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빅 픽처>로 처음 만났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이후 그가 내놓는 작품들은 되도록 빼놓지 않고 읽으려 노력하는 작가가 되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는 분명 남자인것 같은데, 그가 다루는 소설 속의 여성의 마음을 어찌나 잘 헤아리고 있는지.. 여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그런 내면의 이야기까지 세세히 짚어내고 있어서, 몹시 놀라워하며 읽게 되는 책들이 많았다. <빅 픽처> 이후에 읽은 그의 책으로는 <템테이션> < 더 잡 ><위험한관계> 등이 있고, <모멘트> <파리 5구의 여인> <리빙 더 월드 > <행복의 추구> 등도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둔 책들이다. 나온 책들은 대부분 다 구비를 하였는데 읽은건 사실 절반밖에 되지 않았구나.

 

파이브 데이즈는 고등학생인 딸, 대학생인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는 방사선과 기사인 여성의 권태로운 일상, 아니 탈출하고싶었던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랄까? 그런 것을 다룬 이야기였다.

 

결혼 전이나 후 모두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고, 절대 한눈팔지 않고 배우자에게만 충실한 삶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해 온 나의 가치관에서 사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에서 불륜이나 이혼 등이 너무나 빈번히 등장하는 일들은 사실 좀 거북한 일이긴 하였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실 그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불륜을 하게 되고 (그녀 입장에서는 나중에 만난 그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었다.) 이혼까지 하게 되는 여성의 사건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녀의 불륜과 이혼을 정당화하는데 일조하였단 생각이 들었다. 불륜이지만,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세상에 이혼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녀는 그럴수 밖에 없었어. 하고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필력을 갖추었다. 헉.

 

매일 환자들의 ct를 촬영하며 암 유무를 관찰해야하는 방사선사인 여주인공, 그녀는 꽤 경력이 쌓여서 이제 의사가 판독하기 전 그녀도 어느 정도 판독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언질을 주는 것이 불법이었기에 환자 보호자들이 아무리 짜증을 내거나 애원을 해도 알려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누군가의 불행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그녀 자신에게도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었다.

 

그녀의 집에는 벌써 몇개월째 실직 상태인 남편이 있었다.

지역 화가로 제법 소질을 보이고 있는 아들 벤, 그리고 학구적이었던 그녀와 달리 그녀가 다소 경멸해마지않던 치어리더가 되어있는 딸 샐리, 그렇게 네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벤은 엄마와는 늘상 의논했지만, 사실 아빠에게 인정 받고 싶어했지만 아빠는 자신과 비교해 잘 나가고 있는 아들을 격려하고 기대하기는 커녕, 자기보다 잘 나가는 아들을 질투하는 다소 추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릴적부터도 아들과 아빠는 잘 맞지 않았다. 그나마 아빠가 잘 맞추고 좋아했던 딸은 부모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부잣집 아들과 사귀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실직 상태가 되기 전에는 그래도 착했던 남편이 실직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져, 한달에 두번 정도 아내에게 가시 돋힌 화풀이를 하기도 하였다. 여주인공은 그런 집안이 갑갑해져왔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가 제발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그런 그녀가 학회 참석을 위해 집을 며칠 떠나 있을 기회가 생겼다.

일이 목적이었지만 잠깐이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곳에서 보험 일을 하는 한 남성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조금만 어려운 단어를 써도 배배 꼬인 상태에서 잘난척 한다며 쏘아붙이던 남편과 달리, 그 남성과의 대화는 너무나 잘 통하는데가 있었다. 겉으론 유식하지 않은 척 겸손해했으나 그가 읽은 책이 상당한 수준임을 이내 짐작할 수 있었고, 그녀 또한 그와의 그런 지적인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거운 일임을 아주 오랜만에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와 이런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실 그녀는 처음 몇번은 그녀가 유부녀이기에 다른 남자와 식사를 한다거나 차를 마시는 일 자체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거부하곤 하였는데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서 그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만남이 지속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녀안에 숨겨져있던, 잊혀졌던 꿈과 생기를 되찾기 시작하였다.

