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MINI+ 전집 세트 - 전6권 셜록 홈즈 MINI +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꿈꾸는 세발자전거 옮김, 시드니 패짓 외 그림 / 미다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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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수학 공부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점수를 더 올리기 힘든 과목이 국어란 사실은 직접 경험한 사람 아니고서는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언어이기에 만만하게 생각하는 국어지만, 그 언어영역의 점수를 높이고 만점에 가깝게 점수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교과서만 파고 든다고 제대로 나오는 점수도 아니고, 문제집만 들입다 푼다고 점수가 높아지지도 않는다. 까다로운 언어영역 공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수능 언어영역의 경우,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경우에 언어 영역 성적이 높이 나온 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레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점수를 딸수 있는 암기과목과 달리 언어영역은 꾸준히 쌓인 어휘와 독서가 밑바탕이 되는 과목이고, 그렇게 쌓인 수년간의 독서는 비단 언어영역뿐 아니라 오늘날의 스토리텔링 식 수학과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유아때부터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독서 독서 또 독서였다. 자발적인 책읽기가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스스로 책읽기에 빠져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부처럼 들이민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진정 책 속에서 재미를 찾아야하는데 그러기가 또 쉽지가 않기에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될까가 큰 관건일 수 밖에 없다.

 

나의 어린 시절을 미루어 짐작해본다면 나의 경우에는 소설, 동화책 등의 이야기책을 무척 좋아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소설을 다 좋아하겠지만 사실 아주 드물게 인문서적이나 과학 서적 등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보편적인 경우를 들자면 소설 등의 이야기에 빠져들기가 가장 쉬운데, 이때 만화 등에 심취하게 하기 보다 되도록 입증된 고전이나 이야기책에 먼저 재미를 들리게 하면좋을 것이다.

사실 추리소설을 학습과 연계해 생각해보기란 어려웠는데 미다스북스의 이번 셜록홈즈 전집 시리즈는 수능을 겨냥한 초등생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의 학생층을 대상으로 한 재미와 학습을 겸비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영어 공부도 단어를 제대로 몰라서 문장을 이해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어 소설 역시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하면 제대로 문장을 이해할 능력이 떨어진다. 다만 익숙한 모국어라 단어가 딸린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문장 속에서 이해한 단어의 실력이 상당히 많이 쌓여서 자연스러운 책 읽기가 이어지는 반면,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은 단어를 모르니 책 읽기가 싫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이 전집에서는 수능 등에 빈번히 노출되는 단어는 특별히 고딕체로 쓰여서 관심있게 이해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고, 책 자체가 컴팩트한 작은 사이즈라 한손에 들고 다닐 작은 사이즈라 부담없이 어디고 들고 다니기 좋은 책이다. 작은 핸드백에도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 좋고, 무겁지 않아 어디서고 가벼이 펼쳐들 수 있다. 미니북이라지만 너무 작은 소장용 미니북도 아니고 적당히 글밥이 눈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라 좋다. 미니북이기에 책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것 또한 장점 중의 하나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양한 전집 구성으로 내놓고 있는 미다스북스의 이번 미니 전집 구성은 셜록 홈즈 전집 중 가장 처음에 도전하기 좋은 구성으로 엮여 있었다.

주홍색 연구, 네사람의 서명, 바스커빌 가의 개, 공포의 계곡, 그리고 베스트 컬렉션 12의 다섯권의 한글 책과 빨간 색의 책은 앞서 말한 책 중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바스커빌 가의 개, 공포의 계곡에 한해서 영문판으로 되어 있는 책이었다.

그러니 한영 두가지 버전으로 읽으며 한국어로 읽는 재미와 더불어 영어로 바로 원서소설을 읽으며 영어 어휘도 익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니 시리즈가 좀더 쉽게 씌였다 하면 그 다음의 y시리즈가 좀더 심화 어휘를 익힐 수 있게 되어있다한다.그러니 출판사에서는 미니를 먼저 권하고 그 다음에 y와 e를 만나 한국어 어휘 심화, 그리고 영어 공부를 병행할 수 있게 만든 의도가 엿보인다.

