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어내기가 왜 이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책의 재미를 떠나서 나는 서두만으로도 프로이트란 사람에 대해 단단히 실망을 했기에 그녀의 비참한 여동생 이야기에 더욱 속 앓이를 하는게 몰입이 안되었는지 모르겠다.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그가 자신의 여동생들을 저버리고 가정부와 처제, 그리고 심지어 애완견까지 데리고 피신을 하면서 자신들의 여동생은 사지에 몰아넣었다는 사실은 그의 찬란한 업적들을 모두 다 부정이라도 하듯, 그에 대한 경멸을 심어주게 되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싫어질 수가 있는 것인지. 사실 어느 한 일부분만 보고, 프로이트의 속마음을 들어보지 않고 판단하는게 문제가 될순 있어도 우선 그가 행한 처사는 분명 나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프로이트는 왜 자신의 여동생들을 모두 다 버리고, 솔직히 다 데려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채 강아지와 가정부들, 주치의와 그의 가족, 올케네 여동생까지는 알뜰히 챙겨 떠나게 되었는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그 답을 얻고자 더욱 샅샅이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책에서는 프로이트가 왜 그래야했는지보다 아돌피나라는 프로이트가 가장 사랑했던 여동생의 비참한 생애 그 자체의 이야기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오빠에게 버림을 받은 것 외에도 충분히 더 비극적이었던 남달랐던 여인 아돌피나의 이야기 말이다.

 

사랑하는 어머니에게서 "너같은건 낳지 말았어야했어" 라는 말을 끝없이 들어야했다면,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란 여느 사람들에 비해 더 외롭고, 더 힘든 정서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아돌피나가 유달리 몸이 약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낳은 딸에게 해서는 안될말을 프로이트와 아돌피나의 엄마는 너무나 당연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딸에게 하고 말았다. 정말 그런 말을 들은 딸은 몇번이나 엄마 앞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여러명의 딸들 중 유독 아돌피나만 잔인하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미움을 받고, 증오 섞인 그런 말들을 들어야만 했다. 어머니는 다른 딸들은 모두 다른 집 딸들처럼 어머니와 딸의 그런 대화를 들려주며 키웠지만 아돌피나만은 마치 데려온 딸인듯 늘 겉도는 듯 대하고 아돌피나 역시 엄마의 부응에 따라 자랄 수 없이 그렇게 서로 엇나가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6살 위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자신의 오빠에게는 아돌피나가 가장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단다. 오빠는 왜 그런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외면한채 처가 식구와 강아지, 주치의 가족들까지만 챙겨 도망을 갔는가? 동생들이 자신들을 데려갈 수 없었냐 외치자, 아주 잠깐 친구들의 간절한 부탁에 대답하는 것 뿐이라며 다시 돌아올 거라고, 또 여동생들을 데려오려 노력할거라고 희망섞인 대답만 들려준다. 그 또한 안나라는 프로이트의 딸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고 오빠가 애를 썼는지 안 썼는지 알 수도 없이 오빠는 망명지에서 죽고, 오빠의 부름만을 희망하고 기대하던 동생들은 결국 수용소로 끌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석학이면 무엇을 할 것이고, 정신분석이고 뭐고 간에 자기 가족간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인지.

나라는 사람이 옹졸해 그런 것인지 몰라도 한없이 불쌍한 아돌피나 앞에서 흥분하게 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돌피나는 엄마의 사랑을 받기는 커녕 저런걸 왜 낳았을까? 하는 말만 들으며 자라났다. 그녀가 정상적인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녀가 사랑을 했던 유일한 남자, 그리고 그의 아기까지 가졌으나 남자가 그 사실을 알고도 그녀 앞에서 자살을 했다는 충격은 아기를 낳고 싶었던 그녀에 대한 처절한 응징이자 복수가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녀 주변엔 그런 사람들만 있었던 것인지.

 

그녀 스스로 자신의 친구를 찾아 둥지라 이름붙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은 그리고 그 안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어머니와 오빠인 프로이트는 동생 아돌피나에게 네가 있을 곳이 아니라며 나가자 말을 했지만, 그녀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어디에 따로 있겠는가. 자신을 핍박하는 엄마의 곁? 아니면 결국에는 모두를 버리고 떠난 오빠의 곁? 어디에서고 그녀는 안정을 찾지 못했으리라. 사랑만이라도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났으면 싶었던 내 마음을 쉽게 저버리기라도 하듯, 그녀가 만난 단 하나의 사랑 역시 너무나 잔인하였다. 어쩌면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 그런 인물들이 그려지는지.

