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고 유럽 (2014~2015 최신개정판) - 자유여행자를 위한 map&photo 가이드북 저스트 고 Just go 해외편 26
최철호 글 사진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째 제주도만 다니다가, 올 여름에는 꼭 해외여행을 가겠노라 노래부르던 여동생이 애초에 계획했던 터키가 아닌 서유럽으로 다시 방향 전환을 하였다. 동생은 이미 한 번 다녀온 서유럽이었지만 다시 가도 좋을 정도로 늘 또 한번 다녀와야지 결심했었다 한다. 예전엔 친구와 이번에는 후배와 여행계획을 세운 동생. 두번째 여행이라 그런지 이번 행선지는 너무 많은 나라를 담지 않고 프랑스(파리), 스위스, 독일 등 세 나라만 여행을 하고 오기로 계획하였다.


몇년전 유럽 여행 책자를 주니, 아무래도 최신 정보 업뎃이 안되어있을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새로운 저스트고 유럽을 얻게 되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동생에게 선물해줄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였다.
사실 정작 나는 유럽을 가본 적이 없어서 늘상 마음 뿐이지만, 한번도 못 가볼 것 같은 나라들과 달리 유럽은 그래도 일생에 몇번은 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아직 아이가 어려서 장거리 비행을 시도하지 못했을뿐) 유럽 여행은 늘 동경을 담아 책을 보고, 에세이를 읽고 등등을 해왔다. 올여름 딱 휴가철에 이런 여행서를 보다보니 마음은 저절로 두둥실, 유럽이건 어디건 여행지를 향해 있고..
진짜 여행을 가야하는 여동생은 처음 한동안은 항공권이다 숙소다 정신없더니만 지금은 정작 학교 행정업무 처리하느라 어쩌면 여행 직전까지도 거의 계획을 못 세우고 가이드북 하나 딸랑 들고 다녀올 판국이라 하였다.

꽤나 두툼해보이는 이 책이지만 사실 유럽의 9개국 50여개 도시의 정보가 수록된 점을 생각해보면 압축 압축을 해서 정말 핵심 정보만 추린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들고 다니기 편하게 미니 가이드북을 따로 수록해서 도시별 상세지도와 교통정보, 인기명소 정보 등을 담아놓은 점이 가이드북을 들고 가서도 여행지에서는 차마 무거워 꺼내볼 수 없는 여행객들을 충분히 배려해준 장치였다.



또한 앞 부분은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또 책을 분책할 수 있게 나누어 뒷 부분에는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나누어 놓았는데 동생처럼 프랑스, 스위스, 독일만 다녀오는 경우에는 이 책을 분책해서 앞 권만 들고 가면 될 수 있게 해놓았다. 정말 딱 좋은 무게가 될 성 싶었다.


유럽처럼 볼 거리가 많은 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관광을 할 것이냐, 자유여행의 경우 자기가 좋아하는 관점에 초점을 맞춰 여행을 할것이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가이드북과 웹 정보 등을 통해서 자신의 구미에 맞는 일정을 짜면 된다.
나처럼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학습적으로 도움이 될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부터 역사책에 등장하는 세계적인 유적지 등을 두루 섭렵하고 오면 교육적일테고, 젊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최첨단 유행을 달리는 쇼핑이라거나 맛집 탐방, 너무나 아름다운 성 관람 등을 해봐도 좋을 듯 하였다. 취향 차이에 따라 성지 순례 등을 계획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고 말이다.



