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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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이야기를 전부는 아니지만 몇편 정도 읽어보았는데, 참으로 자기 색채가 강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애도 강하고, 자기 주장도 강하고, "자기"가 강해 굳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연연해하지 않는 사람.

그녀의 이번 책 독약은 심각한 교통사고를 겪은 후유증으로 극심한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대용량 모르핀을 매일 투여받은 후, 마약 중독 증세로 석달간 약물 중독 치료를 받으면서 적었던 그녀의 일기를 담아낸 책이다. 일기와 함께 들어간 삽화는 사강의 글과 너무 잘 어울려서 직접 그린것인가했는데 베르나르 뷔페라는 샤갈, 피카소, 달리와 20세기 화단을 이끈 대표 화가의 작품이란다.

검은 표지의 별책에는 따로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만 묶어서 실어놓았다. 그림에만 집중을 할 수 있게 말이다.

 

약물 중독 치료를 받았지만 이후 그녀의 인생에서 마약과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된 사강.

그녀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마약과의 조우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수술 등을 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실 마약성 진통제만큼 강력한 효과가 있는 처방약은 드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약의 위험성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기도 한다. 혹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마약사범처럼 나 또한 중독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크나큰 염려로 인해 말이다. 사실 치료할 목적으로의 마약은 중독될만큼 사용하는 양이 아니라 알고 있었는데 사강이 그 치료 과정에서 중독이 시작되었다 하니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였다.

 

극심한 고통.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앰플의 투여로 감소되는 통증, 그리고 함께 찾아오는 두려움.

 

고통없는 인공낙원, 나는 당신을 더이상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피피나 펠릭스가 익숙한 동작으로 파란 글씨가 쓰인 작은 앰풀의 목을 따는 모습을 더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아주 얌전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작은 앰풀들. 36p

 

마약을 줄여가며 치료받고, 책을 읽고, 시시때때로 일기와 같은 글을 쓰고,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추억한다.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고, 삶을 되돌아보고.. 그리고 앰풀로 인한 쾌락과 고통없는 삶, 그리고 앞으로 앰풀이 없을 그 두려움을 떠올린다.

 

사강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얼만큼이나 이해했을까.

소설이 아닌바에야 그녀의 프랑스인다운 감성을 이해하기란 사실 좀 버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

다만 그 어떤 순간에도 글이 멈춰지지 않는 그녀의 열정은 정말 높이 사고 싶다.

또한 독약, 마약에 대한 두려움을 그녀의 글을 통해 대신 느껴본 느낌 또한 들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마냥 두렵기만 한 그 마약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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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못된 놀이 - 따돌림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27
김경옥 지음, 문채영 그림 / 소담주니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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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쩜 글 내용에 이렇게 딱 맞게 그림을 그렸는지.

거만하게 마녀 모자위에 올라앉아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아이가 있다. 다른 아이들은 그에 맞춰 움직이면서 자기들 뜻에 안 맞는 친구들을 괴롭힌다. 마녀의 못된 놀이.

스스로 못된 마녀가 되기로 자청한 성격 강한 아이 효정이가 친구들을 쥐락펴락하면서 왕따를 주도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남자아이들 사이에도 왕따가 있다지만 사실 여자아이들 사이의 문제가 좀더 치밀하고 못됐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다. 아무래도 어릴땐 뭐가뭔지 모르고 그냥 마구 뛰어놀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남자아이들(세심한 심리 변화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도 워낙 몰려다니길 좋아하고, 작은 말에 쉽게 상처받고 또 상처주기도 하는 등 남자아이들과 다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딸을 키우는 친구들이 이런데 더욱 민감하다. 사실 나도 아들이긴 하지만 순한 성격이 마음에 걸리는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아뭏든 새학년이 되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어린 아이들 답게 대부분 쭈볏거리고 어색하게 소개하지만 효정이는 달랐다. 웨이브 댄스를 추며 여성 CEO가 되고 싶다고 소개한 효정이는 정말 멋있었다. 얌전하게 공부 잘하는 나리는 그런 효정이와 가까워지기가 영 어색하고 힘들어보였지만 자리가 근처라 금새 효정이파(?)에 어울리고 말았다. 게다가 효정이는 그렇게 친구 넷을 엮어서 마녀 사총사를 제안한다. 친구들이 마녀의 어감이 나쁘다고 좋은 말을 붙이자 해도 효정이가 딱 잘라 말을 하고 대장처럼 군림하는데 반기를 들 여지가 없었다.