 

이 소설은 처음에 마케도니아어로 쓰여있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프로이트라는 사람의 비극적인 가족사, 개인사에 대해 들려준 것만으로도 아마 이 책은 영영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듯 하다. 그녀의 삶이 너무나 비극이라 안쓰러웠다라는 말도 있지만, 그녀를 비극에서 구해낼 생각을 하지 못한 그녀의 가족에게 나는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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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하나로 - 국민 재료 달걀의 무한변신 달걀 요리 67
손성희 지음 / 리스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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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도 그랬지만 동생도 아이 키우는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한다. 세상에 김과 계란이 없었으면 아이들을 어떻게 먹여 키웠을까? 하는 걱정들을 말이다. 사실 어린 유아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김과 계란처럼 무난한 메뉴가 없다. 고기나 채소를 잘 안먹는 아이들도 계란과 김요리는 대부분 무난하게 잘 먹는다. 알레르기가 있지 않고서는 웬만하면 잘 즐긴다 생각이 된다. 사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계란하면 대부분 반가운 추억이나 익숙한 요리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아니 요리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적인 반찬으로 계란 한판, 열줄 쯤은 어느 자취생이라도 반드시 집에 챙겨놓을 그런 재료가 아닌가 싶다.

 

 

 

냉장고에 무난하게 들어있는 계란.

이 계란으로 가장 쉽게 해먹는 것은 계란 후라이이고, 조금 더 신경을 쓰면 계란 찜 정도?

그런데 그 외에 부재료로 쓰이는 줄로만 알았던 계란이 화려한 메인이 되는 요리들이 있다면?

누구나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책은 바로 그 달걀 하나로 만들수 있는 다양한 요리들 67가지를 선보인다. 물론 달걀 외의 재료들도 들어가겠지만 중요한 메인은 달걀이다. 다른 요리책에서는 주로 부 재료로 느껴지던 계란, 달걀을 메인으로 다루고 있는 드문 책인 것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달걀. 그 달걀의 변신은 무제한이다.

사실 호텔 조식으로도 달걀로 해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 꽤 다양해서, 삶은 달걀, 계란 후라이, 오믈렛 등을 다양하게 조리해주는 즉석 조리코너가 꼭 인기를 끌고 있다. 웬지 달걀 요리는 호텔에서도 빠짐없이 꼭 먹어줘야할 것같은 그런 곳.

이 책의 달걀 요리 중에 우선 나는 수란과 에그 베네딕트가 눈에 띄었다.

둘다 브런치 카페 등에서 눈길을 끌었는데 정작 나는 제대로 해먹어본 적이 없는 메뉴라서 꼭 따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홀랜다이즈 소스로 나온 메뉴가 궁금했는데 이 책의 에그 베네딕트는 홀랜다이즈 소스는 아니었고 베샤멜 소스로 만든 것이었다.

수란의 경우에도 실패하기 쉽다는데 나름 이 책에는 체계적으로 나와있어서 따라해보면 금새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비주얼로 소개가 되어 있었다.

 

 

그 외에 달걀을 간단히 써서 요리할 수 있는 달걀밥전, 달걀 버터밥, 달걀 볶음밥, 달걀 우동 등이 눈에 띄었고, 반찬으로도 다양한 달걀 요리들이 눈에 띄었는데, 토마토 달걀 볶음은 토달볶이라 해서 해피투게더 야간매점인가에서도 본 기억이 나는 메뉴였다.

 

집에 계란만 있고 뭔가 색다른 요리를 먹고 싶은 그런 날이라면

그 외의 약간의 채소 등을 첨가해 이 책의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 또한 집에 있는 달걀로 뭘해 먹을까 하던 와중에 이 책의 다양한 달걀 요리에 눈이 번쩍 뜨였으니 말이다.

 

 

 

호텔에서 먹어봤던 온천 달걀 (이름은 온천달걀이 아니라 다른 뭐였던것같지만)에는 짭짤한 간장이 들어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책에서는 쯔유를 이용해 간편히 만든 것이 참고하기 좋았고, 맥도날드와 던킨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맥모닝을 만들때는 원형틀을 이용해 계란을 구우면 파는 것과 모양을 비슷하게 잡을 수 있다는 팁 등을 얻을 수 있었다.

 

달걀 하나만으로 만들수도 있고 달걀 하나로 더하는 맛을 얻을 수도 있는 요리책, 달걀 하나로.

이 책으로 든든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볼 생각에 벌써 신이 난다.

