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파리 산책 - 지하철 타고 가볍게 떠나는, 당신이 꿈꾸던 파리 낭만 여행
다이아몬드빅사 편집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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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동생은 올여름을 포함해서, 벌써 두번이나 다녀온 파리건만, 여태 난 한번도 못가봤다. 두번이나 다녀온 여동생이지만 다음에 또 가보고 싶다는 파리. 이 책을 동생이 보면 아마도 자기가 갖겠다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뭐든 머릿속으로만 궁리하고 실제 실행에 옮겨보지 않으면 아무리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도 두려울 수 밖에 없는 해외여행.

막상 닥쳐서 해결해보고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유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수 있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겁이 나서,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의 자유여행은 애초에 꿈꾸기가 힘들었는데, 동생 말이 불어를 알면 더 좋겠지만 모른다고 자유여행을 못할 것은 없다며 두번의 여행후 완벽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한다.

나야 해보지 않아 두려웠을뿐. 그래, 한번 부딪쳐 보는거야.




이 책은 보통 두툼한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우선 꽤 얇고 작은 크기의 여행가이드북이다. 작기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있겠어? 의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사실 컴팩트한 크기는 무거운 짐가방, 내지는 매일 들고 다니는 숄더백 (최소로 짐을 줄여야하는) 등에 부담 없이 넣기 좋은 사이즈가 아닐 수 없다.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실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꽤 유용한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는데..바로 그 파리에서의 지하철 여행을 특화해 내놓은 책이니 더욱 눈길을 끌 수 밖에. 게다가 젊은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어여쁜 표지에 반해 펼쳐보면 실망하지 않을 여성 취향의 멋진 여행지들이 빼곡하고도 멋스럽게 담겨 있었다.




1호선부터 14호선까지 있다는 메트로만 제대로 파악해도 정말 웬만한 관광 스팟은 다 둘러봄직하였다.

메트로를 타기 위한 티켓 구입과 노선도 보기, 그리고 승차와 하차, 각종 지하철 트러블까지. 지하철 안내 가이드북 답게 꼼꼼한 설명이 돋보이는 챕터 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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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격적인 노선 가이드, 각 호선별로 방문할 수 있는 관광 스팟을 둘러볼 수 있다.

파리 중심부를 가로질러 도시를 횡단하는 1호선을 타면 개선문, 샹제리제 거리, 엘리제 궁, 프리팔레, 콩코르드 광장,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을 가볼 수 있다. 책에서는 파리 여행 첫날 1호선을 이용 파리의 명소를 둘러보라 조언해준다.

1호선의 추천스폿에는 식사, 쇼핑, 디저트 등을 즐길 명소들이 담겨 있었고 클로즈업 코너에는 그외 각 거리의 가볼만한 스팟등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사진으로 보여주니 더 가고 싶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지저분하다고만 들었던 파리의 메트로가 의외로 갤러리 같은 예술공간이 되는 곳도 있음을 메트로 홈 컬렉션 코너를 통해 살펴볼수 있었다.




관광 스팟을 찾아갈적에 첨부된 지도가 너무 작게 소개되어서 어떻게 찾아갈까 걱정했는데 알고보니 작은 지도 옆 기호를 따라 맨 뒤의 지도에서 지역을 축소해서 찾은 후, 다시 작은 지도로 살펴보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럼 그렇지.



2호선은 관광지에서는 벗어났으나 몇번이든 가고 싶은 유명한 가게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가격도 부담없지만 음식이 맛있다는 라불랑제리 비스트로는 미식을 좋아하는 내 눈에 쏙 띄는 곳이었다. 그런가 하면 몽마르트를 일주하는 프티 트레인을 이용하면 40분 정도의 기차를 타고 손쉽게 안내를 받으며 여행을 다닐 수도 있으니 아이와의 관광의 경우 골라넣어도 좋을 코스 같았다.



