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창생 - 열아홉, 소년의 약속
윤이경 지음, 김수영 각본, 오동진 인터뷰.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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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빅뱅 탑 주연의 영화 동창생.

 

요즘 북한의 남파 간첩, 탈북자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등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영화를 잘 못 보고 살아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동창생 모두 영화로 만나보진 못했는데, 얼마전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보니 북한의 귀공자가 택시기사가 잘못 한국 대사관에 내려주는 바람에 얼결에 탈북하게 된 다소 코믹하기도 한 미니 단막극 한편을 보게 되었다. 잔혹 코미디였나? 장르가 좀 애매했던.

 

공산당, 반공 등의 교육을 강하게 받고 자란 우리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두려움은 갖고 있을까? 가난과 배고픔 등이 아닌 그들의 지독한 정신력 등에 대해 요즘 아이들이 알고 있을까?

물론 직접 전쟁을 겪어본 세대라면 우리보다 더욱 더 차이를 직시하겠지만 말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북한, 그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자못 멋지게만 비춰지는건 아닌가 걱정스러움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사실 그들 역시 우리의 핏줄이고, 감싸안아야할 동포이면서, 아직은 분단된 조국이기에 언제 어느때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눌지 모를 그런 안타까운 긴장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책 속의 남파간첩, 아니 기술자인 강대호(극중 본명 리명훈)의 역할은 남쪽의 주요 인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북한 공작원끼리의 암살과 숙청, 세력 다툼을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마 이런 일들이 실제로 있었을지 모른다. 장남이 아닌 3남인 김정은에게 김정일의 지위가 세습되기까지 분명 우리가 모를 수많은 숙청과 암투가 존재했을 것이다. 눈에 띄게 드러나는 부분도 있었고 말이다. 강대호는 바로 그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되고마는 존재로 나타난다.

 

맨 처음 긴박한 상황 속에서 숙청되었던 간첩.

탑이 주연한 리명훈의 최후인줄 알았던 서두는 바로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간첩 임무가 실패로 끝나자, 북에 남은 그의 가족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니 그보다 더 처참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어머니는 당에 의해 암살을 당하였고, 어린 피붙이 남매만이 살아남았는데, 잔인한 당은 그의 어린 여동생의 목숨을 볼모로 그를 철저한 살인마로 키워내었다. 그가 남에서 맡은 공작 임무를 완수하고 와야만 동생을 만날 수 있다고 협박하며 피아노를 배우던 학생을 살인마로 내몰았던 것이다.

 

소년은 사랑하는 여동생 혜인을 위해 죽지도 혼자 죽을 수도 없는 그런 살인마가 되었다.

어린 여동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살아남는 수밖에 없었다.

비열하게 소년의 약점을 틀어쥔 당은 그렇게 소년을 위험한 사지로 내몰았다.

 

자유로움이 가득한 남한 땅에 탈북자의 신세로 내려온 리명훈, 그는 강대호란 이름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겉으론 버들 약국을 운영하고, 실제로는 마약 주거래 업무로 북한에 막대한 비밀 자금을 공급하는 북한공작원 부부에게 양아들로 위장해 입양되어 고등학생의 어린 나이에 기술자라는 끔찍한 일을 수행하게 된다. 그의 양어머니인 장부인은 어린 아이가 기술자로 보내진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 들었다.

 

남한의 학교에는 일진과 왕따가 존재하였다. 경찰도 군도 아닌 일진에게 눈에 띄지 말고 조심스레 지내라는 당의 엄포, 일진의 존재가 무엇이길래. 사실 그에게는 아주 손쉬운 상대였으나 너무 눈에 튀어서도 안되니, 그저 적당히 묻어 지내려 하였다. 그 일진과 반 아이들이 괴롭히는 아이,반 전체의 왕따인 소녀 혜인. 자신의 여동생과 이름마저 같은 그 아이는 소년의 짝이 되었다.

