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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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우산님의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담은 시선은 이전 작품인 행복한 길고양이라는 사진 에세이를 통해 너무나 인상깊게 만난 적이 있었다. 닉네임을 러브캣을 쓰지만, 사실 가벼이 지은 이름일뿐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나였는데.. 그 책을 통해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르지는 않을지 몰라도, 분명 사랑을 주고 받는데 고양이도 부족함이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종이우산님의 사진에세이가 나온대서 반가운 마음에 주문을 하고 말았다.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정말 흐뭇하다. 여기에 저자분의 애정어린 시선과 하나하나의 길고양이들 얼굴까지 다 기억하는 그 사연들이 더해져서, 고양이와 마음으로 주고 받는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친한 지인분께 그 고양이 사진 에세이를 보내드릴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진 책을 우연히 본 우리 아들이 너무 귀여운 고양이라며, 자기 책이라고 찜을 해버리는 바람에 그림책 아닌 일반 책이 처음으로 아이 책으로 되기도 하였다. 이후 귀여운 고양이 사진 책들을 보면 아이가 자기 꺼라고 다른 사람 못주게 할 때가 많아졌다.



여섯살난 아들은 정말 너무나 보드랍고 따뜻한 내 소중한 혈육이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귀여운 아들. 그 아들이 고양이, 강아지 등 어린 생명, 귀여운 동물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빠를 닮았으니 천성적으로 강아지를 좋아할테고, 고양이는 잘 몰랐었는데 할머니댁에 가서 할머니께서 매일 챙기시는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을 꼬박꼬박 지켜보면서 행복해하고, 할머니가 혹시나 자기 돌보시느라 잊으실만하면 "할머니 고양이 맘마 줘야지." 하고 혹시나 잊으실까봐 챙겨드리기도 한다.



종이우산님의 이 두번째 사진 에세이는 첫번째 작품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재치있는 사진들, 그리고 동화와 같은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한아름 담겨있는 책이었다.






종이우산님이 적어놓은 이 대사들이 정말 딱딱 들어맞게 그럴듯한 엄마와 아기 고양이의 여러컷 만화같은 사진들




세마리 아기 고양이가 정확히 한시방향으로 삐딱하게 고개를 꺾고 있어서 정말 무슨 연출사진처럼 멋있게 나온 사진.






그리고 고양이들의 앞발을 사람이 잡으면 (손을 내밀면 악수하는 습성에 따라, 고양이의 앞발도 자연스레 잡고 싶어하는게 사람들의 인지상정이지만 )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니, 천지창조 내지는 영화 ET처럼 고양이의 내민 앞발에 손가락을 그저 살짝 갖다대는 센스를 유지하면 좋겠다라는거. 애묘인들은 잘 알지 모르지만 나는 처음 알았기에 아하~ 기억해둬야겠다 싶은 내용이었다.






이미 고양이 일곱마리와 살고 있으면서도 배곯아 죽을지 모르는 길고양이들이 염려스러워 길고양이들에게 사료 갖다 주기를 잊지 않는 주인의 이야기. 그저 그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사진을 담아내는게 아니라, 그들이 염려스러워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기대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폭력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귀여운 고양이들의 일상을 찍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본 모습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려 하는 사진들이었다.



그중에 유독 자주 거론된 반야라는 이름

저자가 만난 길고양이 중 가장 오랜 세월 알고 지낸 할매 고양이 반야. 많은 아이를 낳았고 이후의 아이들도 모두 반야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고양이들의 건강 등이 염려되어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유전적으로 수컷 삼색 고양이가 태어날 확률은 약 1/30,000 정도

이런 희소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삼색고양이 수컷을 배에 태우면 조난당하지 않는다는전설까지있었다. 이는 아직까지 '삼색고양이 수컷은 행운을 불러온다'라는 믿음으로 남아있다. 나 역시 그간 숱한 삼색고양이를 만나왔지만 수컷을 직접 보는건 처음이었다. 257P



사실 자기가 키우는 단 한마리의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이 돌보는, 혹은 우리집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고, 이름까지 붙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 얼굴도 우리나라 사람 얼굴은 구분하기 쉬워도, 외국 사람 얼굴은 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듯 비슷해보이는 판국에 동물들의 얼굴까지 일일이 비교해가며 기억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능력이 아닐수없었다.