여성들이 좋아할 자연주의 화장품, 수공예, 혹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을 조리 도구 숍, 각종 맛집은 물론이고 벼룩 시장 등의 정보까지.. 두루두루 한 자리에서, 메트로 노선을 기준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주요 관광지는 물론이고 말이다.

하나하나의 사진이나 스틸 컷등이 생생하고 예뻐서 사실 눈이 호강하는 책이기도 하였다. 아, 당장 계획 잡고 떠나고 싶은데..

우선은 홀몸이 아닌, 아기 엄마다 보니 쉽게 자 떠나자 할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파리에 가게 된다면? 이 책은 꼭 가방에 챙겨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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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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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을 해보기 전에 우습게도 나는 연애박사들의 연애 상담? 내지는 연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한 적이 종종 있었다. 아니, 왜 내 짝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내가 상담해주고 있는 거지? 아마도 그 친구들은 어차피 자기가 결정할 문제지만 그래도 고민되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는가 보다. 주로 그럴때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의견이라곤, 책을 통해서 얻은, 내지는 영화나 티브이 등을 통해 간접 경험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여기 책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책이 한권 있다.

사랑에 대한 여러 경험과 생각 등이 있겠지만, 여기에 나온 사랑은 좀더 색다르다고 해야할까?

사랑 하면 달콤하고 행복한 것만으로 생각이 들지만 이 책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그다지 행복해보이지만은 않는다. 사랑을 하기에 실연 당한 사람보다, 아니 사랑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힘겨워보이기까지 한다. 어쩐지 쉽게 이해가지 않는 이 상황.

 

사랑이란 그저 순탄하고 원만한 것이기만을 바랬던 나와 달리 두 사람이 만나, 혹은 그 사이 여러 감정이 얽히고 설킬 수도 있는 문제이고, 아뭏든 두 사람이 만나 감정을 교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만은 아닌가 보다. 결혼한 것도 아닌데, 연애를 하더라도 한 사람에게만 최선을 다해야하고 절대 한눈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나만의 룰 같은 것을 강하게 지켜오고 그래야 한다 믿었던 나와 달리 드라마나 티브이 등에서는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예가 너무나 많았다. 도대체 사랑을 하면서 왜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싶었던 의문점들이 이 책 속에 모두 소개되어 있는 듯 하였다.

 

소설의 다양한 예를 들어, 그냥 나같은 평범한 독자들이 읽었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느껴졌을 그들의 사랑에 대한 변명을, 대신 이 책의 저자 문학평론가 박수현님이 대신 변론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한 남자를 사랑한 두 여인 중 그 사랑을 먼저 차지한 여인은 정말 열정적이고도 지고지순한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잘해주는데도 너무나 외로워한다. 왜? 그렇게 자상한데? 왜?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평소같으면 당사자가 아니니 이해할 수 없지 하고 그냥 넘겨버렸을텐데.. 작가는 사랑의 철저한 고독에 대해 공감하는 듯 하였다. 너는 내 감옥 바깥에 있고, 나는 내 감옥을 깨고 너에게 갈 수 없다. 고.독.하.다. 30p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남은 한 여인. 그러나 그 여인때문이 아니라 먼저 여인인 레베카에게 딴 사랑이 찾아와 홀로 남겨진 피에트로는 아마란타(처음에 자신을 짝사랑했던)와의 고요한 사랑에 도취되어 결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토록 피에트로를 갈구했던 아마란타는 결혼이라는 말에 이별을 선언한다. 죽으면 죽었지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것. 그러자 비굴하게 애원하고 매달리다,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기에 이르른 피에트로.

열정적인 사랑보다 고요한 사랑의 실패가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

 

<피아노 치는 여자>에서는 딸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어머니와 할머니에 의해 지나치게 우월감을 키우고, 자기애를 키우게 된 에리카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자기애가 커지다보니 남자를 사랑할 수 없게 되고, 자해까지 나타나게 된다. 그런 에리카가 40의 나이에 20대의 젊은 남자 제자의 강한 눈빛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나이로 인해 이 사랑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또한 그녀에게 자리잡는다. "그녀는 길고 진한 포옹을 꿈꾸는데 그것은 포옹이 이루어지는 즉시 왕비처럼 남자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다." 이렇듯 스스로 근사한 여자임을 확인하는 것은 에리카의 절체정명의 과제다. 120p

 

치명적이고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따뜻한 온기가 있는 사랑을 해본 나로써는 책을 통해서만이 이해 가능한 그런 사랑들이 많았다.