 

집안이 망하면서 더이상 발레를 할 수 없게 된 꿈이 꺾여버린 어린 소녀와 동생을 지켜내기 위해 당의 철저한 살인 기계로 변신해야했던 어린 소년의 만남, 그들은 동창생이라는 이름으로 엮이게 되었다. 단 하나의 친구.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평범한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된 소년의 불행이.. 혹시나 혹시나 행복한 결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보았지만 ....

 

글로만 만나본 후, 포토북을 펼쳐보니 영화 속에서 탑이 어떻게 열연했을지 대충 가늠이 되었다.

아마도 탑만 멋지게 그려졌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도 무척 멋있는, 그런 비련의 주인공으로 나오니까.

 

편안하게 잠들어있는 어린 아들을 지켜 보자니, 갑자기 더 가슴이 아파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의 꿈을 무참히 밟아버린 어른들.

그리고 능력있는 친구의 재주를 시기하고 따돌리기 시작한 철없는 우리네 아이들까지.

어린 아이들을 두고 나쁜 짓을 하거나 시키는 사람들은 정말..천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부모의 심정으로 책을 덮었다.

늘 엄마의 마음으로 돌아오면 감정적이 되는구나. 극중 정민의 안타까운 심정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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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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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고 좀 으스스한 느낌을 받긴 했는데 너무 무서우면 어떡하나 (요즘 들어 아주 겁이 많아져 버렸다. 예전엔 일부러 공포영화도 찾아보고 그랬는데 요즘은 하도 혼자 늦게 자는 시간이 많다보니 별게 아니더라도 자꾸 생각나고, 오죽하면 얼마전에 본 태국 코미디 호러 영화 -장르가 모호- 웃기는 영화였는데도 귀신 분장이 섬뜩해서 자기 전에 자꾸 생각나 힘들 정도였을까. ) 걱정이 되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런 공포는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좀 겁은 나도 귀신이나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일부러 찾아 읽던 나와 지금의 나는 참 많이 달라진게 아닌가도 싶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 이렇게 소심해지다니.

 

이 책은 어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밖에서도 착한 아이로 손꼽히고, 단짝 친구에게도 모든 걸 다 양보하고 맞춰줘가면서 살아왔던 알음이.

갑자기 생긴 짝사랑 소년과의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고 빈집에 들어가 귀신소환을 하겠다는 단짝 친구 소희덕에 엉뚱하게 알음이에게 계약자가 나타나버렸다.

 

끈적끈적 때로는 거미같은 괴물로 때로는 곰돌이의 모습으로, 때로는 그 누군가의 모습으로.

 

계약자는 알음이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면서 정작 바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외동딸이었던 알음이네 가정. 그 행복을 깨뜨린건 아빠의 외도였다. 아빠는 아빠의 아들인지 아닌지 모를 어린 아이를 데려와 그 아이의 엄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다면서 단 한달이라도 이 아이를 거두어야한다고 말을 한다. 엄마도 알음이도 원치않는 아이를 말이다. 알음이가 집에서 불안함을 보이기 시작한건. 그리고 그녀에게 계약자가 나타난건 바로 그 이후부터였다. 그 아이가 나타나고서부터.

 

아이는 너무나 어려서 말도 하지 못했고, 알음이가 사이렌이라 부르는 울음을 종종 터뜨리곤 했다.

사실 알음이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음이의 소원이 이 아이를 없애 달라는 거라니.

어린 아이에 대한 것으로는 좀 많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당장은 내 눈앞에서 없어져. 이런 의미였겠지만. 착한 아이였던 알음은 자기도 모르게 그 아이를 베게로 눌러 버리는 상상을 해버리곤 하였다. 아니,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정말 베게로 덮어버릴 지도 모를 상황이 두번이나 있었다. 상황이 그랬다곤 하나 알음은 그렇게 변해갔다. 착한 아이에서 더이상 착하지 않은 아이로..