MSG가 든 과자의 매력처럼 아이들은 그렇게 효정이에게 이끌려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쁜 행동도 하고, 효정이가 지목한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하는등, 양심의 거리낌이 조금씩 사라지며 그렇게 효정이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따라하는 행동들이 늘어났다.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다고, 걱정된 엄마가 데리러 온다 하시고 학원에도 가야한다 하니 효정이는 대놓고 나리에게 미친 공붓벌레라는둥, 재수없어라는둥 가슴을 후벼파는 말들을 한다. 나리네 집에 놀러가서는 나리 엄마에게 딸 하나라고 너무 과보호하시는 것 같다는 어린애같지 않은 말을 하기도 한다. 일찍부터 되바라진 아이들이 있다는데 효정이가 딱 그짝이었다.

 

 

 

전학생 은애가 오면서 효정이와 붙어지내니, 나리는 자연스레 떨려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그 무리에 들어가야할것같아서 발버둥 치는 나리를 "개나리 꽃 따버려"라는 자기들만의 왕따만들기 암호를 붙여 밀어내버리니 결국 나리는 집에 와 힘들어 울어버리고 만다. 엄마도 그런 나리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친하게 지내자해도 아이들은 자기들의 왕따놀이에 심취해 다른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않는다. 애초에 그정도만큼의 우정이었으니..

 

마음이 아팠던 나리는 새로운 친구를 찾아나선다.

이미 한번씩 마녀들에게 상처받았던 아이들은 사실 마녀에게서 떨궈진 나리에게도 안좋은 감정이 있었다. 자기들이 뭐라고 우릴 괴롭혀? 하는 마음도 있었고 이미 마녀가 아닌 다른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뤄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중 착하고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현지와 친해지자 마녀들은 작심하고 나리까지 같이 놀려대지만 나리는 꿋꿋이 현지와 친구를 하기로 한다.

 

또래집단이란 지나고 보면 별게 아닐수 있지만 (잘 지내면 좋지만, 그거에 모든걸 다 얽매일 필요까지는 없는데도) 학창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그게 정말 전부처럼 느껴질수도 있다.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는걸 실감한 아이들은 더더욱 효정이 같은 아이 눈밖에 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변덕이 팥죽 끓듯 하고 다른 아이 상처 주기 좋아하는 아이가 언제까지도 왕으로만 군림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주동자가 피해자로 다시 그 화살 세례를 받는 경우도 다반사라 한다. 다만 그 위에 있는 아이는 그것을 모르고 있을뿐.

 

아이들의 단순한 잘못된 우정이라 말하기에는 저학년뿐 아니라 사춘기 청소년들에 이르기까지도 왕따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서 (그 학대를 참아내지 못한 아이가 자살을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을 하니)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들까지도 아이 친구 문제가 예사로만 보이지 않는다. 좋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좋겠고, 이상한 아이에게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등등.

 

순수하고 맑았던 우리 어릴적의 동심 그대로 아이들이 맑게 자라났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너무 일찍 아이들이 나쁜 흉내를 많이 내는게 안타까운 느낌이다. 안 좋은 문화, 자극적인 문화 등의 영향인건지..

