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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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카와 히로의 책은 몇권 갖고 있는데, 읽어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아리카와 히로의 책을 먼저 읽어본 이들의 칭찬을 들어왔기에 믿고 읽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 자체를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니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꼽는 이들도 있었고, 너도나도 추천하는 통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몰랐던 고양이들에 대한 상식(?)같은 것들을 몇 편 접할 수 있었다.

고양이의 사랑의 계절이 봄과 가을인데, 봄에 태어난 길고양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가을에 태어난 길고양이새끼의 경우, 대개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는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또 고양이는 자기 꼬리를 누가 만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기에, 정말 친한 주인이 아니고서는 꼬리를 만지게 허하는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또 각자의 시선에서..

유독 주인공 남자의 시선에서만 소개되지 않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그 남자 주인공과 그가 키우는, 아니 그의 가족인 고양이 나나와의 이야기, 주인공 남자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5년동안 사랑으로 키워온 고양이 나나를 지인에게 맡기기 위해 찾아다니는 여행을 담은 그런 이야기였다. 고양이와 남자와의 여행이라 고양이 여행 리포트

 

참 멋없이 내가 적어놓았지만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나고 그리고 사랑스럽다. 고양이의 시선이나 말투도 사랑스럽지만, 고양이 나나를 거둬들이고 키운 주인공 사토루라는 이 남자, 어찌나 착하고 밝은지..세상에 이런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다 있을까 싶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다시 눈물이 나려 하지만.

이야기인데도 왜 이리 몰두가 되고, 결국 눈물을 뚝뚝 떨구게 만드는것인지..

과연 스토리 텔링의 여왕이라는 아리카와 히로다왔다.

 

 

 

 

길고양이였던 나나는 다른 차들과 달리 은색 왜건 위에서만은 마음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것을 인연으로 은색 왜건의 주인인 사토루를 알게 되었고, 이후로 사토루는 길고양이 나나를 위해 (나나란 이름은 나중에 사토루가 키우게 되면서 붙여준 이름이다.)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식사를 챙겨주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나나가 교통사고를 당해 너무나 큰 고통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이 기댈 유일한 힘인, 은색 왜건의 주인공을 찾아 구슬프게 울부짖고, 그 목소리를 알아들은 남자가 정신없이 잠에서 깨어 나나가 불러준 것에 감사하며, 드디어 함께 동고동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행복했던 5년의 세월에 대해선 언급이 없고,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인해 나나를 지인에게 부탁하러 다니는 여행기가 시작되었다. 남자의, 그러니까 사토루의 실직으로 인해서라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개인사는 그보다 더한 이유가 있어서임이 밝혀진다.

 

 

 

가족과도 같았던 나나를 키워달라 부탁하려는 곳들은 하나같이 사토루의 너무나 절친한 그런 친구들이었다. 초등학교때 친구, 중학교때 친구 그리고 고등학교때 친구까지 .. 그들 모두 사토루에겐 더할나위없이 좋은 친구들이었고, 나나를 기꺼이 맡아준다 하였으나, 나나가 있을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하여, 결국은 아무 곳에도 나나를 맡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마도 친구들도 그리고 그렇게 찾아다닌 사토루도 잘 알고 있을... 끝까지 나나랑 함께 하고 싶었던.. 어디에도 나나를 두고 싶지 않았던 사토루의 마음이 나나를 통해 잘 드러난다. 나나도 그냥 그렇게 사토루와의 여행을 즐겼을 뿐이었다. 나나는 사토루 외엔, 그 누구의 고양이가 될 수도, 되고 싶지도 않았다.

글을 쓰면서 또다시 코끝이 찡해온다.

 

 

 

 

 

누구보다 힘겨운 처지로 태어났음에도, 누군가에게 세상 누구에 뒤지지 않을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 사랑을 신이 시기한 것일까. 한 순간에 그 사랑을 모두 잃어버리고.. 세상 누구보다 힘든 처지가 되었음에도 결코 비뚫어지거나 외로워하지 않았다. 밝고 낙천적이었지만 어린 아이의 속이 얼마나 힘들고 상처 투성이었을까. 그럼에도 오히려 친구들을 더 챙기고 보살필 정도로 살뜰한 그런 아이였다. 그 속은..그 깊은 마음은 나나 뿐 아니라 친구들, 그리고 이모인 노리코 등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전해졌으리라.

 

사토루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나를 껴안았다. 사토루와 같은 눈높이에서 먼 지평선을 볼 수 있도록.