그 또한 자기와 너무나 맞지 않은 (그에게는 자신의 아들 벤과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버지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질투로 자신의 능력을 꽃피우지 못한 사람이었다. 평생 아버지를 싫어했으나 그런 아버지의 힘에 눌려 기를 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여자도 포기하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를 정해주자 그녀와 결혼해 살 정도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현실에는 불만족하면서 서로의 내면에는 너무나 깊이 끌리는 그런 열정적인 사랑에 두 사람이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두 사람 다 더 낳은 미래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고, 거기에는 둘다 사랑이 치명적인 이유로 좌절되었다는 공통점까지 갖고 있었다. 의사가 될뻔했던 여주인공과 작가가 될 뻔했던 현재의 보험 설계사인 남자, 이 길이 아니었다면, 이 결혼이 아니었다면이라는 몇십년째 회피해왔던 고민, 그러나 늘상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꼬리를 물고 들었던 그 고민이 있었기에 그들의 결혼 생활은 더욱 불만족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각자의 결혼생활에 충실하려고 노력은 한다 하였지만.. 

 

이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수있어. 그런 믿음이 정말 너무나 쉽게 실현되는 듯 하였는데..

그러진 않았다.

다만 그녀는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확실히 되찾긴 하게 되었다.

남편을 떠나는 것 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었겠지만, 꽤 오랫동안 남편을 기다리고 그에게 시간을 주었는데, 그가 자신을 돌보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에 신경을 덜 쓴 것은 사실이었다. 뒤늦게 관계를 회복해보려 하긴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돌이키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였다.

 

파이브 데이즈는 내가 공감하기 힘든 그런 소재를 갖춘 이야기였으나, 그런 나도 억지로 일부로라도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래도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나는 가정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겠지만 말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역시 덮어놓고 읽어도 후회되지 않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또 한권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장수미 옮김 / 단숨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엄마가 살해당하고, 엄마의 손에 남겨진 타이머에는 45시간?이라는 시간이 입력되어있다. 그 시간내에 아이 아빠가 아이를 찾아내지 못하면 아이 역시 살해당한다. 왼쪽 눈이 도려진 끔찍한 상태의 주검으로 발견되는 것이었다. 사이코 같은 범인과의 두뇌 대결, 정말 읽기도 전에 욕지기부터 올라오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체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데 치중하지 않고, 스토리를 잊지 않고 끌고 나간다는데에 있었다. 분명 소재는 역겨운 것임에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범죄와의 전쟁.

 

그런데 주인공은 현직 형사, 경찰이 아닌 전직 경찰 출신의 신문기자다. 그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서 결국 그 일에서 벗어나 기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자신의 아내와는 이혼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티격 태격 사이가 좋지 않지만, 둘 사이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들이 있다. 그런데 아이아빠이기에 더더욱 아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눈알 수집가, 이 별명 역시 그가 붙인 기사 속 제목이었다, 때문에 그의 심기가 꽤나 불편하다. 아내는 가족에게 충실하라 말을 하지만 그는 그럴수 없었다. 사건을 취재해야하는게 그의 본업이기도 했고, 한번 일에 빠지면 물불 안가리고 나서는 그의 행동 탓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난관에 봉착을 하였다.

 

아들과 병원에 있다가 자신의 지갑을 잃어버린걸 알게 되었고, 잃어버린 지갑이 새로운 범죄현장에서 발견되었다.

경찰들이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않은 그 사건 이야기를 기자인 그가 알아낼 수는 없었을 터, 그는 가장 강력한 용의자에 오르게 된다.

그런 그가 자신을 숨기기 위해 가게 된 곳은 자기만이 알고 있는 곳이었는데, 그 곳을 다른 누군가가 알고 있다. 게다가 웬 처음 보는 맹인 여성이 나타나, 과거를 알아보는 예지력을 갖고 있다며 자신이 어제 만난 환자가 바로 눈알 수집가였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이 여성이 미친게 아니었나 싶었던 초르바흐도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들이 거짓이 아님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그녀의 능력에 조금씩 믿음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본 것들을 바탕으로 범인이 숨겨둔 실종된 아이들을 찾기 위해 그 역시도 혈안이 된다.

그러나 경찰은 그를 최고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그의 이야기를 더이상 믿지 않았다.

중간에 연쇄 살인과 관련이 없는 끔찍한 사건이 하나 더 발견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초르바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그런 인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식물인간인 상태로 입원해있던 병원의 전직 간호사가 바로 그 산채로 랩핑되어 죽어가고 있던 끔찍한 상태였다. 경찰은 더더욱 초르바흐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사실 나 역시도 끝까지도 계속 헷갈리고 또 헷갈린 그런 이야기였다.

아니 그럼 진실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그런데 놀랍게도 이야기에는 계속 복선이 깔려 있었고, 그 안에는 충분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분명 피해갈 수 있었건만, 그러질 못하는 처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상보다는 약했다(스릴러의 잔인함?)라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그리고 살 떨리는 그런 이야기였다고 본다.

