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라 휠러와 키스했다
케이시 매퀴스턴 지음, 백지선 옮김 / 시공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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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최고의 인기녀에게 갑작스러운 키스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나름의 깜찍한 고백쯤으로 생각한다면

이 책은 굉장히 달콤 스윗한 로맨스 소설이 될테지만,

사실 그렇게 뻔한 이유가 아닌 숨겨진 비밀이 있다.

학교장인 아빠를 두고 뭐하나 남부러울 것 없는 인기녀 샤라 휠러.

그녀에게 키스를 받게 된 사람이 꽤 여러명인데

이렇다면 해석이 달라진다.

완벽하리만큼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샤라의

끔찍한 속마음과 진짜 모습은 따로 있었는데..

평소 라이벌 관계였던 샤라와 클로이.

왜 하필 클로이에게 졸업을 한 달 남겨두고

장난같아 보이면서도 바보같은 짓을 한 걸까.

그러고 갑자기 행방을 숨긴 샤라를 찾는 과정에서

얽히게 된 이들 역시 그녀에게서 키스를 받았다고 말한다.

클로이, 스미스, 로리 이 세 사람은 종적을 숨긴 샤라 휠러를 찾기 위해

그녀가 숨겨둔 비밀 편지를 단서 삼아 고군분투하게 된다.

그녀를 추적해 나가다보면 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보수적인 윌로그로브의 숨겨진 실상에 대한 내부 고발과

성수자들의 삶과 고민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샤라 역시 자신의 생태 안에

이들을 끌어들여 의도였든 아니든 간에

자신의 속내를 표출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러운 정체성과 현실의 검열 사이에서

많이 휘청거렸을 샤라를 생각해보면

화려함 뒤에 숨겨진 베일에 감춰진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어쩌면 분명한 의도를 두고 그녀는

이들을 움직이게 했던 것이겠지만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용기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꽤 깜찍하고 도발적인 표지에 끌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소설로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꽤 흥미로운 미스터리소설에 가까운 책이라 재밌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릴 때 나는 내가 여성스러운 걸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어.

하지만 자라면서 보니 여성스러운 걸 좋아하긴 하지만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날 여자로

생각하는 게 너무 싫은 거였어. 왜냐면 나는 내가 여자가 아니라는 걸 진작부터 알았거든.

그렇다면 나는 남자인 걸까? 남자도 여성스러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나는 다른 남자애들과는 달랐어.

나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었던 거야. 누가 네 이름을 부르면 답은 하지만

너랑은 안 맞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그 이름으로 불리는 네가 진짜 네가 아니기 때문이야.”

p243

“인생을 더 쉽게 살게 해주는 일을 한게 잘못이야?

사랑받고 인정받고 특별해지고 싶은 게 나빠?

너희들도 학교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그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길 바라지 않아?

부모들도 우리가 그렇게 되길 바라고 말이야.

경험자로서 말하는데 선망의 대상으로 살면 아주 편해.

적어도 그 위치에서는 누구도 나한테 상처를 입힐 수 없거든.”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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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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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을 뺀 가족으로 지내는 형태에 있어서

뭔가 단계를 지나쳤다고 해야할지

뭔가 꽉 찬 감정이 아닌 빈 감정의 상태로 함께 한다는 것이 무얼지

좀처럼 잘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에 얽혀 의문을 품고 책장을 펼쳤다.

에이로맨틱 에이로에이섹슈얼인 두 남녀가 등장한다.

사실 이 둘은 이와 관련된 검색을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의 주인이자 가까운 이웃인 셈이다.

조심스레 자신의 취향을 밝히며

자신과 비슷한 또 다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동질감에

한 가지 의사를 제안하게 되는데..

사랑이 어려운 사쿠코와 다카하시는

남녀 사이에 얽힌 연애라는 감정을 배제한 임시 가족으로 살고자 합의한다.

자신들의 유사점을 서로 찾은 둘은

동거를 수락하게 되지만

이들의 동거를 보고 주변인들의 반응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가까운 가족들만 봐도 결혼을 전제로하는 만남 정도로 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그들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을테고

이들 역시 자신들의 성향을 존중받고 싶어한다.

흔히 무성애자로 불리는 연애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둘의 교집합을 주변인들이 더 엮으려는 건 지나친 관심이자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성과 사랑을 강요할 수도 없는 문제일뿐더러

몰아가는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다.

