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최준영 지음 / 이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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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대학 후배가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 그렇게 매일 글을 올리세요. 별로 잘 쓰는 것 같지도 않던데." 

딱히 반발할 수가 없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후배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올릴땐 매양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다음날 보면 쥐구멍을 찾고 싶은 거다. 삭제해 버릴 수도 없는게 이미 '좋아요'나 '댓글'을 달아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부끄러운 글을 밑으로 내리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게 바로 매일같이 글을 쓰는 이유가 된 셈이다.

 

진실한 소통을 위한 글쓰기, 부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한 글쓰기의 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프롤로그

 

눈에 유독 와박히는 글이었다. 나도 내가 쓴글이 부끄러워 차마 서평을 쓸 생각을 못하던 때가 있었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널리 이름을 알린 작가분에 비하면 일개 블로거에 지나지 않는 초라한 나이지만 부끄러움은 블로그를 통한 소통 자체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서평단을 응모하고, 처음 받았던 책을 읽고 서평이란걸 올려보는데, 내가 쓴 글을 나와 내 지인들이 읽는 것만도 부끄러운데 이게 무슨 글이나 된다고 감히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블로그와 카페 등에 당당히 올릴까 싶어서 그게 참 싫고 부끄러워서 망설였던 기억이 있었다. 서평이란게 사실 일종의 강제 약속 같은 거라 어쩔수 없이 올리기 시작했던 그 글. 처음에는 글이 문단이 나뉘어져 있지 않아 읽기 힘들다. 글씨체가 이게 뭐냐 눈 어지럽다 별별 말을 다 들었지만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맞아.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너무 내 생각만 할 수는 없는 거잖아 하면서 말이다.

 

저자와 닮은 듯 다른 이야기지만 어찌 됐건 나의 블로그 소통은 그렇게 시작됐다. 블로그에 직접 내가 올린 서평을 올리고, (처음엔 부끄러워서 몇번씩 다시 읽고 수정하고 하다가 나중에는 내 글 다시 읽는 것도 부끄러워 그냥 올리기도 하였다. 서평 열심히 수정해서 올리시는 분들한테는 뭐야 한번의 재고도 없이 그냥 올리는 글이란 말야?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자꾸 수정하다보니 처음의 글이 아닌 자꾸 산으로 가는 글을 발견하고 내 자신에게 부끄럽더라도 오늘의 글을 그냥 올리고 다음에 더 나아진 나를 보자고 생각했다. 저자의 대답과 비슷한 결론이 아니었나 싶다. 그 글을 뒤엎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어찌 됐건 나의 글은 이어졌고, 이후로 어떤 글이건 쓰다보니 조금씩 나아진다는 착각도 들었다. 우선은 자신이 생긴다. 어렵다 하기 싫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없어지고, 나만의 서평 노하우 등이 생겼다. 책을 읽고 자유로이 소통하는 나만의 교감 같은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 그냥 따로 틀이 짜이지 않은 거라면 그렇게 나의 생각을 담아냈다.

자꾸 읽고 쓰니 가능했던 일이다.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나니 블로그를 통해 친구들도 만나고 좋은 관계도 많이 생겼다.

 

저자는 페이스북에 꾸준히 자신의 글을 올린다 그렇게 소통을 한다. 부끄럽지만 부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한 글을 말이다.

 

어렵지도 않다. 심지어 그가 강연했던 교도소에서 어느 죄수 대표로부터 "저렴한 강의 잘 들었습니다"라는 인사를 듣기도 한다.

강연을 한 연사에게는 참 기분 나쁜 말일 수 있었다. 저렴하다의 의미가 긍정적으로 쓰일 상황은 아닐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죄수가 출소하면서 만나고 싶다 연락한 교수는 바로 저자 한명이었다한다. 그 많은 연사들을 놔두고.

저렴한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수있다. 편안하다. 이해하기 쉽다 등등으로 말이다.

