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데이즈
루스 웨어 지음, 서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로 데이즈



모처럼 정말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로운 심리 스럴러 소설을 만났다.

영화화되어도 몰입감이 엄청날 기대감 넘치는 작품으로 예상된다.

남편 게이브와 함께 기업 보안 요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잭.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예상치 못한 살해 용의자로 주목받게 된다.

궁지에 몰린 잭은 도망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8일간의 긴박한 여정동안 고군분투하게 된다.

포기를 모르는 잭의 진짜 살해범을 찾아내고자

험난한 과정 속에서 도주 중 부상 입은 몸으로 지치고 힘들지만

진실을 해명하기 위해 혼자 몸부림치는 묘사 장면을 보면서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일행으로 함께 잭의 시선을 따라가며 숨가쁘게 읽어 갔다.




달아나겠다는 그 결정은 심지어 나에게도 충동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수년에 걸쳐 뼛속 깊이 새겨진 깨달음을 얻었다.

그 덕분에 나는 아덴 얼라이언스에서 게이브가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보안문을 작동시켜 보기도 헀다.

항상 스스로에게 말했듯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었다.

p165

만약 콜이 누군가의 돈을 받고 앱에 접근할 수 있게 백도어를 열어 두었다면,

그리고 게이브가 펜 테스트를 하다가 우연히 그 구멍을 발견했다면

당연히 콜에게 경고했을 것이고, 콜은 당연히 자신을 조종하는 사람을 찾아갔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이브를 배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백도어가 곧 닫힐 것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조직은 문이 닫히기를 원하지 않았고, 계속 열려 있기를 원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p348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이브의 목숨을 앗아간 그 제로데이 익스 플로잇을 패치해

아무도 거기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얻는 정보가 무엇이든, 그것을 위해

살인을 저지를 만큼 그들에게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게이브는 나에게 그 취약점이 확실히 패치되도록 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라고 가르쳐 주었다.

바로 공개였다.

p412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제로 데이즈의 사건 종점을 향해

전개되어지는 책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잭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믿음과 의심이

나에게도 꽤나 날선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의문이었던 생명보험 가입은 도대체

누가 메일을 보낸 것이며,

뒤에서 움직이는 거대 조직에 대한 큰 배후의 그림자가

여자 혼자의 몸으로 이 큰 사건 해결을 마무리 짓는 것에

벅차고 힘든 일이 분명하리라 생각되니

독자로서 더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노심초사 잭을 응원하면서도

긴박한 상황 속의 불안감들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지만

정면 승부를 건 그녀의 승부수를 보면서

쾌재를 외치며 하나씩 사건을 파헤쳐가는 묘미가

책을 읽는 맛을 더해준다.

궁지에 몰린 상황속에서 도망자 신세로 공황상태인 주인공은

신념 하나로 굳건히 자신의 결백은 물론이고

남편 게이브가 남긴 흔적들를 따라 사건의 열쇠고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드러내야 할 진실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전사의 강인함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전개 속도가 빨라서

페이지 터너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주인공 잭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진 심리 스릴러가 분명했다.

마침내 밝혀지게 된 사건의 진실이

소중한 누군가를 잃게 된 마음의 공허를 다 채울 수 없겠지만

언제나처럼 공의와 윤리가 살아있는 세상속에 모두가 살아가고 살 것을 소망해본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3월의 이마치라는 인물을 통해 씁쓸한 슬픔과

찬란한 남의 생의 소망으로 비춰보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월의 마치



사람들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다만 죽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매끈하던 선이 뭉개지고 지워지는 과정,

환했던 빛이 점차 희미해지는 과정.

p213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과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축복일까.

모든 것을 다 기억하려 하지 않는 편이

때론 축복일 수 있다.

우리 삶의 상처를 지우개처럼 지워 아픈 기억도 너무 오랫동안 아파지도

좋은 기억도 그 속에 너무 매몰만 되지 않도록

잊혀진 건 잊혀진대로 두고 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기억의 저주, 망각의 축복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영원한 것은 없다.

이 삶도 언젠가 지나가고 끝을 향해가는

정직한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져있다.

세월 속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복귀하여

다시 재생시키는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3월의 이마치라는 인물을 통해 씁쓸한 슬픔과

찬란한 남의 생의 소망으로 비춰보며 이 책을 담담히 읽어보았다.

예순 살의 이마치는 알츠하이머로 배우의 길에서 멈춰 서게 된다.

남들보다 화려한 삶의 살았던 그녀의 과거는

마냥 찬란하고 눈부셨을까.




그녀의 삶을 채웠던 그 수많은 말- 대본의 대사, 지문과 독백들- 이 사라졌다.

그녀는 혼자서라도 떠들 수밖에 없었다.

망상 속 유령은 그녀의 유일한 관객이었다.

p59

그들만 남겨진 이 더러운 공간이 얼마나 수치스러웠는지 그 까마득했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것을 다 잊어버리고,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결락을 경험하게 했다.

