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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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나뿐인 아들을 어린 아이때 병으로 잃고, 사랑하는 아내와 단둘이 의지하며 살아온 카지 경감.

그는 부하직원들에게도 모범이 될 정도로 선하면서도 성실한 사람이었고, 아내를 사랑함에 있어서도 한치의 의심이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알츠하이머를 앓던 아내를 죽이고, 3일이 지나 경찰에 자수를 하였다.

 

아내를 죽인 사건 동기와 결과에 대해서 정확히 언급한 그였지만, 아내를 죽인 이후의 이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신문을 담당한 형사는 본능적인 감으로 그 사라진 이틀에 무언가가 있는 것을 깨닫고, 파고드나 쉽사리 입을 열지 않는 카지.

경찰에서는 그 이틀에 대해 덮고 넘어가려했지만 그가 신칸센을 타려 했다는 것을 목격한 이가 나타나고, 향락가인 가부키쵸의 명함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구설수에 휩싸이기 딱 좋은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를 파고든 한 신문기자에 의해 세상에 잔인하게 까발려지고 말았다.

 

이 작품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자존심을 자극한 작품이기도 해서 진작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다.

최근에 읽은 64, 클라이머즈 하이의 사회파 미스터리의 육중한 무게감이 너무나 크게 와닿았기에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이라면 모두 다 찾아 읽고 싶은 지경이 되었는데, 그중 제일은 바로 이 사라진 이틀이었다.

2003년 나오키상 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는 비난으로 낙선하자 나오키상과의 결별을 선언한 과감하게 된 작가.

바로 그 후보에 올랐던 책이 이 작품이었다. 나오키상수상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1위 등에 오르고 "한오치"라는 일본 원작 소설의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바로 그 유명한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이틀로 번역된 이 작품 한오치였다.

 

그는 입을 다물고 경찰이 바라는 대로 답을 한다. 그러나 그의 맑은 눈은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그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단 하나의 단서는 그가 어떤 우편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무엇보다도 49세의 그가 50까지의 삶만 살고 이후의 삶은 포기하려 한다는 것에 경찰과 검찰 등은 주목한다. 무엇이 그를 딱 일년만 살아남게 하였는가.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바로 세상을 따라 뜨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이 왜 딱 일년이란 말인가.

 

그 궁금증에 책장을 덮을때까지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사건 자체의 해결, 살인범을 밝힌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다른 미스터리 소설들과는 확연히 다른 요코야마식 서술

살인사건의 범인도 미리 다 밝혀지고, 단지 궁금한 것은 사건 이후의 단 이틀의 그의 행보. 그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책에 화자로 등장한 형사, 검사, 신문기자, 변호사, 판사, 그리고 교도관까지..

사건 당사자만 빼고 그를 거쳐가는 여러 사람들의 시선에서 글이 쓰이는 독특한 구성.

 

사건 발생후 그에 대한 연민으로 그를 지켜내려하는 사람들과 조직의 명예에 먹칠이 되지 않도록 허위 증언을 해서라도 강경하게 막아내려는 입장 등 한 개인의 이야기였지만 결국 그를 둘러썬 경찰, 검찰 간의 갈등, 신문 기자의 번뇌 등 수많은 이야기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갚이 몰두하게 만들었다. 갈등의 고조랄까.

 

전직 신문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경찰과 관련한 신문기자의 입장 내지는 그들의 갈등에 대해선 정말 간접 경험한 사람은 절대 따라올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살려내는 필력을 자랑하는 작품들이었다.

 

다른 작품보다 훨씬 큰 기대감을 안고 있었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탄탄하면서도 빠르게 고조되어가는 긴장감, 그러면서도 오히려 혼자서 더욱 차분한 카지의 태도에 더욱 궁금증이 일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하나만큼은 정말 높이 사줄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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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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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녕 고양이 시리즈 세권의 원작자이자, 이 세권을 바탕으로 고양이춤이라는 영화를 만들적에 제작과 시나리에도 참여했던 원작자 이용한님. 그가 캣대디로 살고 있던 그의 동네와 이웃의 동네의 고양이들이 결국 사람들의 쥐약에 대부분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더이상 고양이들이 살지 않는 마을이 되어버리자 그는 고양이를 찾아 전국과 세계를 누비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이 책은 그 1권인 흐리고 가끔 고양이, 국내편이다.




제주 가파도에서 울릉도까지

전남 구례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2년 반 동안 만난 전국 60여 곳의 고양이



사실 닉네임과 다르게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나였지만 이용한님과 종이우산님의 길고양이를 위한 포토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그들에 대한 사랑이 마구 샘솟아 오르는 느낌이다.

