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중하차 -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무라 모리 지음, 이영빈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마흔 한살, 남들보다 초고속 승진에 한참 잘 나가던 편집장이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여섯살 아들과 여행을 하겠다 결심하였다.

사실 가장 큰 계기는 아빠의 공황 장애.

워커홀릭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업무를 소화해가면서 일에 매진하던 그가, 처음에는 비행기, 그 다음에는 지하철, 이런 식으로 꼭 이용해야할 (비행기는 그의 출장업무에 필히 필요한 교통수단이었다.) 대중 교통수단을 탈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세미나룸의 문이 닫히고, 회의 진행을 위해 파워포인트를 켜기 위해 불이 꺼지는 순간, 숨이 막힐 지경이 되었다.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나, 본인은 미쳐버릴 것처럼 되어버리는 무서운 공황장애.

마흔이 다된 그의 나이에 갑자기 그 증세가 찾아왔다.

너무나 무서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나약하게만 느껴졌다.

두려움에 가족들에게 의지하려 하니, 다소 차가운 성격의 아내와 그동안 일때문에 바빠 멀리했던 아들은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였다.

한참 달려야 할 나이에, 일을 그만두겠다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렸고, 심지어 정치를 하러 나가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워커홀릭은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일이다.

할수만 있다면 가장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기에 성과를 높이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을 한다.

저자는 그런 와중에 공황장애라는 장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내는 그런 그를 따뜻하게 위로해주지 않았지만, 그가 사표를 내고, 아들과 여행하기 위해 천만원만 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어이없어했지만 이내 그에게 그 거금을 주고 아이와의 여행을 허락한다. 

 

공황장애라는 질병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실제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다만, 평소 건강한듯 했던 내몸에도 어느 날 갑자기 이상이 올 수 있음을 예전 직장 생활때 경험해본적이 있었다. 심한 알러지나 아토피 등의 피부 이상이 없었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자다가 온몸이 너무너무 가려워서, 웬 모기가 이렇게 많아? 하면서 벅벅 긁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온 몸에 너무 무서울 정도로 심각하게 부어오른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단순 모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피부에 손톱으로 자국을 내거나 글씨를 쓰면 글씨가 새겨지기도 하였다. 이게 뭐람? 피부과에 가보니 알러지일 수 있다 해서, 피부과에 있는 알러지 테스트를 모두 다 받아봤다. 결과는 이상없음.

한 일주일을 그 증세가 이어지고 나서, 신기하게 싹 가라앉았지만 이후에, 나는 건강해 멀쩡해~라는 말을 하기가 두려워졌다.

남들이 모르는 고충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올 수 있음을 깨달았기에, 나에게 그런 불행은 찾아오지않아 하는 착각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는 여섯살, 한참 일해야할 가장이 사직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겠지만, 교통수단을 더이상 탈수 없고 회의를 처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더이상 일할 자신이 생기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거리가 멀어진 아이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였다.

그는 그렇게 아이와의 단둘 여행을 계획하면서, 또 실행하면서 조금씩 가정으로 돌아왔고 그러면서 자신의 상태도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병원에 조금 뒤늦게 가보기도 했지만, 다소 무례한 의사의 말투, 무엇보다 환자의 심리를 전혀 이해해주지 않으면서 설명 없이 약만 먹으면 낫는다 이야기한 무책임함에 그는 의사의 약을 먹지 않았다. 그리고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였다.

 

잡지 편집장이다보니 고급 요리점, 고급 호텔 등의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혼자 다닌 여행들이 많았고 가족과는 다닐 시간도 경험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 자비로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간다. 그가 다닌 곳들이 몇 곳 소개되었는데, 무직 상태에서 감행하기에는 다소 비싼 여행이 되었을 지언정, 자기에게 줄 수 있는, 아니, 아이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나름의 최선의 치료책이자 멋진 방안이 아니었나 싶다.

 

아빠와는 뭐든 하기 싫어했던 아들이 조금씩 아빠에게 마음을 열어가던 과정, 심할 정도로 독설을 내뱉는다 생각했던 아내가, 사실은 그의 워커홀릭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고 (아내는 다소 남자처럼 말수가 적은 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속으로 고민하고, 배려하는 그런 스타일) 남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오히려 일을 늘려가면서 일을 하면서도 남편에게는 집안일을 먼저 하지 말라하고, 먼저 최대한 쉬라고, 쉬다가 심심해지면 육아와 가사를 하라고 말해준 그 모든 것들이 백마디 말을 대신할 그녀의 감정이 담긴 행동이었다 싶어 감동적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갇힌 공간이 무섭도록 두려워지고, 기차와 비행기를 타는 일이 숨막히도록 두려워진다면 어찌해야할까.

