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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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의 권비영님의 신간이라길래 무조건 읽고 싶었다.

하지만, 제목에 여자 이름이 적혀 있어서, 그냥 그녀의 이러저러한 불륜 내지는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다.

은주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으니까.

 

상처를 감싸 '진주를 품어 내려는 영혼들의 이야기'-뒷 표지의 말

진주는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운 보석을 얻기 위한 아픔은 조개의 부드러운 살이 찢기는 고통 만큼이나 쓰라리고 매서운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 진주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주란 보석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은주라는 여인의 이름이 적혀있으나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문화 여성들, 다문화 가족들에 대한 한국의 현주소와 같은 문제와 다문화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더라도 폭력의 대물림으로 인해 얼룩져버린 슬픔 등이 녹아있는 피하고 도망치려 하지만 결국 그 안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되고 그 아픔마저 다 끌어안고 살다 비로소 화해하고 이해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신랑이 출근하고 아이가 일어나기 전 그 잠깐의 시각동안 어제 오늘 책을 한권씩 읽었다. 물론 다 읽진 못하고 그때부터 읽기 시작해, 아이 등원 후의 시간까지 이어 마저 읽은 책들. 어제는 여름 빛을 오늘은 은주를 읽었다. 그리고 두권의 책 모두 다 재미있었다. 마음같아선 아이가 오기 전까지 한두권의 책이라도 더 읽고 싶었는데 백수가 바빠 죽는다더니 뭐 이리 딴 일에 신경쓸게 많은지 하루 한권의 책도 요즘은 간신히 읽어내고 있는 중이다.


어쩜 부모가 이럴수 있을까 싶은, 그런 이야기부터 시작을 한다.

다 큰 딸이 집을 나갔다. 어미란 사람은 다짜고짜 딸이 의지하고 지낸 친구 엄마를 찾아와서 딸을 내놓으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예의범절이라곤 도무지 엿볼수 없는 안하무인격의 엄마, 얼마나 몰상식하고 못되게 굴었는지, 얼마나 딸 아이가 상처를 받았을지 금새 상상이 간다.

아빠는 딸을 죽일듯이 때리고, 엄마는 딸이 버는 돈을 무조건 다 뺏어가고, 마치 딸이 자신의 금전 출납기인양 이제야 네가 날 배불려주는구나 이런 식으로 아이를 궁지로 내몰았다. 어디서 그런 착실한 딸이 나왔을까 싶은데, 요즘 아이 같지 않게 참하고 선량했던 은주는 부모의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기도 힘들었거니와 너무나 당연한듯이 돈을 뺏어가고 구타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정말 부모가 맞을까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그리고 친구 엄마인 성희의 엄마, 그녀는 은주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도와주고 보살펴준다. 하지만 그녀도 지금은 은주가 어디로 갔는지 알수가 없다.

다만 그 부모에게서 벗어나기를, 어디론가 제대로 숨기를 바랄 뿐이다.


성희네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아이를 키워왔지만 여러 좌절과 시련이 있었음에도 의지하고 대화를 나눌수있는 가족, 딸아이가 있음에 안도하며, 스스로를 추스리기 위해 노력해온 성희의 엄마가 있었다. 여러 일을 해오다가, 지금은 다문화 가정의 한국어 강사로 나가며 봉사하는 삶에 열성을 보이고 있고, 그녀가 마음을 쓴 은주도 다문화 여성을 위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는데 동참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성희네에 우연히 하숙을 왔던 터키인 남자, 에민이 다문화 가정 여성들을 위한 영어 교육 등에 나서게 되었고 은주와 여러모로 마음이 맞고, 은주의 참한 모습에 반하여 둘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집나간 아들에, 하나 남은 딸을 자신의 돈줄로 생각하는 은주 엄마에게 에민이 성에 찰리가 없었다. 은주도 한때 괜찮은 집안의 남자와 사귀어보기도 했지만 남자쪽에서 은주네 가정이 한참 처진다며 결혼을 파토낸적도 있었는데 말이다. 에민과 자유로이 만날수도 없고, 엄마 아빠의 옥죄여 오는 족쇄의 굴레는 너무나 심하고 은주는 그렇게 아주 멀리 도피를 한 줄 알았는데..