그런데 아무 이름이나 붙인게 아닌양, 저자는 다른 지역에서 예전에 잃어버린 그 길고양이의 얼굴을 다시 찾아내고 알아보기도 하고, (물론 집에서 다시 사진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긴 했지만 ) 고양이들이 일일이 와서 통성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놀랍게도 형제들이 어디로 갔는지 엄마가 어떻게 되었는지 등을 나름 추론하고 찾아내기도 한다.

애정이 담기지 않았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었을 것이다.








나처럼 처음에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던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부드러워지고 남달라질 수 있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본다면, 아, 정말 말 그대로 눈에서 하트가 마구 남발될 그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찍은 사진이 가득한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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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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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이제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어느 정도 감이 오는 것 같다. 기대감이랄까.

사실 이번 책의 소재는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니 읽기만 해도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어서는 안될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다루고 싶었다는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책을 읽어내리게 되었다. 게다가 너무나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기도 하였다. 새벽녘의 잠을 다 날려버릴 정도로 몰두해 읽을 책이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피아와 보덴하우스 두 형사 콤비의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이번 책에서는 보덴하우스의 역할은 미미했고, 주로 피아의 맹활약으로 사건이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여러 개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대부분 미궁에 쌓여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채, 헷갈리는 사건들이 자꾸만 일어난다.

한때 잘 나가는 변호사였으나 아동 성폭행범으로 몰려 일순간에 추락한 한 남자.

그는 거의 7년째 가장 막장 인생이라 할 수 있는 야영지에서 낡은 캠핑카를 빌려 살아가고 있다. 깨끗이 씻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준비해서, 그가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만난다.



피아 형사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뛰어가게 되었다.

너무나 만취한 학생들, 그리고 시체로 강가에서 떠오른 어린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신원불명의 여성.

형사팀은 이 사건을 인어공주 사건이라 부르며 추적해나가는데 쉽게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다만 9년전 그 사건과 무척 비슷하다는 이야기만 접할뿐.

읽는 내내 누가 범인일까를 추측해가며 반은 맞히기도 하고, 반은 틀려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저자가 장치해둔 덫에 적당히 걸려가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사실 아동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기는 하지만, 모르고 덮어두기보다 사람들이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작가들이 까발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예전에도 몇번이나 미스터리 물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이었다.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일 수 있는지, 그 책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더더욱, 치가 떨리는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늑대, 나쁜 늑대,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그런 늑대를 말이다.

빨간모자라는 아이들 동화를 이렇게 풀어놓으니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아이들의 동심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어른들에게 적합한 비유란 생각도 들었다.

재미나게 읽었으면서도 사건을 되돌리면 되돌릴수록 분통이 터지는건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엄마기에 이런 소재를 일어나게 만드는 그 짐승들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나 보다.



엄청난 힘을 가진 세력들, 그들의 더럽고 추악한 행각이 사실 일개 형사들의 활약으로 벗겨질 수 있는 것인지, 물론 단순 형사가 아니라, 경사 이상의 계급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대단한 권력을 가진 이들은 아니기에, 그들이 해결하는 커다랗고 묵직한 이 사건들이 실제로도 이렇게 해결될 수 있는지 그 자체가 슬프게도 아이러니하였다. 정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밝혀져야 하는 문제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에 안대가 씌워진 것처럼 알고 있더라도 권력 앞에 돈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는게 아닌지..

경찰들의 위계질서라고 해도 그럴거라 생각되어 씁쓸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재미나게 느껴졌는지도.

당연히 해결되어야 할 일들이 실제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많기에.

서민들이 바라는대로 공정하게 밝혀지고, 아무리 거물급들이라도 잘못은 제대로 가려지는 시원한 처사가 타우누스 시리즈의 인기몰이를 하는 비결이고, 사람들의 크나큰 대리만족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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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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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군함같은 넓은 집, 그 집에 존스씨가 작은 새라 생각하는 매력적인 여인 미야코가 살고 있다.