 

저자의 글은 쉽게 편안하게 읽힌다.

긴 호흡은 아니나 그렇다고 생각마저 짧게 만드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노동운동하는 김진숙님이 동료로부터 학번에 대해 들었을때 처음에는 몰라서 당황하였고, 그 다음에는 운동에 학벌, 출신을 따지는 그들에게 분노하는 감정이 들었다 한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대학 나왔다는게 대단한게 아닌데도 대단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당연하게 그렇게 나 위주로만 살아온 것은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좀더 나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지독한 편견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싫은 오원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끔찍하게 살해당한 여성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는데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옷 한벌 제대로 바꿔입지도 못한채 검소하게 생활하던 여성이었나보다. 세상에 살해받아 마땅한 사람이란 없다. 하지만 오원춘이 표적으로 고른 여성은 너무나 안타까운 꽃봉오리였단 생각이 들었다.

 

노숙인들, 죄수들 수많은 거리의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는 터에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 교수라 불리우기도 하는 최준영님.

그의 글에는 사람 냄새가 담겨 있어 좋다. 난체 하는 허영을 좀 빼면 어떠한가. 사람 냄새 가득 뭍어있는 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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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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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라는 책을 읽어본 적은 없는데, 책 제목은 너무나 귀에 익은 책이었다. 인문서적이나 철학 책 등을 즐겨 읽지 않는 터라 잘 모르기도 했지만 인문서적 서평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던 책이었나보다. 

 

 읽고 쓰는 것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의 근원이고 혁명은 오로지 문학으로부터 일어난다고. 한점의 유뵤나 유예도 없이 말한다. 읽고 쓰는 것의 집약인 책이 문명을 일으키고 세계를 바꾸는 변혁의 중신 동력이라고! 그의 확신에 찬 통찰에는 천재성이 번뜩이는 바가 있다. -문학평론가 장석주

 

잘라라 기도하는 그손을은 사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잖아? 사유라는 것이 심심풀이도 시간 낭비도 아닌, 그 자체가 실은 생산적이라는 얘기니까 말이야. 그런 사람들한테 와닿는게 있어. 그런 의미에서 세상은 건전하다고 생각해. 이런 건전함의 배후에 불건전한 세상이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역시 건전한 방향이라고 생각해. -가가미 아키라 (사사키와의 대담중에서)

 

미처 읽지 못한 전작에 대한 이야기를 본문 속에서 접하는데 대한 생경함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게 해주는 구절들이 있었다. 

 

철학하면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 내게 이 책이 사시키의 이야기가 와닿는 중요한 까닭은 책을 읽고 쓰는 그 이야기를 중시한다는 점이었다. 주로 문학 책을 좋아하는 나이긴 하지만 읽고 쓰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유와 철학이 특별하게 와닿는 것은 나의 그런 생각과 일맥상통해서였다.

 

사사키: 저는 다른 사람이 10여 년간 쌓아온 것을 한번 읽음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해가 안되면 무슨 이유에선지 화를 냅니다. 더 알기 쉽게 말해!라고. 게다가 소설이나 만화의 경우 어려운건 재미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중략..  다카노 씨의 오쿠무라 씨의 가지는 몇번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기때문에 좋은데. 모르니까 재미없다는 생각은 독서에 '권력욕'을 투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작가의 주관적인 견해를 들을 수 있어 좋은 자리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저자의 다른 작가와의 좌담, 대담 등을 엮어 만든 책이라 할 수 있다. 생생한 육성의 현장이랄까

지루하고 어려운 것을 싫어하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독서에마저 권력욕을 투사한 결과라니 움찔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저자의말마따나 딱 한번 읽고 저자의 온갖 경험과 사유가 아우러진 결과물을 감히 이렇다저렇다 평하는 것도 어거지란 생각도 들었다.

타르콥스키의 무료함을 참을 수 없이 좋아한다는 가가미 역시 저자의 이야기에 강하게 공감을 한다.