한낱 미물이라 여겨 생사여탈권이 사람에게 있는양, 고양이를 죽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 하는 사람들, 혹은 재미로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고양이, 아니 생명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이 보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기에 이런 책들을 내놓고, 세상에 좀더 따스한 시선을 보내길 바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의 어여쁜 모습, 혹은 생에 몰두한 그 아름다운 모습들이 담겨있지만 그와 동시에 작가의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글로 빼곡히 담겨 있다. 고양이 사진만 봐도 좋겠지만 그에 더해지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사진만으로는 부족했던 그 생생한 현장으로 같이 들어간 느낌이 된다. 그야말로 몰입이랄까



섬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에게 바다란 정말 낭만의 장소가 아닐수 없었다.

그런데 섬에 사는 고양이라고 다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생업에 방해가 된다고 길고양이 500마리를 살처분하고, 또 새로이 살처분을 원하는 사람들, 중성화 수술로 타협을 보았지만 여전히 그들의 고양이에 대한 시선은 관대하지 못했다. 어장 관리 고양이라고 해서, 수달 등으로부터 어장을 관리하기 위해 배 위에 묶어두다시피한 어장관리 고양이들을 보니 먹먹함도 느껴졌다.




일본 등의 낭만적인 고양이 마을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고양이 마을이 있었다한다. 고양이 값이 많이 올라, 생계 유지를 위해 고양이를 길러 팔았다는 욕지도 마을. 그곳에 저자는 고양이들을 만나러 갔고 거의 반세기전의 고양이 육성 사업은 더이상 없었지만, 그 곳의 작은 포구 마을에서 저자는 사람들의 고양이에 대한 무심함마저 반가운 저자만의 고양이 마을을 만났다.






일본에서만 유달리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강한줄 알았는데 터키 역시 길고양이들이 지천에 널려있을 정도로 고양이들이 자유로운 곳이라 하였다. 제주도도 섬이라 그런지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많은 곳이었는데 김녕 미로공원이 터키처럼 고양이를 명물로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친화적인 (그만큼 사랑받기에 가능한) 고양이들의 애교를 볼수 있도록 고양이공원이 되어가고 있다 하였다. 제주도 김녕 미로공원에 미처 못 가봤는데 언제 제주도에 가면 꼭 일정에 넣어봐야겠다.






카페 오픈 초기에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 카페 이름인 어쩌면 사무소의 면장 고양이가 된 어쩜이, 당당하게 사료를 요구하고 그러면 카페 매니저가 웃는 얼굴로 캔 사료를 입에 떠먹여주기까지 하는 그런 대학로 카페 그린빈 2호점, 고양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다양한카페의 이야기들, 그리고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나는 고양이 카페의 이야기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 이상을 읽기도 했다.



어느날 내장이 버려져있어 무심코 들었다가 너무나 놀랐다는 주인. 아기고양이의 사체와 태반이었단다. 길고양이를 챙기는데 대한 많은 보복이 잇따르더니 심지어 그런 무서운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 아직까지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데, 정말 잔인한 민심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유독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학대, 심지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에 대한 폭행과 구타까지 이어지는 나라는 보기 드물다하였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드물게 운좋게 사랑받는 고양이들.

마음씨 착한 사람 눈에 들어 다행히 안전한 곳에서 따뜻이 배를 불리는 고양이가 있는가하면 그와 반대로 잔인한 사람들의 손에 잡혀, 건강원으로 보내지거나 아기고양이들은 시장에 나와 불법으로 팔리기도 한다. 집에서 키워다 파는 고양이들이 아니었구나. 길고양이들을 불법 포획해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에 귀여운 아기고양이들이 갇혀있던 철창이 너무 가슴아프게 느껴졌다.






애완용으로만 키워온 고양이들을 유기하면 길고양이들에게도 배척이 되고, 살아남는 법을 몰라 더욱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게다가 긴 털은 야생에 적합하지도 않다. 버릴 거면 키우지도 말 것이지 하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다.



그가 찾아나선 전국의 고양이들.

행복한 모습도 있고, 적대적인 시선속에 안타깝게 놓인 경우가 생각보다 더 많았고.

그렇게 그의 시선을 따라 어디선가 굶주리고 있을 길고양이들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우리 동네 아파트에선 거의 길고양이를 볼 수가 없는 듯 하다.