이 책에 소개된 소설들이 마침 내가 읽어보지 못한 소설들이어서, 작가가 소개해주는 줄거리부터 새로이 이해를 해야했기에 생소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사랑에 대해 복잡 다단한 생각이 많아 미쳐 버릴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이 절대 스스로가 이상한게 아니라고. 나 말고도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위안이 될 이 책을 꼭 읽어보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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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Y.E 베스트 컬렉션 세트 (전5권 + ABC 단어장) - 성적이 오르고 머리가 좋아지는 셜록 홈즈 베스트 컬렉션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시드니 패짓 그림, 꿈꾸는 세발자전거 엮음, 박기완 외 감수 / 미다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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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선가 추리소설을 읽는 초등학생들의 독서 난이도는 꽤 높은 이해력을 갖춘 정도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장르소설입네 해서, 어른들 책중에서는 다소 폄하되는 면도 있지만 추리 소설의 경우 사실 머리를 쓰지 않고서 그냥 읽기만 하기보다는 제대로 머리를 굴리며 읽는 그 재미가 쏠쏠하잖아요. 특히나 셜록 홈즈와 같은 절대 고전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지요. 제 어린 시절 친구들이 셜록 홈즈 읽을 적에는 정작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가 중학교때던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던 아빠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오신 루팡 시리즈에 흠뻑 빠져서 셜록보다 루팡의 재미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도 셜록 홈즈는 여차저차 간간히 계속 만나게 되네요.

게다가 어른이 되어서는 단단히 미스터리의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어요.

영화도 책도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았는데 대다수 군중들이 좋아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면서 도대체 그게 왜 재미가 있는 걸까? 하고 접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재미에 빠져들게 되는 그런 것. 말이지요. 제게 추리소설은 그랬답니다. 지금은 제 많은 독서량 중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구요.




셜록 홈즈를 제대로 모두 다 읽지는 않았지만 정말 드문드문이라고 열심히 읽었기에 읽다보면 어, 이건 읽은 내용이야 싶은 부분들이 제법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전체를 빠져들어 읽어본 적은 없었던 터라 늘 셜록 홈즈에 대해 목마른 감정이 남아있었지요. 게다가 이 책은 엄마인 나 뿐만 아니라 내 아이와 같이 읽을 수 있는 책, 셜록 홈즈를 재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수능과 관련되어 읽을 수 있는 (아, 그럼 재미가 반감되는거 아니야? 싶겠는데 또 구성을 보니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런 책이라 놀라웠어요.



부모님의 뒤를 이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여동생이 도서관 책을 담당하면서 언니가 책을 좋아하니 대뜸 셜록홈즈 여섯권짜리 책을 새로 구입했다고 자랑을 하더라구요. 아마 제가 덥썩 흥미를 가질거라 생각했겠지요? 당연하죠. 이미 저는 집에 마련해두었는걸요.

당연히 알고 있지. 학생들을 위해 새로이 나온 셜록 홈즈 세트는 수능 국어 어휘 실력을 높이기 위한 한글본 2종과 영어 원서 3종으로 이루어져 있고 남은 하나는 단어장이라는 것까지도 말이야. 그리고 이미 갖고 있단다. 하고 말하니 동생이 놀라는 눈치였어요. 사실 지금 집에 있긴 하지만 책에 있어서, 그것도 신간 소식에 있어서는 학교선생님인 여동생보다 제가 더 발빠른 것 같기는 해요. 워낙 관심이 많은 분야다보니 말입니다. 출판사인 미다스북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에피소드별 오디오파일이 준비되어있어서 매일 꾸준하게 오디오파일과 원문을 대조해가며 듣다보면 듣기 실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으니 영어 공부에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미래의 학부형이 될 저와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도 관심갖게 만드는 셜록 홈즈 베스트 컬렉션