 

심지어 소희가 짝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처음에는 재수없게 느꼈던 그 아이 율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처음에 갖고 싶었던것은 율이 아니라 율의 베어브릭이었다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계약자에게 율을 갖고 싶다, 그리고 나비라는 새 친구를 사귀고 싶다라고 말해버리고 만다. 아니 계약자와는 굳이 입밖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것이 곧 소통이 되었으니까.

 

자기 생일이라고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갖다 바치기를 바라는 공주같은 소희. 그리고 늘 하녀처럼 그녀의 뜻대로 따라주었던 알음이

알음이도 이제 소희의 그런 변덕스러움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소희를 더 좋아할 줄 알았던 율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고마웠고, 돈에만 눈뜬 괴짜인줄 알았던 아이가 사실은 그 너머의 아픔을 간직한 소년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을 좀더 너그럽고 편하게 대해준다는 것 등등이 소희 보란 듯이 율이와 가까워지고 싶은 알음이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갑작스러운 엄마의 부재.

그런데 알음이는 정말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고 계약자와 자신 주변, 특히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등에만 치중하다보니 집에서는 온통 그 보기 싫은 아이 생각만이 남아있었다. 저 아이를 치워버리고, 안 보이는대로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기에 알음이의 소중한 엄마가 어느새 보이지 않아도 몰랐던게 아닐까.

 

갑작스러운 가정의 붕괴로 사춘기 소녀가 겪게될 정신적 혼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가 파괴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사실 실제로 나비처럼 삐딱하게 나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이상의 충격을 받은게 아니었을까. 이미 머릿속으로는 가상의 살인까지 할뻔했으니 말이다. 어린 소녀가 계약자와의 계약에 의한 나홀로 고민같은 곳에 휩싸여 주위 사람들이 입는 상처 같은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게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전체적으로는 꽤 뒷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몰입해 읽고 또 어느 정도 재미났다 싶은 만족스러움도 있었지만.

이후에 읽은 책의 재미가 워낙 커서, 이 책이 묻히는게 좀 미안하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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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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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시, 그 즈음에 맑은 기억으로 깨어 있던 학창 시절, 라디오 생방송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은 음악과 감미로운 디제이 목소리에 괜히 마음 한켠까지 풍요로워졌던 나의 10대 시절. 그 시절이 다시 그리워 얼마전 그 즈음의 라디오를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몇년전,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일 수도 있는 내가 어릴 적에 듣던 그 음악도, 그때의 분위기도 아니었다. 너무나 시끌벅적 달떠 있고, 고즈넉한 밤과 어울리지 않게 오던 잠도 다 깨워버릴 그런 시끌벅적한 수다만이 가득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이제 밤 11시의 라디오는 나의 시간이 될 수 없겠구나 싶었다.

 

아주 어릴적 초등학교때 꽤 많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댔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한것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내 아이가 돌이 지나고 난 이후부터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책장 한장 넘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는데 (너무나 빠른 인터넷에 익숙해지다보니) 그 몇장 넘기는 어려움을 참아내고 나니 이제는 책 읽는 것이 그 무엇보다 쉬운, 편안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라디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듣고 있지 않지만 학창 시절에 즐겨 듣던 초저녁부터 자정 무렵까지, 내지는 새벽 1시 정도까지의 음악들. 누군가가 나와 마찬가지로 깨어있다는게 좋아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랍시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을 좋아했다. 공부에 방해되지 않으려면 사실 누군가의 목소리조차 깔리지 않을 차라리 반주 음악 등을 듣는게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겁이 많은 터라, 누군가가 같이 깨어있는 듯한 라디오가 더욱 좋았다.( 녹화방송일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한. 가끔 녹화도 있는 듯 했는데..)

그때 듣고 못 듣던 음악을 다시 들은 때가 결혼하고 난 직후였다. 정말 하루 종일 라디오만 듣고 살았다. 이때는 오전부터 오후까지만 라디오를 들었다. 밤에, 그러니까 예전에 나의 골든타임이었던 초저녁부터 자정까지의 시간은 요즘의 어린 세대들, 그러니까 내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음악과 소음처럼 느껴지는 각종 분분한 잡담으로 채워져 더이상 저녁 방송은 들을 수가 없었다.