 

사토루가 자랐던 마을. 파란 모종이 살랑대는 전원.

무섭게 묵직한 소리를 내는 바다.

이쪽으로 막 다가설 것 같은 후지산

안정감 최고였던 상자 텔레비전.

멋진 아주머니 고양이 모모.

건방지고 고집스러운 호랑이 털 무늬 도라마루.

배에 몇대나 되는 차를 삼키는 커다랗고 하얀 페리.

애완동물 방에서 사토루에게 꼬리를 흔들어주던 개들.

굿럭이라고 인사해준 친칠라.

끝없이 펼쳐진 홋카이도의 넓디넓은 땅.

길가에 핀 보라색과 노란색의 씩씩한 꽃들.

바다 같은 억새밭.

풀을 먹는 말.

새빨간 마가목 열매.

사토루가 가르쳐준 마가목 붉은 색의 농담.

섬세한 자작나무 가로수.

활짝 트인 분위기의 묘지.

그 곳에 꽂은 무지개색 꽃다발.

사슴의 하얀 하트 무늬 엉덩이.

...지면에서 자란 크고 크고 크고 쌍무지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웃는 얼굴.

나의 리포트는 이제 곧 끝난다.

이것은 절대 슬픈 일이 아니다.

우리는 여행의 추억을 세면서 다음 여행을 떠난다. 317.3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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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2-1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이 참 정겹습니다.특히 고양이의 눈.표지만 봐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군요.

러브캣 2013-12-19 23:31   좋아요 0 | URL
^^ 감사드립니다 참 만족한 소설이었어요
 
무서워, 무서워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노경실 글, 김영곤 그림 / 씨즐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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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읽었던 만화책 운세와 점 등의 이야기 중에 색깔에 대한 성격 분석이 있었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노란색이었는데 노란색을 좋아하면 겁이 많다. 라는 것이었죠. 빨간색을 좋아하면 강한 것이고, 파란 색을 좋아하면 차분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는 나도 대려 맞춰서 이야기할 것 같다 싶긴 한데, 어릴 적에는 와, 정말 그런 것 같아. 하면서 이후로는 좋아하지도 않던 빨간색도 일부러 더 좋아한다 스스로 세뇌하려 하고 (여자인데도 왜 자꾸 강해지려 했던 것인지..)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센 척, 강한척 했지만 겁이 참 많은 편이었어요. 아이들 그림책인 공룡 유치원에 보면 뿔리라는 여자 친구가 그렇죠 (겉보기로는 남자같습니다. 목소리도 그렇구요. 내가 공주할거야.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용감하고 친구들 사이에 강한 친구란 인상이 깊었는데 알고보니 물놀이를 무척 무서워하는 여린 데가 있었어요. 음, 어릴 적 제 모습을 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친구였죠.



특히 어릴 적에 제일 무서웠던 것은 바로 귀신이었어요. 전설의 고향이 너무너무 무서우면서도 또 어찌나 재미있는지 빼놓지 않고 보고서, 결국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 들어가 잠을 자지를 않나 호기심은 많은데 결과는 늘 불면으로 이어지는 그런 일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무섭다고 울거나 그러진 않았었는데..




책 속의 주인공 훈이는 참 겁이 많아요.

사실 어린 아이 혼자 깜깜한 밤에 자려면 무섭긴 할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은 아직 엄마 아빠랑 같이 자는데.. 엄마 어릴적만 해도 사실 따로 방도 없었고 꽤 클때까지 엄마 아빠랑 다 같은 방에서 자고, 초등학생 되고 나서 따로 방을 쓸 적에도 동생이 있어서 혼자 잘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려 보이는 훈이가 혼자 자려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아직 아이 잠자리 독립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훈이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또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니 아이가 무서워할만하겠다고 공감이 되었답니다.




훈이는 사실 귀신만 무서운게 아니었어요. 하다못해 낮에는 징글징글 기어다니는 벌레도 무서웠구요. 자기 그림자에도 놀라 겁을 집어먹기도 해요. 엄마도 아이가 그렇게 겁이 많으면 좀 걱정이 될 만하겠어요.

저도 우리 아들이 남자답게 좀 강한 면을 보였으면 하는데, 어릴적부터 조용조용한 성격에 (지금은 제법 개구지게 되었지만요.) 겁이 많은 편이라 무서운 것, (귀신 유령을 몰랐던 때라 사자 등의 동물을 무서워했어요.)을 싫어해서, 영어 시간에 나오는 사자 모습에도 기겁을 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림책인데도 입 쩍 벌리고 있는 사자나 호랑이를 싫어하였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조금 컸다고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무서워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다시 훈이 이야기로 되돌아와서요. 그래서 훈이가 그렇게 겁을 먹고 무서워하는데에 저도 관심이 더욱 갔어요.