하나에와의 대담 중에도 하나도 모르겠다라는 그녀의 말에 사사키는 대답한다. 니체는 여름의 더운 오후에 샘물을 남김없이 마시듯 내 책을 읽어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우선 목이 말라야하죠. 86p 모른다고, 다 이해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때가 되기를 기다려보라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 같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아, 왜냐면 열받았거든 편에서는 다카하시 겐이치로라는 작가의 소설의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사사키가 꽤나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분석하는 대목이 있다. 일본 문학과 세계문학을 모두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이를 우리에게도 알기 쉬운 말로 게다가 결코 아는 척 으스대지 않으면서 몇십년 동안 얘기해주던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소설의 기교를 훤히 다 알고 있는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고꾸라지면서끝나요. 소설은 깔끔하게 끝나서는 안된다는걸 제게 가르쳐준 분이 여기있는 다카하시 겐이치로거든요? 207p

 

그에 대한 대답으로 다카하시는 답한다. 1960년대에 일어났던 일을 망각하고 있는 시대에 열받았었어요. 일본 문학 중에 뭘 읽어도 열받고 있었어요. 뭐가 싫었냐면 '문학보다 열받는건 없어. 뭘 잘했다고 으스대는거야'라는 거였죠. 208p

 

사사키의 대담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철학적인 부분은 내가 깊이 사유하고 싶은 부분이 아니었지만 책에 관한 부분은 새로이 공감해볼 필요가 분명 있는 부분이었으니, 무조건 내가 아는 부분에서만 옳다고 고집을 피울 필요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사사키의 전작이 궁금해진다. 일본 작가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천재, 가장 놀라운 책 등의 찬사를 받은 책이라니 도대체 어떤 아름다운 문체가 무명의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는지 진실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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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들리는 순간 - 인디 음악의 풍경들
정강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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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런 내 귀에도 익은 밴드들이 꽤 많았다.

크라잉넛, 브로콜리 너마저, 델리 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장기하와 얼굴들, 산울림, 십센치, 강산에, 루시드폴, 김광석 등이 그랬다.

그밖에도 내 귀에는 새로운, 하지만 무척 흥미있는 인디밴드들의 이야기가 한가득이라, 음표가 넘실댈 그 이야기들을 눈으로만 본다는게 아쉬움이 가득할 정도였다. 음악과 함께라면 더욱 멋진 책이 되겠다 싶은 책.

이 책은 2010년 봄부터 2011년 겨울까지 대중음악 담당기자로 일하면서 만난 인디밴드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음악에 대해 주관적인 견해를 마음껏 풀어낸 책이다. 홍대 언저리에서 사귀게 된 뮤지션들은 대체로 그런 범주에 속했다. 말하자면 그들의 음악은 나를 감전시켰고, 넘어뜨렸다. 나는 그 치명적인 음악이 좋아서 주관이 넘실대는 기사를 써놓고도 모른체 했다. 나는 예술가의 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전시키는 능력에 달렸다고 믿는다. 9p

 

말랑말랑한 발라드 외에는 그다지 좋아하는 노래가 없었던 나였는데 절친했던 대학 친구는 오빠만 둘인 3남매 중의 막내라 그런지, 오빠들의 영향으로 (나도 오빠가 있지만 그닥 음악적 영향은 받지 않았는데) 헤비 메탈에 심취했던 친구가 있었다. 락도 좋아하고 메탈도 좋아하고, 그런 친구를 따라 메탈을 틀어주는 홍대인지 서강대인지 암튼 그 어드메의 카페에 가서 쿰쿰한 분위기 속에 시끌벅적한 외국 음악을 틀어놓고 즐기는 곳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적응이 안된 나는 그 음악들이 소음으로만 느껴지고 살짝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잠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뭐랄까 내게는 그 소음조차 지루함이었는데 친구는 정말 그 자체를 즐기고 이후에 메탈, 락 등을 들으러 콘서트 등에 찾아다닐정도로 열중했었다.

