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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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정복하지 못한 언어의 갈증을 느끼는건

외국어 마스터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염원이 큰 이유가 크다.

닿지 않는 닿을 듯한 뭔가 모를 모국어의 우위에 놓인 듯한

이 묘한 외국어를 향한 짐착을 아직도 내려놓질 못한거 보면

이젠 정말 미련인가 싶어진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배워왔음에도 성인이 된 지금도

원어민과의 프리토킹 정도는 가뿐히 하고 싶은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내가 포기하지 못한 외국어 정복의 꿈과

모국어 사이의 애증과 언어 세계의 매력과 판타지를

담백한 고백으로 전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언어 사이를 오가는 일은,

마치 손으로 모래를 옮기는 것과 같았다.

아무리 손을 꼭 쥐고 조심조심 움직여도 알갱이가 술술 빠져나간다.

지금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벽히 '치환' 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번역 혹은 통역은 언어의 '치환'이 아닌, 두 언어 사이의 대화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p106

번역본과 원서를 비교하면서 읽는 사람들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인생 책이 있었으나

원서를 읽어내는 어려움이 컸지만

온전히 담겨있는 완전히 다른 언어의 세계에 대한 매력을

아마 그 때쯤 알게 된 것 같다.

직역한 문장을 번역해내는 놀라움과 센스를

감탄할만한 작품을 만나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두 언어의 조화로운 대화가 텍스트 안에 묻어 있고

그 글을 눈으로 읽어내면서 마음으로 새기는 과정.

서로의 독립된 개별의 존재를

중간 지점에서 하나로 이어 붙이기 쉽지 않은 과정을

아주 가끔 멋진 번역서로 만나보게 될 때의 희열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난 여전히 간절함과 기대로 책을 펼쳐 들게 된다.

비단 이 책의 저자처럼 프랑스어와 모국어 사이의

가깝지만 가깝지만은 않은 그 선을 넘나드는 관찰자적

생활자의 모습은 너무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전해져서 좋다.

비슷하게 공감할 수 있는 독자의 취향을 저격해버린 것 마냥 말이다.

모국어의 세계에 속하지 못한 결핍도 있고, 프랑스어의 세계를 잃어버렸을 때의 결핍도 있다.

모국어로 생각한 것을 프랑스어로 표현할 때에도 결핍은 생기고,

프랑스어로 생각한 것을 모국어로 이야기할 때도 결핍은 느껴진다.

앞의 두 가지가 '그리움'에 해당하는 결핍이라면,

뒤의 두 가지는 언어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지 못하는,

로맹 가리가 말한 카멜레온의 고통에 가까운 결핍일 것이다.

p119

두 언어를 두 개의 방식으로 사고 할 수 있을까.

자라온 환경과 문화도 다른 곳에서

애초에 절반만 희석되어 살아가는 삶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완전히 스며들기 위해선 어느 것 하나의 결핍은 두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 듯 보인다.

'그립다'라는 정서를 프랑스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깊고 넓은 범위를 나타내는지

그 감정 하나를 싣는 것만으로도 뭔가 모를 한계가 극명히 보이는 듯하다.

두 세계를 다 담아낼 수 있는 언어를 만나볼 수 있긴 한가.

어떤 언어도 완전히 담을 수 없다는 말에 동감한다.

그런 결핍과 허기, 간극을 줄여나갈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해방되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염원을 가득 담은 간절한 마음은 영원할테지만 말이다.

두 언어가 서로 가까이 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그 마음이 그대로 보이는 책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는 건

나또한 닿지 못한 세계에 대한 간절함이 아직도 있기 때문이다.

해방을 꿈꾸지만 완전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가까이 닿기 위해 매일을 배우는 마음으로 외국어를 놓치 못할 것이다.

기분 좋게 밀려가기도 맞닿기도 하면서 말이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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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김이랑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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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제인 오스틴.

그 두번째 장편소설인 <오만과 편견>은

'다아시'의 오만을 향한 엘리자베스의 편견을 의미한다.

남자 주인공 '다아시'는 낯선 사람들을 어려워하고, 겸손함이 다소 부족한

오만한 고위급 귀족의 모습이 엿보인다.