우리 아이를 더욱 공감하게 되고, 아이 본인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만 무서워하는게 아니었구나.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무서워하네 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했거든요. 그리고 무서울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아이와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안그래도 금요일에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뮤지컬을 유치원에서 보러 가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해주자 거기에 유령이 나온다고 아이가 안 보러 가겠다고 며칠전부터 걱정을 했었어요. 제가 키마 스티커 붙이고 용기를 갖고 가볼까? 하고 아이 마음에 좀 용기를 심어주려 해봤는데, 그때 잠깐 공감했다가 다시 또 무섭다고 하곤 해서, 선생님께 살짝 미리 조언을 구했지요. 선생님도 잘 달래서 아이의 뮤지컬 공연관람이 잘 이뤄지도록 도와주셨는데 (아침에 바빠서 키마 스티컨 잊고 그냥 갔구요.) 다녀와서는 "엄마, 나 용감했지? 근데 그래도 유령은 좀 무섭긴 하더라 얼굴도 안 보이고." 하고 이야길 했네요. 겪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가 이해하면 좋을텐데..

사실 엄마인 저도 어릴적에 유령이랑 귀신이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서 무섭게 나오는 귀신 이야기는 되도록 안 보여주려 하는데 (똥떡이나 여우 누이라던지요.) 유령 이야기는 유치원에서 들었나보더라구요. 음, 하기는 아이 예전에 본 동화책에서도 유령이 나오긴 했네요.




공포라는 감정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본다는것. 무서울때 무섭다이야기하고, 화날때 화난다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작가님의 말씀마따나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일수 있다 하니,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들에 대해 그게 왜 무섭지 않은지.. 무턱대고 두려워하기만 하는 아이에게 차분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자는 힘세? 사자는 무서워? 하는 아이에게 그럼, 사자는 동물의 제왕이니 무섭지. 하고 성의없게 대답했던 예전의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어요. 철창에 갇혀있고 우리는 안전한거야. 하고 이야길 해주긴 했었지만 말입니다. 아이가 좀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차분히 설명해줄 수 있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갖추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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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앉는 자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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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지무라 미즈키의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 <물밑 페스티벌>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등을 읽어보았다.

아닌 책들도 있지만 많은 내용들이 청소년 성장기를 주로 다루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이번 책 역시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1980년생의 작가로써의 그녀는 10대들, 특히 10대 여학생들의 마음을 꽤나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하게 자극적이진 않지만 (심지어 제목을 살인 클럽이라고 달아놓은 책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선정적인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10대들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녀만의 감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재미 또한 떨어지지 않아서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이라면 이제 덮어놓고 읽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째 반창회를 해오고 있는 친구들.

친구들의 주된 화제는 역시나 티브이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는 스타 '교코'에 대한 것이었다.

학창 시절에 교코보다 더 예쁘단 말을 들어왔지만 현실은 작은 회사의 사무직인 사토미, 몸매도 퉁퉁하고, 외모도 뛰어나지 못해서 친구들 사이에 주목을 받지 못해 늘 예쁜 친구 들러리만 서야 했던 사에코, 세련된 옷차림으로 친구들 앞에 허세 작렬인 잘나가는 패션 업계의 이름난 디자이너라 속인 유키, 그리고 유일하게 남자의 시점으로 등장하는 지방 은행에 다니며 쭉 유키만을 좋아해온 시마즈, 그리고 지방 아나운서로 근무 중인 다카마까지..총 다섯명의 시점에서 교코를 둘러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외에도 마사키, 기요세, 기에 등의 친구들이 등장을 한다.

 

첫 시작은 다소 섬뜩하면서도 말 그대로 미스터리한 느낌의 프롤로그로 시작을 하였다.

한 여학생이 농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여학생 교코가 와서 무어라 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창고에 가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태양은 어디에 있어도 빛나." 10년전 학창시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며 내내 이상하게 느꼈던 점은 344p를 읽으며 (반드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 읽고 또 읽고 나서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아,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았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정말 재미나게 읽었는데, 이런 반전을 숨겨뒀을 줄이야. 신선한 반전때문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였구나.