그녀는 이미 한 남자의 아내다. 언제나 부지런히 집안을 쓸고 닦고, 남편이 오기 전에 늘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놓고 완벽한 주부의 모습으로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한다. 방충망까지 꼼꼼히 닦고, 하루종일 집안일을 해도 모자랄판에 가끔씩 놀러와 수다를 떨곤 하는 그녀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이야기만 나누는 것은 무척이나 게을러 보이는 일일까 싶어서 그 시간에도 부지런히 바구니 안의 무언가를 꺼내 만들고 있다. 짜투리의 시간마저 소홀히 보내지 않는 성격인 것이다.



우선 사실 미야코라는 캐릭터에 대해 기가 죽기 시작했다.

엄청 게을러서 집안일 하는 속도도 더딜 뿐더러, 청소를 유독 싫어하는 나로써는 치워도 치운것같지 않은 상황에 늘 스트레스를 받곤 했는데, 하루종일 부지런을 떨며 집안일에만 매진하는 것도 모자라 수다 타임조차 아깝다 생각한다니.. 일상이 나와 달라도 한참 다른, 말 그대로 모범 주부 같은 그녀가 아니었는가.

갑자기 우리 신랑에게 미안해지네.




아뭏든 그녀의 이런 나름 헌신적인 내조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늘 그녀의 이야기를 툭 잘라 먹는다. 제대로 듣지를 않고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것이다.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꽤나 공을 들였던 남편이건만 이미 자신의 아내가 되고 나자, 아내에게 공을 쏟는건 이제 좀 지나친(대부분의 신랑들이 다 그렇겠지만) 그런 단계이다. 하지만, 하루종일 남편만 기다리고, 자신의 모든 일과를 세세히 보고하는 그런 아내의 이야기를 대부분 흘려 듣는다는 것은 이야기하는 쪽을 상당히 지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나도 신혼 때 혼자 집에만 있는게 너무너무 심심해서 하루종일 있었던 이야기며, 하다못해 인터넷이나 티브이에서 본 이야기까지도 모두 기억해뒀다가 신랑이 퇴근하면 옆에서 종알종알, 그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나중엔 신랑이 "잠 좀 자자~" 고 말할 정도까지 되었었다. 입에 거미줄 쳐지는 양, 어찌나 심심했는지.. 미야코는 그런 수준을 넘어서서 그냥 이야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보고의 단계이다. 스스로 생전 보고 못해 죽은 귀신이 씌였나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얼마나 시시콜콜히 보고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처음에 그녀는 몰랐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미국인 존스씨와의 일상 이야기조차 스스럼없이 다 보고를 한다. 심지어 그와 대중 목욕탕 (물론 남녀 각각 들어가는 탕)에 간 신기한 경험, 그러나 외간남자와의 대중 목욕탕이라니 보통 남편이 들으면 경악했을, 까지도 들려주지만, 남편은 그 역이 제대로 생각을 못하고 그냥 흘려듣고 말았다.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만 듣고 기억하기에 참으로 유리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이기적이기도 하였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청결한 미야코씨와 존스씨의 필드워크를 통한 세상 바라보기가 흥미로웠다.

그저 집 주변, 가까운 동네를 산책한 것 뿐인데 미야코씨는 마치 여행이라도 떠난 듯 가벼운 흥분마저 느낀다. 누구와의 동행인가, 어떤 이야기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벼운 동네 산책조차 여행처럼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분 알 것 같았다. 존스씨처럼 사물을 흥미로이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은 없었지만 아이와 자주 산책을 나가다보면, 사실 별거 아닌 그런 장소인데도 특별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들이 있었다. 멀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상을 여행이라 생각하고 즐겨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나 유모차를 밀거나 아이를 업고 혹은 아이 손을 붙잡고 근처를 산책하는 엄마들이라면 그런 느낌을 아이와 주고 받으면 더욱 행복할 것 같았다.



새장 안의 작은 새였던 미야코씨.

