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카페 레시피
배민경 요리.사진 / 미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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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손쉽게 커피나 차를 타마실 수 있지만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잔, 커피 한잔을 더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카페에서 즐기기 좋은 맛있는 케잌, 빵 등이 있고 분위기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캡슐커피 머신이 있다면 집에서라도 카페의 커피와 거의 흡사한 맛까지 즐길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집에는 믹스 커피밖에 없으니 카페에 가고픈 욕망이 더 커지는 듯 하다.

예전엔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던 공간이 카페였는데 결혼하고 아기엄마가 된 요즘에는 친구 만나기가 더욱 뜸해졌고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에 살기에) 자주 카페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근처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다. 카페에서 수다를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동생을 불러내고 동생도 나를 불러낸다. 집이 가까우니 근처에 후다닥 나가 만나기도 쉽고, 늦은 밤에라도 신랑과 부모님의 허락만 있다면 얼마든지 잠깐 만나고 들어 올 수있어 더욱 좋다. 어제만해도 아이가 낮에 사달라던 케잌을 사주마 하고 잊고 있다가, 밤늦은 시각에 케잌 사달라는 약속 지키라고 투정부리는 걸 어떻게 감당하나 했다가 동생에게 마침 카페 마실 가자는 연락이 와서 카페에 가서 조각 케잌을 사다주기도 하였다.

 

카페의 조각 케잌이 꽤 비쌌던것으로 기억하는데 프랜차이즈 카페였던 어제 그곳의 케잌들 가격은 정말 오천원은 제일 저렴한 축에 속하고 6500원을 훌쩍 넘기기도 해서, 입이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맛은 꽤 있다지만 그래도 조각 케잌 가격 치곤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차나 커피 한잔, 그리고 1인당 조각 케잌 하나씩이라도 먹을라치면 1인당 드는 후식 비용이 12000원~15000원 정도 드는데, 여기가 가로수길도 아니고 그냥 동네 프랜차이즈 커피숍인데 말이다.

 

 

어제의 경험을 하고 나서 이 책을 보니 좀 귀찮더라도 집에서 해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홈카페는 늘 나의 로망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집을 좀 카페처럼 예쁘게 꾸미기는 커녕 귀찮다고 어질러 놓기까지 한게 가장 큰 복병이지만. 또 신랑도 같이 커피를 좋아하는 취향이면 커피 기구들을 마음껏 살텐데 절대 커피도 차도 잘 안마시는 사람인지라 나 한 사람 먹자고 비싼 기계나 기구를 사들인다는게 내키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쉽게 타마실수있는 차나 커피를 보면 나도 모르게 구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뭔가 색다른 디저트를 곁들여 나만의 티타임을 즐기고 싶어지기도 한다. 담소를 나눌 친구가 있으면 더 좋을 시간이겠고 말이다.

 

어제 사왔던 모 카페의 치즈 케잌서부터 우리 아들이 천사다방에서 제일 좋아하는 생크림 얹은 메이플 초코 브레드 (책에는 허니 버터 브레드 시리즈가 쭈욱 나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크렌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 등등 카페에서 만났던 참으로 다양한, 아니 내가 미처 못 먹어본 메뉴들까지 잔뜩 레시피로 수록되어 있어서, 가보기 힘든 서울의 카페 소개글보다 오히려 더 반가운 카페 레시피 북이었다. 그래, 가보기 힘들면 지방에서, 내 집에서 해먹으면 되지. 물론 베이킹을 거의 안해봐서 베이킹을 해야하는 부분은 큰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참 싫어하는 것도 많은 우리 아들, 야채를 대부분 싫어하는데 그중에서도 당근은 참 안 먹으려고 한다. 당근을 갈아서 만든 당근 케이크. 당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잘 먹는다니, 베이킹이 귀찮아도 이런 케이크는 한번 도전해봄직하지 않나 싶어졌다. 아들을 사랑한다면 이쯤은 만들어줘야지 않겠나 싶은 의무감이 샘솟았달까.

만들지는 못하고 주로 사주었던 수제 초코칩 쿠키 만드는 법도 나와 있었고, 정말 부드럽게 떠먹기 좋은 티라미수 레시피도 눈길을 끌었다. 깔루아로는 깔루아 밀크라는 칵테일만 만들어먹는 줄 알았더니 티라미수도 만들수 있구나. 예전에 나물이님 레시피보고 내가 만들었던 티라미수와는 좀 달라보였다. 이번 기회에 깔루아를 한번 사볼까?

 

 

보기만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지만 칼로리를 걱정하면 주문하기 어려운 허니 버터 브레드 시리즈.