 

책처럼 라디오도 내게 그렇게 두 시기가 있었다. 책에 집중하면서 라디오는 못 듣게 되었지만 말이다.

밤 열한시를 떠올리며 어릴적 고즈넉한 음악을 들을 수 있던 그 차분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각자에게 그 시간이 주는 감상과 느낌은 무척이나 다르리란 생각이 든다.

작가님 말씀대로 하루를 마감하는 듯, 그러나 반대로 날을 새워보는 것을 계획해도 좋을 시간.

학창 시절,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날을 샌다는 것은 사실 다음날의 일정이 짜여있는 내게는 거의 휴일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었던 시절이었는데.. 결혼하고 주부가 되니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의 일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전의 열한시, 열두시의 설렘은 사라지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마음껏 하고 살다가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 일정을 맞추다보니 엄마 생각대로 새벽에 아무때나 깨어있는게 힘듦을 다시 깨달았다.

 

다시 황경신님의 밤 열한시로 되돌아와서.

많은 독자분들의 글에서 보듯, 이 책의 밤 열한시라는 제목과 같은 내용의 글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나 또한 나의 열한시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지만, 책에 나온 이야기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시와 같고, 어쩌면 에세이와 같은 그런 글들이. 보통 사람들의 짧은 단편보다 조금 더 깊이있는 그런 글들이 마치 일기처럼 날짜가 콕콕 새겨진채 사계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안에는 작가가 그리워하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가 꽤 많은 부분 담겨 있다.

 

특히나 사랑이라는 것은 결혼을 하고 삶에 팍팍해진 사람들의 넋두리에는 그나마 덜 등장하지만,

감정에 눈뜨기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부터 사랑을 경험해본 풋사랑의 이십대, 그리고 삼십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그 나이 쯔음의 젊은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한때는 내게도 그랬을, (그렇다고 지금 사랑이 내게 없다는 것이 아니라 연인의 사랑보다 중요한 것을 갖고 사는 지라) 그런 감정의 이야기로, 지금도 여전히 누구에겐가 중요한 그 사랑과 이별의 감정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었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너무 힘들어서 이 세상이 온통 다 끝나버릴 것 같았던 순간들. 그러나 지나고보면 그렇지 않은 그냥 하나의 과거가 되어버리는 그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책에선 아름다운 말들로, 그리고 작가가 뿜어내는 시같이 빛나는 말들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런데 난 왜 이리 메말라버렸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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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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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해서 스스로 학비와 생계비를 벌어야하는 이경, 남들처럼 편의점이나 카페 알바 등을 하고 싶지만 키도 작고 외모도 볼품 없는 그녀를 뽑아주는 데가 아무데도 없었다. 하는수 없이 아빠가 하던 특수 청소를 이어 하게 되었다. 20대의 그녀가 하기에 그 특수 청소란 녹록한 직업이 절대 아니었다. 시체가 있던 곳, 자살하거나 살해당한 현장을 청소하는 것이 그녀가 속한 용역 업체의 주요 업무였다.

토할것 같은 악취, 남자들도 참아내기 힘든 그 일을 그녀가 하게 된 것은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 전까지였지만 알바와 마찬가지로 취업 역시 늘 면접을 보면 백전백패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게다가 꿈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아주 늘씬하고 예쁜 부잣집 명문대 여대생. 엄마와 하루종일 쇼핑하고 치장하고, 늘씬한 몸매에 외모까지 빼어난 그녀는 현실의 이경과 너무나 차이가 나 보였다. 꿈을 꾸면서도 이경은 생생히 그녀를 기억했고 놀라운 것은 꿈속의 그녀인 다운 역시 이경의 현실을 꿈으로 꾸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로의 꿈 속에 중첩되는 두 사람. 이경과 다운. 외모와 학벌, 생활 모든 것이 너무나 차이나는 두 사람이었다.