 

공부라 생각하면 거부감 들기 마련인데 셜록홈즈를 읽는다 생각하면 공부라는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버리고 즐거운 추리소설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어 어느새 다음 권 다음권을 찾아 읽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공부는 재미가 우선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독서를 권장할 어휘 공부라면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책이 아이들에게도 재미나게 읽힐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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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스페이스 빅북 - 은하계 영웅 스타워즈 레고 크리에이션즈 레고 크리에이션즈 시리즈
요아힘 클랑 외 지음, 류동수 옮김 / 바이킹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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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적에 우리집에는 레고는 커녕 블록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레고 하면 듀플로 사이즈의 기본 블럭만 생각나는데, 그것도 이모네 놀러가서 나보다 훨씬 어린 사촌동생들이 갖고 놀던 그 블럭으로 가끔 이것저것 만들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 아들을 낳아 키우면서 알게 된 새로운 레고의 세계. 듀플로 사이즈의 모음통으로만 생각했던 레고가 아닌, 하나하나가 너무나 멋진 작품이 되는 정교한 레고의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사도사도 끝이 없다는게 문제일뿐.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일찌감치 베이비 블럭을 떼고, 굉장히 작은 블럭인 레고 기본 블럭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잘 만들줄 몰라 엄마 아빠가 만들어놓은 장난감을 부수곤 했던 아이가 지금은 스스로 조립하는 재미에 빠져들어서, 세상을 레고와 레고 아닌 것으로 이등분 할 정도로 레고에 심취하게 되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레고를 손꼽게되자 엄마인 나 또한 레고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관심이 쏠린다.

물론 넘쳐나는 레고 블럭과 어지러워지는 집안을 볼때는 스트레스지수가 폭발할 지경이지만 그래도 레고만 보면 좋아해서 헤벌쭉하는 아들이 있으니 아들의 미소를 보고 싶어서라도 엄마는 레고에 늘 눈과 귀를 열어두게 된다.




그러다보니 레고 블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나온 레고에 관한 책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은 워낙 내가 좋아하는 분야다보니 늘상 신간 소식에 민감해 있는데, 레고에 관한 책이라니 더더욱 눈과 귀가 집중될 수 밖에.

아들은 우선 레고를 사면 원래 설명서대로 만든 후에 갖고 놀다가 자꾸 부수려 하는성향이 있었다. 부수고 다시 또 만들고 하는 그 과정을 즐기는 듯 한데, 문제는 완성을 시켜놓질 않고, 한번 부순후에 다시 만든 작품은 반조립상태로 돌아다니거나 금새 부숴져 부품이 되어버린다는데 있었다. 엄마 마음 같아서는 완성작품으로 해놓고, 갖고 놀던지 했으면 좋겠는데 (창의력 개발을 위해서는 부수고 재조립하고 하는게 제일 좋겠지만, 하도 부수고 다시 사고를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부품은 충분히 많아졌으니 새로 사는 것만이라도 형체를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말이다.


꽤 많은 , 아마도 백상자는 족히 넘게 샀을 레고들인데 지금은 남아있는 형체라고는 최근에 산 제품들뿐이라 아쉬움이 크다. 대신 쌓여있는건 부품. 아들은 그 부품을 갖고 다양하게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낸다. 그렇게만 놀아도 좋겠는데 하도 요즘 캐릭터가 유행이다보니 키마, 닌자고 등의 시리즈를 다 모으고 싶어해서 결국 하나하나 더 사게 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레고 스타워즈에는 입문하지 않았는데, 거기까지는 제발 하지 말아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스타워즈의 가격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은 기존 블럭을 갖고 만들어볼 수 있는 설명서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부품은 따로 구입할 루트를 알려주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입장에서도 그렇고 부모 입장에서도 조립 부품이 따로 모아져있는 제품을 사다 만드는게 훨씬 편리하겠지만 레고로 창의력을 키우려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보는데 굳이 새 부품을 사기보다 기존 제품을 활용하는 식으로 배워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어린 아이들용이라기보다는 레고 창작과 조립에 어느 정도 기본기가 다져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레고 마니아이자 유명한 레고 빌더들로 이루어진 이 책의 레고 조립팀 중 막내인 팀 비숍의 경우, 최고 수준의 레고 조립에 도전하려는 빌더들은 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라 소개하고 있었다.




예전에 구입한 책 중에 레고 아이디어 북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은 우주 뿐 아니라 주위 물건이나 다양한 것들을 레고 기존 블럭으로 만들어볼수있게 한 책이었다. 창작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그 책을 보고 영감을 얻기를 바랬는데 사실 세세한 과정보다는 결과 위주로 나와있는 책이라 그랬는지 아들은 그 책을 보고 따라만들기보다는 그냥 혼자 만드는데 심취하였다.