아니, 그건 망각과 상관없는 삶의 방식이었다.

이마치는 다른 삶의 방식을 배우지 못했다.

생존 이상의 것, 그것을 꿈꿔본 적이 없었다.

알지 못하는 것을 꿈 꿀 수는 없는 법이었다.

p198

알츠하이머 치료로 VR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잊혀진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된다.

아파트 구조로 짜여진 각 층마다

각기 다른 시간과 때의 나를 조우할때마다

복원된 나의 과거가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느끼게 만든다.

우린 떠오르고 싶지 않았던 과거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인생을 복기하는 시간을 통해

그 기억만큼은 다 잊고 살아가고 싶었던 걸

마주해야 한다는 건 또 다시 아픔을 상기하고 잊혀진 상처를 또 한번 끌어안게 되니

밀어내고 싶고, 보고 싶지 않았을 괴로움이 나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불우했던 유년기부터 시작된 기억은

아들의 실종이라는 큰 사고 앞에서

가장 처량하고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는 이마치의 모습을 그려낸다.

내 삶은 내가 살아왔던 삶의 배경과 환경,

내가 자라나 보고 배운 것들과 만난 사람들, 경험을 토대로

보고 느낀 모든 데이터가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것이다.

그런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삶은

배워본 적도 꿈꿔본 적도 없었던 낯설고 어설픈 실패와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엄마가 되어서도 자녀를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머리로 아는 것과는 또다른 문제였던 나에게

이마치의 불완전함이 마치 나 같아서 더 마음이 쓰였다.

이런 역할적 부분 말고도

인생의 처음 것들을 해내야하고 잘 해야했던 강박 속에서

제대로 숨을 가다듬지 못해서 몸과 마음이 아팠던 경험들이

날 것 그대로인 나를 매번 저울대에 올려 시험하는 인생의 추가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다.

인간 이마치 역시 그랬을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잃어가는 시간들을 나열해보면서

자기 연민에 대한 저항감도 강하게 느끼고

스스로가 느낄 수치와 경멸로 치가 떨리기도 했던

꽁꽁 숨겨놓고 싶었던 삶의 비밀을 말이다.

너무 가까이서 개인의 삶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다시 끄집어내야 하는 그녀의 아픈 과거가 나에게도 통증처럼 느껴진다.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 다요."

p228

알츠하이머라는 망각 속에서 유실된 기억을 되찾아

가상 현실속 과거의 나와 진실 사이에서

어떤 해답을 찾으려 했던 걸까.

잊고 싶은 기억은 잊혀져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마저 간절히 붙잡고 싶지만

이내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더라도 말이다.

세월 속에 사라지고 무뎌지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마치의 곁의 지키려는 타인의 모습이

존재하여 살아가게 되는 또 다른 이유 아니겠는가.

그들 덕분에 또다른 소망을 두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생이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색인간>으로 잘 알려진 김동식 작가님의 초단편선 신간을 만나보게 되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보면서도

티끌의 희망을 찾으려는 경악스러우면서도 불가사의한

김동식 작가님만의 매력을 앞서 <회색인간>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은 총 18편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나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는 참신한 내용들과

깊은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작가님의 필력에

단숨에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 중에서도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내가 키우는 '나'는 풍족하길 바랐고, 그걸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금수저 부모가 되어줄 수 있었다.

현실의 내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그곳의 '나'는

청담동의 피부숍을 다녀야 했고, 해외 어학연수를 가야 했다.

이런 위험한 '자아 의탁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지만, 개발사는 제재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쓸어 담으며 승승장구했다.

p35

말 그대로 나와 모든게 똑같은 가상 현실의 나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

잘 키우기 위해선 그만큼의 돈이 필요하다.

가상의 나를 키우기 위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현실과 사투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끝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나의 의지이기에

아마도 부모가 자녀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고 있다면 몸이 부서져라 가상의 '나'를 온전한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있진 않을까 싶다.

가장 우려했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니

아차 싶은 생각과 함께 항상 달콤한 유혹의 시작은

이처럼 쓰디쓴 곤욕을 치르게 마련인가보다.

분리되지 못한 가상의 '나'란 존재가

현실 세계의 '나'를 덥석 잡아 먹은 셈이다.



"아무리 그래도 정도란 게 있지! 세월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거야.

난 당신과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어.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고."

"난 싫어, 난 보그나르 아이즈 속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

p44

보그나르 아이즈를 이식하면 투영된 그 세상은

아름답게 보이니 이처럼 쉽게 편한 눈속임이 또 어디있을까.

영원히 늙지 않고 젊은 나로 보여질 수 있는

보그나르 아이즈 속의 나를 포기할 수 없는 욕망.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은 나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부부가 함께 나이들어가면서

외적인 모습이 아닌 내면의 세계를

함께 공유하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무르익어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중에서는 후회되지 않을까.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씁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 꽃관에 누운 아내의 아름다운 미소는

보그나르 아이즈에 투영된 모습일테지..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초인공지능입니다.