 

 

 

* 해당 리뷰는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선정된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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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2-2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 가요. 러브캣님!
수고 많으셨어요!!

러브캣 2014-03-05 01:09   좋아요 0 | URL
감사드립니다.
 
[우리 땅 기차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땅 기차 여행 - 입체 지도로 보는 우리나라 지식곰곰 1
조지욱 지음, 한태희 그림, 김성은 / 책읽는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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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나도 기차여행을 몹시 좋아했었는데, 우리 아이 또한 기차 여행을 좋아한다. 아들이라서 다양한 교통 수단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기차라는 것이 또 일반 자동차와 달리 길고 긴 모습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 전철과 비슷하긴 하지만 아무때나 탈 수 있는게 아니라 어딘가 먼 곳을 여행할 적에 탄다는 '여행'의 개념이 더해져서 아이들에게 기차 여행은 뭔가 기대감을 더욱 심어주는 듯 하다.

 

 

내가 어릴 적부터 타온 기차는 주로 경부선이었고, 좀더 자라서 대전에 살게 되자 경부선과 호남선을 골고루 이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차를 이용해서 서울에서 광주, 다시 광주에서 부산을 이어 정동진까지 쭈욱 올라가는 루트가 이어질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어느 한 가족의 그런 여행이 아니라, 각각의 가족들 혹은 일행들의 사연을 들려주며 자연스레 우리나라 철도 여행의 루트와 근교 지도 등을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아이와의 기차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더욱 증폭시키는 멋진 책이 되었다.

 

 

우선 이 책은 일반 동화책보다 판형이 훨씬 크다. 아이들 스케치북 정도의 사이즈에 색연필로 자세히 색칠한 듯한 세밀화가 지도와 각각의 그림을 더욱 정겹게 느껴지게 도와준다. 그 옛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그만큼 세세한 각각의 지도가 이렇게 생생히 다가올 수가 없었다. 바로 얼마전에도 아이와 논산에 호남선을 타고 다녀오기도 하고, 또 아주 오랜만에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경부선을 타고 서울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을 생생히 되살려 책을 보니 더욱 재미가 있었다.

 

 

 

우선 시작은 가비와 다비 형제가 엄마와 헤어져 단 둘이서만 할머니댁에 기차여행을 가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사실 나도 어릴 적에 형제끼리만 멀리 기차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 너무나 가비형제가 용감하게 느껴졌는데 타고 내리는 것만 어른들이 잘 도와주면 큰 걱정 없이 잘 도착할 것 같기는 하였다. 아이들은 호남선을 타고 용산역에서부터 광주의 할머니댁에 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서울의 모습에서부터 한강 다리를 설명하는 것들, 지도를 이렇게 생생히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그려내니 더욱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아래에는 실제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그려진다.

 

대전을 지나고 나면 갑자기 기차가 느려진단다. 고속철도 전용선이 아니라서 상행선보다 1/3의 속도로 느려진다 하였다. 호남평야를 지나 광주에 도착해서 할머니를 만나고 광주에서는 홍이 가족이 경전선 기차를 타고 순천만을 들러 구경하고 집이 있는 부산까지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충청도에 살아서 경전선은 타볼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반갑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였다.

각 관광지의 자세한 소개와 더불어 지도의 모습으로 살펴 보고 나니 실제 다녀온듯 혹은 가고 싶은 곳으로 새겨지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부전역에서 홍이가족이 내림과 동시에 우리땅 탐방 동아리 친구들이 기차에 다시 올라탄다.

이렇게 교차적으로 각각의 일행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이들은 기차여행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토록 정성스럽게 또 재미나게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따분한 기차여행 설명이 아닌 정말 재미난 여행, 가고 싶은 여행으로 이 책을 미리 만나볼 계기가 마련되는 듯 하였다. 아이와 함께 보고 이런 여행 중 한 토막, 일부라도 같이 기차 여행을 즐기며 지도를 살펴보고 그 중 몇 곳을 둘러보고 오면 딱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땅 기차 여행, 아이와의 기차여행을 계획해보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 아닐수 없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통해 선정된 우수한 책을 받아보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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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4-02-2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 가요. 러브캣님~
 
즐깨감 스토리텔링 7세 수학 연산A - 개정 수학교과서 1학년 완벽대비 즐깨감 스토리텔링 수학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지음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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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일곱살이 되고 나니 비로소 초조함이라는게 생겼다. 일찌감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 학원 엄마들을 만나는 경우에는 서로 정보 교환도 하고, 듣는 귀가 있어서 아이 교육에 더 민감해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들었건만 어쩌다보니 늦게 기관에 보내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이미 엄마 모임이 다 형성되고 난 후인지 아니면 내가 하필 그런 반에 들어간건지 모임을 하자는 말도 없어서 그냥 나 홀로 집에서 인터넷이나 보고 있다보니 사실 그렇게 아이 교육에 혈안이 된 엄마가 아니기도 하였다. 가끔 아주 가끔 친구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게 방심하고 있을때가 아니라는데 말이다.