특히, 반전이라고 스포를 해도 되나 싶지만, 막판 반전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잔인해, 나는 끼어들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싶어졌다.

읽지않았으면 후회했을, 제바스티안이라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작품, 눈알 수집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간이 나왔는데, 책 제목이 어째 낯이 익다. 어디서 본건가 했더니 2010년에 가입해서 줄곧 메일로 받아오고 있는 사색의 향기라는 메일이었다. 좋은 이야기, 좋은 글귀 등을 메일로 보내주는 사색의 향기.

그중에서도 엄선된 이야기들을 골라 한권의 두툼한 책으로 엮어내었다.

내가 가입한건 2010년이었지만 시작이 된 것은 2004년이라고 하니 거의 10년 가까이 된 향기메일이 아닌가 싶다.


아이랑 있는 시간은 물론, 화장실에 들어갈때도 엘리베이터에 들어갈때도 읽을거리나 스마트폰 어떤 것이든 손에서내려놓지 않는 나. 그게 책이면 그나마 덜한데, 스마트 폰일 때가 많아서 나 역시 뜨끔하였다. 우리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할 오늘의 사색. 바로 사색의 향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아이에 대한 도로디 로놀트의 글을 보고. 요즘 부쩍 아이에게 큰 소리로 혼을 내고 윽박지른 것이 너무나 미안해졌다.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내 아들이고, 모든걸 다 주고 지켜내고 싶은 아들인데, 요즘 난 왜 이리 아들에게 신경질적이었던 걸까. 내가 말하는 대로 아이가 자라난다니, 다시금 반성이 된다. 예전처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지켜주고 싶은 그 믿음만으로 돌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 사랑.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사랑.




꽃에 대한 어느 작가의 평이 생각난다. 왜 인생을 꽃에 비유하냐면서. 꽃에 비유를 하니 나이 들어감을 시들어간다, 그래서 더이상 아름답지도 쓸모있지도 않다고 생각지 않냐면서. 인생은 돌에 비유되어야 한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잘 다듬어져서 더욱 빛을 발하는 돌을 생각해야한다고 말이다. 비유만 잘못 되어도 정말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듦을 생각지 않았다가,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다. 어느덧 칠순이 가까워오시는 부모님도 본인들의 나이가 생경하시고, 나 또한 지금의 내 나이가 낯설기만 하다. 사람은 언제나 나이를 먹는다는데.. 그게 참 어색하고 슬프기만 하다. 나이듦을 아름답게 생각지 않기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좋은 포도주가 되어가는, 오래 되어 더욱 멋스러운 풍미를 갖게 되는 포도주에 비유를 하고 있다. 삶의 깊이가 생기고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 공으로 나이만 먹는 사람이 아닌 그런 깊이있는 사람이 되어 나이를 먹고 싶었다.




파락호라는 말은 사실 낯설었는데, 재물이 많은 집의 난봉꾼 같은 사람이었다 한다.

학봉 김성일의 13대손인 김용환은 현대 싯가로 180억원 상당의 재산을 모두 거널내고, 외동딸의 혼수 자금까지 들고 나간 최고의 난봉꾼으로 소문이 났는데 그 많은 재산이 전부 만주의 독립군을 위한 자금으로 쓰였다니 일본의 눈을 속이기 위해 가족들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하고 세간의 손가락질까지 마다않은 그의 위대함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지저분한 곳을 청소하는게 아니라,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청소를 한다는 것. 이미 깨끗한 곳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못한다는 그런 이야기가 역발상이면서도 정말 신선했어요. 게다가 제 평소 게으른 정리정돈 습관을 좀 수정할 필요를 느꼈고 말이지요.



소설을 읽듯이 주루룩 읽을 필요가 없이도 하나하나 펼쳐진 페이지마다 그 나름대로의 깊이있는 사색을 하게 만드는 책,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책이 멀어지고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다시금 책과 사색을 가까이 하게 할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제가 미스터리에 빠지게 된건 중학생 무렵에 읽었던 루팡 시리즈, 그리고 다시 아기를 낳고 읽기 시작한 일본 미스터리 등의 두 시기로 나뉠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도 가끔 읽어보긴 했지만 루팡에 워낙 빠져있던 터라 셜록을 따로 읽어볼 생각조차 못했던 시기였죠. 이 책에는 셜록에 굉장히 심취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7~10 레벨 정도의 학자들, 그러니까 셜록 홈즈는 살아있는 사람이었고, 왓슨이 정리한 기록은 복음이며, 그 안의 성스러운 문장들에 대한 해석이 그들의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인것이지요. 홈스의 생일, 왓슨의 결혼 횟수와 같은 중요한 미스터리를 풀려 애쓰며 가급적 매일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맨 끝의 문구의 재치에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만, 아뭏든 다분히 병적으로 보이는 이들이 모여, 홈즈학과의 정교수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됩니다.