그런데, 내가 의문을 가지게 된 그 점들은 모두 복선이 되는 부분이었던 것이기에, 눈치가 빠른 미스터리 매니아라면 혹시? 하며 이미 앞뒤를 다 짜 맞췄을지도 모르겠다. 복선을 무수히 깔아놨음에도 나처럼 전혀 예상 못하고 있다가 탕 ! 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여학생이 오로지 '사랑' 하나 때문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 교코 스스로 친구들에게 풀어놓고 다닌 이 이야기는 그녀를 더더욱 여왕의 지위에 올려놓은 계기가 되었다. 얼굴도 예쁘고 모든걸 다 잘하고 거기에 상냥하기까지. 그런 그녀가 한눈에 반한 남자 기요세는 워낙 유명한 그녀의 짝사랑 이야기로 아무도 감히 넘보지 못할 그런 남학생이 되고 말았다.

유키는 자신이 갖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여왕의 들러리가 되고 싶어하고 그런 존재가 되었다.

사에코는 어릴적부터 친구가 없이 외로운 신세였는데 유독 착한 기에만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여주면서 기에와 단짝이 되었고, 나중에 기에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마사키와 셋이서 마치 3인조처럼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되었다. 시마즈는 아무 생각 없이 뽑아든 우산으로 야구를 하다가, 우산을 좀 휘게 하고 말았는데 그게 나중에 힘세기로 소문난 남자친구를 둔 유키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유키에게 관심을 지속적으로 두게 되었다. 사토미는 얼굴이 빼어나게 예뻐 주목을 받았지만 교코 무리와 따로 어울리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 한 남학생에 대해 전교생이 떠들썩하게 알 정도로 애정을 드러낸 여학생, 그 여학생이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유명했다는 것, 그 여왕이 남학생과 잘 되지 않으면서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져갔다는 그 이야기들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드러나는 그런 이야기였다. 사실 그다지 무서울 것도 큰 화제가 될 것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인데, 꽤나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나 유명인 누구 알아, 그럼 나랑 어떤 사이지. 하고 허세를 떨고 다니는 사람 치고 정작 그 유명인을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친한 사람이면, 그렇게 자랑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알고 있을테지, 그렇지 않기에 더욱 그렇게 허세를 부리고 다니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맞게 말이다.

이야기를 하고 나면 더욱 스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만 말을 접을까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미리 알면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모르고 읽어야 더 재미있는 소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허세 가득한 군상 속에 우리가 알던 친구들의 어떤 모습들이 숨어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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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 불야성 시리즈 3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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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 세이슈의 불야성 시리즈에 대해, 난 왜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것일까? 꽤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사실 편독이 심한 편이라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책을 읽기에 다른 작가의 책에 눈길을 돌릴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 일본 작가의 이름이 분명한데 미스터리물도 아니고, 느와르 물이란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느와르라는 말은 어릴 적에 봤던 홍콩 영화 등에서나 접하던 단어였는데, 일본 소설에서 만나는 느와르 물이라니.. 게다가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일미즐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야성 시리즈를 재미난 책으로 손꼽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라, 도대체 어떤 시리즈길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원래는 불야성, 진혼가, 장한가로 완결이 되는 책인데, 앞서 두권을 미처 읽지 못한 상태에서 3권인 이 책을 읽었는데? 웬걸 한권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재미가 있었다. 거의 600페이지 가까이 달하는 꽤 두꺼운 두께였는데 엄청난 몰입도로 읽혀서, 새벽에 잠이 안와서 깨었다가 뒤척뒤척하다 집어 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두시간 반 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앞선 두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장한가보다 더 재미나다네? 오. 이런 괜찮은 시리지를 만났단 생각에 앞선 두권도 순서는 뒤바뀌었을지언정 얼른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불야성, 진혼가를 내리 읽었으면 어떤 사람이 주역인지 감이 오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백지상태에서 시작해 읽다보니 그냥 책이 주는 느낌 그대로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한때 가부키초를 주름잡았던 양 웨이민이 자신이 거둬들였던 류젠이의 측근에게 결국 살해당하는 것부터 시작을 한다. 양웨이민 역시 반격을 가하려 했으나 너무 쉽게 당하고 말았다.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뒀어야했는데.. 처음엔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읽다가 나중에 찾아보니 아! 싶었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안 읽으니 (나 스스로)이런 허점을 보이게 된다.