유럽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나라들이 인접해 있어서 멀리 비행기를 타고 가서, 시간만 넉넉하다면 여러 나라, 여러 도시들을 알차게 둘러보고 올 일정을 짤 수도 있다.
막막하다면 이렇게 잘 짜여진 유럽 가이드북 한 두권을 마련해서 책에서 짜주는 일정을 참고해서 살을 붙여나가면 될 것이다.
장거리 비행이라 최대한 많이 뽑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4~9개국을 15일~29일에 걸쳐 둘러보는 코스들이 소개되어 있고, 기차를 이용하거나 저가항공을 이용한 9개국 35일 코스로 유럽 배낭여행 한달짜리 코스를 짜는데 도움을 얻으면 좋을 것이다.
동생처럼 2~3개국을 여유로이 둘러보는 8~10일 코스도 있고 (동생네는 거의 2주 코스라 들었다.) 1개국만 집중적으로 7~10일 정도 둘러보는 코스도 있었다. 이 다양한 코스와 일정 중에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살 붙이기를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세계 명작 동화 등을 접하기 시작한 아이가 "궁전"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보이고 있는데 지방에 살다보니 하다못해 (디즈니랜드는 커녕) 잠실 롯데월드 성도 보여준적이 없는 터라, 언제고 유럽에 가서 제대로된 성, 궁전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정말 디즈니랜드 등의 모형 성이 아닌 진짜 성을 보여주리라. 유럽에 가서 그 멋지다는 (사실은 식민통치 시절에 다른 나라에서 긁어모았을) 대단한 소장력을 과시하는 박물관 탐방도 물론 하겠지만, 조금 번거롭더라도 유럽의 고성 등을 꼭 둘러보고 아이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지금 봐야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많이 어려서 도저히 장거리 비행에 도전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 나이에도 데리고 다녀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유럽여행은 우선 여러나라를 돌아보기에 출국과 귀국 공항이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은 한나라 여행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in-out을 다르게 잡는다. 코스 선택에는 그런 것까지 적당히 안배가 되어있으니 초보자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가이드북의 도움을 받아 꼼꼼히 일정을 세워보길 바란다.

유럽이지만 유로를 쓰지 않고 파운드를 사용하는 영국은 물가가 워낙 비싸 숙박료도 부담스러우니 체인호텔이나 한인민박, 유스호스텔 등을 이용하라는 조언도 눈에 띈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b&b에 묶는 일들도 늘고 있다 한다. 런던의 경우 공항 개수만 해도 다섯개라니 우리나라럼 한 도시에 하나의 공항이 있는 경우와 많이 다른 경우였다.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자세한 소개책자이다 보니 시내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승차권 구입에 대한 여러 팁이나 다양한 교통 수단 소개와 활용법 등이 눈에 띄었다.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여행이다보면 정말 세세한 설명등이 간절히 궁금할때가많은데 이 책 하나만 있어도 꽤 유용히 활용을 할 것 같았다.





파리의 경우에도 관광에 필수인 교통 수단으로써의 승차권을 다양하게 할인받아 살수있는 방법등이 먼저 눈에 띄었다.
다녀오지 않았어도 하도 들어서 귀에 박힌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몽파르나스 타워,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 등이 눈에 띄었다.

사실 요즘 아주 인기를 끌었던 꽃보다 할배에서 노년의 베테랑 연기자분들이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나 또한 유럽 여행을 가고픈 마음에 더욱 설레었는지 모른다.
특히나 1편에서 그분들이 "물랭루주"는 꼭 가봐야지? 했을 적에, 연예인 분들이라 그런가, 내가 가보고 싶다 생각한 곳과 참 다르다 생각을 했는데..물랭루주는 툴루즈 로트렉이 화폭에 담아내 유명해진 곳으로 캉캉춤은 이제 다른 곳에서도 볼수있는 것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는 곳이겠다 생각이 들었다. 음, 그래도 나로썬 꼭 가봐야겠다 싶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할배들의 이야길 들으면서 우와 이런 곳도 있구나 싶은 그런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샘솟았다.

동생이 파리를 다녀올거라니 뭐 사다줄까? 했을 적에는 사실 조카 옷이 가벼우면 그거나 하나 사다줘 했지만, 파리에 약국 화장품이 유명하대서 그런데도 욕심이 나긴 하였다. 쇼핑으로 유명한 파리다보니 추천 쇼핑의 샵 코너도 주목할만하였다.
한국인들에게 아주 인기있다는 몽주 약국은 한국인 담당 직원이 있을 정도라 하였다. 포숑은 빵, 과자, 와인, 잼 등을 사가기 좋은 곳이고, 라 발레 빌라주 아울렛은 1992년 오픈한 럭셔리 아울렛으로 샤넬, 디오르, 루이비통 등이 없어 아쉽지만 (이건 반전이군) 그 밖의 여러 종류의 패션 상품등을 쇼핑하기 좋은 곳이라 하였다. 근처에 디즈니랜드가 있다니 아이와 가보기에도 좋을 일정이 될 것 같았다.
파리지앵 스타일 생활용품이 궁금한 사람들은 라 세즈 롱그를 가보면 좋고, 미식으로 알려진 프랑스다보니 백화점 식품매장이나 슈퍼마켓에 가도 질좋고 다양한 각종 식재료를 저렴히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로컬 슈퍼마켓 쇼핑을 즐기는 내게도 좋은 정보가 되어주었다.