둘은 왜 서로의 꿈에 맞물려있는 것일까. 더 놀라운 것은 동일한 시간대가 아닌 이경은 과거의 다운을 꿈꾸고 다운은 미래의 이경을 꿈꾼다는 사실이었다.

 

아주 재미나 보이는 소재였다. 소재를 떠올린다 해도, 그 소재의 빼어남에 비해 그 진가를 살리는 작가 혹은 연출가는 그리 많지 않아보였다. 헐리웃 영화들도 사실 첫 시작은 웅대하게 펼쳐놓고서 수습을 못해서 어영부영 이상하게 급 마무리를 하고 말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끝까지 후회시키지 않을. 작가의 최고의 상상력이 발휘된다.

 

추녀와 미녀가 서로 꾸는 꿈, 아주 약간은 어디선가 비슷한 소재가 있을법도 한 그런 내용이었지만 주된 이야기는 절대 어디에서고 보지 못했던 그런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표지도 그렇고, 띠지의 내용들로 추론해보기에는 불투명한 미래 속에 암담하게 살고 있는 현재의 이경이 꿈속의 미모의 다운을 동경하며 대리 연애를 해본다거나 하는 그런 식상한 내용으로 이어질줄 알았는데..

이거 내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표지의 빨강은 그런 의미의 빨강이 아니었다. 절. 대.로.

 

 

 

아뭏든 물건을 만난 느낌이다.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압도적 1위.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소설인가보다. 찾아보니 따로 웹툰소설 표지도 있었다. 이 책과는 다른 웹툰 형식으로 말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미모의 명문대생의 죽음은 당연하지 않다.

어떤 의미에선 이 또한 돌연한 기적일 터였다. 만약 그녀에게 선택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래도 명 짧은 미녀를 택할까. 아니면 이류 대학 졸업반에 특수청소나 다니는 추녀의 삶을 택할 수도 있을까. 천국의 이십년이냐. 지옥의 팔십년이냐. 고민할 가치도 없는 질문임을 깨닫자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18p

 

웹소설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웹소설에 싣지 않은 더욱 충격적인 진실을 단행본에 실었다 한다. 나야 단행본으로 읽었으니 어디까지가 웹소설의 결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입이 간질간질하다는 작가님의 말씀마따나 나 역시 이 책은 이렇고 저렇고 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재미나게 읽었다. 라는 말로만 표현할까 한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물밀듯 터져나올 것 같아 , 이후에 읽을 분들을 위해 자제함이 마땅할 것 같다. 다만, 재미나다 강추하는 것은 미처 제목만 보고, 표지만 보고 연애물인줄, 착각하고 넘겨버리실 독자분들이 안타까워 한마디 하고 싶었음이다.

 

사실 책이란, 취향이 다 제각각이라 내가 재미나게 읽은 것도 남은 재미 없게 읽을때도 많고, 맛집 역시 마찬가지라 추천하는게 사실 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 책은, 나와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미나게 읽을 (단 예외적으로 비위가 약한 분이나 임산부 같은 분들은 좀 자제하시길 바란다고 부탁드리고 싶다.) 책이라고. 대부분은 그렇게 인정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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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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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가는게 당연하면서도 지금의 내 나이가 영 낯설게만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런 생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특히나 인터넷을 통해서 인것 같다. 워낙 젊은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보니, 조금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도 엄청난 노땅 취급을 받고, 아니 그렇게 나이가 많으세요? 같은 반응이 보이니 나이를 언급하는게 이제 쉬운 일이 아닌때가 된듯 느껴진다. 내가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인터넷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였으니 우리 세대만 해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쓰는게 아주 당연한 건데 말이다. 이제는 그 다음 세대에게 마치 이 자리를 내어줘야 할 것처럼 뒷방 노인네같은 취급을 받을때는 한없이 울컥한 기분마저 들때가 있다.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 그리고 응답하라 1994

딱 내가 대학생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와 영화인지라 무척이나 관심이 갔다. 그때 그시절이 참 오래전이 아닌 것 같은데 영화 속 드라마 속에서는 때로 촌스럽게 때론 아련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심지어 우리가 좋아했던 그때 그 노래들은 이제는 오후에나 나오는 흘러간 가요 프로에나 나오곤 하지 않는가. 내가 대학생때 조금더 어른들, 조금 더 선배님들이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한참 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넌 그대로일 것 같지. 넌 나이를 안 먹을 것 같지. 그런데 그런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 아직도 마음은 이팔 청춘 같은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내 나이 앞자릿수가 낯설게 느껴져만 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30대인걸까. 그런데 40대가 되면 어떤 기분이 들게 될까.