그런데 아직 사주지 않은 우주선 시리즈를 따라 만들수 있다면? 하는 욕심에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레고 우주에 대한 구성은 주로 스타워즈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의 상당 부분도 스타워즈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sf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인 스페이스 패트롤 오리온호, 그리고 스타트렉 엔터프라이즈호, 스페이스 1999, 그리고 대망의 스파워즈 에피소드 들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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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는 아예 구입을 안한 것은 아니고, 몇개 정도는 구입을 했는데 그중 아이가 열광한 것이 바로 광선검과 알투디투였다.

아이가 즐겨보는 레고 동영상을 보면 스툼트루퍼가 주요 해설자처럼 등장을 해서 자꾸 보다보니 아이 아빠와 나도 스톰트루퍼 피규어를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길 정도였다. 정작 아들은 스톰 트루퍼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광선검에만 꽂혀있었지만 말이다. 광선검이 좀 많이 들어있는 스타워즈가 없나 하고 알아본 적도 있고 따로 광선검을 구입할 생각도 했었는데.. 피규어용 작은 광선검 말고, 책에는 피규어도 블럭으로 크게 만들고, 광선검도 기존 블럭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정형화된 귀여운 피규어보다는 덜 예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조립을 해서 만들었다는 정성과 공이 대단해보였다.

알투디투도 마찬가지였다. 파는 피규어는 달랑 몇개의 블럭으로 완성작이 되어 사실 레고라기보다는 만들어진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텐데, 이 책의 알투디투는 부품들을 하나하나 모아 만든 것이기에 만들고 나서는 소장가치가 더 높을 것 같았다. 부품 목록을 보니 사실 집에 다 있는 부품들이기도 했고 말이다. 언제 짬내어 알투디투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그런가 하면 스페이스, 즉 우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멋진 우주 비행선등을 직접 만들어 볼수있게 되어있는 설명서들도 푸짐히 들어있었다. 제법 어려워보이는 이동 로봇 AT-AT,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문 버기카, 그리고 만들어 놓으면 아들이 입을 딱 벌리고 좋아할 것 같은 임페리얼 셔틀과 바이퍼에 이르기까지.

레고로 이루지 못할 세상은 없어보였다. 우리 아들의 꿈도 이 책을 통해 좀더 드높아지기를 희망해본다



독일 최고의 레고 빌더로 손꼽히는 요아힘 클랑과 그의 친구들도 스타워즈에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느날 그들은 광활한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선과 영웅들을 레고로 만들 결심을 했고, 곧 자신들의 계획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스타워즈 3부작에서 영감을 받은 레고 작품들을 완전히 새로운 방법과 아이디어로 완성하기에 이른다. 이 전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레고 스페이스 빅북은 스타워즈의 등장인물과 전투 비행선 등을 완벽하게 재현했으며, 동시에 레고 빌더와 마니아에게 꼭 필요한 조립노하우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책 뒷표지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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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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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대한 귀의의 의미인 사랑의 의미를 잠시 내려놓고, 좁은 의미의 사랑인 남녀간의 사랑만을 사랑이라 이야기해보자면.

사랑을 할 수 있는데 안 하거나 못하고 있는 것과 사랑을 해서는 안될 상황에 놓여 아예 그런 감정조차 밀어내고 살아가는 것의 차이는 무척이나 클 것 같다. 그러기에 사랑을 하거나 결혼을 하지 못한 성직자인 신부님, 수녀님, 스님 (결혼을 하는 스님도 있다고 들었지만 대부분 알고 있기론 아닌 경우가 많기에) 등의 종교인에 대해서는 그 분들이 평생 절대자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인생 그 모든것을 걸고 의탁한 그 자체가 정말 대단한 희생과 봉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는 너무나 크기에.

 

오랜 세월 신앙인으로, 아니 성직자로 살아오다가 속세의 사랑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경우를 보기도 하였지만

이 책에서는 그럴 뻔했던,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어느 젊은 성직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젊은날의 그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크게 맞춰져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오늘날의 그가 있기까지의 마치 신의 숙명과도 같은 놀라운 우연들이 중첩됨을, 들려주는 또다른 이야기기도 하였다.