다른 곳에서는 음식 가격을 아낄지라도 미식의 제일로 알려진 파리에서는 지갑을 여미기만 할게 아니라 맛있는 곳을 찾아 다니며 그 유명한 맛을 직접 체험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100년 이상된 레스토랑, 미슐랭 쓰리 스타 이상을 받은 곳,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 구미에 맞는 곳을 잘 찾아 자기만의 미식 지도를 그려봐도 좋을 것이다.

프랑스에 대해서는 지하철 파업 등으로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신랑조차도 스위스는 꼭 다시 가보고 싶어, 라고 말을 하여 스위스는 나도 정말 꼭 가보고 싶은 나라중 하나였다. 동생 역시 두번째 유럽 일정에도 스위스를 넣었는데, 물가가 비싸도 너무 비싸서 (프랑스, 런던도 비싸지만 스위스에 비할 바가 아니란다. 북유럽도 정말 비싸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거긴 가보지도 알아보지도 않아서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다.) 숙소 예약만 해도 다른 곳의 거의 두배 이상의 비용을 들여 예약했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렇다고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고, 다만 그냥 둘이서 편안히 잠잘만한 곳 하나 찾기가 그렇게 어렵단다. (물론 돈만 많이 들이면야 큰 고민이 없겠지만)




아무리 비싼 물가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궁극의 절경들, 스위스에 가면 그 멋진 절경 들을 눈 속에 사진 속에 가득 담아와야 할 것 같았다.
비싸서 일정도 짧게 짜는 스위스라지만, 알차게 둘러볼 방법들이 소개되었으니 유레일패스(스위스패스)의 보너스 혜택인 각종 박물관 무료 이용, 등반열차 할인, 민박이나 유스호스텔 숙박, 슈퍼마켓 적극 활용, 튼튼한 다리 적극 활용 등을 이용하면 스위스 여행이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라니.. 다리가 좀 튼튼할때 놀러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도 그렇지만 유럽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여행하려면 장거리비행과 많은 비용 지출, 그리고 긴 시간 등이 필요해 많이 망설여지게 되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70대의 꽃보다 할배 팀원 분들도 (젊은 가이드가 동행하긴했지만) 즐거이 여행다녀올 수 있었던 점, 특히나 다녀와서 행복해하시는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더 늦기전에 나도 유럽에 다녀와야겠단 마음이 마구 샘솟고 있는 중이다.
이 핑계 저 핑계 미루지 말고, 아이가 장거리 비행 가능할만큼 자라고, 보고 들은 것을 더욱 명확히 기억할 수 있을때가 되면 아이와 그렇게 훌쩍 떠나고픈 유럽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정일이 죽었다. 2011년12월 19일 정오. 로 시작한 프롤로그는

김일성이 죽었다. 1994년 7월 9일 정오 북한의 조선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김일성 주석이 7월 8일 새벽 2시 사망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라는 본문의 시작과 맞물린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분단 상태의 우리나라에게는 대대적인 사건이었을 이 두가지 사건의 시간대를 활용해서, 현재에서 과거로 훅~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이야기는 김정일, 김일성 등과 큰 관련이 없다. 다만, 그때 그 시절의 뉴스기사를 공감했던 때로 이야기를 되돌리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나 또한 주인공들과 비슷한 연배여서, 김일성이 죽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정말 갑자기 전쟁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과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는 할까 싶은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줄곧 셋이서만 섬처럼 어울렸던 친구들.

얼마전에 읽은 시게마츠 기요시의 "친구가 되기 5분전"이라는 책이 동시에 생각이 났다.

구성은 다르지만, 그 책에서도 다른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단 둘이서 단짝처럼 지낸 소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의 세 친구는 소녀 둘, 소년 하나였다.

 

세미는 다단계 다이아몬드까지 올랐다가 사기혐의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엄마는 미국으로 도피를 하고, 부잣집아들이었던 아빠는 딸을 친가에 데려다 놓은 후 나몰라라 한채 도망가버렸다. 사랑을 받지도 못하는 감옥같은 친가에서 그나마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철없는 부잣집 막내딸이었던 고모 한 명 뿐이었다. 고모만이 유일한 숨통같은 것이었달까.

