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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 자연과 나누는 친환경 순환농법
여태동(바람길) 지음 / 북마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710/pimg_781377146872591.jpg)
어제는 동생과 던킨에 가서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 마시려다가 동생이 갑자기 언니, 집앞에서 냉면 먹자~ 하고 약속을 변경하였다. 알고보니 엄마는 모임 약속 있으시고, 텃밭에서 농사 짓고 오신 아버지, 더워서 입맛도 없으실텐데 냉면 사드리고 싶다는게 동생의 의견이었다. 아빠랑 동생이랑 아들이랑 그렇게 네 식구가 맛있게 냉면과 만두를 먹고 왔다. 날도 더운데 텃밭 농사에 너무 정성을 들이고 계셔서 사실 걱정이 앞선다. 아빠 말씀으로는 조금 농사 좀 지어볼라치면 비가 와서 못 하고, 하다보니 더워도 그냥 나가서 일하게 된다 하신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정년 퇴직을 하시고, 집에서 쉬신지 채 몇달도 되지 않아 텃밭 농사를 시작하신 우리 아버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역시 정년 퇴직하시는 엄마와 함께 두분이 같이 텃밭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남들은 주말에만 가서 한다는 그 일을, 두분은 거의 매일 아침 저녁 (아침엔 엄마는 출근하니 아빠만 가서 일하시고, 저녁엔 엄마 퇴근 후 두분이 같이 가서 깜깜해지기 직전까지 일을 하고 오신다.) 일을 하시다보니, 전업 농부가 되어가시는 느낌이었다. 이 근처는 아파트 촌이고 도심중심부라 텃밭을 지을 공간이 없고, 엄마 아빠의 텃밭은 대전이긴 한데 변두리 외곽이라 사실 다니시는 차량 유지비가 더 많이 들기는 한다. 그럼에도 농약을 쓰지않고 직접 손으로 가꾼 채소로 우리 가족들을 먹일 수 있다는 그 생각에 정말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고 계신다. 아빠는 나잇살이라는 뱃살이 있으셨는데 그 뱃살도 쏙 다 빠지셔서, 지금은 바지를 다 새로 사실 지경이었다. (그래서 사실은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도 나랑 신랑, 오빠도 가서 일하면 살 빠진다 하시는데, 게으른 젊은 이들이 오히려 더 가질 않고 있다. )
20년차 기자이자, 10년차 도시농부로 살고 있다는 닉네임 바람길인 여태동님의 이 책.
사실 농사란게 절대 쉬운 일일 수 없는데, 마음 맞는 이들과 뜻을 같이해서 농사를 짓고 직접 가꾼 채소로 가족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다는것이 그렇게 보람찬 일일 수 없나보다. 사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조부모님 세대에는 농사를 지으셨지만 두분은 농사를 짓지 않고 자라셨고 직장 또한 그런 직장이었다. 다만 어려서 보고 배우신게 있으셔서 눈썰미가 있으신지 처음 짓는 밭농사인데도 거의 실패하지 않고 잘 해내셨다. 하나 둘 가짓수를 늘리다보니 텃밭농사 2년만에 30여가지에는 이를 각종 채소들을 두루 재배하고 계시고, 작년과 올해 모두 고추와 감자까지 풍성하게 재배하셔서 감자는 나눠주다 못해 더 먹고 싶다는 지인들에게 일부는 판매를 할 정도로(나눠주는 분량 이상으로 수확하셔서) 많이 수확하시기도 하셨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같이 일을 하시는데, 책 속 바람길님은 홀로 농사를 짓는다. 아내분은 그런 남편이 하루종일 농사에 빠져살고, 농사꾼 친구들과 연락해 지내는걸 보면서 다소 못마땅한 눈치를 보내기도 한다. 사실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농사를 열심히 짓기는 우리 부모님때랑 또 달라서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채소를 제공해준다고 해도 여유시간을 온통 밭에만 쏟고 있는 남편에게 다소 불만이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며 그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도시농부로 일을 하고 계시기에 이 책은 사실 그냥 넘겨버릴 수가 없었다. 어떤 내용일까 많이 궁금했고 아빠 또한 궁금해하실 것 같았다. 퇴직하자마자는 책을 무척 많이 보셨는데 집에서 책 보고 손주랑 놀아주시는 것만으로는 많이 갑갑해하셨던 아버지.
게으른 나와 달리 우리 부모님은 워낙 부지런하셔서 집에 가만히 쉬셔도 좋을 시기인데도 얼마 못 쉬시고 바로 일을 찾아 나서셨다.
자식 입장에선 좀 쉬엄쉬엄 하셨으면 좋겠는데.. 그런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농사, 자신이 지은 농작물에 대한 애정을 읽게 되자,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아빠가 미처 내게 말씀 못하신 그런 이야기들을 바람길님의 일기 같은 이 이야기를 통해 조금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자급자족 농사일기이기에 자신의 일기같은 일상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다.
일년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패작과 그 이유 등을 담고 있고 일일이 농사의 비법이나 노하우 등을 전수하는데 치중한 책은 아니니, 이 책 한권만 참고해서 텃밭이나 주말 농장 등을 계획해서는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도시농부의 텃밭 매뉴얼 편(부록으로 맨 뒤에 실려있다.)을 참고해보면, 농사에 대충의 감은 잡히지 않을까 하는, 개략적인 계획을 세우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