그 머나먼 제주까지 어떻게 엄마가 찾아왔을까? 혹시 경찰에 수배를 한 것일까? 은주는 가족에게 정말 개끌리듯 다시 끌려가고 말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은주네 이야기만으로도 머리가 아파 올 지경인데 사실 하나하나의 가정사들을 들여다보면 어쩜 이다지도..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집안의 가난때문에 한국에 시집온 다문화 여성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성희, 난희)에서부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아니, 그러기에 더더욱 불쌍한 그들을 끌어안고 보듬어야한다는 성희엄마, 은주 등의 사람들의 시각까지. 여러 생각이 동시에 부딪히기도 하고, 실제로 다문화 여성들의 행복하기만 한 삶보다 그렇지 않은 삶이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남편과 20살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남편과 알콩달콩 잘 사는 소피아 같은 신부가 있는가 하면, 소피아의 주선으로 시집을 왔지만 다른 동남아 남자와 눈이 맞아 가출하고 도망을 간 타냐 같은 여성도 있다. 그 어느 쪽도 현재 우리네 다문화 가정의 현실의 모습이었다.

또, 일본에서부터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한국에 왔으나 그와 좋은 인연이 되지 못해 마냥 해바라기 신세로 기다리는 준코가 있고 자신을 옥죄고 집밖에도 못 나가는 남편 탓에 갑갑하지만 태어난 아기를 통해 고국을 보고, 유일한 희망이자 삶의끈으로 살아왔던 메싸는, 자신을 닮아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아들 현수가 못내 걱정스럽고 미안하기만 하다. 아들은 결국 집을 나가고 메싸는 정신없이 아이를 찾아다닌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동남아에서 시집온 다문화 가정에 우리와 형제국가라는 터키인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나라의 폭력에 얼룩진 어려운 가정 등의 이야기까지. 그 모든 이야기가 한권의 소설 속에 이렇게 옹골차게 담겨있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내가 생각했던, 착각했던 은주라는 여자의 그저 사랑, 불륜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쓰여진 소설들은 많이 아쉽기만 했으니까.

은주와, 성희 엄마와 그리고 에민의 이야기, 그보다 넓게는 너도 나도 다 피해자이고 희생자일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의 업보가 내 자식에게 이어질 수도 있고, 세상의 말종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선행을 하고 있는 나보다 나을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

손가락질을 받을 자가 과연 누구일지.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은주. 한번 꼭 읽어봄직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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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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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강국인 일본에서, 화려한 그림체의 그림도 아니고, 버라이어티하거나 극적인 소재를 다루지 않고서도 그저 평범해보이는 선, 밋밋해보이는 그림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작가의 만화가 있으니 바로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이다. 이 책을 한번 읽어본 사람들은 전체를 다 사들여 읽기도 하는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 이거 정말 내 이야기인걸?"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는 은근히 중독성이 강한, 그런 이야기들이다. 일상의 힘이 진정으로 강하달까?

사실 그녀의 책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읽는 책마다 마음에 들어서 조만간 다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수짱에게 썸남이 생겼단다. 두근거리게 하는 그 남자, 쓰치다의 이야기. 그래서 수짱과의 로맨스가 실릴 이야기로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수짱의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마스다 미리 작가가 직접 만화에 등장해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아니, 작가님 무슨 일이세요? 하지만 작가 본인은 작가가 만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노라고 만화에 직접 등장한 이야기를 그렇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늘 여자공감의 입장에서 읽다가 이번에 쓰치다의 이야기를 읽으니 이것또한 새로웠다.

쓰치다는 누구나 착하다고 할 사람이고 정말 성실함이 온몸에 배어있는 그런 남자다. 싱글경력 6년째인 32세의 미혼 남성이고, 10년차 서점직원이기도 하다.

존재감은 약하다고 되어있고, 이름도 별명도 쓰치다, 하지만 결혼 욕망은 아주 강한 지극히 평범한 남자.