“둘이서 평범한 가정을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행복해질 운명이었던 거예요!”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나를 배려해서 해준 말이라는 건 안다.

화목한 가족의 모습에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유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가족관이 올바르고,

그 외에는 불행하다고 단정하는 걸까.

‘평범’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모르는 걸까.

p84

연애 감정을 품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그게 행복한 사람도 있다.

나처럼 누군가와 함께 지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파트너가 동성인 사람도 있고 이성인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세상에서는 희한한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p212

혼자 사는 건 외롭기 때문에

사랑과 연애는 아닌 동거는 오케이.

각자의 기준과 취향이 너무도 다르고

사랑이란 형태도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 지을 수 없기에

나름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는 인식의 변화가 굉장히 필요해 보인다.

사랑에 대한 감정과 서로의 온도차 내지는

이를 둘러싼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 세계관은

너무도 다를 수 있기에 보편적인 시선으로 생각해서 볼 이유는 없다.

강요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인식한다면

이들 역시 보편적인 사랑이랑 공식에 대입할 문제가 아니기에

연애와 성애를 뺀 가족의 형태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이들의 동거 생활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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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해도 괜찮아
정회일 지음 / 차이정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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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고 있는 고민들 속에서 정말 속깊은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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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해도 괜찮아
정회일 지음 / 차이정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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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에 눈을 돌릴 수 있는 힘과 용기는

과연 어디서 공급되는 걸까.

한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 무수히 많은 문제들을

나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했던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여러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

책을 펼쳐들고 잠시 과열된 생각을 식히면서

서서히 문제로부터 분리되어 생각하다보면

내가 취해야 할 선택지에 대해 좀 더 온전히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잠시 멈춤 버튼이 나에겐 책이 된 셈이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책을 따라 읽다보면

나의 상황에 깊게 고립되지 않고

훌훌 털고 일어날 힘이 생긴다.

아마도 이 책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직면하고 있는 고민들 속에서 정말 속깊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저는 고통 속에서 바닥을 경험했고, 너무 힘이 들어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수없이 겪어보았습니다.

그 갈림길에서 다행히 감사하게도, 저는 타의적 ‘포기’가 아니라

자발적 ‘내려놓음’을 선택했습니다.

겸손함이 이끄는 지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p50

저자가 몸부림치며 아파했던 경험들을

서슴없이 고백함으로써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내가 경험했던 바로 인해 깨닫고 느끼게 된 바를

더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와닿는 바가 많았다.

나에게 작년 한해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포기와 내려놓음의 길을 붙잡고 수없이 많은 씨름을 해왔다.

내려놓음의 자세는 겸손을 배우기 위한 과정이란 걸

이제야 어렴풋이 깨달아 가고 있다.

내 방법이 옳다고 고집할 일이 아니었고

그것을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건

내가 낮아진 자세에서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란 자세이다.

사실 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죽어도 내려놓지 못하고 끝까지 내 손으로 붙잡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다.

내려놓고 보니 그건 나의 교만을 그치게 만들고

겸손을 배우게 하는 훌륭한 시간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지금도 완전하지 않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려고 하면

스스로 낮출 때가 되었다는 걸 인지한다.

많이 깨어지고 다시 깨닫기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나라는 존재가 온전해져가는 모든 과정들을 수용하고

나아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산다.

너무 아파서 힘들었을 떄, 삶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지하철에서, 운전하면서, 길을 걸어가면서도 몇 번이나

‘기쁨의 눈물’을 경험하곤 합니다.

심지어는 영어훈련을 하다가도 너무 재미가 있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어요.

고통을 겪지 않았더라면 이 기쁨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기에,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p279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를 잊고 살 때가 많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일상의 작은 감사들이

얼마나 대단한 기적들이었는지

내가 누리고 살아왔던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실로 경의로움으로 느껴지기까지도 하고 벅차기도 하다.

삶이 벅차고 고통스러울 땐 그것만 바라볼 때가 많다.

고통과 기쁨, 어둠과 밝음이 분명 함께 한다는 걸 잘 느끼지 못한다.