 

준모는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병 증세가 시작되면 의도하지 않은 욕설들이 입에서 튀어나오고,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준모에게 그런 증세가 시작된 계기가 참으로 무서웠다. 멀쩡했던 아이가 보이스카웃 캠프에 참여했다가 나쁜 형들의 성적인 장난으로 인해 지나친 수치심과 두려움을 안게 되었고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그 사건이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였기때문이었다. (요즘 세상은 정말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그를 자연스레 멀리 하게 되었고, 준모의 악화되어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온 세미와 지혜만이 준모가 뚜렛 증후군 때문이라며 대신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고 그렇게 준모를 지켜주게 되었다.

 

지혜는 숨어 지내길 간절히 지내는 타입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잘 나가는 교수 부부였지만 너무나 비상한 머리를 타고 태어난 지혜는 한번 본 것은 정확히 날짜와 시간, 그리고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다 기억하는 기억력을 갖고 있음에도 주목 받기 싫어서 일부러 시험 문제를 틀리기 위해 노력하는 (절대 주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자신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 싶은) 타입의 소녀였다. 다른 사람들은 지혜가 말수가 없는 아이로 알고 있으나 세미와 준모 앞에서만 청산유수와 같은 언변을 늘어놓으며 수다를 떨곤 하였다.

 

이 셋을 엮어놓은 주된 아이는 세미였다. 세미는 사실 자기 자신의 가정사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할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자기 복잡한 이야기를 다 털어놓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울기 좋아하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란 철부지 아버지와 순진함이 지나쳐 사기와는 도통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엄마 사이에서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 세미.

 

세 아이의 성장 소설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서로의 시선에서 조금씩 빗겨가는 안타까움을 안고, 그렇게 제대로 표현해보지도 못한 채 흘러나왔다.

 

자신의 증세가 시작되어 정신없이 욕설을 내뱉어도 그게 욕인지 못알아듣게, 새로운 곳에 가서 살고 싶다던 준모

세미 못지않게 준모의 그 상황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넌 어디로 가는거야?"

내가 준모에게 물었다.

"덴마크, 일단은. xx (본문상의 욕설은 이하 x로 생략한다.)

덴마크.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의 나라. 내가 아는건 그게 거의 전부였다.

"왜 하필?"

"공주때문에. x같아."

그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인어공주?"

준모가 어이없다는 듯 커다랗게 웃었다.

그게 아니라 덴마크는 입헌 군주국인데 공주가 무척 예쁘다고 했다. 217p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했던 그 모든 시간.

그리고 안녕, 내 모든 것이라 말한 것은 그 소중했던 셋만의 그 시간들에 대한 안녕을 고한 말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보고 싶었고 그리웠을 친구들,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얼마전 읽은 <64>가 내겐 최초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요코야마 히데오 최고의 출세작이라 손꼽히는 문예 춘추 걸작 미스터리 1위, 일본 서점대상 2위 수상작. 클라이머즈 하이.

이 작품 역시 64처럼의 가벼운 소재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사건을 다룬 묵직한 느낌이 듦과 동시에 정말 그 두께에 불과하고 쉽사리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에 매료가 되었다.

 

64에서 경찰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이번 클라이머즈 하이는 한 지방 신문사의 기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작가본인이 12년간 실제 기자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서, 64와 이 작품 모두에 기자생활의 팽팽한 긴장감이 잘 담겨져 있었다.

 

1985년 실제 일어난 JAL123편의 추락사고, 그 사건을 다루게 된 한 지역 신문사 내의 기자들의 반응과 암투,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었다.

 

이미 동기들은 다들 승진을 하고 있는 때에 데스크 승진을 거부하며, 일선에서 일하는 신문 기자가 있었다. 유키라는 이름의 그는 젊은 신입 기자들에게는 다소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본인 스스로는 과거에 후배 기자에게 제대로 취재를 요구했다가 뛰쳐 달려간 그가 교통사고로 죽게 되자 트라우마가 생겨 후배 기자와 같이 일을 하지 않고 홀로 일을 하는 독자노선을 고집하게 된 것뿐이었다.

기자로서의 로망, 현업에 있다는 것 등등도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일이었겠지만 우선은, 당장은 홀로 일하는 것이 편했다.