 

일본에 건너가 살고 싶었기에 가짜 족보를 사들여, 반은 일본인인것으로 (잔류고아인것으로) 위장을 하고, 일본에 넘어온 리지, 일본 이름으로는 타케 모토히로. 일반 회사에 취직해 평범하게 잘 지내다가, 회사가 도산하면서 결국 가부키초로 흘러들어와 중국어와 일본어를 다 잘 쓰는 잇점을 활용해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거짓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마약 단속반인 야지마에게 꼬리잡혀서 그의 끄나풀로 목숨을 건 정보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가 숨기고 싶은 과거, 그는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일본 속에서도 중국을 떠나 살 수가 없었다. 중국 출신 조직들에서는 그런 리지를 보물처럼 여기다 시피 하였다. 일본어가 아주 능숙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일본인이나 다를바가 없으면서도 중국어도 자유롭게 통하니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 조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 같은 존재가 아닐수 없었을듯.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 바닥을 떠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처지였다.

 

그가 망을 보는 사이에 그가 임시로 몸담았던 조직의 보스가 살해당하고, 거래중이던 상대편 야쿠자 조직 역시 살해당하였다. 거의 몰살에 가까웠는데 그는 운좋게 빠져나왔으나 양쪽 조직 모두에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캐묻기 위해서라도 리지를 찾느라 난리일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로써 한건 크게 무는게 아닐까 싶은 야지마 역시 리지를 또다른 조직에 넣어 좀더 고급 정보를 캐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리지는 여기저기 정말 상처투성이로 물리고 뜯기는 비참해보이는 신세가 됨에도, 참 여러모로 운 좋게 살아남는다. 어쩌면 머리가 좋으니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승진 야욕에 불타는 야지마의 협박과 보스의 복수를 하려는 한하오 조직 부하원들, 그리고 토메이카이의 무라카미 이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한하오와 그 무리를 죽인 사람들을 수소문해가기 시작하는데, 이 바닥 최고의 정보원이라는 류 켄이치를 만나게 된다.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를 아는 아니 그의 소문을 들은 모든 이들이 악마라 일컫는 그 류 켄이치와 엮이면서 어둠의 모든 일을 다 꿰뚫고 있는 그의 시선과 정보력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나의 덧칠된 과거, 야지마만 알고 있던 그 약점까지 알고 있는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류 켄이치에게 의뢰금을 내고, 정보를 얻어가면서 사건을 이중 삼중 자기 나름대로 수소문해가는 리지. 단독으로 활동하는 사람 치고 꽤나 영리하게 (물론 그게 다 그물망에 걸려들게 되는 결과지만)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 정도 여기저기 치이고, 이용되었으면 아마 갈갈이 마음이며 몸이 찢긴 상태가 되었을텐데..리지는 참으로 용케 살아남는다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삶의 이유를 찾기 시작하였다.

고향에 두고 왔던 여인을 술집에서 만난 것이었다. 일을 하기 위해 갔던 그 곳에서 자신과 어릴적 소꿉친구였던, 그래서 일본으로 가도 꼭 데리러 가마 했던 그녀를 만나고 이제 그녀가 리지의 삶의 이유가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서라지만, 그동안 외면하고 살았던 고향에 대한 미안함에 그랬다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리지가 왜 갑자기 그렇게까지 되었을까 싶은..

잊고 살았던 여인이라면 아무리 깊은 정을 주었던 사람이라도 그렇게 모든 걸 다 걸 필요까진 없었을텐데 싶었던 이해 안가는 구석도 있었지만..그럼에도 책의 가독성은 끝까지 훌륭하였다.

 사실 리지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 류 켄이치긴 했지만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이 두꺼운 책을 두시간 좀 남짓하게 다 읽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그 옛날 홍콩 영화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마도 첩혈쌍웅이나 천장지구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야기를 다시 곱씹고 있었다.

정말 딱 그 영화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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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그림영어사전
이주혜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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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잡고 아이 영어 공부 시킨다 해놓고, 정작 영어 dvd 몇편씩 보여준 것 외에는 아직 이렇다할 진도를 나가지않고 있었네요.

어제는 아이에게 영어 책을 읽어주면서, 워낙 잘 따라하지 않는 아이에게 엄마가 읽은 문장 따라 읽어봐~ 하고 시키다보니, 문장이 그러기엔 처음부터 좀 길어서 아이가 힘겨워하였어요. 게다가 과거형 단어가 나와서 자꾸 그 단어를 몰아세우듯 따라하라 하니, 아, 이렇게 억지로 시키면 아이가 싫어할텐데 싶으면서도 왜 이걸 금새 못 따라해? 하면서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지요.

아이에게 영어 사전을 언제 사주면 좋을지.