결혼 전에 남자 경험도 있었지만 결혼 후에는 오로지 남편만 바라보며 그 이외의 세상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그녀가 존스씨로 인해 세상 밖에 나와버리고 말았다.



불륜은 분명 불륜이다.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는 그 위험한 불륜을 남편의 무관심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공감가게 만들어놨다.



결혼이란 분명 한 남자만 바라보고 평생 이 사람과의 행복을 꿈꾸며 사는 설렘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사랑의 첫 시작만큼 달콤한 것이 없기에 이미 그 단계를 지나버린 결혼의 길고 긴 몇십년의 생활에 사랑의 설레임을 계속 더해가며 살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서로 정을 더하고, 신뢰를 더해주는 그런 단계가 더해져야 결혼이 굳이 사랑의 연속이 아니더라도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데..

불안불안했던 미야코씨를 끌어내버린 빈 틈이 신랑에게 존재했기에 그 빈 틈을 존스씨가 잡아버린 느낌이었다.



에쿠니 가오리는 위태로운 이야기를 써도 에쿠니 가오리구나.

어쩌면 그녀의 문체는 늘 이다지도 나를 사로잡을까.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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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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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이미 너무나 멋진 여성, 정유선 교수님의 책이었다.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저자분처럼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았던가 싶어, 욕심만 앞섰을뿐 노력을 게을리한 사람이라 먼저 부끄러워졌다.

 

읽으면서 첫 시작도 놀라웠지만, 아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느 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 뺨 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나 역시 아기엄마가 되고 나니, 좋은 딸은 못 되었을 지언정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바램만은 가득한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일까.

 

정유선님은 조지 메이슨 대학 교수이자, 최고 교수로 뽑히는 영예를 안으신 분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인 저자분은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신생아 황달로 인한 '뇌성마비'로 이후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한국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서양의 시선에 비해 훨씬 더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릉도 트위스트를 부르던 이 시스터즈의 멤버였던 엄마,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멋쟁이 건설 사업가의 고명딸로 (오빠와 남동생이 있다.) 너무나 사랑받을 그 위치에서, 뇌성마비로 인해 꺾여야 할 딸의 아픔에 엄마도 아빠도 늘 힘에 부치셨을텐데도 더욱 그 딸에게 정성을 쏟았다. 감추려하지않고 늘 아이를 내세워 다녔으며, 아버지는 그 딸에게 너는 공부를 잘하니 커서 교수가 되어라~ 하고 인정해주었다. 공부를 잘해야 세상에 당당하게 설수있다는 믿음대로, 또 부모님에게 인정을 받고 위안이 되어드리려면 내가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저자분은 정말 남들의 몇배의 노력으로 공부에 심취하고, 그 공부에 또 빠져들었다.

 

친구들을 잘 만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처음의 모습을 보고 놀리거나 외면하기 일쑤였다. 남자아이도 아닌 여학생들이 그렇게 잔인하게 놀리고 다른 사람의 장애를 희롱할 수 있다는게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몸의 장애는 없어도 마음의 장애는 있는 그런 이들이 많았기에 타인의 약점을 잡아 그렇게 괴롭혔던 것은 아닐런지..

 

그렇게 노력해도, 한국에서의 대학 입시에서는 모두 실패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 곳에서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친구들을 사귀어야했고, 어려운 공부를 해야만했지만, 정말 죽고 싶었던 그런 시기들을 거쳐, 대학에 합격하고, 교수님의 인정을 받아 대학 교수로 남게까지 되었다.

 

 

 

사랑하는 두 아이를 두고 있고, 그 아이들은 또 많은 이들이 어쩜 이렇게 똑똑하게 키웠냐는 소리를 들을 미국내에서도 최상위권의 학교를 우수하게 다니고 있다한다. 엄마가 교수이긴 하지만, 또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려 하지만 남들의 몇배의 노력으로 강의준비를 해야하고, 매사 모든 일을 철저한 준비과정 끝에 진행해야하기에 아이들에게 쏟을 정성과 관심이 그만큼 부족했을텐데도 아이들은 너무나 바르게 잘 자라주었다.

