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는 우주 - 부모 너머 너와 나의 이야기
황영미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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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는 우주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황영미

장래 희망은 10대들의 편한 친구다. 장편소설 《판탈롱 순정》 《중딩은 외롭지 않아》 《모범생의 생존법》을 썼고, 앤솔러지 《모로의 내일》에 <안녕! 정신 나간 천사>를,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에 <한밤에 만난 두 사람>을 수록했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로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 책은 일본어판으로도 출간되었다.




큰 아이와 꽤 치열한 사투 끝에 전사해서 쓰러지는 쪽은

늘 엄마여야 했다는 것이 뭔가 모르게 억울했다.

아이에게 지고 싶지 않아 사춘기라는 기를

확 꺾어버리고픈 마음에 늘 통제하고 틀 안에 가두려 애를 쓰며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도 과도기를 통과중인터라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마음이 울컥하고만다.

광활한 우주, 미지의 세계..

난 사춘기가 한창인 큰아이와 한번도 생각해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이 낯선 세계 안에서 아이와 끌어 안고 자폭하려는 불안정한 폭탄을 늘 가슴에 품고 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못살게 굴고 싶었던걸까.

자라면서 엄마의 잔소리가 싫었던 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안 했다.

방구석을 돼지우리로 해놓든 말든, 일요일에 뒹굴며 게임만 해도 대체로 내버려 두었다.

게임 시간만 지키면 그만이었다.

가끔 속이 터져 죽을 거 같으면 한마디 했다.

"내일 시험이라며 괜찮겠어?"

p70

속이 터져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을

고구마 백개 넘게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에도 여러번 이 같은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꾸역 꾸역 참다가 화수분처럼 터지고 마는

내 잔소리는 아이를 맨몸으로 박살내려한다.

얼마나 상처였을까.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서 그 전에 내 할 일을 알아서 하고

일체 말이 나오지 않도록 내가 나를 단속했던 나의 기질과는 전혀 다른 아이.

이 아이를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정말 돼지우리처럼 엉망인 아이방을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방만 메고 훌러덩 등교한 딸아이의 지나간 자리는

언제나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이건 뭐 한번 해보자는 식인지

엄마 얘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어보였다.

지나고 보니 내 진심이 아이에겐 구속과 속박이었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못하는 보호자가 아닌 감시자였던 걸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난 너무 지나치게 무례하고 아이에게 실례가 많았던 엄마였다.

불안의 파도를 헤쳐나가는 수험생 옆에 등대처럼 지켜줄 누군가가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런데 이게 쉽지는 않다.

아이 입시에 신경 쓰면 쓸수록 부모도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근거 없는 낙관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때 아닌가.

하지만 아이가 힘들 때는 위로해주고, 잘할 때 격려해줘야 하는 사람은 어쨌든 필요하다.

그러려면 부모의 멘탈이 먼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p211

지나친 관심에 숨이 막혀할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기 위해 엄마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난 여러모로 고민해 보았다.

아이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 나도 아이도 죽는다.

관심을 좀 배제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로 했다.

그렇다보니 상당히 가성비 좋은 독서와 글쓰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질로 시간을 보내기도 대하소설을 완독하는 엄마도 있다는 걸 보면

그 나름대로 이 시간을 잘 통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집중하는 대상이

아이가 아닌 것이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부족함을 깨닫게 되고 인정하게 되면서

엄마로서 좀 더 자유하게 된다.

그리고 내 아이의 세계를 그저 지켜보며 믿고 있다.

사춘기의 그 넓은 세계 안에서 맘껏 유영하며

너의 삶을 살라고 응원하고 싶다.

그뿐이면 되지 싶다.

그걸로 충분하다.

