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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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책에서던가 인터넷에서던가, 그런 말을 들은적 (혹은 읽은적)이 있었다. 아마도 어떤 책에서였을 듯 한데..

요즘 사람들이 구직을 하거나 할때, 그 사람들의 대인관계서부터 사소한 사생활까지, 그의 입사지원서에 적혀있는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주소만 알고 있어도 금새 몇번의 클릭만 해도, 평소 그의 생활 습관이라거나 성격, 혹은 이성친구 여부까지, 어느 정도의 신상이 다 노출된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블로그에 아이들 사진 올리고, 실명 등을 공개하던 엄마들이 언젠가부터 아이들 얼굴 노출을 꺼리고, 실명이 아닌 다른 예명을 사용하고, 자신의 닉네임에서도 아이의 이름을 지우기 시작한 것도 그와 비슷한, 우리 아이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에 마구 노출되면서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범죄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도 참 무궁무진하지만, 그에 반해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정보 또한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은밀히, 아니면 아주 대놓고 치밀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개인 정보에 대한 큰 두려움 없이 한때 정말 어지간한 인터넷 사이트에 다 가입을 해둔 적이 있었다. 뭐 그게 큰 일일까 싶었는데, 요즘 개인 정보가 마구 노출되고, 해킹되는 것을 보면 두려움이 크게 앞선다.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곳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스팸 게시글 등을 지우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스팸 정지 처리한 아이디들이 보면, 대부분은 진짜 스패머가 아닌 아이디를 도용당한 경우가 많았다. 진짜 자기 아이디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지만, 운영진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스패머들의 덧글과 게시글을 삭제하고 아이디를 정지하거나 강제 탈퇴시킬 수 밖에 없다.

 

이야기가 살짝 새어 나갔지만 다시 13월로 돌아와서.

13월이란. 실제 없는 시간이다. 어릴 적에 읽었던 5월 35일이라는 책은 (읽을땐 아무 생각없이 빠져들어 읽었었는데,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실제 존재하지 않는 날이었다. 동화 속의 5월 35일에 방문한 곳은 아이들이 꿈꾸는 맛있는 음식으로 이루어진 동산 같은 그런 신기한 공간을 방문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책 속의 가상의 13월, 가상의 현실이라고 규정짓고 싶은 엉뚱한 세상은, 동화속 처럼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극단적일 수 있지만, 어디선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 그래서, 갑자기 서늘한 한기가 올라오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세상이 더이상 동화처럼 아름다울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게는 무척이나 잔인한 세상이 아닐수 없었다.

인간들의 재미를 위해, 어려서부터 모든 생활이 다 세상에 생중계된 트루먼쇼의 이야기처럼.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재황이라는 청년은 관찰자 수인에 의해, 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조리 보고서로 작성되어 어느 국가 기밀 연구소로 보내지고 있었다. 물론 본인은 전혀 모르게 말이다. 청년은 보육원 출신이었지만 준수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로,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본인 스스로도 선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 재황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은 광모라는 보육원 동기.

pc방을 운영하며, 여성들의 성매매알선 사업을 하던 광모는 재황에겐 더이상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과거 속 존재였지만 광모는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재황을 서서히 무너뜨려간다.

 

어느 정도인지 몰랐지만 재황의 분수에 맞지 않는다는 상류층 자녀였던 승희, 재황은 그녀를 마음 속부터 깊이 연모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보육원 출신 고아였기에 언감생심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라 생각하고 스스로 담을 쌓고 살아왔다. 그녀가 먼저 다가오는 기적이 일어나기 전까지 말이다.

 

가난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재황이 자신의 모든 비루한 과거를 딛고 스스로의 가치를 올려 승희와 걸맞는 존재(?)까진 안되겠지만 승희에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꿀리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유명한 작가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재황은 판단하였다. 그리고, 그가 즐겨 읽었던 여러 소설에서 짜깁기해서 며칠만에 쓴 작품이 덜컥 대학내 문학상에 수상되면서, 승희는 재황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 높아졌고, 재황도 비로소 신분상승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의 작품이 표절임이 밝혀지면서 그는 나락으로 다시 떨어진다.