저 어릴적 영어 공부는 문법 따로 독해 따로였던 지라 영어 원서 읽기는 잘 하지 않고, 주로 독해 문제집 등을 통해 지문을 접하게 되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워낙 일찌감치들 영어 공부를 시작하다보니 영어도 원서로 다독을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세트를 읽었네 어떤 시리즈를 읽었네 하는 이야기들을 간간히 접하게 됩니다. 아직 여섯살밖에 안된 우리 아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들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고 중학교 들어가면 엄마 때와 달리 원서 동화책을 읽을 기회가 늘겠구나 싶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냥 재미로만 읽어도 좋을 추리소설의 고전 셜록 홈즈 세트. 그것도 코난 도일이 최고로 꼽은 12 작품을 선별해서, 그중에서 수능에 자주 출제되는 어휘들을 한국어 버전으로 읽을 수도 있고, 영어 원서 또한 그리 눈이 피곤하지않을 활자로 접할 수 있게 세권의 책으로 12작품을 나누어 소개해놨기에 영어 원서로도 재미나게 읽고, 한국어 책도 수능 어휘를 익혀가며 읽을 수 있는 등 여러 학습 효과를 두루 갖춘 그런 추리소설이 아닐 수 없었어요.




학습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그런 책들이 나온것은 알고 있었지만 셜록 홈즈의 추리소설을 한영 두가지 타입으로 내놓으면서 각각을 분석해서 아이들의 어휘력을 높일 수 있는 학습과 직결시켜 만든 교재 아닌 교재는 또 처음 만나봤네요.

지루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아요. 우선 재미가 있는 추리소설이니 아이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구요. 궁금했던 단어들을 자연스럽고 편안히 익힐 수 있어 좋아요. 그러면서 단어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남게 되겠지요. 영어 원서 또한 한글 내용을 익힌 상태에서 접하게 되니 단어도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고 대충의 뜻을 앞뒤문맥과 연결시켜서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되어있어서 좋은 것 같았어요. 영 단어장이 따로 있는 세심한 배려는 물론이었구요.




엄마는 우선 재미로 셜록 홈즈의 책을 읽어보았어요. 거기에 12작품을 따로 한권의 미니북에 담아서 휴대하면서 읽기 편하게 되어있는 배려 또한 놀라웠답니다. 책의 진정한 재미를 찾게 되면 책을 강제로 읽으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 읽기 마련이지만, 한참 뛰어노는 아이들에게는 독서보다 더 즐거운, 아니면 더 쉽게 빠져드는 흥미거리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 할 때 아이들 흥미와 무관한 책만 자꾸 들이대기보다 아이도 재미나게 읽으면서 이왕이면 공부에도 도움이 될 방안을 찾아볼 수 있는 이런 책을 읽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전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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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원정대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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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날 것 없는 청춘들의 속절없이 웃기고 대책없이 울리는 이야기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살이에 지친 하류들은 누렇게 뜬 얼굴로 오로지 자신의 길만 걸어가고 있었다. 내 눈에는 우리가 무엇엔가 내몰리는 좀비처럼 보였는데,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뒤에 무엇이 있는지 조금이라도 그려보고 싶었다. - 작가의 말

 

배상민 작가의 전작인 콩고, 콩고가 그렇게 재미나다 들었기에 표지부터 남다른, 그리고 제목도 뭔가 우스꽝스러운 이 책은 얼마나 재미난 책일까 싶었다. 그런데 블랙 유머라고 해야할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게 만드는 그런 하류 인생들의 이야기이다.

이게 하류 인생이야? 하며 발끈하는 우리네 신세들도 있겠지만.