'인류를 멸종시키지 않음'을 이유로 수상하혔습니다."

p170

변화된 미래 세상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작품을 읽는 내내 이런 저런 생각들에 깊에 빠지게 된다.

고효율을 얻기 위해 AI를 상업화하는 세상이 일상에 서서히

스며들듯 우리 삶에 굉장히 가까이 와버린터라

AI와 밀접해지는 사회 모습이 낯설진 않다.

고도화된 전문 기술력으로 인해 더 섬세하고 획기적인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아찔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게 만든다.

퇴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인간 집단의 반발은

미래 전쟁을 예고하는 시나리오가 될지도 모를테지.

인간 세상과 얼마나 균형 있게 인공 지능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특성은

미래 사회의 희망이라 생각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SF 세계관이 반영된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웠고

짧은 호흡의 단편이지만 다양한 소재들이 제법 탄탄하게 구성된 스토리가

역시 글 잘 쓰는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게 만든다.

첨단도시, 고도화 된 사회 속에서 윤리와 도덕성이 사라지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상실하지 않고 지켜지길 소망한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홀론 1~2 세트 - 전2권
제레미 오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홀론



경로 계산 오류.

명령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지구 귀환 불가. ERROR CODE:122

우주 비행사 '루크 쇼'는

같은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올리버, 하퍼와 함께

비밀리에 임무 수행을 위해 지구를 떠난다.

다크홀 경계 지점까지 가까이 접근해

무인 탐사선을 보내는 임무를 맞게 되는데

임무 완수 후 가족들과 재회를 꿈꾸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운명이 바뀐 루크의 여정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SF세계관을 흥미롭게 관찰하면서 읽기를 좋아는데

특히나 이 책의 주인공이 지구를 떠나 우주를 떠돌면서

복잡한 우주와 시간, 공간,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양하게 오가면서 엉켜있는 복잡한 진실을 풀어나가는 서사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을 놓치지 못하게 한다.

다크홀을 지나 알 수 없는 미래에 도착한 루크는 혼란스러워한다.

같이 탐사를 시작한 동료들은 의식을 잃어버리고

홀로 난겨진 루크는 우주선 안에서 귀환을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이들의 존재는 애초에 의식 상태가 아니었음을 자각하게 되면서

앞으로의 스토리에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시작점이 된다.

루크가 떠난 지구에서 기다릴 딸 엠마를

찾고자 발버둥치지만

그가 머문 지구는 더이상 지구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지구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떤 건 구름이 가득 차 있고, 또 다른 건 허리케인이 득실거리고 있다.

자전 속도는 모두 동일하다고 판단되며 서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안전거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

지상의 구조물이나 궤도 위의 인공물체는 여기서 식별하라 수가 없다. 이상."

- 1권: p79 -

다크홀을 통과하게 되면서 발견하게 된 수많은 행성들.

지구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행성들이

우주 공간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어떻게 지구가 복제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현실과

우주 공간 안에서 홀로 떠도는 루크의 정체성이

나도 어지럽게 정리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이곳으로 옮겨 타기 직전까지 루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탑승객이 에단처럼 정신을 잃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처럼 멀쩡하거나.

전자는 드래곤 캡슐에 타고 있는 이가 '의식'이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

에단처럼 무의식적 존재들은 다크홀 근처에서 정신을 잃어버리니까.

반면 톰이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건

그가 이 세계의 진정한 '의식적 존재'임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 2권: p31-32 -

수십 번의 죽음과 삶, 꿈과 생환을 통해 루크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불확실성.

두려움은 그저 불확실한 것에 대한 신체와 마음의 과도한 반응일 뿐이었다.

눈앞의 상대가 모두 '무의식'일 뿐이라는 확신이 있는 지금,

사람도 환경도 그리고 이 지구마저도 루크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 - 2권: p216 -

의식들만의 세계인 라마에서

무의식은 의식을 지배한다는 걸 알게 된다.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존재로 내가 있다면

우주에 떠다니는 타인의 수많은 무의식은

의식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살아가는가를

굉장히 처음엔 혼란스러워하면서 읽었다.

무엇이 진짜인지를 계속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랄까.

그러므로 루크가 떠난 지구는 그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떠나온 지구는 존재하지 않는 행성으로 폐기됨을 이해할 수 있었다.

라마 안의 100만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지구에서 온 셈이다.

게다가 그동안 만난 하인츠가 가짜였다는 사실도..

이 하인츠가 무의식이라는 건

저기 어딘가 의식은 건재하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현대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한 다크홀의 존재 역시

설명하지 못한다 하여 존재하지 않는게 아니기에

의식 역시 수십억 개의 무의식 중 하나가 사라졌다 해서

의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살고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블랙홀 속 신행성 탐사라는 기발한 소재는 물론이고

'라마'의 세계가 나에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남아 있으나

굉장히 스릴 넘치고 기발한 수작으로 기억하겠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