없다는 것이 아니라 연인의 사랑보다 중요한 것을 갖고 사는 지라) 그런 감정의 이야기로, 지금도 여전히 누구에겐가 중요한 그 사랑과 이별의 감정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너무 힘들어서 이 세상이 온통 다 끝나버릴 것 같았던 순간들. 그러나 지나고보면 그렇지 않은 그냥 하나의 과거가 되어버리는 그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책에선 아름다운 말들로, 그리고 작가가 뿜어내는 시같이 빛나는 말들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런데 난 왜 이리 메말라버렸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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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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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해서 스스로 학비와 생계비를 벌어야하는 이경, 남들처럼 편의점이나 카페 알바 등을 하고 싶지만 키도 작고 외모도 볼품 없는 그녀를 뽑아주는 데가 아무데도 없었다. 하는수 없이 아빠가 하던 특수 청소를 이어 하게 되었다. 20대의 그녀가 하기에 그 특수 청소란 녹록한 직업이 절대 아니었다. 시체가 있던 곳, 자살하거나 살해당한 현장을 청소하는 것이 그녀가 속한 용역 업체의 주요 업무였다.

토할것 같은 악취, 남자들도 참아내기 힘든 그 일을 그녀가 하게 된 것은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 전까지였지만 알바와 마찬가지로 취업 역시 늘 면접을 보면 백전백패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게다가 꿈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아주 늘씬하고 예쁜 부잣집 명문대 여대생. 엄마와 하루종일 쇼핑하고 치장하고, 늘씬한 몸매에 외모까지 빼어난 그녀는 현실의 이경과 너무나 차이가 나 보였다. 꿈을 꾸면서도 이경은 생생히 그녀를 기억했고 놀라운 것은 꿈속의 그녀인 다운 역시 이경의 현실을 꿈으로 꾸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로의 꿈 속에 중첩되는 두 사람. 이경과 다운. 외모와 학벌, 생활 모든 것이 너무나 차이나는 두 사람이었다.

둘은 왜 서로의 꿈에 맞물려있는 것일까. 더 놀라운 것은 동일한 시간대가 아닌 이경은 과거의 다운을 꿈꾸고 다운은 미래의 이경을 꿈꾼다는 사실이었다.

 

아주 재미나 보이는 소재였다. 소재를 떠올린다 해도, 그 소재의 빼어남에 비해 그 진가를 살리는 작가 혹은 연출가는 그리 많지 않아보였다. 헐리웃 영화들도 사실 첫 시작은 웅대하게 펼쳐놓고서 수습을 못해서 어영부영 이상하게 급 마무리를 하고 말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끝까지 후회시키지 않을. 작가의 최고의 상상력이 발휘된다.

 

추녀와 미녀가 서로 꾸는 꿈, 아주 약간은 어디선가 비슷한 소재가 있을법도 한 그런 내용이었지만 주된 이야기는 절대 어디에서고 보지 못했던 그런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표지도 그렇고, 띠지의 내용들로 추론해보기에는 불투명한 미래 속에 암담하게 살고 있는 현재의 이경이 꿈속의 미모의 다운을 동경하며 대리 연애를 해본다거나 하는 그런 식상한 내용으로 이어질줄 알았는데..

이거 내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표지의 빨강은 그런 의미의 빨강이 아니었다. 절. 대.로.

 

 

 

아뭏든 물건을 만난 느낌이다.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압도적 1위.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소설인가보다. 찾아보니 따로 웹툰소설 표지도 있었다. 이 책과는 다른 웹툰 형식으로 말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미모의 명문대생의 죽음은 당연하지 않다.