책 속에서 엄마의 마음도 쉼을 얻고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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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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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하고도 매력적인 생물들의 세계를 조금씩 살펴보게 되면

소우주의 세계를 관찰하는 묘한 매력을 맛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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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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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Florian Freistetter)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 소행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행성 중 하나가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기도 했다. 2008년에 그가 개설한 천문학 블로그 ‘Astrodicticum Simplex’는 현재 최다 방문객을 자랑하는 독일어권 인기 과학 블로그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2014 미래창조과학부 우수도서),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2016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 《우주, 일상을 만나다》(독일 2014 올해의 과학 도서)를 비롯한 다수의 책을 썼으며, 현재 독일 예나에 살면서 저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저자: 헬무트 융비르트 (Helmut Jungwirth)

오스트리아의 칼 프란젠스 그라츠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아포토시스(세포자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같은 대학 과학 커뮤니케이션 및 인재 육성 센터에 근무했고, 2016년 10월 오스트리아 최초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 정교수로 임명되었다. 튀빙겐과 빈 대학에서 연구했고, ‘그라츠 참여실험실Mitmachlabore Graz’을 공동 설립했으며, ‘미각실험실Geschmacklabor’의 학술 분과장이자 사회·지식·커뮤니케이션 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이래 사이언스 버스터즈 회원으로 활동하며 과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과학 간식, 시험관 레시피Science Schmankerl》(공저), 《운석은 왜 분화구에 착륙할까?Warum landen Asteroiden immer in Kratern?》(공저)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천문학과 미생물의 만남이라니

뜻밖의 조화에 조금은 의아했던 책이었는데

이 미세하고도 매력적인 생물들의 세계를 조금씩 살펴보게 되면

소우주의 세계를 관찰하는 묘한 매력을 맛보게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생물 중에

내가 알고 있는 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흔히들 많이 알고 있는 살모넬라 바이러스 P22는

유전자 교환을 가능하게 하기에 이같은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우체부터럼 형질도입 과정이라는 박테리아에게 유익을 주는 이 방법이

유전자 전달에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바이러스가 이토록 유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다시 살펴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팡이가 있다면 과연 무얼까.

사카로미세스 칼스베르겐시스.

이 곰팡이는 바로 맥주의 효모이다.

효모가 무엇인지도 몰랐을 당시에는 미세한 곰팡이인 효모는 도처에 만연했고

커다란 혁신을 가져오게 된 건 덴마크 식물학자 에밀 크리스티안 한센에 의해

효모 세포를 분리 추출해 배양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효모가 다양한 균주 중 하나인 이 곰팡이는

인류를 즐겁게 해준 사랑받는 균이 아닌가 싶다.

척박한 지역을 서식지로 삼아

암석 내부에 서식해 생존하는 생물이 있다면 어떤가.

이름하여 할로코쿠스 살리포디나에.

지구 생명 최후의 보루로

암내재성 생활방식을 선택해 살아가는 생물들이 이 지구에만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소행성이 충돌해도 암석 안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추측이 맞다면

머나먼 우주 다른 행성에서도 그 표면 아래엔

이같은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진 않을까.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린 늘 관심이 많다.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메탈로스페에라 세둘라'라는 고세균이

운석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미생물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운석의 미생물이 지구의 암석에 비교해 빨리 불어난다는 걸 보면

고세균은 오래된 생명 형태로 초창기 지구에 소행성과 충돌했을 때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운석을 영양원으로 삼아 좋은 서식 전략으로 살아남은 강인한 미생물로

운석의 화학적 구성에 흔적을 남길 것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머지않아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 가운데

정말 외계 생명의 흔적을 만나볼 날이 가까이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이 이름도 낯설지만 설명이 어렵지 않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며 읽기 재미있는 책이었다.

미생물의 세계를 하나씩 파헤쳐보다보니

더 넓은 우주의 영역 미지의 세계를 향한

풀지 못한 신비로움과 궁금증들이 더 증폭된다.

눈에 보이진 않으나 존재하는 아주 작은 미생물의 기묘한 세계 속에서

우주를 이해하고 지구의 생리를 살펴볼 수 있었던 유익하고도 재밌는 시간이었다.

미생물은 별의 죽음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87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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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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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프로일라인 토트

본명은 유디트 브라우나이스, 부검 전문가이자 애도 상담가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뮌헨 공과 대학교 병리과에서 4,000구가 넘는 시신을 부검했다. 프로일라인 토트(우리말로 ‘죽음 여사’라는 뜻)는 필명으로, 그는 이 책을 통해 부검실에서 죽은 이들과 함께 보낸 25년간의 이야기뿐 아니라 유족들의 슬픔과 절망을 위로하는 애도 상담가로서의 삶,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냈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기에, 남편과 장난꾸러기 고양이 랄레가 함께하는 지금의 일상이 훗날 천국에서도 이어질 것이라 믿고 있다.