사실 내가 허니 버터 브레드를 처음 만난것은 강남역의 기린비어 페스타라는 호프집에서였다. 따끈한 식빵위에 꿀을 얹고 한스쿱 얹은 버터를 직원이 포크로 마구 휘저어 빵이랑 섞어주면 그게 어찌나 맛있던지. 요즘의 카페에서 나오는 허니 버터 브레드는 사실 그 정도로 빵을 따끈하게 데우질 않아서 그냥 생크림을 빵에 발라먹는 수준일때가 많아 아쉬울때가 많았다. 레시피를 보니 무척 쉽고 간단한데 (사실 레시피를 보지 않아도 맛만 봐도 따라는 할 수 있을 레시피였지만 귀찮으니 무조건 사먹었던 것이다.) 카페에서는 정말 오천원을 훌쩍 넘긴 심지어 만원 가까이 하기도 하는 꽤나 비싼 가격으로 한덩이가 제공되는 것을 생각하면 다양한 허니 브레드를 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허니 버터 브레드, 갈릭 버터 브레드, 바나나 땅콩 버터 브레드, 메이플 고구마 브레드 헤이즐넛 초코 브레드 (이것이야말로 악마의 초코잼까지 들어가니 진정한 칼로리 대박이리라.), 라즈베리 브레드, 체더치즈 브레드 등을 두루 섭렵하고 싶어졌는데 이후에 일어날 나의 체중 증가는 명약관화한 일이라 사실 무작정 따라하기는 살짝 겁나기도 한다.

 

인절미를 와플기에 넣고 구운 모플이라는 것을 본적은 있는데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빵 사이에 넣어 구워서 인절미 토스트를 해먹는게 나왔다. 오, 치즈같이 이용을 할 수도 있구나, 모플, 인절미 치즈 스틱 만큼이나 이것도 아이디어 레시피인걸?

 

 

 

카페  디저트와 차, 커피 등의 레시피에 대한 여러 책을 만나봤는데 이 책은 진솔하게 레시피에 충실한 책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정말 하나같이 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들이라, 이것도 해먹고 싶고 저것도 해먹고 싶고.

오펜하겐이라는 마성의 디저트가 존재하는가 하면 밀크 빙수, 망고 빙수, 홍시 요거트 등의 얼음을 사랑하는 내가 좋아하는 빙수류도 눈에 띄었다. 달달하고 살짝 느끼할 수도 있는, 그러나 그 부드러움으로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설탕과 푸딩의 만남, 크렘 브륄레도 서울의 모 카페에서 무척 맛있게 먹었던 디저트였다. 책에는 파리지엥의 대표적인 디저트라고 나와있다. 진한 커피와 먹으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는데 느끼한거 잘먹는나는 그냥 먹어도 맛있을 듯 하다. 안 그래도 푸딩 위의 설탕은 어떻게 익혔나 했더니 토치를 사용했단다.

 

 

 

 언제 먹어도 든든하고 맛있었던 크랜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 또한 이렇게 쉬워도 되는가 싶을 정도의 레시피로 소개되어 있었다. 재료만 마련된다면 정말 크게 고민할 것 없이 든든하고 예쁘기까지 한 샌드위치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 보는 내내 주린 배를 움켜쥐게 했던 달콤한 카페 레시피. 달콤하다 해서, 달다구리 디저트들만 있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페에서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는 여러 색다른 음료들서부터, 커피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큐브 라떼 (물을 얼리는게 아니라 커피를 얼려 우유에 타먹는 것이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도 본 레시피였는데 요건 나도 꼭 해먹고 싶다. 해먹은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등의 음료 코너도 마련되어 있고, 샐러드, 밥류, 샌드위치 등의 식사류도 풍성하다. 정말 카페에서 해먹을 수 있는, 만날 수 있는 메뉴 등을 어지간한 것들을 모두 망라해서 만나는 그런 요리책이 아니었나 싶다. 원래는 카페를 하는 친구에게 선물해줄까 하고 본 책이었는데, 그냥 내가 따라하고 싶은 요리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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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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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려 마음 먹었던 까닭은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오소희 작가님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어릴때부터 단둘이 세계 여러 나라 (편안한 여행보다 오지 등을 찾아다니며)를 오랫동안 여행하고 기록한 여행 에세이를 벌써 몇권째 써냈는데 그 전권은 아니지만 몇권을 읽고 정말 그녀의 글재주와 용기, 그 여행의 생생함을 전해주는 감동에 단단히 반하고 말았다. 그녀의 아직 못 읽어본 여행기들조차, 나처럼 그녀의 글솜씨에 반한 아빠를 위해 사드렸다. 시간이 날때 나도 읽어봐야지.

그랬는데 이번에 그녀가 낸 책은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어린 왕자와 길을 걷다란다.