어떤 의미에선 이 또한 돌연한 기적일 터였다. 만약 그녀에게 선택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래도 명 짧은 미녀를 택할까. 아니면 이류 대학 졸업반에 특수청소나 다니는 추녀의 삶을 택할 수도 있을까. 천국의 이십년이냐. 지옥의 팔십년이냐. 고민할 가치도 없는 질문임을 깨닫자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18p

 

웹소설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웹소설에 싣지 않은 더욱 충격적인 진실을 단행본에 실었다 한다. 나야 단행본으로 읽었으니 어디까지가 웹소설의 결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입이 간질간질하다는 작가님의 말씀마따나 나 역시 이 책은 이렇고 저렇고 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재미나게 읽었다. 라는 말로만 표현할까 한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물밀듯 터져나올 것 같아 , 이후에 읽을 분들을 위해 자제함이 마땅할 것 같다. 다만, 재미나다 강추하는 것은 미처 제목만 보고, 표지만 보고 연애물인줄, 착각하고 넘겨버리실 독자분들이 안타까워 한마디 하고 싶었음이다.

 

사실 책이란, 취향이 다 제각각이라 내가 재미나게 읽은 것도 남은 재미 없게 읽을때도 많고, 맛집 역시 마찬가지라 추천하는게 사실 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 책은, 나와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미나게 읽을 (단 예외적으로 비위가 약한 분이나 임산부 같은 분들은 좀 자제하시길 바란다고 부탁드리고 싶다.) 책이라고. 대부분은 그렇게 인정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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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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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가는게 당연하면서도 지금의 내 나이가 영 낯설게만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런 생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특히나 인터넷을 통해서 인것 같다. 워낙 젊은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보니, 조금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도 엄청난 노땅 취급을 받고, 아니 그렇게 나이가 많으세요? 같은 반응이 보이니 나이를 언급하는게 이제 쉬운 일이 아닌때가 된듯 느껴진다. 내가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인터넷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였으니 우리 세대만 해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쓰는게 아주 당연한 건데 말이다. 이제는 그 다음 세대에게 마치 이 자리를 내어줘야 할 것처럼 뒷방 노인네같은 취급을 받을때는 한없이 울컥한 기분마저 들때가 있다.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 그리고 응답하라 1994

딱 내가 대학생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와 영화인지라 무척이나 관심이 갔다. 그때 그시절이 참 오래전이 아닌 것 같은데 영화 속 드라마 속에서는 때로 촌스럽게 때론 아련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심지어 우리가 좋아했던 그때 그 노래들은 이제는 오후에나 나오는 흘러간 가요 프로에나 나오곤 하지 않는가. 내가 대학생때 조금더 어른들, 조금 더 선배님들이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한참 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넌 그대로일 것 같지. 넌 나이를 안 먹을 것 같지. 그런데 그런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 아직도 마음은 이팔 청춘 같은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내 나이 앞자릿수가 낯설게 느껴져만 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30대인걸까. 그런데 40대가 되면 어떤 기분이 들게 될까.



사실 3자가 붙음과 동시에 결혼을 해야한다는 강한 압박으로 정말 29살에는 미쳐버릴 것 같은 초조함과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 다행인 것인지 아뭏든 하고 싶었던 딱 30의 나이에 결혼을 하긴 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정말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내 나이를 잊고 살았다. 아주 가끔 내 나이를 입력해야하는 그런 순간이 오면, 적어야 하는 숫자가 너무나 생소해 깜짝깜짝 놀라고 있을뿐이라지만 말이다.

좀더 어린 시절의 노래들이 너무나 좋다. 이젠 그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다. 트롯트가 좋은건 아니지만 여전히 발라드가 좋지만 90년대 귀에 익은 노래들이 너무나 좋다. 그렇게 난 나의 20대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출처:엑스포츠뉴스





뒤늦게 본 건축학 개론, 그리고 미처 보지 못한 응답하라 1997. 그런데 아주 우연히 지난주말부터 보기 시작한 응답하라 1994에 이일화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폐경기인듯 아주 우울하고 힘든 여름을 보냈던 이일화. 딸 아이 대학생이고, 아직 마음만은 젊고 싶은데 몸에선 아무 소식이 없고, 그녀는 남편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여자로써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말을 한다. 폐경기, 갱년기. 나이를 먹으면 그런 일이 온다고 배웠고, 오려니 하고 있었지만, 내 일이 되리라곤, 그리고 그 일이 그렇게 충격을 먹을 일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일화는 그 일로 울고 힘겨워 하고 무너져 내리려 하였다. 정말 내 일이 되리라곤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는 나같은 사람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아주 뻔뻔하게 그 일은 엄마 세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아직 젊으니까. 그래 아직 30대니까 하고 위로하고 있었지만 아주 순식간에 그 나이가 된다는 것을. 30 넘어서 40되고 아이 키우다보면 또 순식간에 50이 60되고 70이 되면 더욱 빨라진다는 것을...