 

서점에서도 아주 성실히 일하는 쓰치다지만 대기업 출판사의 3년차 영업 여사원보다 연봉이 적다는 것을 알고 살짝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후배 직원이 그래도 우리는 계약직 누구씨보다는 낫잖아요 하는 말에 저 사람보다 낫다는 그런 마인드로 일을 해서는 안되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한다. 생각 곳곳이 다 선함과 강직함이 배어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직장에서는 좋아하겠지만 본인은 피곤할 정도로 자신의 시간마저도 일에 쪼개어 쓰는 사람이다. 출세를 위해 영악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쓰치다의 삶이 피곤하고 멍청해보일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약삭빠른 사람들만 있는게 아닌가 보다. 수짱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이 남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존재감은 약했을 지언정, 주위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전파할 수 있는 그런 소유자였다.

 

미슐랭 가이드라는 책을 보고, 나와 평생 관련 없을 곳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또 서글퍼지는 쓰치다씨. 후배마저도 푸아그라라는 식재료를 먹어봤대서 어디서 먹었냐하니 친구 결혼식에서 먹어봤단다. 일본의 결혼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의 피로연만 생각하고 결혼식에서 푸아그라라니 가당치도 않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결혼식을 화려하게 하는 대신 아주 절친한 사람들만 불러서 음식도 고급으로 대접을 하고 대신 초대받은 사람들도 축의금이나 선물을 상당히 비싼것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수가 초대되어 비슷비슷한 곳에서 부페를 먹는 우리네 문화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이다. 아마도 그런 결혼 문화다보니 결혼식에 푸아그라를 내놓는 일도 가능하였나보다. 그렇게 쓰치다는 먹어본 적 없는 푸아그라를 자기 결혼식에 내놓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지극히 평범하고 월급도 많지 않은 월급쟁이 신세지만 연애를 하게 된다면 여자친구와 프렌치 레스토랑에도 가보고 미슐랭 가이드에 나오는 식당에도 가볼 수있겠지. 하며 생각을 한다. 시커먼 남자후배랑은 가보기 싫고, 아르바이트하는 여자애에게 말을 했다가 혹시나 귀찮게 집적거린다는 오해를 살까봐 말조차꺼내기 힘든 쓰치다씨. 생각은 많아도 주위 사람들에게 혹시나 오해를 받거나 피해가 될 행동은 하질 못한다.

 

쓰치다씨의 연애 이야기뿐 아니라 서점이라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다른 손님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의 일을 대하는 자세들을 엿볼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강직한 사람이 있을까. 다른 사람을 이렇게 배려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감동을 주는 이였다.

 

잘못된 시선으로 보면, 지나치게 일을 만들어서 하는 기회주의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쓰치다씨의 진심과는 다르다.

피곤해보이더라도, 그냥 그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고, 일을 만들어 하는 것 같아도 "할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있다 라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데는 정말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팍팍한 직장생활을 할 무렵, 일을 무언가를 더 만들어서 해낸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었기에.

물론 직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은 직원이 그 직장을 아주 사랑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렇게 자기에게 할당된 분량 외의 일을 만들어 할 생각을 하기가 힘이 든다. 그런데 쓰치다씨는 그렇게 매상과 직접적인 연결이 없는 일이더라도 "필요한 일이고 손님들에게 도움이 될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 해내려고 하는의지를 보인다.

 

수짱과의 로맨스는 마치 후일담처럼 뒤에 살짝 언급이 되었다. 그냥 이 책은 쓰치다 씨 그 자체의 이야기였다.

일과 연애, 그 연애라는 것도 아주 의외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기에 본인들은 잘 모르는 그런 것에서 시작된 이야기 말이다.