사실 엄마때는 중학교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였기에 글밥 가득한 영어 사전을 끼고 공부하는게 당연했어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유아기때부터 영어를 시작하고 초등학교때 본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니 우리때 공부했던 깨알같은 글씨 가득한 영어 사전보다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그림책으로 된 영어 사전이 더 잘 맞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세상에서 가장 쉬운 그림 영어 사전

벌리츠 키즈라고 위에 씌여있어서, 이건 외국 출판사명인가? 하고 찾아보니 영어 어학원, 교육 기관 명이었던 것 같아요. 그쪽 교재로 개발되었다는 건지 아니면 실제 활용중인 영영 사전을 그대로 우리나라말로 번역해놨다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한글이든 영어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그 단어의 뜻에 대해 묻게 되는 일이 발생하죠. 아직까지는 아이에게 사전을 찾아 일러준 적은 없고 그냥 엄마 아빠가 대답해주곤 했는데 영어의 경우 이렇게 간단한 그림과 함께 연상 작용으로 기억하게 하는 마인드 맵 형식으로 기억해두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너무 좋은 점이 실제 예문 역시 실려 있어서, 예문으로 통째 기억하기에 더더욱 좋을 수 있었구요.

다만 발음 기호는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이 다른 사전과 차별화된 점이었어요. 실제 원어민 발음을 들어보기 위해서는 웹하드에 들어가 MP3 파일을 다운받아서 들어볼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참 책의 크기는 작은 사전 크기가 아니라, A4 정도의 일반 그림책 사이즈랍니다. 두께도 그 정도 되구요. 페이퍼북이라 다소 두툼하지만요. A에서 Z까지의 알파벳순서로 배열되어 있고, 알파벳 색인 형태라 찾기가 더 편하게 되어 있었어요. 맨 끝에는 동물, 옷, 운동경기, 곤충, 수와 색, 신체, 운송 수단, 인삿말 등을 한장의 그림에서 단어로 만나볼 수 있게 정리되어 있어 좋았어요. 그 뒤에는 각 단어를 금새 찾아볼수있는 WORD LIST가 실려 있었고 말입니다.




Let him go



어제 아이에게 읽어준 책 중에서 그를 놔줘, 하는 문장이 있었는데 let이 소개되면서 그 문장이 첨부되어 반가웠네요.

토끼의 꼬리가 왜 짧아졌나? 그에 관련된 설화 같은 책이었는데 말썽꾸러기 형제 rabbit이 늘 사고를 치고 다녀서 Hare가 다 수습하고 다니는 이야기였거든요. 큰 곰에게, 콘돌에게 잡혀있는 Rabbit을 놔달라고 할때 let him go!라고 외치곤 했죠.



사실 아이에게 강제로 읽게 하고 하기 싫은거 하게 하면 울 아들은 유난히 튕겨나가더라구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자연스럽게 해야지 하면서도 잘 못해주어서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는 차 타고 가는 길에, 엄마 슐슐 (음..발음을 따라하기가 힘이듬)이 뭐야?

뭔가 아이가 보고 들은데서 묻는거다 싶어서, 어디에 나온건데? 부터 물어보니, 토끼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바로 이 책이었어요 rabbit과 hare의 이야기. 그래서 어느 장면에 나온건데? 하고 계속 물어보니 동굴 앞에서 곰과의 일 이후에 나온 이야기래요.

전 책 줄거리가 완벽히 생각나지 않았는데 아이는 그냥 엄마가 읽어주는거 들은 건데도 통째로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나보더라구요. 앞뒤 문맥상, 발음도 그렇고 혹시 sure sure가 아닐까? 그랬는데.. 아니나다를까 집에 돌아와 그 부분 찾아보니 맞더라구요.

음. 사실 엄마가 조급해하지만 않으면 아이 스스로 깨닫게 되는 알게 되는 그런 것들이 많을텐데. 읽어주는 것만으론 부족한 것 같아서 자꾸 아이를 다그치니 아이가 힘겨워하는게 아닌가 싶었어요. 음, 다른 엄마들처럼 체계적으로 안 시켜서 한번 시킬때 막 화를 내는 제 나쁜 습관에도 문제가 있음이 분명했구요.





아뭏든 아이와 영어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도 궁금한 단어들이 마구 늘어나고 있어요.

이럴때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쉬운 이 책을 수시로 찾아 아이와 펼쳐보는 습관을 들여볼까 싶어요.

아, 이 단어가 그런 뜻이구나. 그림으로보면 더욱 쉽게 기억에 남을테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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