 

편모 슬하에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유키는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역시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 준이 태어나자 최고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없었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스스로 아들의 눈치를 보고, 사랑은 넘쳤으나 절제할 줄 모르는 방식으로 아들을 대해, 결국 아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지고 말았다. 그토록 바랬던 부자의 관계였건만, 그는 가족 관계에서도 실패한 아버지였다. 그런 그가 일에 몰두하고픈 지방 신문사에서도 사실 성실만을 무기로 일하는 데에는 다소간의 한계가 있었다. 이때 사내에 괴짜같았던 한 동료가 그에게 산행을 제안하고,안자이와의 산행을 자신도 모르게 즐기기 시작하였다. 다만 안자이가 이번에 오르자 한 산은 아무나 오르기 힘든 쓰이타테이와라는 산이었다. 군마현 경계에 솟은 일대 산중 가장 험한 암벽 봉우리로 1966년까지 무려 4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이었다. 이 산은 지금까지도 800명에 가까운 등반가를 죽음으로 내몬, 말 그대로 악마의 산이라 하였다.

 

안자이와 다음날 그 악마의 산에 오르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갑작스레 JAL기의 군마 현내의 추락사건이 터지고, 신문사에서는 과거의 명예를 뒤엎을 특종의 데스크로 유키를 지목하였다. 유키는 사건의 데스크가 되어 진두에 나서게 되고, 자연히 안자이와의 등산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가 특종 기사에 목매는 사이, 안자이는 산에 오르기도 전에 밤중의 약속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발견되고, 그의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는 여러 의문점이 들었다.

 

또한 사건의 메인을 담당하는 유키라고는 하나, 윗선의 여러 압력들로 인해 자유로이 원하는 기사를 탑에 실을 수도, 지시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간다. 긴박한 상황이고, 사활을 걸고 취재해온 생생한 르포를 싣지 못한채 과거의 영예 속에 살아가려는 선배들의 더러운 암투에 그대로 가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 또한 그 영예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었으나 그는 현실을 다시 직시하려 한다. 꿰뚫고 판단하려 한다. 물론 그의 판단과 감이 인간의 것이기에 운이 좋은 쪽으로만 술술 풀리는 (많은 소설들이 그렇듯, 운과 우연을 가장한 행운의 연속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그런 부분을 놓치고 통탄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굽힘없는 강직한 그의 모습은 정말 멋진 모습이었다.

 

올곧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진정한 키팅 선생을 보는 그런 느낌을 받았달까.

원래 묵직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을 두권 읽고 나니, 이런 사회파 소설도 괜찮다, 나도 읽을만한 책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unge’s ILLUSTRATION POSTCARD BOOK -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 북 munge’s INTERIOR ITEM BOOK series 3
munge(박상희)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함께 한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북입니다.

엽서외에 다양한 일러스트 시리즈를 한번에 내놓으셨죠. 페이퍼북과 포스터 북도 함께요.

다른 제품들도 다 너무나 탐났지만, 사실 전 손재주가 다양하질 못해서 다양하게 활용하기도 좋으면서, 손쉽게 편지 쓰기에 좋은 엽서북이 제게 적격이라 생각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100장의 엽서들이 하나하나 다 쏙쏙 마음에 들어요.

게다가 주된 주제가 커피라서, 커피를 늘 사랑하는 저와 너무나 잘 맞는 엽서였지요.

커피향이 생생히 살아나는 멋진 일러스트 엽서북이었답니다.



커피가 주된 주제라 카페, 혹은 커피 머신, 커피 내리는 도구 등을 다양하게 일러스트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토이 카메라에 대한 것도 있더라구요.

하나하나 너무 멋스럽고 예뻐서 보는 내내 무척이나 흡족했답니다.






엽서의 재질도 꽤 빳빳한 재질이라 일반 가느다란 도화지 엽서보다는 확실히 힘이 있어요.

세워서 잡아도 잘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요.




예전에 그림으로 집을 예쁘게 인테리어 도구 삼아 꾸미는 그런 책을 읽었었는데요.

예쁜 엽서나 잡지에서 오린 그림, 사진 등으로도 간단히 집의 느낌을 확 다르게 바꿔줄수 있더라구요

액자에 걸어넣어도 멋스럽고, 그냥 멋지게 벽에 이런 저런 느낌을 살려 붙여도 넘넘 예뻤어요.

그 책에서도 그렇게 활용하라며 준 멋진 사진, 그림 엽서들이 부록으로 들어있었는데.. 이 엽서북을 보니 그 책의 그런 상황과 내용들이 떠올랐어요.




신혼 부부들 집이나 서재의 나만의 공간, 혹은 부엌 냉장고 앞의 밋밋한 곳, 혹은 자취방에 포인트를 주기 등등, 엽서를 활용해서 꾸밀 공간은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바닥에 이렇게 저렇게만 깔아놔도 너무너무 예쁘더라구요.