아이가 어린 이유로, 아니 덕분에 아이와 함께 많은 그림책을 보고 있는 나로써는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그림책의 진정한 재미들에 흠뻑 빠져있는 때라 작가의 그림책 다시 읽기는 어떤 내용일까도 궁금하였다.

 

 

작가의 글은 서평이나 독후감이라기보다 책과 관련된 또다른 그녀의 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다시 말하자면, 글을..책을 읽고 싶은데 어른 책에 쉽게 도전이 안된다는 엄마들이 참 주위에 많다. 읽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시간도 없고, 읽으려 해도 잘 읽히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내가 책을 무척 많이 읽는것을 부러워하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그럴때 나는 사실 부끄러워진다. 지금 난 이렇게 책을 읽을때가 아닌데. 정작 그녀들처럼 자신의 아이에게 가장 소중히 대하고, 집중해야할 때인데 작가도 그 무엇도 아닌 내가 왜 이리 책에 집착을 하고 있는 건지. 거의 병적인 이 편집증을 내려놔야하는게 아닌가 싶어 반성이 되고 울적한 심정마저 든다. 다만 그녀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자면 나 역시 어릴 적엔 책을 무척 좋아했지만 어른이 되면서 내려놨던 책 읽기는 (아니 사실은 중고등학교때 책을 얼마 읽지 못했다. 교과서가 아닌 책은 공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에 책을 마음껏 볼  기회를 박탈당했다고나 할까.) 그러고나니 대학생이 되어 다시 책을 재미나게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협지 몇편이나 보고 말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간혹 읽었지만 쉬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토록 좋아했던 책인데 앞 몇장을 넘기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책도 버릇인것 같다. 그 처음의 지루함? 혹은 처음의 몰입이 힘든 그 상황을 견뎌내고 나면, 정말 진정한 책의 재미에 금새 빠져들게 된다. 뭐랄까 책 읽기도 익숙해지고 버릇이 되고 나니 이제는 몰두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어디서고 책을 펼치면 바로 그 세상에 빠져들고 만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소설 장르에 한해서 말이다.

아뭏든 쓸데없이 내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책을 읽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읽던 그림책부터 시작해도 좋고, 아니면 이 책처럼 그림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에세이를 접해봐도 좋겠다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이엄마의 이야기기에 공감하기가 더 좋다. 아이엄마면서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한 그녀의 이야기가, 동화를 이야기하면서 살짝 살짝 드러난다. 그렇게 그녀의 하고 싶었던,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재미난 동화와 연계해 들으니 또 색달랐다.

 

 

그녀가 들려준 동화들은 동화의 일면에 지나기 않는다. 고로 먼저 동화를 읽어보고 그녀의 이야기를 접해보면 더욱 좋을것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 빨개 지는 아이, 어린 왕자, 안녕 나의 별, 강아지똥,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 번 산 고양이, 나무를 심은 사람, 눈사람 아저씨, 좀머 씨 이야기, 작은 집 이야기, 행복한 청소부, 꾸뻬 씨의 행복한 여행, 창가의 토토, 마지막 거인, 이기적인 거인, 나는 달랄이야, 너는 ? 등의 책이 소개가 되었다. 이중 귀에 익은 제목의 책이 대부분이었으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어릴 적에 만화로 조금 보다 말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빨개지는 아이, 강아지똥,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번 산 고양이, 작은 집 이야기 등만 읽어보았다. 읽어보지 않은 다른 책들은 저자분이 소개해주었기에 또 미처 읽어보지 못했으나 관심이 있던 책들이었기에 찾아서라도 읽어볼 생각이다.

 

 

책읽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친구와 수다를 떨듯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책 읽기란 이래야 해. 내가 읽는 책이 쉬워보여서 남들이 뭐라고 하진 않을까? 등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즐기고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권해주고픈 생각이 들었다. 참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도 책속의 이야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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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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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역사 e를 방영할 적에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책으로 만난 역사 e는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가감없이 전해주어 충격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외면해서는 안될 진실들, 꼭 알고 넘어가야할 것들, 그러나 교과서에고 어디에서고 못 만나봤던 그런 이야기들. 요즘 역사 교과서 문제로 참 시끌시끌한 때라 그런지, 더욱 역사 e가 와닿는다. 역사란 너무나 중요한 사실인데도 왜곡된 역사를 배운다면 그것이 진실인줄 알고 배운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관을 갖게 되어 문제가 커질 것이다. 일반 책도 아니고 교과서는 철저히 검증된, 사실에 의한 것만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누군가의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다 생각하니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어린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란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 나온 역사 e를 읽었다. 짧고 굵게 방송되었던 내용이 임팩트있게 소개되고, 연이어 그에 대한 상세한 소개글이 덧붙여져서, 꼼꼼히 알아야할 사실들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 아무리 중요한 사실이라도 일반 다큐멘터리처럼 줄줄줄 이야기해주는 것보다 임팩트있게 호기심을 키우고, 다시 부연설명을 해줘서,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주는 역사e 방송 방식이 책에도 연계가 되니, 책으로 만나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주로 양반들, 집권층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맨처음 등장한 책쾌에도 소개되었지만 집권층은 지식을 다른 계층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 아주 드물게 양반이 아닌 출신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예도 나오지만 정말 드문 경우이고, 이번에 소개된 천재 시인의 이야기는 정말로 금시초문의 이야기였다. 김홍도에게 영감을 주고 정약용, 박제가도 울고갈 천재라 하였던 이.

