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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ㅣ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4/0112/pimg_781377146953150.jpg)
좋은 책을 읽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오히려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몰라 막막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8년간의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라는 부제가 달려있고,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의 두권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같이 읽어주는게 옳을 것 같은 느낌.
부제가 주는 신선함도 있었지만, 제목 탓에 이 책은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겠구나 섣부른 짐작을 했는데..
그녀의 어른으로써의 일상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었다. 물론 어린 시절의 추억도 곁들여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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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이야기다보니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참고로 말을 하자면 나는 에쿠니 가오리란 작가를 참 좋아한다. 처음 만난 책이 냉정과 열정 사이였나? 이후로 그녀의 책들을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이 찾아 읽었는데, 모든 책이 다 마음에 드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그녀의 단아한 문체. 게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어쩐지 소설 속 여주인공에 오버랩되는,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듯한, 어른스러우면서도 단아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실제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에 작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에세이 속의 그녀 모습을 보면 정말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때때로 뭔가에 서툰 모습도 보이고, 나같은 사람이 가까이 하기 어려울 것 같은 그런 인상을 주다가도 작고 소박한 것에 감탄하고 집착하는 모습은 또 그녀만의 '남과 다른 ' 정신세계를 만난 것 같다고 해야할까? 음, 개인적으로 만났다면 친해지기 힘들었을 것 같은 캐릭터면서 은근히 그녀가 쓴 에세이 등을 읽어보면 의외로 나와 비슷한 생각 또한 꽤 많이 했다는 공통점에 반가워 몸서리를(?) 다 친 적도 있었다. 별것 아닌 일에 깊이 있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또 그러기에 그녀만의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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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그 전체적인 느낌은 참 "좋다"라는 것이다.
결혼을 지나치게 냉철하게 보는 그녀의 느낌은 낯설지만, 그렇다고 전혀 수긍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생각은 약간 다르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싶다. 가족에 대한 그녀의 견해 역시 마찬가지다.
뭐랄까 냉철한 안목같은게 있다고 할까? 미처 표현하지 못한 것을 그녀는 날카롭게 보고 딱 적절하게 표현한다는.
그래서, 어찌 보면 좀 지나치게 차가운 건 아닐까? 싶은 부분도 있지만 그녀의 글에 무조건 차가움만 있지만도 않다. 어쩐지 좀 피상적으로 가고 있는 나의 글이지만, 그녀의 글에 대해서는 뭔가 자꾸 막 이야기하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어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른채 중얼거리게 된다.
그녀의 '울지 않는 아이'를 읽으며 괜찮았던 부분들을 사진으로 남겨볼까했는데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사진을 찍어버릴 정도였다. 그래서 여기 올리려면 추려야할 정도로 말이다. 사진은 거의 없는 책이었는데 글 하나하나가 그냥 넘기기 아까운 그런 이야기들. 나와 다르게 느꼈건, 공감하게 썼건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
늘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헤어진다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았던 나와 달리 그녀는 회전 목마를 통해 어렸을 적에는 부모로부터의 해방같은 자유를, 지금은 거의 이별의 끝에 와 닿는 연인과의 헤어짐을 조금 아주 조금 만끽하는 모습을 보인다. 슬프고 두려우면서도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랄까. 정말 그럴까 싶지만 그녀라면.
또, 가족과 함께 한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더불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독서 일기 같은 부분은 서평을 즐겨 쓰는 나의 글들- 가벼움이 느껴지는 나의 서평-과 달리 정말 그녀의 남다른 표현이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느낌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왕이면 읽어본 책들이면 더 좋을텐데.. 대부분 다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라 내가 읽은 책의 느낌과 비교해보지 못해 아쉬웠을뿐. 그래도 그녀의 표현들을 보니, 읽어보고 싶은 소장 목록에 올려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책은 그녀가 비로소 책에 반하게 만들었던 초등학교 어린 시절의 바로 그 책이랄까.