그리고 광모는 성매매를 할 여대생을 알선해달라며 무작정 재황을 닥달하다가 나중에는 사채 업자 협박까지 해가면서 그를 궁지에 내몰았다.

 

그러던 광모가 갑자기 변했다. 재황은 그런 광모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둘은 용역을 하며, 같이 돈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선하던 재황의 변화에 당황하는건 수인도 마찬가지였다. 관찰자의 입장이지만, 가까이 다가가거나 도움을 전혀 줄 수 없는 수인은 그저 재황의 무너지는 모습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관찰자 수인과 대상인 재황의 시선에서 교차되는 이야기들

읽고 있으면 이들의 이야기가 어디까지로 치달을지 몰라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빨려들어가 읽었었는데..

그들, 특히나 재황에게 너무나 잔인했던 운명은 결말을 읽고 나니 그래서 더 허무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뭔가 그래서, 더 강렬한 느낌의 무언가가 있었어야했던게 아닐까. 그냥 바라만 봤어야했는가.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지만, 그럼에도 이기적인 인간들의 발상 중에는 우리가 모르는 그 어떤 프로젝트가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늘 염두에 두어야겠단 생각은 심어주는 소설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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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재미만만 우리고전 1
김남중 지음, 윤정주 그림, 한국고소설학회 감수 / 웅진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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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령과 달리 홍길동전은 익히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내용인지라 큰 기대감없이 펼쳐들었는데.. 오호. 요 재미만만 동화시리즈는 남다른 매력이 있는 책이네요. 강림도령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서도 역시 그림 뿐 아니라 글자에도 변화를 주어서, 마치 글자가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게 책 속에 펼쳐져 있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예를 들어, 홍길동의 어머니 춘섬이 어린 길동에게 태몽에 대해 들려줄적에 길동의 아버지 홍대감이 꿈에서 만난 깎아지른 절벽에서는, 글자 자체가 절벽 모양을 이루어서,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하인 아이들이 서자인 길동을 놀리다가 사라져버릴때도, 사라지다라는 글자 자체가 작은 글자로 모양을 이루어 사라집니다. 말 그대로 글씨가 그림이 되어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길동이 "검을 휘둘러 달빛을 베고 그림자를 갈랐다" 하는 부분에서 글자가 검에 베인듯 갈라지는 부분이었어요.

활자 하나하나로도 이런 느낌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니.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재미난데, 초등학생 친구들이 보면 얼마나 더 두근두근할까요?

 

홍길동전의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인,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이라는 대목이 이 책에서도 중요한 동기로 등장을 합니다. 서자로 태어났기에 적자인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고 아버지 앞에 당당히 아버지라 할 수 없는 신세였다가, 결국 또다른 첩의 시샘으로 외딴 암자에 어린 아이 홀로 보내져,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하다, 결국 살해 위협까지 받고 말게 되었어요.

 

홍길동 이야기는 워낙에 귀에 익어서, 다시 읽어도 큰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어릴 적에도 재미났지만 어른이 되어 홍길동전의 아주 다양한 버전을 만나 식상할 거라 생각한 지금, 다시 읽어도 흥미로울 만큼 재미만점 동화 시리즈는 흥미진진했답니다.

 

홍길동이 학문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벽에 부딪히자 무예를 익히게 되는데 외딴 암자에서 사람과 책을 통해 세상의 지식을 두루 익히게 되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예전에 책을 읽을 적에는 그 부분에 집중해 보질 않았거든요.

 

홍길동이 분신술을 배웠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 여덟명의 홍길동들이 각각 도술을 부리고, 부하들을 나눠 데리고 전국 팔도에서 활빈당으로 활약하는 모습은 대부분의 분신술의 경우에 허수아비 신세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들과 달라서 신선한 재미가 있었지요. 물론 그 부분은 어려서도 읽었던 부분이지만 말이지요. 다시 봐도 재미났던 부분.