 

 

아주 인기있는 작가의 작품에 열광하다보면, 그 작가가 절필을 하거나, 혹은 죽음으로 더 이상의 작품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많은 독자들이 패닉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경우 숨겨진 유작이었다 하는 가짜 유작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그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읽어보면 그의 전작들과는 너무나 다른 가짜 작품들이 말이지요. 셜록의 경우에는 미처 몰랐지만 제가 아주 잠깐 좋아했던 무협지 중에 영웅문의 작가 김용이 있었어요. 하도 김용을 좋아해 김용이 나오는 책을 다 찾아 읽다보니, 그가 절필한 이후에도 나오는 시리즈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읽어봤는데 뭐가 달라도 달라서 과연 그의 책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답니다. 이 책에도 셜록 홈즈 위작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아마도 김용과는 비교도안될 인기작가의 책이었던 지라 더더욱 많은 다양한 위작들이 나왔겠지요. 독자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셜록을 다시 만나고 싶었을 테구요. 셜록의 인기를 힘입어 비슷하게 흉내를 내고 싶은 작가들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 당당히 셜록을 걸었지만 셜록의 위작이거나 하지는 않아요. 다만 셜록을 대단히 추종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은 든답니다.

 

셜록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어서 몹시 기대가 되었던 책인데 처음에는 쉽게 몰입되지가 않았어요.

셜록홈즈학과의 정교수가 되기 위한 전 세계 권위있는 학자들이 한 호텔에 모여 있다가 호텔이 눈으로 고립이 되고 말았어요. 그런데 구조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그들은 모두 시체로 발견이 되지요. 어떻게 된 일일지 풀어나가는 사람은 바로 레스트레이드 경감! 그는 사건을 기록한 신문 기자 오드리의 기록을 읽어가면서 고립된 시간 동안 그 많은 시체가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연쇄 살인범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데 골몰합니다.

 

원래도 읽고 있던 책이었지만 이웃이자 작가분이신 분의 강력 추천에 의해 더욱 호기심에 박차를 가하게 된 책이었어요.

그 분의 이전 책도 홈즈를 기리며 쓴 소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너무나 재미나하시고 몰두하시더라구요. 아마 작가들만의 공감 ? 이런게 있으셨던 것 같아요. 저야 일개 독자의 신분이지만 아뭏든 너무나 열광하시는 그 분위기를 보니 어? 내 생각보다 더 재미날 수 있겠네? 하는 생각으로 마저 읽어내린 책이 되었습니다.

 

작가의 위트가 더해졌으면서도 셜록을 기리는 세계 최고의 숭배자들을 등장시킨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참신하다는데는 정말 별을 몇개라도 주고 싶구요. 전체적인 감상으로는 제 기호와는 조금 덜 맞아 아쉬웠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재미가 없는건 아닌데, 내가 셜록을 잘 몰라 그런 건지 셜로키언들의 열광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거든요. 음, 이건 순전히 제 취향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아뭏든 호불호는 갈리지만 셜록 팬들에게는 더더욱 재미날 거라는건, 위 작가님의 반응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셜록 미스터리. 소설을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다는 참신함을 안겨준 j.m.에르의 소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일홍 나무 아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로 혼진 살인사건을 처음 읽어보고 이후에 나온 책들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이후 구입한 책들이 옥문도와 밤산책, 아직 둘다 못 읽어보고 책장에 꽂아둔 상태에서 이 책이 신간으로 나왔다하여 (사실 집필 시기상으로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작이라 한다. 우리나라 국내 발간만 늦게 되었을뿐)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혼진 살인사건도 장편이 아닌, 중단편집이었는데 이 책 역시 단편 소설집이었다. 빠르지만 강렬한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해야할까? 아직 그의 장편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몰입도만큼은 역시나 명불허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답게 말이다.