 

앞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작가 말대로 우리 뒤에 누군가 있는 것을 뒤돌아보기보다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을 따라잡는데만 급급한 삶이 더 익숙한지 모르겠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 이야기는 정말 작가 말 마따나 드라마나 책 등을 통해 주로 만나보았다. 그렇다고 정말 책 속 등장인물들이 전부 우리와 동떨어진 사람들인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도 언제고 그 안에 동참할 수 있는.. 그런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조공원정대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 탓에 뭔가 엉뚱 발랄한 이야기가 이 책 한권을 다 아우를 줄 알았는데? 안녕 할리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할리 데이비슨을 좋아하는 뒤늦은 엄마 반항아인 아들과 그가 할리라 이름붙인 엄마의 양아들같은 시베리안 허스키 강아지의 이야기였다. 조공원정대와는 거리가 있는걸?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별개의 이야기인 단편 8개의 모음이었다.

 

그리고 읽다보면 이 시대 젊은이들의 비극적인 자화상에 가슴이 싸해지는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안녕 할리만도 해도 철저히 계산된, 자랑하고픈 아들을 만들어내고싶었던 엄마의 양육 방식하에 자란 아들이 엄마 뜻대로 움직여주질 않자 엄마는 '개새끼'만이 내 말을 들을 거라면서 강아지를 데려다가 자기 마음대로 아파트에 적합한 중성화 수술에 똥 냄새 심하다고 맛있는 것도 안 주고 사료만 먹이고.. 개를 보며 가슴까지 허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아들과 달리 엄마의 시선은 좀더 다른 듯 하였다. 그런 첫 개 팔팔이가 죽고 나서 불교식으로 화장을 시키고 나자 개의 몸에서 엄청난 사리가 나와 스님까지 놀라게 하는 등. 엄마가 키운 개 두마리를 통해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엄마 뜻대로 해드리고 싶었으나 마음먹은대로 되어지지않았던 현실을 박차고 나가고 팠던 그런 마음을 (그러나 결과가 자기 만족적이지 못하였다.) 담아내고 있었다.

 

 

 

 

조공원정대는 조공이라는 말 자체가 참 굴욕적일 것만 같은데..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들에게 팬이 직접 찾아가 선물을 바치는 것을 조공원정대라고 한다나? 뭐 제목만 듣고 그런 뜻일거라 짐작은 했는데... 시골의 백수 삼인방 친구 셋이서 흠모하는 소녀시대에게 조공을 바치러 떠나는 그 설정은 참으로 코믹하기 그지없는 시작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끝은 결코 코믹하지 않고 씁쓸했지만 말이다. 사귀던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자, 어차피 아이 아빠 될 거 마지막 소원으로 소녀시대 얼굴이라도 보겠다면서, 여자친구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코피 루왁을 훔쳐서 자기의 아이돌인 소녀시대에게 갖다 바치기 위해 서울로 무작정 상경을 한다. 여자친구의 코피 루왁은 백수 선배에 의해 한번 끓여지고, 두번째 그가 돈 벌어 사들인 코피 루왁은 제대로 바쳐지지도 못한채 길바닥에 짓밟히고 말았다. 누군가는 평생의 로망처럼 그렇게 애지중지한 꿈이 그렇게 짓밟혀버리니 내 마음까지도 짓이겨진듯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철없던 남자는 여친을 끝까지 외면하다가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어버리고 말았다.

 

 

 

 

열심히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인생들의 실패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입맛이 쓰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야기는 또 어떠할까? 하는 궁금증에 끝까지 금새 읽어내려간 책이긴 하였다. 어찌 이 세상이 달기만 하겠는가.

아니 실제로는 이렇게 씁쓸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블랙 코미디 같은 이 엉뚱한 현실.