 

책에는 율도국이 오늘날의 어느 지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는데, 위키백과에 찾아보니 율도국이 류큐나 타이완이라는 말이 있다 하네요. 오키나와에서 매년마라 홍가와라라는 의적을 기리는 행사를 치르고 있다는데 그 홍가와라가 홍길동이라는 것이죠. 홍길동이 살았다고 추정되는 15~16세기만 해도 오키나와에 홍씨 성을 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기에 홍길동은 실존인물이고 율도국은 류큐국이라는 이야기가 위키 백과에 적혀있었어요. 어디선가 율도국이 울릉도다 아니다, 류큐다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홍길동이 실존 인물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수 없었어요.

워낙 도인과 같은 기이한 행보를 보인 홍길동의 이야기긴 하지만, 사실 뛰어난 무술에 도술까지는 살짝 각색된 것일수도 있겠지만 의적 홍길동이 있을 수 있었다는건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재미난 홍길동전,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괜찮은 재미만만 고전 동화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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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령 재미만만 우리고전 2
배종숙 그림, 이용포 글, 한국고소설학회 감수 / 웅진주니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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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이야기책을 유달리 좋아하다보니, 어른이 되어서도 다양한 소설책들을 다른 어떤 책보다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소설 뿐 아니라 이렇게 아이들 동화, 아이들 옛날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여전히 그 재미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 같구요. 강림 도령은 어렸을적에 참 많이 보았던 이야기 속에서도 미처 못 만나봤던 제목인지라,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 책 참 재미나네요. 원래 이야기는 '차사본풀이'라는 제주도 이야기를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이야기라 합니다. 무당이 굿을 하며 부르던 노래를 풀어 적은 것이라 하네요. 굿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무당 이야기 중에 바리데기 설화를 듣고, 무척 신기하면서 재미난 이야기다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강림도령의 이야기 또한 그랬어요. 굿판에서 들으면 좀 무섭겠지만 아이들 식으로 각색해서 들으니 훨씬 재미난 한편의 이야기가 되더라구요.


강림도령은 남보다 키도 크고, 힘도 장사고, 생김새도 빼어나게 잘 생겨서 처녀 귀신도 보러 올 정도로 반할 외모를 가졌다 하네요.

김치 고을에서 관아에서 차사로 일했던 강림도령은 어느날 염라대왕을 잡아오라는 원님의 명을 받고, 저승길로 떠나게 됩니다.

자, 어찌 된 사연인지 한번 들어가볼까요?



강림도령이라는 이름은 아이들 그림책에 어울린다해도, 과양각시라는 말은 또 무얼까 싶었어요. 굿에서 따온 이름들이라 옛 이름을 그대로 살려서 낯설지만 어쩐지 정감이 가는 그런 이름이 생겼나봅니다. 그런데 이 과양각시, 생김새도 참 요상한데, 하는 행동은 더 이상하네요.(과양각시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차사 본풀이에 나오는 사람이 분명한데, 외모는 빼어난 외모로 나오네요. 그 외모로 사람들을 홀려 재물을 빼앗았다 나왔어요. 아마 그림책에서는 아이들 이해하기 쉽도록 심술쟁이 할머니로 바꿔그린 것 같아요. )

돼지 멱따는 소리보다 더 심한 곡을 해대며 사람들과 원님의 잠까지 설치게 만드는 과양각시. 왜 그랬을까요?

무엇이 원통하다 매일 청원을 넣은 걸까요?


못 생기고 심술맞은 과양각시였지만 그들 부부에게는 어울리지 않을만큼 빼어난 성품에 능력을 가진 세 쌍둥이 아들이 있었어요.

그 아들들이 한날한시에 장원급제를 해서, 부부에게 절을 올리러 온 순간 바로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고 만 것이었지요.

한날 한시에, 그것도 이제부터 좋은 세상이로구나 할 판에 갑자기 금쪽같은 세 아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과양각시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매일 울어대는 통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원님은 아내의 조언에 따라, 불시에 호출하는 비상 호출에 지각한 차사를 불러들여 염라대왕을 잡아오라, 하게 된 것이었죠. 사실 하라는 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은 못했지만 우선 과양각시 입막음이라도 해볼 셈으로요.