엄마가 그러신다. 70대가 되면 정말 세월이 빨라진다더라. 며칠전 칠순 생신을 맞이하신 아버님 생신을 어떻게 챙겨드릴까 이야기하다, 신랑이 너무나 충격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내 부모님이 어느새 그렇게 나이를 잡수셨다니..어쩌면 좋느냐고 신랑이 무너지듯 힘들어하였다. 아직 우리 아빠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반면 나는 너무 무심하였던 까닭에 신랑이 서운해하기도 하였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더군다나 그 나이에 더욱 충격을 먹는 것은 여성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 꽃보다 어여쁜 이 책에서는 비단 20대가 지났다고 30대가 지났다고 여성의 아름다운 시절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마음의 아름다움서부터 원숙미까지. 우리가 정말 중요시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도 너무 중요한 젊은 시절이 빨리 지나가 너무 안타깝다 하고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글들을 읽으며 조금씩 치유되는 심정이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책이었는데, 이일화의 폐경 (사실 폐경이 아닌 늦둥이 임신이라는 기적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이야기를 접하며 미리 충격을 간접 경험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이를 먹어가고 세월을 맞이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만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를 좀더 아끼고 사랑해야겠구나.

너무 가족에게만 헌신하지말고 나를 잊지 말아야겠구나.


여러 유명한 영화와 책 등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참으로 감미롭고 따뜻하였다.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해 조금더 행복한 시선을 갖게 해주어 너무나 고마운, 그런 책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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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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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동쪽 마녀를 죽인 도로시는 죄가 있을까?

베니스 상인은 약속대로 살 1파운드를 베어내야 할까?

 

익숙한 동화나 옛 위인, 설화 등 다양한 주인공들을 다시 한자리에 불러모으게 하는 이야기.

도진기 작가의 책을 이전에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추리소설 매니아인 이웃님들 덕에 작가 이름은 익히 귀에 익어 있던 상태여서 새로운 작품에 대한 흥미가 일었다. 다만 내가 몰랐던 것은 이 작가분이 현직 판사님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

왜 이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썼을까 했는데, 작가의 본업이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중이신 분이시란다.

 

법이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보니 평소 재미나게 느껴온 추리소설을 직접 쓰면서 추리 소설 작가로써 활약을 하던 작가분이 자신의 본업을 살려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옛이야기와 접목시켜 유명한 이들을 죽은 자들의 법정에 세워 법에 대해 썰을 풀어가는 그런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우선 하데스 대신 후임으로 온 염라 판사부터가 뭔가 재미난 설정이다. 동서양의 지옥의 통치자를 마치 경쟁자인듯 한자리에 세워낸 것도 재미난데, 여기에 욱 검사라는 가상의 인물을 세우고, 변호인으로는 성형으로 완벽하게 꽃미난으로 되살아난 소크라테스를 내세웠다.

 

사실 추리소설 작가의 새로운 포맷의 기이한 이야기라고 해서, 포커스를 기이한에 맞추다보니 뭔가 재미쪽에만 너무 기대를 했나보다. 기이한 설정이긴 하지만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보니 재미를 살리기는 좀 어려운 면도 있었다. 아무래도 설정이 설정이다보니 재미와 지식 추구를 동시에 살려낸다는 것이 어려웠다고나 할까.

그래도 적어도 딱딱한 법률 책보다는 훨씬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 형식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집이 날아오는 바람에 동쪽 마녀를 죽인 도로시는 죄가 있을까?