 

신촌에 꽤 오래 살았으면서도 홍대를 즐기고 인디 음악을 챙겨 들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일명 꽉 막힌 나였는데, 인디밴드의 주류가 락이라고는 해도 꽤 내 정서에도 잘맞을 그런 곡들이 있음을 알고 진작 좀 챙겨서 들어볼걸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었다.

루시드 폴은 나중에 영화 음악 등으로 익숙해지기 시작해 신랑이 먼저 좋아해서 나 역시 좋아하게 된 음악가이고

브로콜리 너마저는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이웃님들 블로그에서 접한 밴드였는데 음악이 참 괜찮다. 요즘의 댄스 가수 가득한 음악에 비해 인디밴드의 이런 감성이 나와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분이 소개해주는 가사말들을 접하며 곡이 궁금해 인터넷으로 찾아 들으니 귀로 듣는 느낌 또한 너무 괜찮다.

 

2003년에 나온곡이라는 델리 스파이스의 고백은 어찌나 귀에 익은 곡인지. 한참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방에 가서 따라 부를 적에는 노래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왔었는데 결혼 후 노래방 근처에도 못 가보고, 아기를 낳고는 동요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보니 그냥 여기저기서 흘려듣기만 했던 곡이었다. 사실 2003년이면 내가 결혼하기도 훨씬 전이니 그런 핑계에도 해당되지 않지만 말이다. 가사와 노래가 매칭되지(내 기억속에서)는 않았지만 이렇게 귀에 익은 곡이었을 줄이야. 워낙 둔감한 편인지라 그저 귀로만 익숙한 유명한 노래들이 참 많다. 뒤늦게 알고 아, 이곡이었구나 하는 곡들이 많았는데 델리 스파이스, 아, 역시!

그리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 전주로 유명한 챠우챠우까지. 델리 스파이스는 정말 그야말로 하나의 사건이 아닐수 없었다.

 

델리스파이스는 뭐랄까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들이 1997년에 데뷔한 것은 그 무슨 운명인것만 같다. 절망의 시대에 함께 절망하는 음악은 고맙다. 절망과 절망이 만나면 종종 위로에 도달하기도 하니까. 1997년에 어른이거나 아이였던 우리는. 우리의 이런저런 상처에 델리스파이스를 발라가며 빈곤의 시대를 견뎠다.

그러니 사람들은 델리 스파이스를 1997년의 음악정 상징으로 여기기도 하겠다. 최근에 막을 내림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즐겨봤다. 1997년에 열여덟살이었던 IMF세대의 성장기가 뭉클하게 담겨있었다.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1990년대 음악에 많이 기대고 있었는데 델리 스파이스는 그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44P

 

저자가 격하게 공감하는 것을 나 또한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나이로 같은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그 감성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 건축학개론을 아주 뒤늦게 티브이에서 보고 가슴속 설렘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처럼

아직도 미처 못본 응답하라 1997도 뒤늦게라도 보게 되면 또한번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는 나를 찾을 수 있겠지.

음악이란 이런 것이다. 시간과의 교감과 소통. 바로 그런 것.

다른 공간속에서 서로 모르고 살았을 지라도 같은 시간 속 같은 음악윽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것.

 

밴드의 결성 계기 등도 재미나다.

우리 귀에도 아주 익숙한 말달리자의 크라잉 넛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악기 하나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의 만남이었다한다.

1995년 홍대 앞 클럽 드럭에서 한 밴드가 연주하던 악기를 내려치니 엉뚱하게도 관객이던 이들 네명이 무대에 올라 기타와 앰프를 마구 부수며 난동을 피웠다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 망나니들 피해 보상 좀 해줘야겠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곳은 홍대. 클럽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름에 클럽 사장이 그들을 따로 불러 오디션을 보라 했단다.