참 여자들의 감정이란 놀랍다는, 그걸 캐치하지 못하고 사는 나이기에 참 둔감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 마스다 미리의 직관이 놀라운 그런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의 책에서 진행될 쓰치다 씨와 다시 만날 수짱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내 주위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 있기에 어쩜 나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도 보이고, 그런 반가운 부분들을 공감할 수 있기에 더 재미난 마스다 미리 시리즈, 그 이후를 기다리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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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빛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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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더 시리즈는 4권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를 제외하고는 국내 출간되어 나온 책들을 모두 읽어보았다. 각각이 다른 저자의 독립된 이야기로 되어있어서 따로 읽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일본 미스터리 단편 중 품격있는 작품들을 엄선해 미스터리 더~ 라는 시리즈를 내놓은 것이기에 첫 작품부터 지금의 작품까지 꾸준히 읽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단순한 재미만 보자면 미스터리 더가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를 능가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다만 미스터리 더로 묶인 것 만큼이나 특별한, 아주 큰 재미라거나 놀라움, 충격까지는 아니겠지만 단편이 줄 수 있는 그 독특한 매력을 풍겨내는 작품들을 골라냈다고 해야할까. 미스터리 더 시리즈를 읽을때마다 느끼는 기분이었다. 이번 작품은 다른 미스터리 더와 차별화된 호러 쪽이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오금이 저린다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스터리면서 살짝 호러 느낌을 주는 그런 정도의 이야기라 할 수 있었다.

 

이번 이야기들은 여러 신체, 감각 기관을 소재로 씌어졌다.

제목 외에 눈입귀, 이귀코라는 분류가 따로 붙은 것은 그래서이다.

 

눈에 해당하는 여름빛이라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 소설의 이야기는 상괭이 고기를 먹고 저주에 걸려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표지의 그림에 해당되기도 한다. 상괭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한국 토종 돌고래를 상괭이라 부른다고 들었던 것 같다. 여름 빛의 주인공이 사는 어촌마을에는 상괭이 고기를 먹으면 가족들이 죽거나 저주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하였다. 그리고 임산부였던 다카시의 모친이 너무나 배가 고프던 시절 해안가에 떠밀려온 상괭이 고기를 먹고, 엄마도 아이를 낳다 죽고 가족들도 죽고, 다카시 하나만 살아남았는데 아이의 눈 (바로 모친이 먹었던 상괭이의 눈 부분)에 상괭이색과 같인 반점이 생겨서 사람들이 저주받은 아이라며 다들 다카시를 싫어하고 미워하였다한다. 도시에서 전학온 데쓰히코는 전학생이라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지만 다카시가 받는 괴롭힘의 정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둘은 금새 친구가 되었고, 데쓰히코는 갈수록 시름시름 앓는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다카시의 눈 속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들이 움직이는 것들을 볼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어른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던 불쌍한 소년이 친구의 죽음을 예견하고 슬퍼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입, 쏙독새의 아침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몸이 아파 요양을 가게 된 대학생이 묵게 된 집에서 어여쁜 여학생을 발견한다. 소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식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하는 자리에 소녀가 나타나지도 않았고, 소녀에 대해 물어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이름까지 아키코라고 존재하고 방까지 있었던 소녀. 아름다운 아키코를 그리며 그녀의 가려진 입이 궁금했던 남학생. 그녀의 가려진 입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 생각했던, 하지만 진실 앞에선 자기도 모르게 도망칠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계속 뇌리에 남던 이야기. 쏙독새의 저주.

기분나쁜 새는 죽여야한다는 사람들의 생각. 그 이기적인 생각은 새가 아닌 사람에게까지 이어진다.

 

귀, 백개의 불꽃.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가장 못생긴 언니. 언니는 늘 동생인 마치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손재주도 좋고 뭐든 언니보다 뛰어났던 여동생은 심지어 어렵게 들어온 최고의 혼사자리마저 언니의 것을 빼앗아간셈이 되었다. 동생이 의도한게 아니라, 언니와 선을 보고 간 그 남자가 바로 동생에게 청혼을 넣은 것이었다. 언니는 더이상 그런 동생을 참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귀, 자신의 귀에 뚫린 구멍이 액이라는 말을 듣고 액막이, 아니 액을 넘기기 위한 저주의 작업에 들어간다. 동생, 자신의 동생에게 액을 떠넘기고 자신은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고 싶었던 비뚫어진 언니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였다.

