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우울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님을 안다.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도 흔하게 느끼는 감정인데도
지나치게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매몰되어 버릴 때가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들에
내가 응대하는 태도는 매우 소극적이고 겁에 질려있다.
더욱이 불안과 초조, 우울로 복잡해지면
생각한 대로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해 더욱 자책하며
소중한 내 감정을 잘 돌보지 못한다.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함을 느끼기에 조용히 책장을 넘겨보았다.
어찌 보면 단조로운 일상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일정한 생활의 패턴은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삶의 의미'는 행복의 중요한 요소이다.
정신건강, 직업적인 성취, 장수 들의 요인이 삶의 의미와 관련되어 있다.
규칙적인 일상은 삶이 중요하고 목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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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일을 했을 때의 보상보다도
잔잔하리만큼 별 일 없는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매일 규칙적으로 만들어 살아가는 삶이 더 나을 수 있겠다란 생각을 한다.
하루동안 얻어지는 작은 보상과 성취를 얻는 것은 많다.
내가 만들어 먹는 집밥부터 좋아하는 차를 우려내는 시간과
책을 읽는 고요한 시간,
약간의 걷기와 산책.
하루키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5~6시간 동안 집중해서 글을 쓰는 40년 간의 습관은 일상의 반복된 패턴이라고 한다.
단조로워 보여도 규칙적인 생활이 주는
긍정적인 작용들이 스트레스를 감소하고
자기 통제감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내 하루의 만족감과 성취감이
별 것 아닌 루틴을 만드는 활동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주어진 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만든다.
우리 인생에서 후회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시도했다 실패한 것보다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에 더 많은 후회가 따른다.
해내지 못할까봐 두렵더라도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굴러가게 마련이다.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완성하려는 힘이 목표를 향해 끌고 가게 되어 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유능감도 점차 생겨난다.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발생함과 동시에 이를 감소시키려는 힘이 길러지면서
어느새 완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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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길을 이탈하는 건 낭비이자 가성비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환경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시간이나 돈을 들이기엔
실패할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클것만 같았다.
그래서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자꾸 미련만 가지며 산다.
오히려 이 후회가 더 클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에 잠이 들지 못할 때도 있다.
실패없이 내가 생각한 방향과 생각대로
내가 그리는 모습으로 이탈없이 잘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무모한 선택이 될것만 같은 두려움에 덜컥 시작조차 못하는 일들이 많다.
실패에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너무 찌질해 보일 것도 같고
결국은 헛수고였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힐까봐도 두렵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도조차 하지도 않으면서
늘 머리로는 시물레이션을 끝도 없이 돌리고 있다.
늘 미련이 남는 완성하지 못한 일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
내 삶에서 후회로 남을 일인가를 두고봤을 때
사실 그렇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시도했다는 것에는 시작조차 못한 미련은 남지 않으니까
다소 무모해보이지만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그것에 몰두할 수 있다는 건
나를 다시 땀흘려 뛰게 하는 동력이 되니 그것도 나쁘진 않아보이고..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내 몫이겠지만
완전하고 완벽한 형태의 것은 없다.
다만 실패해야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우리 인생은 결국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
실패와 방황의 연속이라는 것.
기왕 살아가는 거 많이 후회하는 것보다
좀 더 실패하며 배워가는 쪽이 나아보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저질러놓은 일을 언제 수습할지 몰라도
내가 쓰고 있는 원고를 좀 마무리 해보는 것도 좋겠지..
길을 헤매고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건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기에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법을 오늘도 책에서 배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