 

미안요라고 불리며 어울리던 세 수사가 있었다. 총명했기에 큰 재목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미카엘, 앎은 부족했으나 그저 착한 마음씨와 사랑만으로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던 안젤로,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이자 미카엘과 안젤로의 삐걱거림에 절충의 역할을 하고 있던 요한까지. 그들 세사람은 젊기에 더 잘 어울렸고, 서로에게 어느새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요한의 할머니는 손자 요한을 자신의 친아들보다 훨씬 더 아끼고 사랑하였고 요한이 성직자가 되는데 가장 큰 기대와 기여를 한 것도 바로 그 할머니의 사랑때문이 컸다. 사실 평생을 신께 봉헌하고 살아가야하는 성직자의 길이 젊은 혈기를 가진 이들이 선택하기에는 다소 힘든 길일 수 있을텐데. 이 책의 세 청년들은 그래도 신께 의탁한 그 삶이 그리 고달파보이지 않았다. 아니, 수사로 있는 그 시간들이 오히려 행복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잘 맞는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던 요한을 흔들어놓을 일이 생겼다.

요셉 아빠스님의 조카인 소희라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젊은 수사들의 감정에 대한 논문을 쓰고자 수도원에 며칠 머물게 되면서 요한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아진 것이었다. 처음부터 마음이 쉽게 흔들린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늘 조심하고 신경쓰는 요한이었는데.

그런 요한의 마음을 파고 들어온 것은 바로 그녀 소희였다. 아홉살 많은 약혼자가 있던 그녀였음에도 요한의 가슴을 두드리며 그 마음 안에 비집고 들어와버렸다.

 

요한에게는 아픔을 주고 떠나버린 그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십여년만에 다시 연락을 해왔다. 잊고 있었던 생채기.

그러면서 현재의 요한에서, 젊었던 날의 요한으로 안젤로와 미카엘이 살았던 그 시절의 요한으로 되돌아가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 요한의 결심으로 이루어질까 싶었던 그 순간. 사실 그들의 그런 사랑이 반드시 행복하지만은 않으리라는 것도 미리 예상이 되었다. 가난했던 요한과 달리 풍족한 가정에서 자란 소희는 수사복을 벗어던진 요한과 냉면집을 알콩달콩 꾸려나갈 자신도 없었고, 어쩌면 한순간에 눈이 멀어 젊은 성직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놨지만 그 삶에 같이 뛰어들 용기와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누가 말리지 않았더라도 그녀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낼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소희와 요한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로 끝이 날 것 같았지만 삶은 운명은 그보다 훨씬 더 웅대한 것이었다.

자신을 유달리 사랑한 할머니에게 들은 전쟁 속의 아픔, 그 고통의 중심에 서 있던 할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자신의 아버지를 살아남게 만들었던 빅토리아 메러디스호의 기적. 오늘날의 요한이 있고, 또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있음은 신의 섭리임을 느끼게 해주는 웅대한 삶의 연결고리가 남아있었다. 그저 아무것도 그냥 지나치는, 아니 그냥 우연히 일어나는 시간들이 아님을.

 

어떻게 제가 그런 일을 해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단호하게 사람들을 태우라고 명령할 수 있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 기뢰가 깔린 바다에서 어떻게 제가 겁도 없이 배의 키를 잡고 나왔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그 끔찍한 조건에서 단 한사람도 죽지 않았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오 하느님, 제게 왜 그런 좋은 일을 하게 하셨습니까? 대체 왜?

...... 그리고 제가 부두에서 젊은 여인에게 했던 마지막 약속을 기억했습니다. 물론 제가 기도할 수 있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을 하고 군인으로 살아간다해도 기도할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저는 하느님께서 저를 부르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부름에 대답하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저는 주저 없이 마치 30분의 기도 끝에 주저없이 사람들을 승선시키라고 명령한 그날처럼 주저없이 이 수도원에 들어왔습니다. 348p

 

세속의 잣대로는 평가할 수 없는 그분들의 사랑이 있음을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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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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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해피 브레드>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을 재미나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 역시 그렇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재미라기보다는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지금 마음의 상처가 깊은 사람이라면 치유의 소설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

 

눈부시게 빛나던 그를 사랑했고, 그에게서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 생활하는 그를 보며 (더군다나 결혼하고서도 나를 만나겠다는 아주 황당한 이야기까지 지껄이는 그에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나를 보며) 더이상 회사에 남아있을 수 없어서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카코는 사랑과 일을 동시에 잃고 말았다.