거기에 바로 강림도령이 걸려든 것이었어요.


난데없이 저승을 다녀오라니. 가는 길도 모르고, 간다한들 무슨 수로 염라대왕을 잡아오란 건지. 대성통곡하는 강림도령을 달래준건 강림 각시였어요. 아내는 남편에게 밥을 먹여 마음을 달래준 후에 (강림도령이 맘편히 자는 동안) 정성을 다해 떡을 만들고 조왕 할머니와 문전 할아버지께 치성을 드렸답니다. 아주 정성껏 말이지요. 자신의 신랑을 돌봐달라구요.

옛 어른들이 정성을 다해 치성을 드리는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통할거라 생각지 못했지만, 동화속에서는 그 이야기가 통한 것으로 나오지요.

그리하여 조왕할머니와 문전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길로 저승길에 무사히 도착한 강림도령.

강림도령과 함께 한건 아내가 만들어준 떡이 있어서 무사히 저승의 염라대왕앞까지 대령할 수 있었답니다.



어릴 적에 봤던 유명한 티브이 프로중에 전설의 고향이라는 방송이 있었어요.

귀신도 많이 나왔지만 가끔 신령이나 현세의 사람이 아닌 사람 등이 나와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 프로그램이었지요. 강림도령 과양각시 이야기도 전설의 고향으로 만들어졌어도 무척 재미날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프로그램이 워낙 인상깊어서 떠올랐는데.. 그냥 아이들 이야기로 만들어져도 재미나겠죠. 암튼 어른이 되어 읽어도 너무나 재미만점이었던 강림도령.


강림도령은 정말 무대뽀 정신으로, 아니 사실은 눈물도 극복한 재치와 힘으로 염라대왕을 오라로 묶기까지 했는데, 당황하긴 했지만 강림도령의 그 용기백배한 정신에 감탄한 염라대왕이 강림도령의 청을 들어주어 이승에 내려와 판결을 내려주게 됩니다.

과양각시네 세 아들은 왜 갑자기 죽게 된 것이었을까요?

염라대왕의 판결은 정말 무시무시하기도 했지만, 그에 합당한 결과기도 했어요.


정말 재미나게 읽었던 강림도령, 아, 차사 본풀이가 이런 이야기였구나.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이야기는 사실 무섭기는 해도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수 없었어요. 바리데기 설화도 그렇고, 이 이야기의 원전인 차사본풀이도 그랬고 말입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쓰여진 재미만만 강림도령, 우리 고전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재미난 동화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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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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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조선 땅에 돈 무오년 독감으로 알려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신기하게 몸의 체질이 바뀌어 살아난 네명의 사람이 있었다. 그들 중 셋은 형제였고, 남은 하나는 목숨이 약한 그녀를 살리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 영생을 얻게 된 세사람의 동생인-가 형의 피를 이용해 영생을 얻게 하려다가 부작용으로 다리는 불구, 몸은 아이의 몸으로 살아남게된 조카였다. 그들 넷은 그렇게 조선 최초의 뱀파이어가 되었다.

 

100년 후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세 형제와 조카, 그러나 막내인 준수는 벌써 100살의 나이를 넘겼음에도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아직까지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준수는 100여년간 스스로를 저주하며 살아온 딸을 다시 인간의 평범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인간 회귀 실험을 지속해오고 있었고, 형제 중 쌍둥이였던 이엘(진우)과 신우는 같은 여인을 사랑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신우때문에 깊은 반목이 계속되고 있었다.

 

전갈자리였던 나는 어릴 적부터 별점, 별자리 운세를 찾아보는 것을 즐겨왔다. 지금은 좀 시들해졌지만 예전만해도, 잡지 등을 사면 꼭 별자리 운세부터 확인하곤 했으니 그에 대한 관심이 조금 높은 편이었다곤 볼수 있겠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의 별자리가 전갈이 아닌 게로 이동을 해있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제 13의 별자리가 하나 더 있다는 이야기로, 별자리가 조금씩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그 별자리가 무엇인지 잊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나온다. 제 13의 별자리, 뱀주인자리에 대해서 말이다.