 

느긋하던 내 마음이 갑자기 급해진건 아이가 7세, 이제 초등 입학을 일년 앞두게 되었기때문인가보다. 사실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많이들 선행을 하고 있고, 한글만 떼고 가는 정도가 아니라 수학이랑 영어도 꽤나들 하고 간다는 이야기에 만사 태평하게 기다리고 있기도 참 그랬다.

수학은 그래서 연산 학습지 같은 문제집을 몇권 풀어보게 했는데 사실 그게 내가 어릴 적에도 좋아하던 방식이 아닌지라 아이가 지루해하는건 당연하였다.

게다가 앞으로의 수학은 연산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형식이라는데..

스토리 텔링 형식이면 아마도 몇권 보다 말았던 바로 그 수학동화 전집 같은 내용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이 들었다.

수학 동화라도 좀 아이가 좋아해줬으면 열심히 읽어줬을텐데 몇권 읽고 말고 아이도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아 밀어 뒀었는데 올해 좀 읽혀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책을 보니 수학 동화의 워크북 같은 형식이면서 다양한 구성을 띠고 있었다.

스토리텔링 즐깨감 7세 시리즈는 이책 외에도 수와 연산 b이렇게 총 세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연산도 연산대로 할줄 알아야하지만 우선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스토리텔링형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만나보게 된 즐깨감 스토리텔링 7세 수학은 생각보다 무척 재미나게 쓰여 있었다. 미처 수학 동화 전집을 만나보지 않은 아이들이라도, 혹은 만나본 아이들이라도 이 시리즈만 잘 섭렵해도 1학년 수학 교과서의 글발이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 듯 하였다.

 

먼저 경험해보는 것과 경험해보지 않고 맞닥뜨려서 당황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일년쯤 후에 입학 직전에 이 책을 알게 되었으면 아마 그때 더 단단해진 실력으로 풀 수도 있겠지만 지금 여유있게 아이와 슬슬 이야기책 읽듯 풀어나가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물론 아이가 재미로 인식할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이야기를 읽고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고, 수식을 떠올려 보게 만드는 것, 이 책 한권을 꾸준히 아이와 완성하고 나면 어느 정도 스토리텔링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붙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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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스테파니 배런 지음, 이경아 옮김 / 두드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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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똑똑한 지성을 지닌 스물 일곱의 여성.

오늘날로 보자면 커리어우먼으로도 잘 나갈 수 있고, 결혼을 앞둔 나이로도 많기는 커녕 오히려 딱 적당하다 싶은 그런 연령대의 여성이건만.

제인 오스틴 작가가 살던 시절에는 스물 일곱은 노처녀의 나이였고, 부와 미모를 갖지 못한 이상, 머리가 좋다고 해서, 결혼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 되는 것도 아니었나보다.제인 오스틴의 아버지는 부유하지 않은 교구 목사였는데 당시에는 모든 재산을 다 장남에게 물려주도록 되어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재산과 교구마저 장남에게 모두 물려주고, 아주 작은 곳으로 이사와서 가족들이 북적북적 살게 되었다. 그 곳에서 살았던 그 오년의 시간이 제인에게는 참기 힘든 시련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미혼의 두 딸, 제인과 카산드라 언니는 의탁할 곳이 없었다.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가 그녀의 소설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의 경우 부가 전제되지 않는 한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꽉 막힌 시대가 아닌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게 얼마나 다행인지.