"아니, 다아시 씨라고! 누가 그런 상상이나 했겠니? 그런데 정말이라고?

얘, 리지야, 넌 돈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었구나! 돈이다, 보석이다, 마차다, 제인은 댈 바도아니다.

비교가 안 돼. 정말 기쁘다. 리지, 정말 행복해. 얼마나 멋있는 남자냐 말이야!

잘생긴 데다 키도 늘씬하고. 리지야, 내가 너무 차갑게 대해서 미안하다고 전해 주렴.

물론 그 사람은 그런 건 문제도 삼지 않겠지. 귀여운 리지!

시내에 집을 갖게 되고! 얼마나 멋있니!

딸 셋이 결혼이라! 일면에 일만 파운드야!

아이고, 난 어떻게 된다지?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

p464

당시 여성들은 가난이라는 현실적인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결혼이라는 걸 받아들이며 살았고,

18세기 영국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입지와 제약이 많았다.

베넷 가문의 부모 역시 배우자를 찾기 위해 매우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당시의 지배적인 결혼관이 작품 속에서도 뚜렷이 보여진다.

"자기가 한 일에 만족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데서

커다란 기쁨을 느끼겠죠. 저는 다아시 씨처럼 자기 뜻대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

"다아시는 자기 뜻대로 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누구는 그러기를 안 좋아하나요?

다들 마찬가지죠. 다만 다른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다아시는 부유해서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은 것뿐이죠.

저는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장남이 아닌 차남은 극기와 의존에 익숙해야만 하는 법이죠."

"제 생각에는 백작의 차남이면 극기고 의존이고 그다지 알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대령님은 극기와 의존을 체험해 보신 때가 있으신가요?

돈이 없어서 가고 싶은 곳을 못 가셨다거나 마음에 드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한 때가 있으셨어요?"

"따끔한 질문이군요. 그런 성질의 어려움을 체험한 때가 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좀 더 중대한 문제에서는 돈 때문에 골치를 앓는 일이 있습니다. 차남은 결혼도 마음대로 못 한답니다."

"재산 많은 여자를 바라지 않는다면 쉽게 할 수 있죠."

"저 같은 신분에 돈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결혼해 줄 만한 마음 넓은 여자도 많지 않을걸요."

p234-236

베넷 가문의 첫째 딸 제인은 착한 성품과 외모,

현숙한 여인의 모습을 띄고 있으며

반면 언니와는 다르게 둘째 엘리자베스는 당찬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자존감이 높아보이며

다른 자매와 달리 다소 독립적인 성격이 눈에 띈다.

그녀의 행동이 틀을 벗어난 모습으로 보여줘

타인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한다.

무도회에서 만나게 된 오만한 모습의 '다아시'에게 반감을 갖게 된 엘리자베스.

반면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만다.

첫인상의 편견이 굳어진 상태라 그런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하다

이들은 서로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쌓인 오해를 풀어나간다.

서로간의 틀을 깨어부수는 노력을 통해 사랑과 화합을 찾아가는

둘의 사랑 이야기가 마냥 그저 흐뭇하게 느껴진다.

편견없이 상대를 바라보고

진짜 그 사람의 가치와 중심을 발견할 줄 아는 모습에

얼마나 이들이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하고 있는가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 행복했다.

누구나 함부로 상대를 쉽게 판단해서도 제단해서도 안된다.

엘리자베스 처음 다아시를 향한 오만함을 편견으로 가지고 있었던 점에서

그녀 역시 오만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서로의 갈등과 오해를 풀어가면서

진실된 사랑의 형태를 갖추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생각의 기준이 편견이 되어 버린

그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가는 과정 속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모습은

독자들 역시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세밀한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더 흡입력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었기에

평단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뽑는 훌륭한 작품임을 인정하게 만든다.

시대의 사랑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하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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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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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라는 도시 탐방이 카프카를 테마로 꽉 차게 구성 된

친절한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여행가들과 문학 애호가들 모두를 사로잡는 여행 에세이로서

동행하는 산책길 위에서 인간 카프카를 만나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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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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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도시 산책



낭만의 도시이자 소설가의 도시 프라하.