그는 노비의 신분으로 최고의 한시를 쓴 정봉, 정초부였다. 정초부는 정씨성의 나무꾼이라는 뜻이고, 실제 이름인 봉은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하였다. 노비가 감히 한자를 알기도 힘든 사회였거니와 귀동냥으로 익혔던 한자 실력으로 한시를 능수능란하게 써낸 그의 재주로, 그의 주인이었던 여춘영은 그의 노비 문서를 없애고 양인으로 만들어주었다. 부잣집 노비의 신세가 오히려 밥을 굶지않기엔 더 나은 상황이었으나 그는 가난할 지언정 나무를 하고 한시를 쓰며 살았다. 기록에 남은 아주 드문 예이지만, 기록에 남지 못한 세상에 기억되지 못할,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천재들이 또 얼마나 많았을까.

 

 

 

당나귀를 타고 진료를 보러갔던 조선인 최초의 여의사 박 에스더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왔다. 구순구개열을 치료받고, 정상인의 입술로 돌아온 것을 목격하고 의학도가 될 꿈을 꾸었다는 그녀. 그녀를 위해 남편인 박유산은 미국 유학 도중 아내의 뒷바라지를 위해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해가며 아내의 학업을 돕다가 일찌감치 생을 마감했다 한다. 그녀 역시도 조선에 돌아와 수많은 여성 환자들을 치료하고, 목숨을 구했지만 정작 그녀는 남편과 비슷한 30대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유학의 길이 다양하게 열려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드나들며 자유로워진 오늘날의 세계와 달리 조선 시대에 미국까지 유학을 가서, 최초의 여의사가 된다는 것은 정말 구한말이라 해도 놀라운 일대 사건이 아닐수 없었을진대, 그녀는 정말 오늘에 비해 몇십배 몇백배는 어려웠을 그 길을 단호한 의지로 남편과 함께 견뎌내고, 조선을 위한 의사가 되었다. 누군가가 다져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은 정말 너무나 쉬운 일이겠구나 싶은 안도와 함께 감사함, 그리고 죄송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세자의 유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자신이 키운 세자가 왕이 되면 육조판서보다도 높은 벼슬인 종 1품을 수여받기도 했다는 유모.

사대부 가문에서 유모를 구하려 했으나 사실 어려운 문제였기에 천민 출신 중에서 건강하고, 마음까지 유순하고 고운 사람을 골라 세자의 유모로 삼았다 한다. 유모와 아기가 맺는 관계란 참으로 끈끈한 관계이기에 세자가 유모에 대해 어머니와 비슷한 감정을 갖는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어릴 적에 불우한 일을 많이 겪은 왕일수록 유모에 대한 애착이 더욱 깊었다고도 한다.

 

 

 

파락호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의 다른 책에서 읽었기에 다시한번 되짚은 기억으로 남게되었고 새로이 놀랐던 것은 옛 우리 선조들은 장애를 가진 이에 대해 편견을 두지 않고 고르게 등용을 시켰다는 점이었다. 계급사회는 존재했을 지언정, 양반 중에서 장애를 문제삼기보다, 그가 가진 능력을 더 높이 샀다 하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조선 초기에 우의정과 좌의정을 맡았던 척추 장애인 허조,  중종때 우의정을 지낸 간질장애인 권균, 광해군때 좌의정을 지낸 지체 장애인 심희수, 영조때 대제학과 형조판서에 오른 청각장애인 이덕수, 영정조때의 명재상 체제공은 시각장애인, 기형아로 태어나 생육신이 된 권절 등 . 흥미로운 것은 조선왕조 실록에서 장애인 관료들의 신체 결함을 언급하는 내용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120p

장애인에 대한 구분을 짓고, 공정하지 않은 처우가 시작된 것은 근대 이후라 하니 아쉬움을 금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늘 뉴스에 오르락거렸던 야스쿠니 신사. 일본의 전쟁 망령등이 위패로 모셔진(?) 곳이라 들었는데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 , 혹은 하지 않는 일본 지배층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그들 또한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그 곳을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서서 구경을 가고, 생각없이 참배하기도 하는 것인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니기에 도리가 아닌 행동을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소설 등의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이 이야기에는 사건 뿐 아니라 사연이 제대로 담겨있는 책이었기에 역사 이야기임에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역사e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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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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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에세이를 묶은 울지 않는 아이를 선보인지 5년만에 다시 우는 어른이라는 에세이를 내놓게 된 에쿠니 가오리.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이 되었다. 짝을 이루어 같이 읽어야할 책처럼 말이다.