 

결과는 너무나 좋다. 엄마의 장애에 대해 알게 되었어도 (아이는 몰랐다한다. 다만 자라면서 조금씩 우리 엄마에게 이상이있음을 알고 엄마에게 물어본 후, 엄마는 고민을 하다 대답한다. 아이는 엄마의 머리가 아파진 병이 생선 많이 먹어 낫기만을 바래는 순진무구하고도 아름다운 아이였다. 게다가, 친구들 앞에서도 부끄러워하지않는다 오히려 더 큰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자랑스러워하였다. 그런 아이의 멋진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이는 엄마가 아플까 걱정했을뿐, 부끄러워하긴 커녕 오히려 장애를 딛고 우뚝 선, 엄마를 자랑스러워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저자분 어머님의 억장이 무너지고, 저자분 또한 죽고 싶다 되뇌고 되뇌일 정도로 힘든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각각의 개인 사정으로 힘든 경험을 모두 해보았다. 아니 지금도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하다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자기에게 주어진 건강한 몸, 그 하나가 얼마나 위대하고 누군가는 간절히 바랬을 그것인지를...잃기 전까지는 미처 깨닫지를 못한다.

 

힘들다 짜증난다 되는 일이 없다고 자조하기 전에 그 전에 나는 얼마나 힘들여 고생을 해보고 노력을 해봤는지 되돌아봐야겠다 싶었다.

저자의 지금의 위치와 상황을 마냥 부러워하기보다, 그녀가 행운아다 생각하는 착각을 하기보다..

그녀가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를 그 과정을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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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검색하는 365 매일 밥상
이혜영 지음 / 나무수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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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에 관심이 많아 소장한 책만 수십권이 되는 요즘이지만 매번 뭐해먹을까 하고 찾아보려면 찾는데만 시간이 걸리고, 제대로 성공적인 메뉴 완성되기도 어렵고 해서, 많은 요리책이 성공적인 요리의 대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한권이라도 제대로 된 요리책 한권 골라서, 거기 나온 메뉴를 꾸준히 만들어만 올려도 밥상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지요.

요즘 요리책들이 참 다양하게 종류별로 잘 구분되어 나오는건 좋은데, 취지에 맞게끔 활용도가 높은가 하면 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메뉴가 성공적인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이면서, 다양하게 제철 재료로 구색을 갖춰 요리할 수 있게 하는, (참 까다로운 저만의 조건이었던게 일상적인 반찬을 포함하면서도 색다른 무언가를 맛볼 수 있는 그런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책으로) 책을 한 권 골라 주구장창 그 책을 파고 들어 따라해보고 싶었답니다. 아, 그런 책을 드디어 한권 만났네요.



요안나님의 요리책, 이 책 전에 나온 요리책으로 꽤 오래 활용 잘했었는데, 이 책이 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라 찾고 싶었던 메뉴도 더 많았고, 새로운 요리, 그리고 조리법과 재료 준비 등등 참고할 게 많아 더욱 유용한 책이었어요.

요리책은 보기 좋은 사진, 재미있는 글발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따라 만들기 쉽고 만든 작품이 맛있어야 제일 최고의 책인거거든요.

요 책 제가 오랜만에 그렇게 인정하고픈 책이었습니다.