내 눈에 안띈건지 어디선가는 있을 고양이들이 새벽녘엔 아기울음 소리같은 울음 소릴 애처롭게 내는데 말이다.



밥까지 챙겨주지 못할 거라면, 적어도 학대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저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일 뿐인데.. 비뚫어진 마음으로 생명을 죽이고 신이 나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도저히 모르겠다. 그 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처음에 사진만 훑어볼때만 해도 귀여운 고양이들, 유쾌한 길고양이들의 삶만이 담겨있는 줄 알았는데..

듬성듬성 눈에 띄었던 운좋은 고양이들보다, 더욱 학대받고 힘겨운 삶을 사는 고양이들이 많다는 실제 이야기들에 가슴이 저릿해왔다.



잘해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무심할 수라도 있다면... 이라는게 저자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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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야참 - 퇴근 후에 후다닥 살 안 찌는 야식
이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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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피 투게더의 야간 매점 인기가 아주 뜨겁다. 웬만한 요리들이 초간단인데다가 은근히 맛있으면서도 색다른 혹은 파격적인 메뉴들이 많아서 방송을 본 사람들이 곧잘 따라 만들고, 또 파워블로거 분들의 레시피가 추가로도 올라와 따라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티브이를 거의 못 보고 살아서 직접 그 방송을 본적은 없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행성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 지라 우리 부부는 유난히 야참 먹을 일이 많았다. 주로는 가장 손쉽게 끓일 라면에서부터 약간 번거롭더라도 입에 짝짝 붙는 골뱅이 소면 등을 만들어먹곤 했는데, 후다닥 만들고 살도 안찌는 야식이라니, 그것도 <밥먹는카페><카페 푸드 스쿨> 등으로 눈에 익은 작가님의 책이래서 더욱 반가웠다.




색깔있는 레시피가 되어줄 책 국민야참

우선 후다닥 만드는 것과 낮은 칼로리가 생명인 고로, 10분, 20분, 30분, 40분, 50분 등의 조리 시간을 바탕으로 분류를 했다. 주 조리 시간은 10분~30분 정도, 40분과 50분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좀더 거창한 메뉴들이었다.




야참에 필요한 기본 양념등에 대해서 간단하면서도 중요하게 짚고 넘어간후에 바로 후다닥 레시피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사실 주부 경력 몇년차면서도 아직 한번도 못 써본 양념이 눈에 띄었으니 바로 캡사이신 소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으로 만든 화끈하게 매운 소스란다. 언제 한번 사볼까도 싶은데, 요리에 넣으면 알싸하게 매운 맛이 일품일 것 같으면서도 우리 부부 배탈나게 하는 주범이 될까봐 우선은 망설이는중. 그래도 좀 궁금해지기는 하는 소스였다.




또띠야를 반으로 접어서 견과류와 치즈, 설탕 등을 넣어 호떡을 손쉽게 만든 후, "나도 호떡"이란 재미난 이름을 붙인다.

레시피도 우선 초간단이지만, 어떻게 하면 될지 만들기도 전부터 손쉽게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어떤 맛일까? 호떡 하면 늘 번거롭게 생각했었는데 또띠아로 초간단하게 만들수 있다니.. 그런데 우리집에 그 흔한 견과류가 없네..아이랑 신랑이 안먹는다고 견과류도 안 갖다 두고 사는 무심한 주부 같으니라구.




다양한 레시피에 재료의 정확한 분량과 요리 상세사진을 상황별로 찍어 올린게 눈에 띈다. 또한 재미난 요리제목을 붙여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도 또다른 발상이었다. 실제 유명한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중이기도 하고, 다양한 요리저서와 요리에 관한 폭넓은 활동을 하시다보니 이런 색다른 발상들이 기발하게 샘솟으시나보다










허기를 간단히 달래고 잠들 수 있게 하는 메뉴다보니 청포묵이나 토마토, 양배추 등의 채소 등과 두부 등의 소화되기 쉬운 재료등이 선정되기도 하고, 칼로리가 조금 높더라도 야식으로 땡길 그런 치즈나 토스트, 피자 등의 메뉴등이 소개되기도 한다.

집에서도 후딱 만드는 편의점 베스트 메뉴 참치 마요 주먹밥 (사실 완성 메뉴를 보니 편의점보다는 오니기리 전문점에 더욱 가까운 비주얼이었다.) 참치와 대파를 꼬치에 꽂아 구운 일식 스러운 메뉴, 꽁치, 빙어, 고등어 등의 다양한 생선 구이, 반찬처럼 보이는 오이냉국, 시금치 무침, 가지 볶음 등도 간을 좀 슴슴하게 하면 충분히 맛 좋은 한그릇 간식, 야참으로 둔갑을 하는 것이었다.