엄마는 집에 내려오라했지만 도쿄에 남아 살고 싶었기에 대충 얼버무리며 우울한 삶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헌책방을 하는 외삼촌에게 연락이 왔다. 외삼촌의 헌책방을 도와달라며, 살기는 헌책방 2층에서 살면 되니까 방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말이다.

 

외삼촌에 대해 괴짜라고 생각하고, 그다지 친한 감정도 들지 않았던 다카코였는데. 외삼촌은 그런 다카코를 정말 반겨주었고 사랑으로 대해주었다. 게다가 그런 감정은 누나인 엄마에게 부탁받아서가 아닌 진심으로 다카코를 좋아해서임을 알게 되고.

다카코의 냉랭한 감정을 나 역시 어느 정도 감정이입해서 공감하고 있었기에 그런 삼촌의 반응에는 다소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다카코가 무얼 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녀의 존재가, 사랑스러운 조카의 존재 자체가 외삼촌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음을 그녀는 나중에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저자인 야기사와 사토시는 이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단편으로 제3회 치요다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고, 이 작품은 2010년 휴가 아사코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이 책에는 이 단편 외에 1년후의 이야기를 그린 모모코 외숙모의 귀환이라는 두번째 단편까지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모모코 외숙모가 왜 가출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아마도 단편 하나만 읽었다면 궁금증이 가득했을텐데.. 친절하게 덧붙여진 1년후의 이야기가 그래서 더 고마운 그런 책이 되었다.

 

사랑할때의 감정은 달콤하기 그지 없는데 불현듯 다가오는 실연, 이별의 감정은 참으로 감당하기 힘든 그런 느낌이다. 게다가 감정의 소모가 꽤나 큰 사람에게는 더더욱 감당하기 힘든 슬픔일지 모른다. 다카코도 그런 사람이었다. 깊이 빠져들고 그러기에 더욱 상처도 깊었던.

그녀를 치유하고 일으켜세울만한 것이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연의 상처를 딛고 삶의 의지를 갖게 하는데..

꼭 대단한 그 무엇, 혹은 그를 대신할 인스턴트 사랑이 필요한것이 아니라 어쩌면 일상의 재발견, 따뜻한 사랑 속에 충만한 편안한 공간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해결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카코에게 그런 공간, 그런 휴식의 기쁨을 알게 해준 사람이 바로 그녀의 괴짜 외삼촌이었다. 자신도 사랑의 상처를 겪고 있으면서도 불시에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나버린 모모코 외숙모를 5년이나 기다리며 잊지 못하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기 조카의 이야기를 듣고 비분강개하며 같이 쳐들어가자 이야기하는 삼촌의 호기로움에 나조차도 웃음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사소함으로, 쪽팔리다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행동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였다. 뻔뻔스러운 당사자는 사과할 줄도 몰랐으나 적어도 다카코의 마음은 비로소 제대로 풀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것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없이.

다카코의 존재 자체가 삼촌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듯이.

삼촌의 존재과 의미가 다카코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스스로의 가치를 너무 깎아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아주 큰.

적어도 나의 부모님과 내 아이, 그리고 나의 배우자에게만은 내가 최고로 소중한 그런 존재일텐데.

가끔 우리는 그 중요함을 잊고 산다.

 

곰팡이 냄새 폴폴 나는 그 헌책방에서 다카코가 하루하루 치유되어가는 과정은 그렇게 따스하게 내게도 온기를 심어주었다.

이 책 참 따스하다.

올겨울 유난히 시리고 아프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건, 정말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닐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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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기욤 뮈소의 책에는 절절한 사랑이 주된 소재로 등장을 한다. 사실 그의 책에서 사랑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란 어려울 정도다. 생사를 넘나들기도 하는 등의 현실에서 많이 벗어난 기적적이거나 혹은 동화와도 같은 그런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다. 처음에 기욤 뮈소를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헐리웃 영화를 책으로 그대로 만난 느낌이었다라 평했었는데.. 이후의 책들도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비슷한 소재와 예상 가능한 줄거리인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모두 재미나게 읽었는데..

 

그렇게 읽은 기욤 뮈소가 <당신 거기있어줄래요?>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 그 후에> <당신없는 나는> <종이여자> <천사의 부름> 등이었다. 그리고 오늘 읽은 <내일>은 거의 2년만에 만난 기욤 뮈소의 책이었다. 그런데? 분명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예전 책들과 느낌이 조금 더 달랐다. 어딘가 스릴러 같은 분위기도 있으면서 치명적인 반전에 헉! 하고 숨을 들이키게 만들었다.