동시에 나오니 또 동시에 읽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성장일기 같지만, 성장일기 느낌과 또 다른 그런 에세이 속에서 소설 속 그녀가 아닌 실존하는 그녀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때로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서 결혼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건 아닌가, 너무 속박으로 여기고 있는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나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참 "잘 살고 "있는 듯 하였다. 엄마의 말 중에 "넌 개나 남자나 너무 받들어서 탈이라니까" 12p라는 대목이라거나 일상의 잡다한 일에 관해 "나는 없는 사람이라고 쳐"하고 등을 돌리는 남편에게 최대한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100p 등의 말 등을 보면 , 결혼 생활이 꽤나 귀찮은 굴레인듯 언급했던 그녀의 냉철한 이야기와 달리 남편에게 무척 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분명 잘 살고 있는 분들일텐데, 왜 난 걱정하고 있었던 걸까. 어찌 됐건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라며, 오지랖 넓은 기우를 접어두었다.

 

 

또다른 그녀의 에세이에서 하이디의 검은 빵 흰 빵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나 역시 어릴적에 본질적인 이야기 외에 그 하얀 빵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동안 목말라있던 적이 있었기에 에쿠니 가오리가 그 이야기를 해서 무척이나 공감을 한 적이 있었다.

하루 세 끼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접하며 (물론 그녀는 나와 달리 무척 호리호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먹는 다는 행위 자체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고 하나의 인생의 큰 기쁨으로 여기는 그녀의 태도에 무척 호의적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에세이에서 먹는 것에 대한 묘사와 구체적인 언급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런데 레이즌 버터라니?

호사스러운 덩어리라며 버터를 무척 좋아하는 자신의 식습관을 이야기했는데 버터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어릴 적에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할때도 버터를 만나는 것을 행복해했고, 지금도 빵에 버터를 바르는게 아니라 얹어서 먹는다는 것이다. 버터를 좋아하는 친구와 레스토랑에 갈 적에는 버터가 맛있는 식당을 고른단다. (치즈에 빠진 친구는 봤어도 버터에 빠진 친구는 아직 본 적이 없어서, 참으로 생소하였다.) 그리고 책 속에 인용된 사진이 네모난 버터 사진이라서, 레이즌 버터라는게 순수한 버터 덩어리인가? 싶었다. 그런데 술안주로 레이즌 버터를? 빵에 발라먹는다는건 이해가 되지만 또 와인에 치즈가 궁합이 잘 맞는다며 먹는 사람들도 봐왔지만 술안주로 버터라니, 그냥 버터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하긴 일본사람들 식습관 은근히 특이한 면이 많았다. 술안주로 우리나라 나물 밑반찬 같은 것을 먹지를 않나, 그냥 우리식으로 입맛없을때 대충 떼우고 마는 밥에 물말아 먹기를 오차즈께라 하며 대단한 고급요리인양, 중역들이 그렇게 드라마 속에서 분위기 있게 차려먹고 서양 영화 속에서도 따라하는 걸 보면 참 미화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너무 궁금하기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레이즌 버터로 나오는 게 없었다. 다만 레이즌이 건포도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건포도가 박힌 버터려나? 하고 생각하다가 아주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그 사진을 보았는데 실제로 건포도가 박힌 버터를 안주로 먹는 예가 있단다. 다른 책 어디에서고 보지 못한 이야기였기에 정말 특이하게 느껴졌다. 나 또한 어릴 적에는 맹맛 같았던 버터를 좋아하지 않다가, 어른이 되어 빵에 바를 버터가 살짝 녹았을때의 그 부드러움에 단단히 반하고 말았는데 엄청나게 살찔것을 생각해 즐겨 먹진 않는데..그냥 덩어리로 술안주로 먹다니. 게다가 에쿠니는 칼로리가 살짝 부담되지만 뼈가 단단해진다 생각하고 즐긴단다. 아마 많이 먹지는 않나보다.