저자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여행 자체를 즐기기에 그런 일이 온다고는 생각지 못했던 나였던지라, 지금의 건강함, 평범함 등의 일상이 정말 감사한 일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반강제적인 것이긴 하였으나 더 늦기 전에,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아빠와의 시간, 교감을 나눌 시간을 갖게 된 저자 또한 자기 나름의 행복을 찾게 된 일이 아니었나, 저자의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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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병아리 대가족 꿈소담이 고사리손 그림책
가로쿠 공방 글.그림, 김난주 옮김 / 꿈소담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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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동화책이었는지 그런 내용이 있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한 아이만으로도 힘들어하며 쌍둥이 낳아키우는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형제는 힘들겠다 생각을 하니, 한번에 여러 아기를 낳아 키우는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가 점차적으로 소개되면서 아이가 많으면 많은대로 또 행복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동물은 동물일뿐이야. 하고 구분지어 생각하다가, 몰입해서 읽어보니(처음 화자였던 엄마의 마음에 많이 공감했던 터라) 한번에 여럿, 혹은 수십, 수백수천까지도 낳아기르는 여러 동물들의 이야기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열 쌍둥이? 병아리를 낳아 키우는 꼬꼬맘의 이야기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을듯.

꼬꼬맘의 이야기를 의인화시켜놓으니 보는사람이 다 정신이 없을 정도다.

예전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이 프로가 나왔던 것 같은데, 만화와 티브이를 잘 보지 않는 아들은 그냥 생소하게 넘기고 말았었다.

알고보니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로, 우리나라에서는 kbs에서 방영된 적이 있는 프로였다.

그런데 이 꼬꼬맘이 작은 미니인형으로 만들어져 한컷 한컷 촬영을 해서 만들어진 동화책이 국내에 시리즈로 소개가 되었다.



동화책으로 만나보니 더욱 새롭다.

아마 만화를 좋아했던 친구들은 더더욱 좋아하겠지만 우리 아이처럼 만화를 보지 않았던 아이들도 새로운 시리즈로 사랑을 쏟아부을만한 귀엽고 재미난 책이었다.






아침에 아들 하나 챙겨 유치원 보내기도 정신없는 완전초보 엄마인 나.

그래서 가끔 둘.셋씩 키우는 다른 엄마들 보면 "대단해요!"소리가 저절로 나오곤 했는데, 꼬꼬맘은 아침부터 열 쌍둥이들과 바쁜 일상을 시작한다. 자명종이 울림과 동시에 눈을 다 뜨기도 전에 이미 열마리 병아리들은 제각각 복작복작 어찌나 바쁜지.






제일 먼저 아이들 아침부터 짓는데,이런이런! 뜨거운 찌개에 생선구이까지 해놨는데 밥상위에 올라가있는 놈,벌써 뜨거운 국수 먹고 있는 녀석.

밥상 밑에서 자고 있는 녀석. 혼자 밥그릇 장난감 트럭에 실어 운반하는 녀석.

얌전히 앉아있는 줄 알았는데 물 엎지른 녀석. 그림책 보는 녀석.

장난감갖고 싸우는 두 녀석. 엄마 발밑에 깔릴뻔한 녀석 등등 아주 정신이 없는 지경이다.




하지만 정말 힘든건 시장을 보러갈때

어린 병아리들을 두고 갈순 없고 시장에 갔다 잃어버리기라도 할까봐 끈으로 기차놀이를 하며 집을 나서지만, 결과는 늘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다.






병아리들을 모두 챙기면서, 집안일까지 해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꼬꼬맘

앞치마에 주머니를 잔뜩 달아 아이들을 넣었더니 엄마가 쳐다보지 못하는 뒷쪽 주머니 병아리들이 서로 온종일 싸우고 야단도 아니다.

큰 앞주머니에 한번에 열마리 병아리를 다 넣었더니 고개를 숙이기만 해도 병아리들이 모두 쏟아져나온다.

고심끝에 정말 완벽(?)한 병아리를 위한 튜브형 앞치마를 만들었는데 정말 폭신폭신, 병아리들이 얌전히 잘 있고 돌아가니 엄마도 편안하다.