너무나 짧고 쉬운 책이었지만 그 책에 단단히 반해 몇번이고 읽어보게 만들었다는 책
<지푸라기 하나로 부자가 된 사내>
우화 같은 책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게 딱 인상깊이 남아있는 나만의 책이 있을까 하고 떠올려보니 어릴적에 나한테 인생의 책으로 기억될 책은 따로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때 부모님이 사주셨던 210권의 책을 우리 삼남매 중에서는 내가 가장 잘 활용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뿐. 그 안에서 재미난 책들을 찾아 읽는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날이 어두컴컴해질때까지 골방, 책장 앞에 앉아 혼자 책을 읽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책들도 세계의 우화, 민화, 전설 이런 책이었는데, 나중에는 창작 책을 읽으면서 (창작책이 우리나라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많아서 시대적 공감은 좀 어려웠지만 ) 누가 어떻게 읽으라 하지 않아도 나 혼자 다양하게 독서의 세계를 넓혀갔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글밥이 다소 많은 책들로 (두께가 보통 어른책 정도의 두께라) 210권을 꼼꼼히 읽다보니 사실 대부분의 이야기책들은 다 읽었다 할 정도가 되었고 더 읽을 책이 없어서 반복해서 읽고 하며, 책의 진정한 재미에 빠져들었던 때인지라 지금처럼 너무 많은 책의 범람에, 책 자체도 엄마가 권해주는 책으로 정신없이 읽어대라 강요하는 세상과 또다른 세상을 살아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푸라기 하나로 부자가 된 사내는 어떤 내용인지 짐작은 할 것 같은데 그녀가 말한 딱 그 제목의 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래동화 등의 옛 이야기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식인이나 괴물 등의 이야기는 아이가 무서워할까봐 좀 가려주어야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그런 고민을 하기에 앞서 전래가 왜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등을 느끼게 해주는 그녀의 이야기와 덧붙여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엄마의 걱정은 기우임을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그녀의 가족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6살난 에쿠니 가오리의 첫 일기를 보며 칭찬부터 시작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은...나는..등으로 시작하지 말라며 마치 초등학생 다루듯 꾸지람을 한 대목은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대목이었을 테고.
조금은 아이는 아이답게 대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화려하게 꾸민 그녀를 못마땅해 하며 파푸아뉴기니 여자도 아니고, 하며 시시때때로 꺼낸 말씀이라는 "파푸아 뉴기니 여자." 나도 공감했던 것이 우리 아빠도 뭔가 나의 허황된(?) 면을 비판하실적에 "허영에 들떠갖고 그게 뭐냐."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나란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사치스럽거나 한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다만 욕심이 좀 많았기에 눈이 높다고 뭐라고 하신 것 같긴 하였다. 작가님의 파푸아 뉴기니 여자는 우리 아빠에게는 허영에 들떠갖고서와 똑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 뭔가에 빗대어 혼을 냈다는 부분으로서는 내게는 좀 닮은 꼴로 와닿았다.
여동생에게 취직하지 말라는 언니는 또 어떠한가.
에쿠니 가오리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취직하지 말고 나랑 재미나게 놀고 살자고 졸랐다한다. 취직하기 어려워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참 이상한 논리가 아닐수 없지만, 에쿠니에게는 그럴만한 사연(?)같은게 있었다. 공감이 마구 되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녀의 여동생은 참으로 완벽한 재주(?)를 가졌달까? 완벽할 것 같은 에쿠니 가오리보다 현실면에서 더 완벽한건, 아니 편집증적으로 보일 정도로 자기 일에 딱딱 계획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편리를 제공할 줄 아는 재주를 지닌 초 슈퍼우먼 여동생이 등장한다.
티브이 스케줄을 신문에 나온 프로그램 수준이 아니라, 정확히 분 단위로 다 기억할 정도로, 그래서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언니에게 얼마든지 원하는 장면을 하루에 다섯번이고 몇번이고 볼 수 있도록 스포츠 뉴스와 프로그램을 꿰차고 일일이 일러준다.
일을 하느라 바쁜 언니가 언제 딱 내려와서 볼 수 있게 시간까지 지정해줄 정도이다.
게다가 언니는 홍차 끓이는 여자, 동생은 떡 굽는 여자로 통할 정도로 인절미를 딱 가족들이 원하는 정도로 제대로 구워내는 여자라니.
참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소해보이는 그런 면들이 그녀와 그녀 가족에게는 참으로 대단해보이는 그런 면들이 아닐수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학교 성적 이런것보다 실제회사에서 일을 할적에는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그녀의 평소 능력이 회사에서도 참 제대로 활용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 그녀와 그녀 가족들이 동생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역시나 그녀는 신입 1년차임에도 밤낮을 바꿔가며 일할 정도로 회사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니, 완벽한 업무 능력을 제대로 회사에서 발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길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보게 만드는, 또 내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난 에쿠니 가오리가 좋아. 또 이렇게 공감하게 만드는 에세이였다.
그녀의 소설이 재미날지라도 공감하게 만드는것은 그녀의 에세이. 역시 에쿠니 가오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