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알 수는 없어도, 자세히 보고 느끼는 것, 진짜의 마음을 알고 싶어지는 것,
그리고 가능한 저 마음속 끝에 헤아려지길 원하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면,
너무 행복하고 근사한 인생이 될 것 같다는 바람과 생각은 늘 있었다.
p43
내가 미니멀리즘과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건 그게 일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책이든, 옷이든, 늘 잊지 않도록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두는 것이,
내가 나를 잃지 않는 가장 좋은 물리적 장치라고 믿기 떄문이다.
엄마 아빠 들이 식탁 위 가득히 잊지 않을 약들을 빼곡히 줄 세워 두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p126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바 모든 감각을
표현해 나갈 수 있는 것의 동력은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삶이 아닌가 싶다.
그 근원의 뿌리가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면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도 영감을 꺼낼 것이
분명 많았음을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지 알 수 없다.
나를 알아가는 방식이란, 결국 물리적으로 자꾸만 써대는 뭔가라는 점을 나는 잘 알고 있고, 택하고 있다.
고민같은 것 없이, 자주 생각하고 자꾸 써대는 것들이 모여 잘하는 일이 되는 과정임을 알고 있다.
더 이상 의심 같은 건 접어 두고, 거창하든 사소하든 그저 끌리는 대로 쌓여가는 거대한 시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지를 믿으며, 나는 그저 간다.
p247
생각만 할 뿐 실행이 없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여전히 머릿 속에서만 머물다마는 것이 수도 없다.
자꾸 써대는 일이 어떤 큰 결과물을 만들든 못 만들든
부지런히 해나가는 것이 모여
쌓이게 될 무언가를 이젠 맛볼만도 한데
난 여전히 게으른 완벽주의자처럼 시작이 두렵다.
그럼에도 완벽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닿아가길 원하고 움직인다면
언젠가는 비슷하게나마 닿아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런 신념을 관찰하면서 내 생각을 살펴볼 수 있어 나또한
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잊고 있었던 부분들을 파악하게 된다.
자기가 아닌 누군가를 방향에 두고 사는 일은 역시나 재미가 없다.
일종의 루틴처럼, 나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내가 듣고, 내가 쓴 일기를 내가 자주 읽고,
내가 그리는 그림을 내가 제일 많이 복, 내가 입은 옷차람을 내가 제일 많이 살펴본다.
잘하든 못하든 그럴 때마다, 미처 잊고 있던 나는 이렇구나, 이랬구나 한다.
이게 좋았고, 저게 모자랐고,어조가 그랬고, 그리는 선의 방향이 그렇고,
세심했고 무심했으며, 진심이었고, 이번엔 진심은 아니었구나, 즐겁고 아팠으며,
매번 매일의 레퍼런스를 이렇게나 찾아두고, 익히기도 전에
또 새로운 걸 찾는 내가 있구나, 늘 나를 살피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p258
여기서 가장 확실히 알고 느낀 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사사로운 관찰과 관심이 누적되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고 앞으로의 내가 있을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살피는 일에 가장 게을렀던 나를 발견하면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안에 갇혀서
가야할 방향성과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길을
주춤하고서 멈춘 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나로 살아갈 용기를 찾아가는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료처럼 나만의 생각과 길을 찾아가는
담대한 마음과 지속 가능한 행동력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멈추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