사실 아이들 동화긴 해도, 누군가를 죽이고 어쩌고 하는 부분은 섬뜩해지는 부분이다. 어릴 적에도 이런 부분을 읽었던 것 같은데 아이에게 다시 이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도로시가 동쪽 마녀를 죽이고 걱정하는 부분이 나오니, 착한 마녀가, 괜찮다고, 어차피 사람들을 괴롭히던 마녀라 오히려 도로시에게 고마워한다고 말을 한다. 그러자 도로시가 냉큼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악한 마녀라면 죽여도 괜찮은 걸까? 하는 부분에선 대답하는게 그리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이 동화인데도 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다소 떨떠름한 기분이었는데 마침 이 책에 그부분이 소개되어 반가웠다.

 

고의만을 처벌하고 과실은 처벌하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법에서 정해놓은 경우에는 과실도 처벌합니다. 사람이 죽거나 다친때, 불을 낸 때입니다. 81p 소크라테스가 도로시를 변론하며 염라판사 앞에서 말한 대목이었다. 그런데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에서 고의와 과실이 다르게 취급되는 가 보았다. 민법에서는 고의와 과실이 똑같이 취급된다는 소크라테스의 첨언이 있었으니 말이다. 알면 알수록 법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뭏든 소크라테스에의해 다시 사건으로 되돌아가보면 사실 도로시는 고의나 과실이 모두 적용되지 않는 것이 그녀의 집은 회오리바람이라는 천재지변에 의해 날아간 것이기에 어떤 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녀의 마지막 발언은 좀 상당히 의외였지만 말이다.

 

염라판사와 소크라테스는 심지어 은하철도 999를 타고 조선시대 남원 고을로 행차하기까지 한다. 그곳에서 변사또의 춘향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보기도 하고 하데스에게 늘 밀린다 생각했던 염라판사의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는 이런 과정들이 사실 무척 색다르게 느껴지기는 하였다. 비벼놓으면서 어색한건 어쩔수 없이 인정한다면 말이다.

다양한일화를 통해 배워가는 법 용어들, 사실 이렇게라도 일반 독자들을 깨우쳐 주기 위해 노력한 작가님의 공에 감사드리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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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컨설팅북 - 똑똑한 기차여행을 위한 일일 코스의 모든 것
변지우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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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는 집이 드문 시절, 기차와 버스 등은 주요 교통 수단이었고, 특히 장거리를 갈 때는 멀미를 심하게 하는 버스에 비해 기차는 무척이나 안정적인 교통수단이었다. 어릴적 내게 기차는 서울에 가기 위한, 혹은 어딘가를 가기 위한 수단이었지 그 자체에 그렇게 큰 매력이나 환상 등을 갖지는 못했었다. 지방 출신이었던 나와 달리 서울 토박이인 내 친구는 평생 기차 타볼일이 없었다 한다. 결혼하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나를 보러 내려오면서 30넘은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타봤다는 기차, 친구의 첫 기차에 대한 추억이었다.

우리 아들은 사실 많은 집, 집집마다 자가용이 보편화된 세대에 태어나 살고 있다보니 굳이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다양한 교통 수단에 더 관심을 갖는듯 하다. 남자아이라 그런것도 있고, 다양한 교통 수단 체험 등을 즐거워 한다. 기차 역시 잠깐 아빠에게 가기 위해 타는 것인데도 무척 재미있어 한다. 엄마가 운전을 못해서 아빠 퇴근 전에 아빠 보러 갈 적에 어쩔수 없이 기차를 타게 되는데, 달랑 40분 타는 기차인데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아빠 보러 가자고 하기도 한다.

주로 아빠 보러 탔던 기차. 그런 기차를 타고 아이와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올해 초에 친정 부모님과 아이, 그리고 나와 여동생이 함께 부산으로 KTX를 타고 다녀왔다. 부산에 도착해서는 버스와 시티 투어 버스 등을 통해 이동하였는데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는 것은 좀 힘이 들긴 하였지만 그 외에는 무척 홀가분한 여행이었다. 특히나 장거리를 운전해야하는 운전자의 부담이 적어져 좋았다. 아이 아빠와도 그렇게 기차로 여행을 갔으면 좋겠는데 아이와 함께 하려면 짐이 많아져서 그게 더 불편하다하니 아쉽긴 하다. 기차로 가면 신랑도 운전을 안해서 좋을텐데. (여행 가자 해도 늘 운전이 힘들다는 신랑이면서, 정작 기차 타고 가자면 또 불편할것같다 하고, 참.)