 

아이들 눈에 쉽게 띄고 말을 재미있게 잘하고 아이들을 주동해 뭔가 하기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자석처럼 아이들을 끄는 힘이 있다.그래서 아이들은 쉽게 그런 아이를 좋아하고 달라붙지만 대장처럼 군림하려는 성격때문에 언제까지도 아이들의 환심만을 살수도 없다는 것을 아직 어린 나이라 모르는 아이들이 다반사다. 다만, 언제까지도 자기는 그 위에 있을 거라 착각하고 다른 아이 괴롭히는데 거리낌이 없을뿐.

요즘 세상에 무조건 착한 마음만 갖고 살라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아이의 순수함을 잊고 나쁜 데 쉽게 물드는 그런 아이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는 그게 정말 인생의 전부 같아도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어른들의 충고가 진심어린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좀더 넓은 눈으로 들여다보게 되길. 어른들의 충고보다도 친구의 이야기같은 동화가 더 눈에 들어올수있기에 이런 책으로 아이들에게 작은 해답이라도 될수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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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1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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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과 지금은 꽤 많은 책을 탐독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직장 생활 기간 동안에는 정말 아주 간간히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특히 직장생활을 할 적에는 아주 유명한 베스트셀러만 드물게 읽곤 했는데 그때 정말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였다. 책을 안읽을때는 정말 희한하게도 책이 읽히지가 않았는데 (읽기 시작하면서 가속이 붙으면 괜찮은데 첫 장을 넘겨서 몰입하기까지가 꽤 오래걸렸다. 지금은 책장을 넘김과 동시에 바로 적응하지만 말이다.) 댄 브라운은 정말 페이지 터너라 불릴 정도로 빠르게 몰입을 시키는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였다. 소설을 너덜너덜할만큼 보고 주위 지인들에게도 빌려주고, 영화로 개봉되었을 적에는 두번이나 극장에 가서 볼 정도로 좋아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댄브라운의 소설은 물론이고 성배 전설이라거나 역사, 미술사 등을 댄 브라운 식으로 구성한 그런 소설들을 몹시 좋아한다.

 

이 책은 로스트 심벌 이후 또다시 댄 브라운의 작품에 몰두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었다.

인페르노

댄 브라운 소설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버트 랭던, 이제는 제법 나이도 드셨을 그분의 활약은 여전히 맹렬하게 펼쳐진다.

헐리웃 영화로 말하자면 다이하드의 오랜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가 불혹의 나이로 액션을 펼치는게 좀 안쓰러워 보이는 그런 느낌이랄까?

(나이는 제법 드셨을 것 같아도 책으로 보기엔 적어도 영화처럼 숨차거나 그런 느낌을 전해받진 않는다.ㅋ)

나름 로맨스도 약간 펼쳐지고하지만 세계적인 미술사계의 석학이면서 인디애나 존스와 다양한 헐리웃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그 어떤 천재 탐정도 능가할 완벽한 두뇌 가동률을 보여주는 로버트 랭던 교수를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운 지성의 미학에 흠뻑 빠지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하버드대에서 강연을 하던 기억만 남아있는데 갑자기 이탈리아에서 깨어나고, 게다가 총상을 맞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이 되어있다?

더군다나 지난 이틀간의 기억만 전혀 남아있지 않은 이상한 기억상실 상태에 빠져있고 말이다. 여권도 없이 이탈리아까지 와 있다니.

게다가 살해위협을 느끼고 옆에있던 의사의 도움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하니, 미영사관서부터 이탈리아 경찰까지 모든 경찰들이 그들을 추격하며 자꾸만 궁지에 몰아넣기까지 한다. 도대체 지난 이틀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무 기억이 나질 않으니 미칠 지경이다. 게다가 그에겐 자신의 지문만으로 열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극약처럼 표시된 그원통을 여니 놀랍게도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였다. 그 작품은 단테의 인페르노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그려진 작품이었고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자꾸만 로버트 랭던은 악몽을 꾼다.