 

는 맨 끝의 내용이 제목 밑에 작게 인용되어있었는데 그 부분만 읽고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겠구나.

짐작을 하면서도 어찌나 소름이 끼치던지. 너무나 맛있는 일본 요리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라 하였으나 읽는 내내 나는 비위가 상해 토할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 냉동했다는 그 흰살생선, 너무나 먹음직해보이는 흰살생선에 대한 이야기는 친구가 물어봐도 끝없이 대답을 회피한채,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요리한 친구의 이야기가 참으로 기괴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요리, 정말 좋아하는데 이 소설을 읽고는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였다. 미스터리 평론가 가야마 후기의 해설에도 "천연덕스러운 문장으로 기괴한 연출이 교차하는 괴이=회심작이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또다시 귀, Out of this world은 실패한 마법사와 그의 아들이 시골로 이사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아들을 쇠사슬로 묶어 탈출시키는 마법에서 실패한 마법사는 그야말로 그 세계에서 추방되다시피 했고, 아내는 야반도주를 했고,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구타는 아주 심할 정도가 되었다.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의 부모가 걱정할 정도로 다쿠는 아빠에게 학대당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친구들과는 아주 즐겁게 잘 지냈다.

그리고 어느방학, 친구인 마코토와 아키히코는 다쿠의 점프 실력이 갈수록 향상되어 시내를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날아오르는 능력까지 갖게 된 것을 발견하고, 이것도 트릭일거야 무슨 트릭일까? 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다쿠를 따라 날아보려해했지만 마코토는 날 수 없었고 그런 마코토에게 자신의 귀를 찢어 꺼낸 무당벌레를 보여주며 이것만 있으면 날수있다고 말하는 다쿠, 마코토를 데리고 아주 높은 송신탑까지 날아간다. 마코토는 꿈이 비행사였기에 다쿠와 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자신을 학대하고 때리는 아버지였을지언정 아버지를 깊이 사랑하고 따랐던 다쿠의 슬픈 운명.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밝기보다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코, 바람, 레몬 겨울의 끝.

시적인 제목과 향기로운 이야기만으로 이런 내용이 전개되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의 가격은?"

"그 가격을 높이는 방법은?"

"해체해서 장기로 만들면 돼. 아이라면 더욱 그렇고"

"어린애 장기는 수요가 있거든. 수요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걸 공급하는 쪽이 더 많은 이득을 얻는건 알지? 이거야말로 이윤의 발생이며 경제의 기본 개념이지." 280p

 

중국에 관광객들이 납치당한후 장기매매, 신체 매매 등의 인신매매조직의 희생양이 된다는 무서운 괴담을 들어봤지만, 일본의 조직폭력배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란 이야기, 건네들은 것 같지만 소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줄은 정말 몰랐다. 동남아의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의 어린아이들을 사다가, 예쁘고 반반하면 성매매를 위해 팔고, 그도 안되면 번호만 매겨서, 해체를 한후 장기매매시장으로 넘긴다는 것이었다. 이런 끔찍한 스토리일줄이야.

주인공 아야코는 남다른 후각을 갖고 있었다. 평범한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냄새로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자신을 장기매매조직에 팔아넘긴 파렴치한 아버지와 함께 장기매매조직에서 아이들 관리를 하는 밑바닥 직원이 되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후각은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동남아 아이들과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그들의 감정을 후각으로 맡아낼수있었고 가솔린냄새로 느껴지는 절망의 냄새를 맡으면 아이들이 더이상 자살을 할 염려도 신경쓸 염려도 없이 그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도 갖고 있지 않던, 신선한 녹차의 향기를 풍기는 아이가 들어왔다. 게다가 번호 3를 달고 있는 장기매매로 해체가 될 끔찍한 운명의 아이가 놀랍게도 희망을 안고 있었다. 아이에게서는 너무나 산뜻하고 신선한 기분 좋은 향이 났다. 그럴 수가 없는데 말이다. 아이는 그 안에서 소녀가 되는 과정을 치루고, 아야코는 갈수록 그 아이 3번, 자신이 츠마라 이름붙인 소녀에게 관심이 간다. 그리고 소녀는 아야코가 평생을 잊을 수 없을 그런 멋진 향을 선사해주었다.