아뭏든 신랑이 함께 하지 못해도 이제는 퇴직하신 부모님과도 여행하기 좋을 것 같고, 아이와 함께 당일치기 기차 여행 등은 고려해볼만해져서 이 책을 정독해보았다.




우선 첨부된 한국 철도 노선도를 보니 기차로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 달리 의외로 우리나라 전역에 기차로 갈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늘 이용하는 경부선, 호남선 외에도 다양한 곳들을 기차로 가볼수있다고 생각하니 설레는 기분도 된다.








책의 첫 부분에는 기차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부터 풀어준다. 얼마전부터 우연히 타보기 시작한 누리로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었다. 2019년부터 무궁화를 대체할 예정이라는 누리로, 직접 타보니 무척 쾌적하고, 가격도 무궁화 가격이라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얼른 대체되었으면 싶은 바램이 들었다. 새마을호는 2014년에 중단되고, ITX 새마을로 2015년부터는 완전히 바뀐다 나와 있었다.




기차 여행을 하는 것이다보니 기차로 갈 수 있는 곳을 먼저 찾아보고 책에 나온 근처 관광지와 맛집 등을 찾아 하루 일정 혹은 며칠 여정을 찾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책을 살펴보면 되게 되어 있었다. 책에 소개된 관광지들이 기차로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기차역에서 시내버스나 택시 등을 이용, 방문할 수 있는 곳들로 모아 소개되어 있으니 평소 가보고 싶었는데 자가용으로 갈 엄두가 안나서, 혹은 귀찮아서 못 가본 곳이 있다면 색다르게 기차여행을 꿈꿔봐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사실 기차로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서울인데 아이와 단둘이 갈 엄두는 (혹시라도 사람 많은 곳에서 아들 손이라도 놓칠까봐) 나지 않았는데, 아이가 좀더 자라 엄마와의 단둘 여행이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기차로 서울에 가서, 대중 교통수단으로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닐 예정이다.



서울에 10여년을 살적에도 사실 학교-집, 내지는 직장-집, 그리고 약속 장소도 매번 뻔한 가던 곳만 다녀서 통인 시장 등에는 가본 적이 없었는데 기름 떡볶이로 유명한 통인시장에 반짝이는 엽전 같은 화폐 수단이 생겨서, 그걸로 티켓을 미리 끊어서 엽전 꾸러미를 들고 반찬을 일일이 쇼핑하는 재미가 있다니, 아이들도 무척 흥미있어할 코스가 아니었나 싶다.






아들 유치원 개원기념일이 이번주 금요일이라 아이 아빠는 시간이 안나고, 부모님과 함께 아들 데리고 어디라도 당일치기로 다녀오고팠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날 친정 부모님이 김장을 담그신다니 같이 여행가시자 말할 상황이 안될것같다. 아뭏든 이런 기회는 언제고 금새 또 찾아올테니 언제 아이와 어디를 가볼까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무척 즐거울 법하다.




늘 가고 싶었던 전주 한옥마을, 여수, 목포 등은 물론이고 곡성의 경우에는 놀랍게도 증기기관차를 재가동해서, 명물로 떠올랐다 한다.

어릴적 우리 세대도 증기기관차를 타고 다니질 않아서 은하철도 999를 떠올리게 할 추억의 증기기관차를, 그림에서나 증기기관차를 보고 자란 우리 아기와 함께 타러가면 정말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제법 비싼 증기기관차 투어가 있었는데, 숙소에서 그냥 힐링만 하느라 참여하지 못했었는데 언제 아이와 곡성에 가서 그리 비싸지도 않은 우리나라의 증기기관차를 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보기만 해도 설레는 그런 여행이랄까. 아이에게도 정말 즐거운 경험이 되겠다 싶다.




가보고 싶은 곳은 한아름 골라두고 든든해진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여행 책은, 당장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나 큰 설렘을 전해준다. 즐거운 미래를 꿈꾸게 하기에 행복한 그런 책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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