거꾸로 묻힌 다리들이 보이고, 아름다우나 꽤 나이가 든 은발의 여인이 "구하세요 그러면 반드시 찾을 거예요."라고 자꾸만 나타난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목소리의 죽음 역시 나타난다. 나중에 랭던은 그 꿈속의 여인이 실제 존재하는 여성임을 알게 되었다.

 

기억나지 않는 이틀과 반복적인 악몽, 거기에 자신의 행적을 알수도 없는데 쫓기는 추격의 와중에도 아주 적은 단서만으로도 그와 아이큐 200이 넘는 미모의 여의사는 도대체 그들이 왜 쫓기는가에 대해 역추적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손에있는 그 단서들을 추적해야함을 느끼는 랭던

 

그리고 인류 앞에 놓인 불편한 진실 앞에 독자들까지 놓이고 만다.

사람들이 누누히 강조하는 인류 멸망의 지름길, 그 가속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은 결국 인류의 폭발적인 증가임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인류의 숫자가 이보다 훨씬 적기만 해도, 적게 증가하기만 해도 이렇게 지구의 자원이 급속도로 훼손되지 않을 것임을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었다.

 

흑사병 이후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그 이후의 르네상스의 부흥을 가리키며 흑사병이 인류 최대의 수혜 중 하나다라고 주장한 광기의 과학자, 궤변이나 다름이 없는 이 논리가 너무나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과학자에 의해 나온 것이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하고 있는 주장이라 하면 우선 섬뜩해지기 시작한다.

 

인페르노는 바로 그 광기와의 전면전이랄 수 있었다.

처음엔 누구와 무엇에 대고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는채 끌려가다가 갑자기 모든게 뒤바뀐 듯한 상황에 독자도 랭던도 정신없이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그의 멋진 추리에 한없이 열광하다가 어! 하고서 한방 맞은 느낌을 받는달까

물론 이 또한 스포라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이야기해야좋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몇번이나 기분좋게 속아넘어가면서도 끝까지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다.

 

헐리웃 영화가 결말이 좀 약하듯, 이 책도 결말이 의외이면서도 다소 좀 약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재미는 정말 손을 꼽고 싶을 정도라 말하고 싶다.

희한하게 이 책의 기대평에 이웃님들의 기대가 많이 엇갈려서, 어..나만 재미있었나? 싶은 두려움도 들었지만, 정말 나는 날밤 새우는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재미있었다. 덕분에 다음 날은 아주 비몽사몽한 후유증을 남기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에 또 댄브라운의 소설이 나온다면? 그 책도 주저없이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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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멈춰라! 그림책이 참 좋아 12
김영진 글.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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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로 유명한 김영진 작가님의 새로운 시리즈, 나로와 펄럭이의 모험 2탄이 나왔다.

지원이와 병관이, 나로와 펄럭이 1탄 엄마를 구출하라, 그 모두를 우리 아들이 대박북으로 너무너무 잘 보고 있어서 2탄 역시 읽어주지 않을 수 없었는데 1탄보다도 훨씬 재미나게 잘 본다. 정말 재미나기도 하다.

우선 그림부터가 하나하나 눈길을 떼지 못하게 정성껏 그려진 그림들이다. 세심한거 놓치기 싫어하는 꼬꼬마들을 위한 장치들이 구석구석 엿보이기도 한다.

 

 

 

나로네 학교는 요즘 친구들끼리 서로 싸우는게 유행처럼 번졌다. 나로도 친구들과 계속 싸우고, 아이들은 서로서로 싸운다. 교실은 냉랭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원인을 모르는 선생님은 아이들이 소곤거리지 않으니 수업 분위기가 좋아진걸로 착각하신다. 친구들과 싸우니 학교도 가기 싫어진 나로. 

 

 

 

집에 혼자 있다가 심심해서 펄럭이와 함께 놀이터에 나온 나로, 그만 자기를 놀리는 그림과 낙서를 발견하고 화가 나고 말았다.