아이가 어릴 적에 내려놓으면 울고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데 다른 일도 해야하고 바깥에도 나가야 하니, 주로 아가띠로 업고 나갔던 기억이 생각난다. 한명일 적엔 아가띠라도 쓰고, 두명이면 쌍둥이 유모차라도 쓸텐데.. 열명이면 정말로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꼬꼬맘의 상상이 뚜둥! 현실이 되면서 아이들과 꼬꼬맘 모두 행복해진 이야기가 무척 즐거운, 그런 육아 코믹 동화였던 것 같다.



앞으로의 시리즈엔 또 어떤 꼬꼬맘의 일상이 담겨있을지.

아이들이 보기에도 재미나지만, 요 시리즈 어쩐지 엄마들에게도 은근히 인기있지 않을까 싶은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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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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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소설들을 재미나게 읽고 있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작가들이 몇몇 뚜렷이 있었다. 그 중의 한사람인 오쿠다 히데오.

그의 작품들을 섭렵한 사람들의 추천을 들어보면 정신과 의사 이라부 시리즈와 공중그네 등을 재미나다 추천해주었는데, 모두 읽진 못하고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만 둔 상태다. (재미있다는 책들을 모아만 두고 못 읽은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

<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 등은 읽어보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꿈의 도시가 얼핏 생각났다.

사실 읽어본 작품은 적으나 워낙 많이 들어봐서 그의 작품이라면 믿고 읽어야겠다 결심하게 되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한사람이 바로 오쿠다 히데오인데, 그의 첫 스릴러라니, 게다가 표지도 여성들 취향에 맞는 핑크빛 표지, 어떤 내용일까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정말 술술 잘 읽힌다니 금새 읽히는 작품이었다.

열개의 단편들, 각각의 제목들이~~의 여자 이런 제목인데, 그 여자가 모두 미유키를 지칭하는 말들이었다.

미유키가 등장하나 결코 그녀가 직접적인 화자가 되지 않는다.

예쁘지도 않고, 학창시절에는 결코 드러나지 않았던 그녀가 대학때 룸살롱 등에 근무하면서 좀 화려하면서 무척 야한 느낌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것. 그녀 역시 자신의 변화를 즐기고,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여성이 되면서 남자들에게는 나도? 하는 착각 반 기대 반의 심정과 함께 여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뒷담화와 동시에 그녀의 화통한 대처 방식 등에는 강하게 매료되게 하는 그런 구석이 있었다.

 

저자 역시 미유키보다는 그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지방 소도시의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알고 보면 자기 잇속을 챙기느라 남의 일은 안중에도 없는, 소소한 범죄? 죄?를 저지르는 인간 군상들을 다루고 있었다 한다.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그래서 끝까지 미유키를 표면에 드러내지는 않았나보다. 다만 열편의 단편들을 통해 미유키는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완성해가기는 한다.

막판에서는 뭔가 그녀가 직접 나서서, 내지는 사건의 종결 등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재미도 더해가고 기대도 부풀어가는데?

정작 결말에는 그녀가 없어서 당황스러운 점이 좀 아쉬웠다.

 

엄청나게 예쁘거나 하면 오히려 남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데 미유키는 그렇게 아름답기까진 않지만 뭔가 남자들을 유혹하는 그런 요염함을 갖추고 있었다. 평범했던 그녀가 왜 그렇게 변하게 되었는지는 알수 없다. 다만 대학때 룸살롱에서 일한 이후로 바뀌었다는 소문만이 들릴 뿐이다. 그녀는 그렇게 바뀐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들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게 되었다. 쉬워보이는 여자, 그러나 알면 알수록 자신의 오만이자 착각일수 있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여성들 또한 자기 뜻대로 할 수가 있다. 요리학원의 식재료가 너무나 형편없어도 다들 나서서 이야기하길 싫어한다.

뒤에서만 수군댄다. 미유키가 나서서 시원시원하게 학원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항의를 하자 이야기해도 다들 뒤로 빼기만 한다.

결국 강하게 행동에 나서는건 미유키 혼자였지만, 나중에는 학원생들도 미유키를 따라오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뒤에서 꿍시렁 꿍시렁은 잘해도 정작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기는 모두 꺼려한다.

심지어 아버지의 재혼에 대해 불만이 많은 가족들조차, 아버지께 나서서 이야기를 못하고 사위의 등을 떠밀어 의사를 타진해보라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남이야 어찌 됐든 상관없다며 궁지에 처한 절의 주지를 외면한채 쉽게 등을 돌려 자기들의 잇속을 챙기자며 경악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 모습이 있긴 하겠지만, 사실 일본 사람들이 더욱 공감했을, 동조했을 그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했다.

겉으론 친절하지만, 그 속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일본 사람들.

뒤에서는 자기네들끼리 이렇게 뒷담화를 하고 있었을 그들의 모습을 오쿠다 히데오는 신나게 까발린게 아닐까?