 

남다른 필체라고 해야할까.

이 책은 이전의 미스터리 더 시리즈보다 좀더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기억에 남을 그런 이야기들로 말이다.

 

그 다음은 누가 될지, 어떤 이야기로 단편의 재미를 선사해줄지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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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건축이다 -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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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면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꽃보다 할배"가 다녀온 멋진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히게 되었지만, 내게는 유럽의 여러 나라중 가보고 싶은 나라에 들지 않았다가 최근의 여행서들을 두루 접하면서 "반드시 가봐야할 곳"으로 인식이 바뀐 나라라고 말을 하고 싶다.

아직 못 가본 유럽을 언젠가 아이와 꼭 한번 이상 다녀오리라 생각하며 여행서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곤 하였는데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스페인 소도시여행> <스페인 셀프트래블> 등의 책을 읽으며 교과서에서는 미처 다 배우지 못한 스페인의 매력에 미리 흠뻑 취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보게 된 <스페인은 건축이다>.

 

스페인의 볼거리가 무척 많다고 하지만, 가우디의 바르셀로나부터 시작해서 다른 나라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독특하고 예술가치가 높은 건축물들은 정말 그야말로 눈길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었다. 꽃보다할배에서도 백일섭님도 구엘공원이 루브르 박물관보다 낫다라고 말할 정도였다지 않는가. 유럽하면 무조건 가봐야할 곳으로 프랑스와 영국 등을 떠올렸는데 도시 전체가 아니 나라 전체가 그대로 소름끼칠 정도의 극한의 감동을 줄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그보다 더 먼저 가봐야할 곳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스페인의 건축물에 초점을 맞춰 쓰여진 책이다. 건축을 전공한 저자의 책이지만 전문적인 서적이 아니라 나같은 일반인들의 스페인 여행을 돕기 위한 편안히 읽기에도 괜찮을 그런 책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선명하고 큼직한 사진. 그래서 마치 여행을 직접 가본양 아니 최대한 그에 가까운 감동을 느낄 수 있게 아름다운 스페인의 건축물을 사진으로 재현해놓았다는 것이었다.

 

아직 되어보지 못한 나이 40대

저자는 40대의 중반이 되어서, 하고 있던 일을 접고, 스페인으로 건축 유학을 떠날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멀리 유학길에 오른다는 것이 사실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일이었을까. 언어가 통하지 않은 외국에서의 유학에 대한 두려움 같은것이 있는 나로써는 나보다 더욱 나이가 많은 저자분이 과감히 유학길에 올라 무사히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에서의 멋진 삶을 얻어냈다는 것이 정말 존경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여행으로 다녀온 스페인이 아닌, 스페인에서 직접 공부를 하며 몇년을 보낸 저자의 눈으로, 그것도 일반인도 아닌 건축을 우리나라와 스페인에서 전공한 저자의 눈으로 관찰한 사진과 글이기에 이 책이 특별한 가치를 얻는게 아닐까 싶었다.

 

건축가는 필요한 기능에 맞추어 공간을 설계하고 외피를 장식하는 기능인이 아니다. 건축가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와 그 시대 트렌드를 이해하고 과거, 현재, 미래로 성정하는 살아있는 공간을 제안하는 발명가다. 기차 역사보다 더 리얼하게 그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며 변화하는 건축물은 흔하지 않다. ..

라파엘 모네오는 중세의 마지막 향기가 스며들어있는 구 역사의 장점을 정확하게 읽어내어 신역사의 로비공간으로 치환하였다. 그 공간을 스쳐간 과거시간의 흔적과 손때와 사람들의 기억장치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디자인 요소는 없다. 라파엘 모네오는 서울역처럼 구역사와 신역사를 분리하지 않고 마치 하나의 건물인양 겸손하게 구역사를 가슴에 품고서 각각의 공간을 서로 연계하여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아토차역 만의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49p

 

스페인 하면 바르셀로나만 가보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책에 "톨레도를 보지 않았다면 스페인을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64p 라고 적혀있었다.