뭐 오늘날에도 부와 미모를 겸비한 여성들이 지성을 갖춘 여성보다 더 인기가 높음은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처럼 그렇게 절박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 그녀 자신은 결혼도 하지 못하고 독신으로 살다가 41세에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고, 그녀의 인생에 대한 기록도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않은데다가 생전보다 사후에 더 많이 유명해진 그녀의 작품들로 인해 작가 제인 오스틴에 대한 궁금증은 더더욱 높아지고 있는가보다. 다른 작가들에 대한 가상의 책은 사실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작가 자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약간은 로맨스 같기도 한 그런 책을 읽어본 게 바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이라는 시리 제임스 작가의 책이었고, 이번에 또 그런 작가의 책이 나와서 뭐지? 하고 보니, 이번에도 제인 오스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연애 이야기가 아닌, 탐정 수사물이라고 해야할까?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을 가진 제인 오스틴이 친구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주기 위해 여성의 힘으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다. 작가는 스테파니 배런이라는 또다른 작가였고 말이다.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실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쓰기 위한 설정이 뒷받침되었다. 사실인것처럼 증명이 되면 그만큼 더 높은 관심을 받을테고 재미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도, 또 이 책 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도 ..역시 숨겨졌던 제인 오스틴의 원고들이 발견되어, 이를 기록하게 되었다라는 가설로부터 시작을 하였다.

 

제인 오스틴은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그녀가 워낙 가진 재산이 없던 터라, 남자 측 가족의 반대로 결혼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연이어 사랑하지는 않으나 재력있는 남자, 그것도 한참 연하의 남자에게,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청혼이 들어와 수락을 하고 하루를 고민한 끝에 파하고 말았다. 지적인 그녀는 말 더듬도 심하고 심하게 내성적인 그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쁜 남자일지언정 자신과 두뇌를 겨루고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 여성이었다. 텅텅 빈 소리가 나는 그런 대화를 늘어놓는 그저 무도회장의 꽃같은 여성-레이디 말고 그녀가 바라는 것은 남자들 중에서도 명석하여 그녀와 어깨를 겨룰 만한 사람과 나누는 그런 대화가 행복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그런 남자를 꿈꾸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사람과의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뭏든 그런 그녀가 약혼을 파하고 암울한 상태에서 도피하다시피 친구인 이소벨의 초대에 응하며 그녀의 무도회 참석차, 이소벨의 저택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소벨은 22살의 꽃다운 여성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녀의 막강한 부를 자랑하는 백작-하지만 나이는 그녀와 한참 차이가 나는 (2배 이상의 나이, 사실 그녀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하였다. ) 백작과 결혼을 하는 것은 사실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막강한 부를 가진 남자의 재력 등의 결합으로 당대에는 그리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니었나 보다. 다만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열었던 그 무도회에서 갑작스레 백작이 사망하는 사건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피츠로이는 백작의 조카로 후계가 없는 백작의 사실상 그 다음 후계자였다. 이소벨보다 4살밖에 많지 않은 나이인데다가 훤칠하게 잘생긴 외모, 그리고 백작의 지위를 물려받게 된다는 막강한 후광을 등에 업고 수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그였다. 다만 제인이 무도회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말이 없어 보였으나, 짧지만 깊이 있게 나눠본 대화로 꽤 생각이 깊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이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외숙모와 네살 많은 조카 사이의 사랑은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백작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다음날부터 이소벨에게는 발신인 불명의 쪽지가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제인은 그 쪽지의 내용을 바로 간파하였다. 이소벨과 그녀의 정부, 그러니까 피츠로이가 함께 백작을 죽였다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협박 쪽지였다.

게다가 연이어 판사에게 신고를 하겠다는 협박까지 이어진다. 쪽지를 보낸 이는 바로 이소벨이 데리고 있던 하녀, 그녀는 바로 사라져버렸고, 쪽지만 그렇게 간간히 오게 되었다.

 

상황은 갈수록 이소벨에게 불리해졌다.

아니 피츠로이에게도 불리해졌다.

두 사람은 백작을 살해하고, 하녀인 마르게리트도 살해했다는 혐의를 입고, 감옥에 투옥된 것이었다. 이소벨은 마르게리트에게 나온 서신의 필체를 보고 피츠로이의 것이라 확신을 하였고, 피츠로이가 자신의 남편을 살해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까지했다. 다만 제인만이 아무리 물증이 확실해도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라며 피츠로이를 쉽게 범인이라 단정짓지 않고 자신만의 수사망을 펼쳐나간다.

 

돈 없는 독신 여성의 힘으로 (아, 이렇게 쓰고 나니 참 같은 여성으로써 속상하네) 홀로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자신의 가족들의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서 조금씩 정보와 단서를 모아간다. 그러면서 전혀 의외의 실타래가 풀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오만과 편견> 200주년 기념으로 국내에 출간된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시리즈 중 제 1권, 제인 오스틴 왕실 법정에 서다.

친구를 위해 탐정이 되어야했던 제인 오스틴의 빛나는 지성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이 시리즈는 영문으로는 11권까지 나왔다하니 연이어 번역되어 나올 이후의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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