 

뱀주인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20p

 

영생의 능력을 갖게 된 형제 중 쌍둥이들의 별자리가 바로 뱀주인자리였다. 사람들은 열세번째 별자리라며 불길해했고, 마침 형인 신우의 애인이었던 운하는 별자리를 보고 점을 보는 점성술사였다.

 

뱀주인자리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찾아보니, 13성좌로 별자리를 구분한다면 11월 30~12월 17일에 해당되는 기간이라 하였다.

13번째 별자리에 인류 최초의 의사이자,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 하였던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의사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영생과 관련된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생각해낸 작가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생각되었다.

 

그동안 읽어봤던 서양의 뱀파이어 이야기들에서는 뱀파이어가 피를 빤 사람들이 대부분 또다른 뱀파이어가 된다고 나와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아무나 그렇지 않다고 되어 있었다. 영원한 나의 반려, 심장을 나눠 가진 단 한사람의 연인만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 뱀파이어에 의해 피를 빨렸을때 인간에서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 하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냥 죽음을 맞이할뿐이고 말이다.

신우는 스페인 독감에 걸려 죽어가는 연인 운하를 살리기 위해 그녀의 피를 빨았지만, 그녀는 살아나기는 커녕, 신우의 그런 행동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신우는 다시는.. 인간의 피를 빨지 않겠노라 다짐하였다.

 

그런 신우에게 천사의 피를 가진 소녀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피가 닿은 운하를 묻은 고목은 기실 400년 전에 이미 죽어버린 고목이었는데..

그 느티나무 고목에서 이팝나무의 꽃이 핀 곳이었다. 이는 그 피를 가진 주인이 천사가 아닐까 싶은 추측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신우는 그 천사의 피로, 자신도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사람처럼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추측하게 되었다.

 

천사의 피를 가진 소녀 수안은 이제 어른으로 성장하였고, 그런 수안을 오랫동안 지켜와준건 그녀의 엄마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그녀의 후원자가 된 이엘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굴레는 오랫동안 숨어서 지켜온 이엘이 아닌, 신우가 먼저 사랑을 쟁취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엘은 그 옛날 형의 여인을 사랑했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지키고 보살펴온 그녀를, 숨은 그림자로 그녀의 짝사랑이었던 자신이 앞에 나서지도 못한채, 형에게 다시한번 사랑하는 수안을 빼앗기고 말았다.

 

뱀파이어 쌍둥이 형제의 비극적인 사랑.

운하 그리고 수안.

그리고 그들과 형제인 또다른 뱀파이어인 승윤과 인간인 준수

 

공포의 대상이었던 드라큘라 백작과 달리.. 최근의 뱀파이어는 트와일라잇을 비롯, 수많은 하이틴 로맨스물이 되어 스릴러가 아닌 영생의 젊음과 미모, 그리고 막강한 능력과 부를 가진 마치 연예인의 인기를 가진 것 같은 존재로 미화되는 소설들이 많았다. 그런 시리즈를 꽤 많이 읽어봤는데, 이 책은 한국형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과 뱀파이어의 영원한 반려를 다뤘다는 데서 다른 책과의 차별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권의 책임에도 시리즈 못지않은 재미를 느꼈다고나 할까.

 

악역처럼 시작되었던 이엘의 짝사랑은 그의 순수한 마음을 가리게 만들어 더욱 안타까움을 심어 주었고, 주인공 신우보다도 더 빛나고 슬픈 애잔한 조연이라고 해야할까.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연보다 더 마음이 쓰이는 조연이 있기도 하는데, 이엘의 역할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나쁜 남자처럼 시작하지만, 알고보면 너무나 애닲은 슬픈 그의 사랑.