사실 3자가 붙음과 동시에 결혼을 해야한다는 강한 압박으로 정말 29살에는 미쳐버릴 것 같은 초조함과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 다행인 것인지 아뭏든 하고 싶었던 딱 30의 나이에 결혼을 하긴 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정말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내 나이를 잊고 살았다. 아주 가끔 내 나이를 입력해야하는 그런 순간이 오면, 적어야 하는 숫자가 너무나 생소해 깜짝깜짝 놀라고 있을뿐이라지만 말이다.

좀더 어린 시절의 노래들이 너무나 좋다. 이젠 그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다. 트롯트가 좋은건 아니지만 여전히 발라드가 좋지만 90년대 귀에 익은 노래들이 너무나 좋다. 그렇게 난 나의 20대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출처:엑스포츠뉴스





뒤늦게 본 건축학 개론, 그리고 미처 보지 못한 응답하라 1997. 그런데 아주 우연히 지난주말부터 보기 시작한 응답하라 1994에 이일화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폐경기인듯 아주 우울하고 힘든 여름을 보냈던 이일화. 딸 아이 대학생이고, 아직 마음만은 젊고 싶은데 몸에선 아무 소식이 없고, 그녀는 남편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여자로써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말을 한다. 폐경기, 갱년기. 나이를 먹으면 그런 일이 온다고 배웠고, 오려니 하고 있었지만, 내 일이 되리라곤, 그리고 그 일이 그렇게 충격을 먹을 일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일화는 그 일로 울고 힘겨워 하고 무너져 내리려 하였다. 정말 내 일이 되리라곤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는 나같은 사람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아주 뻔뻔하게 그 일은 엄마 세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아직 젊으니까. 그래 아직 30대니까 하고 위로하고 있었지만 아주 순식간에 그 나이가 된다는 것을. 30 넘어서 40되고 아이 키우다보면 또 순식간에 50이 60되고 70이 되면 더욱 빨라진다는 것을...

엄마가 그러신다. 70대가 되면 정말 세월이 빨라진다더라. 며칠전 칠순 생신을 맞이하신 아버님 생신을 어떻게 챙겨드릴까 이야기하다, 신랑이 너무나 충격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내 부모님이 어느새 그렇게 나이를 잡수셨다니..어쩌면 좋느냐고 신랑이 무너지듯 힘들어하였다. 아직 우리 아빠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반면 나는 너무 무심하였던 까닭에 신랑이 서운해하기도 하였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더군다나 그 나이에 더욱 충격을 먹는 것은 여성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 꽃보다 어여쁜 이 책에서는 비단 20대가 지났다고 30대가 지났다고 여성의 아름다운 시절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마음의 아름다움서부터 원숙미까지. 우리가 정말 중요시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도 너무 중요한 젊은 시절이 빨리 지나가 너무 안타깝다 하고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글들을 읽으며 조금씩 치유되는 심정이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책이었는데, 이일화의 폐경 (사실 폐경이 아닌 늦둥이 임신이라는 기적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이야기를 접하며 미리 충격을 간접 경험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이를 먹어가고 세월을 맞이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만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를 좀더 아끼고 사랑해야겠구나.

너무 가족에게만 헌신하지말고 나를 잊지 말아야겠구나.


여러 유명한 영화와 책 등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참으로 감미롭고 따뜻하였다.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해 조금더 행복한 시선을 갖게 해주어 너무나 고마운, 그런 책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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