도대체 누구야? 씩씩거리고 있는데..

1탄에서 너 나좀 보자 하고 맨인블랙처럼 등장한 펄럭이

다시 일어서서 말을 걸어온다.

 

 

 

(펄럭이가 갑자기 변신하는) 이 장면 아무리 생각해도 웃긴다.

(추억의 만화) 요술공주 밍키의 변신이 생각난달까? 처음엔 그냥 읽어줬는데 갈수록 그 장면이 생각나서, 엄마 나름대로 아주 웃기는 효과음(그때 그때 달라요.) 야발라바 슈바붕~ 뭐 이런 식으로 효과음 만들어서 변신시켜줬더니 까르륵 아주 넘어가는 아들.

또또또~ 해달라고 해서 한번 읽어줄때마다 한 세번씩은 펄럭이를 변신시켜줘야한다.

밍키가 꼬마 숙녀에서 어른으로 변신을 한다면 펄럭이는 네발 강아지에서 두발로 서는 이루리아 특수요원으로 변신한달까?

 

 

 

암튼 펄럭이가 열어주는 지퍼문을 통해 이루리아에 가보니, 이상한 느낌의 바닷가 앞에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들만 잔뜩 몰려있고 아이들과 아빠가 보이지 않는다. 꿀꺽 선장이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버렸다는 것이다. 아빠들은 배를 타고 아이들을 찾으러 갔다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말이다. 나로는 1탄에서처럼 다시 상상력을 키워서 배를 만들어서 펄럭이와 함께 바다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 놀이터 섬에서 갇힌채 서로에 대한 미움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미움과 증오, 분노.

나쁜 꿀꺽 선장은 아이들에게서 미움의 힘을 뽑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놀이터에서 봤던 나로에 대한 욕과 낙서도 그 일환이 아니었을까.

낙서를 잘 보면, 사실 너무 웃기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너무 속상한 일이겠지만.

(난 니가 너무 싫어. 똥꼬 냄새나.<- 이런 디테일이라니)

 

 

 

 

아이들에게서 뽑아낸 미움의 힘을 모아서, 지구상으로 내보내면 지구에서도 아이들끼리 더 크게는 어른들끼리도 서로 미워하게 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나로는 이루리아 뿐 아니라 지구의 친구들도 구해내야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게 되었다.

 

 

 

1탄과 비슷한 포맷이지만 여전히 재미나고 더 새로운 스펙터클함이 느껴진다.

아이들 상상력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기발한 무기들. 어른들이 보고 느끼는 그런 잔인한 무기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을 재미난 무기들.

괴물들을 거품 총으로 가둔다거나 테이프 건으로 꽁꽁 묶어둔다거나. 물론 작가는 어른이지만 이런 상상은 아이들 머릿속에서도 즐거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가장 힘이 센 꿀꺽 선장을 이겨낼 수는 없어서, 나로는 결국 엄청나게 큰 빨대를 떠올려 낸다. 그리고 이루리아 아이들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서 나로와 함께 꿀꺽 선장을 물리쳐내었다.

 

우와 정말 재미난 책이었다. 엄마도 재미나지만 아이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읽어달라고 총총 들고 온 책

요즘 울 아들이 좋아할 대박북들이 늘어나 너무 즐거운 나날이다. 읽고 읽고 또 읽어야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책 읽어줄까? 해도 아니 싫어~ 하고 레고만 하고 있을 적이 있었으니 그럴때에 비해 얼마나 즐거운 때인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좀 귀찮아도 읽어주고 있는 중이다.

3탄 역시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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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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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읽고 길리언 플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좀 몰입이 힘들다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신선한 느낌, 아니 다소 충격적인 그런 느낌에 이런 책을 쓸수 있는 사람이라니, 다른 책들도 기대를 하고 읽어봐도 괜찮겠다 싶었기때문이었다. 이후로는 길리언 플린이라는 이름 자체에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연이어 읽게된 다크 플레이스.