악기를 다룰줄 몰랐던 개념없는 청춘들은 아무렇게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누구는 입으로 기타 소리를 내고 누구는 입술을 떨어가며 드럼소리를 냈다. 결과는 합격. '개념있는'사장은 이들의 '개념없음'에 미래를 걸었다. 밴드 크라잉 넛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넷은 그날로 악기를 사고 연주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29p

 

그런가 하면 소개팅 비슷하게 만난 두 남녀가 서로 어색함을 유지하며 거리를 두고 음악만을 사랑하며 만들어진 인디밴드도 있다.

무한도전으로 유명해진 십센치의 아메리카노라는 노래도 귀에 참 착착 감기는 노래다.

 

인디밴드에 대한 내 지식은 무척이나 짧은 것이었으나 괜찮은 밴드들의 음악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해준 이 책은 참 괜찮은 책이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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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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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책으로는 꽤 오래 전에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꽤나 인기가 높았던 책이었는데 읽을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뭐 이런 내용이 다 있지? 싶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중국이란 나라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읽은 제 7일은 좀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잘 몰랐을 적에 (물론 지금도 잘 모른다.) 인터넷등에 난무한 짝퉁 제품, 짝퉁 먹거리 등을 양산하는 그들의 천연덕스러움에 치가 떨린 적이 있었다. 심지어 갓난아기가 먹는 분유까지도 멜라민 분유를 만들어내고 아무렇지 않게 유통시키는 그들, 뭐 달걀도 가짜로 만들어낸다니 할말을 잃게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믿기 힘든 그런 뉴스들이 아주 극히 그들의 일부일뿐 전부는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얼마전 읽은 조정래님의 정글만리를 읽고 우리와 분명 다른 그들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해하고 읽으니 제 7일이 그들의 눈길에서 읽히는 기분이었다. 아니었으면 우리와 너무 다른 정서로 거부감 드는 부분들도 여럿 있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영원한 인연을 다시 찾은 7일간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사랑을 꽃피우는 그런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띠지의 그런 설명은 좀 맞지 않는단 생각이 든다.

작가가 초점을 맞춘건 양페이와 리칭이 아닌 양페이와 양아버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그 인연이라는 말이 사랑하는 연인이 아닌 부모 자식지간의 인연에도 해당이된다면 맞는 말일테고.

 

첫 시작은 죽은지 첫째날인 양페이가 스스로 걸어서 화장터인 빈의관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족이 없이 홀홀단신으로 죽은 양페이는 죽었을 당시 그대로의 차림으로 가다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 수의를 찾는다.

그런데 사둔 수의가 없으니 입고갈 옷이 없다. 그나마 하얀색인 예전 신혼때의 잠옷을 꺼내입고, 스스로를 애도하기 위한 상장을 만들어 달기 위해 집에있던 검은 옷을 일부 잘라 왼팔에 둘렀다.

 

빈의관에 가보니 빈부의 격차에 따라 화장 순서도 달라지고, 대기석도 달랐다.

약소하더라도 무덤과 관, 수의 등이 마련된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나마도 없는 더 가난한 사람들, 혹은 가족을 미처 만나지 못하고 흩어진 영혼들은 그저 안식의 땅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세상 어딘가를 떠돌 뿐이었다. 그들이 모인 공간도 있었으나 그들은 영원한 안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죽어서까지도 입고 있는 옷, 마련된 무덤 등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는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물론 빈부의 격차가 남은 사후 세계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얼마든지 재창조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죽은 사람들은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기도 하였다. 특히나 교통 사고 등으로 비명횡사한 경우에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당황스러워하다가 이후에 들어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수긍할 수 밖에 없기도 한다. 처음에 양페이도 자신이 왜 죽었는지 모르다가, 서서히 떠오르는 최후의 기억으로 미루어 짐작을 한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거기에 자신이 깔려 죽었음을 말이다.

