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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글쓰기 교실 -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이인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7월
평점 :
독서와 글짓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른들이 하기 귀찮고 어렵게 생각되는 일이지만, 내 아이만은 잘 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으로 자꾸 아이를 가르치려 하니, 어려운걸 어렵다 말하는 아이와 어렵더라도 잘했으면 좋겠는 어른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가 같이 글쓰기를 하면 아이의 글 쓰기가 한결 나아진다는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였다.
사실 나 자신이 글쓰기에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습관의 문제인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그럭저럭 글 쓰기 대회에서 몇번의 수상경력을 한 적이 있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독서도 글짓기도 가까이할 겨를이 없다가, 다시 시작한 독서로 인해, 그리고 처음 알게된 서평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어렵지만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를 시작했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내가 쓴 글을 나와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아닌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나 다 들어와서 볼 수 있는 블로그와 카페, 인터넷 서점 등의 인터넷 세상에 공개한다고? 그럴 만한 글발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 악플이라도 남기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무척 창피한 느낌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었기에. 그게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라 생각하니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야단이라도 맞을 듯 화끈거리는 생각에 시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의 독후감 쓰던 솜씨도 다 잊고 (어른이 되어서 쓰려면 사실 더 잘 써야만 할 것 같고, 그런 부담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글쓰기까지 마음먹기가 무척 어려웠다.) 문장을 나누지도 않고, 그냥 막 이어서 쓰는 주먹구구식의 서평으로 시작하였다. 그랬는데, 한편 두편이 수십편이 되고, 수백편이 되고, 수천편이 되어가니 잘 쓰지는 못하더라도 서평 쓰는 일 자체를 쓰기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며칠전부터 스트레스 받는 그런 일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책을 읽으면 으레히 쓰는 것이려니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다. 자연스러움, 잘 쓰기 위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습관이 몸에 배인 것이다.
그런데 내 아이의 문제라면 또 달라진다. 이제 막 한글을 제대로 배우고, 글씨도 왼손잡이라 또박또박 쓰지 못하고 삐뚤빼뚤 쓰느라 이래저래 지적을 당하고 있는 내 아이의 문제라면 말이다. 엄마 마음 같아서는 아이 하고 싶은대로 쓰게 하고 싶은데, 자꾸 거울상으로 글씨를 잘못 쓰기도 하고, 무엇보다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 위주의 학교 교육에서 자신감을 많이 잃고, 나중에 군대에 가면 총 쏘기도 힘들다는 등의 어른들의 걱정으로 인해 이제 막 글씨를 쓰려는 아이를 자꾸 바로 잡아주려니 아이는 글씨 쓰기를 더더욱 힘들어하고 싫어하려 하였다.
아직은 주말에 쓰는 일기가 전부지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내 글짓기를 해야한다면 그 일이 아이에게 쉽게만 느껴질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 역시 원고지를 앞에 두고 막막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기에. 그 어려운 시간을 잘 넘기면 글 쓰기가 부담되지 않을텐데, 어렵다, 하기 싫다, 자꾸 시킨다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그대로 글짓기와 인연이 멀어질까봐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하나가 걱정인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 해답을 엄마가 먼저, 그 다음에 아이와 함께,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라면 막막할게 당연하였다. 직장에서 글을 쓸 일이 있는 엄마들이 많지 않을테고, 전업 주부거나 일을 하더라도 글짓기와는 큰 연관이 없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글을 써야 한다고? 저자가 가르치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독후감, 혹은 시가 될 수도 있었다. 강연을 주로 하는 분이라 그런지 나중에 강연에 대한 일정 등도 나와 있었는데, 책에서만 살펴 보자면 큼직하게 눈에 띄는 그런 방법들이 있었다.
막연하기는 하다. 직접 따라해본게 아니라 그냥 저자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이기에.
그런데 책도 엄마 아빠가 읽으면 아이들에게 읽으라 강권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엄마가 먼저 글을 쓰면 아이들에게 글을 쓰자~ 하고 말하는게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노출 환경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되는데, 아이가 내가 낳은 생명이자, 하나하나 뭔가를 가르쳐줘야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나니, 자꾸만 부모는 아이를 가르치려 한다. 아이 스스로 터득할 수 있을 수도 있고 우리보다 더 나은 스승이 될 수도 있을텐데, 우선은 나보다 어린 아이니, 어른의 입장에서 지적하고 가르치려 하고, 고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어른인 우리가 어릴 적을 되돌아봤을때 어른의 고압적인 자세가 꼭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뭔가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할 것 같은 압박감으로 너는 어떻게 느꼈니? 이 책에서 뭘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막연하게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경우는 드물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강의 도중에 이 책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 어떤 생각이 드느냐? 하고 질문을 하면 백이면 백, 엄마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눈을 떨구거나 눈길을 돌린다던데..
아이의 입장과 그런 엄마의 입장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말이다. 정말 공감했다. 나도 잘 하기 힘든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뭘 써야할지 모르겠는 아이에게 독후감을 써라 일기를 써라, 그냥 닥달만하는 것은 위와같이 모호하게 질문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씨앗이 될 단어를 던져 주고,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그려나갈 수 있는 도움을 주어야한다.
엄마가 직접 글을 써봐야안다는 것은 그래야 아이에게 글쓰는 방법을 도와줄수있고 자신이 어려움을 겪어봐야 아이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엄마의 글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신 역시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을지라거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거나 하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와 닿는 내용은 세명의 사람이 읽을 이야기를 쓰라는 저자의 설명이었다.
나 혼자만 읽는 이야기는 쓰지 말란다. 글을 쓰는데 마치 비밀 일기인듯, 혼자만 알아보는 이야기, 혹은 누군가와는 공유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 보다는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최소한 세 사람에게는 인정받을 수 있을, 세사람에게 보여주는 이야기를 써보라는 것.
하나와 둘을 넘어선 셋은 정말 전부인 백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 하였다. 세명의 사람이 하늘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의 효과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정말 한눈에 그려지는 듯한 설명이었다.
내 아이에게 막연히 글 쓰기 숙제를 하라고 다그치기 보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글 쓰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예를 들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앨리스와 동굴의 상관관계 등을 설명해주며, 아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두려움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정신을 갖고, 아이가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갈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한다면, 엄마와 아이가 함께 글쓰기는 글쓰기 자체를 넘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친 마음을 힐링하는 과정을 보람있게 느끼는 승화된 글쓰기의 참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학생때 과외를 꽤 많이 해봐서, 내 아이 교육도 만만할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어렵다고 느껴지면 노력하려는 열성이라도 보였어야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공연히 밍기적대는 아이에게 화나 내고, 윽박이나 질러 마음의 상처를 입혔던 것 같다.
혼낼 상황이 아닌데도 자칼 언어를 사용하고, 아이를 배려하지 못했던 나한테 실망이 커졌다. 그러지 말아야겠다. 글쓰기뿐 아니라 나 자신의 요즘의 마음까지, 아이와의 잘못된 대화까지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