주부들의 가장 큰 고민인 매일 밥상을 어떻게 차릴까에 대한 대답으로 우선 각 월마다 구입하기 좋은 제철 식재료를 소개하고, 그 재료를 바탕으로 요리를 하는데, 각 주별로 나뉘어 레시피가 나와있어요. 저처럼 어린 아기가 있는 집에서 활용하기 좋을 유아들이 좋아할 반찬, 어른들이 좋아할 반찬들이 고루 섞여 있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점도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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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봐온 재료들, 엄마들은 버리지 않고 정말 남김없이 모두 다 잘 활용하시는데, 아직 아이가 없거나, 있어도 어려서 많이 못 먹는 집 등등은 아무래도 장봐온 식재료들을 잊지않고 끝까지 다 활용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한번 구입한 시금치 한 단, 오이 한 묶음 등을 모조리 맛있게 활용해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식단표를 짜면서, 또 사 온 재료들을 어떻게 손질해 보관하면 (저도 가장 안심하는 보관법이 냉동법이었는데, 고기나 어패류 등을 뭉텅이로 얼려버리면 조리할때 녹여서 필요한 만큼 꺼내 쓰기가 더더욱 불편했어요.)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지 등의 비법이 돋보이는 책이었지요. 요리책에 관심이 많아서 냉동요리법에 관한 책만 두권을 갖고 보고 있는 저인데, 요리책 한권에 재료 손질서부터 냉동 보관법 등에 대해 알차게 실어 있는 이 책이 있으면 따로 냉동요리법은 구매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아, 그리고 건망증이 유독 심해서 식재료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음식도 만들어놓고 며칠만에 쉬거나 해서 속상했던 경험, 많이들 해보시지 않으셨을까 (전 많이 경험하고 있어서요.) 싶은데, 직접 만든 다양한 양념장이나 소스, 잼류 등이 특히나 병 위에 곰팡이가 피면, 아이 엄마다 보니 놀라는 마음에 절대 그 제품을 먹지 못하고 버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 곰팡이 부분만 덜어내고 다시 밀봉해서 먹으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네요.




아, 또 맨 끝부분에 장보기 노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오늘 뭐해먹지? 하고 대충 메뉴를 정해놓고 막상 장보러 가면 메모한걸 두고 와서. 사야할걸 잊고 가는 경험. 아기 낳고서 아이큐가 반으로 뚝 떨어진 저는 정말 자주 하는 실수인데. 저같은 사람을 위한 장보기 노트는.. 장볼 재료들만 따로 카드 형식으로 만들어놔서, 그것만 오려 챙겨갖고 가면 유용하게 활용할수 있겠더라구요.

요리책을 여러권 내보신 요리전문 파워블로거 님이시라 사실 책 만드는 정성과 관심이 남다르다고 생각한게 여기에 있었어요.

매일 신랑에게 전화걸어서 오늘 뭐 먹을까? 고민하던 식단 고민 주부, 이제 요안나님이 직접 짜주신 288가지의 다양한 레시피로 매일매일의 식단을 즐거이 마련할 수 있겠더라구요.

엄마들이 궁금할 사소한 것들서부터 중요히 알아두면 좋을 것들까지 두루두루 세심하게 배려해놓은 부분들이 감사하게 여겨졌지요.




요리를 할때 유달리 잘 찾아보게 되는, 색다른 별미들이 있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겨울에 꼭 굴이 들어가는 순두부 찌개나 국밥, 전 등의 굴 요리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은근히 이 메뉴들이 사먹긴 편한데 조리법이 잘 나와있는 책이 없더라구요 모아있기는 커녕 한두개 나와있으면 다행인터라, 어떤 책이었지? 하고서 굴국밥 한번 하면서 온 책을 다 뒤엎어 찾아보기 일쑤였답니다.



오, 이 책에는 제가 찾던 바로 그 굴순두부찌개, 굴국밥, 매생이 굴국, 굴전 등등 굴로 만드는 너무나 맛있는 요리들이 모두 다 수록되어 있어 절 반갑게 만들어주었어요.






한번 만들어두면 아이 반찬하기에도 좋고, 식구들 입맛없을때 후라이 하나만 해서, 비빔밥 만들어먹어도 좋을 삼색 나물 시리즈도 반가웠구요. 미나리 초무침, 상추 겉절이, 매실장아찌, 오이 물김치 등 입맛 깔끔하게 해줄 반찬들도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요리초보들이 눈여겨보는 재료의 정확한 분량, 그리고 하나하나의 작은 요리 과정 사진들과 과정에서의 팁 등도 잊지 않고 보기 편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요리책 많이 보신 분들 잘 아시겠지만, 눈에 잘 들어오는 보기 편한 요리책들이 있어요.) 그 계절에 원하는 페이지를 딱 펼쳐서 조리하기 쉽게 되어있었답니다. 매주 2~3가지 제철 재료로 알뜰하게 구입한 재료를 모두 다 활용할 수 있는 서너개의 레시피들이 참 고마운 그런 요리책이었지요.




