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0대와 40대의 아슬 아슬한
경계를 넘고 싶지 않아 혼자서
괜히 40이란 나이에 겁이 났었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데
왜 그렇게 혼자서 유난을 떨었던지..
노화라는 강렬한 만남이 처음에 굉장히 낯설고 별로다.
뭐 지금도 여전히 적응하긴 쉽지 않지만
애써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눈에 띄는 흰머리와 주름, 탄력없는 피부와 무섭게 떨어지는 체력 앞에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겠는가.
젊음에 대한 집착을 좀 더 가볍게 훌훌 털고 일어서는 게
늙어가는 비슷한 처지로 담을 넘고
들어서는데 상당히 정신적인 피로도가 덜하다는 걸
이제 생각해보니 좀 내가 제법 청승이었던 것도 같다.
아무렴 지금 이 나이가 좋은 시절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난 제법 젊었던 30대보다 좀 더 힘이 빠져가는
40대가 더 괜찮은 내가 되어가는 것 같아 꽤 나쁘지 않다.
오늘의 할 일은 미룰지언정, 오늘의 기쁨을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
행복의 제철은 언제나 지금이니까.
p35-36
정말 기가 막히는 표현 같다.
지금 내 마음이 이러한 걸 어떻게 알고 이같은 말을 하는지
마음을 빼앗겨버린 문장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살던 내 과거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가는 걸 분명 마주했다.
이젠 그때만큼의 체력과 젊음이 없어서
더더욱 하루의 행복과 기쁨을 미루고 살아가는 게
늙어가는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같아서 더 이 표현이 좋기만하다.
매일 행복과 기쁨을 조금이라도 맛보며 살 수 있다는 것이 감사로 이어지고,
그 감사가 이젠 나이 들어가면서
삶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같은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걸
이제야 보이고 알게 되었다는 것을 참 다행으로 여긴다.
그러하니 오늘 나에게 온 기쁨을
제법 오랫동안 만끽할 수 있도록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줄 수 있는 내가 되어가길
매일 소망하며 살아가려 한다.
우리는 각자의 결핍과 만끽을 끌어안은 채 한껏 흔들리며,
마흔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p56
제법 불안한 기운을 느낄 때가 많다.
이 나이에도 아직 이루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걸 생각하면 밤잠 설치도록 우울하고 심각해지는
참 욕심많은 인간이란 걸 알고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사는 행동이
나를 좀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다.
제법 흔들리며 사는 것이 또한 인생인걸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너무 그 생각에 치우쳐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 한권과 달달한 간식 하나에
별 것 아닌 인생의 묘미를 느끼며
쉽게 행복해지는 나를 좀 더 자주 발견하는 게 더 즐겁다는 걸 깨달아가는 어른이 되어간다.
아직 이뤄낸게 많이 없어 보이는 삶일지라도
완전히 진입하지 못한 50 전에
좀 더 체력이 받쳐준다면 과감히 해보고 싶었던 걸
도전해보고 실아도 무리없겠다란 괜한 자신감에
지금 이 40이 훌쩍 넘은 충년이란 나이에 감사하다.
오늘로 족하며 살아가는 것을 다행으로 알고
더 겸손하게 삶을 바라보며
앞으로 발견하게 될 인생의 참 묘미를 기대하는 이 나이라 좋다.
그런 나이듦의 이야기가
나에겐 그저 좋기만 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