 

그런 시도가 성공했는지 어떤지는 한국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일본인은 잘 알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만, 이런 사회에서 의외로 즐겁게들 살아가고 있답니다. 8p 오쿠다 히데오

 

적어도 미유키는 그렇게 찌질해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결말을 좀더 다르게 했더라면 (그러면 오쿠다 히데오의 발상에서 벗어났을지 몰라도, 나로썬 좀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싶은 작품이었다.) 좀더 재미나게 느껴지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단편 하나하나를 통해 재미나게 쌓아올린 신선한 시도가, 결말로 인해 좀 아쉽게 마무리되어 소소한 불만이 생겼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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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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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13 계단> 으로 유명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 KN의 비극을 읽었다.

어떤 내용인지 미리 찾아보지도 않고, 제노사이드 작가의 책이라는데 급급해서 이 책은 꼭 읽어야해~ 라고 생각을 하였다.

 

대박 베스트셀러의 성공으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급 맨션을 선물해준 슈헤이는 안정된 수입이 아닌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을 잊었기에 이후의 대출금 상환에 압박을 받는다. 베스트셀러의 20만부 판매 돌파 축하 파티의 여흥으로 아내와의 잠자리 이후, 아기가 생긴것을 알고 슈헤이는 잠시 고민했으나 새집을 포기하지 않고, 아기를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아기는 다음에,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때 가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빠와 엄마는 사실 좀 다르다. 엄마는 직접 임신을 하고 뱃속에 생명을 갖게 되므로 모성애라는 것을 갖게 된다.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가나미는 남편의 그런 반응을 예상했으면서도 그래도, 아이를 낳자고 말해주길 간절히 바랬다.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고 남편의 뜻을 존중해주는 소극적 여성이었기에 내키지 않는 중절 수술에 동의하게 되었다.

 

아내는 백화점에서 낯익은 어느 임산부를 본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남편은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다가 "내가 누군지 알아?" 라는 무시무시한 목소리와 쾅쾅거리는 소리를 듣고서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날부터 악몽은 시작되었달까.

 

아기를 갖고 낳기 전까지만 해도 슈헤이처럼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 일찍 결혼했다거나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가족계획을 뒤로 미루거나 하지 않았기에 생기는대로 얼른 낳자라는 주의였지만, 많은 경우, 아이 갖는게 어렵지 않다라는 의식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지금의 일과 승진이라거나 다른 사정 등에 미뤄져서 아이 갖기를 미루는, (생긴 아이를 지운 것은 사실 좀 못할 행동이긴 하지만)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따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아니 처음엔 생겼던 아이라도 이후에 쉽게 생기지 않는 경우가 제법 많다.

아이를 수입도 안정적이고, 상황여건이 적절할때 딱 계획해서 낳으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딱 그렇게 흘러가는 것만도 아니다.

이 책의 또다른 등장인물인 도다 마이코는 바로 그런 희생양이 되었다. 아기를 낳고 싶지만 생기질 않고, 시어머니의 압박으로 도다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고 결국 자살시도를 하는등 극한에 내몰린다.

어찌됐건 책에서 슈헤이는 아이와 새집 중에 새집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결론은 아내 가나미에게 닥쳐오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기를 원하는 두명의, 아니 세명의 여성.

같이 아기를 만들어 놓고서 (아니 남성들에게는 그 과정이 단지 욕구 충족이었던 걸까. 왜 그 결과 아기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지.. 슈헤이는 심지어 피임을 하지 않은 가나미 스스로의 잘못이 있다는 생각마저도 하였었다.) 발뺌하려 하는 남성들.

 

아내가 무서워졌을 슈헤이의 상황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었지만 의사인 이소가이는 그런 슈헤이를 적절한 말로 되돌려놓았다. 아무리 좋아했던 사람도 쉽게 내칠 수 있을, 물론 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같이 가주고 지켜줘야할 사람임에도 자기 혼자 몸을 빼겠다 하는 무책임에는 정말 소름이 돋기도 하였다.