대학을 나와도, 혹은 나오지 못했더라면 더더욱 취직도 되지 않고 취직이 되지 않으니 내 앞가림조차 힘들어 사랑도 할 수가 없다. 운좋게 굴러들어온 사랑조차 현실 앞에선 철저히 고개를 돌리며 안정적인 사랑(? 자신의 2세를 안정적으로 꾸려줄 남자)을 찾아 여자는 다시금 떠난다. -유글레나 

 

 

 

 

 

 

하나하나의 이야기 장치들은 재미난데, 그냥 웃기만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

문학평론가 이경재님의 이야기처럼 배상민님의 소설은 모종의 부조화에서 비롯되는게 맞는 것 같다. 웃기지만 , 사회를 풍자하지만 그렇다고 엄숙하거나 보수적이지 않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우리의 한숨은 어떠할 것인가.

현실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자연스러움.

그냥 그는 띠지의 말 그대로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생계도 난망한 이 시대 하류 인생들의 생태 보고서, 보고서를 적어냈을 뿐이다.

그 이야기에 웃고 울게 되는 건 독자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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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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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이 되는 가마이시 시는 2004년부터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다방면에서 펼쳐 왔습니다. 지진과 쓰나미를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하고 대비한 것입니다. ... 이 책에 등장하는 가마이시히가시 중학교와 우노스마이 초등학교는 해안에서 400~500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두 학교는 함께 훈련을 했고,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도우며 피난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목숨을 지키는 세가지 원칙'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면 우선 자신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목숨을 지키는 세가지 원칙



1. 상상에 그치지 말것. 자연의 힘은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재해 방지를 위한 지식과 훈련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참고로 만든 하나의 예일 분이다. 그것으로 안전하다고 안심하면 안된다.

2. 어떤 때에도 온 힘을 다한다. 자연에는 어떤 일이든 있을 수 있고 자연의 힘에는 당해 낼 수가 없을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을 두려워하고 어떤 때에도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3. 첫번째로 대피하는 사람이 될 것. 내가 진심으로 도망쳐야 주위 사람들도 따라서 열심히 도망친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책이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아이의 눈은 단 한번도 쓰나미, 재해 등을 본 적이 없는 터라 뭔가가 이렇게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먹은 듯 하였고 엄마인 나 역시도 뉴스에서 그 피해를 간접적으로 보긴 했으나 그 실제했던 아이들의 대피 과정을 몰랐던 터라 놀라움과 충격으로 읽어내려간 동화책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불과 바다에서 400~500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곳이었다.

아이들은 지진이 일어나자 바로 책상 밑에 숨었다가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3층으로 올라갔다. 중학교에서 쓰나미가 온다는 소리에 선생님들과 함께 산 위의 요양원을 향해 뛰기 시작하였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재해가 일어났다. 사실 지진, 쓰나미 등은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도 건물이 무너지거나 다리가 붕괴되는 등의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게 절대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무사 안일주의만큼은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른인 나조차도 그런 상황이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당황이 될 것 같은데..놀랍게도 어린 초등학생들서부터 중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행동을 하였다. 평소 훈련받았던 대로 열심히 대피를 하였던 것이다. 심지어 중학생들은 초등학생의 손을 하나씩 붙잡고 같이 뛰어주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수레를 밀어준다거나 대피한 가정에 쪽지를 붙여서 이후에 찾아오는 식구들이 가족을 걱정하느라 집을 떠나지 못해 피해를 겪지 않도록 대비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하였다.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연 재해가 반드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 평소의 대처와 훈련에 있었다 한다. 아이들은 피상적인 모의훈련에 그치지 않고 정말 최선을 다해 뛰었고. 당황하는 친구를 잡아 이끌어주고. 평소 달리기를 잘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같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서로가 최선을 다해주었다.




읽어내려가면서 이토록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한 실감나는 느낌은 정말 처음인 동화였다. 동화가 아이들에게 단순한 재미와 일상적인 교훈만 줄 수 있는게 아니라, 끔찍한 재난을 딛고 이겨내는 비장한 마음가짐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백마디 말보다 강한 그림책도 있음을 알게 한 동화였다.

아이들의 살아남은 이야기. 끔찍한 재해속에서 그들을 살려낸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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