 

죽음에서 시작한 양페이의 이야기는 그의 탄생시절로 되돌아가 그를 키워준 양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기차를 못 봤던 것 같은데, 중국에서 양페이가 태어날 당시에는 기차의 화장실 변기가 바로 바닥으로 이어지는 (그러니까 변을 보면 그 변이 모두 선로로 쏟아진다는 것일까? 상상하기도 힘든 ) 구조였나보다. 만삭이었던 양페이의 엄마가 배가 너무 아파 화장실에 가서 힘을 주다가 그만 갓난 아기가 선로로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힘들어 바로 기절했던 엄마는 자신이 똥이 아닌 아기를 낳아 떨어뜨리고 기차가 계속 출발했다는 것을 알고 아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한참 시간이 흐른 후라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갓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은 선로전환공이었던 양진뱌오에 의해 갓난아기가 구조되어 젊은 총각이었던 양진뱌오가 아기를 거두어 키우게 되었다. 그는 산모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일부러 갓난아기를 죽이려는 못된 부모가 선로에 일부러 버린줄 알고 아기를 더욱 불쌍히 여기며 애지중지 키웠다.

 

친하게지내던 동료의 아내가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젖동냥을 해서 아기를 키워냈고 이후로는 자신의 품안에 포대기같은것을 만들어 달고 아기를 늘 가슴에 품고 다니며 사랑으로 키워냈다. 사실 애딸린 총각이 장가를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끓는 청춘이기에 그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했으나 늘 아기가 문제였다. 대부분의 아가씨가 그를 다 떠나갔지만 딱 한번 인연이 깊게 닿을 뻔했는데 그 아가씨 역시 아기와 자신 중 선택하라는 듯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였다. 젊은 혈기였던 그가 한순간의 선택으로 네살난 아들을 갖다 버리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아빠를 굳게 믿고 사랑했던 네살바기 아이를 기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곳, 어느 유치원 옆에 버리고 온 날, 그는 아가씨에게 달려가 사랑을 고백했지만 다음 날 혼인신고를 하러 가다말고 자신의 가슴속 변화를 깨닫고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난 양페이만 원해요.

그는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부리나케 그 도시로 되돌아가 아이를 찾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갖고 있던 사탕이 다 떨어지고 수통의 물이 떨어져 배가 고픈 와중에도 개가 무서워 나뭇잎으로 온몸을 덮고 잠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아빠가 왜 안오지? 하면서 잠꼬대를 하는 아이를 끌어안고 너무나 미안해했던 양진뱌오

 

어제 이 책을 다 읽었을때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는데, 다시 양진뱌오의 양페이 이야기를 쓰려하니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걸어 사랑했던 아들, 죽어서까지 그 아들을 못 잊고 죽어가면서까지 양페이를 읊조렸던 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양아버지 양진뱌오의 이야기였지만 그외의 인물들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위화의 이야기 그러기에 사람들이 이리 몰두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회사 최고의 절세 미녀였던 리칭, 아무도 감히 넘볼수 없었고 재벌들조차 마음대로 농락할 수 없었던 그 차가운 미녀의 마음을 움직여 결혼에 이른 양페이. 그는 아버지처럼 우직하고 성실한 그런 사람이었다. 둘은 사랑했으나 가난했기에 화려한 미모로 언제든지 부의 기회를 움켜쥘수있었던 리칭은 그를 저버리고 떠나고 말았다. 이후 양페이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고 말이다.

 

류메이와 우차오의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그들의 이야기. 쥐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방의 구분도 아니고 옆집과 천 하나로 벽을 삼아 살아가는 절대 군중의 이야기. 그 절대 가난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사랑이 가난과 오해 등에 의해 슬프게 저버리고 말았다. 남자친구의 거짓말 하나로 죽음을 결심한 가벼운 모습이 독자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긴 하지만 아이폰 하나로 몸을 팔겠다고 하거나 가짜 아이폰으로 목숨을 버리겠다고 하는 등의 이야기가 중국에서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그들의 지나친 생명 경시와 부에 대한 집착 등과 어우러져 이해된 부분이었다.