 

영상언어에 끌림을 느껴 드라마 작가로 활동중이라는 작가의 타이틀에 걸맞게 마치 한편의 환상적인 드라마를 보는 듯한 그런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전지현, 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처럼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이야기가 어딘가 닮은 듯 하면서 색다른 테마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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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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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읽는 노엘이라니...

마치 나 스스로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인 것처럼.

어제 오늘 묵은 대청소, 그동안 손도 못대던 곳들까지 다 해내고 나서 읽는 이 책의 한줄 한줄은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세 편의 이야기와 에필로그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각각 다른듯 하지만 주인공들이 서로 연계가 되는 이야기면서 동화와 현실을 오가는 입체적 구성임에도 꽤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책 속의 책, 또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스토리였다.

 

맨 처음의 스토리에서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가 하늘을 날다가, 웬 여자아이가 하늘을 나는 것을 발견한다. 그 여자아이 머리 위에는 장수 풍뎅이가 있었는데, 어디선가 또 잉꼬가 등장을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각각의 단편들의 동화 속에서 다시 등장함으로써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절대 그냥 등장한 것들이 아닌.

그리고 반전을 위한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에.. 아..이런 안타까울 데가 하고 아쉬워할무렵.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반전으로 해피엔딩이 되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반복적인 구조였지만, 그러기에 정말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드는.

비극보다는 해피엔딩을 더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 마음에 드는 구성이었다.

 

게이스케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집의 아이였다. 부잣집 아이를 중심으로 해서, 초등학교때부터 이어진 언어폭력은 중학교때는 신체적 집단 구타로 이어졌다. 단지 게이스케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에 비해 우리집은 이렇게 부자다. 하고 떠벌리며 왕따를 주도한 아이가 정말 가증스러울 정도였고, 그런 아이가 좋아한다 고백하고 퇴짜맞은 상대가 바로 게이스케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였다는 것이 실로 통쾌한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 가난하지만 홀로 동화, 이야기를 쓰며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났던 게이스케는 그런 자신을 동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똑바로 바라봐준 유일한 소녀 야요이에게 마음을 역시 시작하였다. 야요이는 게이스케의 고통을 직시하고, 선생님께 일러줄까 말했지만 오히려 더 괴로워질 뿐이라며 묵묵히 맞고 견디는 게이스케에게 그럼 같이 그림을 그리자 ~ 말을 꺼내었다. 게이스케가 그림을 못 그리지만, 대신 글을 쓴다며 두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하나는 글을 쓰고, 하나는 그림을 그리는 이상적인 친구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두권의 동화책을 한권씩 나눠가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자연스레 서로에게 호감이 깊어진 두 아이는 서로를 좋아하기에 다른 이성이 끼어들까봐 불안해하는 그런 사이가 되고 말았다. 워낙 좋아했으니까. 그 사이에 누군가 끼어들 틈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고등학교때의 심각한 오해 하나로 멀어진 둘의 사이였는데, 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나 동화 작가로 성공한 게이스케는 오랜만에 동창회에 가게 되어, 그 곳에서 야요이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호텔에서 기다라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야요이에게 확인하려 나서는 찰나,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마는데..

 

게이스케가 쓴 동화는 어린 아이들의 동화라기엔 좀더 섬세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순수한 게이스케의 마음이 닿아서인지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사람들조차 힘든 생활의 탈출구를 찾는 느낌이었다. 뭔가 자꾸 헷갈리게 하는 구성.

소설과 현실이 뒤섞이고, 상상했던 상황과 뒤바뀌어버린 현실 앞에서 갑자기 멍하게 되기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라 아,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이 들게 하는 이야기.

그런데 끝의 이야기는 그게 과연 해피엔딩일까 싶긴 하였지만. 그래도 그 선택이 옳다 여긴 할아버지의 뜻이 있었으니 그것도 역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야할까.

 

왕따, 성폭력, 내가 싫어하는 그 모든 이야기들이 그것도 지인에 의해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말해주고 싶었다. 동화속으로 보듬어진, 그래서 결국은 해피엔딩이 된 이야기기에.

반짝 반짝. 그들 모두가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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