 

일요일 대낮에 몰두해 읽은 책이라 읽을 당시에는 그렇게 많이 무섭다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여고 괴담들이 사실 당시엔 별로 안 무섭다가도 사소한 일상의 일들이기에 혼자 머리 감을 때라거나 혼자 밤늦도록 깨어있을때 곰곰히 생각해보면 (생각을 안하면 될것인데, 난 꼭 생각이 난다.) 갑자기 꺅! 소리를 지르며 나타나는 귀신의공포보다도 더 무섭게 다가올때가 많이 있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 머리를 감을때 누가 같이 감고 있는 듯한 그 느낌 등이 공포로 살아난달까. 이 책의 공포가 그런 느낌이었다. 엄청나게 잔인하고 뭐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냥 어두운데 눈감고 있으면 그대로 생생히 되살아날것같은 느낌.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읽고 극한의 감동을 받아서 바로 13계단을 구입해버렸는데 몇달이 지나도록 못 읽고 모셔놨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이라면 이제 믿고 읽어도 될 것 같다.

이 책에 대해선 여러의견이 분분하지만 제노사이드 만큼의 커다란 충격은 없어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은 작품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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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7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난국 미생 7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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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대한 갈등 등을 이렇게 세밀하게 제대로 콕 집어낸 책이 과연 어디 있을까?

정말 미생은 4억뷰 돌파라는 어마어마한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몰입도와 공감도가 극대에 달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웹툰 중 내가 유일하게 전 권을 모으려는 책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총 7권까지 나왔고, 모자란 책은 알아서 사모으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전부 소장.

이제 아쉽게도 마지막 권이 될 8권을 앞두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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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권은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최신간인 7권부터 읽게 되었다. 차분히 차례대로 읽어도 괜찮지만 대충 캐릭터들의 특성을 파악한 상태에서 중간에 읽어도 내용 연결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5,6권을 읽지 않고 읽은 차이라면 천과장님이라는 뉴 페이스가 등장한 것을 몰랐다는 정도랄까? 아뭏든 아직 읽지 않은 5,6권은 얼른 마저 읽는 걸로 하고 신간을 좋아하는 습성상 7권부터 읽어내렸는데..

역시나 손에 잡기 무섭게 끝까지 금새 읽어내렸다.

게다가 이번 권에서는 너무나 똑똑해서 감히 장그래는 따라잡기조차 어려울 것 같았던 안영이의 숨은 과거 이야기로 인해 오늘날의 이지적인 그녀의 모습이 완성되었음이 소개되어, 더욱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이 책의 매력이라면 회사에서 만날법한 다양한 인간 군상들, 좋은 대인관계면 좋겠지만, 사실 일을 하다보면 만나게 되면 소위 진상 캐릭터 들에 대해서도 우리 속에 들어와본양 너무나 세밀하게 묘사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백배 공감. 그래서 샐러리맨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만화로구나.

사실 월급쟁이가 아니더라도, 분명 알아야할 인생의 수들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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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와 입사 PT 파트너였던 한석율, 사무직보다 사실 현장 체질인 그는 동기들에게는 다소 의뭉스러워 보일때가 있지만 나름 그래도 열심히 일하려는 캐릭터기는 하다. 그런데 그의 직속 상사라고 해야할까? 같은 부서의 직속 선배는 소위 그야말로 너무나 얄미운 캐릭터였다. 일은 신입인 한석율에게 다 시키고 자기는 상사들에게 그 일을 자기가 한양 온갖 생색을 다 내가며 아부를 하고, 또 자기 포장을 한다. 상사들은 그의 말에 혹해서 그에게는 호감을 보이고, 진실을 알고 힘든 것은 아래 년차인 신입들 뿐이었다. 정말로 진상 캐릭터 중의 하나.

근무 시간에 절대 딴짓하기 (물론 상사가 안볼때만), 상사에게 자기 과대 포장해서 호감 사기, 후배들 쏙쏙 일 시켜 먹기 등등 잔재주를 참 잘 부리는 사람이었는데, 나도 이런 캐릭터를 만난 적이 있었다. 더 열받는 사실은 그 캐릭터들이 내 상사도 아니었고 후배 연차였다는 것.

더욱 얄미운 현실이었다. 일은 우리 연차가 다 하고, 늘 놀러다니고 엉망진창 일하는 후배연차였는데도 신기하게도 손윗 선배, 상사들에게는 성실히 일만 하는 우리보다, 착착 친근하게 엉겨붙는 그들이 훨씬 인기를 끌었으니 말이다. 우리에게는 마구 일을 시키던 선배들도 우리 아래 후배들이랑은 같이 놀러 다녔다! 아, 덕분에 일을 두배로 해야했던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



음, 정말 이 책은 어떻게 숨겨진 그런 캐릭터들을 이렇게 잘 찾아내었을까 싶은 놀라운 책이었다.

공감 공감, 그러면서 너무 재미있다. 사실적이다 손가락 추켜세우게 되는 책.

미생을 못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그리고 한수 접고 마음 다스리는 법을 배워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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