문제의 상황 속에 매몰되어 있으면

주변을 돌아보며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사와 여유를 찾기 힘든 건 사실이다.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감사거리를 생각해보면

마음이 환기되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오늘도 문제의 내막에 푹빠져 사는 이들이 있다면

좀 더 나를 끌어 올려줄만한 용기와 희망은 물론이고

삶의 지혜와 통찰을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의 글 속에서 쉼을 얻어 좋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길 응원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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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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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대단한 능력을 가지게 된 소녀 로즈.

따뜻한 봄날의 오후, 엄마가 만든 레몬 초코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어 목구멍을 타고 넘어 갔을 때

미묘한 움직임을 감지하게 된다.

음식을 먹게 되면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 엄청난 능력이 어린 소녀에겐 상당히 감당하기 버거움으로 다가온다.

가까운 사이라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다.

아무리 가족끼리라 해도 많은 부분 숨기고 나누지 못하는 것들이 많으나

어린 나이일수록 내가 느끼는 감정과

전혀 다른 상대의 마음을 알게되었을 때의 충격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로즈에게는 엄마의 케이크가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이 비밀을 혼자서 간직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묵묵히 삶을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내야 한다는 괴리감 속에서

로즈는 늘 경계를 허문 관계 안에서 수용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했다.

분명 초콜릿 맛이었지만, 그 맛이 퍼지며 흔적을 남기는 동안 동시에

내 입 안에 가득 차는 것은, 하찮음과 위축된, 화가 난 느낌의 맛,

어쨌든 엄마와 연관이 있는 듯한 거리감의 맛, 엄마의 복잡한 소용돌이 같은 생각의 맛이었다.

p20

상대의 감정을 필터없이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대게 반가운 일이 될 수 없다.

유쾌한 일이 아닐뿐더러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로즈 역시 너무 어리기도 하고

다 큰 어른이라고 해도 수동적으로 수용해야 할 감정처리는

너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문제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겠지만

이같은 능력을 가지고 살게 된다는 사실이

나의 선택이 아닌 받아들여야 마땅한 현실이기에 더 감정적으로 벅찰만도 하다.

집에서 직접 만든 햄치즈 겨자소스 샌드위치로, 흰 빵 중간에는 얄따란 양상추가 끼어져 있었다.

음식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좋은 햄, 정상적인 공장에서 만들어진 일반 겨자.

보통 먹는 빵. 피곤한 양상추 수확자. 그러나 샌드위치 전체에서는 거의 절규하는 듯한 맛이 났다.

샌드위치가 내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랑해달라고, 자기를 사랑해달라고, 아주아주 큰 소리로.

p96

늘 혼자 벅차해야 할 문제이고

이같은 비밀 능력을 누구에게도 꺼낼 수 없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가족 구성원이 가지고 있던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꺼내질 때마다 한편으론 외롭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가족들의 비밀과 아픔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나로 깨쳐나가는 로즈를 뒤에서 묵묵히 응원할 뿐이었다.

싫음도 좋음도 전혀 지나칠 수 없는 감정을

왜 자신이 마주해야 하는지 얼마나 수긍하기 힘들었을까.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로즈를 보면서

그런 성장과정에서의 단단해지는 모습들을 발견하며

대단히 안타까워하면서도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일찍이 먹는 즐거움을 알았다기보다

먹는 슬픔을 먼저 맛보게 되는 끔찍한 경험을

이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져 가는 모습에 더 놀랐다.

다시 그 똑같은 알 수 없는 공장.

음식 안의 커다랗고 분명한 외침. 내가 식별해낼 수 없는 옅은 기계 맛.

그리고 돌아가고 싶다는,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

돌아갈래. 그 꼬마는 말했다. 묵묵부답.

p330

맛보고 싶지 않은 맛이 얼마나 많았을까.

더욱이 끔찍히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아채버린 맛의 실체를 얼마나 수용하기 힘들었을까 싶다.

그러다가도 음식을 만든 사람이 음식에 열중하고 있다는 마음을 얻게 되면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음식을 음식으로 대할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었다.

먹는 걸 먹는 자체로 즐거울 수 있는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일상의 감각들이 새삼 감사함으로 느껴진다.

서글픈 감각의 능력을 홀로 감당해야 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가

무언가 먹을 때 문득 떠오를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파온다.

다시 수용과 사랑을 배울 수 있는 내면의 울림이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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