톨레도는 로마시대 이후의 이슬람, 유대 건축문화를 동시에 갖고 있고, 북쪽을 제외한 3면이 타호강의 곡류가 조각한 천혜의 협곡으로 이루어진 요새같은 곳이라 하였다.

긴 설명이 다 필요없이 한장의 책에 실린 사진만으로 그대로 압도되고 말았다. 우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생을 한데도 이렇게 영화같이 그림같이 멋진 곳을 만들어낼수 있을까.

정말 근사하였다.

 

스페인의 건축양식이 어느 문화를 따랐는지조차모르고 있던 문외한이였는데, 이 책을 보니, 8세기 동안 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 유산이 스페인의 고유한 건축문화로 자리잡았으며, 이슬람왕국아래 기독교도들의 건축을 발전시킨 모사라베 양식으로, 기독교 왕국 아래 이슬람 건축을 계승 발전시킨 무데하르 양식으로, 등의 기독교와 이슬람이 조화된 양식을 자랑하며 독창적인 스페인 건축 양식이 자리잡았다 적혀 있었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한 곳은 터키뿐인줄 알았는데 스페인의 아름다운 건축 양식이 바로 그 둘의 영향을 동시에 골고루 받았다하니 더욱 색다르게 다가왔다.

 




스페인 이슬람 건축의 백미로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손에 꼽는 이유는 건축공간이 자연의 일부이자 거대한 도시 스펙트럼의 조직으로 남아있기때문이다. ..

지나치게 아름다운 존재는 손을 많이 타는 법이다.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파괴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슬람 건축미의 꽃으로 알람브라 궁전이 손꼽히는 이유는 이슬람 800년 지배기간동안 이보다 더 아름답고 온전하게 이슬람 건축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없기때문이다. 147p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알람브라 궁전.

세상에서 가장! 이라는 말이 붙으면 무조건 가보고 싶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고, 그 세계 최고의 진가를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무어인의 눈물로 조각한 보석이라는 알람브라 궁전,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꼭 지켜야할 수칙이 하나있다면 무슨일이 있더라도 알람브라 궁전만은 스페인을 떠날때 마지막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150p

 

스페인에 대해 바르셀로나의 가우디만 알고 있던 내게 알람브라 궁전은 정말 충격처럼 다가왔다.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특히 알람브라 궁전의 심장이라는 미르틀레스 안뜰은 연못에 비친 궁전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져서 사진 속에 그대로 풍덩 빠져들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꼭꼭 스페인만 둘러보기 위해 기나긴 장거리 비행도 감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말라가 협곡의 누에보 다리도 그라나다에서 빼놓지 않고 봐야할 명소로 보였다.

 

우리나라 양양에 있는 쏠비치라는 호텔이 쏠이라는 말이 스페인말로 태양을 의미하듯, 지중해 스페인 풍으로 지어진 이국적인 건물로 무척이나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다녀온 사람마다 너도나도 최고라고 칭찬을 해대는 통에 나도 작년에 드디어 다녀오게 되었는데, 스페인에 직접 간것과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멋진 공간이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의 사진을 보며, 흉내를 내려한 우리나라의 리조트가 그에는 많이 못 미치겠지만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구엘 공원과 가우디 건축물들을 둘러볼  수 있으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일섭 님뿐 아니라 연세드신 꽃할배분들 모두가 감탄하실만한 그런 곳.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천재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 동화같기도 하고 도저히 평범한 사람의 머리에선 나올 수없는 그 실제하는 극한의 공간을 직접 보고 오고 싶었다.

 

아 책을 다 덮고 나니 가벼운 한숨부터 나왔다.