 

 

 

검은 표지에 일본풍의 그림. 사실 백일홍 나무아래라는 그 제목과 표지의 얼굴만 나와있는 그림만으로도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띠지를 벗겨내니 나무화려하게 아름다운 나무 아래 시체가 가득 묻혀있는게 보였다. 백일홍은 아니었지만 일본의 화려한 벚꽃 나무 아래에 시체가 묻혀있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흘려 들은 적이 있어서, 혹시나 하고 띠지를 벗겨보았는데 예감이 맞아 떨어졌다. 눈으로 보는건 더욱 섬뜩함을 더해준다.

 

<살인귀>, <흑난초 아가씨>, <향수 동반 자살>, <백일홍 나무 아래> 총 네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번 책 중 읽기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단편은 시리즈중 가장 유명한 마지막 3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소개된 백일홍 나무아래였다.

 

젊은 여자앞에 당당히 설 수 없었던 사에키라는 부잣집 청년은 아예 자기의 이상형대로 키울 어린 아이를 데려다 키워서 자기 아내로 삼기로 하였다. 24살의 청년이 9살인 어린 새끼기생을 돈을 주고 사와서 키워 그녀가 첫 초경을 치룬 15세에 첫날밤을 치룬 것이었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데, 비뚫어졌을지언정 그는 자기방식대로의 사랑을 한 것이었다.

어린 아이였던 유미는 더욱 아름답게 자라나 20대가 되자 정말 화려한 한떨기 꽃이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남자들의 구애와 시선을 한몸에 받았고, 남편인 사에키는 그런 시선을 받는 여자가 바로 자기의 아내임이 자랑스러워 그녀를 숨기지 않고 더욱 다른 이들의 눈에 띄게 만드는 희한한 심리를 보여준다. 사에키가 군대 징집을 받고 어린 아내를 두고 떠나려니 못 미더워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라며 연모하는 남자 네명을 그녀에게 붙여주고 떠났다. 돌아오고 난 후 아내는 그를 일주일째 거부하다가 자살하고 말았고 말이다.

그녀를 기리기 위한 1주년에 한 남자가 독약에 의해 살해되고 난후의 이야기가 바로 백일홍 나무 아래였다.

 

살인귀에서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알수 없는 속사정, 평범해보이는 그들이 알고 보면 살인귀일수 있고, 자연사로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사고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추리소설가의 섬뜩한 가설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이야기를 들은 아리따운 여성은 더욱 무서워 진땀마저 흘리고, 그녀를 쫓아오는 의족의 남자를 피해 추리소설가에게 집까지 데려다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흑난초 아가씨에서는 다소 고풍스러운 별명이 붙어 살짝 거리감이 들긴 하였지만, 검은 베일을 두른 여인이 백화점에 들어와 물건을 훔치고, 백화점 매니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밀에 부쳤다. 점원들에게 영수증을 받아 대금을 여성의 가족에게 청구했을뿐 백화점 내 알게 모르게 진행된 도둑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된 것은 왜 그런 그녀가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였느냐, 그녀는 누구냐? 왜 그랬을까 등등의 문제였던 것.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면 사건은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정리가 된다. 심지어 그가 알아낸 사실을 바로 말하지 않으면 당사자가 편지로 긴다이치에게 사건 정황을 고백하고 자살하거나 하기도 한다. 긴다이치 시리즈의 가해자나 피해자 대부분이 살해당하거나 자살하거나 하는 죽음의 방식으로 결말을 맺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정말 그런 결말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이어졌다.

 

향수 동반 자살에서는 짐작을 했으나 의외의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본 최고의 향수 기업으로 우뚝 서고, 기업 경영인으로서는 성공했으나 부모님과 남편, 자식들을 모두 앞서 보내고, 다만 남아있는건 손주들만 있었던 마쓰요 부인의 이야기도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옮긴이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 단편들에서는 전쟁을 통해 영육된 양면에서 파괴된 개인이 일본 사회에 돌아와서 파괴된 인간 본성과 굴절된 욕망 때문에 또다시 고통을 겪으며 미쳐간다. 이런 면에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전후 일본 사회의 변화 과정에 대한 매우 뛰어난 관찰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310p라고 해설을 덧붙여주었다.

 

백일홍 나무아래의 결말은 옥문도를 이야기하면서 끝이 난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들 같으면서도 마치 셜록 홈즈의 일생처럼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가상의 인물이 실존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매끄럽게 서로 연결되는 것이 놀라운 연결고리였다.

그래서 미리 사둔 옥문도를 연이어 읽으면 딱 좋을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문도에 대한 평이 꽤 괜찮던데, 어떤 내용일지.. 처음 읽게 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장편으로써 더욱 기대가 큰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