정말 벽에다가 이렇게 저렇게 예쁜 엽서를 모아 붙이면 따로 액자를 걸지 않아도 되겠더라구요. 오늘 다녀온 카페에도 그렇게 엽서나 그림 등으로 장식해 놓은 아트월이 인상 깊었답니다.



A1사이즈로 큼직하게 엽서를 모아 붙여도 너무나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다 하니 그것 또한 기대되네요.




저는 책을 좋아하는 이웃님들과 함께 서로 책을 교환해보기도 하고, 나눔 등으로 선물을 하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럴때마다 가끔 간단한 쪽지나 카드 등을 써넣기도 하고 바쁠땐 깜빡 잊고 그냥 보내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번엔 택배 보낼 이웃님들께 예쁜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에 직접 편지를 썼어요. 오랜만의 손편지라 글씨는 날아갈 것 같았지만, 기분은 너무너무 좋더라구요.

받으시는 분들도 어여쁜 엽서에 담긴 손편지라 반갑지 않으실까 괜히 기대감이 부풀고 그랬답니다.

학창 시절엔 손편지 쓰기 너무너무 좋아해서 정말 매일 보는 친구랑도 편지 주고 받고 그랬는데..

나이 들어 그런가, 이제는 컴퓨터 메일도 식상해지고, 가끔 이웃님들과 덧글 주고 받는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손편지라니, 기분이 참 색다르고 행복했답니다.



100장의 달콤한 시간, 다양하게 즐겨 볼까 합니다.

바라만 봐도 향긋한 커피내음 풍기는 듯한 멋스러운 먼지 일러스트 엽서들과 함께 말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득이의 작가로 유명한 김려령님의 최신작, 너를 봤어. 

완득이를 읽어본 사람마다 강추하셔서 꼭 읽어봐야지 했다가 못 읽어본채 영화가 개봉되고 말았다. 그리고 책도 못보고 영화를 보고 나서, 우와 이렇게 재미나다니 하면서 감탄했었는데.. 이전 김려령님의 책으로 직접 만나보지는 않아서 이 책과 직접적인 비교 (영상과 책의 비교는 좀 많이 다른 느낌이니까)는 좀 힘들것 같았다. 다만,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너를 봤어.

사랑에 대한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평범한 듯한 그 말에 오로지 그 눈동자 안에 한 사람만이 담긴듯한 가득한 느낌을 받을 수가있다.

게다가 표지.

물이 찰랑찰랑한 그 표지.

 

꽤 잘나가는 소설가인 정수현

그에게는 그와 같은 직업을 가진 아내가 있고, 아내는 꽤나 잘 나가는 작가이지만 워낙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딱 떨어지게 차가워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정을 붙이길 힘들어한다. 그녀와 살고 있는 그를 동정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아내를 자신이 거두어야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사랑과는 별개로.

그의 아내에 대한 감정은 사랑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그들 부부에게서는 뭔가 차갑지만 공통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이라곤 도통 할 줄 모를 것 같았던 그가, 한 여인의 강한 시선을 받고, 그녀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고 말았다.

그녀가 먹는 음식, 그녀가 하는 말들, 다른 사람들의 말은 모두 걸러지고 오직 그녀의 말만 남는다.

 

20년차 선배작가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5년차 새내기 작가. 그러나 워낙 주가가 높은 작가다보니, 그녀의 당돌함이 그리 얄밉지만은 않다. 아니, 사실은 인기때문이 아니라 그녀이기에 얄밉지가 않다.

하는 말마다 색다르고 신선하다. 같이 있으면 숨이 막힐 듯 지루한, 아내와 다르다. 이런 비교 자체가 참으로 처참하지만.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그냥 그렇게 평범한(?) 사랑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작가의 맞고 자란 어린 시절서부터, 끈적끈적하게 죄어오는 어머니의 돈 갈취, 그리고 여러 정황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연애 소설은 약간 미스터리한 느낌마저 풍기기 시작한다.

 

작가의 전작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번 작품에 이러저러한 비교들을 하는 듯 하였다.

 

나는 이 작품이 김려령님 글과의 첫 만남이었는데 꽤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비록 그 몽환적인 느낌을 아쉽다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 결말마저도 아쉬우면서도 만족스러웠다.

갑자기..라는 의문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기에..

 

김려령님의 다음 작품들, 이전 작품들에 모두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읽어봄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