 

공기가 맑은 시골에 가면 정말 색감이 청량하고 뚜렷하게 보인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녀가 다녀왔던 야마가타의 느낌을 바로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마치 현실에 없는 곳인양 묘사가 되어 있었다. 자기 색이 무척 강한 작가라, 그녀가 기억하는 머릿속의 지도는 인상깊은 먹을 것으로 대표되는 어디, 혹은 사랑하는 친구 누구가 살고 있는 어디 이런 식으로 아주 강렬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하였다. 극히 주관적으로 말이다. 야마가타에서 그녀가 발견한 이상한 것은 동그란 곤약과 빨간 벌레. 포장마차에서 산 동그란 곤약은 사준 지인이 겨자를 너무 많이 발라 매운 맛으로만 기억을 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돌 위에 앉았다 일어날때 옷에 붙어있던 현실감 잊은 깨끗하고 밝은 빨간색의 벌레에 대한 기억과 묘사도 아주 인상이 깊었다. 어느 지역에 대해 이렇게 아주 색다른 견해로 묘사하고 기록하는 작가도 아주 드물 것이다. 가보지 못한 야마가타지만 나 또한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양서류 키우는 기분이었다며 엄마가 딸을 시집보내며 안도할 정도로,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고 몇시간이고 목욕을 즐기는 에쿠니의 독특한 습관에 대해서도 나온다. 집을 고를때도 남편과 함께 목욕탕을 가장 중시하며 골랐다 하니, 목욕 문화가 발달한 일본 내에서도 특히나 그 문화에 더 빠져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그녀는 욕조에 두시간 이상 머물며 추리소설 읽기를 좋아한단다. 욕조에서 책을 읽는 일도 있다고 들었지만 책이 젖을까봐 식겁하게 되는 나로써는 아마도 실천하기 힘든 호사가 아닐까 싶었다.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고, 이야기를 더 하기 싫다며 등돌리고 잠들어버리는 남편을 두고 도저히 그대로 잠이 들지 않을때면 무작정 집을 나선다는 에쿠니 가오리. 사실 나도 처음에 부부싸움을 했을때 분이 안풀려 그대로 집을 나섰는데 막상 갈 곳도 없고, 어딘가 카페라도 가서 책이나 읽을까도 싶었지만 사실 신혼 초에 그렇게 무작정 집을 뛰쳐나오는 것도 무척 안좋은 습관인 것 같아서, 결국 신랑 전화 기다리며 고민만 하다가 소심하게 신랑 먹을 초밥을 사다가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있었다. 마조앤 새디던가? 남자 만화가가 집에서 살림을 겸하다가, 부부싸움을 하고 한밤중에 갈데가 없어서 새벽 마트에 가서 장 보고 온거랑 비슷한 상황이랄까.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는 새벽에 집을 나가서도 아예 어디선가 밤을 지새우고 마음이 다 풀려야 돌아온다니 나보다는 좀더 용기가 많은 편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런 때가 꽤나 왕왕 있는가보다. 호텔에 가려했지만 아무때나 간다고 재워주지 않는 걸 알고, 처음엔 패밀리 레스토랑 몇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는 커다란 북센터에 가서 밤새 시간을 보낸단다. 그녀와 함께 3대 여류 작가로 손꼽히는 야마다 에이미를 몰래 본 적도 있고 (북센터에서), 나름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것. 나 역시 그런 공간이 있다면 시간을 보내다 오고 싶지만, 아이가 있으니 아이와 신랑을 두고 팩~ 하고 집을 나가버리는 것은 좋지 않을 듯 하다. 참, 신랑이 그때 내가 집을 나가도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친정이 바로 옆이라 당연히 친정 간 줄 알았다고.

 

우는 어른 이야기 중에서는 남성 친구 라는 생소한 단어에 대해 많이 언급이 되고 있었다. 남성친구라 함은 남자친구와는 좀 다른 느낌이라는데, 남자면서 친구인 뭐 그런 단계가 아닐까 싶었다. 그녀에게는 그런 부담없는(?) 친구들이 제법 있단다. 결혼을 하면 이성 친구를 만나는 일조차 안된다 생각했던 나와는 무척 다른 개방적인 사고 방식. 내가 좀 딱딱한 것일까. 친하게 지내는 여자친구들에게는 쉽사리 부탁을 할 수 없는 일조차 남성 친구 (그녀도 그 친구도 각자 배우자가 있다.)에게는 얼마든지 부담없이(?) 부탁을 하게 된단다. 여자들은 하나를 부탁하면 그 일이 확대해석되기도 하고, 확대해서 갚아야할 우려가 있는데, 남자에게는 하나를 부탁하면 하나만 갚으면 된다니 음, 참 예리한 관찰이다 싶었다. 사실 나도 여자이고, 남자를 잘 모르지만 남자와 여자는 분명 다르고 오해의 소지는 분명 여자친구 간에도 큰 골로 자리한다. 그녀가 지적한 부분은 분명 일리있는 부분이 있었다. 확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남겨둘 필요는 없겠지.