언제가 됐든 꼭 다녀와야겠다. 아이와 단 둘이 아니라 부모님까지 모시고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지! 그날이 얼른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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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기다릴게 - 나에게 보내는 속삭임
김효정(밤삼킨별) 글.사진 / 허밍버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밤삼킨별로 검색을 하니 정말 꽤 많은 책들이 검색이 되었다. 밤삼킨별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나에게 포토샵>이라는 어느 예쁜 책을 통해서였는데 자신만의 예쁜 카페를 운영하고 자주 출장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예전 pc 통신 시절의 닉네임을 살려 쓰고, 게다가 자신의 글씨로 캘리그라피를 만들어 이름을 알린 그녀의 존재가 블로그를 평범히 하고 있는 일개 독자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부러운 일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저자 소개글을 보면 일상 속에서 작은 의미와 생각들이 보이는 일상 중독자.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나에게 포토샵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싣고 있어서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리고 더 알고 싶었던 밤삼킨별이라는 저자분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느낌이 좋은 사진들도 실려있지만 사진이 주가 아니라 글이 주가 되는 이번 책. 나에게 보내는 속삭임, 미래에서 기다릴게.

 

그녀가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나 또한 이것이 내 주업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일들이라 진심으로 부러웠는데.. 본인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인 남편과 딸이 있지만 그럼에도 삶은 힘에 부치는 것이라 이야기를 한다. 어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놀이가 아닌 일이 되다보면 즐기며 한다는데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미래에서 보내는 자기 자신을 위한 편지.

이속에는 그녀의 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 그 많은 이야기들이 참 어여쁘게 담겨 있었다.

 

친하지 않은 관계에선 적당히 '살피며' 살면 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선 서로의 마음만큼 기분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날들이다.

눈치는 살피는 것이지만, 마음은 보살피는 것이다. 32p

 

그간 돌보지 못했던 일상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일상의 사물들을 바라보니, 전부 그동안 각자의 방에 갇혀 있었던 것처럼 물기 하나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 것이라는 이유로, 그 자만심으로 소중치 못하게 대한 그것들이 가여워서,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소유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것들이 그제야 비로소 귀한 내 것이 된다. 38p

 

책을 읽고 그녀에 대해 더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카페 인테리어도 그녀의 캘리그라피 글씨도 너무나 어여쁘게 느껴졌다.

게다가 하나하나의 글들이 정말 공감 백배라 말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

참으로 참으로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글들이라고 해야할지.

머릿속으로만 맴맴 도는 것을 그 누군가는 자신의 일로 업으로 어여쁘게 삼아 살아가고 있고, 그저 여기에 읽고 있는 소심한 나는 부러워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일을 벌이기엔 지나치게 게으른 탓에.

 

읽다가 깜짝 놀랐던 부분이.

어릴적 멀미를 하려한 그녀에게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아이가 안절부절 못하다가 갑자기 복숭아를 크게 한입 물어 향을 맡게 한 대목이었다.

아니 이건 무슨 알퐁스 도데의 별도 아니고 어쩜 이렇게 향긋한 이야기가 다 있을까?

게다가 그 소년을 25살의 풋풋한 시절에 다시 또 만나 둘이서 한눈에 알아보고 가슴 설레는 추억을 간직하게 된 부분이었다.

둘다 연인이 있기도 했지만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음은 느낄 수 있었던.

그 자리에서 한발짝 더 나가진 못했지만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한번 만들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

아, 앞으로 복숭아를 보면 그냥 와구와구 먹어댈 과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첫사랑이 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과일로 기억이 날 것 같다. 두고두고.

 

밤삼킨별. 책도 참 예쁘지만 직접 가보고 싶은 카페와 플리마켓이 나를 땡기는 느낌이 든다. 지방에 있으니 우선은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먼저 만나보고.

그녀의 감성에 같이 퐁당 빠져들 동생과 언젠가 한번 그녀의 카페에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고양이가 가장 먼저 다녀갔다는 발자국 퐁퐁 남아있는 그녀의 그 예쁜 카페에 말이다.

 

읽을 수록 감수성이 퐁퐁 솟아나는 에세이라, 기분이 참 따뜻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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