우리집 식구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음, 아직 어린 아기말고, 저랑 신랑이 특히 좋아하는 해물짬뽕 같은 경우에도 파는 곳은 이렇게 푸짐하지 않을 것 같은데 너무나 칼칼하고, 푸짐해보이는 짬뽕 한그릇이 보는 내내 입에 침이 고이게 해주었네요.




꼬막좋아하는 우리 신랑을 위해 껍질째 사서 꼬막찜을 해주면 좋을텐데 껍질까는게 귀찮은 저는 꼬막살을 세일할때 사다가 얼려두었어요.

그걸로 지난번에 무침해준적 있었는데 이 책에 보니 꼬막살을 데쳐서 채소와 양념장을 넣고 비벼먹는 꼬막 비빔밥이 다 있네요. 요거 쫄깃쫄깃한 꼬막 살이 씹혀서 너무나 맛있을 밥이 될 것 같아요. 아이와 어르신들이 잡숫기에도 좋을 메뉴라 하네요




7~8월은 너무너무 더워서 기가 허해지는 계절이기도 해요.

7월에는 장어를 활용해서 신랑의 원기를 북돋워주고 8월 추천메뉴로는 전복과 닭 등을 이용한 전복죽, 전복 삼계탕 등이 소개되었네요.

복날 즈음해서 삼계탕 한번 안먹으면 너무나 서운타하는 저는 집에서 삼계탕 만들어본건 손으로 꼽아요. 작년에 한두번 만들어봤나 싶네요. 올해 보니 드디어 울 아들도 삼계탕을 잘 먹기 시작했는데, 요안나님 레시피를 갖고 만들면 전복 삼계탕도 어려운 일이 아닐것같네요. 내일이 초복이라는데 내일은 놀러가니 못해먹고, 중복과 말복에 도전해봐야겠어요 (복날 식당가는 미어터집니다. 집에서 해먹어야해요.)


오이냉국



7월 지금의 제철 식재료로 가지, 장어, 시금치, 갈치, 아욱, 열무, 고구마가 소개되었어요.

전 우선 오이를 갖다가 오이볶음을 만들어 아이와 먹었구요.

남은 오이로는 멸치 다시마 육수를 우려서 오이냉국을 만들어먹었지요. 한번 사면 한두개 못사고 꼭 4~5개씩 사게 되는 재료를 남김없이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무척 유용했답니다


카레 갈치구이



냉동고에 넣어둔 갈치를 꺼내서 카레가루를 묻혀 색다르게 구워도 봤구요

더운 무더위가 이어지다가도 갑자기 스콜처럼 쏟아지는 비를 보면, 또 뜨끈한 국물이나 밀가루 요리가 생각나는지라 요안나님 레시피를 찾아 바지락 칼국수도 맛있게 해먹었답니다.



시금치 한단, 가지 몇개도 사왔는데, 책에 나온 시금치 나물, 시금치 샐러드, 그리고 시금치 달걀말이를 만들고, 가지로는 가지찜, 가지 토마토 냉국 등을 만들면 역시 오이처럼 남기는 재료없이 모두 알뜰히 다 먹어치울 것 같아요. 그동안은 요리하나 해놓고 나서 남은 재료는 뭐해먹지? 하고 다른 조리법 찾다가 시간 다 보내고 했는데 요 책은 정말 여러모로 알찬 책이었답니다.



전 요리책을 활용할때 해보고 맛있으면 계속 활용해보고, 해보고 맛이 안나면 그 책은 밀어두게 되더라구요.

요 책은 하는 족족 신랑과 아들 모두 맛있다 해주니 설거지감이 쌓여도 기분좋게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여러권 사기도 귀찮다. 매일 우리집 식단 누가 대신 짜줬으면 좋겠다. 장봐온 재료 자꾸 남겨서 버리는게 아깝다.

이러신 분들께 추천드리고픈 "제대로 된 요리책" <365 매일 밥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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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1-04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