 

두껍지도 않은 그녀의 에세이 한편을 읽고 또 많은 이야기를 중얼거려 버리고 말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참 내게 말을 많이 하게 한다. 그녀의 문체는 참으로 간결하고 깔끔한데, 난 주저리주저리 참으로 말이 많아진다. 나도 그녀처럼 간결하고 청아한 문체로 말해보고 싶은데 닮지도 못하면서 말은 참 길어지니. 그것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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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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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오히려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몰라 막막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8년간의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라는 부제가 달려있고,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의 두권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같이 읽어주는게 옳을 것 같은 느낌.

부제가 주는 신선함도 있었지만, 제목 탓에 이 책은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겠구나 섣부른 짐작을 했는데..

그녀의 어른으로써의 일상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었다. 물론 어린 시절의 추억도 곁들여 있었지만 말이다.

 

 

8년간의 이야기다보니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참고로 말을 하자면 나는 에쿠니 가오리란 작가를 참 좋아한다. 처음 만난 책이 냉정과 열정 사이였나? 이후로 그녀의 책들을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이 찾아 읽었는데, 모든 책이 다 마음에 드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그녀의 단아한 문체. 게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어쩐지 소설 속 여주인공에 오버랩되는,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듯한, 어른스러우면서도 단아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실제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에 작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에세이 속의 그녀 모습을 보면 정말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때때로 뭔가에 서툰 모습도 보이고, 나같은 사람이 가까이 하기 어려울 것 같은 그런 인상을 주다가도 작고 소박한 것에 감탄하고 집착하는 모습은 또 그녀만의 '남과 다른 ' 정신세계를 만난 것 같다고 해야할까? 음, 개인적으로 만났다면 친해지기 힘들었을 것 같은 캐릭터면서 은근히 그녀가 쓴 에세이 등을 읽어보면 의외로 나와 비슷한 생각 또한 꽤 많이 했다는 공통점에 반가워 몸서리를(?) 다 친 적도 있었다. 별것 아닌 일에 깊이 있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또 그러기에 그녀만의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아뭏든 그 전체적인 느낌은 참 "좋다"라는 것이다.

결혼을 지나치게 냉철하게 보는 그녀의 느낌은 낯설지만, 그렇다고 전혀 수긍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생각은 약간 다르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싶다. 가족에 대한 그녀의 견해 역시 마찬가지다.

 

뭐랄까 냉철한 안목같은게 있다고 할까? 미처 표현하지 못한 것을 그녀는 날카롭게 보고 딱 적절하게 표현한다는.

그래서, 어찌 보면 좀 지나치게 차가운 건 아닐까? 싶은 부분도 있지만 그녀의 글에 무조건 차가움만 있지만도 않다. 어쩐지 좀 피상적으로 가고 있는 나의 글이지만, 그녀의 글에 대해서는 뭔가 자꾸 막 이야기하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어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른채 중얼거리게 된다.

 

그녀의 '울지 않는 아이'를 읽으며 괜찮았던 부분들을 사진으로 남겨볼까했는데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사진을 찍어버릴 정도였다. 그래서 여기 올리려면 추려야할 정도로 말이다. 사진은 거의 없는 책이었는데 글 하나하나가 그냥 넘기기 아까운 그런 이야기들. 나와 다르게 느꼈건, 공감하게 썼건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

 

늘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헤어진다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았던 나와 달리 그녀는 회전 목마를 통해 어렸을 적에는 부모로부터의 해방같은 자유를, 지금은 거의 이별의 끝에 와 닿는 연인과의 헤어짐을 조금 아주 조금 만끽하는 모습을 보인다. 슬프고 두려우면서도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랄까. 정말 그럴까 싶지만 그녀라면.

 

또, 가족과 함께 한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더불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독서 일기 같은 부분은 서평을 즐겨 쓰는 나의 글들- 가벼움이 느껴지는 나의 서평-과 달리 정말 그녀의 남다른 표현이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느낌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왕이면 읽어본 책들이면 더 좋을텐데.. 대부분 다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라 내가 읽은 책의 느낌과 비교해보지 못해 아쉬웠을뿐. 그래도 그녀의 표현들을 보니, 읽어보고 싶은 소장 목록에 올려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책은 그녀가 비로소 책에 반하게 만들었던 초등학교 어린 시절의 바로 그 책이랄까.