인스타그램: instagram.com/frollein_tod

[예스24 제공]




주검을 마주하는 일.

나에게는 경악스럽고 극한의 공포를 마주하는 일 같아 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없을 법한 일이기에

시신을 다루는 이가 전해주는 삶과 죽음의 세계를

난 그저 담담하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눈 앞에 있는 사체를 보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살아있는 생명을 마주하는 집사의 삶을 살게 되는

간극이 커보이는 하루가 흥미롭다 못해 다이나믹해보인다.

감정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상당한 압박이 될만한 일을 하면서

일상의 업무로 가볍게 여기기엔 너무 우울한 일이다.

펜데믹이 겹치면서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과

봉쇄 생활로 고립되어 전염병 환자를 끊임없이 마주하고

기력을 소진할 때마다

랄레라는 반려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마법과도 같은 시간임을 보여준다.

극한의 기쁨과 슬픔을 마주하는 시체 안치실.

이곳은 나의 집이다.

햇볕을 거의 쬐지 못하고 생활한다는 사실에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담쟁이덩굴로 덮인 수직 통로가 내다보이는 사무실의 창문도 대개는 닫혀 있다.

신선한 공기 따위는 필요 없다.

나는 보살피는 고인 곁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향냄새에 취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이 아래는 너무 평화로운 곳이다.

일과 휴가는 별개이므로 크리스마스 때에는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싶다.

p185

광란의 파티든 치팅 데이든

고양이 랄레가 주는 마음의 평화로움만큼은 좀 더 특별해보인다.

털복숭이 녀석이 스트레스 대처에 상당히 기여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리집도 반려묘 하나쯤은 키워봐야 하나 싶다.

"여보, 제발 집으로 죽음을 데리고 오지마!"

p200

애도 상담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타인의 죽음이

나의 세계 속에 파고들어 오게 되면 어둠의 힘이 커져서 빛을 빨아드리게 된다.

그럴 때는 벗어나서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마음껏 울다, 먹고,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모든 감정을 허용하면서 흘러가도록 말이다.

나는 그들의 슬픔과 방 안을 떠도는 애도의 감정을 느끼고 내 안으로 받아들인다.

어째서 우리 중 어떤 사람은 그토록 일찍 세상을 떠나야 하는지에 관한 만족스러운 답을 찾기는 어렵다.

세상에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머무르는 작은 영혼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렇다고 그 존재가 결코 헛된 것은 아니다.

p215

작별을 고하는 연습.

일처럼 받아들이면 그뿐이겠지만

매번 그렇지 못하는 죽음이라는 터무니없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힘들 것이다.

각자의 삶에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기고 우린 살아가는가.

짧은 생애동안 그 흔적을 무수히 많이 남기지 못해 아쉬움도 남겠지만

그 삶은 어느 것 하나 헛된 것이 없어 보인다.

직업적인 만족도가 큰 직업일지 아닐지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이 보여지는 면이

상당히 큰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해보이는 것 같아

난 엄두를 내기 힘들어 보인다.

남을 돌보는 연민과 배려의 모습들로 사명감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대단한 기여를 하는 특별한 직업임은 분명하다.

매일 다른 시신이 도착하고 마주하는 삶을 살면서도

남편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하루.

묘하게 흘러가고 느끼는 하루의 삶 속에서

죽음을 더 가까이서 직면하고 마주하면서

사랑하며 계속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이 철학같은 말이 너무도 근사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죽음을 염두하며 살아가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직면하게 되는 현실이

매일의 삶이 더없이 가치있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나의 소중한 시간들 속에서

난 죽는 순간까지 삶의 아름다운 선물들을 발견하며

나와 내 가족들과 더없이 행복하고 싶다.

그 무엇보다 춤추며 살아가라!

p278

남아 있는 나날을 위해

뜨겁게 사랑하며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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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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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철학적인 질문을 끌어내어

거짓말과 솔직함의 경계를 생각해보게 되는 의미있는 인생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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