오호, 발상의 전환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색다른 퓨전 요리나 해외요리 등을 만나볼수도 있었다.

요즘 태국 여행 검색하면서 쌀국수 볶음이라는 팟타이가 그렇게나 땡겼었는데, 여기서 나온 초간단 쌀국수볶음과 꽃게 커리볶음(요건 좀 시간이 걸리는 메뉴다.) 등으로 미리 맛보는 태국 요리를 경험해볼 좋은 기회가 될수도 있겠다 싶었다.




야참 뿐 아니라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성들에게는 낮에 혼자 한두끼 때울때 챙겨먹을 메뉴로도 좋을 것 같았다. (나같은 여성에게 딱)

혹은 식구들 다같이 먹을 반찬으로 활용해봐도 좋을 메뉴들이 많았다. 쉽고 간단히 그러면서도 칼로리가 낮다는 것이 가장 큰 핵심 포인트이니, 그걸 잘 잡아서 국민야참 책을 다양하게 활용해보면 요리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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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스케치 놀이책 똑똑한 놀이책
김충원 지음 / 진선아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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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살때부터던가, 제대로 육아일기를 기록하지 않으니 대강으로만 기억이 된다만.. 아뭏든 꽤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에 심취해왔던 우리 아들. 하루에 스케치북 한권씩은 뚝딱뚝딱 그려내던 아들이 레고에 심취하면서 그림을 좀 멀리하기 시작하였다.

글씨를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가 그림을 좋아하니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한동안 안 그리다가 갑자기 그리려하는 아이의 그림은 우선 선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고 흐물흐물해서, 흐물거리는 자동차가 되어버리니 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갑작스레 아이의 그림을 보고 꾸중을 하기도 하였다. 엄마로써는 그래도 그림만큼은! 했다가 실망을 했달까. 그랬는데 뭐 그림이야 레고나 책처럼 다시 관심갖고 좋아하니 또 곧잘 그리기도 하고..

다만 어릴적에 아빠가 사람을 졸라맨처럼 그리고 다른데 치중을 해주다 보니 (아주 처음에는 엄마 아빠더러 무조건 그려달라 해서 따라 그리기 시작했었다. 한동안 엄청 그려달라하더니 이후로는 홀로 그리고 엄마아빠에게 그려달란 일이 드물어지기 시작했다. ) 요즘에도 사람은  동그라미 얼굴 하나에 팔다리 선으로 그리는 졸라맨 스타일로 그린다는게 문제라면 문제.

이제 아이 나이도 있고 하니 제법 잘 그리는 또래 아이들도 생겨나서, 아이의 그림에 엄마도 좀 아쉬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 욕심은 한도 끝도 없나보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자꾸 모방을 해서 그런지 꽃이며 나비며 다른 친구들의 스타일을 따라 그리려 하기도 하였다. 사실 어른들도 사투리를 들으면 금새 따라한다고도 하는데, 아이들 그림은 워낙 모방시기라 그런지 더 쉽게 따라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아이의 색깔을 완전히 잊지는 않은 것 같아서 그나마 좀 다행인가도 싶지만 말이다.

 

 

 

선으로 초간단하게 축약해서 그리고 있지만 나름 동작이나 중요한 것 등은 곧잘 캐취해서 그려낸다 생각하고, 장점을 먼저 들여다보려 하지만 사람 얼굴이나 표정 등은 이제 좀 신경을 써줬으면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나의 바램에 꼭 들어맞을 그런 책이 나왔다. 바로 요 책.

보고서 딱 우리 아들용 연습 스케치놀이책이네 싶었다.

 

밑그림 그리기, 스케치에 자신있는 어린이는 그림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자신을 표현하는 재미를 깨달아 글쓰기나 말하기와 같은 언어 능력, 혹은 다양한 형태의 창의력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됩니다. 스케치는 모든 미술 교육의 시작이고 뿌리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림그리기에 서툰 이유는 여전히 스케치에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충원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면 가장 좋겠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려 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자신있게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도 덧붙여주셨다. 우리 아이의 그림이 내 마음에 쏙 들지는 않더라도 사실 아이의 그림을 보면 자신에게 강한 영향을 준 것등을 너무나 잘 표현해내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였기에 아이의 그림의 그런 장점을 높이 사고 싶었다. 그래, 더 잘 그리고 자신있게 그리면 좋겠지만 지금도 아이가 잘하고 있다 칭찬해주는게 늘 우선이겠구나 싶었다.