 

슬프디 슬프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위화의 이야기, 허삼관 매혈기보다 난 제 7일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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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세움 K-1 : 1-20까지의 수 - 6~7세, 친철한 스토리텔링 STEAM 수학 교과서 수학세움 K 1
박영훈 외 지음, 우지하우스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세움은 원래 대한교과서를 만드는 교과서 출판도 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다. 그런 아이세움에서 만든 스토리텔링 유아 수학 학습서

수학 세움, 5~6세를 위한 PRE K 단계도 있었지만 6~7세인 K1단계가 1~20까지의 수이고, K2부터 덧셈과 뺄셈 기초가 들어가기 시작하는 터라 K부터 시작해도 될 것 같아서 K를 선택하였다.






집에서 일찌감치들 수학 공부를 시키는 집들이 많은데 비해 따로 해주는 것이 없었다가, 친구네 아이가 기탄으로 수학을 공부했다길래 기탄 몇권을 풀게한 것이 전부였는데, 이후 계산 등의 문제집을 기탄으로 이어갈지 해법이나 다른 문제집을 살지 고민중이었다. 그런데 아이세움에서 수학 세움이라는 스토리텔링형 문제집이 나왔다길래 보니, 반복이 주인 기탄에 비해 다양한 설정이 재미나보이긴 하였다.






문제를 직접 글씨로 써서 푸는 것도 있고, 입으로 세어서 말하는 것도 있다.

아이의 유치원에서의 일상같은 상황 속에서 수를 세는 것을 재현해볼 수 있었다.




1~20까지의 숫자를 단순히 암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맨 먼저 인지를 하고, 그 다음에 순서를 아는 것을 확인하고, 세번째에는 10부터 거꾸로 세기를 해보고, 4번째에는 정해진 만큼 묶어 세는 것을 해보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의 기탄에서는 묶어 세기를 해보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앞 부분을 보다 더 수월하게 풀어볼 수 있었다.

사실 푼다기 보다 숫자 세고, 적고 정도의 수준이지만 말이다.




숫자에 대한 부분 외에도 옆의 도형 모양을 점선으로 재현해보고 색칠하는 공부라거나 책의 뒷부분에 들어있는 카드와 스티커를 이용해 놀이식으로 학습하는 부분도 재미나보였다.

어렸을 적에 초등 저학년때까지의 수학이 단순 숫자 연산과 반복이라 무척 재미없어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렇게 놀이식으로 공부하면 단순 사칙 연산도 훨씬 재미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탄에 비해 단순 반복이 아니라, 매일 매일 조금씩 나누어 풀게 하는데도 지루함이 없어 좋다.

하루에 몰아서 다 풀기보다 조금씩 진도를 나감으로써 알고 있는 것도 확실히 다져나가는 용으로 k1을 풀고, k2부터는 확실히 짚어나가며 배우는 것으로 진도를 잡아보고 있다.






숫자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는 어려서 배우는 것도 흥미있어 하고, 자기가 재미나서 풀기도 한다는데 사실 엄마도 아빠도 둘다 이과였으면서도 수학 자체를 어려서부터 아주 좋아했던 케이스는 아니었던 지라 아이가 흥미를 갖고 수학과 만나게 하는게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릴적부터 수학은 지루해라는 인식이 들면 정말 큰일이기에 말이다.

다행히 아이가 레고 등의 블럭 조립을 좋아해서인지 유치원에서도 창의성면에서 두각을 발휘하고 있다 하였는데, 부모에게 부족한 창의력이 높다는 것을 높이 보고, 기본기를 다져주는 이런 학습은 매일 꾸준함을 통해 아이의 흥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다져주는 식으로 접근해보는게 우리 아이와 잘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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