조금만 읽고 자야지했던 것이, 아 너무 재미있어서 덮을 수가 없어. 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기욤 뮈소는 받아들이기 나름이겠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라 거부감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난 그가 마련해둔 장치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것이었기에 너무나 좋았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더라도, 드라마나 책을 읽다보면 제발 잘되기를, 고통을 승화시키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랠때가 얼마나 많았는가. 기욤 뮈소는 그런 나의 소박한 바램을 들어주는 작가여서 좋다.

 

이번 편은 타임 슬립이라고 해야할까.

사랑이야기뿐 아니라 타임슬립 등의 시공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더더욱 딱 맞는 그런 스토리였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여러 영화와 책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옮긴이만 해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영화로는 <이프 온리>를 떠올렸고, 나 또한 두 작품과 더불어 영화 <시월애>, <동감> 등의 영화와  기욤 뮈소의 또다른 책인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그리고 읽어보지 못했지만 꼭 읽어보고자하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촌마게 푸딩> 또 예전에 읽었던 <열세번째 시간>과 얼마전에 읽은 <하품은 맛있다>까지.

완벽한 타임슬립, 타임머신 여행이라기보다 시공을 초월한 인연의 이야기가 여전히 스토리로는 무척 매력적임을 알게 해주는 많은 책과영화들이 있었기에 이 책의 설정을 보고, 여러 책과 영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각이 났다.

 

아내를 너무나 사랑한 남편이 있었다.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인 매튜 샤피로는 교내 최고의 스타 교수이자 외모까지 준수하고 겉보기론 모든게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딱 1년전에 교통사고로 잃은 아픔을 갖고 있었다. 간신히 아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날 무렵, 우연히 사게 된 노트북 하나때문에 아주 이상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뉴욕에서 거의 최고로 잘 나가는 유명한 레스토랑의 수석 와인 감정사인 엠마,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역시나 매력적인 외모를 소유한 사람이었지만 사랑만큼은 원하는대로 이루질 못하고, 유부남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비참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너만을 사랑한다며 아내와 이혼하겠다 말하는 남자였지만 다시 또 그녀를 내팽개쳐서 유약한 그녀를 자살 시도를 하게 할만큼 나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이제 간신히 그를 잊어보겠노라 애쓰는 그녀에게 이상한 메일이 한통 도착했다.

 

매튜는 자신이 산 노트북에서 전주인인 엠마의 수많은 사진과 꼼꼼한 인적 사항, 메일 등을 발견하며, 그냥 삭제하기에는 웬지 찜찜한 생각에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 이 사진을 보내줄까요? 하고 예의상 질문을 한 것이었다.

엠마에게 온 답변은 노트북을 판적이 없으니 자신의 일일리 없다는 답변. 그런데 아내가 죽은 후 절대로 그 어떤 여자에게서도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매튜가 엠마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엠마 역시 매튜를 알아보다 그에 대한 호감이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어떤 강한 끌림에 의해 갑자기 약속을 잡고, 나름 서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식당에 갔는데..

 

분명 제 시간에 도착한 엠마와 매튜였는데 그들은 만나지 못.했.다.

서로에게 급히 실망을 하다가, 서로를 파고들며 알아보다보니..

2011년의 매튜가 2010년의 엠마와 연락을 한 것임을 그들은 뒤늦게 깨닫고, 서로가 경악하고 말았던 것이다.

 

일년 후에 살고 있는 매튜는 일년 전의 엠마를 통해, 어쩌면 아내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엠마에게 부탁을 하지만.

엠마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닌 매튜 같은 남자와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하면서 엠마는 자꾸만 매튜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매튜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엠마의 유일한 희망을 담보로 협박을 하기에 이르르고.

 

마지못해 엠마가 매튜의 죽은 아내 케이트를 미행하다가 우연히 이상한 점을 포착하게 되었는데..

 

시월애의 설정이 참으로 많이 오버랩되는 내용이었는데, 내일은 좀더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보면 되겠다.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읽으면서 잠이 확 다 달아나버릴 정도로 말이다.

자꾸 이야기하다보면 모든걸 다 누설해버릴까봐 이쯤에서 이야기는 접기로 하고.

기욤 뮈소의 재미난 책들이 얼른 새로 또 나와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정말 작가의 책을 전부 다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글솜씨의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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