너무나 짧고 쉬운 책이었지만 그 책에 단단히 반해 몇번이고 읽어보게 만들었다는 책

<지푸라기 하나로 부자가 된 사내>

우화 같은 책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게 딱 인상깊이 남아있는 나만의 책이 있을까 하고 떠올려보니 어릴적에 나한테 인생의 책으로 기억될 책은 따로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때 부모님이 사주셨던 210권의 책을 우리 삼남매 중에서는 내가 가장 잘 활용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뿐. 그 안에서 재미난 책들을 찾아 읽는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날이 어두컴컴해질때까지 골방, 책장 앞에 앉아 혼자 책을 읽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내가 좋아했던 책들도 세계의 우화, 민화, 전설 이런 책이었는데, 나중에는 창작 책을 읽으면서 (창작책이 우리나라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많아서 시대적 공감은 좀 어려웠지만 ) 누가 어떻게 읽으라 하지 않아도 나 혼자 다양하게 독서의 세계를 넓혀갔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글밥이 다소 많은 책들로 (두께가 보통 어른책 정도의 두께라) 210권을 꼼꼼히 읽다보니 사실 대부분의 이야기책들은 다 읽었다 할 정도가 되었고 더 읽을 책이 없어서 반복해서 읽고 하며, 책의 진정한 재미에 빠져들었던 때인지라 지금처럼 너무 많은 책의 범람에, 책 자체도 엄마가 권해주는 책으로 정신없이 읽어대라 강요하는 세상과 또다른 세상을 살아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푸라기 하나로 부자가 된 사내는 어떤 내용인지 짐작은 할 것 같은데 그녀가 말한 딱 그 제목의 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래동화 등의 옛 이야기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식인이나 괴물 등의 이야기는 아이가 무서워할까봐 좀 가려주어야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그런 고민을 하기에 앞서 전래가 왜 중요한지 왜 필요한지등을 느끼게 해주는 그녀의 이야기와 덧붙여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엄마의 걱정은 기우임을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그녀의 가족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6살난 에쿠니 가오리의 첫 일기를 보며 칭찬부터 시작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은...나는..등으로 시작하지 말라며 마치 초등학생 다루듯 꾸지람을 한 대목은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대목이었을 테고.

조금은 아이는 아이답게 대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화려하게 꾸민 그녀를 못마땅해 하며 파푸아뉴기니 여자도 아니고, 하며 시시때때로 꺼낸 말씀이라는 "파푸아 뉴기니 여자." 나도 공감했던 것이 우리 아빠도 뭔가 나의 허황된(?) 면을 비판하실적에 "허영에 들떠갖고 그게 뭐냐."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나란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사치스럽거나 한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다만 욕심이 좀 많았기에 눈이 높다고 뭐라고 하신 것 같긴 하였다. 작가님의 파푸아 뉴기니 여자는 우리 아빠에게는 허영에 들떠갖고서와 똑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 뭔가에 빗대어 혼을 냈다는 부분으로서는 내게는 좀 닮은 꼴로 와닿았다.

 

여동생에게 취직하지 말라는 언니는 또 어떠한가.

에쿠니 가오리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취직하지 말고 나랑 재미나게 놀고 살자고 졸랐다한다. 취직하기 어려워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참 이상한 논리가 아닐수 없지만, 에쿠니에게는 그럴만한 사연(?)같은게 있었다. 공감이 마구 되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녀의 여동생은 참으로 완벽한 재주(?)를 가졌달까? 완벽할 것 같은 에쿠니 가오리보다 현실면에서 더 완벽한건, 아니 편집증적으로 보일 정도로 자기 일에 딱딱 계획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편리를 제공할 줄 아는 재주를 지닌 초 슈퍼우먼 여동생이 등장한다.

티브이 스케줄을 신문에 나온 프로그램 수준이 아니라, 정확히 분 단위로 다 기억할 정도로, 그래서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언니에게 얼마든지 원하는 장면을 하루에 다섯번이고 몇번이고 볼 수 있도록 스포츠 뉴스와 프로그램을 꿰차고 일일이 일러준다.

일을 하느라 바쁜 언니가 언제 딱 내려와서 볼 수 있게 시간까지 지정해줄 정도이다.

 

게다가 언니는 홍차 끓이는 여자, 동생은 떡 굽는 여자로 통할 정도로 인절미를 딱 가족들이 원하는 정도로 제대로 구워내는 여자라니.

참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소해보이는 그런 면들이 그녀와 그녀 가족에게는 참으로 대단해보이는 그런 면들이 아닐수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학교 성적 이런것보다 실제회사에서 일을 할적에는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그녀의 평소 능력이 회사에서도 참 제대로 활용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 그녀와 그녀 가족들이 동생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역시나 그녀는 신입 1년차임에도 밤낮을 바꿔가며 일할 정도로 회사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니, 완벽한 업무 능력을 제대로 회사에서 발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길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보게 만드는, 또 내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난 에쿠니 가오리가 좋아. 또 이렇게 공감하게 만드는 에세이였다.

그녀의 소설이 재미날지라도 공감하게 만드는것은 그녀의 에세이. 역시 에쿠니 가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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