 

 

우선 선그리기부터 연습하라는 것은 그림그리기 말고, 글씨 쓰기에도 미리 나오는 과정이다.

연필을 쥐고 쓰는 힘이 부족해서 선을 제대로 못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선 그리기, 다양한 곡선 그리기 등이 나오는 듯 하였다. 아이와 선그리기를 하고, 사람 스케치, 얼굴 표정, 동작 등 다양한 것들을 표현하는 것들을 훑어보고 따라해보았다.

 

또한 뒤로 갈수록 건물 그리기 등의 다양한 활용예를 보면서 아이의 그림에 자신감을 붙여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가 지금 자신의 그림에 만족한다면 엄마가 굳이 강제로 엄마 눈에 맞추어 그리라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좀더 잘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까봐 엄마가 이런 욕심을 내는게 아닐까 싶었다.

 

 

동물, 식물, 사람도 머리 모양, 얼굴 표정 등이 좀더 정교해지게. 사실 요 스케치북을 어른들이 따라해도 재미날 것 같았다.

김충원작가님처럼 어른들도 자신있게 그리기가 이 책으로 충분히 가능해질 것 같았기때문이었다. 어린 유아들이 따라하기에 쉬운 책이었지만 그림 자체가 거부감 들고 자신없는 초등학생이나 어른들이 따라해봐도 좋은 그런 책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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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괜찮아! 춤추는 카멜레온 42
세바스티앙 브라운 글.그림, 아이생각 옮김 / 키즈엠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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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와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아들, 키즈엠의 여러 동화책들 중에서 당연히! 이 책부터 뽑아들었다.

집에서도 열심히 보고 할머니댁 갈 적에도 이 책을 챙겨 들고 갔다. (외가에도 미리 갖다둔 책들이 있지만 아이는 늘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두세권씩은 챙겨서 갖고 다닌다.-> 들고 가는건 엄마가)

 

 

 

마침 외삼촌이 놀러와서 삼촌에게 책 읽어달라고 하고 신나게 듣고 있는 아들.

삼촌 총각시절부터 유달리 삼촌을 따랐던 터라, 오랜만에 만난 삼촌이 반가웠는지 좀처럼 떨어지려 하질 않는다.

재미나게 삼촌의 동화에 몰두하다가, 신이 나서 칙이 화물 나르는 것을 따라 흉내내기도 한다.

 

 

 

느려도 괜찮아의 주인공은 느린 화물기차 칙이다.

우리나라 동화 중에서도 빠른 ktx 기차와 느리지만 화물을 묵묵히 잘 나르는 화물 기차 이야기가 소개된 책을 읽어준 적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는 두 기차가 서로 경쟁하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승객들이 ktx읠 철로 앞에 사고가 나서, 성미 급한 승객 하나가 굳이 화물기차로 옮겨타서 오히려 ktx보다 늦게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기차 자체를 의인화해서 기차들끼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느리지만 묵묵히 일을 잘하는 칙은 언제나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게 하루종일 힘들게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날쌘 씽이 칙을 비웃고 놀린다.

"고물 기차야 열심히 달려

그래봐야 내가 금세 따라잡겠지만!" 하고 말이다.

 

 

 

칙은 그래도 웃는 낯으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리고 또 규칙도 누구보다 잘 지킨다.

교차로의 신호등이 앞에 위험하다고 기다리라고 하자, 묵묵히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데 신호등이 바뀌질 않았다.

바로 그때 씽이 깔깔 웃으며 신호등과 칙의 경고를 무시하고 달려나가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바로 그 신나게 달리던 골짜기에서 큰 바위들이 우르르 떨어져 내리고, 앞 쪽인 다리 앞부분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어서 씽은 뒤로 가지도 앞으로 가지도 못한채 진퇴양난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도와줘요~

씽의 울음소리를 알아듣고 달려간건 느리디 느린 칙이었다.

칙은 입만 살아있는 씽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 천천히 하지만 안전하게 바위들을 치워주었다.

 

기차의 특성을 비교하여, 친구들과의 우정에 있어서도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남보다 조금 느린 친구라거나 다른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쉬운 무언가를 갖고 있는 친구에게 쉽게 놀리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화였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지만 어려서부터 이런 책을 읽고 기차들의 마음을 친구들 사이에 투영할 수 있는 맑은 아이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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