 

소재는 참으로 우울하고 슬프다. 감히 누군가의 참사를 가리켜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가족의 대참사, 살아남은건 일곱살 막내 꼬마 리비 뿐이었다.

리비의 가족이었던 엄마와 두 언니가 총에 맞고 목이 졸리고, 난자 당한채 죽음을 맞이하였다.

가장 잔인한 것은 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오빠 벤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지목한 사람은 바로 꼬마 리비였고.

가족에 의한 가족살인을, 또다른 가족이 증인으로 보고하다. 이렇게 끔찍하고도 아이러니한 사건이 다 있을까.

오빠는 25년째 수감중이고, 소녀는 이제 어른이 되었으나 홀로 일을 해볼 생각도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생각도 못한다.

그전에는 그녀의 일을 끔찍히 여기는 사람들의 기부금으로만 살아왔다. 가족의 죽음을 스토리화해서 기부금으로 살아온 것이다.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살인사건의 끔찍함도 그렇지만, 자신의 힘을 들이지 않고 가족의 죽음을 돈으로 만들어 살아내겠다는 리비가 더욱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 소녀가 참으로 추악하게 느껴졌다.

사건의 잔인한 트라우마에 더이상 일할 힘이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당사자가 아니니 무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끝없이 거기에 매달려 어린 소녀로만, 희생 당한 소녀로만, 모든 걸 내게 주어져야하는 기부금으로 당연시하는 여자의 태도가 처음에는 무척이나 역겨웠다.

 

다크 플레이스는 사실 소녀가 기억하기 두려워하는 그때 그 끔찍한 어두운 과거를 말한다.

그 사실을 평생 담고 살면서, 사실 그러면서도 잊어야 하고 또 잊혀지지 않는 그 과정 속에 어쩌면 미쳐버리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어찌 됐건 죽은 사람들에게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리비의 가족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그런 이야기들이 아닐수 없었다.

 

기부금이 똑 떨어져서 더이상 생계유지가 곤란했던 리비

그녀에게 아주 이상한 그룹의 제의가 들어온다. 킬클럽이라는 이름의 그 그룹은 자칭 추리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들의 모임으로 여러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추리를 하고, 그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혹은 장난을 섞어 관심을 갖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킬클럽의 라일이 그녀에게 사건추리에 도움이 될만한 단서등을 돈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의를 하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오빠 벤이 무죄(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비의 증언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였다.)라는 것을 증명할 단서를 찾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였다.

 

리비는 자기가 보고 들은, 사실은 들은 내용이 절대적으로 맞을거라 확신하였다. 그렇지 않다면 왜 오빠가 25년동안이나 항소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대로 감옥에서 썩고 있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 심지어 처음에 리비가 맞다고 책을 썼던 사람마저도 벤의 무죄에 대해 확신하기 시작하였다. 어린 소녀의 증언으로 25년째 존속 살인범으로 형을 살고 있는 오빠가 무죄일까. 분명 죽은 사람은 있고 그 과정을 들은 목격자도 있는 상황에서 어디까지나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란 말인가.

 

소녀는 그렇게 다소 생뚱맞게 라일과 함께 사건을 과거로 역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묻어뒀던 어두웠던 그 다크 플레이스의 세계로 말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한 사람만이 아닌 아주 여러 사람의, 적어도 내게는 리비 가족의 세사람의 판단이 모두 다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오빠, 리비, 그리고 엄마까지..)이 낳은 파장은 너무나 컸다.그리고 다시 생각하기 끔찍할 정도로 너무나 잔인하였다.

슬프고 슬픈 리비네 가족의 이야기. 다크 플레이스가 들춰낸 진실로 알수 있는 것은  진실이란 참으로 파묻히기 쉬운, 오해하기 쉬운데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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