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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 인생 홈런을 치다
마쓰오 다케시 지음, 전새롬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3월
절판

공부는 하나도 한 것이 없는데 갑자기 시험 시간이라며 남들과 함께 교실에 앉아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생각만해도 머릿속이 하얘지고, 미칠 것 같은 이런 상황..
이런 황당한 꿈을 학창시절에는 단 한번도 꾼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이런 꿈을 수도 없이 꾸었다. 그 이야길 직장 선배님께 했더니, "다시 공부하고 싶니? 공부가 이젠 지겹지도 않니? 그만 하고 편하게 살렴." 하는 이야길 하셨다. 직장이라는 곳이 편하게 일하는 곳은 아니지만, 다시 새 미래를 꿈꾸기 위해 공부하고 치열하게 산다는 것이 안쓰러워보이셔서 만류하셨던 것이다.
그냥 그런 악몽에 시달리고, 그리고 '지금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를 수없이 되뇌이면서도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 친구들과 놀고 하는 시간에 빠져들다보니 좀더 나은 미래, 내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접게 되었다. 그냥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데..싶은 마음에 질문하는 나를 계속 외면하였다.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이 만난 밤비소년과 비슷한 경우를 몇번이나 만났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던 동생이 어느 날 입을 열어 말했다.
"언니, 그거 알아? 언니는 한때 내가 가장 존경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이었어."
그 말에 가슴이 철렁하였다. 무슨 말인지 알면서도 다시 물었다.
"어..지금은? 지금도 괜찮지 않냐? 나에 대해 포기한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줘..)"
하지만, 동생은 그 이후엔 더 말이 없었다.
그때 가슴이 얼마나 가라앉던지..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좀더 열심히 살아야지 했는데..그때가 잊혀지지 않으면서도 나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또..어느 직장에서 부데끼며 살고 있는데 대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학 준비는 잘 돼가?"
"어, 그게. 나 사실은 유학 공부가 아니라..편입 공부했어. 이번에 @@대 @@@과 편입했어."
"응 ? 어디?"
어느 정도 밥벌이는 하고 살 수 있는 과였음에도 다시 인생을 찾아 수능을 다시 치루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나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꿈을 위해 도약하는 친구들.
그래도 이 친구가 그런 줄은 몰랐다. 얼굴도 정말 예쁘고, 집안도 부유해 굳이 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던 친구가 내가 너무나 꿈꿔오던 바로 그곳에..붙었단다.
머릿속으로 허상만 그리고 있을때에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결과물로 그녀는 합격을 품에 얻었다. 그때 정말 머리에 큰 종이 울렸는데.. 정말 다시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 루저의 삶이 이러한 것인가..하는 생각뿐이었다. 동생 말대로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저 한없이 부러워..부러워만 연발하고 있는 내모습..
사실 불끈 일어나 다시 공부하면 되는거 아닌가 하겠지만. 대학때 이미 한번 다시 수능 본 전례가 있었던 터라,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이 못된다고 그때 느꼈다. 첫 대학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재수할때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고3때만큼이나 재수 할때 공부하는 모습이 크게 나아지지가 않았다. 그냥 고3때는 내 인생 최고의 암흑기였고, 재수할때도 크게 낫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또 같은 모습을 한없이 반복할까봐 만족스럽지 않아도 참기만 했다.
그리고,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에서도 그냥 견디며 일을 하였다.
지금은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키운다는 이유로 일을 쉬고 있지만, 아기를 어느 정도 키우고선 일을 다시 시작해야지 마음 먹고 있다.
내가 원래 원하던 일이 아니었다고 해서 이렇게 하면 안되는 거였는데..
주저리주저리 내 이야기만 하다보니 정작 헛스윙인생을 살던 시노자키 고헤이에 대한 이야기를 못했구나. 주인공 시노자키 고헤이는 대학 4학년때 취업 36연패를 달성한 인물이었다. 친구들 모두 취직을 했는데 혼자 취직을 못해 항상 면접 볼 양복을 입고 다니며 기말고사까지 치뤄야했고, 친구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했다.
무역학과에 다니던 그가 여기저기 원서를 내다보니 전공과 전혀 무관한 IT업계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컴퓨터도 할줄 모르던 그는 "큰 욕심 부릴 필요 없어" 하며 그대로 취업을 하였다. 취업준비를 시작하기엔 시기적으로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는 5년 동안 그 직장을 다니면서 철저한 "루저"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장에게는 매일 깨지고, 직장 동료들도 그의 패배를 인정하는 듯 했다. 친구들은 안정된 회사를 다니며 결혼하고, 또 다른 꿈을 쫓던 친구는 유명한 가수가 되어 티브이에 나왔다.
컴퓨터를 못 하니 영업부서도 아닌데 영업일을 해야했다. 파견인력을 관리하는 일이었는데, 파견기업을 찾아가 회사와 파견사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가 생기면 조처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양쪽다 불평불만을 갖고 있으니, 앓는 소리를 들어주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당신네와 이제 끝이야" 하는 고압적인 회사 아페 어금내 꽉 깨물고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며 머리를 조아리며 사는 고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상황이 되어 언제나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의 불평불만을 모아 꾸역구역 삼키고 회사에 돌아가면 부장에게 들들 볶이는 일.그런 그에게
어느날 어릴적 추억의 공간이었던 밤비공원에서 만나자는 편지 한통이 도착한다.
밤비공원에서의 어린 소년과의 만남..
"나 결심했어. 다시 태어날게... 무슨 일이든 안 되는 이유를 다 남의 탓으로 돌리고 주위 사람들을 원망하며 살았더라. 그러니 이제 다시 태어날게."
"그래, 실은 알고 있었어. 네가 오기 전부터 마음 한구석으로는 어린 시절의 내가 섭섭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외면했던 거야. 바라볼 용기가 없었으니까" 173.174P
고헤이는 말한다. 나의 인생은 어디 먼곳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있었다라고..
해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외면하고 살아왔을뿐이다.
쉽게 잘 읽히는 이 소설은 그 어떤 두꺼운 책, 전문서적의 진리로도 채워지지 않는 우리의 헛헛함을 너무나 잘 채워준다. 그리고, 우리가 홈런 인생이 되기 위해 선택을 하는 길만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