그곳에서 카프카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프란츠 카프카가 타계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

그의 짧은 생애에서

불꽃처럼 사유했던 철학과 지성에 또 한번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껴보고자

프라하라는 도시에서 카프카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다.




언젠가 한번쯤 프라하를 여행하게 된다면 카프카 박물관에서

그의 초판본 원고와 편지를 보고 공간 안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카프카의 전시 코너를 둘러보며

그 비장한 기운을 느끼고 싶었다.

카프카의 연인들과 서로 나눈 편지들을 보면서

그의 사랑 일대기는 꽤나 아가페적인 사랑을 그린다.

사랑을 하는 일이 그에게선 자신의 삶의 질서와 균형을 깨어버리는 일이었을까.

그의 사랑 이야기에 궁금한게 아직은 많아서

그곳에서 그의 삶의 기록들과 작품들을 마주하며

사랑의 일대기와 그의 삶을 사유해보고 싶어진다.

문학을 생의 전부로 알고 살았던 카프카가, 문학을 할 때 가장 행복해했던 그가,

그래서 문학에 타협점이란 없었던 바보 같은 그가 내게 겹쳐 보일 때도 있었다.

그것이 어쩌면 내 모습일 테니까.

그러니 앞으로 어떤 일이 다가오더라도, 마음 깊이 나의 문학을 책임지겠다고,

그것이 소설가로서 내가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그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약속일 거라고.

나는 그런 다짐 비슷한 것을 하면서, 5시 45분, 트르지슈테에서 꺼져 가는 가로등의 빛을 바라보며

다시 책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p237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황금 골목은 완전한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

성도 아니고 마을도 아닌 복잡한 미로 속에서

그의 번민과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작업실이야 말로

카프카의 마음을 그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성안에 있는 골목의 작은 집, 영욕의 세월이 층층이 쌓인 그곳을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들어갔을까.

성에 녹아 있는 역사를 상상하는 건 소설 쓸 때의 마음으로 나를 데려다 놨는데,

나는 소설을 구상할 때 그렇듯이 성안에 잠입한 탐정처럼 내 마음의 눈을 밝혀

그곳 구석구석을 보게 되었다. 성 마을이라니!

p249

이 마을은 성의 영지입니다.

여기서 거주하거나 숙박하는 사람들은 성안에 살거나 머무는 것과 같습니다.

백작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런 허가가 없거나 적어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성>중에서)

p259

어둠에 잠긴 카를교의 풍경을 보면서 프라하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본다.

마지막 서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듯한

멋진 에필로그까지 하나도 놓칠 곳이 없는 멋진 산책길을 여행한 기분이었다.

내 마음에 잠식하고 있던 이방인의 카프카가 조용히 말 걸어주는 듯한

그 고요와 사색이 프라하 이 도시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만 같다.



작가의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번민과 고뇌가

글 속에서도 도시의 풍경과 공간 안에 어울려

마치 하나가 된 풍경처럼 멋진 작품이 완성되었다.

카프카 작품에 대한 존경은 물론이고

조용한 이 도시를 사색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다른 시선에서 그의 발자취를 느껴본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이 책은 프라하라는 도시 탐방이 카프카를 테마로 꽉 차게 구성 된

친절한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당장은 아니 언제가 될지 모를 막연한 여행 계획을 좀 더 앞당기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는 것으로 작은 창 밖으로 관람을 즐기는 것처럼

책의 구석 구석을 천천히 따라 다니면서

그의 그림자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여행가들과 문학 애호가들 모두를 사로잡는 여행 에세이로서

동행하는 산책길 위에서 인간 카프카를 만나볼 수 있기를..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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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 예술가들의 흑역사에서 발견한 자기긍정 인생론
김남금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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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통스럽기도, 갈아치고 싶은 인생에 발목 잡혀 살아가기도..

상처속에 아파하고 남들과는 다른 내가 낯설 때..

긍정의 마음에 기대어 삶의 소음음 잠재워보며 이 책을 사유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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